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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하는 도시 인천의 비극

개발하는 도시 인천의 비극

익명 (미확인) | 월, 2015/10/12- 10:43

개발하는 도시 인천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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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며칠 전 인천시가 검단장수간도로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보도를 들은 많은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치 몇 개월간의 해프닝을 겪은 황당함을 느꼈다. 인천시는 삭제됐던 계획을 다시 끄집어내 커다란 파장을 일으켜 놓고, 아무 일 없었듯이 보도자료 하나로 번복해버렸다. 도심을 관통하는 대규모 도로 건설 계획으로 시민의 삶과 생활, 인천의 경제와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획을 인천시는 새털보다 가볍게 취급했다. 몇 개월 동안의 지독한 해프닝으로 인천시의 무능이 여실히 드러나며 불신을 부추기고 말았다.

2009년 검단장수간도로 계획이 등장하며 시민들의 거센 저항이 일어났고, 인천시는 다음해 검단장수간도로 계획을 철회하고 2025도시기본계획에서 삭제했다. 당시 인천시는 산림 훼손 및 고가교 설치에 따른 소음 분진 발생 등의 환경 저해가 심각하고 시민 대다수가 부정적이라며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5년 후인 올해 인천시는 2030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며 다시 검단장수간도로 계획을 들추어내어 강행 의지를 밝혀왔다가 다시 철회했다. 인천시의 변명은 옹색하다. 환경적인 측면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고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 이유들은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미리 검토할 내용이지 철회의 명분이 안 된다. 인천시는 검단장수간도로 계획을 재추진하며 인천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의 삶은 고려하지 않았다. 계양산~천마산~원적산~함봉산~만월산~인천대공원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이 인천시민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근간임을 인천시가 모를 리 없다. 인천 도심의 유일한 녹지축의 훼손이 바로 삶의 질 저하로 연결된다는 것을 몰랐다면 인천시장은 수장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인천시는 여전히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한다. 신자유주의 대한민국의 구호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치달아가고 있듯이 인천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니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지나치게 하다 보니 인천시가 직접 기업하고 개발하는 도시가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가랑이가 찢어지고 있다. 루원시티, 도화구역, 검단신도시에서만 무려 2조원 넘는 적자가 예상되고 있으니 개발하다 망하는 도시가 될 지경이다. 검단장수간도로 계획도 개발하는 도시의 산물이다. 검단신도시 사업에 투입된 자금이 3조 5000억여원이니 인천시는 검단신도시 분양율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제 인천시는 인천도시공사 부채 문제 해소와 검단신도시 분양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검단장수간도로 계획을 제시한다고 시의회에 보고했다.

이번 검단장수간 도로 사태는 인천시장이 환경정책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인천시는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시민들의 삶을 볼모로 희생시킬 계획이었다. 경제와 개발을 위해서는 환경정책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천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은 삶이 팍팍하기만 하다. GCF를 유치하며 환경도시 인천이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인천의 환경적 지표들은 최하위다. 인천의 대기질은 7대 도시 중 최악 수준이며, 공기 중 중금속 농도가 제일 높으며,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에서 최고 나쁨을 갱신하고 있으며, 오존주의보는 발령은 연간 10회를 넘어섰다. 인천의 녹지율은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좁다. 인천시민 1인당 녹지 면적은 6.45㎡로 2평도 안 된다. 심지어 녹지 면적에 포함된 공원 면적은 1인당 5.25㎡로 법적 최소 확보 기준인 6㎡에도 미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영흥화력, 포스코에너지, 인천복합 화력발전소 등에서 돌아가는 발전기가 209기에 달해 일명 인천은 발전소 도시다. 이로 인해 인천은 전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 십년 동안 매립공사가 계속되고 있는 인천의 갯벌 면적 감소 역시 전국에서 제일 심각하다. 이것이 인천시 환경정책의 민낯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의 환경녹지분야 예산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07년 인천시는 전국 7개 광역시 중 예산대비 환경녹지분야 예산비율이 10.2%로 가장 높았다. 그런데 2014년 환경녹지분야 예산은 4.85%에 불과했다.‘녹색도시 인천’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유정복 시장이 주장한 ‘시민이 행복한 도시’는 다가오지 않는 희망사항이다. 하긴 민선6기 유정복 시장 공약에 환경정책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인천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설문조사에서 1순위가 환경문제이건만, 유정복 시장의 100대 공약에는 단 한건의 환경공약도 없다. 이런 시장을 모셔야하는 인천시의 관료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랴. 기업을 관리하고 개발 사업을 운영해야하는 인천시의 관료들에게 인천시민들의 체감지수는 인식조차 될 리 만무하다. 부자도시가 목적이 된 인천시는 이윤 창출에 동원되어 기업하는 도시, 개발하는 도시가 되어버렸고 이로 인해 발생한 재정적자 해결이 인천시의 유일무이한 목적이 됐다. 기업하고 개발하는 도시를 하면 할수록 녹지는 줄어들고 대기오염은 가중되어간다. 인천시민들의 삶의 질도 계속 저하되어간다. 기업도시, 개발도시의 커다란 피해자층은 인천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천시 환경정책은 부실을 넘어 불신에 이르렀다.
최근 절망 코드로 통하는 한국 젊은층의 신조어 중 압권은 ‘헬조선’ 즉 ‘지옥같은 한국’이라고 한다. 한국과 인천에서 동시에 박탈감을 느끼며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는 ‘헬조선’의 ‘헬인천’을 체감한다.

*2015년 10월 8일 <인천in>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sq=30252&thread=002001000&m_no=2&sec=3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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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60125_104302332 - 복사본
[환경스터디 소모임]
일시 : 2016년 1월 23일(토) 15시
장소 : 안산YMCA
내용 : 지난주 토요일에는 환경스터디소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5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사는 길을 읽고 환경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이자!의 앞글자를 따서 <세초록!> 환경스터디 이름도 지었습니다.
세초록에는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회원도 있어 예쁘고 친환경적인 DIY도 만들었답니다^^

월, 2016/01/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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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공고 2015-1274호 2015년 제3차 우리마을지원사업(이웃만들기 지원) 공고 서울시에서는 다양한 주민주체를 발굴하고 초기단계 주민모임 형성을 지원하여 마을사업의 성장과 시민의 참여 확대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3차 우리 마을지원사업(이웃만들기 지원)을 공고하니 관심있는 주민(조직) 및 단체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2015.7.2 서울특별시장 1. 2015년 제3차 우리마을지원사업(이웃만들기 지원) 개요 □ 신청대상 : 서울거주 또는 생활권이 서울인 주민 3인 이상 – 기존 […]
금, 2015/07/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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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 충북ngo페스티벌이 청주 산남동 두꺼비생태공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충북지역(청주)의 많은 ngo들이 처음으로 시민들과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는 원전맨과 함께 탈핵인증샷 찍기를 진행하였습니다. 찍은 사진은 즉석에서 뽑아서 드렸고 파일은 이렇게 탈핵 인증샷으로 올립니다.
지난 “후쿠시마의 미래” 상영회 때도 그렇고 이번 탈핵인증샷 찍을 때도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셨습니다.

지난 2월말 월성1호기 재가동이 결정되고, 기자회견, 국민소송, 후쿠시마의 미래 상영에이어 준비해 또다른 탈핵 프로그램입니다.
충북지역, 청주지역에서 탈핵운동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탈핵의 큰 물결을 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후 6월13일 서울에서 있는 탈핵시민행동의날 행사까지, 그리고 하반기에 진행될 많은 탈핵일정에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6월 13일에는 버스 한대 갑니다~ 꼭 함께해주세요~

당일 인증샷 올립니다~ 좀 많아요^^;

※ 당일날 사진 못 찾아가신분들은 연락주세요(043-222-2466), 사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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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5/05/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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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캠페인 7월 ‘기온측정 인증샷’ 사진을 보내준 명단입니다.

봉사시간은 8월 10일에 확인해보세요^^!

8월 온도측정은 8월 8일(토) 오전 8시50분 ~9시입니다~

sea235 김송미 서인순 이시원 정찬욱
고인서 김수민 신재민 이영준 정채빈
김가온 김하연 신재혁 이원준 조강희
김경목 김형규 안지희 이유진 조규인
김고은 김혜주 오승준 이정재 채대승
김대현 김희정 오유빈 이정호 최경희
김동규 남우정 오윤탁 이주아 최민호
김명준 라대경 우연수 이하은 최준하
김미숙 민규 유대현 임희영 하정훈
김민정 박소연 유수민 장화숙 하헌화
김빛찬 박수현 이마로 전진용 한규호
김선주 박해림 이모두 정상준 한민석
김설진 박홍비 이미진 정서현 한수빈
김세종 박효진 이민아 정인우 함서현
김소의 서예진 이서현 정지수 홍유진

                

               ※ 이름 찾는 방법!  >  1) ctrl + F를 누른다  2) 이름을 적은 후  >  엔터

월, 2015/08/0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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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꿈환경강좌
좋은 만남, 좋은 이야기

<6>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건축가 김봉렬의 한국건축이야기

<김봉렬 총장 강좌원고에서 일부 발췌>

 

  • 강사소개

<김봉렬>
‘앞뜰을 스치는 바람, 소나무의 그늘, 새벽 공기도 건축물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하는 한국 고(古)건축의 대가이다. 현대건축에서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한옥에서 느껴 한국고건축 연구를 시작했다. 그의 책은 ‘한국의 책 100권’으로 선정되어 영국에서 출간되었고, ‘현대중공업 영빈관’, ‘프랑크푸르트 한국정원’ 등을 설계했다.

  • 강좌내용

百尺竿頭(백척간두)에서 진리를 구하다 금강산 보덕암
건축에서 내려놓아야 할 것은 최후의 것은 바로 중력이다. 건축 발전의 역사는 곧 중력을 거슬러 더 넓고, 더 높은 건물을 구축하려는 역사였다. 중력을 거부하려고 허공에 건물을 매달고, 대지를 박차고 날아가야만 오를 수 있는 수직 절벽 위에 건물을 앉힌다.

건축의 아름다움 가운데 구조미란 쓰러질 것 같고,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운 경계에서 생겨난다. 자칫하면 지붕이 무너질 것 같고, 전망탑이 쓰러질 것 같은 그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구조의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보덕암은 아름답다. 사성암, 연주암, 중국의 솬꽁쓰, 부탄의 탁상 곰파, 그리스 마테오라의 수도원들도 아름답다. 그들은 보기에도 아찔한 구조적 긴장과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척간두에서 한 발을 더 내딛을 때, 중력이 없다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중을 날아가게 된다. 파멸을 맞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해방을 누리게 된다. 수도자가 목숨마저 내려놓을 때 진정한 깨달음을 얻듯이, 건축은 중력마저 거부할 때 영원한 아름다움을 얻는다.

障碍(장애)无涯(무애). – 고창 선운사와 참당암

참당암의 건축적 정신은 더욱 자유롭다. 대웅전은 고려와 조선이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시대의 갭을 전혀 장애라고 생각지 않았다. 하나의 부재도 버리지 않으려는 검약정신의 결과이겠지만, 오히려 시간을 축적하고 역사를 남겨두는 고차원적인 건물이 되어, 시간의 제약을 뛰어 넘고 있다. 명부전과 응진전은 유래 없는 연립 불전이며, 기둥의 굵기가 너무 커서 과장스럽게 보일 정도다. 이 역시 재정적 결핍이라는 장애 요인이 있었으나, 전혀 개의치 않고 연립 불전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통쾌하게 극복하고 있다.

장애가 없으면 무애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다. 제약이 없으면 자유도 없고 독창성도 없다. 선운사와 참당암의 건물들은 숱한 장애 속에서 지어졌지만, 거리낌 없는 호쾌한 건축을 이루었다. 위대한 건축은 장애를 극복하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선운사와 참당암의 거칠고 자유로운 건축들은 그래서 위대하다.

우아한 매너리즘의 폐허 합천 영암사지

영암사의 건축과 예술은 경주 문화의 매너리즘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경주의 고급문화 형식을 따랐지만 모든 조건이 달라졌다. 도시에서 산 속으로 입지가 변했고, 귀족에서 호족으로 후원세력이 달라졌으며, 교종에서 선종으로 교의도 변화했다. 형식은 더 자유롭게 되었고, 장식은 더 화려해졌으며, 규모는 더 커졌고, 형태는 변형되고 왜곡되었다. 기단석의 사자들은 사실적이기보다 해학적이다. 용맹스럽고 규범적인 사자상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귀여운 애완견과 같은 모습의 사자들만 어슬렁거릴 뿐이다.

불국사의 건축이 정교한 고전적 규범을 따르고 전형적인 품격을 갖는다면, 그 규범을 따르려했던 영암사는 변형되고 자유로운 매너리즘적 성향을 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훨씬 풍부하고, 해학적이고, 화려한 조각과 장식으로 가득한 독특한 폐허를 남기고 있다.

거칠고 원초적인 폐허 충주 미륵대원지

땅을 다지고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우며, 그 위에 지붕을 얹고 벽을 치면 그 다음은 단청을 하고 장식을 달아 건물을 완성한다. 무너질 때는 완전히 반대 순서이다. 색칠과 장식이 먼저 벗겨지고 지붕이 내려앉으며, 기둥이 쓰러지고 벽이 넘어진다. 그러면 땅 위에는 초석과 기단만이 남아 흔적을 나타낼 뿐이다. 돌과 벽돌로 쌓은 서양건축물은 무너져도 벽이나 기둥의 많은 부분이 남아있지만, 땅 위에 나무구조물을 단순히 올려놓은 동양건축의 폐허에는 남아있는 것이란 그 뿐이다. 그러나 그 황량한 폐허가 옛사람들이 가람 터를 잡고 건축을 처음 시작할 때 보았던 바로 그 광경인 것이다

그들의 취향은 미륵대원에 산재하는 석탑과 석등, 미륵불의 어설픔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세련된 귀족적 건축이 갖지 못한 원초적인 에너지와 강렬한 의지가 숨어있다. 폐허인 미륵대원 – 그 현장에 서면, 1000년 전 이 땅의 호족들이 뿜어내던 그 역동적인 힘들을 다시 느낄 수 있다. 무너질수록 최초로 돌아가는 폐허. 정교한 건축의 폐허는 그야말로 생명을 다해 애처로움을 일으키지만, 미완성 건축의 폐허는 폐허인 채로 살아남아 지금도 최초의 생각과 감정들을 전해준다.

밝힐 수 없는 비밀의 야외 법당 화순 운주사

허구와 같은 설화와 전설이라도 일말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그 미미한 진실과 가능성의 조각들을 모아보면 운주사에 얽혀있는 비밀의 실타래를 조금은 풀 수 있지 않을까. 운주사 정도로 대규모의 유적들은 웬만한 재력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고, 탑과 부처들의 서민적인 미감으로 볼 때, 그 주체 재력가는 중앙귀족이 아니라 지방 토착세력이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솜씨들로 볼 때 이들은 여러 기문의 장인들이 참여한 것이어서, 주체 세력도 일종의 지역 연합팀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많은 작품들을 단기간에 완성했고,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는 것은 일정한 마스터플랜이 있었다고 추정된다.

운주사의 석탑과 석불들은 하나하나의 개성이 강조된 독특한 집단을 이룬다. 불상들의 다양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고, 석탑들도 온갖 가능한 형식들이 총동원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독특함을 드러내고 우월함을 뽐내지 않는다. 그저 천불천탑 중의 하나로 겸손하게 몸을 사리고 있다. 천불천탑 전부는 바위 산 계곡에 몸을 감추고 있다. 무엇하나 뚜렷이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이 비밀의 사원은 다양하면서도 하나가 되는 우주적 구성을,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도 질서를 가지고 있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오묘한 원리를 깨닫게 해준다.

월, 2017/09/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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