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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시론)청담동 노인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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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시론)청담동 노인의 죽음

익명 (미확인) | 화, 2015/11/10- 10:00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고급 아파트에서 75세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그 노인이 살던 청담동의 53평형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노인은 욕실 바닥에 누워 숨진 상태였다. 집은 욕실에 틀어진 샤워기 때문에 물이 흥건했다고 한다. 천정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아랫집 주민의 누수 신고를 받은 뒤 경비원과 경찰이 발견한 것이다. 문 앞에는 일주일치 신문이 쌓여 있었다. 경찰은 그가 혼자 사망한 뒤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살던 아파트 시가가 20억원대일 정도로 재력가이고 영자신문을 늘 받아보던 지식층이었는데도 쓸쓸히 생의 마지막을 맞았다.

청담동 노인의 고독사는 각자도생으로 파편화된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가장 많이 가진 이들조차도 따뜻하게 살기 어려운 상황이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물론 빈곤이나 장애를 안고 있는 노인들은 문제가 더 클 것이다.

한국의 사회관계망은 형편없이 무너져 있다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나타난다. 2015년 10월 OECD는 <How’s Life?>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여기서 OECD는 사회관계망과 관련해 흥미로운 질문을 회원국 국민들에게 던졌다. “당신은 어려울 때 당신을 도울 수 있는 믿을 만한 친척이나 친구가 있습니까?”

스위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이 질문에 대해 95% 이상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 질문에 대해 72%만 ‘그렇다’고 답했다. OECD평균치는 88%이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믿을 만한 친구나 친척이 가장 적은 국민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한국에서 50대 이상은 단 60%만이 ‘도움 받을 친척이나 친구가 있다’고 답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20대까지는 다른 선진국과 비슷하다가, 30~40대에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꼴찌에서 두번째로 떨어졌다가, 50대 이후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꼴찌가 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한국의 경제적 성과는 OECD에서 가장 좋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경제성장 지표로 따져보면 분명 그렇다.

2008년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온 해다. 2009년 이후 세계는 그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다. 미국에서는 유명한 투자은행들이 연달아 파산했고 국가가 막대한 돈을 은행에 집어넣어 겨우 살려내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여러 나라가 재정위기를 겪고 파산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잘 피한 나라로 평가받았다. 위기의 여파가 크게 미치지 않았고, 경제성장률도 단 한 해만 휘청거렸을 뿐 곧 제자리를 찾았다. 한국의 가구당 순가처분소득, 금융 자산, 고용 등은 금융위기로 휘청거린 2009년 이후 개선된다. 물질적 토대는 계속 좋아진 셈이다.

그런데 정작 그 기간 동안, 한국인들은 더 외로워졌다. ‘어려울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는’한국인의 비율은 2009년 이후 5년 동안 7%포인트 낮아졌다. 성장하고 수입을 늘리고 일자리를 찾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수치를 따져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회관계망이 튼튼한 다른 나라에서는 이 수치가 그 기간 동안 높아졌다고 이 보고서는 전한다.

실은 한국인에게 부족한 것은 사회적 관계만이 아니다. 건강과 안전에 대한 한국인의 만족도는 경제가 뒷걸음질 친 다른 나라들보다도 훨씬 떨어진다.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보면, 한국인은 10점 만점에 5.8점을 줬다. OECD 34개 회원국에 러시아와 브라질을 포함한 36개국 중 29위로 최하위권이다. 특히 20대까지는 6.3점, 30~40대는 6점인데, 50대 이상이 5.3점으로 나이가 들수록 불만족은 더 커진다.

지표상 경제는 크게 문제가 없는데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매우 떨어지는 나라. 이 나라에는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저성장이 문제라는 담론이 넘쳐흐른다. 그러나 성장률이 다시 높아진다고 해서 한국인들에게 ‘어려운 순간에 도움을 요청할 친구’가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저성장을 극복하는 방법이 예전의 성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다른 성장모델을 찾는 것이라야 한다.

어쩌면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다. 더 많은 비영리 활동과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으로 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일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할 지 모른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본을 더 키우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은, 어쩌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일이다.

고독한 죽음을 맞은 청담동 노인에게 부족한 것은 아파트가 아니었다. 아파트를 얻으며 희생했던 다른 많은 가치들이었다.

[ 뉴스토마토 / 2015.11.10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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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6/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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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관내 13개 읍면을 대표하는 지역 주민참여예산 위원을 비롯한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며 봉동, 구이, 고산 3개 읍면사무소에서 진행된다.

교육에서는 2018년 예산편성을 위한 주민참여예산 설명회와 함께 권기태 희망제작소 부소장이 강연자로 나서 주민참여예산의 의미와 이해를 사례중심으로 설명, 주민들의 이해를 돕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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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6/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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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책토론회는 (재)희망제작소가 연구한 ‘돌봄 및 방과후학교 마을 협력 연계 방안’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기조발제가 이루어지고, 5명의 토론자와 청중이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로 진행된다.

이날 기조발제로 나서는 희망제작소 강현주 선임연구원은 초등돌봄교실의 운영 현황을 소개하고, 심층면접 및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국내·외 마을 협력 연계 사례를 공유하며,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분산된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통합·재구조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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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6/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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