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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삼시 세끼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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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삼시 세끼의 정치

익명 (미확인) | 월, 2015/10/19- 16:29
[여성신문] 세상읽기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님의 글입니다.
[2015-03-13]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삼시 세끼의 정치

어릴 적 쌀 장사를 하던 아버지의 가게 벽에는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는 글이 써 있었다. 일흔이 넘도록 일을 했던 아버지는 하루 세끼를 먹으면서 인간의 불행이 시작됐다고 믿으셨다. 우린 죄를 많이 져서 하루에 세 번이나 배고픈 것이다. 아버지 세대는 먹기 위해 전쟁을 치른 세대였다. 쥐꼬리만 한 수입으로 많은 식구를 먹여야 했던 어머니 역시 식구들 끼니 걱정으로 일생을 사셨다. 점심은 마음(心)에 점(点)만 찍을 정도로 간단히 먹어야 한다거나 1일 1식을 해야 한다거나 비만이 걱정인 요즘에도 어머니는 여전히 밥 걱정을 해서 자식들의 핀잔을 듣는다. 1인당 쌀 소비량이 65.1㎏으로 70년대의 절반으로 줄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전자변형식품(GMO) 콩과 옥수수를 수입하고 농촌은 노인들만 남은 지금, 우리들에게 밥은 더 이상 하늘이 아닌데도 말이다. 쌀이 부족하면 수입하거나 빵을 사 먹으면 그만이다. 수고로이 밥을 짓는 대신 사 먹으면 그만이다. 밥상머리도 사라지고 집 밥도 사라지고 있다.

이 풍요의 시대에 여전히 삼시 세끼를 못 먹는 사람들이 많다. 청소년의 3명 중 한 명이 아침을 거른다. 절반이 자신의 몸에 불만을 갖고 실패로 점철되는 온갖 다이어트를 하면서 건강을 잃기 시작한다. 청년들은 편의점 패스트푸드로, 직장인들은 외식으로 1년에 20㎏의 식품첨가물을 먹는다. 내가 사는 동네의 파지 줍는 노인들은 1㎏을 주워야 80원을 받는다. 목숨을 걸고 무단 횡단하고 때론 남의 파지를 슬쩍하다가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식당이나 공장 청소를 해주면서 박스를 모아 하루 1만원을 번다. 일당 만원 벌이에 식당 밥은 언감생심이라 믹스커피로 끼니를 때우곤 한다. 우리나라가 결핵 발생률이나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것이 노인들과 청년들 때문이라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 tvN 삼시세끼   ©삼시세끼 공식페이스북

 

이 풍요의 시대에 불을 피우고 낚시를 해서 밥을 지어 먹는 예능도 나왔다. 서울에서 왕복 20시간 거리의 만재도에서 ‘삼시 세끼’의 남자들은 먹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 물론 안사람은 밥을 하고 바깥양반은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 촌스러운 ‘성별 역할’도 있지만 불을 피우는 것은 바깥양반 유해진이다. 아들 역시 설거지에 집안일로 쉴 틈이 없고 게스트로 온 손님조차 마늘을 빻거나 주방 보조를 해야 한 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밤에는 오늘 반찬이 정말 기막혔다는 그런 대화를 나눈다. 고기를 낚지 못해 늘 빈손으로 들어오는 바깥양반이나, 한두 마리 생선과 텃밭의 푸성귀로 밥을 지어야 하는 안사람이 어떤 이에겐 ‘불어 터진 국수같이 불쌍한 경제’로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걸 보면서 저렇게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저렇게 불 피우고 세끼 밥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 새 4년이 됐다. 오염된 땅과 바다 사이에 표류하는 일본과 수명 끝난 원전을 다시 돌린다는 한국, 모든 걸 버리고 마당에 모여 앉아 다 같이 불 때 밥이나 먹이고 싶다. 그러면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정치가 별건가. 삼시 세끼에 정성을 들이는 것 아닐까.

<ⓒ2015 여성신문의 약속 ‘함께 돌보는 사회’,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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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7/11/2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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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하다가 죽을 정도로 괜찮은 일일까? 좋은 일의 기준을 연구하는 게 황세원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의 목표다. 지금껏 황 선임연구원은 직업을 4개 경험했다. 기자에서 홍보팀장으로, 프리랜서로, 연구원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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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2/0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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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목민관클럽 제22차 정기포럼 환영사를 맡아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에 준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는데, 진도는 조금 느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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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2/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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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는 아파트 경비원과 근로계약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SH공사와 희망제작소는 지난해 7월 경비원상생고용가이드를 발간하고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용역회사와 계약기간(주로 1~2년)에 맞춰 용역회사와 경비원이 계약하도록 유도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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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2/0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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