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PD 노동인권 실태조사 발표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 편성정책'이 도입된 지 20여년이 흘렀다. 제작원의 다양화를 통한 지상파 중심의 방송 구조 개선, 품질과 다양성의 가치 제고를 통한 시장 활성화, 영상 콘텐츠 수요 확장에 대비한 제작 인프라 형성등을 목적으로 방송위원회는 1991년부터 지상파에 외주제작 의무 편성 비율을 도입했다. 당시 3%였던 외주제작 프로그램 비율은 2012년 24~40%까지 확대됐다. 2012년 종합편성채널이 생겨나면서 외주제작PD의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방송컨텐츠산업은 정부의 최우선 국정운영전략인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류문화 주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등 화려한 수사들과 함께 하는 방송컨텐츠사업의 확장 속에서 실제 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지난 6월 MBN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독립PD가 정규직PD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방송사 외주제작 프리랜서 노동인권실태 긴급증언대회'가 열리며 독립PD들이 당했던 비인간적 대우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독립PD협회는 방송사 외주제작 프리랜서들의 노동환경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방송사 외주제작 프리랜서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TF'를 구성, 17일 오전 11시 목동 방송회관에서 독립PD 노동인권 긴급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방송사에 직접 고용된 정규직 PD를 제외한 프리랜서, 외주제작, 계약·파견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PD(이하 독립PD로 통칭)를 대상으로 했다.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일주일동안 진행 된 온라인 설문조사에 176명의 독립PD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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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수입, 낮은 보수, 인격 무시 비일비재
가장 크게 드러난 문제는 기본적인 계약서도 없이 방송 제작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서면계약을 체결하고 방송제작을 한다는 독립PD의 비율이 23.4%에 불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 마련한 '방송영상프로그램 제작 스태프 표준계약서'가 존재하지만, 표준계약서가 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하는 독립PD의 비율이 98.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 제작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는 것이 드러났다.
불안정한 수입과 낮은 보수, 만연한 보수 체불 실태도 나타났다. 보수를 월급으로 지급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4%였고, 회당 지급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47.4%였다. 소속회사가 있는 경우에는 월급으로 지급받는다는 비율이 57.1%였으나, 회당 지급받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37.4%로 드러나 독립PD들 상당수의 수입이 불안정함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체불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독립PD의 비율은 무려 64.4%였다.
이런 상황에서 4대 보험 가입률 역시 낮았다. 국민연급 가입률은 43.7%였고, 고용보험 가입률은 12.0%, 산재보험 가입률은 13.1%로 극히 낮은 수준인 것이 나타났다. 특히 일하다가 생긴 부상이나 질병에 대해 개인적으로 해결한다는 응답이 83.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독립PD들이 처한 열악한 사회안전망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MBN 폭행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규직 PD와의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인격무시, 폭행 등의 사례들도 나타났다. 인격무시와 관련된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독립PD의 비율이 84.6%나 됐다. '폭언은 항상 따라다닌다. 셀 수 없다', '외주에서는 비일비재하다'는 등 인격침해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보였다.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포함)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PD는 무려 87.5%나 됐다. 독립PD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것이 설문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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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생겨도 나서지 못해 … 노동조합으로 해결해야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프리랜서, 독립PD등 비정규직은 보호받지 못하면서도 나서서 행동하기 어렵다. 그 즉시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누군가 시작하지 않으면 MBN사태처럼 일이 터진 후 뒷수습 하는 것에 머무를 수 있다. 강력하게 연대해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언론노조가 비정규직 조직화에 나서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동기 한국독립PD협회장은 "MBN 사태 해결을 위해 1인시위를 하면서 느낀 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며 "이런 움직임들을 계기로 좀 더 평등한 관계가 정립되었으면 좋겠다. 일하는 데 좀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안주식 한국PD연합회장은 "독립PD협회와 공동으로 인권보장선언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며 "현재 방송시장이 외주PD들이 활동하기에 굉장히 안 좋은 시장이라는 근본적 문제점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사 외주제작 프리랜서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TF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정책제안은 △외주제작에서 공정거래구조를 확립시킬 수 있는 정책 △방송콘텐츠제작에 참여하는 비정규 제작인력에 대한 노동기본권 확립 △비정규 제작인력의 집합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노동조합등을 통해 단체교섭 역량 강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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