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위클리펀치(474) ‘여성’은 ‘노동자’로 인정 되었는가

지역

위클리펀치(474) ‘여성’은 ‘노동자’로 인정 되었는가

익명 (미확인) | 수, 2015/09/30- 11:29

위클리펀치(474) ‘여성’은 ‘노동자’로 인정 되었는가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근래에는 단어에 내포된 성역할을 없애거나 중립적으로 사용 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의사 – 여의사, 화가 – 여성화가, 교수 – 여교수, 작가 – 여류작가 등 어떤 직업이나 사회적 역할을 표현 할 때에는 남성을 기본으로 하고, 여성임을 나타내는 단어를 조합해서 말하곤 한다. 그 이유를 과거에는 노동시장에 대부분이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보지만, 이는 결혼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많은 현시대의 모습을 외면하는 언어습관이다. 여성 중 과반 수 이상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여성인력활용방안에 대해 반드시 정책을 제안할 정도로 여성노동자의 비중은 늘어났다.

그 배경에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가 있다.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며 노동시장이 격변하였고, 그 결과 실업 및 비정규직이 증가하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주부는 남성의 미래가 예측 가능한 고정적인 수입과 안정된 직장생활을 전제로 유지될 수 있다. 그러한 안정성이 깨지면서 여성의 노동시장참여가 필수적으로 여겨졌고,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의 효력이 점점 약화되었다. 그 결과 맞벌이부부 외에도 1인 가구 비율이 높아지고, 아이를 낳지 않는 가구도 증가하며 기존에 비해 유연한 가구 구성으로 변화하고 있다.

 

변화된 시대변하지 않는 기준

하지만 지난 9월 17일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주최하는 2015 여성노동포럼 『젠더불평등과 사회정의』가 ‘여성은 노동자로 인정 되었나’라는 주제로 열린 첫 강에서 발표자인 중앙대 사회학과 김경희 교수는 국가에서 정확하게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여성노동정책이라고 범주를 만들어 운영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하였다. 여성의 비중이 증가하였다고는 하지만 서비스업과 보건 및 사회복지업에 집중 되었다. 기존의 제조업이 중심이었던 사회의 시각에서 노동의 결과를 생산물의 가치와 결부시켜 임금 및 대우를 결정하는 관점으로 감정노동 및 돌봄노동의 가치를 판단해 여성들이 대거 뛰어든 서비스업과 보건 및 사회복지업의 노동은 저평가 되었다.

발표에서 활용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여성이 겪는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이 더욱 분명히 나타난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여성들의 고용률 추이는 연령대 별로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25~29세 집단에서 여성의 고용률은 빠르게 상승하여 남성의 고용률에 수렴하고 있다. 30~34세 여성들은 과거 여성 고용률이 가장 낮은 연령대 중 하나였으나, 금융위기를 거치고 2009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반면 35~44세의 여성들은 고용률은 2000년에서 2014년 사이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 가사 육아 및 보육부담이 가장 큰 시기인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45세 이상의 구간에서는 고령화의 영향으로 남녀 모두 고용률이 빠르게 증가하였다. 직업으로 보면 2007년과 2014년의 차이를 보았을 때, 보건 및 사회복지업에 여성 노동자가 전체 증가분의 87%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증가하였다. 2004년과 2007년을 비교한 여성 노동자의 분포 변화는 고루 증가하였고, 남성은 전 기간에 큰 변화가 없는 것과 대비된다.

임금 측면에서는 전체적으로 중간임금으로 수렴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중위임금 자체가 저임금화 되는 경향이 있고, 상용직·임시직·일용직으로 분류해 보았을 때, 상용직만 중간임금이 증가하고, 임시 및 일용직은 저임금 일자리만 증가한 것이 관측된다. 저임금 일자리는 대부분 여성노동자가 주로 근무하고 있는 서비스업 등이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여성노동자는 경제적 불평등을 받아내는 계층이 되었다.

 

끝나지 않은 혁명지체된 혁명

여성의 고용률은 개인의 능력 뿐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서 많이 영향 받았다.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보육정책 및 성평등에 관한 정치적 인식이 달라졌다. 하지만 초기 정책을 만들 때 가졌던 목표를 가시적으로만 일부 달성하고, 오히려 정책이 도구화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여성인력활용안의 최종대안인 일•가정 양립 정책이 나오기까지는 국가경쟁력 제고와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위기에 대한 문제 진단이 있었다. 55% 수준으로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 반면, 과거에 비해 증가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앞당겼다는 상반된 문제 진단은 ‘여성’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 사회 안에서 가정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과 책임이 변화하였다. 그러나 정책 속의 일과 가정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권유와 보육에 대한 금전적 지원만이 있었다. 즉, 남성의 역할 및 참여가 포한되지 않았고, 그 결과 여성들은 일과 돌봄에 대한 이중 부담만 부과되었다.

이러한 괴리를 표현하는 말은 애스핑앤더슨의 ‘끝나지 않은 혁명’이다. 지체된 혁명이라고도 하는 이 현상은 사회구조가 변동하고 정책적으로도 그것을 지지하고 있지만 남성들의 의식변화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성역할에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발표자는 강의에서 양성평등 철학에 기반한 노동정책 수립이 절실하고 일•가정 양립 정책에서 돌봄노동에 남성의 참여가 증가할 수 있도록 맞벌이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젠더불평등과 사회정의에 관한 포럼을 여는 강의로서 역사 속에서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하게 된 경위와 무수히 쏟아져 나온 정책의 홍수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로서 겪는 불평등이 왜 쉽게 사라지지 않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여성노동자가 아닌 ‘노동자’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가정 안에서도 주부가 아닌 ‘부부’가 가사 및 돌봄노동의 공유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hwbanner_610x114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노동자가 용광로에 떨어져 죽음을 당했다는 믿고 싶지 않은 뉴스를 접하고 문득 […]
월, 2015/10/05- 10:00
150
0

짐바브웨의 일관성 없는 법 제도가 청소년기 여성들의 성과 재생산 의료 및 지식에 대한 접근을 막고 있다.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한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짐바브웨의 일관성 없는 법 때문에, 청소년 여성들이 출산하던 중에 목숨을 잃는 등 해로운 영향 받기 쉬운 처지에 놓였다고 국제앰네스티가 경고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신규 보고서를 발표했다.

 많은 청소년이 18세 이전에 활발한 성생활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들이 자신의 건강과 미래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와 전문적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디프로스 무체나(Deprose Muchena) 국제앰네스티 남아프리카 지역국장

보고서 <지식 없이 헤매다: 짐바브웨의 성과 재생산 건강 정보를 막는 장벽>은 짐바브웨에서 합의 하의 성관계와 결혼을 허용하는 법적 연령을 두고 혼란이 만연한 상태라고 기록했다. 이 때문에 청소년 여성들은 원치 않는 임신에 더욱 취약해졌고, HIV에 감염 위험도 훨씬 높아졌다. 그 결과, 청소년 여성들은 낙인과 차별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조혼, 경제적 곤란 등의 위기와 교육을 마치지 못할 수도 있는 어려움에 마주하게 되었다.

디프로스 무체나 국제앰네스티 남아프리카 지역국장은 “많은 청소년이 18세 이전에 성적으로 활발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들이 자신의 건강과 미래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와 전문적 조언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관계 동의 연령에 관련된 조항을 만든 것은 성적 학대와 조혼을 막으려는 목적일지 모르나, 이 조항을 이용해 성과 재생산 건강 관련 정보 및 서비스를 받을 청소년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청소년의 성생활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뿌리 깊게 형성되어 있으며, 알맞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받기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짐바브웨의 국민 보건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기 여성 중 약 40%, 청소년기 남성은 24% 정도가 18세 이전부터 활발한 성생활을 하고 있다.

성과 재생산 건강에 관련된 짐바브웨의 법률 및 정책 체계 다수가 일관성 없이 마련된 탓에, 18세 이하의 청소년이 성 관련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부모의 동의 필요 여부에 대해서도 상당한 혼란이 야기되었다.

짐바브웨의 법에 따르면 성관계 동의 연령은 16세다. 그러나 헌법에 따라 법적 결혼 가능 연령을 18세까지 확대한다던 정부의 움직임이 지연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결혼 전 성관계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뿌리 깊게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미 임신 중이거나 기혼자인 여성들만이 피임 수단을 이용하거나 HIV 관련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오해가 너무나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 종사자들은 성 또는 재생산건강과 관련해 특정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때, 16세 이하 청소년에게도 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과정에서 현행 의료 정책만으로는 판단 기준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또한 원치 않는 임신과 HIV 등의 성병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청소년 여성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청소년 여성들 사이에 상당한 지식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청소년 여성들은 전문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때도 어린 나이 때문에 창피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떤 청소년은 국제앰네스티에 “16세가 되기 전에는 전문병원에 갈 수 없다. 병원에서 우리를 쫓아내고 욕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18세가 되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또 다른 청소년 여성은 17세에 임신을 하고 난 후에야 병원에 가게 되었다면서, 그 전까지는 나이 때문에 병원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내가 너무 어린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교사, 부모, 비정부단체, 의료 종사자 등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들도 청소년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짐바브웨 정부는 청소년 여성들이 자신의 성과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인식하고 주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디프로스 무체나(Deprose Muchena) 국제앰네스티 남아프리카 지역국장

국제앰네스티는 성과 재생산건강 관련 정보 및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에 대해 청소년들의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짐바브웨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법과 정책을 통해 청소년들은 나이와 부모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성과 재생산건강 정보, 교육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할 것을 권고했다.

 

청소년의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금기

국제앰네스티는 짐바브웨 정부에 결혼 전 성관계 등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금기를 깰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청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하려 해도, 이 금기로 인해 또 다른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이러한 금기는 포괄적인 학교 성교육을 제공하지 못한 정부의 실책이 더해지면서 성차별을 계속해서 유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디프로스 무체나 국장은 “짐바브웨 정부는 청소년 여성들이 자신의 성과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인식하고 주장할 수 있도록 전도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종합적인 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러한 성교육은 금욕만을 강조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앰네스티 조사 결과 해로운 성 고정관념으로 청소년기 여성들은 임신을 할 경우, 강제 결혼이나 교육 단절과 같이 특히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비용이라는 장벽

또한 이번 보고서는 성과 재생산 관련 의료 서비스의 높은 비용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피임을 보급하고 산부인과 의료비를 무상 지원하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비용이 부과되는 경우가 잦았다.

국제앰네스티 조사 결과, 이렇게 부과되는 의료비용은 제때 산부인과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아예 진료를 받지 못하는 등 청소년 임산부에게 과도한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배경정보

이번 보고서는 2017년 2월에서 5월 사이 하라레, 마니칼랜드, 동마쇼날랜드, 마싱고 주에서 청소년 여성 50명을 포함해 총 120명의 참가자들과 진행한 그룹 토론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연구 결과, 청소년 임신율과 HIV 감염률은 증가하고 있으며, 동시에 성과 재생산 건강 관련 지식 수준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 임신은 짐바브웨의 높은 조혼율과 산모 사망률의 주요 원인이다. 2016년에는 15세에서 19세 사이의 산모 사망률이 21%에 달했다.

목, 2018/02/01- 10:27
149
0

1년 전, 폴란드 각지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낙태규제법을 반대하며 도심과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안나 블러스(Anna Błuś) 국제앰네스티 유럽여성인권 조사관

1년 전, 폴란드에서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각지의 도심과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폭우 속에서도 그들은 낙태규제법 반대 시위에 참여하며 전례 없는 규모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모인 여성들의 집회는 ‘검은 시위’라 불렸고, 결국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지난 11일, 이들이 이룬 성과가 위험에 처했다. 10일 저녁 폴란드 국회는 의회위원회의 검토에 따라, 낙태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의 ‘낙태중단법’ 개정안을 인용하기로 결정했다. 낙태반대단체인 생명가족재단이 제출한 이 개정안은 폴란드법상 낙태를 허용하는 세 가지 사유 중 하나, 즉 태아에 심각하거나 치명적인 태아장애가 있을 경우를 삭제한다는 내용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폴란드에서 이루어지는 합법적 낙태 시술 중 대부분이 이런 경우에 해당했다.

폴란드의 낙태규제법은 이미 유럽에서도 가장 엄격한 수준이다.”

안나 블러스 

이와 매우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는 낙태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여성구원계획이 제출한 제안에 대해서도 검토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 제안은 202대 194로 아슬아슬하게 부결되면서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폴란드의 낙태규제법은 이미 유럽에서도 가장 엄격한 수준으로, 강간 또는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이거나, 태아가 심각하거나 치명적인 태아장애를 가진 것으로 진단되었거나, 산모의 생명 또는 건강이 위험한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아일랜드,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파라과이를 대상으로 한 국제앰네스티 조사 결과, 이들 국가 모두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제한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여성들이 크나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국가의 여성들은 건강과 행복은 물론 자신의 생명까지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낙태규제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여성은 건강을 위협받고, 국제인권법상 인정된 권리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제인권기준상 태아에게 심각한 질환이 있거나 치명적인 장애가 있다는 것은 여성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 시술을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사유에 해당한다. 낙태규제법을 더욱 엄격하게 강화한다면 여성들은 의미 없는 임신을 유지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을 위협받게 된다. 살아남지도 못할 아이를 강제로 출산해야 하는 여성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여성들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의 금지로 인해,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건강과 행복은 물론 자신의 생명까지도 잃는 경우가 많다.

안나 블러스

현재 폴란드 여성들은 합법적으로 낙태를 하려 해도 엄청난 장벽에 부딪혀야 한다. 소위 ‘양심 조항’이라 불리는 조항에 따라 의사는 종교적인 이유로 낙태 시술을 거부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장벽 중 하나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합법적으로 낙태 시술을 하려는 의사와 간호사는 사회적인 압박에 노출되며, 낙인이 찍히거나 범죄자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잘 알려진 사례 중 하나로, 어떤 부인과 교수는 치명적 태아장애 사례에도 ‘양심 조항’을 들어 여러 차례 낙태 시술을 거부했다. 결국 임신을 유지해야 했던 여성은 탈수 등 여러 가지 건강 문제에 시달리며 아이를 출산했지만, 아이는 살아남을 가능성조차 없는 상태로 고통스러워하다 열흘 만에 결국 숨졌다. 아이의 부모는 엄청난 슬픔과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강제로 임신을 유지했지만 결국 아이를 잃고 말았던 이 여성은 1년 전 TV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의사의 양심적인 결정으로 우리 아이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 의사는 나의 인권보다 자신의 양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지난 10일 저녁의 표결 결과는 사실 거의 놀랍지 않은 수준이었다. ‘검은 시위’ 참가자들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며칠 만에 낙태반대단체와 정치인들은 이미 낙태를 규제할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실제로 낙태규제법 개정안은 80만개 이상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카톨릭 사제들이 개정안 지지를 촉구했고, 낙태를 반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교회 앞에서 서명을 받았다.

폴란드 여성들은 낙태를 규제하려는 시도에 계속해서 저항할 것이며, 우리의 몸과 건강에 대해서는 정치가들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릴 것이다.”

안나 블러스

낙태규제법 개정안을 인용하기로 결정한 국회의원회의 검토 기간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이는 곧 며칠 만에 성급하게 검토를 마칠 수도 있고, 해당 문제가 잊혀질 때까지 수 개월 동안 방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주로 집권당 소속인 의원 100여명은 태아에게 심각하거나 치명적인 태아장애가 있을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현행법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집권당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위헌으로 결정된다면 이 조항은 며칠 이내로 삭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폴란드와 세계 각지의 여성들은 다시 한 번 움직일 것이다. 여성들은 낙태를 규제하려는 시도에 계속해서 저항할 것이며, 우리의 몸과 건강에 대해서는 정치가들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릴 것이다.

이 글은 Euronews에 먼저 게재되었습니다.

화, 2018/01/23- 17:31
148
0
성실언니 발언은 노래하는 선생님 다음에 나와요 ^^ 언니만 보고 싶으신 분들은 6분 무렵부터 보시면 됩니다!


특권학교폐지 목요촛불집회에서 조성실언니의 발언입니다.
금, 2017/07/14- 02:23
147
0

국제앰네스티는 여덟 명의 여성에게 2018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야기하고 싶은 여성 인물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나를 위로하는 그림]의 저자 우지현님은 화가 조세핀 니비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Amnesty International X 자선

여기, 한 여성이 있다.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 대부분에 등장하는 인물이자 그의 아내인 조세핀 니비슨Josephine Nivison이다. 뉴욕미술학교의 동급생으로 화가의 꿈을 키우던 이들은 졸업 후 우연히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결혼을 계기로 탄탄대로를 걸은 호퍼와 달리 조세핀은 화가로서의 삶이 중단된다. 그녀가 화가로 활동하는 것에 관해 그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전통적인 주부의 역할을 하기를 바랐으나 그녀가 계속 그림을 그리자 “별 재주도 없는 그림” 혹은 “한심해 보일 정도로 볼품없는 그림”이라며 대놓고 조롱하거나 깎아내렸다.

이것이 발단이 되었을까. 이들의 대립은 끝이 없었다. 당당한 현대 여성인 조세핀은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고자 했고,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호퍼는 그녀가 집안일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며 늘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성격도 판이하게 달랐는데 그녀는 활달하고 사교적이며 수다스러운 성격이었고, 그는 내성적이고 과묵하며 수줍은 성격이었다. 지나치게 말이 없는 그에 대해 그녀는 “때때로 그와 대화하는 건 벽에 돌멩이를 던지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성격부터 기질이나 성향, 가치관, 인생관 등 모든 것이 달랐던 이들의 불화는 종종 심각한 수준의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 한번은 남편인 자신보다 고양이를 더 챙긴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하다가 육탄전을 벌였고, 운전하지 말라는 자기의 말을 거부하자 호퍼는 조세핀의 양다리를 잡아당기며 강제로 차에서 끌어내리기도 했다. 그녀 역시 그의 얼굴을 할퀴며 저항했지만 그녀가 150cm의 작고 왜소한 체구였고, 그는 2m의 거구였던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해진다.

이처럼 전쟁 같은 결혼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평생을 함께 했다.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으면서도 떨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녀의 삶을 생각해본다. 오랫동안 품었던 화가의 꿈을 접고 평생 다른 화가의 모델이 되어야 했던 억울함, 동시에 자신보다 재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던 그를 보며 느꼈을 비참함, 그를 화가로서 존경하면서도 자신의 내조를 받아 나날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남편을 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또 서로 너무 달랐기에 매번 충돌하면서 겪는 좌절감, 자신을 무시하고 억압하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했던 남편에 대한 증오, 그런 미움을 바탕으로 평생 투쟁하고 복수하고 반목하고 원망하면서도 끝까지 헤어지지 않았던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가령 결혼생활 전체가 고통, 분노, 질투, 후회, 상실, 환란, 저주, 체념, 슬픔 따위로 채워진다고 해도 그 끝은 사랑으로 마무리되기를 원했던 것일까. 호퍼의 그림 속 그녀의 모습은 고독하고 치열했던 조세핀의 삶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글. 우지현
그림. 구자선

목, 2018/03/08- 16:24
14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