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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도시재생과 지방정부의 역할

지역

[오피니언] 도시재생과 지방정부의 역할

익명 (미확인) | 목, 2015/11/05- 18:09

본질을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만약 도시가 ‘쇠퇴(Decline)’하지 않았다면 도시재생은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제조업 중심의 사회체제가 한계에 직면하면서 유럽의 산업도시들이 급격히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산업혁명 이후 짧게는 100년, 길게는 200년 이상 도시를 지탱했던 핵심 산업이 몰락하면서 경제적 쇠퇴가 발생했고, 사회적∙환경적 쇠퇴가 뒤따랐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반적인 삶의 질이 저하되는 포괄적 쇠퇴를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쇠퇴한 도시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이 과정에서 도시재생의 개념과 방법론이 공고히 자리 잡았다. 도시재생은 성장 동력을 상실한 도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 활성화를 유도하는 행위이므로, 시차를 두고 세계적으로 유사한 상황과 직면한 도시들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김정후, 2014:49).

도시재생에 대해 도시 쇠퇴를 개선하기 위한 도시계획적 처방으로 정의한다면, 핵심은 쇠퇴의 양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합당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도시의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할 뿐만 아니라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므로 쇠퇴를 분석하고 적합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몇몇 성공사례에 대한 피상적 접근과 성급한 벤치마킹은 도시재생에 마치 정답이 존재하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쇠퇴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이 해당 지역이 보유한 ‘유・무형의 조건’에 기초를 두고 수립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도시에서 성공한 방식을 남용하는 것은 오히려 도시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도시재생은 실천에 앞서 본질이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방정부 중심의 파트너십
20세기 후반에 후기 산업도시들이 도시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다양한 방법론이 등장했는데 그중에서 ‘파트너십 주도형 도시재생’이 크게 주목을 끌었다( Cornelius and Wallace, 2011:73). 도시의 쇠퇴는 주변 지역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국가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초기 단계에 중앙정부가 도시재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문제는 도시재생이 도시의 특정한 몇몇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이 아니고, 쇠퇴기에 접어든 지역 전반에 걸쳐 경제적, 사회적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므로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지속가능한가가 관건이고, 이는 곧 지방정부의 역량과 직결된다. 파트너십 주도형 도시재생은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배경으로 빠르게 위상을 정립했다.

파트너십 주도형 도시재생은 거시적으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미시적으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파트너십 주도형 도시재생은 공공과 민간이 보유한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고,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즉 형식적인 생색내기 프로젝트나 단발성 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도시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의 미래를 대비하는 사업에 집중하므로 지속가능한 방식임에 틀림없다. 검증된 장점에도 불구하고 파트너십 주도형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룬 도시는 여전히 많지 않다. 파트너십 주도형 도시재생이란 전문가는 물론이고, 이해당사자 간에 충분한 소통을 전제로 하기에 장기간의 치열한 논의와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즉 단기간에 가시적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물리적 성과 위주의 개발에 익숙한 정부, 기관,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 몇 가지 전제 조건도 뒤따른다. 중앙정부가 재정지원 외에 필요 이상의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하고, 지방정부가 도시의 쇠퇴를 진단 및 처방할 수 있는 정책개발 역량을 보유해야 하며, 이해당사자 간에 소통을 조율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직과 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압축성장을 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여전히 많은 도시들이 제조업 도시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일단의 도시들은 성장의 한계와 직면함으로써 서구의 후기 산업도시들이 경험한 것과 유사한 양상의 쇠퇴를 겪고 있다. 이러한 도시들의 경우 재생은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상황인데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중앙정부가 강력한 행정권과 예산집행권을 보유한 경우 중앙정부가 주도해 일괄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에 익숙하고 도시재생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재개발을 답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개발 방식 자체를 딱히 부정적으로 평가할 이유는 없으나 쇠퇴한 현대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생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종합적인 재인식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도시재생의 초석을 놓는 일이다.

지역 정체성에 기반한 도시재생
도시재생이 활발하게 시작된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도시를 비교하는 많은 통계 자료가 출간되고 있다. 물론 도시비교는 언제나 도시연구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지만 20세기 후반부터의 상황은 그 이전과 확연히 구별될 만큼 다양하다. 이러한 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총체적 개념에서 국가의 경쟁력보다 특화된 개별 도시의 경쟁력을 중시하는 체제로의 전환이다. 둘째, 삶의 질, 친환경 수준, 보행환경 등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시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들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김정후, 2009:178). 이러한 관점에서 각기 다른 세 도시의 사례를 살펴보자.

1) 유럽의 허브, 릴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릴(Lille)은 프랑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서 섬유 및 철강산업이 크게 발달했으나 1970년 이후 침체기에 들어섰다. 도시재생을 계획하면서 릴 시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끝에 많은 도시들이 추진하는 문화예술 대신에 ‘지정학적 장점’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파리는 물론이고, 프랑스 내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 문화예술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릴은 새로운 전략에 따라 1994년에 초고속철도인 떼제베(TGV)노선을 유치하여 유럽의 교통 중심으로 거듭났다. 파리에서 한 시간, 런던에서 두 시간, 브뤼셀에서 40분에 이르는 위치는 중・장기적으로 유럽의 허브로 부상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다.

새로운 목표를 수립한 릴은 지정학적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광역계획(The Metropolitan Plan)을 수립해 대규모 역세권 개발인 ‘유라릴 프로젝트(Euralille Project)’를 시행했다. 유라릴 프로젝트는 비즈니스센터(Business Centre), 로마랭(Romarin), 생모리스(Saint Maurice), 쇼드 리비에르(Chaude Riviere) 등 네 개 지구로 특화되어 진행되었는데, 역 주변을 상업 및 업무지구로 개발하는 방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다양한 특성을 접목한 복합문화지구로 활성화하는 계획이다. 따라서 릴 시가 중심이 되어 폭넓은 분야의 민관이 참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렘 콜하스가 마스터플랜을 담당했고, 장 누벨, 크리스티안 포잠박 등 국내・외 건축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또한 콜하스가 디자인한 대규모의 전시장, 회의장, 공연장을 갖춘 그랜드 팰리스(Grand Palais)는 국제도시로서 릴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런가 하면 생모리스와 쇼드 리비에르 지구에는 시민들을 위한 환경공원과 공공공간을 계획해 공공성을 강화했다.

▲릴 시의 그랜드 팰리스

▲릴 시의 그랜드 팰리스

릴 시가 도시재생을 위해 선택한 역세권 개발의 성과를 증빙하는 자료는 다음과 같은 게 있다. 릴 시는 2004년 하계 올림픽 유치 경쟁을 위해서 프랑스 내부에서 실시한 평가에서 강력한 경쟁도시들을 물리치고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20세기 후반에 낙후된 산업도시로 전락했던 상황의 대반전이었다. 비록 본선 최종 경쟁에서 명분에 밀려 그리스 아테네에 패했지만 20여 년 동안 진행된 릴의 재생이 경제적 측면을 넘어 전체적인 도시의 체질을 개편하는 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비록 올림픽은 유치하지 못했지만 대신에 2004년에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됨으로써 릴이 일관되게 추진한 도시재생의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

2) 한 도시 안의 세계, 리버풀
리버풀은 영국 중서부의 머지 강을 따라 천연의 지리적, 환경적 조건을 갖추고 17세기부터 해상무역 및 제조업 도시로 성장했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 해상무역의 40퍼센트가 리버풀을 통하여 이루어질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수백 년 동안 지속된 리버풀의 영광은 유럽 대부분의 산업도시들과 마찬가지로 19세기에 접어들어 크게 위축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형 컨테이너 화물수송이 보편화되면서 리버풀과 같은 항구도시는 쓸모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러한 리버풀의 변화는 17~18세기와 마찬가지로 머지 강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리버풀 시는 본격적인 도시재생을 추진하면서 ‘머지사이드 구조계획(Merseyside County Council Structure Plan)’을 수립해 방치된 항구 주변의 창고와 시설을 문화 및 상업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시행했다.

리버풀은 왜 문화를 도시재생의 키워드로 설정했을까? 한때 세계적인 무역항이었던 리버풀은 ‘한 도시 안의 세계’라고 불릴 만큼 인종, 종교, 문화, 예술, 음식 등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갖추고 있었다. 예를 들어 거리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터키, 인도, 중국, 태국, 남아공화국의 가게와 식당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또한 리버풀에는 외국인 지역공동체가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을 정도로 많은 나라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간직한 다문화 도시다. 이러한 문화적 잠재력을 도시재생을 위한 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본격적인 작업은 머지 강변에 버려진 가장 큰 부두인 알버트 도크를 수리해 문화예술단지로 조성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1986년에 ‘머지사이드 해양박물관(Merseyside Maritime Museum)’이 이전했고, 1988년에 테이트 분관인 ‘테이트 리버풀(Tate Liverpool)’이 개관했으며, 1990년에는 리버풀의 자랑이자 상징인 ‘비틀즈 스토리(The Beatles Story)’가 개관했다. 마지막으로 1994년에는 세계 최초 ‘국제 노예박물관(The International Slavery Museum)’이 개관했다. 이렇게 해서 현대미술, 해양역사, 노예사, 비틀즈 등 분야와 세대를 아우르며 최고 수준의 소장품과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런던과 경쟁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갖추었다. 이러한 체계가 갖추어지기 시작한 1990년의 통계에 따르면 알버트 도크의 방문객 수가 이미 200만 명에 달했다(Couch and Farr, 2000:160). 부두가 폐쇄된 후 관광객은 고사하고 시민들조차 찾지 않았던 우범지대였으므로 놀라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리버풀의 알버트 도크

▲리버풀의 알버트 도크

알버트 도크가 네 개의 독특한 박물관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의 메카로 탈바꿈함으로써 알버트 도크 내의 나머지 창고공간들은 레스토랑, 카페, 상점, 화랑, 서점, 기념품 가게, 각종 사무실 등으로 지속적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하여 알버트 도크는 명실상부한 다목적 복합공간으로 변모하는 데 성공했고, 주변 일대에 시너지를 유발했다. 리버풀 시는 다음 작업에 착수해 공동주택, 국제회의장, 공연장을 단계적으로 건립하여 알버트 도크와 원도심 일대의 유기적 연계를 도모했고, 공공공간과 보행로를 종합적으로 정비함으로써 문화에서 출발한 도시재생 효과를 경제적, 사회적 측면으로 확장했다. 처음 의도했던 대로 리버풀은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전체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 거듭 태어났다.

3) 녹색성장의 선두주자, 스톡홀름
21세기 접어들면서 북유럽 도시들에 대한 평가와 관심은 크게 바뀌었다. 특히 각종 삶의 질 평가에서 스톡홀름, 헬싱키, 오슬로 등의 도시들이 최상위권에 포진했는데, 특히 스톡홀름은 친환경 도시재생의 측면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스톡홀름은 도시정책수립에 있어서 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선도적인 도시이고, 1972년에 세계 최초로 세계인간환경회의를 개최한 대표적인 친환경도시다.

스톡홀름 시는 20세기 중반에 주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주택 100만호 건설계획을 수립해 대규모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위성도시를 건립했다. 양적 성공은 이루었지만 시민들은 전통적 커뮤니티와 주거방식이 배제된 단지를 외면했고, 곧바로 공동화현상이 발생했다. 큰 실패를 경험한 후에 스톡홀름 시와 전문가들은 꾸준히 친환경 주거단지 개발에 몰두했고, 1980대와 90년대 초반에 ‘스카프넥(Skarpnäck)’과 ‘이케로 센트룸(Ekerö Centrum)’ 등을 건설했다. 스톡홀름 남부에 위치한 스카프넥은 도심형 공동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전원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계획했다. 지난 실패를 거울삼아 저층 고밀형 단지 구성, 기존 녹지 및 자연 환경 활용, 보•차도 분리, 다양한 디자인을 통한 아름다운 거리경관 조성 등 그야말로 이상적인 도시주거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스톡홀롬의 친환경 주거단지 스카프넥

▲스톡홀롬의 친환경 주거단지 스카프넥

스카프넥의 노하우는 위쪽에 새롭게 개발된 ‘하마비 주거단지(Hammarby Sjöstad)’에서 더욱 발전했다. 1990년에 스톡홀름 시가 주도한 하마비 주거단지는 하마비 호수를 중심으로 3만 명을 수용하는 주거단지로서 산업시설이 빠져나간 항구 주변을 재생하는 프로젝트다. 산업시설로 인해 주변의 자연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되었으므로, 상하수도 및 녹지를 정비하고 인공 녹지를 추가로 조성해 주변의 녹지축과 연계시켰다. 특히 스톡홀름 시는 하마비 주거단지를 계획하면서 ‘심비오 시티(Symbio City)’로 통칭되는 포괄적 도시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핵심은 오폐수 처리, 풍력과 수력을 활용한 에너지 공급, 생활폐수 재활용, 바이오 연료 생산, 열병합발전소 운영 등 친환경의 교과서라 부를 정도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친환경 기술을 집약했다.

▲스카트넥의 하마비 주거단지

▲스카프넥의 하마비 주거단지

친환경 기술의 도입과는 별개로 하마비 주거단지는 자연과 호수를 종합적으로 연계하여 구성한 쾌적한 산책로와 보행로, 단지를 구성하는 건물의 시각적 아름다움과 통일감, 노약자, 장애인 그리고 어린이 모두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를 제공하는 세심한 배려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의 공공성과 친환경성을 실현했다.
스톡홀름 시의 책임자는 친환경 도시재생의 주체는 기술이 아니고 사용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사용자의 이해와 관심이 높아야만 초기의 의도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톡홀름 시는 친환경 주거단지 개발과는 별개로 다양한 친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결국 오늘날 스톡홀름이 전 세계를 주도하는 녹색성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이유는 축적한 노하우의 일관된 실천과 더불어 시민들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치열한 노력에 도시재생의 미래가 달렸다
“~로부터의 교훈(Learning from~)”이라는 표현은 도시연구와 저술에서 자주 등장한다. 왜냐하면 비록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조건이 다를지라도 도시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현상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존재하고, 선행 사례를 살피는 것은 유사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2005년에 출간된 “빌바오 구겐하임의 교훈(Learning from the Bilbao Guggenheim)”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은 바스크 지역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진행한 콘퍼런스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당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빌바오의 재생을 종합적, 객관적으로 살펴보았다. 분야별로 다양한 분석이 담겼는데 공통적인 견해는 빌바오의 재생이 지역의 독특한 정치,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를 타개하려는 일관된 전략에 기인한다는 것이다(Auua, 2005). 이는 이미지와 관광객으로 잘못 이해된 빌바오 성공의 착시효과를 바로잡는 단초를 제공한다(김정후, 2015:135).

사례로 설명한 릴, 리버풀, 스톡홀름도 동일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도시가 쇠퇴하고 있음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혀 다른 처방들을 사용했지만 두 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첫째, 치열한 논의를 거쳐 지역의 정체성을 담보한 방식을 찾아 일관되게 실천했다. 둘째, 도시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 비전을 수립해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전문가, 시민을 아우르며 모든 작업의 중심에 굳건히 자리했다는 점이다. 도시재생에 성공한 도시가 전하는 분명한 교훈은 그럴듯한 결과의 벤치마킹이 아니라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며, 그 과정은 다름 아닌 지방정부의 치열한 노력이다.

글_김정후(런던대학 UCL 펠로/한양대 도시대학원 특임교수)

참고문헌
• 김정후 (2015) 빌바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교본, The Ocean, Vol.2, pp.120-135.
• 김정후 (2014) 유럽의 건축문화기반 도시재생, 건축과 도시공간, Vol.13, pp.49-61.
• 김정후 (2009) 유럽의 도시재생과 지속적 진화, 경기문화, Vol.1, pp.177-194.
• Auua, J. (2005) Guggenheim Bilbao: “Coopetitive” Strategies for the New Culture-Economy Spaces, in Guasch, A.M and Zulaika, J.(eds.) Learning from the Bilbao Guggenheim, Center for Basque Studies.
• Cornelius, N. and Wallace, J. (2011) Cross-Sector Partnerships: City Regeneration and Social Justice, Journal of Business Ethics, Vol.94, No.1, pp.71-84.
• Couch, C. and Farr, S. (2000) Museums, Galleries, Tourism and Regeneration: Some Experiences from Liverpool, Built Environment, Vol.26, No.2, pp.15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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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좋은 일’ 유형, 보드게임으로 찾자!”면서 시작한 보드게임 <좋은 일을 찾아라> 공감펀딩이 후원 목표 554%를 달성하며 잘 마무리됐습니다. (펀딩페이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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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에도 저는 매일같이 수많은 문의 전화와 이메일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보드게임 진행 방법, 구성 등에 대한 자세한 문의부터 다량 구매, 출장 강의 등에 대한 문의, 이를 위한 각종 서류 요청까지… 응대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002

특히 학교 선생님들께서 많은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기존 진로교육을 통해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빠르게 바뀌어 가는 환경 속에서 미래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뭐라도 더 해주고 싶어 하는 선생님들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대학교에서의 문의도 많았습니다. 대체로 ‘진로탐색과 자기이해’ 등의 교양 과목을 담당하는 교수님 또는 교직원분들이었습니다. 실업급여와 청년수당 등을 수령하려면 받아야 하는 교육과정의 담당자들도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보드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염두에 둔 대상은 ‘아르바이트를 포함해서 몇 번의 일 경험이 있고, 다음에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관련 기관의 연락이 가장 반가웠습니다. 그밖에도 청소년단체, 청년단체, 자활지원기관,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며 후원에 참여하거나 구매를 신청했습니다.

003

워크숍, 진로교육 등에 보드게임을 활용하려는 강사들을 위한 교육도 진행됐습니다. 지난 5월 27일과 6월 10일 진행된 교육에는 각기 30명에 가까운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게임을 직접 해보는 것은 물론, 게임의 개발 취지 및 과정, 게임 진행 방법, 각 구성품의 의미와 해석 방법 등을 배워보는 과정이었는데요. 총 4시간이라는 긴 과정이었지만, 참석자들은 지루해하기는커녕 하나라도 더 알아가기 위해 눈을 빛내는 모습이었습니다.

보드게임에 참여하신 분들의 반응을 보면, ‘내가 원하는 좋은 일의 유형’을 다섯 가지 색깔로 알아보는 1부에 대한 호응이 좀 더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 교육 과정 중에는 ‘좋은 일이 많은 사회를 위한 정책 획득하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2부가 더 좋았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사회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서 좋다”는 반응이었습니다.

004

앞으로도 수차례의 강사교육이 예정돼 있으며, 출장 강의 및 체험 신청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사교육 신청 안내) 영어 버전, 어린이를 위한 버전, 시니어에 초점을 맞춘 버전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요청에 다 응할 수 없어 아쉬울 뿐입니다.

보드게임 <좋은 일을 찾아라>에 담긴 “우리 사회에는 좀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좋은 일’의 기준이 필요하고, 우리 모두가 자신의 기준을 더 많이 말하고 공유해야 ‘좋은 일’이 많아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앞으로도 여러 연구와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펀딩 후원금과 보드게임 판매 수익금, 강사교육 참가비 수익금 등도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 공익사업과 연구에 전액 사용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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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씀드리니 마치 보드게임 <좋은 일을 찾아라>와 관련한 일을 마무리하는 것 같은 뉘앙스군요! 전혀 그렇지 않고요. 아직 갈 길이 멀답니다. 여러분의 후원과 응원이 무색하지 않도록 더 열심히 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이우기 사진작가
– 사진 : 방연주 | 미디어홍보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7/06/2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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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소식지 571호 중 ‘생산지 탐방

 

냉해를 꿋꿋이 버티고

찾아온 새콤달콤함

만감류, 레몬

 

한살림제주 농산물위원회

제주 서제주공동체

 

19면_생산지탐방_레몬열매

 

한살림제주 농산물위원회는 2017년 2월 20일 제주시 외도동에 있는 서제주공동체 만감류 농장을 찾아 강미아, 김필환 생산자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만감류란 나무에서 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따는 밀감이란 뜻입니다. 바람이 무척 거세고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한라봉, 청견, 천혜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기재배 레몬을 볼 수 있어 마음이 들떴습니다.

생산자님의 안내를 받아 하우스시설에 들어서자 새콤한 레몬 향이 풍겨왔습니다. 그리고 수입 레몬의 진한 노란색이 아닌 연한 빛을 띤 국산 레몬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확 후 바로 선별하여 공급하기 때문에 완전한 노란색을 띠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숙과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상 시기에 수확하여 잘 익은 레몬이지만 에틸렌 등 화학물질을 이용한 후숙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연노란빛을 띤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둘러보는 동안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가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생산자님께 물어보니 지난해 폭설로 냉해를 입어 레몬나무의 30% 정도가 고사하였다고 합니다. 화학비료를 주는 방식으로는 나무를 심은 지 3년이면 출하가 가능하지만, 유기재배는 7년 정도가 되어야 출하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공들여 키운 나무가 추위에 떨다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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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감류는 물을 주면 당도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가림을 해야 하고 큰 과실보다는 작은 과실이 더 맛이 좋습니다. 만감류를 둘러보다 만감류의 어머니라 불리는 청견나무 아래에서 오리와 거위, 닭도 만났습니다. 제초제를 쓰지 않아도 되고 유정란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한겨울 아주 짧게만 만날 수 있는 한살림 레몬, 맛있게 먹을 줄만 알았지 어떻게 자라나는지는 몰랐습니다. 내 입에 들어온 새콤달콤한 맛은 나무들에게는 추위를 견딘 강인함이라는 것을, 생산자분들의 애씀과 고단함이란 것을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

 

글 홍주리 한살림제주 농산물위원회

 

 

제주 서제주공동체 생산자님께 물었습니다

 

19면_생산지탐방_단체사진

 

농사를 지으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점이죠. 태풍이나 냉해가 오면 생산비, 노동력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생산량은 줄어들고요. 거기다가 가격이 관행농과 차이가 나지 않거나 덜 받는다면 더 하지요.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아요. 소비자의 건강과 더불어 생산자의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까요. 또 한살림 생산자들은 자연재해에 피해를 입게 되면 생산안정기금을 통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참 고맙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만감류가 생산되고 있네요

 

만감류는 단맛 말고도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과일은 달면 맛있다고들 하는데, 새콤하게 산미가 돌아야 맛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신맛(스타치), 쓴맛(팔삭) 등 여러 가지 맛을 가진 과일을 많이 재배합니다. 앞으로는 오래전부터 제주에서 재배해 온 뎅유자나 레몬 같은 다양한 맛을 지닌 감귤류 재배에도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화, 2017/03/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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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산 벼생산관련회의 개최

 

생산자 회원, 소비자 조합원 함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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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조정된 가격으로 동결, 작년과 동일한 65,100가마 생산 결정 

 

2017년산 한살림 쌀 생산량과 수매가격을 결정하는 벼생산관련회의가 지난 12월 16일, 200여 명
의 생산자 회원과 소비자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동자아트홀에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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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한살림은 ‘우리쌀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 농업이 무너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최소 마진 정책과 연중 쌀 이용촉진 활동을 함께 벌였습니다. 각 회원생협은 ‘주먹밥 시식 행사’, ‘현미 핫팩 증정 행사’ 등 자체적으로 다양한 쌀 이용촉진 활동을 펼치며 쌀 소비에 힘썼습니다. 이 결과 각 회원생협별로 올 2월 벼생산관련회의에서 약속한 쌀 소비량의 95% 이상을 달성하였습니다. 한살림 연합에서는 칠분도미를 새롭게 공급했으며, 유기쌀올리고당, 연잎밥, 현미수국차, 쌀로만든잉글리쉬머핀 등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하여 연간 90톤의 쌀 소비를 확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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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살림은 1,055농가의 3,692천평의 논에서 61,990가마(80kg 한 가마 기준, 이하 동일)의 쌀을 생산해 멥쌀의 경우 55,008가마, 찹쌀의 경우 6,982가마를 수매했습니다. 한살림 생산자 2,157가구 중 벼 생산자는 1,055가구로 48.9%가 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2017년산 벼 수매가격은 2015년산 인하한 수매가대로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동결하기로 했으며, 정곡 80kg기준으로 65,100가마를 생산하여 논 면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미질 향상을 위해 품종을 통일하고, 미질향상을 위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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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기준으로 전체 조합원의 28%만이 한살림 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 밥상을 지키는 한살림 쌀. 2017년에도 많이 이용해 주세요.

 

 

화, 2016/12/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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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생산지현장탐방 – GMO, 그 높은 벽을 넘어서는 생명의 힘을 만나다
– 한살림연합 농산물위원회 / 전북 완주 GM작물 시험재배지, 부안 산들바다공동체

연합농산물위원회는 5월 30일~31일 전북 완주 GM벼 시험 재배지와 부안 산들바다공동체에 다녀왔습니다. GM작물을 시험 재배해 먹을거리에 위협을 가하는 현장을 보며 답답했지만, 이후 방문한 한살림 생산지에서 희망을 찾았습니다. 먼저 전북 완주 정농마을 들녘교회에서 ‘농촌진흥청 유전자 조작 벼 상용화 반대 전북대책위원회(전북대책위)’ 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전북대책위 관계자는 “정부가 10여 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500여 품목의 GMO 시험재배를 진행해 왔으며 2011년부터 본격적인 시험재배가 이루어져 상용화 시점만 찾고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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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농마을 대책위원장님의 안내로 농진청 GM사과 재배지와 GM벼 재배지로 의심되는 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GM사과재배지는 하얀색 펜스 안으로 녹색 펜스를 겹겹이 쳐서 표시하고 있었고, GM사과 재배 하우스 비닐이 헐벗은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안전장치 하나 갖추지 못한 GM사과 시험재배 현장은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 ‘들판의 세월호’처럼 느껴졌습니다. GM벼 생산지로 의심되는 10만평 정도의 넓은 농지에는 심지어 펜스조차 쳐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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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아오르는 울분을 삭히며 농진청으로 찾아가 GM벼 재배 반대와 농진청의 행태에 대한 항의성 구호를 외쳤습니다. 전북 대책위는 GM벼 상용화를 막기 위해 7월 2일 전국대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타까움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전국대회 참여를 약속하며 부안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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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희망으로

 

부안 산들바다공동체는 80년대 초반 태동해 깊은 역사를 갖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19개 농가가 참여하여 벼, 녹미 등 잡곡을 비롯해 노지 시금치, 마늘, 옥수수, 김장채소 등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여성 생산자와의 간담회에서는 노지 시금치 농사짓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겨울 노지 농사의 어려움, 수확량이 적은 노지 시금치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얘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간담회가 끝난 후 산들바다공동체에서 생산된 원물로 야채즙, 우엉차, 돼지감자차를 가공하는 가공공장을 돌아보고, 옆에 있는 공동육묘장을 돌아보았습니다. 산들바다공동체에서는 관행농에 이용하는 기존 통묘판 육모가 아닌 포트식 육모판을 사용하여 대여섯 개 모를 45일간 튼튼하게 키우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습니다. 품은 많이 들지만 유기농 벼는 이렇게 큰 묘를 심었을 때 잘 자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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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의 지속가능성과 미래는 유기농법을 정직하게 지켜주시는 생산자님들, 그리고 그 생산자님을 만나고 소통하면 할 수록 저절로 믿음이 생겨 생산자와 하나가 되는 우리 조합원들의 마음에 있지 않을까요?

GMO를 주도하는 정부를 생각할 때, 막연하고 답답한 마음이 몰려오기도 하지만 우리 종자와 우리 먹을거리를 지키겠다는 간절함으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결국 그 벽을 넘고야 말거라고 마음을 다져 봅니다.

희망

차준미 한살림경기서남부 농산물위원장

수, 2016/06/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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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공정한 노동 2]
③모든 일이 ‘좋은 일’이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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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살고 싶다고,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야말로 ‘꿈’일 뿐이라고요?
현실에서 시도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호기심이 공포를 이겼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일, 내가 잘 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사회에 기여도 한다면 그게 ‘좋은 일’이겠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일을 찾을 수 있으려면 우리 사회의 노동권 토대를 같이 만들어 가야 합니다.”

지난 7월3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강당)에서 ‘좋은 일 기준 찾기 릴레이 워크숍-나의 일 이야기’의 첫 행사인 청소년 워크숍이 진행됐다. 만 13~19세 청소년 30명이 참여해 ‘좋은 일’의 기준과 이를 위해 필요한 사회의 변화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또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나의 일 이야기’ 청소년 워크숍 후기)

또한 이 워크숍에서는 ‘새로운 일’과 ‘노동권’에 대한 두 개의 강의가 있었다. 그룹 대화에 앞서 진행된 ‘새로운 일의 실험-적당히 벌고 잘 살기’(김진선 십년후연구소 연구원)와 그룹 대화 후에 진행된 ‘좋은 일의 토대가 되는 노동권 이야기’(박성우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노노모 회장) 강의였다.

유망 직업 쟁취하면 ‘승자’, 못 하면 ‘패자’?

첫 강의는 청소년들이 ‘그룹 대화’에서 이야기할 ‘좋은 일’의 범위를 조금이라도 넓혀주기 위한 내용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청년기를 거치며 대부분 성적 등 범위에서 최대로 선택 가능한 ‘유망 직업’으로 ‘진로’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잘 거쳐낸 ‘승자’(勝子)는 한정된 숫자의 질 높은 일자리를 쟁취하고, 나머지 ‘패자’(敗者)는 질 낮은 일자리에 가더라도 “내가 더 노력했어야 하는 건데”라고 자조한다. 그렇게 하나의 직업, 사회에 나가 하게 되는 첫 번째 일만을 염두에 두고 있을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일의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첫 번째 강의의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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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연구원은 아름다운가게, 네이버 등에서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3년 전인 2013년, 서른셋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주로 새로운 일의 실험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탐색하고 전하는 일을 한다. 지난해 이 내용을 모아 ‘적당히 벌고 잘 살기’라는 이름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좋은 일, 공정한 노동 1] 얼마를 벌어야 하나요? / 김진선 연구원 인터뷰)

김 연구원이 처음 관심을 가진 대상은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전혀 새롭게 보이지 않는 말이겠지만, 김 연구원이 설명하는 ‘공부’는 학교 공부, 입시 공부와는 다르다. 근본적으로 삶을 탐구하기 위해서, 어떤 자격 취득이나 통과의례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공부다.

그 사례로 제시한 인문학공동체 ‘남산강학원‧감이당’은 김 연구원이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 함께한 곳이다. 동서양 고전과 철학 등을 다양한 강좌와 세미나 등을 통해서 배우면서 각자 삶을 탐구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인데 김 연구원이 여기서 공부와 일, 삶이 연결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평일 낮에도 공부하고 산책하면서 유유자적 사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부러운 마음이 들어서 이야기해 봤더니 그렇게 살 수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그 이유란,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살면서 소비를 줄이고, 이런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각자 이런저런 일로 벌어가면서 사는 것이었다. 김 연구원은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간소한 삶을 살고, 일과 활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면서 스스로 원하는 공부를 계속하는” 점이 좋아 보였다고 했다.

“재미있고 즐거운, 취미 같은 일도 있다”

여기서 자극을 받아서 본격적으로 새로운 일과 삶의 방식을 탐방하기 시작했다고. 그중에서 ‘공부’라는 키워드와 연결된 또 다른 사례가 전자책 출판 협동조합 ‘롤링다이스’다.

그가 “회사이면서 회사가 아닌 신기한 그룹”이라고 소개한 롤링다이스는 한 출판사 주최 세미나에서 만난 사람들이 “새롭고 재미있는 일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우리가 내고 싶은 책을 적은 비용으로 내보자”고 시작한 협동조합이다. 9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조합원은 12명. 그중에서 2명은 상근직원이다. 그렇지만 이 조직의 목적은 여전히 ‘더 많은 수익’이 아니라 ‘재미있고 즐거운, 취미 같은 일’이라고 김 연구원은 전했다.

▲십년후연구소의 한글 티셔트 만들기, 화이트 루프 프로젝트 모습(제공:김진선 십년후연구소 연구원)

▲십년후연구소의 한글 티셔트 만들기, 화이트 루프 프로젝트 모습(제공:김진선 십년후연구소 연구원)

그런 점은 김 연구원이 현재 함께 하고 있는 ‘십년후연구소’도 비슷하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놀고’ 있을 때 친구들이 “재미있는 일 벌여 볼 건데 너도 할래?”라고 하기에 합류했다는 단체다. 그동안 진행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한글 티셔츠 만들기’와 ‘화이트 루프 프로젝트’다.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세계에 더 알리기 위해 해외여행 때 입을만한 한글 티셔츠를 제작한 일, 그리고 여름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건물 옥상에 흰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다.

“7명의 문화기획자 그룹이 활동하면서 재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사업이 될 만한 일들을 시도하고 있어요. 특징은 일할 수 있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때는 쉬는 사람들로 구성된 점이예요. 이 활동으로 ‘밥벌이’가 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모색하는 단계입니다.”

이밖에 3명의 여성이 시작해서 지금은 대학로의 명물로 자리잡은 도시형 농부시장 ‘마르쉐’, 친환경 패션 디자인 회사인 사회적기업 ‘오르그닷’, 저소득층의 겨울철 난방비 절감을 위한 ‘룸텐트’ 제작 회사 ‘바이맘’ 등 사례들을 ‘관계’와 ‘사회적 가치’의 키워드로 소개했다.

좋은 일 찾을 때까지 실험할 수 있으려면?

▲ 인천 검암동 주거실험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 모습(제공:김진선 십년후연구소 연구원)

▲ 인천 검암동 주거실험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 모습(제공:김진선 십년후연구소 연구원)

김 연구원이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인천 검암동의 주거실험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우동사)에 대해서는 “월 50만 원만 있어도 살 수 있다는 걸 실험하는 공동체”라고 소개했다.

“50만 원만 있어도 살 수 있더라고요.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든든한 관계 속에서 잘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다양한 삶의 유형들이 가능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좋은 일’, 행복한 삶의 방식을 찾을 때까지 실험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김 연구원은 청소년들에게 “여러분도 더 많은 이야기를 통해서 ‘좋은 일’을 탐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일을 절대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도구,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도구로 놓고 탐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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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100분의 그룹 대화에서 청소년들은 ‘재미있는 일’, ‘보람 있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 고소득의 안정적인 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에 대한 욕구도 있었지만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넘어서지는 못 했다. 또 좋은 일이 많아지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변화돼야 할 모습을 묻자 ‘모든 일이 존중받는 사회’, ‘재도전 기회가 많은 사회’, ‘돈 적어도 인간답게 사는 사회’, ‘다르게 살아도 되는 사회’ 등을 꼽았다. 많은 자원과 능력을 획득한 사람만이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승자’와 ‘패자’의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혔다.

“판사도 장관도 연예인도, 모두 노동자”

마지막 순서인 박성우 노무사의 강의는 이와 같은 대화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구성됐다. 박 노무사는 먼저 “15년 전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노무사라고 하면 ‘농사지으신다고요?’ 하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공인노무사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했다.

“노무사는 변호사와 비슷한 일을 하지만 노동법에 특화된 영역만 다룹니다. 임금 체불, 부당해고, 산업재해 등을 당한 노동자들에게 법률적인 도움을 주는 일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기업을 위해 일하는 노무사들이 많습니다. 경제적 보상이 크니까요. 제가 속한 ‘노노모’ 회원들처럼 노동자 권리 구제를 위해서만 일하는 노무사는 전체의 7~8% 정도에 불과합니다.”

강의를 듣는 청소년 대부분이 경험해보지 못했을, ‘노동’, ‘노동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되짚어보는 과정도 있었다.

“오늘 주제가 ‘좋은 일’인데, 쉽게 말하면 ‘노동’이죠. 노동이라고 하면 다르게 들리나요? 우리가 앞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노동자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노동자’라는 말을 어떻게 느끼나요?”

박 노무사는 현상수배범 전단의 ‘노동자풍의 경상도 말씨’라는 설명 부분을 보여주면서 “저도 월급 받는 노동자인데, 노동자풍으로 생겼나요?” 하고 물었다. 이어서 “우리 사회의 노동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왜곡됐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했다.

“노동자는 사전에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라고 돼 있고, 근로기준법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고 돼 있지요. 그러니까 판사‧변호사‧장관, 나아가서는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운동선수도 노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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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대가 받을 권리, 그조차 약한 사회

한국 사람 중에서 임금노동자는 1,880만 명, 사실상 성인 대부분이 노동자라고 전하면서 박 노무사는 “우리 대부분은 노동자이고, 여러분도 노동자가 될 것이고, 그러니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는 정도는 굉장히 약하다고 했다. 그가 일하는 법률센터에서 연간 3,000건 정도를 처리하고, 하루 20~30건의 상담 요청이 들어오는데 그 절반가량이 임금 체불, 즉 일하고도 돈을 못 받은 경우다.

“우리나라는 기업이 어려워져도 임금부터 줘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합니다. 임금을 안 준다는 것은 한 가정의 생계를 파괴할 수도 있는 일인데 말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죠.”

한국은 ‘근속기간’, 즉 노동자가 한 직장에 계속해서 다니는 기간의 평균치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짧다. 5년이 조금 넘는 정도. 박 노무사는 “이미 한국 사람에게는 평생직장이란 없다는 뜻”이라면서 “노동자의 3분의 1 정도가 1년도 안 되는 기간만 일하고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비정규직’이 많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 사회 전체 일자리의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다. 그렇지만 고용이 불안한 이유가 단지 그 비율 때문은 아니다. 박 노무사는 “네덜란드는 전체 고용의 80%가 비정규직”이라고 했다.

유럽에 ‘비정규직’ 용어가 없는 이유

네덜란드의 사회복지 제도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보여준 뒤 박 노무사는 “일하다가 그만두더라도 사회보장 제도 덕분으로 생계의 위협을 받지 않고, 계약직으로 일해도 부당한 차별이 없고, 경력이 단절됐다 다시 일하는 것도 자유롭다면 ‘비정규직’이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면서 “그래서 유럽 등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처음 사회에 진입해서 가지게 되는 일자리, 즉 20대의 일자리와 나머지 일자리의 질 차이가 크다는 게 문제입니다. 대기업에 다녀도 40~50대가 되면 나가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재취업 할 때는 경비 등, 이전 경력을 살릴 수 없고 처우가 열악한 일자리밖에 없지요. 여성들의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빠르면 20대에도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데, 그 이후는 대부분 비정규직, 낮은 처우의 일자리밖에 기회가 없습니다.”

이어서 야근이 일상화돼서 가족들과 보낼 시간이 없는 한국 노동자의 현실을 말할 때는 참가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들을 통해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박 노무사는 한국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로도 OECD 1위, 독보적 1위라는 사실을 전하면서 “한국은 죽도록 일하다가 진짜 죽는 사회”라고 했다. 지난 5월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한 19세 노동자 이야기를 꺼내면서 “알려지지 않을 뿐이지 그렇게 일하다 죽는 노동자는 연간 2,300명, 하루 평균 6명이다”라고 했다.

“어제도 6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은 셈입니다. 여러분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어린 노동자들도 있었을지 모르고요. 일정한 안전 장치만 있어도 살았을 노동자들이 죽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흔합니다. 그렇게 사람이 죽어도 벌금 3,000만 원 정도 부과되는 데 그치지요. 반면 유럽의 경우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으면 그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런 차이가 우리가 일할 노동 환경을 좌우하는 것입니다.”

운 좋게 착한 사장님 만나야 보장 받는 노동권?

박 노무사는 영화 ‘레미제라블’의 영상을 보여주는 등 산업사회 이후 노동권이 확립돼 온 과정을 설명했다.

“노동권은 오랜 시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쟁취돼 온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32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고, 국가는 근로조건의 기준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노동권은 운 좋게 착한 사장님을 만나면 보장 받고 아니면 보장 못 받아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들이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통해 노동 조건이 나아지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 것입니다.”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70~80%에 달하는 노동조합 가입률이 10%에 지나지 않고, 노동조합, 학교 교육에서 노동권에 대해 거의 배우지 않다보니 노동조합, 파업 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청소년에게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박 노무사는 “일하는 환경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개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노동권, 연대, 실천의 필요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박 노무사는 “많은 돈을 버는 일은 아니지만 저는 노무사라는 일이 보람 있고 재미있다”면서 “오늘 주제인 ‘좋은 일’의 기준을 생각해 봤는데 첫째는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 두 번째는 사회적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세 번째는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노동자에게 일은 생활의 대부분이고 때로는 삶 자체이죠. 저는 일의 보람과 기쁨이라는 내적 성취가 돈과 안정성이라는 외적 성취로 이어져야 진정한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의 시선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에서 원하는 ‘좋은 일’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행복해지는 데 주저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두 개의 강의에 대해 청소년 참가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았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고, 강의 끝부분 질의‧응답 시간에는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강의 내용이 어려웠다는 반응도 있었다.

다만, 애초에 첫 술에 배부르기 위한 기획은 아니었다. ‘그룹 대화’ 시간에 가장 많은 참가자들이 바라는 사회의 모습으로 꼽았던 ‘모든 일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한 과정, 작은 발자국 하나라는 의미는 남지 않았을까?

청소년 워크숍에 대한 참가자들의 소감, 그리고 같은 시간에 희망제작소 3층에서 진행된 학부모 워크숍의 내용은 다음 연재를 통해 전할 예정이다.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금, 2016/08/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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