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04클럽·HMC 모임 / 공지]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져 빚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언제 밥 한번 먹어요’
누구나 무심하게 던지는 한마디. ‘밥 한번’의 약속은 늘 쉽게 지켜지지 않기에 흔히 빈말이라고 넘기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인 듯합니다. 헤어짐이 아쉽거나,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만나고 싶을 때, 서먹한 사이를 넘어서 친해지고 싶을 때 하는 이 ‘밥 한 끼’의 약속을 후원회원님들과 나누고 싶은 바람으로 7월 감사의 식탁을 차렸습니다.
전문 요리사가 멋지게 차려낸 음식은 아니지만, 솜씨가 조금 모자라도 차림새가 투박해도 더 많은 후원회원님과 소박한 밥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다정하게 ‘밥 한 끼’를 나누고 싶습니다.
푸른 여름, 청포도가 열리는 식탁
이번 감사의 식탁에 오른 가장 맛깔스러운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김제선 희망제작소 신임소장과 후원회원의 만남입니다. 지역 풀뿌리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을 희망제작소에서 어떻게 나눌지 처음으로 소개하고 인사드리는 자리입니다.
두근두근, 첫 만남에 잘 어울리는 식탁을 어떻게 꾸밀까요.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이육사의 시 ‘청포도’가 떠올랐습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고장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 희망이 알알이 여물어가는 푸른 청포도 같은 만남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은 없지만 정성스럽게 마련한 식탁에서 후원회원님을 기다립니다. 어서 오세요!
‘더’ 알고 나면 ‘더’ 예뻐요
소박한 밥상을 나눈 후에 희망제작소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후원회원님들은 매월 후원하는 희망제작소가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연구원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직접 보고 나면 애정이 더욱 샘솟는다고 합니다.
이제 한 자리에 둘러앉은 후원회원님들이 마주 보고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눈을 맞추고, 얼굴을 자세히 살피고, 이름을 부르면서 옆 사람의 얼굴을 그려주고, 세 가지 단어로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초상화 그리기’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이름을 쓴 종이를 옆으로 넘기면서 누구는 코를, 누구는 눈 혹은 입을, 귀를 따로따로 그립니다. 행여 다른 사람을 그릴까 봐 이름을 확인하고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솜씨도 제각각, 색깔도 제각각인데 완성한 그림을 받아보면 닮은 모습에 여기저기서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초상화를 들고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이 지나자 서먹함이 사라지고 자리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났습니다.
‘친절한 응대’가 아니라 ‘친밀한 연대’로
‘후원회원들에게 친절보다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이어가겠다는 진심을 전해주셔서 시원한 감동이었습니다.’
감사의 식탁이 끝난 후, 한 후원회원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김제선 소장은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을 소개하고, 후원회원과 함께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후원회원을 단지 고마운 분들로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함께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모든 시민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가 되는 시대, 시민이 대안이 되는 시대를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길에서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님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전귀정 후원회원이 이끎이가 되어 모두 일어서서 ‘평화의 춤’을 추기로 했습니다.
“평화의 춤에는 특별한 기교가 필요 없습니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손을 마주 잡고 움직이다 보면 땅의 기운과 하늘의 호흡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광장에서, 광주 5·18 묘역에서 평화를 염원하며 춤을 추었던 전귀정 후원회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참가자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원을 그리고 춤을 추었습니다.
앞으로도 감사의 식탁을 통해 마음으로 만나는 밥상을 차리며 후원회원님을 기다리겠습니다. 가볍게 오셔서 손잡아주세요.
– 글, 사진 : 후원사업팀
“좀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하며 살고 싶었는데
삶이 바빠 잊고 살 때가 많았네요.
현재 학생 신분이지만, 얼마 전 취직이 결정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 많은 분들과 행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희망제작소 정기회원으로 가입합니다.”
2014년 7월 20일, 故하영인 후원회원님이 희망제작소에 시민 회원으로 가입하며 남긴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올해 5월, 하영인 후원회원은 1년 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故하영인 후원회원님의 어머님께서 아들의 소지품을 정리하다가 후원 사실을 알게 되셨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후원했던 곳이 어떤 단체인지 궁금해서 희망제작소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어머님은 후원회원으로 가입한 날짜를 들으시고는, 로스쿨 학생이었던 아들이 졸업 전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하게 되어 좋아했던 모습이 생생하다 하셨습니다.
포항공대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한 故하영인 후원회원님은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고자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2016년 졸업 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안타까운 소식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이후 1년 동안 힘든 투병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어머님께 후원 내역에 대해 말씀드리다가 작년 5월 즈음 고인이 자발적으로 후원금 증액을 하셨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때는 아들이 병에 대해 알게 되어,
변호사 일도 그만두고 투병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인데…
참 우리 아들다운 행동이었네요…”
오랜 대화 끝에 고인의 어머님께서 3년 전 故하영인 후원회원님이 심은 희망의 씨앗을 이어나가기로 하셨습니다.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행복이 퍼지기를 희망했던 故하영인 후원회원님. 이제 어머님께서 그 바람을 지켜나갑니다. 고통의 끝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려 했던 故하영인 후원회원님, 참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인의명복을빕니다
– 글 : 후원사업팀
아늑한 다락방에서 나누는 ‘일’에 대한 소소한 수다
북적이는 북촌 큰길에서 골목으로 한 발짝 들어와 좁은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 구구에 도착합니다. 아늑한 이곳에 둘러앉으면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금세 어색함을 내려놓고 조금씩 속마음을 꺼내놓게 됩니다. 2월과 3월에 열린 다락수다가 그랬습니다.
일이 싫어졌던 경험, 뿌듯했던 순간, 좋은 일에 대한 생각 등을 나누었던 2월 미리수다는 제현주 님(‘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저자)과 함께 한 3월 심층수다로 이어졌습니다.
‘남들’이 아닌 ‘나름’의 기준을 가져야
제현주 님은 직장생활을 11년 했고, 최근 5년은 글 쓰고, 번역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지금은 ‘어떤 일을 하면서 살면 좋을지 원점에서부터 고민하는 시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일은 우리 삶에서 매우 많은 시간을 점유하고 있지요. 그래서 매번 선택의 순간이 닥칠 때마다 엄청 고민하게 되죠. 저는 비교적 결단력 있게 선택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택을 할 때는 역시 고민을 하게 되지요. 선택의 결과가 예측하기 힘들 때는 더욱 그렇지요. 중요한 것은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나름’의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100%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은 없습니다. 또한 한 번의 선택에만 매여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선택할 당시에 내 삶의 단계, 몸의 상태, 구체적인 욕구에 따라서 결정을 했어도 내년에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선택의 무게를 조금 덜 수 있다고 제현주 님은 조언했습니다.
누구나 일과 삶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일이, 이 자리가 마음에 안 들 때는 먼저 자신에게 작은 질문부터 던져보라고 합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돈인가, 그럼 얼마인가, 명예라면 직위가 필요한가 인정이 필요한가, 직장에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은가, 아니면 휴식을 원하는가. 때로는 ‘일하기 싫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도 ‘왜’를 끊임없이 질문하다 보면 문제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으며,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선택은 좀 더 쉬워질 수 있다고 합니다.
선택이 어렵다면 잠시 거리 두기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면 내 삶을 돌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다겸 님)
“인정욕구 때문에 지금 직장을 선택했는데 힘들어요. 일하는 시간이 들쑥날쑥하니까 가정에 소홀해지는 거 아닌가 싶고요.” (성민 님)
“무한한 자유가 무한한 행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에리히 프롬의 글이 생각나네요.” (의석 님)
제현주 님은, 선택한 후에는 스스로 탄력 회복성을 믿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설사 후회가 남는 선택이었다 해도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경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어떤 순간이 아니라 삶 전체를 염두에 두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일과 삶 사이에서 적당한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면 선택은 더 쉬워져요. 이 일을 하기로 한 게 내 선택이었다면 다른 선택도 가능한 거지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이 더 재미있어지기도 합니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그만둘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억지로’가 아니라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하면 덜 힘들어져요.”
이외에도 3월 심층수다에서는 화를 다스리는 방법, 직장을 떠나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등 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와인잔을 부딪치다, 간간이 웃음 짓다, 때로는 심각한 질문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졌습니다.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조금 환해진 것 같았습니다.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30~40대. 두 시간의 이야기로 특별한 결론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나’의 고민이 유용하다는 것을, ‘나’와 ‘당신’의 고민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서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 시간이었습니다.
덧붙여 제현주 님의 책에 적힌 한 마디로, 고민하며 일하는 오늘의 ‘나’와 ‘당신’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 글 및 사진 : 후원사업팀
* 4월 다락수다 3040은 미리수다로 진행됩니다. 4월 27일(목) 다락방구구에서 ‘나와 가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많은 참가신청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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