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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 늘지 않는다

금, 2015/09/11- 10:03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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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 늘지 않는다

 

우리사회연구소 객원연구원 백남주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입니다.”

8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가장 우선순위로 언급한 것이 노동개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통도 해결할 수 없다”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것은 전 국민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청년실업률이 이미 10%를 넘었습니다(취업포기자 등을 포함한 '청년체감실업률'은 23%). 연애, 결혼, 출산을 기피하는 ‘3포 세대’라는 용어가 유행하더니,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 여기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청년들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스스로를 ‘n포 세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어떤 수를 내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합니다.

박 대통령은 “이제는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라며 “기성세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방도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장 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기성세대’에는 스스로를 포함해 상위 1% 부자들, 재벌총수 들은 들어가지 않는 것 같은데, 어쨌든 정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실업이 해소 될 수 있을까요?

기업들은 청년고용을 늘일 생각이 없다

임금피크제란 일정 연령이 된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애초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기업들의 비용절감 때문이었습니다. 2016년부터 '정년 60세 법'이 단계적으로 시행됩니다. 기존의 법적 정년은 55세였는데(물론 자율적으로 그 이상을 정년으로 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이를 60세로 늘리기로 한 것입니다. 사회가 고령화되어 가는데 따라 사람들의 노동연령을 올린 것입니다.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정년이 늘어나면 임금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고령화 사회를 돌이킬 순 없으니 정년 60세 법 자체를 반대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임금 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른 수단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임금피크제가 그 대표적인 수단이었습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절감된 인권비를 청년고용에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기업들은 정년이 늘어남에 따른 임금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 했습니다. 따라서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돈을 새롭게 청년들을 고용하는데 사용할 생각이 기업들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압박하는 것에 발맞춰 재벌 대기업들은 청년고용을 늘리는데 협조할 것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삼성 2년간 3만 명, SK 2년간 2만 4천 명, 롯데 3년간 2만 4천 명, 현대차 올해 역대 최대인 1만 500명 등 최근 재벌대기업들은 잇따라 청년 고용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공허한' 수치에 불과합니다. 이 중 재벌들이 직접 고용하는 인원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인턴이나 창업교육을 지원하겠다는 숫자입니다. 이것이 임금피크제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년고용이라는 이름으로 박근혜 정부가 기업들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정년을 보장받는 노동자가 몇이나 될까

정부가 내세우는 임금피크제 도입 근거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절약되는 임금비용을 청년고용에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년까지 일하는 노동자가 많지 않다면 정부의 주장처럼 ‘절약되는 임금비용’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우리사회에서 정년을 채우는 노동자가 몇이나 될까요? 주위를 둘러보면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노동자가 그리 많지는 않아 보입니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잃는 것이죠.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010년 쓴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근로 생애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 중 정년 이전에 조기 퇴직하는 비율이 67.1%에 이른다고 합니다. 남성은 평균 55세, 여성은 평균 51세에 자의든 타의든 직장을 떠난다고 합니다(프레시안, 2015.07.31).

2015년 3월 기준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근속년수는 평균 5.69년에 불과합니다(정규직 8.33년, 비정규직 2.41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인용). 입사한지 5년이 좀 지나면 해고당하거나 직장을 옮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속년수가 1년 미만인 노동자가 전체 임금노동자의 30.8%이고, 2년 미만인 노동자가 44.5%입니다. 3년 미만인 노동자가지 합치면 그 비율이 53%로 절반을 넘습니다. 근속년수가 10년 이상인 임금노동자는 20%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근속년수는 OECD 국가들 가운데 꼴찌입니다. 2013년 기준 OECD 국가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우리나라의 2배에 가까운 10.5년입니다.

지금도 정년보장이 하늘에 별 따기처럼 되어있는데, 임금피크제로 정년을 연장하고 그로 인해 절감되는 비용으로 청년고용을 늘린다는 주장은 공허할 뿐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발생하는 재원으로 2016~2019년 사이에 18만개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숫자들은 부풀려지고 허황된 숫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사례들을 살펴봐도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을 늘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한국노총의 2015년, 화학노련 임금피크제 실태조사 결과 조사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시행 사업장에서 고용이 증가한 경우는 불과 12.2퍼센트고 19.5퍼센트는 오히려 고용이 줄었다고 합니다(<노동자 연대> 153호, 2015.07.20). 임금피크제가 국내에서 처음 이야기되며 많이 거론되었던 2013년에도 임금피크제와 일자리 창출의 연관성을 따지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그 중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재계 것 말고는 거의 없었습니다(프레시안, 2015.07.31).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대 갈등 부추기고, 국민들과 전쟁을 선포한 박근혜 정권

박근혜 정권은 기성세대,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 때문에 청년고용이 안 되는 것처럼 이야기 합니다. 정말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임금을 포기하지 않으면 청년일자리는 늘어날 수 없는 것일까요?

청년층 일자리와 고령층 일자리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청년층과 고령층의 실업 원인도 다르고, 종사 분야도 달라서 고령층 일자리와 청년층 일자리의 대체효과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기업들이 투자를 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비용이 절감된다고 대기업들이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설리 만무합니다. 재벌대기업이 막대하게 보유하고 있는 사내유보금이 이를 보여줍니다. 사내유보금이 70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하는데, 재벌들은 신규투자를 잘 하지 않습니다.

그 많은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도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경제위기와 이어지는 경기침체 국면 속에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정책은 노동자 임금을 깎고, 해고를 쉽게 할 뿐 새로운 일자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부자들이나 재벌들로부터 재원을 마련해 청년고용을 늘일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은수미 의원에 따르면 “사내유보금의 10%만 투자로 전환된다면 71조 원의 재정투입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고, 5%만 투자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35조 4000억 원의 재정투입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사내유보금 1%를 사회 환원만 해도 늘어나는 일자리가 23만개 정도라고 합니다. 그 외 은수미 의원은 재벌 대기업 청년고용할당제 3%만 해도 7만개, 재벌대기업 근로시간단축으로 2만개, 재벌 대기업의 법인세 원상회복과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에 과세로 2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떠나 재벌개혁으로 많은 신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재벌개혁은 외면한 채 청년실업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정규직의 중장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과 보수언론들은 툭하면 국론분열, 국민들 간의 갈등을 이야기 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거리에서 집회를 하는 것도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 간 갈등을 유발시키는 행위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작 국론분열을 부추기고 국민들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은 누구인가요? 바로 박근혜 정부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고 있는 ‘노동개혁’ 안에는 임금피크제 뿐 아니라 △일반해고 요건 완화 △기간제 비정규직 사용 기한 연장 △파견 허용 업종 확대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쉽게 말해 기업들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방향의 정책입니다. 앞으로 저임금의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일자리의 기준을 벗어나 ‘특혜’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혜’를 빼앗겠다는 것입니다. 전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재벌대기업에게는 온갖 특혜를 주면서도 노동자들 간에, 세대 간에 갈등을 부추기는 박근혜 정부. ‘갑’의 횡포와 책임은 외면한 채 ‘을’끼리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을’끼리 싸우고 있으면 그 이면에서 이득을 챙기는 것은 ‘갑’밖에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전 국민이 힘을 합쳐 국민과 전쟁을 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을 막아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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