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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당신은 어떤 성장을 바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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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당신은 어떤 성장을 바랍니까

익명 (미확인) | 수, 2015/08/12- 23:00

전세계 선진국에서 불평등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불평등 극복을 위한 분배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에서만은 성장론이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성장론을 들고나온다. ‘유능한 경제정당’이 되겠다고 외치며 소득주도성장론을 들고나왔다. 여기까지도 좋다. 그런데 여기서 ‘성장’이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가장 쉬운 설명을 찾기 위해 <초등사회 개념사전>(아울북)을 보면 ‘경제성장’은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경제성장이란 한 나라의 경제 능력이 커져 국민 소득이나 국내총생산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을 말해. 즉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동안 새로 만들어낸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 또는 한 나라 안에서 새로 만들어낸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가 꾸준히 늘어났음을 의미하는 거지.”

아무래도 초등학생 수준보다 더 쉬워져야겠다. 좀더 풀어 써보자. 한 개인의 시각으로 들여다본다. 한 개인이 보기에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자신이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가 늘어나는 것이다. 좀더 풀어 쓴다면, 그가 사용하는 물건과 서비스의 가치가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다.

어떤 ‘가치’가 늘어나는가

그런데 이 ‘가치’가 늘어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그가 사용하는 물건과 서비스의 ‘양’이 늘어난다. 하루 한 끼 먹던 사람이 하루 세 끼를 먹게 된다면, 이는 그가 소비하는 재화가 늘어난 것이다. 평생 6년 학교교육을 받던 사람이 12년의 학교교육을 받게 된다면, 그가 소비하는 서비스가 늘어난 것이다. 성장률이 5%라면, 밥의 양이 5% 늘어나거나 받는 교육량이 5% 늘어나는 것이다.

둘째, 그가 사용하는 물건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 맛없는 묵은 쌀밥을 먹던 사람이 맛있고 건강에 좋은 유기농 현미밥을 먹게 된다면 그 질이 높아진 것이고, 한 학급에 60명이 수업을 듣는 학교에 다니던 사람이 한 학급 20명의 학교에 다니게 되더라도 그 질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성장률이 5%라면, 그 밥과 교육의 질이 5% 나아졌다는 뜻이다.

셋째, 그가 ‘새로운 종류’의 물건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쌀밥에 김치 반찬만 먹던 사람이, 여기다 고기 반찬을 더 먹게 된다면 그것은 새로운 소비다. 세상에 없던 온라인 교육 서비스가 개발되어 새롭게 사용하게 되는 것 역시 이 경우에 해당된다. 여기서 성장률이 5%라면, 이런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가 5%만큼 생겨났다는 의미다.

전체 국민에게 벌어지는 이 세 가지 사건을 모두 종합해 전년 대비 얼마나 가치가 늘어났는지를 숫자로 계산하면, 그게 바로 경제성장률이다. 이때 ‘가치’는 통상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치로 계산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격이 매겨져 거래되지 않는 것은 계산해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에, 계량화가 가능한 요소만으로 전체 경제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성장률이 3%라거나, 5%라거나, 10%라는 이야기를 실제 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경제적 사건으로 환원해본다면 어떤 의미일까?

역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다. 사용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의 양이나 질이 한 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사람이 7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3% 경제성장률이 계속 유지된다면 태어날 때보다 죽을 때에 8배 늘어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게 된다. 경제성장률 5%라면 30배가 되고, 10%라면 790배가 된다. 실로 무지막지한 숫자다.

실제로 한국의 1970~80년대 평균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은 연평균 9%대였다. 1990년대에 7%대였고, 2000년대에도 4%대를 유지했다. 이게 2010년대에는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삶의 양상을 크게 변화시키는 성장

경제성장률 수치로 보면, 한국인들은 세계사에 유례가 드물게 무지막지한 삶의 변화를 경험한 셈이다. 1970~80년대에는 평생 416배의 성장을, 10년마다 2.3배의 성장을 경험한 셈이니 말이다. 경제성장률이 2010년대처럼 3%만 되더라도 70 평생을 계산하면 8배 가까이 성장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먹는 일만 놓고 보면, 1인당 평균 식사량의 증가분과, 식사의 질적 향상분과, 새로운 메뉴가 등장한 몫을 모두 합치면 1980년대에는 평생 수백 배, 2010년대에는 평생 8배 커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삶을 둘러싼 모든 소비생활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도록, 사회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내게 됐다는 의미다. 이걸 한 사람의 경우가 아니라 그 모든 사례를 합친 전체 국민으로 확대해 생각하면,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 모든 국민의 물질적 삶이 실물 기준으로 평생 8배 커진다면 그것은 정말 대단한 변화다. 경제성장률 3%는 무시할 수 없는 큰 수치라는 이야기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단 2%의 경제성장률이라도 오래 지속된다면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는 점을 언급했다. 케인스는 1930년에 <우리 후손들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당시로부터 100년 뒤인 2030년에는 인류가 주당 15시간가량만 일하면 생존에 필요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으므로, 나머지 시간을 문화와 예술과 철학을 즐기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책에서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경제성장률(자본스톡 증가분 기준)이 단 2%였다. 2%의 경제성장률이 100년간 지속되면 인류 전체의 노동시간이 여가시간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이다.

그는 역시 경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경제성장은 실제 삶의 양상을 변화시킨다. 이 점을 통찰하지 않으면 단순히 소득이나 자산이 늘어나는 일종의 금융 현상으로 인식하기 쉽다.

특히 케인스는 이를 ‘시간’이라는 삶의 또 다른 본질적 요소와 결합시켰다. 경제성장과 우리 삶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꿰뚫은 통찰이다. 우리가 GDP와 경제성장률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 삶의 본질적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양적 성장은 경제 수준이 일정한 궤도에 오르고 나면 한계에 부닥치고 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밥을 한 끼 먹던 사람이 세 끼 먹게 될 수는 있어도, 다섯 끼 열 끼 먹게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어느 시점 이후에는 성장의 내용은 재화 및 서비스의 질적 향상, 그리고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의 등장으로 채워지게 된다.

한국에서는 베이비붐 세대로 대표되는 현재의 50~60대와 청년 세대라 부를 수 있는 20~30대 사이의 차이가 도드라지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성장을 양적 성장으로 경험했다. 그러나 청년 세대는 그 양적 성장이 사실상 종료되는 시점에 성인기에 접어들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향상으로

즉 1950년대에 태어난 평균적 한국인이라면, 스무 살이 된 1970년대에 먹었던 음식에 견줘 서른 살이 된 1990년대에 먹은 음식이 2.3배 나아졌을 것이다.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은 양적 증가였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음식 자체의 양과 섭취하는 영양분이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에 태어난 평균적 한국인이라면, 스무 살에 견줘 서른 살에는 1.3배 나은 음식을 섭취했을 것이지만, 그 성장분 가운데 상당 부분은 양적인 것이 아니라 질적인 것이거나 새로운 메뉴의 등장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1970년대에 태어난 나는 20대에 PC통신을 만났다. 당시 가장 인기 있던(사실상 유일한) PC통신 ‘케텔’ 게시판에 시사와 관련된 글을 써서 올리곤 했다. 어느 날 내가 올린 글이 큰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당일 시사 관련 글 가운데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 조회 수가 136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에서 당일 가장 인기가 높은 글의 조회 수는 얼마나 될까. 136회의 1천~1만 배는 되지 않을까.

1990년대와 2010년대 사이에 PC통신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인터넷 카페가 메웠다. 삐삐가 등장했고 휴대전화도 빠르게 보급됐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전국을 뒤덮었고 전 국민이 컴퓨터와 전자우편 아이디를 갖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다시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갖고 돌아다니면서 전자우편을 확인하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게 됐다.

물론 이 모든 새로운 서비스가 경제성장을 구성한다. 그런데 한 개인에게 이런 성장은, 케텔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136명의 독자를 확보하며 누리는 보람과 기쁨이 그 20년 뒤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천~수만 명의 독자에게 읽히면서 누리는 보람과 기쁨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난다. 그 사이의 간격이 바로 성장이다. 한국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이런 성장이 식사량의 증가보다는 훨씬 더 중요하고 현실적인 성장일 것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다.

경제성장의 정의에 대해 이렇게 할 수 있는 한 가장 쉽고 가장 원론적으로 설명해보는 이유는, 한국 정치에서 ‘경제성장’이라는 존재가 신격화의 단계로 접어드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며 범법 기업인들의 사면 핑계로까지 사용하는 새누리당 쪽에서는 이 신을 숭배한다. 그러니 모든 토론의 마무리는 성장신의 재림을 비는 기도로 끝난다. ‘소득주도성장론’을 통해 ‘소득분배’라는 가치를 ‘경제성장’에 덧대려 노력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신을 두려워한다. 그러니 다른 올바른 일들조차도 성장신의 이름을 빌려 구현하려 안간힘을 쓴다.

성장을 ‘신’으로 섬기는 자들

좋다. 성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신이어서가 아니다. 현실의 삶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좋다’고 말할 때, 그것은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더 많은 음식과 더 큰 자동차와 더 큰 집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아니면 당신의 성장은 더 나은 교육과 보육과 간병과 의료와 노인 돌봄을 뜻하는가? 아니면 드론과 무인 자동차와 웨어러블 디지털 기기들이 등장하는 성장을 뜻하는가? 더 뛰어난 소프트웨어와 예술작품과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과학 및 경제학 지식이 등장해야 한다는 뜻인가?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가치가 더 많이 더 잘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성장일 텐데, 그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신들이 지향하는 성장이 어떤 성장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경제를 아는 것이고, 유능한 것이다.

[ 한겨레21 / 2015.8.12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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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 각 언론사 복지담당, 사회부, 정치부 및 사진기자

발신 :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사무국장 구창우 010-8747-1275)

[보도자료]연금행동_정의당, ‘노후빈곤해소와 적정소득보장을 위한 공적연금강화 정책협약’ 체결식 진행 

2016년 3월 23일(수) 오전 11시, 국회 본관 2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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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후빈곤해소 및 공적연금강화를 목표로 306개 시민사회노동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은 3월 23일(수) 오전 11시 국회 본관 216호에서 정의당과 2016년 총선을 맞이하여 ‘노후빈곤해소와 적정소득보장을 위한 공적연금강화 정책협약’을 체결함.
  2. 현재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1위이며, 노인소득 불평등도 매우 심각한 상황임. 이것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취약한 데에서 비롯한 결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연금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함.
  3. 이를 위해 연금행동과 정의당은 ‘모든 국민들이 공적연금으로 최소 100만원’을 목표로 △노인빈곤해소와 안정적인 소득보장을 위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강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개선 및 재정지원 확대, △공적연금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국민연금기금이 금융수익 중심의 기금운용에서 벗어나 가입자 중심의 사회적 수익을 위해 운용될 수 있도록 재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협약을 맺음.
  4. 협약식 인사말에서 정의당 이정미 부대표는 “어르신들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연금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편으로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문제도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함. 정용건 연금행동 집행위원장 역시 “이번 총선에서 일자리 다음으로 연금 및 노후문제가 중요 관심사로 등장했다”면서, “20대 국회에서는 국민 노후를 책임질 수 있도록 공적연금을 강화해 가야 한다”고 말함. 이번 협약식에는 정의당에서 이정미 부대표, 김용신 정책위의장, 한창민 대변인, 좌혜경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고, 연금행동에서 정용건 집행위원장,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해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김병국 노년유니온 부위원장,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함.
  5. 이번 정책협약을 계기로 연금행동과 정의당은 다음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국민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벌여나갈 것임.

<정책협약 체결식 주요 순서>

  1. 참가자 소개

  2. 연금행동_정의당 대표 인사말

  3. 정책협약 제안 취지 설명

  4. 정책협약서 서명

  5. 사진촬영

❙붙임. 연금행동_정의당 공적연금강화 정책협약서

수, 2016/03/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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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3/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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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은 올해 초 동별로 돌아가며 지역주민들을 만나다가 안타까운 사연을 잇따라 발견했다.

한 부부는 식당을 운영하다 실패했다. 그러고는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30대 중반의 주부와 다섯명의 아이가 남았다. 반지하방에서 생활을 혼자 감당하던 그 여성에게는 주거와 일자리와 교육 등 총체적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국가 복지제도는 그렇게 짜여 있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해 지원하는 정도였다.

어떤 어르신은 반지하방에서 살면서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있었다. 소유하고 있는 작은 집은 늦둥이 아들 대학 등록금을 대기 위해 월세를 준 상태였다. 다른 소득은 없었지만 국가의 복지 대상자가 되기는 어려웠다. 집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별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만들었다. 지역의 어려운 사정을 살피고 해결책을 자체적으로 찾는 모임이다. 동네 유지들이 모여 논의하고 결정하는 회의가 아니라, 당장 어려운 사람을 찾아 바로 도움을 주는 긴급구조 회의다. 기부할 재원이 있는 종교기관도 같이하고, 동네 병원과 약국도 같이해도 좋다. 당장 돈이 급한 곳은 기부로, 건강이 문제인 이들에게는 의료로 돕기 위해서다.

사실 동네 사람 대부분은 조금씩 도울 여력을 갖고 있다. 미용실에서는 무료로 머리를 깎아줄 수 있고, 식당은 한 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방자치단체인 구청은 그걸 발굴하고 해결하는 일을 연결해주고,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현장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가 국가 제도가 할 수 없는 유연한 문제해결에 나선 사례다.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청년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여러 정당에서 취업활동지원금, 구직수당 등 다양한 형태의 취업 전 청년 지원 공약을 내걸었다. 실업급여의 영역을 넓히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 공약들의 출발은 서울시에서 지난해 발표했던 청년활동지원금 제도다. 청년들의 의견을 모아 정책에 반영한 사례였다. 정부와 여당의 비판 탓에 여전히 중앙정부와 협의 중인 제도이지만,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만으로도 정책 확산의 나비효과를 냈다.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정책을 실험해 확산시킨 사례다.

이런 사례를 보면, 국가정책의 기획과 집행에서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더 커질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희망제작소는 바른지역언론연대와 함께 20대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에게 일곱 가지 지방분권과제를 제안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중요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중앙-지방 협력회의’를 설치하고, 자치입법권의 법률적 효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 자체 세원을 확대하는 일 등의 과제다. 중앙정부-시도-시군구로 이어지는 중층 행정구조에서, 하급단위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상급단위에서 하지 않는다는 ‘보충성의 원리’에 입각한 제안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정책연구모임인 목민관클럽과 논의를 거듭하며 공감을 얻은 내용이기도 하다.

지금은 많은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더 유연하고 과감한 실험이 필요하다. 국가는 그 실험을 하기에 몸집이 너무 무겁고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행정전달체계는 여전히 확고한 중앙정부 중심이다. 현장에 가까운 단위로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줄 필요가 있다. 작고 유연한 정책실험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런 체제를 만들기 위한 이번 제안에 양식 있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귀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 한겨레 / 2016.03.29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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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3/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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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 중 100명이 지방분권 7대 과제 실천을 약속했다.

전국 풀뿌리지역언론 연대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회장 이안재,옥천신문 대표)는 29일, 희망제작소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함께 지난 14일부터 추진한 ‘지속가능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 7대 과제 실천약속’에 28일 현재 100명의 후보들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정당별로는 더민주 62명, 정의당 13명, 새누리당 11명과 국민의당 각각 11명, 무소속 3명 순이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24명으로 가장 많으며, 서울 14명, 부산 8명, 인천과 광주,경남 각각 7명, 전남과 전북 각각 5명 순이다. 나머지 지역은 모두 5명 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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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3/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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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하기만 한 아파트 단지에 주민 주도의 자치문화가 꽃피고 있다. 이 중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작은 도서관’이다. SH공사는 희망제작소와 함께 임대아파트 단지에 작은 도서관 지원 사업을 벌여 마을공동체가 형성되도록 돕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무료로 여러 교육을 진행하는 등 주민 활동가를 키우고 있다. 은평뉴타운 10단지 책뜰에 작은도서관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6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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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3/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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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이 심상치 않다. 2월 청년 실업자 수는 56만명으로 1년 전보다 7만6000명이나 늘었다. 청년실업률이 12.5%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9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흔들리던 2008~2009년에도 청년실업률은 8%대에 그쳤다. 1990년대 말 IMF 구제금융 뒤 노동시장이 흔들리기 전까지만 해도 청년층은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웠다.

그런데 2011~2012년 7%대 중반이던 청년실업률이 매년 1%포인트씩 오르더니 사상최고치가 된 것이다. 2월 실업자 131만7000명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15~29세 청년층이다. 2월에 새로 늘어난 실업자 11만 4000명 가운데 3분의 2가 이 계층이다.

그 결과 젊은 층의 소득도 줄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20대 가구소득은 줄었다. 2012년 가구주 29세 이하인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54만8000원이었다. 그런데 2015년에는 246만6000원이었다. 2013년과 2014년 연달아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30대 이상 가구 소득은 늘었다. 2012년 386만8000원의 월 평균 소득을 기록한 30대 가구는 지난해 월 평균 소득이 417만5000원으로 올랐다. 40대 가구도 33만5000원, 50대 가구는 38만1000원, 60대 이상 가구는 13만6000원 늘었다. 20대 가구만 줄었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함께 벌어지고 있어 더 걱정스럽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선진국들에서도 20대~30대의 실질소득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했다. 60대 이상 노년 세대 소득은 늘었다. 미국에서 30대 이하는 은퇴자들보다 가난해졌고, 영국에서는 은퇴자 가처분소득이 젊은층보다 세 배나 빠르게 늘었으며, 프랑스에서는 연금생활자들의 가처분소득이 50대 이하보다 사상 처음으로 커졌고, 이탈리아에서도 80살 이하의 평균적 연금생활자의 소득이 35살 이하 소득을 추월했다.

일하는 청년층이 고령의 은퇴자들보다 소득이 뒤처지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핵심적 원인은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청년층 소득은 주로 근로소득이다. 선진국에서 은퇴자 소득은 주로 연금소득이다.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근로소득 자체가 타격을 입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연금소득은 안정적이다. 그러니 청년층 소득 위기의 핵심은 일자리 위기이고, 일자리 위기의 핵심은 근로소득의 위기다.

그런데 왜 청년층일까? 답은 간단하다.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의 협상력은 누구보다도 가장 약하다. 일단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의 협상력은 노동법 등 제도적 보호를 통해 높아지게 되어 있다. 직장 경력 역시 업무 숙련도의 신호로 작용해 협상력을 높인다. 그러나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청년층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경력이 없기 때문에 숙련도 역시 인정받지 못한다. 따라서 협상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노동시장 전반에 문제가 생길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층은 협상력이 가장 취약한 층이다. 청년문제가 전세계 선진국 모두에서 공통으로 떠오른 이유는 여기 있다.

연금과 월세수입 등으로 살아갈 수 있는 노년층의 삶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근로소득으로 살아가야 하는 청년층의 삶은 불안하다. 이런 현상은 따지고 보면 청년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체 인구가 결국 겪게 될 공통의 문제를 가장 취약한 청년층이 먼저 겪게 된 것일 뿐이다.

문제의 근원은 노동 자체의 문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노동력을 팔아 안정된 소득을 임금 형태로 받아 살아가는 모델이 흔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동화와 기계화가 너무 많이 진전되어서, 전통적인 핵심생산과정에서 인간의 역할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장기적으로 전체 삶의 수준을 높여주지만, 당장 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삶의 질이 나빠지기도 한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은 오히려 나빠졌고, 반세기 가량이나 지나서야 산업혁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이 당시 산업혁명 진입 초기와 같은 상황인지도 모른다.

알파고와 인공지능의 시대, 노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 일자리를 몇 개 만들어내겠다는 약속 정도로는 전혀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청년실업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며, 곧 일하는 사람 전체의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서 근본적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

[ 뉴스토마토 / 2016.03.28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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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03/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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