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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생활밀착형 제도 혁신, 중앙 행정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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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생활밀착형 제도 혁신, 중앙 행정을 움직였다

익명 (미확인) | 화, 2015/10/13- 18:00

올해로 민선 지방자치 20년을 맞는다.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피부에 와닿는 일상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과 실험을 시도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혁신적인 실험으로 변화를 이끌어온 일부 성과들은 광역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로 확산되고 있다. 현장의 구체적인 요구와 고민을 풀어나가고 있는 생활임금제, 공공갈등조정관 제도, 동 복지허브화의 사례를 보자.

부천시·서울 노원구 등 생활임금 시행

경기도 부천시,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 등은 2013년부터 생활임금을 시행하고 있다. 생활임금이란 근로자뿐 아니라 그 가족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거비와 식료품비, 교육비, 교통비, 문화비, 의료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정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다. 최저임금이 근로자 개인의 생활 보장에 맞춰져 있다면 생활임금은 가족까지 보장 범위를 확대한 개념이다.

부천시는 생활임금 논의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다. 2011년 12월에 지역의 사회적 대화 기구 ‘지역노사민정위원회’에서 생활임금을 제안했고, 이후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2013년 12월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달 고시된 부천시 2016년 생활임금은 시간급 6600원으로, 정부의 내년도 법정 최저임금 6030원보다 570원(9.45%) 많은 금액이다. 서울 노원구는 생활임금을 책정할 때 다른 시·도보다 높은 서울시 물가 수준을 반영한다. 노원구의 내년도 생활임금은 시간급 7370원으로 법정 근로시간 월 209시간 기준 154만2천원이다. 서울시 물가 수준을 반영한 생활물가 인상액 21만2809원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상용근로자 평균 급여(266만111원)의 절반인 133만56원을 더한 금액이다. 서울 성북구는 2016년 생활임금을 서울시 물가수준 60%까지 반영해 시간급 7585원, 월 158만5천원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의 내년도 최저임금보다 각 1340원(22.2%), 1555원(25.79%) 많은 금액이다.

8개 기초단체 시행중…20곳 시행 임박

최근 윤호중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에 근로소득을 신고한 근로자 총 1618만7647명의 평균 월급은 264만원이다. 그러나 소득구간 중 가장 많은 근로자가 위치한 최빈구간의 평균 월급은 110만4167원이다. 우리 주변에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 근로자가 매우 많다는 뜻이다. 생활임금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며, 우선 해당 각 기초지자체 공공부문 종사자들에게 적용된다. 현재 생활임금제는 8개 기초지자체에서 시행중이고 20개 기초지자체는 조례 제정을 완료하였거나 입법예고한 상태다. 광역지자체는 서울시를 시작으로 경기도, 세종특별자치시, 광주광역시 등이 도입했다. 국회에서도 생활임금제 법제화를 둘러싼 열띤 논의가 진행중이다.

인천 부평구, 공공갈등조정관제 도입

지역에서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갈등조정관 제도’ 역시 기초지자체에서 광역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다. 인천 부평구는 2011년 지자체 최초로 공공갈등조정관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부평구는 도심을 지나는 고압송전선로 이전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와 주민 사이에 시위와 농성, 법원 소송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5년 넘게 겪고 있었다. 공공갈등조정관은 수차례의 주민간담회와 이해당사자 면담 등을 통해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의견을 조정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평구는 송전탑 이전 설치 후 지중화(송전선로를 땅속에 매립)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서울시는 부평구 사례를 참고해 민선 4기에 지정했던 뉴타운 사업의 더딘 진행과 갈등을 공공갈등조정관 제도로 풀어가려 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도 2012년 공공갈등조정관 제도를 도입해 한국남동발전의 복합화력발전소 시설개선공사를 둘러싼 주민과 발전소 사이의 갈등을 중재했다. 위례신도시 신교통수단(트램) 설치 일정 변경과 관련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민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기도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지수 국제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2015)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회원국 가운데 다섯째로 높다. 이를 관리하는 사회갈등관리지수도 비교 대상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하위권이다. 공공갈등조정관 제도와 같은 행정적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구, 동 복지 허브화 사업 성과

서울 서대문구는 동주민센터가 행정기관이라는 통념을 깨고 각 지역의 복지 중심이 되는 ‘동 복지허브화’ 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다. 지역의 사회복지 체계를 동주민센터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서대문구의 동주민센터가 변화하게 된 계기는 2011년 시작한 ‘100가정 보듬기’ 사업에서 비롯됐다. 지역별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찾아 지역사회 내 후원자와 연결하는 사업으로, 후원자 발굴과 이를 연결하는 동주민센터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데 사례를 발굴해야 할 사회복지사들이 행정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빠 현장에 나가기가 여의치 않았다. 서대문구는 사회복지사들이 본연의 현장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관행적으로 행해져오던 동주민센터의 업무를 조정했다. 주민등록등본과 같은 단순 민원서류 발급은 무인처리기로 대체하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인터넷 발달로 간단한 민원은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추세이기도 했다. 동사무소에는 재난 안전 업무 등 최소한의 행정 업무만 남겨두고 청소나 교통, 민방위 등의 업무는 구청으로 이관했다. 동주민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복지의 거점’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추가적인 예산 투입도 거의 없었다. 각 동마다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통해 주민 스스로 복지 상황을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동네의 통장을 ‘복지 통장’으로 임명해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서대문구의 사례를 ‘복지전달체계 개편 우수사례 매뉴얼’로 만들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지자체의 혁신 사례가 중앙정부로 확산된 것이다. 현장 중심의 고민과 노력이 관행을 뒤집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지방세수 감소 불구 복지분야 지출 증가

1995년 시작된 민선 지방자치는 단체장과 의원 직선제에 이어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가 도입되는 등 외형적 제도는 잘 갖춰지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제는 여전하다. 재정이나 인력, 제도 등 많은 부분이 중앙에 예속되어 있다. 국가 총세입 중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8 대 2의 구조 그대로다. 중앙정부는 총액 인건비 제한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수까지 제한하고, 각종 지침으로 자치의 발목을 잡는다. 민선 지방자치가 ‘2할 자치’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사례들처럼 혁신을 시도하며 지방자치는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실험과 변화는 참여와 소통을 주요 가치로 내세운 2010년 민선 5기 들어 본격화되는 추세다. 민선 5기에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며 취득·등록세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지방세수가 감소했으나 복지 분야 지출은 증가했다. 때문에 많은 재원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은 과감히 줄일 수밖에 없었다. 대신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민과 소통하고 기존 관행을 혁신하는 시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협력도 확대되었다. 2010년 9월 출범한 목민관클럽이 대표적이다. 지역과 정당을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지자체장들의 모임으로 서로의 고민과 혁신적 대안들을 나누고 있다. 공공갈등조정관 제도는 목민관클럽을 중심으로 확산된 정책 중 하나다. 주민과 소통하며 현장과 밀착된 생활자치를 열어가는 지방자치의 다양한 실험과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과감한 분권과 혁신을 기대한다.

[ 한겨레 / 2015.10.13 / 송정복 희망제작소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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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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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업이 좋은지 판단할 때 임금이나 정규직 여부보다 적정 노동시간과 삶의 질 등 노동조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희망제작소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네이버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설문참여자 1만5천399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7천320명)가 좋은 일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근로조건’을 꼽았다고 17일 밝혔다.

정규직 여부에 해당하는 고용안정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16%, 직무·직업 특성은 13%였으며, 임금은 12%에 불과했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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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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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좋은 일’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차별금지 등을 위한 획기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별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명세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공정노동 인증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희망제작소는 24일 ‘좋은 일’의 확산을 위해 필요한 정책 및 법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좋은 일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 등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연장근로수당은 월 급여에 합산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규제해야 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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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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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앞에는 맛있는 단골 빵집이 있다. 그 집이 어느 날 문을 닫아걸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기업 브랜드 빵집들 사이에서 자기만의 간판으로 잘도 버티던 집이었다. 친절한 주인아저씨 표정이 어른거렸다.

다행히 눈 밝은 우리 아이가 기쁜 소식을 알려줬다. 실은 새로운 종류의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를 갖추느라 잠시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다. 곧 다시 문을 연다고 했다. 돌아가 자세히 보니 공사중인 빵집 유리창에는 몇 주 뒤 다시 문을 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몇 주 뒤 돌아온 빵집의 인테리어는 훨씬 더 세련되고 멋스러워졌다. 건강에 좋다는 발효빵도 들여왔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모카빵도 제자리를 찾았다. 이런 정도라면 서울의 가장 부자 동네에 가도 어울리겠다는 탄성이 나왔다.

눈을 돌려 보니 옆 동네에도 고급 빵집들이 생겼다. 팥과 버터를 넣어 새로운 빵을 개발한 빵집도 있었고, 바게트가 맛있다는 빵집도 자리를 잡았다. 생활반경 안에 고급스런 동네 빵집이 세 개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훌륭한 동네에 산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몇 년 사이 생긴 변화다.

그런데 무엇이 이들을 고급스럽게 만들었을까? 투자다. 무엇이 동네 빵집 주인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게 만들었을까? 물론 돈과 시간이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와 기술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기회와 비전이다.

2013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는 동네 빵집 반경 500m 안에는 대기업 빵집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고 매장 수 증가도 전년 대비 2% 이내로 제한하도록 합의했다. 그 뒤 동네 빵집 수는 부쩍 늘었다. 기존에 있던 빵집에도 내 단골집에서처럼 투자가 일어났다. 대기업 브랜드 빵집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동네 빵집들에도 기회가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빵집 주인들이 투자에 나섰으리라. 빵을 잘 만들기만 하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비전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중앙에서 만든 냉동 생지를 그대로 굽는 대기업 브랜드 빵집보다 더 나은 빵을 만들기 위해 더 투자하고 더 많이 노력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동네에는 더 다양한 빵이 등장했다. 혜택은 나 같은 소비자가 보게 됐다.

그런데 올해 동반성장위원회는 동네 빵집 보호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일부 새도시에서지만 결과에 따라 전국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용실의 경우 충북 오송 지역에서 대기업 등 법인도 진출할 수 있게 풀었다. 냉동식품을 만드는 씨제이(CJ)가 빵집을 차린 것처럼, 화장품을 만드는 엘지(LG)가 미용실을 연다고 한다. 여기가 무슨 배급사회인가. 이 동네에서나 저 동네에서나 우리는 씨제이가 기획한 빵을 다같이 먹고 엘지가 선택한 헤어스타일로 머리를 하고 다니게 되는 것일까. 이런 규제완화가 정말 투자와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믿는 것인가. 가격경쟁으로 다들 값싸게 비슷한 제품을 소비하게 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기업가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영역 사이 울타리를 쳐야 할 때가 있다. 사자와 소를 한 우리에 넣어 두고 소에게 창의성과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초원을 살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제품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내 단골 빵집 주인은 진짜 기업가다. 8년 전에는 ‘내 빵을 직접 굽겠다’면서 프랜차이즈 빵집 간판을 내리고 자기만의 간판을 걸더니, 또 사고를 쳤다. 이렇게 사고 치는 이들이 늘어나야 동네가 다양해지고 풍요로워진다. 빵을 사 먹는 게 일상인 나와 빵을 굽는 게 생계인 빵집 주인 아저씨는 그럴 때 함께 이길 수 있다. 이게 대방동에 사나 대치동에 사나 똑같은 빵만 먹어야 하는 이 이상한 도시를 조금이라도 바꾸는 방법이다.

이 빵집이 어딘지는 밝힐 수 없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던킨도너츠는 아니다.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한겨레 / 2016.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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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3/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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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03/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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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기금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떠오르고 있다. 4월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국민연금의 사회투자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정책논쟁이 실종된 한국정치에서 그나마 토론해 볼 만한 중요한 주제가 떠올라 반갑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4일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 공약을 발표했다. 공공임대주택 및 보육시설 확충에 국민연금기금을 매년 10조원씩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해서 현재 전체 주택의 5.2%를 차지하는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중을 10년 뒤에는 13%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또 국공립 보육시설의 아동수용률을 현재 10.6%에서 3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국민의당은 2월11일 국민연금기금이 청년세대 공공주택에 투자하도록 하기 위한 공공주택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기금으로 ‘청년희망임대주택’을 조성해 만 35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입주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국민연금 적립시스템이 청년세대에 불리하다는 진단에서 나온 처방이다.

여기에 대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총선 공약에 대해 ‘안정성과 수익성이 기금 운용 대원칙’이라면서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연금의 청년희망 임대주택 건설 등에는 수천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간다”면서 “국민연금을 주머니 돈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선거 정국이 되면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국민연금을 복지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국민연금이 공공투자에 나서는 일은 자연스럽다. 국민연금의 이해관계자는 전 국민이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데 국민연금기금을 투자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특히 그 문제를 해결해서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거나 기금 자체의 지속에 도움이 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 연기금들이 도입하고 있는 사회책임투자 원칙과도 맥이 닿는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이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더 그렇다.

2015년 9월 현재 국민연금기금 505조원 가운데 22조원은 국내 대체투자, 즉 사모펀드나 부동산 등에 투자되어 있다. 이 투자의 목적은 수익성 극대화이기 때문에 투자대상 부동산이 사회문제 해결에 긍정적 효과를 내는지 부정적 효과를 내는지는 알 수 없다. 만일 이런 투자의 결과로 땅값이 올라 국민들의 주거비가 올라 있는 상태라면, 국민연금기금은 투자이익과 국민 주거비 상승을 맞바꾼 셈이 되고 만다. 더 큰 액수인 27조원은 해외 대체투자에 투입된 상태다. 해외 부동산에 주로 투자됐다.

93조원은 국내 주식에 투자되어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대형주가 74조원이다. 대기업 자금조달과 주가 유지에 투입되어 있는 셈이다. 대기업 자금조달이 국민 전체에 대해 갖는 사회적 효과는 현재로서는 미미할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들의 경우 국민연금이 아니라도 충분히 다른 투자자를 찾을 수 있다. 국가 전체의 금융자원 배분이라는 관점에서도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의 공공부문투자 방식은 주로 기금이 국채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투자용 특수국채를 발행하면 기금이 이 채권을 사들여 투자하게 한다는 것이다. 직접 임대주택에 투자하는 방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식이다. 다만 기존 국채나 지방채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실제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

종합적으로 보아 국민연금기금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자로 나선다면 환영할 일이다. 미래세대가 맞닥뜨린 주거와 보육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기금유지 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인구구조 변화로 미래세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태다. 미래세대의 불안이 줄고 출산율이 높아져 인구구조가 안정화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은 사회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되, 미래세대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과 가족에 대한 투자가 우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청년 주거비와 보육비를 낮추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방향이 맞다. 젊은 세대가 살 수 있는 다양한 규모의 임대주택에 파격적으로 투자하고, 보육의 질을 높이고 육아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 뉴스토마토 / 2016.03.07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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