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아시아생각] 버마에 민주화의 바람이 부는 걸까요?

지역

[아시아생각] 버마에 민주화의 바람이 부는 걸까요?

익명 (미확인) | 월, 2015/11/23- 15:21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5 아시아생각] ① 아웅산 수치, 미얀마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이유는?

[2015 아시아생각] ② IS의 광기는 美 지배전략의 산물 
[2015 아시아생각]
 ③ 중국편승? 중국견제?.. 둘 다 틀렸다!

[2015 아시아생각] ④ 보수개신교, '반동성애' 운동이 활로? 

[2015 아시아생각] ⑤ 세계아동노동반대의 날, 시리아의 '잃어버린 세대'는? 

[2015 아시아생각]  제주 강정, 필리핀 '수빅섬'처럼 되나

[2015 아시아생각] ⑦ NGO 세계 2위 캄보디아의 역설, 'NGO 탄압법'! 

 

버마에 민주화 바람이 부는 걸까요?

2015 버마 총선 참관기

 


이영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버마(미얀마) 총선참관단 활동을 위해 양곤으로 떠나기 전날, 언론을 통해 야당 후보가 유세 도중 흉기를 든 괴한에 습격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언론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국이 불안하다는 소식과 함께 개표 조작에 대한 우려와 투표 참여에 대한 억압 가능성을 보도하거나 혹시 모를 폭력 사태에 대비하여 전 세계 국제 사회가 이번 버마 총선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드디어 11월 8일, 전 세계의 이목이 아시아의 한 국가, 버마에 집중되었다. 53년간 이어졌던 군부독재를 끝내고 민주화로 가는 씨앗을 심어줄 자유 총선이 25년 만에 치러졌다.

 

▲ 3000명의 유권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한 투표소는 난장판이 되었다. ⓒ 이영아 
 

 

25년 만에 치러지는 총선, 그에 대한 기대

 

버마 의회는 상원 224석과 하원 440석 등 총 664석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총선은 분쟁과 홍수 피해로 선거가 취소된 7개 선거구를 제외하고 상하원 의원 491명과 주 및 지역 의회 의원 644명, 민족 대표 29명 등 1171명을 뽑는 대규모 선거였다(군부는 선거와 무관하게 상하원 의석의 25%를 자동으로 배당받는다). 총 7개주에서 91개 정당, 6000명 이상의 후보들이 출마하였고 총인구 5500만 명 중 3500만 명이 유권자로 등록하고 4만500개의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되었다. 이번 투표에 대한 열기는 국내외에서 실시한 사전 투표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재외 국민 유권자로 등록한 버마인은 37개국에 걸쳐 약 3만 명에 이르렀다. 또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버마 이주 노동자들은 'Fly to vote' 캠페인을 벌이며 투표 참여를 위해 선거 당일 버마로 날아와 이번 투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와 열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버마의 민주화 운동은 지난한 여정을 겪어왔다. 1988년 8월 8일에 있었던 8888항쟁은 대학생, 불교 승려, 시민이 힘을 모아 군부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한 전국 규모의 민중 투쟁이었다. 그러나 군부는 무고한 시민에게 총구를 겨눠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군대의 발포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시위는 결국 독재자 네윈을 퇴진시킨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1990년 총선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82%가 넘는 의석을 확보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나 아쉽게도 군부의 철권통치로 귀결되었다. 이 민주화 투쟁의 과정에서 수천 명의 인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화와 변화에 대한 버마 사람들의 의지와 열망은 사그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다.

 

가장 큰 변화는 자유롭게 정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유

 

아웅산 수치는 지난 9월 자유 공정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선거 감시를 요청하였다. 이에 유럽연합(EU), 미국 카터재단을 비롯해 30개국에서 1000명의 국제선거참관단을 파견하고, 버마 시민 사회에서도 9000명의 현지 참관단을 조직하여 총 1만 명 이상의 참관단이 이번 총선에 참여하였다. 필자는 아시아 지역에 선거참관단을 파견하는 네트워크 조직인 ANFREL(Asian Network for Free Elections)을 통해 국제참관단으로 지난 11월 2일부터 약 열흘간 활동하고 돌아왔다.

 

ANFREL은 이번 버마 총선에 총 18개국에서 모인 20명의 장기참관단과 27명의 단기참관단을 파견하였다. 양곤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참관단들과 함께 버마의 정치 현황과 선거법, 선거 절차 등과 참관단의 역할과 주의점 등을 교육받았다. 선거참관단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역할과 책임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선거참관단은 이곳에서 선거가 공정하고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유권자들에게 위협이나 투표의 어려움이 없었는지 등을 참관하고 그 결과를 정리해 버마의 선거 제도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선거 과정에서 참관단은 선거를 방해하거나 중지시킬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튿날 2명씩 한 팀이 되어 각 지역으로 파견되었다. 내가 파견된 지역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Rakhine State)로 소수민족당인 아라칸민족당(Arakan National Party, ANP)이 우세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민족 갈등이 심해 지난 2012년 무슬림인 로힝야와 불교도인 라카인의 유혈 사태가 발생하여 200여 명이 사망하기도 하였다. 시민권이 없어 임시 등록 카드인 '화이트카드'를 발급받은 이슬람교도인 로힝야는 2008년 헌법 국민투표, 2010년 총선에도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지난 2월 정부의 화이트카드 전면 무효화로 이번 총선에서 투표권이 부여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라카인 주에 도착하자마자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총선 준비 상황을 확인하였다.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는 선거인 명부 수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각 투표소 준비 현황을 챙기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전 투표 현장 방문, 주요당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을 인터뷰하며 선거 운동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투표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등에 대해 확인하였다.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가 버마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며 주변 사람들과 자유롭게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가장 큰 변화라고 꼽았다. 모든 당 후보자들의 유세 현장을 방문해 정책을 비교한 후 표를 던질 거라는 한 유권자는 지난 2010년 선거 때는 과거 군부 세력의 선거 결과 부정으로 선거 참여 의욕이 없었으나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한 표가 큰 변화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 거라며 투표에의 뜨거운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변화에 대한 기대와 열망 보여준 유권자들 

 

선거 당일인 11월 8일 5시, 약간은 긴장하며 라카인 주 씨트웨 타운십(Sittwe Township)의 한 군부대 투표소를 찾았다. 군부대는 다른 투표소와 달리 폐쇄적인데다가 사전 투표는 진행하지 않아 자유 선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곳이다. 6시부터 열리는 투표소에 일찍부터 찾은 유권자들의 긴 행렬이 이번 선거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느끼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러나 각 투표소에는 각 정당 관계자와 현지참관단 등 총 10명의 참관단이 배치되어 하루종일 선거 진행 과정을 지켜보게 되어있는 데 반해, 이 투표소에는 참관단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라카인 주의 14개 투표소를 돌며 투표 진행 과정과 개표과정을 참관하여 잘 진행되는지 확인하였다. 일부 투표소는 3000명에 달하는 유권자들로 인해 투표 시간 동안 투표가 마무리되지 못하거나 유권자들이 몰려 투표소 안이 난장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처음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 중 다수는 투표 방법을 모르거나 상하원, 지역의원을 뽑는 투표 용지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개표 과정에서 조작 의혹이 일기도 했다.

 

▲ 개표 과정. 각 당 관계자 및 현지 참관단을 증인으로 두고 개표를 진행한다.  ⓒ이영아 
 

 

민주화로 가는 길, 아직 남아있는 과제들 

 

그러나 ANFREL을 비롯해 EU, 미국 카터재단 등 국제참관단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이번 선거가 비교적 평화롭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치러졌다고 평가하였다. 과거에 비해 평화롭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거가 치러졌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과 배제된 소수 민족의 투표권에 대해서는 분명히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11월 22일 선관위는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하였다. 개표 결과 민족민주동맹(NLD)이 의회 의석의 59%를 확보하여, 대통령을 배출하고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선거는 버마의 큰 변화이자 민주화로 가는 전환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평화로운 정권 이양, 소수 민족의 포용 등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버마에 진정한 변화가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2015 버마총선 참관보고회

버마에 부는 민주화의 바람

 

버마에 민주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8일 25년만에 실시한 자유총선에서 아웅산 수치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가 압승하면서 53년간 이어졌던 군부통치가 막을 내리고 버마의 봄을 알리는 민주화의 씨앗이 피고 있습니다.

 

언론은 버마총선 과정은 매우 고무적이고 평화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유권자들의 인내심, 존엄성, 열정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지난 열흘간 한국시민사회국제참관단 활동을 하고 돌아온 참관단들은 어떻게 느꼈을까요?
변화에 대한 버마사람들의 열망과 의지를 그대로 전달받았을까요?
민주화로 나아가는 기로에서 아직 남아있는 과제와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참관단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
민주화의 기로에 서있는 버마의 향후 전망을 들어보는 소중한 기회, 놓치지 마세요!

 

○ 일시: 2015.11.26. 목 19:00 ~ 21:00
○ 장소: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 사회

- 백가윤 (참여연대 활동가)

 

○ 이야기 손님

-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팀장)

- 문기홍 (대학원생)

- 송유림 (대학원생)

- 이영아 (참여연대 활동가)

-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참가 신청하기 >> 

 

목, 2015/11/19- 14:13
207
0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6 아시아생각] ① '쯔위 사건', 돈벌이에만 혈안인 K-팝에 '경종'

[2016 아시아생각] ② 쯔위 덕 본 차이잉원 "대처 존경한다"? 

[2016 아시아생각] ③ 미국-러시아의 시리아 임시 휴전 합의, 그러나...

 

수치의 '막후 정치', 버마 앞날이 불안하다

[아시아 생각] 54년 만에 출범하는 문민 정부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교수

    


지난 3월 15일, 버마(미얀마) 의회는 민간 대통령을 선출했다. 영연방(Commonwealth)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 온건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출범한 민간 정권이 1962년 쿠데타로 인해 군정 치하가 된 지 꼬박 54년 만의 일이었다. 비민주적 헌법의 존치, 군부의 보장된 이익, 국민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는 간접 선거는 대통령의 정통성을 완전히 보장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국민의 신망을 받는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가 대통령이 되지 못한 결과는 두말할 나위 없고, 대통령 당선인인 틴쩌(U Htin Kyaw)를 아는 국민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명색이 한 국가의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아웅산 수치의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과 여전히 군부가 정부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거나 때로는 국정 운영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해괴망측한 구도는 반세기 만에 민주주의를 회복한 이 나라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작년(2015년) 총선에서 버마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열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면, 지난 20년간 이 나라를 기웃거리던 나와 같은 관찰자의 눈에도 몇 줄기 희망의 가능성은 보인다. 

 

▲ 버마의 새 대통령 선출 후에도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로 알려진 아웅산 수치. ⓒAP=연합뉴스 
 

 

막후 정치→군정→공개적 막후 정치가 정치 발전? 

 

곧 출범할 문민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국정 수행 능력이고, 이는 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내부 사정과 직결된다. 1989년 창당한 NLD는 1990년 총선 이후 주축 인사들이 투옥 또는 망명하여 사실상 기능이 마비되었고, 당내 한 축을 담당하던 퇴역 군인들의 고령화로 인해 당내 공백이 불가피했다. 만약 아웅산 수치가 아웅산 장군의 혈육이 아니거나 국제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다면, 그녀도 감옥에서 정치적 생애를 마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택 연금 당한 상태였지만 아웅산 수치는 NLD와 국민이 기댈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목숨만 연명하던 NLD에게 녹록치 않은 대상이다. 작년 총선에서 보았듯이 NLD가 승리한 배경은 NLD의 정치력이 아니라 군부 통치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아웅산 수치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NLD는 국민을 위한 현실적 공약 하나도 내세울 수 없을 만큼 허약한 정당 그 자체였다. 2012년까지 당론으로 채택된 서방의 경제 제재 존치는 아웅산 수치의 언급 한 번으로 뒤집히기도 했고, NLD 소속 출마자는 정치 신인이 다수를 이루었다. 정강은 미사여구와 정치적 수사로 뒤덮인 창당 당시 짧은 문구로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한다. 

 

아웅산 수치를 중심으로 해서 여전히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겠으나 아직 문민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은 발표되지 않았다. 올 초 아웅 산 수 치는 국민 화해와 국민 통합을 국정 운영의 최대 과제로 발표했는데, NLD의 역량을 참고할 때 그 방식과 절차는 여전히 의문이며 궁극적으로 역대 모든 정부가 성공하지 못한 이 거대한 과업을 신생 문민 정부가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여기서 군부는 그들이 정치권에 지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지금까지 총 세 차례에 걸친 군부의 정치 개입은 혼란한 사회 질서의 회복이 그 명분이었고, 특히 1988년 쿠데타 당시에는 그들의 역할을 첫 번째 정치 개입이었던 1958년으로 맞추었다. 즉 군부에 따르면 소수 종족의 분리주의로 인한 국론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 문민 정부의 요청을 수용했고, 그들이 집권한 18개월은 평화와 통합의 시기였다. 마찬가지로 군부는 정치적 '통치자'는 아니지만, 최소한 연방이 분열되지 않게 하는 국가의 '수호자'로서 국가 통합의 주역이 될 것이며, 이를 빌미로 정치 개입의 명분을 유지할 것이다. 동구 유럽과 아랍 세계의 전례는 군부를 위한 역사적 교훈이다. 

 

필자는 독립 이후 군부 통치로 얼룩진 버마 현대 정치의 특징을 인적 관계에 바탕을 둔 '막후 정치'로 정의한다. 견고한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의 지휘 체계를 갖춘 군 조직의 특성이 버마에서는 과두제의 전통과 결합함으로써 정치적 근대 제도는 필요에 따라 선택되거나 상황에 따라 곡해됐다. 모든 공직에서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현안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자는 사망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시대는 끝난다.

 

막후 정치를 부정하는 군부의 정치 관행과 달리 아웅산 수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공개적 막후 정치를 선언했고, 그녀의 선택이 적절했다면 틴쩌 당선자는 그녀의 의중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NLD 내 반발 기류는 전혀 목격되지 않고, 대리 통치인을 선출한 의회와 아웅산 수치에 대한 국민의 그 어떤 평가도 없다. 필자는 이런 현상이 매우 불만이다. 아웅산 수치를 염두에 둔 헌법 조항이 효력을 발생함으로써 군부는 등을 돌려 웃을 수 있겠지만, 비민주적 헌법을 만든 군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현대 정치 제도를 완전히 무시한 아웅산 수치의 선택도 상식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아웅산 수치는 법치와 인권이 민주주의의 핵심이고, 버마에서는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고, 대신 버마의 민주주의는 자비(metta)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그녀는 국민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며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는데 조력자에 불과한 평범한 정치인으로 자신을 정의했다. 그런데 그녀는 잘못된 헌법을 고치기보다 버마 권위주의의 상징을 채용함으로써 막후 권력 체제를 통한 정치 의지를 실현하고자 한다. 만약 그녀가 막후에서라도 최고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버마의 민주주의가 달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곧 민주주의로 위장한 변형된 권위주의를 위한 변명에 불과할 것이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버마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헐거워진 군부 권위주의의 유산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다. 군부를 견제할 사회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통치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상실했지만, 군부는 여전히 국민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문민 정부에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다. 도입한 민주 제도는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고,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정착시킬 당사자들은 여전히 권위주의적 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가 경험한 성장통으로 버마를 괴롭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버마의 정치 발전은 암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정치적 과도기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부정적인 현실은 긍정적인 미래로 전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 문민 정부는 이데올로기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철저하게 실용적인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역대 정부는 지도자가 구상한 이념을 실행하는 차원에서 현실보다 이상을 추구해 왔고, 그로 인해 세계사적 특수성은 확보했을지 몰라도 국가 발전에는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했다. 

 

불교 사회주의 시기에도, 군부 권위주의 시기에도, 이제 시작될 문민 정부에도 변하지 않는 국민의 희망은 물질적 혜택과 복지이다. 정치권에서 군부의 배제, 민주적 헌법으로의 개헌도 당연한 과제이다. 그러나 국민이 아웅산 수치가 현재 문제점을 일시에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것처럼 문민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군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사안에 따라 협력, 타협, 배제와 같은 탄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아웅산 수치는 기형적인 정치 구도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일에 천착하기보다 여당의 당수로서 의회 내에서 더 민주적인 법안을 마련하고 시행하기를 기대한다. 1990년 총선에서 승리할 때처럼 NLD가 고자세를 유지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군부에 실망한 국민은 NLD에게 희망의 기회를 준 것뿐이다.

 

프레시안 보기 >> 

수, 2016/03/23- 23:09
27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