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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진일보한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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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진일보한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익명 (미확인) | 화, 2015/11/24- 14:38
[논평] 진일보한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런 대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데, 2014년 3월에만 하더라도 '임차상인 보호대책'이라는 이름의 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라는 것이 상위법령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개정 건의와 중개인-건물주의 담합을 막는 표준계약서의 공급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는 등 소극적인 대책에 머물렀다. 또 임대차갈등을 조정하겠다는 명목으로  '갈등조정관'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내 임차인 분쟁은 그치질 않았다. 강남역 라떼킹,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 북촌 아랑졸띠, 서촌 파리바게트, 홍대앞 삼통치킨과 숯닭 등 서울시 대책 이후에도 벌어진 분쟁을 대충 꼽아보더라도 이렇다. 이는 그동안 상가 임차관계를 주택 임차관계와 대비해 그 중요성을 낮춰보거나 혹은 임대인-임차인의 관계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적극적인 정책개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동당에 접수된 어떤 상인은, 서울시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법률 상담을 받았는데 "집주인의 이야기가 맞고, 그냥 나가시는 수 밖에 없다"는 답을 들었다며 답답해 하기도 했다. 이 경우는 해석에 따라서 임차인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방안이 있었고, 내용증명 한 통으로 협의조정이 진행되었다. 만약 기존의 법제도만 배타적으로 고려할 양이면 서울시의 별도 대책은 불필요하다. 수많은 임차관계의 약탈성은 법의 허점을 이용한 불로소득의 편취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의 행정이 법의 불균형을 보완해줄 수 있는 정책적 의지가 더욱 중요했다. 

의미없는 대책이 헛바퀴를 도는 사이, 서울시 행정의 공백을 채운 것은 상가 임차인 당사자들이었다. 2014년 서울시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평균임대기간이 1.7년이었으나 지난 8월에 완료된 2015년 조사결과를 보면 6.1년으로 길어졌다. 불과 1년여의 시간이다. 계약갱신청구기간 5년은 이미 보장되어있던 권리임에도 이를 적용받는 상가가 거의 없었는데,  맘상모 등 임차상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활동했던 것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짐에 따라 사문화되었던 5년 규정이 실효를 발휘했다. 그만큼 상가임대차 시장은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행하는 적극적인 의지에 따라 실효성이 달라진다. 즉, 서울시의 의지가 있다면 현재 '약탈적 관계'로 점철된 상가임대차 관계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발표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은 기존의 상가임차인 보호대책에 비해 기대가 크다. 기존의 대책에서는 임대차 분쟁을 몇몇 건물주나 중개업소의 일탈로만 접근했는데 비해 이번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현상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맞다. 임대차 분쟁의 핵심에는 불로소득의 착취가 용이한 현행 도시개발 제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몇몇 일탈을 바로잡는다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적인 도시개발 법제도 및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자체가 건물주의 불로소득 편취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 점에서 이번 종합대책에 포함된 임차상인 조직을 통한 자산화 전략은 중요한 대안이다. 주변 시세에 따라 연동하는 건물임차료는 결국 개별 건물주의 의지보다는 지역적 차원에서의 관리를 통해서 통제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특정 지역에 대해 업종을 제한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시행하겠다는 것 역시 중요한 진전이다. 실제 해외의 주요한 도시들은 상업지구라 하더라도 장소성과 지역 상업생태계의 안정성을 위해 용도 및 건축행위 제한을 실시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상업지구는 곧 고층개발이라는 등식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밀개발이라 하더라도 복잡한 용도 규제를 받는다). 또 별도의 재원을 통해서 앞서 언급한 자산화를 지원하기로 한 것 역시, 서울시의 대책이 단순히 공염불로 끝나지는 않겠구나라는 안심을 주는 요소다.

하지만 이런 좋은 대책도 어디까지나 서울시의 적극적인 행정의지가 없다면 '좋은 계획'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소위 '상생협약' 문제다. 서울시가 사례로 언급하고 있는 2014년 서대문구의 상생협약은 실제로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의 관광호텔 계획에 의해 쫒겨날 처지에 놓인 신촌로터리 주변 상인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홍대입구 주변에서 시행되고 있는 '착한 건물주 찾기' 역시 삼통치킨의 분쟁과 숯닭의 분쟁을 막아주지 못했다. 이런 사업들이 대부분 지역 상인회를 매개로 한다지만, 이미 상인회가 건물주 중심의 기득권 단체가 되어버린 곳이 비일비재하다. 당연히 '상생협약'이나 '좋은 건물주 찾기'는 생색내기에 머무른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이번 서울시의 대책이 좀 더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존에 전통적으로 유지되어온 지역 거버넌스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테면 지역 상권의 이해관계자를 소유관계로만 축소할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실제로 장사하는 임차상인과 단골 등 고객층과 같은 '상권의 공유자'들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권도 이용하는 시민이 없으면 존립하기 힘들고, 실제로 가게를 열어 상권을 개척하는 상인들이 없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기존 지역 상권 거버넌스는 지나치게 소유권 중심으로만 짜여져 있다보니 현실 문제를 개선하는 힘은 고사하고 기존 상인회에 의해 위화감만 조장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최근 논란이 된 홍대앞걷고싶은거리상인회가 거리버스킹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장사를 직접하지 않는 건물주가 상인들을 대표해 서울시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는 남대문시장의 사례는 어떤가. 일차적으로 상권을 둘러싼 관계자들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임차상인으로 이뤄진 상인조직의 육성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홍대앞 삼통치킨 문제가 우여곡절 끝에 원만한 합의를 이루었다. 미안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울시나 마포구의 역할은 전무했다. 그 흔한 실태조사도 진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행정력도 이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실제로 일어나는 문제를 비껴가는 대책은 그냥 보기 좋은 대책일 뿐이고,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에 쌓인 종이 뭉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서울시 등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의지는 재차 삼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이번 서울시가 내놓은 <상가임차인 보호조례> 및 <지역상생발전특별법>의 제정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소유권 만능주의의 사회가 바뀌길 원한다. 우리는 이제까지와 같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약탈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인들과 함께 길 위의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서울시의 종합대책이 실효성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개입하고 요구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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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에 그친 상가법, 국회는 즉시 추가 입법해야

– 계약갱신 10년 확대, 차별 적용으로 4-5년차 임차상인은 부담 커져 –
– 모든 임대차에 계약갱신 확대 적용하고, 철거재건축시 퇴거보상비 보장해야 –

국회는 어제(9/20) 본회의에서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고 △권리금 회수기회 기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며 △권리금 적용 제외 대상에 전통시장 포함하고 △법률구조공단 및 지자체에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번 개정안이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10년으로 확대했지만 새로 체결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하도록 하여 일부 임차상인들의 경우 부담을 더 키우고 상가임대차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반쪽짜리 입법안이 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국회는 즉시 추가입법을 통해 상가법이 실질적으로 임차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소급적용하고 퇴거보상비, 우선입주권을 보장해야 한다.

일단 이번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최소한 10년 이상 보장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와 중소상인단체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것이나 정작 부칙 2조에서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적용’하도록 하여 계약갱신 기간 확대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켰다. 이 법대로라면 1년 계약을 맺은 1-4년차의 임차상인은 계약갱신 요구기간이 10년으로 확대되지만 4-5년차인 임차상인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고 2년 계약을 맺은 3-5년차인 임차상인들 또한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들 임차상인의 경우 새로 계약을 갱신하면 건물주 입장에서는 계약기간을 10년간 보장해야 하고 차임 또는 보증금을 연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계약갱신을 하지 않고 일단 계약을 종료한 후 차임과 보증금을 5% 이상 올릴 가능성이 높다. 즉 상가임대차 계약을 맺은지 3-4년이 지난 임차상인들의 경우 쫓겨날 가능성이 기존보다 매우 높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5% 이상 크게 오른 차임과 보증금을 부담해야 하는 차별적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함께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과 함께 건물주에게는 세제혜택을 주면서도 남은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4-5년차 임차상인들은 거리로 내모는 지극히 비상식적인 법안이다

권리금 회수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고 권리금 보호대상에 전통시장을 포함하며,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은 바람직하나 여전히 철거재건축시 우선입주권 또는 퇴거보상비 보장, 환산보증금 폐지등 핵심적인 사항이 빠져 반쪽에 그친 부분도 아쉽다. 계약갱신 요구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더라도 상가법의 적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예외사유를 줄이고 철거재건축시 우선입주권 또는 퇴거보상비 등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결국 쫓겨나는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날 뿐 임차상인들의 정당한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지 못한다.

또한 법안 통과 과정에서 기업특혜를 위한 법안 처리를 위해 민생법안인 상가법을 볼모로 삼은 점과 밀실야합에 의한 비정상적 처리과정은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여야가 입을 모아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겠다던 상가법은 지난 8월 국회에서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조세특례제한법과 연계처리하자는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막혀 개정이 좌절되었다. 9월 국회에서도 여야는 임차상인들의 생존권이 걸린 상가법을 기업들을 위한 규제완화법인 은산분리법이나 규제프리존법 등과 연계하여 협상해왔으며, 여야 교섭단체 원대대표단의 협상이라는 명목 하에 그 과정과 내용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국회가 이제 상가법 개정 논의를 끝낼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추가 입법을 통해 임차상인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상가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추가입법에서는 최소한 계약갱신 요구기간 확대조항을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상가임대차 계약에 적용하도록 하고, 철거재건축시 우선입주권과 퇴거보상비 보장, 환산보증금 폐지, 권리금 보호대상에 대규모점포 및 준대규모점포 포함,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 예외 사유인 ‘비영리 1년 6개월’ 규정 삭제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 임차상인들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쫓겨나지 않고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회가 더 분발해야 한다.<끝>

문의 :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02-3673-2147

금, 2018/09/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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