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자료] 새로운 갈등의 시작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권고. 정부는 새로운 공론화방안을 추진해야 한다.(2015.9.2)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사용후핵연료관리 권고안에 대한 전문가 견해 세미나”(2015.9.2.), 발표자료>
새로운 갈등의 시작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권고
정부는 새로운 공론화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1. 공론화위원회 활동에 대한 총평
공론화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권고(이후 권고)를 통해 ‘대한민국이 37년간 묵혀둔 난제’를 풀었다며, 20개월 동안 2만 7천여 명의 의견과 35만여 명이 온라인에서 공유한 생각을 권고에서 담았다고 자평했다.
먼저 공론화위원회의 이런 태도에 대해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그간 언론을 통해 수차례 지적된 것처럼 공론화위원회의 행사는 상품권과 선물, 식사제공 등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공청회 여부를 해당지역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그들만의 공청회’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37만 명이란 숫자는 어디서 나온 것이며, 그것이 정말 의미 있는 숫자인지 되묻고 싶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주민 등은 공론화위원회 위상과 역할, 구성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했다.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후에는 운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고 폐쇄적인 논의구조, 무엇을 공론화하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불분명한 논의 의제 등에 대해 다양한 비판을 전개한 바 있다. 이런 면에서 마지막 권고를 발표하는 순간까지도 공론화위원회는 그간 자기 활동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반성이 없는 권고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1) 더 복잡해진 구분 : 단기저장시설과 처분전보관시설
권고의 구체적인 내용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공론화위원회는 권고를 통해 △ 사용후핵연료 단기저장시설과 처분전보관시설의 개념을 신설하고, △ 최종처분장, 지하연구소(URL), 처분전보관시설을 한 곳에 모으고, 이 부지를 2020년까지 선정, △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공사, 사용후핵연료 기획회의와 정책기획단 등을 제안했다.
먼저 사용후핵연료 단기저장시설과 처분전보관시설이란 개념을 신설한 것은 그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논의의 맥락을 볼 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그간 핵발전소 내부에 보관 중인 ‘임시저장’시설의 법적·기술적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주에 설치되어 있는 건식저장시설의 경우, 기술적으로 중간저장시설과 동일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임시저장이란 애매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당시 경주엔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을 짓지 않기로 방폐장유치지역지원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원자력안전법상 핵발전소 ‘관계’ 시설이라는 유권해석을 하고 있는 등 말장난식 혼란이 너무나 많다.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서 ‘중간 저장’이란 개념을 분명히 해서 국제적인 기준을 맞추고 논란을 해소하자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그런데 이번 권고는 기존 임시저장이외에도 단기저장시설과 처분전저장시설이란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다. 혼란스러운 개념을 통합하고 혼란을 바로잡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 것이다. 물리적으론 똑같은 임시저장, 단기저장, 처분전저장시설을 법적으로 이렇게 세분화한 사례는 없을뿐더러 그간 공론화위원회의 논의 방향과도 전혀 다르다.
2) 모든 지역이 반대한 저장시설 : 단기저장시설
기장 지역 - 의견 3 : 어떠한 형태의 사용후핵연료 시설도 기장군 지역 설치 반대 경주 지역 - 의견 1 : 경주시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장의 대상지역이 아니라는 정부 입장의 재확인 - 의견 2 : 2016년까지 월성원전에 건실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하여야 할 것. 영광 지역 - 의견 1 중 일부 “대부분의 오피니언리더들은 영광지역 내 사용후핵연료 추가 시설을 반대하는 입장” 울진 지역 - 의견 4 : 울진군에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논의 불가 울주 지역 - 의견 3 : 위험물질의 안전성을 고려할 때, 중간저장시설을 발전소 내 및 주변지역에 건설하는 것을 반대 |
<공론화위원회 지역의견 중 중간저장 관련 의견 모음>
더구나 공론화위원회는 핵발전소 내에 ‘단기저장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권고함에 따라 핵발전소 포화년도에 맞춰 전국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지역별로 제출한 의견을 보면 모든 핵발전소 지역이 해당지역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미 법으로 시설 건설을 금지한 경주, 공문으로 지역주민과 어떠한 핵시설도 추가 건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울진은 물론이고 기장, 영광, 울주에서도 중간저장 시설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이번에 발표된 권고가 대규모 지역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중간저장시설을 ‘단기저장시설’로 이름만 바꿔 강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에서 공론화위원회는 어떤 의견을 수렴하여 ‘단기저장시설’이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는지 궁금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 이전까지 공론화위원회에서 줄기차게 논의되었던 의제는 현재 애매한 상황에 있는 ‘임시저장’과 ‘중간저장’의 개념을 어떻게 통일 시킬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3) 2020년까지 처분장 부지선정? 문제는 기한이 아니라 방법!
또한 권고보고서에서 처분장, 지하연구소(URL), 처분전보관시설을 한곳으로 모으고 이중 지하연구소 부지를 2020년까지 선정하여 2030년부터는 실증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내용에 담고 있다.
바꿔 말하면, 최종처분장 부지를 2020년까지 정하라는 것이다. 2020년까지 불과 5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사회적 갈등과 부지 지질특성 등을 모두 검토해서 지하연구소 부지를 확정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단순히 당위적인 접근이 아니라, 현실성을 고려할 때 이 권고는 전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특히 ‘단기’의 기간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고 있고, 2020년까지 최종처분장 선정도 쉽지 않을 상황임을 함께 고려한다면, 사실상 핵발전소 내 분산형 중간저장까지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만약 정말 부지선정을 위한 것이라면 날짜를 못 박는 당위론적인 일정표가 아니라, 이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즉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4) 새로운 조직 구성? :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 공사
이번 권고에서는 향후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가칭)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공사’와 범정부 의사결정기구인 ‘사용후핵연료 기획회의’, 실무추진단인 ‘사용후핵연료 정책기획단’을 정부조직 내에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조직이 아니라,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핵발전소 지역의견으로 올라온 다수 의견이 불신과 정보공개 촉구, 신뢰회복 방안 강구 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또 하나의 자리 만들기만 몰두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이런 기구가 기존의 원자력환경공단이나 원자력연구원 등과 어떻게 다르며, 이들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 매우 구체적인 고민이 없다는 면도 공론화위원회가 제대로 문제 접근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 문제는 우리나라에 핵발전소가 건설될 당시부터 예정된 문제이다. 또한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라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숙제이자, 골칫덩어리다. 이런 면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풀어가는 것은 핵발전을 계속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에너지정책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더욱 많은 양의 사용후핵연료를 양상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관리방안과 보상체계를 중심으로 한 논의는 매우 한계적인 논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는 그간 논의 방향과 의제를 무시한 일방적인 선택이다. 이 권고 대로라면 쏟아져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단기’ 보관할 방법만 찾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과 방안은 또 다시 다음세대에게 전가될 것이다.
2. 정책 권고에 대한 세부 입장
1.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최우선 원칙은 국민의 안전입니다. 사용후핵연료는 국가의 책임 하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선택한 관리기술이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입증된 것이어야 하며, 기술 적용의 결과가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최우선 원칙으로 ‘국민 안전’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사용후핵연료가 그만큼 위험하고 보관하기 어려운 물질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이번 권고가 ‘안전’이라는 원칙에 맞춰 얼마나 설정되는 지하는 점이다. 이후에 상술하겠지만, ‘안전’을 검증하거나 이에 맞춰 원칙을 결정하는 권고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2. 현재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용량이 초과되거나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안정적인 저장시설을 마련하여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
이미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이 권고의 핵심은 ‘저장시설을 마련’하여 ‘옮기는 것’ 이다. 이는 2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기존 임시저장이 아니라, 새로운 저장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기존의 임시저장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뒤에 나오겠지만, 단기저장시설)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권고를 보면, 이러한 당위는 나와 있으나, 왜 기존 임시저장고를 늘리거나 사용후핵연료 양을 줄이는 작업(발전소 가동 중단 등)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권고에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수조는 미임계상태로 유지되고 있으며, 임시저장수조 표면은 선량률 제한치(25μSv/h)를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권고 30페이지)고 밝히고 있다. 이후 설명에서도 지진, 태풍, 홍수, 해일 등 자연재해로부터 손상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기존 임시저장고의 안전성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새로운 저장시설을 마련해서 옮겨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단 1줄로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저장용량과 절차 등을 감안할 때 계속 이와 같은 방식으로 둘 수는 없습니다.” (각주 : 원전소재지역 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울진지역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이 장기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015.6.5.).)
바꿔 말하면 저장용량과 절차, 울진의 의견 때문에 새로운 저장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밝히고 있는 셈이다. 너무나 앙상하고 단편적인 논리이다. 정말로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면 그리고 그것이 1번 원칙에서 이야기한 ‘국민 안전’이란 원칙에 부합한다면 왜 기존 저장고의 확장을 고민하지 않고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갖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이동’을 고민하는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3. 정부는 2051년까지 처분시설을 건설하여 운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처분시설 부지 혹은 부지조건과 유사한 지역에 지하연구소(URL)의 부지를 2020년까지 선정하고, 건설과정에 착수하여 2030년부터는 실증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2051년이란 기한은 작년 11월 공론화위원회의 ‘의제 발표’를 통해서 한번 언급되었던 내용이다. 그 때도 2051년이란 기한이 너무나 작위적이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비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같은 근거로 2051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완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있는 저장시설 중 설계수명이 2041년에 종료되는 것이 있습니다. 운영허가 기간을 절차에 따라 10년 연장하더라도 2051년부터는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처분시설로 옮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경수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중수로에 비해 열과 독성이 강한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처분방식의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심지층 처분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므로 중수로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시점을 고려하여 같은 부지에서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2051년 전까지 처분시설을 건설하고 2051년부터는 운영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권고 33페이지)
요약하면 경주에 설치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설계수명이 2041년 종료되는데, 이를 10년 수명연장해서 나온 결과가 2051년이다. 따라서 그 전에 처분시설을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경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10년 수명연장은 공론화위원회가 결정할 내용이 아니다. 그 사이 다양한 변수들이 있을 수 있고, 지역주민들의 여론 추이는 예측할 수 조차 없다. 또한 2051년까지 우리나라의 처분기술이 처분장 건설에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도 없다. 처분 시점에 대한 근거로 여론조사를 들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국민 공론조사의 경우에는 ‘2051년 처분’에 대해 물었으나(64.6%)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영구처분 시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묻고 정작 중요한 2051년 처분 여부에 대해서는 물은 바 없다. 그럼에도 이를 2051년 처분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나와 있는 △ 동일 장소에 URL과 처분장 건설, △ 2020년 처분시설 부지확정, △ 2030년 실증연구 시작은 지역 반발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임에도 해외 사례와 기계적인 날짜계산만 나와 있을 뿐 왜 그런 결과에 도달했는지 근거를 찾을 수 없다. 특히 동일 장소에서 URL과 처분장 건설을 진행하는 것은 자칫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처분 연구마저 가로막힐 수 있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URL에는 처분장을 건설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있고, 이는 대전에 있는 KURT도 마찬가지이다.
권고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처분장 건설을 위해서는 Generic URL이 아니라, site-specific URL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지 ‘필요성’에만 근거해서 앞으로 5년 안에 최종처분장 부지를 찾아 그곳에서 연구를 진행해야한다는 것은 ‘희망사항’이지 현실가능성은 떨어지는 일이다. (이런 면에서 2051년 최종처분장 운영은 더욱 현실성이 떨어지는 계획이다.)
4.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과 지하연구소(URL)가 들어서는 지역에 주민이 참여하는 「환경감시센터(가칭)」를 설치합니다. 삶의 질을 높이고 안정적 경제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첫째, 사용후핵연료 연구 및 관리기관을 포함한 유관기관을 지역에 두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합니다. 둘째, 사용후핵연료 처분지원수수료를 지자체에 납부합니다. 셋째,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고 여건을 고려한 도시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초기 비용은 특별지원금으로 부담합니다. |
현행 법에서 핵발전소, 중저준위방폐장 등은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 방폐장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에 의해 각종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밀양 송전탑 갈등 이후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지원법도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어떤 방식이든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이나 지하연구소에 대한 환경감시와 지역지원책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부지선정 문제 등 많은 숙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매우 원칙적인 측면에서 언급하는 것 이상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미 경주 방폐장 선정과정에서 ‘3천억 원 + 알파(한수원본사, 양성자가속기, 8조원규모의 추가 지원(실제로는 5조원 규모))’로 표현되어 온 지원금 중심의 정책추진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었다. 다양한 지원책은 필요하지만, 지원금으로 지역주민들을 현혹시키는 방식은 도덕적인 측면이나 국가 정책의 선례라는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 지원에 대한 논의가 더 세부적으로 되어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5. 처분시설이 운영되기 전이라도 2020년에 선정된 지하연구소(URL) 부지에 처분전보관시설을 건설하여 처분 전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불가피한 경우 각 원전 안에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하여 처분 이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제규범이 허용하고 있는 국제공동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마련을 위해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 등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이 내용은 은 이번 권고 내용 중 가장 큰 논쟁거리를 갖고 있는 단락이다.
먼저 ‘단기저장시설’은 기존 핵발전소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권고는 법률적인 부분만을 검토하여 제한구역경계(EAB) 등을 변경하거나 부지를 추가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행 법에서 상충하는 부분은 법 규정을 바꾸거나 하면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정부가 지역과 약속한 내용과 충돌한 것이다.
현행 방폐물유치지역법은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을 유치지역에 건설하지 못하게 명기하고 있다. 즉 경주 월성핵발전소에는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을 짓지 못하게 되어 있다.
방폐물유치지역법
제18조(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의 건설 제한) .... 사용후핵연료의 관련 시설은 유치지역에 건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울진지역의 경우, 신울진3,4호기 부지선정과 관련해서 ‘추가 핵관련 시설’을 짓지 않기로 지역주민과 정부가 약속한 바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을 근거로 사용후핵연료 저장과 관련한 시설은 발전소 ‘관계시설’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9조(관계시설) .... 다음 각 호의 시설을 말한다.
4. 원자력발전소 안에 위치한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시설ㆍ배출시설 및 저장시설
‘관련시설’과 ‘관계시설’ 이 말장난 같은 논리를 법리적으로는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역주민들이 수많은 갈등 속에 주민투표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권고는 너무나 간단히 “실제 기능과 역할에 적합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위원회가 갈등요소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할 때, 공론화위원회가 자신의 역할은 등한시하고 새로운 갈등요소를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한편 “국제공동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마련을 위해 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 역시 상당히 중요한 논점임에도 특별히 제기되지 않고 있는 지점이다. 권고가 이에 대한 예시로 ‘대만의 사용후핵연료 위탁재처리’ 사례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용후핵연료 위탁재처리 여부는 공론화기간 동안 제대로 논의되어야 함을 주장해왔다. 해외에서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국내에서도 이를 주장하는 이들이 일부 존재한다. 하지만 한미원자력협정 등 현실적인 장벽이외에도 핵재처리를 우리나라가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북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핵재처리는 단지 에너지와 전력문제를 넘어선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며, 몇몇 인사들이 논의하는 선이 아니라, 제대로 된 논의를 요구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론화 기간 내내 핵재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몇 차례 국제회의를 제외하고는 의견 수렴이나 공론화 절차를 제대로 밟지도 않았다. 그나마 국제회의를 통해 제출된 내용도 핵재처리 옵션이 갖는 문제점에 관한 것이 다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공론화위는 핵재처리 문제는 공론화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회피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권고안에는 대만의 위탁재처리 사례를 들며 이 방안이 ‘한시적 비상대책의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공론화위의 권고안 전체적으로 ‘공론화 토론 주제’와 ‘권고 내용’의 차이가 있는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이것이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한다. 토론, 논의와 실제 권고안이 다르다면 왜 공론화프로그램을 진행 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끊이지 않는 대목이다.
6. 만약 원전 안에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하여 한시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경우 「사용후핵연료 보관비용」을 지불합니다. 투명하고 효과적인 비용 적립과 관리를 위해 주민재단(가칭)을 지역에 설립하여 운영합니다. 현재 원전 안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대해서도 합리적인 비용 지불에 대해 정부와 해당 지역 간에 구체적인 협의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현재 핵발전소 인근 5개 지자체는 일본이나 독일처럼 핵연료세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고는 ‘주민재단’을 설립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지원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핵연료세나 주민재단 모두 현실 가능한 방안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권고는 법무법인 의견을 바탕으로 국내 여건과 실효성을 놓고 볼 때 조세보다는 부담금 형태가 적절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반면 공론조사 결과에서는 68.2%가 핵연료보관세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가지가 상충하는 가운데 왜 핵연료세가 아니라, 주민재단을 설립해야 하는가? 이는 기존의 사용후핵연료 관리기금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출자는 사용후핵연료 관리기금. 따라서 관리기금이 재단에 출자? 관리기금이 직접 주민재단일을 하면 안 되는 건가?), 기존 발전소주변지역지원금과는 어떻게 다르고 관리될 것인가? 다양한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권고에서 찾을 수 없다.
7.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운반, 처분 및 독성과 부피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단계별 세부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또한 다양한 전문가들이 사회적 책무를 갖고 기술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통합적 시스템을 운영해야 합니다. |
사용후핵연료 관련 R&D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그동안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핵재처리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과 재활용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고 기술의 실효성과 경제성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공론화기간동안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를 단 한 차례로 진행해본 바 없다. 이미 많은 비용이 투자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에 대한 평가는 ‘기술개발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선에 그치고 있다. 충분히 논의를 하지 않았으니 그 정도 평가는 당연할 수 있겠으나, 역시 의제만 던지고 아무런 합의도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론화위원회의 역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8.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안전성과 더불어 책임성, 안정성, 효율성,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 민간사업자, 국민이 공사의 지분을 공유하고, 사용후핵연료 관련 기술개발과 단계별 관리를 책임지는 「사용후핵연료 기술·관리공사(가칭)」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권고에서는 기존 원자력환경공단이 국민 여론조사 결과 신뢰도가 100점 만점에 44점이며, 경영실적 평가 등을 고려할 때, “기술개발을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사업을 총괄할 전담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 행정업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환경공단과 새로운 기술·관리공사는 어떤 관계이며, 담당부서는 산업부일지 미래부일지 의문이 들 것이다. 권고는 이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고, 오히려 정부이외에 민간 자본까지 참여하는 형태로 공사를 건립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갑자기 튀어나온 ‘민간 자본’도 의아하고, 그럼 기존 조직을 통폐합 혹은 흡수 합병할 것인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2014년 SK건설이 울진군에 URL 건설부지 조성을 설명하려다가 백지화된 사례를 생각할 때, 권고에는 나오지 않은 다른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권고 중 9와 10은 위의 것들에 대한 하위 계획이기에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겠다.
다만 권고 9에서 밝힌 ‘사용후핵연료 특별법’의 경우, 일반법이 아니라 왜 ‘특별법’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다. 지금까지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에 대한 제도가 미비한 것이 많아서 특별법 한 개만 만든다고 이 복잡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당연히 원자력안전법을 비롯하여, 각종 법률을 함께 개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경우 ‘특별법’이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법’ 같은 법안을 통해 기본 골간을 만들고 타법개정을 통해 법체계를 세우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3. 결론 : 세부 근거는 찾기 힘들고, 갈등의 씨앗만 뿌려 놓은 최악의 권고, 정부는 거부하고 새로운 공론화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설사 결론이 같다 할지라도 그 근거는 다를 수 있다. 공론화프로그램이 다른 여론조사와 다른 것은 그 근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권고는 ‘앙상한 결론만 나와 있는 문서’에 불과하다.
누구와 어떤 논의를 통해 그런 결과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전체적으로 빠져있고, 당위성과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당위성만 갖고 결론을 맺을 것이었으면 공론화프로그램을 하지 않아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수많은 토론과 의견 수렴 때 실제 국민들이 답한 내용은 매우 초보적이고 대략적인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해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우리사회의 합의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것을 확인했다면, 권고의 내용도 – 다소 유치하게 보일지 몰라도 – 매우 낮은 수준의 것으로 모아졌어야 했다. 권고가 발표된 이후 수차례 있었던 토론회에서 이 보고서는 ‘전문가 보고서’이지 ‘공론화 보고서’가 아니라고 많은 이들이 지적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이번 권고는 ‘37년간 묵혀둔 난제’를 푼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욱 꼬아 놓은 최악의 권고안이다. ‘단기저장시설’ 건설에 모두가 반대했음에도 이를 채택함에 따라 각 핵발전소 부지는 새로운 사회적 갈등에 빠질 것이다. 또한 2020년까지 URL과 최종처분장 부지를 선정할 것을 권고했기에 전국적으로 제2, 제3의 핵폐기장 부지 찾기와 갈등이 진행될 것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이런 합의를 이뤄냈다면, 갈등은 최소화되었지만 누구도 동의하지 않은 결론만 앙상하게 있는 현실에서 갈등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선택이다. 정부는 이 현실을 제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권고가 아니라 새로운 공론화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핵발전소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은 새로운 갈등에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37년간의 혼란과 갈등보다 더 큰 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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