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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누가 세금 도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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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누가 세금 도둑인가

익명 (미확인) | 월, 2015/11/16- 17:00
[여성신문] 세상읽기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님의 글입니다. 
  [2015-04-16]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누가 세금 도둑인가

지난주 원진재단 녹색병원이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베트남 마을의 생존자 두 분을 모셔와 종합검진을 해드리고 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노란 세월호 리본을 가슴에 달고 참석한 런씨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온몸에 파편이 박힌 채로 혼자 살아남았고 지금도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고 지칠 때까지 달리다 잠이 든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마을 사람들이 키워주고 도와줘서 살았다며 자신은 마을이 키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선한 이웃 아저씨 같은 얼굴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런씨는 자신이 어떻게 고통을 겪었는지 한국의 잘못을 추궁하러 온 게 아니다. 어떻게 전쟁의 상처를 아물게 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고 그리고 어떤 전쟁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아프더라도 계속 기억하고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고, 그 전쟁을 감당해야 하는 이들은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힘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전쟁도 막아야 한다는 이 평범한 진실이 런씨의 인생을 뚫고 내게도 아프게 와 닿았다. 진심으로 미안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일관되게 공공성을 말해왔다. 오로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그 죽음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보상과 특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 진실이 규명된다면 4억이 아니라 4만원만 받아도 된다고 했다. 대학특례 입학을 부탁한 적도, 22가지 온갖 특혜를 요구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호를 ‘교통사고’라 말하고, 같은 당 김재원 의원이 세월호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명명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공적 영역에 속하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독립적인 권한과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시스템 구축, 그리고 희생자들을 공적으로 기억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정부는 특위의 인원도 줄이고, 조사 대상인 정부가 오히려 업무 지시와 총괄을 하고 진상 규명은 정부의 조사자료를 분석하고 조사하는 것으로 축소되고, 안전사회도 해양사고 분야로 국한한다는 시행령을 발표하고 1주기에 맞춰 보상금 얘기나 흘리고 있다. 백 번 양보해 교통사고라 치자. 골목길에서 일어난 접촉사고도 잘잘못을 따져 진실을 규명하는 우리 사회 아닌가. 우리 사회는 304명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대충 물러나도 괜찮단 말인가. 왜 600만 명이 서명해 약속한 특위 기간 1년 8개월을 참지 못하는 걸까.

먼저 진상 규명이라는 진실을 확인한 이후 우리 사회는 함께 고통스러운 기억의 강을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이 세월호를 건널 유일한 방법이다. 진상 규명이 단지 유가족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피할 수 없는 숙제라고 합의할 때 우리 사회는 이 분열된 전쟁의 늪에서 겨우 한 발을 뗄 것이다.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한다. 명백히 우리 사회의 정치적 책임의 문제다. 감히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고 한다. 과연 누가 이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금 도둑이라고? 당신들이 세금을 어떻게 쓰는지 똑똑히 보겠다.

<ⓒ2015 여성신문의 약속 ‘함께 돌보는 사회’, 무단전재 배포금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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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본연의 역할인 ‘권력 감시’ 강화해야 

회원님들께 세월호 참사와 참여연대 운동 혁신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재근 정책기획팀장

 

지난 7월, 참여연대는 2014년 2차 회원모니터단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상반기 가장 큰 사건이었던 세월호 참사 관련 질문과 참여연대의 상반기 활동에 대한 평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활동방식의 혁신을 위한 과제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조사 시기 : 2014년 7월 01일~7월 13일

설문 응답 : 총 265명(총 484명 중 54.8% 응답)

분석 수행 : 리서치뷰 

 

세월호 참사 원인과 정부 대응 관련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1.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복수응답)

회원모니터단 설문결과 ‘재난 콘트롤타워(청와대와 행정안전부)의 무능’(54.0%)과 ‘민관유착과 전관예우(이른바 관피아)등 공직자 부패’(50.2%)를 꼽은 비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과적, 안전검사 소홀 등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추구’(33.6%), ‘안전 분야 규제완화’(20.8%), ‘재난 안전 전담체계의 비효율성이나 예산 부족’(17.4%) 등의 순으로 응답되었습니다. ‘재난 콘트롤타워(청와대와 행정안전부)의 무능’이라는 응답은 40대(59.7%), 여성(66.7%)에서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2.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국회가 우선 주력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복수응답)

설문결과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이라는 응답이 51.7%로 가장 높았습니다. 설문조사 기간이 국정조사 시기였기에 이러한 답변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독립적조사기구 설립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34.3%), ‘실종자 구조 작업’(30.2%), ‘참사 희생자,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지원’(23.8%), ‘관피아 척결 등 공직윤리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22.3%), ‘안전 분야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재검토’(14.7%), ‘국가안전처 신설 등 재난관리시스템 정비’(11.7%)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3.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후 해경 폐지 및 국가안전처 신설 등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퇴직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회원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설문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후 대책 발표에 대해, ‘부적절한 대책이다’라는 응답이 64.9%(매우 부적절한 대책이다 35.8% + 대체로 부적절한 대책이다 29.1%)로 ‘적절한 대책이다’라는 응답 10.2%(매우 적절한 대책이다 1.9% + 대체로 적절한 대책이다 8.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한편, ‘그저 그렇다’는 응답은 23.8%(그저 그렇다 23.8%)였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4. 회원님은 제 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가장 혁신해야 할 집단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설문결과 ‘대통령과 청와대’가 43.4%로 가장 높았습니다. ‘행정부와 관료(공무원)’이 36.6%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 외, ‘기업과 기업인’(7.2%), ‘정당과 정치인’(6.0%), ‘일반 시민’(4.9%), ‘검찰과 경찰’(1.1%), ‘교육과 학교’(0.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응답은 40대(48.9%), 여성(49.4%)에서 특히 높았습니다.

 

참여연대의 세월호 참사 대응과 2014년 활동 관련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5. 회원님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참여연대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설문결과 ‘참여연대가 꼭 해야 하는 일이고 활동에도 만족한다’는 응답이 75.1%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한편, ‘참여연대가 꼭 해야 하는 일이나 활동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응답은 21.9%, ‘참여연대가 적극 나설 일은 아니라고 본다’는 응답은 1.5%였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6. 제 2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참여연대가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활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개선택)

설문결과 ‘진상규명과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가 68.3%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관피아 등 공직자 부패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안 제시’(34.7%), ‘한국사회 진단과 개혁방향 모색 위한 사회적 공론장 마련’(23.4%), ‘재난안전 관리시스템 개혁을 위한 정책대안 제시’(20.8%), ‘강행되고 있는 규제완화 조치에 제동 거는 활동’(20.4%), ‘시민의 의혹제기나 비판적 의사표현 막으려는 정부 조치 대응’(15.5%) 등의 순으로 응답되었습니다. ‘진상규명과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라는 응답은 40대(76.3%), 2001~2005년 회원가입 층(76.9%)에서 특히 높았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7. 세월호 참사 대응 이외에도 참여연대는 올해 상반기 동안 아래와 같은 활동들을 전개했습니다. 회원님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활동은 무엇입니까?(3개 선택) 

설문결과 ‘국정원 대선개입과 증거조작 사건 등에 대한 책임추궁 활동’이 71.7%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의료영리화 정책 철회를 위한 법적 대응과 시민행동 조직’(37.0%), ‘고위공직자 직권남용과 위법행위에 대한 고소, 고발 조치’(29.8%), ‘기업과 정부의 노동권 탄압에 대한 대응’(28.3%), ‘검찰권 오남용에 대한 비판과 기록 활동’(24.2%), ‘박근혜 정부 1년, 공약 이행 평가 활동’(21.9%)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의료영리화 정책 철회를 위한 법적 대응과 시민행동 조직’이라는 응답은 여성(46.0%)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8. 상반기 동안 참여연대가 전개한 활동에 대해 회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참여연대의 상반기 활동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93.2%(매우 잘하고 있다 20.8% + 대체로 잘하고 있다 72.5%)였습니다. 한편, ‘그저 그렇다’는 중립평가는 4.5%(그저 그렇다 4.5%)였으며,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0.8%(대체로 못하고 있다 0.8%)에 그쳤습니다.

 

참여연대 향후 활동방향 관련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9. 참여연대는 20주년 평가비전위원회 논의와 회원 설문 등을 통해 지난 활동들을 평가하고 새로운 활동방향을 모색해왔습니다. 그 결과로 참여연대는 아래와 같은 활동방향과 역할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회원님은 이 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개선택)

설문결과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응답이 79.6%로 가장 높았습니다. 참여연대의 본래의 역할을 권력감시로 보시는 회원이 많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사회 개혁방향과 정책에 대한 대안 생산’(37.0%), ‘시민의 비판여론과 정책제안을 전달·관철’(35.1%), ‘온·오프라인 시민 소통과 협력 네트워크’(16.6%), ‘당사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연대’(15.8%), ‘행동하는 민주시민 육성과 지원’(10.2%)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10. 참여연대는 시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고 가까워지기 위해 아래와 같은 사업을 강화하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원님은 이 중에서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2개선택)

설문결과 ‘활동기구 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 마련’이라는 응답이 44.5%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쌍방향 소통 강화’(32.8%), ‘청년·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다양화’(31.7%),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좌의 확대 발전’(29.1%), ‘팟캐스트 등 독자적인 채널 마련’(27.9%), ‘시민참여와 복합문화공간 활용을 위해 참여연대 공간 개방’(23.0%) 순으로 응답되었습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쌍방향 소통 강화’라는 응답은 50대이상(41.5%), 2000년 이전 회원가입층(40.0%)에서 높았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11. 참여연대는 이슈를 제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회원님은 지금보다 강화해야 할 활동방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2개선택)

‘시의적절한 입장표명(논평/성명, 기자회견 등)’이 48.7%로 가장 높았습니다. ‘국회 입법청원·발의’가 38.9%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 외, ‘고소고발 등 법률 대응’(26.8%), ‘시민 직접행동 조직’(25.3%), ‘당사자(혹은 사회적 약자 집단)와의 현장 연대’(24.5%), ‘이슈리포트 등 정책자료 발간’(19.2%), ‘SNS 등 온라인을 통한 이슈 전파’(15.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의적절한 입장표명 (논평/성명, 기자회견 등)’은 2000년 이전 회원가입층(60.0%), 2011년 이후 회원가입층(54.8%)에서 특히 높은 응답이 나왔습니다. 참여연대가 시민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참여사회 2014년 9월호 (통권 214호)

 

Q12. 회원님은 참여연대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설문결과 ‘열악한 상근자 복지’(29.4%), ‘선택과 집중이 없는 사업’(24.5%), ‘논평, 기자회견 등에 집중된 문제제기 방식’(16.2%), ‘가독성이 떨어지는 콘텐츠’(12.8%), ‘시민에게 위화감을 주는 집회, 시위 방식’(10.9%) 순으로 응답되었습니다. 내실부터 다지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라는 회원들의 의견 새겨듣겠습니다.

월, 2014/09/0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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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은 줄어드는 게 당연…보험료 높이는 게 바람직”

‘사회보장 최저선 권고안’ 하게메예르 명예교수 ― 연금 최고 전문가 김연명 교수 대담

현재 기금은 연금급여 29년치…1~2년치가 적당
보험료 안 올리면 급여액은 줄 수밖에 없어
노사정이 합의해 보험료 인상 시기·규모 정해야

하게메예르 교수(가운데)와 김연명 중앙대 교수(오른쪽)가 지난 달 23일 서울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한국 연금 제도의 개혁 방안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하게메예르 교수(가운데)와 김연명 중앙대 교수(오른쪽)가 지난 달 23일 서울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한국 연금 제도의 개혁 방안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 1위, 노인 빈곤율 1위의 한국. 국민연금의 중요도는 날로 커지는데 2060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보여,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방향성을 가늠해보고자 크리스토프 하게메예르(Krzystof Hagemejer) 본 라인 지그 대학(Hochschule Bonn-Rhein-Sieg) 명예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최근 서울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대담을 했다.

하게메예르 교수는 20여년간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일하며 사회보장 제도의 의의와 중요성을 담은 제202호 사회보장 최저선 권고안(2012년 채택)을 만들고 수정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그는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권미혁·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 사회공공연구원이 주최한 국민연금 국제 심포지엄 참여차 한국을 찾았다.

김연명(이하 김) 한국 사회에서 연금은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이슈다. (2047년에 기금이 소진된다는 2003년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2007년에 국민연금법이 개정되어 60%였던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점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올해도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예정되어 있어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데 교수님의 오랜 연구 경험이 한국의 연금 개혁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예상한다.지난 20년 동안 세계은행이 주도하는 시장 친화적 연금 개혁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이와 관련해 국제노동기구는 끊임없이 세계은행을 비판해온 것으로 안다. 두 기관의 연금 개혁 방안 차이는 무엇인가?

하게메예르 세계은행의 연금 개혁 방안은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미국 사회보장 개혁 논쟁에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 경제학자들은 두 가지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한쪽은 연금 급여액을 소득의 일정 비율 또는 일정 금액으로 지불하여 은퇴 후 소득보장을 해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확정급여형, DB, Defined Benefit), 다른 쪽은 그런 방향이 비현실적이고 너무 비싸니까 민간에 맡겨서 운영하며 적립한 기여금과 기여금의 투자수익에 의해 급여액을 결정하는 확정기여형(DC, Defined Contribution)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논쟁은 시카고 학파 학자들의 주도로 1980년대 칠레의 연금 개혁으로 이어졌다. 당시 칠레는 국가 차원에서 확정급여형 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아에페뻬(AFP, Administradoras de Fondos de Pensiones)라는 민간회사로 관리 주체를 바꾸며 확정기여형의 개인계좌제 연금이 도입되었다. 이때 고용주의 기여분이 없어지고 장애인 급여도 사라졌다. 칠레 연금 개혁은 중부 유럽과 동유럽 국가의 연금개혁으로 이어졌다. 유럽 국가들은 칠레보다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해 있었기 때문에 칠레처럼 근본적인 연금 개혁은 아니었지만 금융계가 이 흐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세계은행의 연금 개혁안이 시장 친화적으로 바뀌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세계은행은 각 나라의 재정부가 참여하는 기관이다. 빈곤을 없애는 게 세계은행의 목표지만 실제로는 재정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며 정부의 지출 증가를 반대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금 개혁도 지출 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금 지출액을 유지하려고 하니 확정기여형을 지지하는 게 당연하다. 금융 서비스 기관의 로비로 인해 연금 민영화를 부분적으로 지지하기도 한다.

반면 국제노동기구는 각 나라의 노사정 연합이 모여 국제 노동표준을 정하는 기관이다. 노동자의 입장도 반영하는 곳이다 보니 국제노동기구의 연금 개혁안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제102호 사회보장의 최저기준에 관한 협약, 제128호 장해·노령 및 유족급여에 관한 협약, 제202호 사회보장 최저선에 관한 권고안에 근거하여 연금 개혁에 관한 입장을 낸다. 특히 기여 기간이 짧거나 저소득층인 이들을 보호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유럽에서는 정년 연장 논의가 벌어졌다. 정년을 연장하지 않으면 재정 부담이 늘어나 세계은행식의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개혁안이 적용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보편적 보장 위해 각 계층·집단에 적합한 연금제도 필요

 과거의 국제노동기구는 소득 비례 연금 제도를 굉장히 강조했으나 지금은 정액 연금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 실제 그러한가?

하게메예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국제노동기구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에 영국의 연금 기여 방식 논쟁을 참고하여 제67호 소득보장권고를 채택했다. 이 권고안의 핵심 내용은 실업, 장애, 노령, 출산 등의 이유로 빈곤에 처할 경우 사회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사회보험을 통해,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공공부조를 통해 소득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채택된 제102호 협약은 기여식, 소득비례, 지역기반, 임금수준 연결, 자산조사에 근거한 연금 보장 등 다양한 연금보장 방식을 다루고 있다. 제102호 협약이 채택되었을 때는 제조업이 성장하고 있던 시기라 임금노동이 큰 비중을 차지할거라 생각해 기여형 연금을 구상했다. 하지만 저개발 국가에서는 임금노동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비공식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아 기여형 연금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20년간 정액 연금과 기초연금이 발달한 이유는 저개발 지역의 5~10%밖에 안 되는 임금노동 인구만 기여형 연금으로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90%를 위해서는 정액, 비기여 방식이 도입될 수 밖에 없었다. 제102호 협약을 보충하기 위해 채택된 제202호 권고안의 핵심 내용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 보장을 해주기 위해서는 각 계층과 집단에 맞는 연금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이 2008년에 발행한 ‘연금 격차 해소 방안’(Closing the Coverage Gap)이라는 보고서도 이 내용을 다루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연금 제도를 확정기여식으로 바꾸면 더 많은 사람이 연금 제도에 가입할 거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이후 세계은행은 남미의 연금 제도 개혁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전환했고 기여식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이들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제노동기구 내부에서도 제202호 권고안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있었다. 연금은 연금가입자들의 보험료 수입으로 지급하는 게 원칙인데 제202호 권고안은 이 원칙에서 벗어난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비기여식 정액 연금의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논란이 되었다. 한국의 기초연금은 지급액이 적기 때문에 예산에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추후 연금을 확대하려면 재정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재정문제가 생긴 후 보장수준을 낮추거나 지출을 삭감할 순 없지 않나.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국제노동기구는 제102호 협약과 제128호 협약에서 강조한 기여 방식의 연금 제도를 포기한 게 아니라 제202호를 통해 보완한 건가?

하게메예르 그렇다. 제202호도 기여제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기여제를 통해 보장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식 고용 관계를 확대하여 더 많은 이들이 기여식 연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ILO 권고는 ‘노동자 편’이 아니라 노사정 합의

 한국 사회는 국제노동기구의 협약이나 권고가 노동자의 이해관계만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론 노사 상호 협약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용자도 충분히 수용 가능한 내용이지 않나?

하게메예르 협약과 권고안은 다르다는 걸 우선 짚고 넘어가자. 국제노동기구의 협약은 개별 국가가 비준하여 해당 국가의 법률처럼 작동한다. 준수할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다. 하지만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준수 의무가 강제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의 모든 권고는 노사정 합의로 만들어진다. 권고안의 내용이 작성되면 매년 6월에 개최되는 회의에서 투표로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회의 구성원은 정부 50%, 노동 25%, 사용자 25%로 참가자 2/3 이상이 찬성해야 채택될 수 있다. 그러니 노동계나 고용계 한쪽에게만 유리한 권고안이 만들어질 수 없다. 몇 년 전 특수고용직을 없애는 내용의 권고안이 사용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채택되긴 했지만 대부분 채택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제102호 협약도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가 반대하며 오랜 기간 논쟁을 거쳤다. 공식 부분에서 일하며 기여식 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노동자가 남미의 경우 40% 정도다. 이들은 사회보호최저선 같은 정액 연금이 도입되면 기여식 연금을 통해 받는 연금액이 줄어든다. 사용자도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는 걸 원치 않았던지라 협의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국내에서 칠레 연금 개혁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실패한 모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국제 사회는 칠레 연금 모델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하게메예르 칠레의 첫 번째 연금 개혁은 적용 범위가 좁아지고 보장 수준도 낮아졌기 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기여를 중단하고 낮은 연금을 받으며 비공식 부분에서 일을 해 돈을 벌어 문제가 되었다. 바첼레트 대통령이 추진한 2차 연금개혁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비기여 방식의 정액 연금을 강화하여 적용 범위를 확대했고 두 번째 임기 때는 사용자 기여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바첼레트는 두 번의 대통령 임기 사이에(칠레 대통령은 연임이 불가능하다) 유엔(UN)의 사회적 보호 최저선 자문기구(Social Protection Floor Advisory Group)의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사회적 보호 최저선이 전 세계에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칠레의 연금개혁과 비슷한 방향이었다.

김 지금까지 오이시디나 영향력 있는 국제기구들은 연금을 삭감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적절한 소득보장엔 관심이 없었다. 최근 들어 적절성(adequacy) 개념이 부각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또, 국제적 수준에서 논의되는 적절성 개념에서 봤을 때 한국의 연금은 소득보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하게메예르 오이시디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니 한국의 연금 제도에 굉장히 비판적이었다. 기여 수준이 낮고 노년 빈곤을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이시디는 일반적으로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다는 걸 생각해보면 심각한 상황이다. 유럽이나 다른 나라를 보면, 노년 빈곤보다 청년 빈곤이 심각하다. 미래의 소득보장률이 더 낮아서 빈곤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정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노년 빈곤 해결과 적정성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가입기간 40년에 소득대체율 40%는 ILO 기준 못미쳐

김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하게메예르 한국에 오기 전 오이시디의 자료를 검토하긴 했으나 한국의 사회적 맥락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얘기를 들어달라. 한국의 기여형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국의 사회적 맥락을 잘 모르기 때문에 두 연금에도 불구하고 왜 노인 빈곤이 해결되지 않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급여수준이 빈곤선보다 더 낮기 때문에 노년 빈곤에 충분한 대응책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가입 40년 후 40%의 소득을 대체하는 것으로 국민연금이 설계되었다고 알고 있다. 현재 연금을 수령하는 이들은 가입기간도 짧고 보험료도 9%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보장액이 적다. 기여 제도를 운용하려면 가입기간을 늘려야 한다. 40년 후 40%를 보장하는 목표는 그렇게 나쁜 수준은 아니나 아이엘오 기준에 비하면 부족하다. 제202호에서는 30년 후 40%를 보장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2060년에 연금 기금이 소진될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던데 나는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분명 조치를 취할 것이다. 미국은 2030년 후반에 기금이 고갈될 거라고 예상하지만 신경 쓰는 국민은 거의 없다.

 국민연금의 급여 적절성을 확보하기 위해 9%에 불과한 기여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노동계가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인데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상승분을 정부가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정치 불신으로 인해 보험료를 올린다고 급여액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계를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지 의견을 달라.

하게메예르 지금은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기금이 존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게 맞다. 사실 국민연금의 주요 재원은 보험료다. 기금은 안정성과 유동성을 확보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는 완충기금의 역할을 할 뿐이다.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급여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이해해야 노조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폴란드 연대 노조에서 일을 해봐서 아는데, 노조를 설득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노조도 연금 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재분배 성격을 가진 확정급여 제도를 유지하려면 점진적인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 또한 퇴직연령의 점진적인 인상도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의 변화가 없다면) 명목확정기여제도(NDC, Notional Defined Contribution)가 도입될 수 밖에 없다. 명목확정기여제도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제도다. 기여금의 합계를 기대여명으로 나누는 것이기에 재정적 안정성은 보장되지만 급여의 적절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여 연금 제도를 보조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독일, 프랑스 등 연금 제도가 성숙한 국가에서 정부의 세금 보전은 중요한 재원이 되었다. 단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독일, 프랑스는 국민 거의 모두가 연금 가입자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 세금을 투입한다면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

김 국민연금 기금이 2060년에 고갈될 거라는 전망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금 규모는 지디피(GDP) 대비 37%로 일본의 28%, 스웨덴의 29%보다 높다. 심지어 50%로 증가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처럼 적립금이 많은 국가가 별로 없는데 우리 국민들은 기금 고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금의 규모가 이렇게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갈을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또, 노동계나 진보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일부를 공공병원, 공공주택, 공보육에 투자하자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하게메예르 기금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 연금 급여는 기여금으로 보전하는 것이지 기금으로 보전하는 것이 아니다. 초기에는 급여 수준보다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었기 때문에 기금이 쌓였다. 지금 한국의 기금 규모는 29년치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정도인데 (일반적으로는) 1~2년치 정도가 적당하다. 적립금은 줄이고 보험료를 높이는 게 더 바람직하다. 노사정이 합의해서 보험료 인상 시기와 규모를 정해야 한다.기금 투자 전문가가 아니라 의견을 내기 조심스럽지만 기금은 급여를 보장하는 데 쓰거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게 맞다. 수익이 낮은 곳에 투자하는 건 가입자 입장에서 보면 적절하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 가입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자 방식이 있다고 얘기하니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정리·사진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국민연금 기금은 줄어드는 게 당연…보험료 높이는 게 바람직”, <한겨레>, 2018년 4월 13일.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40421.html&gt; (2018.4.16.-접속날짜)
월, 2018/04/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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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초 화물칸 적재 차량에서 수습돼 복원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녹화시각이 표시돼 있지만, 실제 시각과는 적지 않은 오차가 있다. 이 영상에 담긴 각종 정보를 통해 세월호 침몰 원인에 다가설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영상이 녹화된 실제 시각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영상 속 각 장면의 실제 시각을 확정해야 세월호의 AIS 항적 기록이나 선원과 승객들의 진술 등과 비교해서 의미 있는 분석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4년 9월 세월호 선내 CCTV를 분석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CCTV 화면에 나타난 시각이 실제 시각보다 15분 21초 느리게 표시돼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또 지난해 4월 세월호의 화물량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참사 전날 세월호를 비추고 있던 인천항 CCTV 영상의 시각은 실제보다 1분 17초 빠르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같은 기존 정보들이 복원된 블랙박스 영상의 실제 시각을 파악하는 데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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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데크 마티즈 블랙박스 : 화면시각 – 11분 6초 = 실제 시각

먼저 트윈데크에 실려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인천항에서 세월호 램프로 진입하는 과정이 녹화된 영상이 남겨져 있다. 이 영상과 인천항 CCTV 영상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차량은 연두색 마티즈로 확인됐다. 이어 이 차량이 램프를 통해 세월호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의 블랙박스 영상과 선내 CCTV에 잡힌 동일한 순간을 대조해서 실제 시각을 계산한 결과, 이 블랙박스 영상에 표시되는 시각은 실제보다 11분 6초 빠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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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를 적용해서 선체가 기울어지던 시점의 영상을 다시 살펴봤다. 블랙박스 화면에 차량이 급격히 밀리기 시작하는 시점은 오전 9시 49초로 나온다. 여기에 오차값 11분 6초를 적용, 보정하면 실제 시각은 8시 49분 43초가 된다. 이 블랙박스에서 차량이 급격히 밀리기 시작하는 장면의 실제 시각은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43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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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1톤 트럭 블랙박스 : 화면시각 + 1시간 21분 = 실제 시각

앞선 방식을 똑같이 적용해서 C데크 우현 쪽 차량의 실제 시각을 계산했다. 그 결과 이 차량은 1톤 트럭이었고, 블랙박스 화면의 시각은 실제보다 1시간 21분 늦게 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주요 장면들의 실제 시각을 확인했더니, 차량이 우측 벽면으로 밀리기 시작한 것은 오전 8시 49분 44초, 옆 차량에 있던 화물이 떨어진 시점은 오전 10시 14분 17초, 앞쪽의 승용차가 바닥 면에서 이탈해 천장에 부딪히는 시점은 오전 10시 16분 7초, 트윈데크 뒤쪽에서 바닷물이 차 들어오는 장면은 오전 10시 17분 19초에 해당하는 것으로 각각 확인됐다.

좌측 1톤 트럭 블랙박스 : 화면시각 + 43초 = 실제 시각

역시 같은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좌측 벽 쪽에 주차된 차량 역시 1톤 트럭(더블캡)이었고, 블랙박스의 시각은 실제보다 43초 느리게 표시돼 있었다.

따라서 이 차량이 왼쪽으로 밀려 벽에 부딪힌 장면의 실제 시점은 오전 8시 49분 49초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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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쪽 중앙 스타렉스 블랙박스 : 화면시각 + 35초 = 실제 시각

마지막 1대의 블랙박스는 C데크 선수 쪽 중앙에 실렸던 스타렉스 차량에서 수습됐다. 그러나 이 차량은 세월호에 진입하는 장면이 복원되지 않아서 앞선 방식으로는 실제 녹화 시각을 계산해 낼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이번엔 소리 분석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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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타렉스 차량은 선체의 중심선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중심선에 가깝게 놓여 있던 마티즈와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좌측으로 밀려갔을 것으로 보고, 두 블랙박스 영상에서 유사한 소리 정보가 들어있는지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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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비슷한 시간대에서 각각 두 차례씩의 고주파 음향이 확인됐는데 그 간격이 거의 일치했다. 이 소리들이 발생한 시점을 일치시킴으로써 두 영상의 시각을 일치시킬 수 있었고, 그 결과 스타렉스의 블랙박스 영상은 녹화 시작 시각이 오전 8시 48분 58초부터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35초 늦은 오전 8시 49분 33초부터의 영상인 것으로 계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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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통해 복구된 4개 블랙박스 영상의 실제 시각을 모두 확정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세월호가 쓰러지던 순간, C데크 4개 지점에서 발생한 상황을 동시에 살펴보고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김기철
영상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금, 2017/09/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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