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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17살 복동이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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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17살 복동이 파헤치기

익명 (미확인) | 수, 2015/06/10- 17:19

17살 복동이 파헤치기

 

정리 김잔디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복지동향은 1998년 준비호 3권을 거쳐 같은 해 10월 창간되었고, 17년이 지나면서 사회복지 분야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월간 <복지동향>이 2015년 6월 200호를 발행한다. 수많은 필자, 편집위원, 편집간사, 자원활동가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값진 월간지는 아직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17년 간 매달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독자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후원회원이 있어 복지동향을 꾸준히 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0호가 발행되기까지 복지동향에 어떤 이야기와 인물, 기록 등이 있었을까?

 

복동이를 위한 편집인들의 고민줄거리

 

창간호에는 백종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전북대 교수)이 발간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항상 주변적인 이슈로 제기되었다가 사라지고 마는 복지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이슈화하고, 관련 정보를 사회복지 종사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복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고,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창간 첫돌기념사에서는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발간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염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1년 1월호와 2월호는 나남출판에서 나눔의 집으로 출판사가 바뀌면서 최초로 합본호를 발행했다. 3월호부터는 표지에 인물사진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신영복 선생님께서 주신 글씨로 제호가 변경되었다. 내부 구성이 바뀌기도 했지만 이때무터 지역통신원을 두고 지역의 현안 문제들에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2007년 2월 100호를 맞이한 복동이는 창간을 준비하며 세웠던 목표들을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다. 100호를 보면, 역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들의 좌담내용에 관련내용이 잘 정리되어있다. 우려와 달리 안정적인 발간이 이어졌으며, 다양한 복지분야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담아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반면, 정보전달과 아젠다 전달의 기능이 충돌하는 문제, 협소한 독자층의 한계 등이 지적됐다. 그래서 200호를 기다리며 ‘쌍방향 소통’ ‘대중성 강화’, ‘명확하고 장기적인 지향점 수립’ ‘차세대를 위한 개선’ 등이 과제가 되었다. 200호를 맞이한 오늘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랍기도 하지만 그간 정체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표지로 본 복동이의 얼굴

 

복지동향은 200호를 발행하기까지 크게 3차례 표지디자인을 변경했다. 초창기 목차를 담은 표지였다가 출판사 변경과 함께 2001년부터 복지현장의 인물을 표지에 담았고, 2003년부터 현재와 같은 표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변화된 표지들과 함께 독자들이 알만한 표지인물을 소개한다.

 

숫자로 보는 복동이

 

복지동향의 표지를 넘기면 왼쪽에는 편집위원, 편집간사, 지역통신원 등이 표기되고, 오른쪽에는 목차에 따라 필자명이 표기된다. 이런 식으로 복지동향을 거쳐 간 사람들은 누구고, 몇이나 될까?

 

조사해본 결과, 41명의 편집위원, 14명의 편집간사, 19개의 지역통신원 단체 그리고 465명의 필자들이 그간의 복지동향을 만들어왔다. 가장 많은 원고를 작성한 필자는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교수로 60편의 원고가 실렸다. 그 다음 순으로는 남찬섭 동아대학교 교수, 허선 순천향대학교 교수가 뒤를 이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소속되지 않았지만 많은 원고가 실린 필자는 김창보 前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실장, 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순으로 조사됐다.

 

회원 및 시민들의 정보접근성을 돕기 위해 발행된 복지동향의 원고(표, 그림 등 제외)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고, 각 콘텐츠에 대한 누적된 조회수를 볼 수 있다. 조회수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본 결과, 상위권에 ‘빈곤문제’를 주제로 한 글의 조회수가 높았다.

 

복동이를 향한 한마디

 

과거 복지동향의 내용, 구성 등의 변화와 흐름을 따라가 보니 누군가 더 큰 공을 세워 200호를 맞이한 것이 아니었다. 필자, 편집위원, 편집간사, 독자 모두가 손을 놓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결과다. 물론 앞으로 해결하고, 개선해야할 과제가 많다. 그래도 복지동향 300호를 맞이할 때는 더 많은 독자와 필자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복지국가의 비전에 한걸음 더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독자들은 <복지동향>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발간 초창기 복지동향에 적혀있던 어떤 구독자는 이렇게 말했다.

“복지동향하면, 자장면이 생각난다. 나른한 오후, 사무실로 우송된 복지동향 위에 약간 불은 자장면을 올려놓고 먹다가 책 주인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적이 있어요...

이런 ‘느낌 있는’ 월간지를 기대하시라!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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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 dir="ltr">산재보험의 사회보장으로서의 역할과 발전방향</h1> <p> </p> <h3 dir="ltr" style="text-align:right;">김인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h3> <p> </p> <h2 dir="ltr">산재보험의 시작과 역할</h2> <p dir="ltr">산재보험은 1964년에 도입된 그 역사가 가장 오래 된 사회보험이다. 1960년 4ㆍ19 혁명이후에 분출된 사회 개혁에 대한 요구에 부합하면서 이후 박차를 가할 산업화를 위한 기본적 제도였다. 광업, 제조업, 건설업 등 경제 발전을 위한 기본 산업의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사고를 당할 경우 최소한의 경제적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기는 하지만 건강보험이 도입된 것이 1970년이고, 국민연금은 1988년, 고용보험은 1995년에야 도입이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시작이 매우 빨랐다.</p> <p> </p> <p dir="ltr">인간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겪는다. 아프기도 하고, 장애가 생기기도 하고, 일자리를 잃기도 하고,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간다. 이러한 상황에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 권리이자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제도와 규범 등을 사회보장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2012년 전부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 제3조는 “사회보장”이란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소득ㆍ서비스를 보장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를 말한다고 하여 사회보장의 법적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p> <p> </p> <p dir="ltr">산재보험은 이러한 사회보장 정책의 하나로서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이 드는 경우 이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을 하고 재해 노동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노동자에게 장애가 남거나 사망을 한 경우 경제적 손실을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산재보험의 목적은 의학적 ‘치료’를 포함하여 신체상태 복귀와 직업복귀를 통한 경제생활의 주체로서 노동자가 사회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의 산재보험은 이러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는 것일까?</p> <p> </p> <h2 dir="ltr">산재보험의 실질적 적용 확대</h2> <p dir="ltr">첫 번째 질문은 ‘이러한 사회보험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이 되느냐’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일부에만 적용이 국한된다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연금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 군인과 선원들은 산재보험의 가입대상이 아니기는 하지만 일단 경제활동조사를 기준으로 경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은 2000년 706,231개소, 2008년도 1,594,793개소, 그리고 2017년 2,507,364개소로 급격하게 증가했고,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 수도 2000년 9,485,557명에서 2008년 13,489,986명, 2017년 18,560,142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해왔다. 2000년 임금근로자 수가 13,356천명, 2008년 16,357천명, 2017년 19,934천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재보험의 적용률은 2000년 71.0%에서 2017년 93.1%라고 할 수 있다.</p> <p> </p> <p dir="ltr">그러나 산재보험의 적용범위가 늘어나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노동시장도 변화했다. 플랫폼 노동이나 특수고용 노동자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모호한 노동자들이 증가하였고, 실제 최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적용의 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변경하기도 하였다.<sup>1)</sup> 산재보험은 최근 그 적용범위를 실제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무면허업자가 시공하는 소규모 건설공사나 상시고용 1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범위가 확대되었고 2019년부터는 건설기계업종까지 적용대상이 되는 특수고용직을 확대하였으며, 금속제조업, 자동차정비업, 도ㆍ소매업ㆍ음식점업을 하는 자영업자에게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일반계고 학생뿐만이 아니라 대학생 현장실습생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하였다.<sup>2)</sup> 또한 최근 고용노동부는 2019년 업무보고에서 임신 중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태아의 건강 보상에 대한 산재보험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하였다. 현재 산재보험이 당해 노동자의 사고, 질병, 사망만을 보상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이러한 산재보험법 개정에 합의한다면 적용의 범위가 한 단계 더 넓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제도가 현상을 앞서가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각지대가 덜 생기도록 법적인 적용의 범위는 지속적으로 꾸준히 넓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p> <p> </p> <p dir="ltr">그러나 이러한 적용범위의 확대가 실제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받는 노동자들의 증가로 직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아직도 현장에서 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4대 보험에 가입하는 대신에 당장의 소득을 보전받는 것을 택하고 있기도 하고, 사업주들이 이를 권장하기도 한다. 또한 산재보험에 가입은 되어 있으나 여러 가지 문제로 산재를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2018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산재발생 보고를 하지 않은 총 적발건수가 2800건으로 2014년 726건, 2015년 736건, 2016년 1338건 등 매년 증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sup>3)</sup>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의 내부 실사 자료, 산재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산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은 산재은폐율이 21.0~42.4%에 달하였다.<sup>4)</sup> 사망사고라고 하여도 종종 산재은폐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최근 한 대기업에서는 사망사고가 은폐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이다.<sup>5)</sup> 이러한 사실로 보면 산재보험의 가입 가능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산재보험으로 본인의 질병과 사고, 경제적 손실 등에 대해 보상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p> <p> </p> <p dir="ltr">이렇게 적용범위는 넓어졌으나 실제 적용이 안 되는 것은 건설 공사나 물량 수주를 위한 입찰 자격의 문제 등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 때문이기도 하고, 고용노동부의 감독을 두려워하거나 산재보험료율의 할증을 두려워하는 사업주들의 노동자 건강에 대한 이해부족도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며, 조금씩 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실제 민주노총에서는 2014년 고용노동부와 지속적인 회의를 거쳐 산재은폐 사업장 처벌 강화, 공무원 연금ㆍ사학연금 대상 사업장의 산재 미보고 대책, 병원 신고 제도를 통한 산재은폐 근절, 산재은폐 적발 시스템 강화 및 감독과 처벌 강화, 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국선 산재 노무사 제도 도입, 산업재해 조사표에 근로자 대표 확인 등 중장기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6) 한편,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 시에는 사업주가 고의로 산재를 은폐할 경우 1년 미만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고용노동부에 산재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의 상한액을 최고 3,000만 원까지 올리기도 하였으나 실제 현장에서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p> <p> </p> <h2 dir="ltr">산재에 대한 노동자들의 접근성 강화</h2> <p dir="ltr">한편, 산재은폐 문제는 경제적 이해뿐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질병과 사고에 대한 치료와 복귀, 그리고 예방을 포함하는 산재보험의 기본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외형적인 틀의 확대와 함께 일시적인 대책에서 벗어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의 강화와 더불어 산재신청과 보상이 좀 더 용이해질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시도들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p> <p> </p> <p dir="ltr">그런 측면에서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도입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추정의 원칙은 업무관련성의 입증이 매우 어려운 암, 정신질환, 자살, 근골격계 질환이나 뇌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산재신청과 승인에서 노동자들의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추정의 원칙은 형사법에서의 무죄 추정의 원칙과 마찬가지로 ‘개인 질환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한 업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라는 것이다. 특히 인정기준에 노출기준이나 기간 등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재해조사나 전문조사 결과 노출수준, 노출기간 등이 기준을 충족하면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이 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p> <p> </p> <p dir="ltr">여기에서 말하는 상당인과관계에 대해서 최근 대법원의 판례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sup>7)</sup>고 명시하고 있으며, 현재 이러한 인과관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다양한 판례에서 인용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직업적 요인에 해당하는 유해요인에 노출이 되었는가와 해당 유해요인이 어떻게 작용하였는가가 업무관련성에 있어서 핵심적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개인적 요인과 직업적 요인 중 무엇이 더 크게 작용했는가가 아니고, 경과적으로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반영하여 추정의 원칙이 명시되면서 업무상 질병에 대한 승인률 역시 높아지고 있고,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p> <p> </p> <p dir="ltr">한편, 산재신청의 장애물 해소와 관련한 상징적 변화가 최근에 있었는데, 2018년 초부터 산재신청시의 사업주 확인을 위한 날인 폐지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 사업주 날인 폐지 이후 산재신청이 19.4%가 급증하기도 하였다.<sup>8)</sup> 사업주 날인 제도가 노동자들의 산재신청에 큰 부담을 주었고, 산재 인정 여부를 마치 사업주가 결정하는 인상을 주어 부담과 갈등을 키우던 제도가 개선된 효과였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산재신청을 가로막는 부담과 장벽의 정체를 확인하고 이를 하나하나 없애가는 것은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업무관련성의 입증책임에 대한 부담 완화, 신속한 신청과 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정기준의 개정과 처리 절차의 간소화, 전문적인 지원이 가능한 전문가의 활용 등 노동자들의 산재보험에 대한 접근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이다.</p> <p> </p> <h2 dir="ltr">산재보험의 공공병원 운영자로서의 역할</h2> <p dir="ltr">산재보험의 미래를 고민할 때 던지게 되는 또 다른 질문은 ‘산재노동자의 조기치료, 조기복귀, 사회재활을 위한 의료전달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동안 산재보험을 둘러싼 논의는 승인이냐 불승인이냐의 최초 신청결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재보험의 보험자인 국가를 대신하여 이를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은 9개의 병원과 1개의 요양병원, 2개의 케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병원운영기관이기도 하다. 공공의료서비스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는 많은 학자들도 산재노동자를 위해 운영이 되어야 할 공공병원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반성이 되는 지점이다.</p> <p> </p> <p dir="ltr">몇 년 전 독일의 산재보험조합에서 운영하는 공공병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손상환자의 이송을 위한 헬기장이 옥상에 준비되어 있고, 재활을 위한 25m 수영장을 갖추고 있었으며, 로봇을 이용하여 장애가 심각한 환자의 재활을 도와주고 있었고, 작업치료실에서는 실제 업무훈련이 가능한 기초적인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한 명의 산재환자가 치료에서부터 복귀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사례관리자를 중심으로 재활의학, 직업환경의학, 정형외과 의사와 병동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와 관련 행정직이 한 팀이 되어 매주 환자의 치료 상태를 점검하고 이후 치료와 재활 계획을 수립하며 사업주와 복귀를 위한 소통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산재환자가 발생할 경우, 급성기와 아급성기, 만성기와 재활 등 치료 단계를 염두에 두고 병원의 수준과 재해 수준을 고려한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수준의 산재전문의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산재보험이 산재환자들의 치료와 재활, 직장복귀를 위해 재원을 투자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p> <p> </p> <p dir="ltr">최근 산재환자는 없이 민간병원과의 경쟁에서 밀려가기만 하고 있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들었던<sup>9)</sup> 근로복지공단 소속병원의 역할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12년 대구에서 개원을 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은 재활전문병원으로서 직장복귀를 위한 집중적이고 통합적인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병원에서는 수중재활치료실을 비롯해, 로봇재활, 운전재활, 근골격계재활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지역의 산재노동자들에게 직장복귀를 목적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sup>10)</sup> 그리고 2016년 도입된 집중재활치료에 대한 시범수가 사업은 대구병원, 인천병원과 안산병원 등에서 제공하고 있는 집중재활프로그램에 대해 산재보험을 통한 적절한 수가를 제공함으로써 양질의 재활치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산재재활수가는 독일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개별 행위에 따른 수가라기보다 프로그램수가로 목표지향, 팀접근(포괄적 접근), 기능평가 등을 모두 담고 있다. 환자 한 명을 두고 의사가 리더가 돼서</p> <p dir="ltr">다양한 직종의 전문가인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과 팀 치료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sup>11)</sup></p> <p> </p> <p dir="ltr">이렇게 재활을 중심으로 시작된 산재병원의 체질 개선은 2018년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한 업무관련성 특별진찰 제도 도입하여 업무관련성 입증을 위한 노동자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한 걸음 진화했다, 산재병원에서 업무관련성 특진을 위해 만난 환자가 업무상 질병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의 부담 없이 양질의 치료를 받고 조기에 재활을 시작하도록 하여 조기 복귀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올해부터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사업장 방문과 사업주 면담 등을 통해 직업 복귀가 가능하도록 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는 사업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산재노동자에 대한 업무적합성 평가, 직무전환, 요양 중 직장적응훈련 및 사업주 원직 복귀계획서 작성 지원 컨설팅 등 조기치료와 조기복귀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산재노동자와 산재 관련 의료전달체계, 관련 프로그램 등에 대한 전문성이 높은 산재관리의사들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산재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작년 말 산재관리의사 제도를 도입하기도 하였다.<sup>12)</sup></p> <p> </p> <p dir="ltr">어쩌면 이제는 산재노동자들에게 치료와 재활, 복귀를 위해서는 산재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고 권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이 과정에 지급되는 산재수가라는 것이 결국 산재보험료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현재 산재병원의 경영상태 개선이 산재기금을 투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편, ‘공공병원은 이윤이 아니라 그 병원의 환자들을 위해서 공공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산재노동자들에 치료와 직업복귀를 위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산재보험료를 가지고 제공한다면, 이는 산재보험의 목표에 매우 정확하게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p> <p> </p> <p dir="ltr">그러나 이런 사업들이 아직은 산재병원의 시범사업으로 운영이 되고 있어 정책적 발전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한 요소이다. 그리고 산재노동자의 치료 접근성 차원에서 언젠가는 다른 민간병원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는 가능성 역시 제도의 안정성에 대한 전망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관련 시범사업의 성과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평가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산재보험이 산재노동자의 재활과 직업복귀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재보험으로 운영하는 공공병원의 역할과 목표에 대한 병원 구성원의 동의를 모아가기 위한 작업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병원을 운영하는 주체들이 보험자이자 공공병원 운영자로서의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을 깊게 공감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ㆍ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의 중심으로서 근로복지공단 소속병원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p> <p> </p> <h2 dir="ltr">사회보장으로서의 산재보험</h2> <p dir="ltr">지금까지 모든 노동자들의 사고와 질병을 치료하고 경제적 주체로서 사회에서 다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근의 산재보험의 주요한 변화와 정책적 개입의 지점과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산재보험이 진정한 사회보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몇 가지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p> <p> </p> <p dir="ltr">먼저, 예방 제도와의 연계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에서 노동자들의 사고와 질병 예방의 역할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공단의 역할로 규정되어 있다. 이러다보니 근로자 건강진단 과정에서 발견한 신체의 이상이 산재 보상으로 연결이 되지 못하며, 연결된다고 하여도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이는 보상과 치료, 재활과 직업복귀 과정에서 이전의 작업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 모두 산재보험을 운영하는 기관에서 예방과 보상, 재활에 모두 개입하고 있다. 산재 인정과 환자의 재활복귀 과정에서 예방 사업을 위해 해당 사업장을 방문하여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 전문가가 함께 팀을 구성한다. 예방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사업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이 적절하게 치료받고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p> <p> </p> <p dir="ltr">이러한 과정에서 확인되는 문제는 다시 예방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한국에서도 사고나 질병 예방을 위해 간호사, 산업위생사, 안전관리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업장을 방문하여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관리 영역에서 소외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근로자건강센터 등도 운영하고 있다.</p> <p> </p> <p dir="ltr">이 다양한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이 노동자들의 재활과 복귀, 그리고 다시 예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차적으로 근로자건강센터 등에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업무 적합성을 평가하고 직업복귀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의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능한 일부 사업들에 대해서는 건강검진을 통해 업무상 질병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업무관련성 특진을 실시하고 조기 치료로 돌입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1차 예방, 2차 예방, 3차 예방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p> <p> </p> <p dir="ltr">둘째로 상병급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사회보장위원회에서도 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sup>13)</sup>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질병과 사고의 원인이 다양해지고 있고, 절대적으로 기여한 명백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아프고 다쳐서 일을 못하게 될 경우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정책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막는 것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태아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하여, 업무와 관련한 유해요인 노출로 자녀가 건강상의 문제를 갖게 되면 이 때문에 양육자가 경제생활을 할 수 없어 소득이 감소될 것이므로 이에 대해 자녀 돌봄과 관련한 휴업급여를 도입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p> <p> </p> <p dir="ltr">산재보험의 논의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데 개인적 질병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자가 경제 활동을 못하게 될 경우 가족의 기초적 생계를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전국민 의료보험이기는 하지만 치료비 이외에 생계비 지원이 안 되는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노동자들이 아프거나 다친 경우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부가급여)에 상병수당이 명시되어 있어 법 개정 없이도 도입이 가능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족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다른 형태의 사회보험을 만들 수도 있고, 보험료 인상도 고민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방법은 다양하게 모색하되, 노동자들이 아프거나 다친 경우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사회보장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큰 틀의 합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산재보험이 아무리 좋아져도 이는 결국 산재로 인정을 받은 일부 노동자들에게만 적용이 된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을 투여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p> <p> </p> <p dir="ltr">이러한 장기적 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고민을 해가는 한편, 산재보험이 사회보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개입을 지속해야 한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 제도는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경제ㆍ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으로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sup>14)</sup> 산재보험이 노동자들의 사고와 질병에 대해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최소한 적용 노동자들에게라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재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산재보험의 역할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도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 구성원의 미래를 밝게 만들 것이란 기대와 함께 말이다.</p> <hr /><p dir="ltr"><sup>1)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 공포!. 보도자료. 고용노동부. 2019년 1월 15일.</sup></p> <p dir="ltr"><sup>2) 취약계층에 대한 산재보험 보장성 강화. 보도자료. 고용노동부. 2018년 12월 4일.</sup></p> <p dir="ltr"><sup>3) http://www.safety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93</sup></p&gt; <p dir="ltr"><sup>4)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5663</sup></p…; <p dir="ltr"><sup>5) http://www.redian.org/archive/129871</sup></p&gt; <p dir="ltr"><sup>6) http://nodong.org/statement/7062022</sup></p&gt; <p dir="ltr"><sup>7)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sup></p> <p dir="ltr"><sup>8)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0713_0000363430&cID=10201&pID=10…; <p dir="ltr"><sup>9) http://www.rapport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3610</sup></p&gt; <p dir="ltr"><sup>10)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994</sup></p…; <p dir="ltr"><sup>11) http://www.medigatenews.com/news/961117678</sup></p&gt; <p dir="ltr"><sup>12) http://news.donga.com/3/all/20190319/94621741/1</sup></p&gt; <p dir="ltr"><sup>13)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874954.html</sup></p&gt; <p dir="ltr"><sup>14)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sup></p></div>
금, 2019/04/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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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 dir="ltr">사회복지에서 “지방”이란 무엇인가?</h1> <p> </p> <h3 dir="ltr" style="text-align:right;">윤찬영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h3> <p> </p> <p dir="ltr">나는 변방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려서 서울에 유학하여 공부를 마치고 지방에서 30년간 가르쳐 왔다. 서울사람으로 20년 남짓 살았고, 지방사람으로 그 두 배 정도 살아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무시와 차별도 많이 받았다. 지방방송은 끄고 지방대학은 죽으라 한다. 지역복지는 있어도 지방복지는 없다. 1995년부터 지방자치를 해 오고 있다. 자치를 하는데 여전히 “지방”이라 부른다. 자치를 하는데 어떻게 지방인가? 지방이란 중앙의 통제와 지도를 받는 중앙 이외의 지역을 말한다. 그러므로 “자치”를 행하는 한 “지방”은 없는 것이다. 전국이냐 지역이냐 구분될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헌법 제117조에서도 “지방자치”라 하고 지방자치법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규정들이 적용되어 왔다. 이에 사회보장기본법 역시 사회보장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있다(법 제1조). 그나마 사회복지사업법은 지역사회복지의 체계를 구축하고자하며(법 제1조), 이 법에서 “지역사회복지”란 주민의 복지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지역사회 차원에서 전개하는 사회복지를 말한다(법 제2조 제2호). 그러면서도 이 법의 각 조항의 주어는 여전히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복지”라는 용어는 어디에도 없다.</p> <p> </p> <p dir="ltr">사회보장기본법 제5조제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ㆍ증진하는 책임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사회보장에 관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등한 책임을 지는 것처럼 규정하였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보장에 관한 책임과 역할을 합리적으로 분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법 제26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의 및 조정을 규정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위상을 그야말로 “지방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회복지를 추구하고 추진하더라도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헌법 제117조의 지방자치는 무색해지고 만다. 따라서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의 위헌성을 다투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p> <p> </p> <p dir="ltr">사회복지에서 지역사회복지의 중요성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치 시대에서 지역사회복지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매우 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가 항상 보건복지부에 예속되어 허락을 받아가며 지역복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위헌적이기까지 하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를 통하여 주민들이 선출한다. 그런데 그가 중앙정부의 일개 장관에 예속되는 것은 주민들의 위상조차 지나치게 무시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물론, 장관은 우리가 선출한 권력인 대통령이 임명하니까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래도 우리가 선출한 단체장이 자신의 관할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것조차 우리가 선출하지도 않은 장관의 지배와 통제 하에서 행해야 한다는 것은 “자치”의 이념에도 위배되고 지역“복지”의 정신에 비춰 봐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p> <p> </p> <p dir="ltr">우리는 사회복지정책을 논하거나 주장할 때 지나치게 중앙정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지방” 아니 “지역”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복지에 관하여 국가와 민간의 역할에 관한 규범적 정립은 중요하다. 특히, 민영화(엄밀히 말하면 시장화)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한 축으로 전국적인 복지와 지역적인 복지를 구분하여 “자치”의 관점에서 지역복지를 정립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동안 사회복지운동 역시 민영화는 반대하면서도 지방화에 대하여는 모호한 태도를 보여 왔고, 지역복지에 대하여 “자치”의 관점에서 말하고 주장하는 것은 그리 강력하지 못했다.</p> <p> </p> <p dir="ltr">이에 결론을 갈음하여, 복지에 관여 국가, 민간, 자치단체의 관계와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범체계의 수립을 촉구해 본다. 사회보장기본법의 과감한 개정을 통해 지역복지 또는 복지자치의 이념이 규범적으로 정립되기를 소망한다.</p></div>
금, 2019/04/0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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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 dir="ltr">유해물질과 노동자 건강</h1> <p> </p> <h3 dir="ltr" style="text-align:right;">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과 의사</h3> <p> </p> <h2 dir="ltr">들어가며</h2> <p dir="ltr">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에 993명의 노동자들이 업무상 질병으로 숨졌다고 한다. 진폐(439명), 암(96명), 각종 중독(34명) 등 대부분 일터에서 노출된 유해물질 때문에 목숨을 잃은 셈이다. 한국의 산업재해 통계가 직업병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1년에 최소 수백 명이 죽어가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1년에 98만여 명이 일터 유해화학물질 때문에 생긴 호흡기 질환(약 48만 명), 암(약 42만 명), 심혈관 질환(약 8만 명) 때문에 사망한다고 추정된다.<sup>1)</sup> 사망자 외에 병에 걸려 투병중인 경우를 따진다면, 유해물질로 인한 노동자의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진다.</p> <p> </p> <h2 dir="ltr">세 가지 힘</h2> <p dir="ltr">이런 죽음과 고통은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 예방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한다면, 노동자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여 질병에 이르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유해물질 사용을 금지시키거나 노출을 예방하도록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년 98만 명의 노동자들이 죽어갈 정도로 어려운 문제다.</p> <p> </p> <p dir="ltr">왜 이렇게 어려운가. 그리고 어떻게 풀어야 하나. 유해물질에 의한 직업병 피해의 면면을 살펴보면 세 가지 힘에 그 열쇠가 있지 않나 싶다. 지식과 기술을 생산하는 힘, 그 지식과 기술을 반영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낼 힘,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법과 제도가 실천에 옮겨지도록 강제할 힘이다. 유해물질과 노동자 건강의 역사 속에서 이 세 가지 힘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례를 통해 함께 생각해보자.</p> <p> </p> <h2 dir="ltr">영국 노동자들과 석면 규제<sup>2)</sup></h2> <p dir="ltr">석면의 유해성이 학계에 최초로 공식 보고된 것은 1924년이다. 산업화가 가장 먼저 시작된 영국에서 윌리엄 쿡이라는 병리학자가 ‘브리티시 메디컬저널’에 석면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폐 섬유화와 결핵 사례를 보고했다. 뒤이어 영국의 다른 학자들도 줄줄이 석면과 관련된 질병 사례들을 발표했다. 이에 글래스고 지역의 근로감독관이 보고된 질병들과 석면 산업 사이에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1928년의 일이다. 1929년 말에 끝난 이 조사의 결론은 석면 먼지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폐 섬유화로 인하여 영구적인 건강 손상을 입거나 사망할 수 있으니 석면 공장의 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석면 기업들과 노동조합, 의회 등의 대표자들이 협상을 거쳐 석면 공장의 먼지에 대한 최초의 규제를 만들었는데, 이 법이 시행된 것은 1933년으로 학술지를 통해 공식적인 피해 사례가 보고된 지 9년만의 일이었다.</p> <p> </p> <p dir="ltr">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933년부터 시행된 법 덕분에 석면 공장 노동자들의 건강이 잘 보호받을 것이라는 믿음은 30년 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석면의 유해성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석면광산이나 석면제품을 만들며 엄청난 먼지를 마시던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석면을 함유한 단열재를 사용하느라 소량의 먼지에 가끔씩 노출된 노동자들이나 석면 공장 주변에 살던 주민들도 병에 걸린다는 점이 알려졌다. 1933년 법 시행 이후 30년이 흘렀는데도 석면 관련 질병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의문도 제기되었다.</p> <p> </p> <p dir="ltr">1964년, 당국은 석면 공장의 먼지를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종전의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노, 사,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969년의 일이었다. 이번에는 석면 공장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석면을 사용하는 곳에서라면 어디에서건 ‘최대 허용 농도’를 넘지 않도록 노출을 예방하도록 하였다. 이후 영국 정부는 석면에 대한 규제를 점점 강화하다가, 1999년에는 독성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청석면의 사용을 아예 금지하였다.</p> <p> </p> <p dir="ltr">영국의 석면 규제를 요약하면 이렇다. 몇 년에 걸쳐 노동자들의 질병과 죽음이 여러 차례 보고된 후, 정부가 나서서 석면 산업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초의 석면 규제를 만드는데 9년이 걸렸다. 기존 규제의 한계를 인정하여 확대 강화하기까지 30년이 걸렸고, 아무리 강력한 규제로도 피해를 막을 수 없으니 아예 석면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하기까지 다시 30년이 걸렸다. 석면의 유해성이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해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온전한 지식을 확보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고, 새로운 지식이 확인된 뒤에도 이를 법과 제도로 만들어 실행하기까지도 몇 년씩 걸렸다.</p> <p> </p> <h2 dir="ltr">석면, 영국 바깥의 이야기</h2> <p dir="ltr">석면은 그 유해성이 천천히 나타난다. 노출을 멈춘 수십 년 뒤에도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영국은 석면 사용을 금지한 뒤에도 석면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이 꾸준히 늘어왔으며, 사용금지 20년이 지난 지금은 1년에 4천 8백여 명이 석면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sup>3)</sup> 영국 정부는 2020년 이후에는 석면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점차 감소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지만, 이미 그동안 누적된 피해자 규모를 생각하면 석면의 유해성을 좀 더 빨리 발견하고 좀 더 빨리 금지시키지 못했던 지식의 한계, 제도와 실행을 강제할 힘의 부족이 참으로 안타깝다.</p> <p> </p> <p dir="ltr">국제석면추방운동단체 IBAS(International Ban Asbestos Secretariat)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석면의 사용을 금지시키기 시작한 나라는 덴마크라 한다. 1972년 단열, 차음, 방수 등을 위한 건축 자재에 석면 사용을 금지시킨데 이어 1980년에는 지붕용 석면 시멘트 제품을 제외한 모든 석면 사용을 금지시켰고 1980년대 후반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분야들도 차츰 금지시켜갔다. 덴마크에 이어 스웨덴, 아일랜드, 노르웨이, 이스라엘 등이 약간의 예외 분야를 두기는 하였으나 석면 사용 자체를 금지시키는 법을 차례로 만들어 나갔다.</p> <p> </p> <p dir="ltr">이런 국가들이 석면 사용을 금지하면서 석면 기업들은 편하게(?) 석면을 쓸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갔다. 가령 1990년대 초반 독일과 일본이 차례로 석면 사용을 금지함에 따라 공장을 한국으로 옮기거나 설비를 매각한 기업들이 있었다. 이들은 2009년 한국이 석면 사용을 금지하자 다시 인도네시아 등 석면 규제가 취약한 곳으로 공장을 옮겨갔다. 석면 금지국은 서서히 늘어나서 2018년 현재 세계 66개국으로 확대되었지만 세계 석면 사용량은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규제가 취약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옮겨갔을 뿐, 지상에서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p> <p> </p> <p dir="ltr">유해물질의 독성이나 예방법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실제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걸 만들거나 사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일부’ 노동자들의 삶을 희생시켜도 된다고 믿는 사람들의 힘이 예방으로 가는 길을 막기 때문이다. 이런 힘들을 물리칠 수있는 다른 힘이 필요하다.</p> <p> </p> <h2 dir="ltr">벤젠 이야기</h2> <p dir="ltr">노동보건 분야에서 석면은 그 유해성이 상당히 잘 규명되어 있고 ‘금지만이 답’이라는 예방법이 국제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져 있는 아주 특수한 경우다. 사실 노동자들이 사용하거나 노출되는 물질들 중에는 그 유해성이 제대로 확인된 적 없거나, 확인하기 대단히 어려운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따라서 그 물질이 유해한가 아닌가, 어느 정도로 노출되어야 병을 일으키는가 (혹은 어느 정도의 노출까지는 안전한가) 따위의 ‘논란’에만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p> <p> </p> <p dir="ltr">1978년,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청 OSHA에서는 백혈병 등 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장에서 벤젠 노출을 1ppm 미만으로 유지하라는 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벤젠을 만들어서 돈을 버는 석유화학산업체 등이 이 기준에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며 소송을 제기하였고, 1980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벤젠의 노출기준은 10ppm으로 올라가고 말았다. 7년의 세월이 흐른 뒤, 10ppm으로는 벤젠의 유해성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명백해지자 (즉, 그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벤젠의 피해를 겪고 나자) 노출기준은 다시 1ppm으로 낮아졌다. 그 7년 사이에 10ppm은 넘지 않지만 1ppm은 넘는 벤젠에 노출되었던 노동자들은 약 9,600명이었고, 그 중 최소 30명에서 최대 490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고 추정된다.<sup>4)</sup>  기업들의 방해로 7년 동안 정부가 충분한 규제를 적용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기업들은 벤젠 노출 예방 대책에 써야할 ‘비용’을 아꼈고 노동자들은 수십에서 수백 명의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다.</p> <p> </p> <p dir="ltr">현재 한국을 비롯하여 소위 선진국들에서는 벤젠이나 벤젠을 함유한 혼합물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연구나 실험 등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허가를 받고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일반 사업장에서 노출기준 1ppm으로는 예방에 충분하지 않다는 깨달음이 있었던 것이다. 벤젠에 대한 규제가 이렇게 강화되기까지 관련 기업들의 저항은 얼마나 컸을 것인가. 무엇보다도 그런 기업들의 저항을 물리칠만큼 ‘충분한’ 지식과 근거가 생겼다는 건, 결국 그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에 걸려 아파하고 죽어갔다는 말이기도 함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석면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벤젠을 이용하여 돈을 벌던 기업들은 아직 벤젠을 엄격히 규제하지 않는 국가들로 옮겨가서 그곳 노동자들을 백혈병에 걸리도록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p> <p> </p> <h2 dir="ltr">다시, 세 가지 힘</h2> <p dir="ltr">앞머리에서 유해물질에 의한 직업병 피해를 막기 위해 세 가지 힘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석면이나 벤젠에 대한 규제의 역사를 통해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지식이 결국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해 쌓여왔다는 사실, 그런 지식이 확인된 후에도 규제를 마련하고 실행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 그리고 어떤 국가들에서 이런 조치가 실행되더라도 지구 전체로 보면 유해물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힘이 불충분한 집단이나 지역으로 옮겨가고 집중되어 왔다는 사실이다.</p> <p> </p> <p dir="ltr">유해성에 대한 지식을 확보해온 방식을 거칠게 요약하면, 동물들에게 물질을 노출시켜 어떤 병에 얼마나 걸리는지를 관찰하거나, 세포 혹은 그 이하의 단계에서 물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하여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 2017년 미국화학학회에 따르면 세계에서 1억 3천만 종의 화학물질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 중 널리 쓰이거나 존재하는 물질이 10만 종이고, 다시 이 중에 시급히 독성 평가가 필요한 물질은 1만 종인데, 실제로 다양한 분야의 독성 평가를 거친 물질은 많아야 3천 종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4만 종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으나 기본적인 수준에서라도 독성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15%에 불과하다. 기존의 유해성 확인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p> <p> </p> <p dir="ltr">결국, 노동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에 어떤 독성이 있는지 모르는 채 그냥 쓰고 있다. 실제로 작업장에 비치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열어보면 발암성이나 생식독성 등에 대하여 ‘자료없음’이라고 적힌 물질들이 대부분이다. 해당 독성에 대해 뭐라고 평가할만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얼마나 해로운지 아무도 모르는 물질들에 노동자들이 노출되다가 이런 저런 병에 걸리고 그 숫자가 많아져서 학계에 보고가 되면 ‘인체독성이 확인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전 세계 공장들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화학물질 독성을 실험하는 거대한 실험실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p> <p> </p> <p dir="ltr">이런 ‘지식’의 생산 과정을 바꾸는 힘은 세 가지 방향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인체나 동물의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유해성을 확인하는 방법들을 폭넓게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화학물질의 구조나 특성을 검토하고 세포나 그보다 작은 수준에서 실험을 실시하여 그 유해성을 간접적으로 추정해내는 방법들이 이미 시도되어 왔다.</p> <p> </p> <p dir="ltr">철학적으로는 유해성을 확인한 뒤에 규제책을 마련하지 말고 일단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한 뒤에 유해성을 알아나가자는 방식, 즉 ‘유해하다고 확인되기 전까지는 규제하지 말자’는 논리 대신 ‘안전하다고 확인되기 전까지는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자’고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기술과 철학의 방향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일차적인 책임은 그 물질을 만들거나 이용해서 돈을 버는 기업들이 져야하며, 그 책임은 한 국가를 넘어 국제사회에 두루 해당되어야 한다.</p> <p> </p> <p dir="ltr">유해물질에 관한 지식과 기술이 만들어지더라도 현실의 법과 제도에 적용되게 만드는 힘, 그리고 그것들이 실행되도록 하는 힘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 힘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노동자와 그 이웃들에서 나온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주장하며, 권리의 실현을 가로막는 힘을 밀어낼 만큼 조직된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모든 힘들의 시작은 앎에서 나오는 것 같다. 내 일터에서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고, 그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를 알고, 그렇지 않다면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p> <p> </p> <p dir="ltr">2018년 9월, 제39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된 ‘유해화학물질과 폐기물에 대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는 유해화학물질로부터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15개 원칙이 제안되어 있다.<sup>5)</sup></p> <p> </p> <blockquote> <p dir="ltr">1. 국가는 독성물질 노출을 예방하여 모든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p> <p dir="ltr">2. 기업은 업무상 독성물질 노출을 예방할 책임이 있다.</p> <p dir="ltr">3. 업무상 노출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일이다.</p> <p dir="ltr">4. 노동자는 사전 고지 없이 독성물질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p> <p dir="ltr">5. 노동자의 독성물질 노출을 예방할 의무와 책임은 국경을 넘어서도 존재한다.</p> <p dir="ltr">6. 국가는 제3자가 과학적 근거를 왜곡하거나 절차를 조작하여 노출을 존속시키지 못하게 해야 한다.</p> <p dir="ltr">7. 독성물질 노출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은 그들의 가족과 지역사회 및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다.</p> <p dir="ltr">8. 모든 노동자들은 알 권리를 갖고, 여기에는 자신의 권리에 대한 앎도 포함된다.</p> <p dir="ltr">9. 독성물질의 안전보건에 대한 정보는 결코 기밀이 될 수 없다.</p> <p dir="ltr">10.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에 대한 권리는 단결의 자유, 조직할 권리, 단체협상할 권리들과 분리될 수 없다.</p> <p dir="ltr">11. 노동자, 노동자 대표, 내부고발자, 그리고 인권을 지키는 이들은 보복이나 보복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p> <p dir="ltr">12. 정부는 유해하다고 알려져 있는 물질이나 유해하다고 알려져야 하는 물질에 노동자를 노출시키는 일을 범죄로 간주해야 한다(법으로 금지해야 한다).</p> <p dir="ltr">13. 노동자, 그 가족들과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노출이 발생한 즉시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p> <p dir="ltr">14.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그들의 질병이나 효과적 구제를 받지 못한 원인을 입증할 부담을 져서는 안 된다.</p> <p dir="ltr">15. 국가는 직업적 노출로 인해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에 대하여 국경을 넘는 판정을 옹호(주장)해야 한다.</p> </blockquote> <p> </p> <p dir="ltr">나와 이웃의 일터,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들여다볼 때 그 15개 원칙들은 대부분 너무도 멀게 느껴진다. 이 사회도 결국은 유해물질로 일년에 백만 명씩 노동자들을 살해하지 않고서는 돌아가지 않는 전 지구적 시스템 속에 자리 잡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거리감일지 모른다. 먼 길이지만 가야 한다. 먼 길이니 더 늦기 전에 출발하자.</p> <hr /><p dir="ltr"><sup>1) Päivi Hämäläinen, Jukka Takala and Tan Boon Kiat, Global Estimates of Occupational Injuries and Work-related Illnesses 2017(Singapore, Workplace Safety and Health Institute).</sup></p> <p dir="ltr"><sup>2) 이 부분은 PWJ Bartrip이 쓴 History of Asbestos Related Disease(Postgrad Med J 2004;80:72-76)을 바탕삼아 정리하였음.</sup></p> <p dir="ltr"><sup>3) Health and Safety Executive, Work-related Ill Health and Occupational Disease in Great Britain(www.hse.gov.uk/statistics/causdis/index.htm).</sup></p> <p dir="ltr"><sup>4) 이 부분은 김승섭이 쓴 <작업장 유해물질 규제의 ‘정치적’ 성격>에 소개된 자료들을 가지고 와서 정리하였음(www.redian.org/archive/33793).</sup></p> <p> </p> <p dir="ltr"><sup>5)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implications for human rights of the environmentally sound management and disposal of hazardous substances and wastes, 2018년 9월, 제39차 유엔인권이사회.</sup></p></div>
금, 2019/04/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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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위기인가 기회인가1)

 

송이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현대사회에서 정부의 지역아동센터 운영은 시민의 기본권 더 나아가 사회적 시민권이라는 맥락에서 돌봄을 사회화하는 정책이다. 지역사회에서 자생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민간 공부방인 지역아동센터가 2004년 법제화(아동복지법 제52조)되면서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지역아동센터는 공적 영역으로 편입되어 사적 영역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보호, 교육, 급식 등의 종합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아동의 보호권, 돌봄권, 더 나아가 학습권과 발달권까지 보장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와 유사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아동 방과후 돌봄 서비스로는 다함께 돌봄센터(보건복지부), 초등돌봄교실(교육부), 방과후아카데미(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스(여성가족부) 사업이 있다. 아동 방과후 돌봄의 사회정책적 환경은 2017년 보건복지부의 '다함께 돌봄센터' 사업 시작, 서울시 우리동네 키움센터 공급으로 인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는 2019년 기존 공립형 지역아동센터2) 설치 지원 대신 융합형 키움센터 설치 지원을 추진하고 시 지원 100%로 설치비 최대 5억 원, 리모델링비 최대 8천만 원 그리고 인건비, 운영비를 지원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서울시의 다함께 돌봄센터(우리동네 키움센터) 중 융합형 키움센터는 특히 기존의 지역아동센터와 유사한 기능으로 기획되었다. 이러한 환경변화로 인해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의 사회적 낙인에 대한 기존의 우려 목소리가 종사자 처우, 돌봄환경 불평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여 서울시는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중이다.3) 2019년 9월 6일 「서울특별시 지역아동센터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제289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역아동센터는 2009년 정부지침 변경을 통해 중위소득 100% 이하 저소득층 아동 위주로 이용 가능하도록 매해 소득기준으로 이용아동 비율을 정한다.4) 이번 조례개정안에서는 지역아동센터 이용에 자격에 따른 제한이 아닌 아동 당사자의 돌봄 필요 욕구에 따른 이용이 되도록 명시하였고 이를 통해 차별적인 이미지와 편견을 개선 혹은 예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생활환경 및 가정 상황 등으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아동은 우선 이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 마련을 통해 돌봄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취약계층 아동이 소외되지 않도록 조치하였다.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 흐름 속에서 아동 방과후 돌봄 영역에서 지역아동센터가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안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고 공공성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방과후 돌봄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지역아동센터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살펴보도록 한다.

 

방과후 돌봄의 공공성은 지역아동센터 운영의 공공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사회복지 논의에서 핵심이 되어야 할 공공성의 원리는 투명성과 참여성, 보편성이다. 공적가치와 사회적 시민권을 배양하고 사회적 합의를 구축하는데 있어 이 세 가지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신진욱(2007)5)은 공공성을 논하면서 책임성과 민주적 통제성, 연대와 정의, 공동체 의식과 참여, 개발과 공개성, 세대 간 연대와 책임을 강조한다. 방과후 돌봄 서비스의 핵심 축인 지역아동센터가 지속가능한 지역 사회 기반의 돌봄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동이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권리, 아동이 평등할 권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실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운영의 공공성 확보이다. 공개성과 투명성은 재정 운영에서 특히 강조된다. 이는 특히, 회계 항목의 구성, 인건비와 운영비의 분리 운영에 적용되어야 하며 정보공개 정도와 활용, 회계관리 시스템 및 모니터링 현황에도 중요하다.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센터장 4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예산 항목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3.8%(253명)이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예산항목은 ‘종사자 인건비 항목 분리’가 개인 운영시설 78.1%, 개인 외 운영시설 76.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인건비 항목이 분리되지 않으면 아동 프로그램비 확보에 취약하고,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는 드러나기 어렵다. 이는 2019년 지역아동센터 예산 인상분이 최저임금 인상 비율에 비해 턱없이 낮아서 벌어진 연초의 문제적 상황에서 재차 확인되었다.

 

지역사회 내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아동센터는 대표적인 방과후 돌봄 기관으로서 교육과 복지 기능을 통합 수행한다. 학교 부적응 해소, 일상생활지도, 학교생활 적응력, 심리·정서적 안정, 건강한 발달, 문화 체험을 아우르는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사회 내 아동문제의 예방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전방위적인 아동 방과후 돌봄의 핵심 축을 이룬다. 또한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 연계활동, 공립센터와 민간센터 연계 및 민관 거버넌스 구축 등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해왔다.6) 설문조사에서도 양질의 프로그램 제공을 위해 지역사회 연계활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1.9%(282명)로 매우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와 지자체는 네트워크 허브기관 설치 및 운영, 지역사회 연계를 위한 공동사업 개발, 지역아동센터 지원(후원) 기관에 대한 혜택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방과후 돌봄 연계지도를 다시 그리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다함께 돌봄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함께 돌봄센터와 지역아동센터의 차별점이 과연 무엇인지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 아동의 보호, 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의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아동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규정되어 있다(「아동복지법」 제16조 1항 11호). 한편, 다함께 돌봄센터는 아동복지법 제44조의2(다함께돌봄센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8조, 「사회보장기본법」 제5, 6조 그리고 「사회복지사업법」 제3조에 근거한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시설로 포함되어 있는 반면, 다함께 돌봄센터는 아동에 대한 지원서비스로 분류되어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복지 측면에서 보면 다함께 돌봄센터에 비해 보다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 제공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4월 25일 열린 서울시 ‘초등 마을돌봄의 해답 찾기’ 청책토론회의 주요 쟁점은 지역아동센터가 처한 열악한 현상황에 대한 해결책 모색과 재정지원의 형평성이었고 이때의 주요 비교 대상은 다함께 돌봄센터(우리동네 키움센터)였다. 이후 지자체 차원의 홍보시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 돌봄센터 이용아동에 대한 차별적인 표현을 금지하고, 종사자 처우를 동일하게 하며, 사회복지사에 대한 단일임금체계 적용이 차별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민간에서 시작되어 민간에서 운영하는 비율이 높은 지역아동센터와 공공에서 주도적으로 공급하는 다함께 돌봄센터는 아동을 위해 사회가 책임을 다해야한다는 지향은 공유하지만 이를 둘러싼 제반 조건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지역아동센터는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기에 누구나 운영이 가능하나 다함께 돌봄센터는 서울시의 경우(우리동네 키움센터) 직영을 원칙으로 하고 일부 위탁이 가능하다.7) 또한, 쾌적한 공간 확보,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민간 지역아동센터에 비해 다함께 돌봄센터는 공간확보가 유리하다. 내용상 차이점으로는 다함께 돌봄센터의 경우 지역아동센터와 달리 일시 긴급돌봄이 주요 기능 중 하나이다. 유연성이 높다는 것은 장단점을 모두 내포한다. 즉 그로 인해 보다 많은 아동을 포괄할 수 있지만 아동 맞춤형의 심도 있는 서비스를 제공에는 한계를 지닐 수 있다. 이는 다함께 돌봄센터가 돌봄 위주의 서비스인 반면, 지역아동센터는 지역 아동에 대한 복지 전반을 담당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전체 방과후 돌봄 체계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역아동센터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면, 첫째, 돌봄 안에서 아동에게 지원되는 학습, 놀이, 쉼의 내용과 효과성이다. 또한, 둘째, 다른 인프라와의 중복되는 기능과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규제 조치, 상호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시너지 효과와 이때 필요한 추가 지원 사항에 대한 고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학교, 다함께 돌봄센터 등 타 방과후 돌봄 인프라와의 연계 방안과 이때 모든 주체들에 대한 동등한 권한의 보장에 대한 사항이다. 다함께 돌봄센터(우리동네 키움센터)가 상대적으로 방과후 일시 돌봄을 중심으로 운영한다면 지역아동센터는 돌봄을 주된 기능으로 하되, 아동의 성장과 발달 전반을 아우른다.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는 돌봄, 심리정서 지원, 관심, 학습, 놀이, 건강과 영양 등 여러 요인들이 모두 중요하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아동에 쏟아야 하는 정성도 종사자 처우 개선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아동 방과후 돌봄 지형도에서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울시의 경우 2018년 기준 전체 초등연령 아동의 약 12%가 초등연령 방과후 공적돌봄 서비스를 이용한다. 예상되는 초과수요는 다함께 돌봄센터(우리동네 키움센터)로 흡수될 수 있고, 다함께 돌봄센터의 양적 확장으로 인한 방과후 돌봄의 보편성에 대한 복지 인식 개선 효과가 지역아동센터의 위상 변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지역아동센터가 보편적 아동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방과후 돌봄, 성장, 발달을 위한 이용시설로 내실을 다지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환경 변화는 기존 지역아동센터 일반아동 이용 제한 조건을 완화시키는 환경적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초등 방과후 돌봄의 보편화를 더 빨리 이끌어낼 수 있다. 다함께 돌봄센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부터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 노력은 종사자 처우개선, 투명성 강화, 학교와의 연계 강화를 쟁점으로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지역아동센터마다 이용아동 특성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이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역아동센터는 재정비를 통해 다함께 돌봄센터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보다 다양한 아동들에게 맞춤형 성장환경을 제공한다면 오늘은 더욱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표 3-1> 서울시 초등연령 돌봄의 공적 지원 현황

<표 3-1> 서울시 초등연령 돌봄의 공적 지원 현황https://lh5.googleusercontent.com/aMlKK__8aQhl3kteQKSem2kPe2jy87KxHZTNYG... />

※ 주: 아이돌보미는 이용 아동의 중복성을 제외하기 위해 2018.8월 한 달 기준 자료를 제시. 아동 수는 통계청 주민등록인구 2017. 9. 자료. 초등돌봄교실은 서울시 교육청 발표자료8)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화, 보편화, 네트워크화

서울시 지역아동센터는 사회복지사업법,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서울특별시 지역아동센터 지원에 관한 조례 등을 근거로 하여 국비 30%와 시비 70%로 구성된 지원금이 지급된다. 서울시의 경우 25개 자치구별로 지역 특성에 맞는 인적, 물적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항목별 지원여부가 일관되지는 않으나 기본 운영비 사용기준은 존재한다. 먼저 사무비(90% 이하) 중 인건비는 종사자 채용 수에 따라 생활복지사의 기본급여 175만 원(2019년 최저임금)을 지원하되, 기본급여를 상향하여 차등 지급한도 설정이 가능하다. 10% 이상의 사업비는 반드시 프로그램비로 사용해야 하는 규정이 존재하고 이러한 예산운영 구조는 종사자 처우와 급여, 종사자 전문성, 예산 항목 분리 가능성 그리고 프로그램의 질이 모두 긴밀하게 맞물리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따라서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논의를 진행함에 있어서 예산 지원방식, 지원형태, 지원규모와 관련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아동 방과후 돌봄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하여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분담으로 공평하고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지역아동센터 기본운영비 단가 증가는 전년대비 1.6%에서 2.4%로 센터 규모마다 상이할 뿐만 아니라 임금 상승분만을 반영하기에도 불충분하며 양질의 프로그램비 지원 등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여전히 역부족이다.

 

<표 3-2> 지역아동센터 2019년 기본운영비(국비 30%, 시비 70%) 주요 변경지원 사항

<표 3-2> 지역아동센터 2019년 기본운영비(국비 30%, 시비 70%) 주요 변경지원 사항https://lh6.googleusercontent.com/j_I8x6KQt-amoRuU78GB1GIhKi0YZt_xyHDFGl... />

출처: 서울특별시 2019년 지역아동센터 운영 지원 계획

 

설문조사 결과 추가 재정지원이 필요한 항목 1순위는 종사자 인건비(70.9%, 175명) 2순위는 임대료(38.7%, 75명)로 조사된 바 있다.

 

<표 3-3> 추가 재정지원 필요성

<표 3-3> 추가 재정지원 필요성https://lh5.googleusercontent.com/A9ImH5a6rNh9ZsfzlCpWTpjPTwmWa5PQ2Xgda2... />

 

둘째, 종사자의 처우 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아동분야를 타 사회복지분야에 비해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유사업무를 하는 종사자들이 소속된 기관에 따라 임금체계를 달리 적용받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서울시는 종사자의 직업안정성 제고를 통한 사기진작, 잦은 이직 문제 해결을 통한 아동에 대한 안정적 서비스 강화를 위해 「서울특별시 지역아동센터 지원에 관한 조례」 제7조에 따라 종사자 처우개선비를 지원(시비 100%)한다. 이를 통해 타 사회복지 이용시설과의 형평성 반영은 가능하더라도 경력반영 등의 체계화 노력은 미흡하다.

 

<표 3-4>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처우개선비 지원 현황(‘14년~’19년)

<표 3-4>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처우개선비 지원 현황(‘14년~’19년)https://lh6.googleusercontent.com/1l5bG_aMF7dJCJF-Px6vUqc-5lwS5mKgPFdgIO... />

출처: 서울특별시 2019년 지역아동센터 운영 지원 계획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사자의 근무지속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급여 인상이 84.0%(262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사회적 위상 강화가 31.0%(95명)로 뒤를 이었다. 지역아동센터의 높은 이직률을 위한 다각도의 종사자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었다. 응답자의 대다수는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사회적인 책무성’과 ‘회계의 투명성’이 공공성 강화의 주요 요인이라고 보았다. ‘사회적 책무성’을 위해서는 종사자 고용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표 3-5> 종사자 근무지속성 강화를 위한 필요사항(1, 2순위)

<표 3-5> 종사자 근무지속성 강화를 위한 필요사항(1, 2순위)https://lh6.googleusercontent.com/26vUoN_ymcOHZ8HN0aNKWdr5Pns9R7yUXQPWoU... />

 

종사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제도 마련(혹은 개선)이 필요한 영역은 급여라고 응답한 사람이 251명(84.2%)으로 가장 많았으며, 급여개선 중에서도 특히 호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3.2%(156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에 대한 통합적인 인력 풀 제도 운영을 요구한 응답자는 28명(9.4%)이었다.

 

<그림 3-1> 종사자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방향

<그림 3-1> 종사자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방향https://lh5.googleusercontent.com/0GZUnKaNtTqZO00vP6ClBR0ZtgBRxNZ-JjW5Xp... />

 

셋째, 아동 당사자 관점에서 아동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다채로운 맞춤형 이용이 가능하도록 아동의 욕구를 파악하고 돌봄, 놀이, 학습, 발달 등 아동 생활 영역 전반에 걸쳐서 우선 지원 대상 규정을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보편적으로 모든 아동이 종합적인 복지지원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결국 지역아동센터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은 제도화와 보편화 그리고 네트워크화를 위한 노력이다.

 

<표 3-6> 지역아동센터 운영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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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화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역아동센터에 일정 책무를 부여하고, 동시에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제도화를 위해서는 첫째, 운영 주체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개인이나 종교단체 운영 비율이 높은 지역아동센터는 공립(구립)이나 법인에 비해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어렵고 투명성 저하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공공이 센터 수급관리를 하고 공립(구립)의 형태로 지자체가 공급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으며 공립센터를 중심으로 민간센터와의 연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공립센터 확충은 열악한 공간 문제와 운영 부실화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현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한 평가 체계와 공공 주도의 수요공급 관리시스템 구축은 지역아동센터와 종사자 사회적 위상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규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운영비, 급식비, 인건비 등의 재정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민간 진입 제한 조건으로는 전세금 등 일정 자산 보유 시설 혹은 시설장 경력 자격 조건 강화, 신고제를 허가제(혹은 인증제)로 전환하는 조치 등이 고려 가능하다. 진입장벽 강화는 종사자 간의 신뢰 형성에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아동센터 운영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화의 두 번째 사항은 종사자 처우 개선이다. 지금까지 지역아동센터는 복지 노동력 조달에 있어 비상근 파견과 일관적이지 않은 임시방편의 임금제를 운영해왔다. 우선적으로 적절한 급여수준 보장, 급여에 경력 인정, 적정 상근인력 보장이 필요하다. 현재 단일임금체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모든 종사자에게 공정한 기준에 따른 급여 체계화가 보편적으로 적용되도록 이를 반드시 현실화시켜야 한다. 또한, 고용형태 전환을 통한 상근인력 충원이 필요하며 효율적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비상근 파견을 상근직 노동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력 고용형태 전환은 돌봄노동의 질을 증대시키고, 이는 아동과 부모의 복지를 증진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우수인력 유입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고용안전성과 수입 증가는 필연적으로 이직을 줄임으로써 종사자 노동력의 전문성과 숙련도는 향상된다.

 

<표 3-7> 종사자 처우 문제와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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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화

돌봄의 공공성을 담보한다는 것은 대상의 보편성과 질이 담보되는 서비스 제공을 포함한다. 하지만 비록 국가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그 대상이 저소득층으로 한정된다면, 이는 보편성을 결여하게 되고, 때문에 공공성 강화에 한계를 내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첫 번째가 현금지원대상의 보편성 담보이고 두 번째가 소득계층과 관계없이 누구나 재정적 부담 없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돌봄수급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에서 담보되도록 하는 것이다.9)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보편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크게 돌봄체계 구축과 공간 활용 문제 개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실에서 특히 시급한 것이 돌봄 공간 환경의 질 문제이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지역아동센터는 센터마다 공간 환경 특성이 매우 상이하다. 열악한 공간과 임대료 및 재정 문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종사자 근무환경, 아동 돌봄 환경 모두에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별 유휴공간을 아동시설과 지역 돌봄을 담당하는 지역아동센터에 일정비율 할당(주민센터 등)하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간개선을 위한 민간자원 연계 지원 및 공공의 지원을 다각도에서 모색해야 한다. 임대료가 높고 유해환경이 없는 공간 확보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서울시는 특히 이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한다. 보편화 노력은 방과후 돌봄 지원 기관 간의 차별은 없애고 차이와 특색을 돋보이게 함으로써 아동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가능케 할 것이다.

 

<표 3-8> 공간문제와 개선방안

<표 3-8> 공간문제와 개선방안https://lh4.googleusercontent.com/c193hMVmyFs_IBSurdB4n9Y26SAFH0mbBkl-tJ... />

 

네트워크화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를 위한 세 번째 접근은 네트워크화이다.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한 학교, 지역사회 연계 및 협의체 활성화가 실효성 있게 실행되려면 지역아동센터를 주축으로 한 통합지원체계 구축과 방과후 돌봄에 대한 공적, 사적인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 방과후 돌봄은 지역아동센터, 초등돌봄교실, 다함께 돌봄센터,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의 지역돌봄협의체 뿐 아니라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드림스타트 등과의 연계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말했듯이 다함께 돌봄센터의 등장은 지역 기반 돌봄의 지역아동센터가 더욱 강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지역기반 방과후 돌봄의 주류화를 추동하고 내실 있는 방과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회적 책임과 효과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교육부 주도로 온종일 돌봄체계 현장지원단이 출범하면서 이를 통해 교육부, 지자체 등 관련 부처들의 협력 기반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일부 돌봄교실은 지자체와 학교가 협력하여 새로운 돌봄 모형을 만들어냄으로써 학교가 공간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협력 체계 안에서 지역아동센터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방과후 돌봄 필요 아동에 대한 연계발굴로도 이어져 아동의 맞춤형 돌봄 서비스 이용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방과후 돌봄은 해외에 비해 민간 비중이 크고, 공공의 기능보다는 개별 자생적 성격이 강한 편이었다. 해외 국가들의 방과후 돌봄은 점점 공공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고 그 안에서 지역사회 연계와 학교 연계가 공고해지는 추세를 보여 온 것에 비해, 민간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지역아동센터는 제공되는 돌봄의 성격이 개별 센터 특성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방과후 돌봄 영역에 대한 공공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를 위해 운영 전반 사항을 재검토하고 민관 거버넌스와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공공성을 위해 필요한 요인들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아갈 시점이다.

 

모든 아동의 보편적 권리 보장은 지역아동센터로부터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 아동정책'10) 구현을 위한 아동권리보장원이 2019년 7월 16일 출범했다. 그동안 분절적으로 수행되던 아동 관련 중앙 지원 업무를 통합하여 아동보호서비스를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존에 분산되어 있던 중앙 지원체계를 아동권리보장원으로 통합한 것이다.11) 아동권리보장원은 이에 더해 아동정책영향평가, 아동정책기본계획 수립 지원 등의 정책지원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아동권리보장이라는 대원칙 하에 지역아동센터 역시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입각한 공공영역의 아동 방과후 돌봄 중추기관의 역할을 보다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과후 돌봄, 놀권리, 학습권은 모두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에 지역아동센터는 보호와 돌봄에 대한 아동의 기본권 보장뿐만 아니라, 아동권리 전반을 책임지는 아동친화도시 주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복지 환경 속에서도 지역아동센터는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길을 갈 것이다. 정부와 관계자들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은 모든 아동이 차별 없는 성장 환경을 제공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지 않으면서 아동 방과후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한다. 지역아동센터는 그 어떤 방과후 돌봄 기관보다 지역기반적이며 아동 중심적이고, 포용적이다. 진일보한 방과후 돌봄의 중심추 역할을 지역아동센터에 기대한다. 


1) 2017, 송이은·이지혜, 「서울시 지역아동센터 공공성 강화 및 내실화 방안 마련 연구」,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재단. 연구보고서에서 일부발췌

2) 서울시 구립지역아동센터 중 자치구의 신청에 의해 자치구별 1개소에 대해 기본운영비의 50%를 추가 지원(시비100%)하고 공립형 센터는 종사자 1명을 추가 배치하여 자치구, 지원단과 협력하에 지역사회 연계, 협력 사업을 추진함

3) 보건복지부 역시 지역아동센터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종사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지역아동센터 발전방안 협의체 운영 등의 노력

4) 2019년의 경우 신고정원의 80% 이상은 돌봄취약아동이 우선(일반아동은 20% 범위 내)

5) 신진욱, 2007,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담론전략”, 「시민과 세계」 11, pp.18-39.

6) 사회서비스가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요건 중 하나는 운영과 관련된 활동에 대한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참여임

7) 서울시는 자치구 직영을 권장하고 있으나 위탁방식이 늘고 있음(2019년 9월 현재 절반이 위탁 운영 중이며 향후 개소 예정 센터도 절반 이상이 위탁계획)

8) 안현미 2018. "서울시 영유아 아동 돌봄 정책 현황 및 통합 지원체계 구축 방안”. 「서울시 영유아 및 아동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토론회」

9) 윤홍식, 2012, "사회서비스 정책과 공공성: 공공성을 둘러싼 논란과 적용”, 「참여연대: 보편적 복지확대를 위한 공공성 강화방안 토론회」, pp.7-39.

10) 관계부처합동 보도자료,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을 확대합니다, 2019.05.23

11)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포용국가 아동정책·서비스 기관 통합된다! 2019.07.16

화, 2019/10/15-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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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활, 일자리 사업인가? 복지 사업인가? 

 

최상미 동국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자활사업의 역사와 혼란스러운 정체성

자활사업은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함께 도입되어 20여년 간 우리나라의 대표적 근로연계복지사업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자활사업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누군가는 자활사업을 조건부 수급자 탈수급 지원 사업의 하나로, 또 다른 누군가는 저소득층 대상 창업지원사업 혹은 사회적경제 육성 사업의 하나로, 또 다른 누군가는 저소득층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복지 사업 혹은 저소득층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사업으로 이해한다. 이렇듯 자활사업은 정권에 따라, 자활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활사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 각기 다른 사업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처럼 자활사업에 대한 이해가 다양한 가운데 2021년 자활사업안내(보건복지부, 2020)는 자활사업을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의 근로의지와 자활역량 향상을 통한 탈수급의 확대’라는 목적하에 조건부수급자를 우선 대상으로1) 근로기회, 직업훈련, 취업알선, 자활기업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제도적으로 자활사업은 ‘조건부수급자를 대상으로 취창업을 통한 탈수급을 지원’함으로써, 근로능력이 있는 자에게는 무조건적으로 급여를 줄 수 없다는 신자유주의적 ‘주저하는 복지국가’의 모습을 반영한다. 

 

조건부수급자를 대상으로 근로 기회를 제공하고, 일반 시장에서의 취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탈수급을 지원하는 사업으로서 자활은 도입 초기에는 어느 정도 취창업, 탈수급 성공률을 보고하며 소기의 정책적 의도에 부응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2014년 자활사업에 배치되던 조건부수급자 중 근로능력 판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근로능력이 높은 참여자들을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으로 우선 배치하기 시작하자, 자활사업 참여자 중 근로 미약자 비율이 증가하면서 노동 시장 진입과 탈수급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성취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경기 침체의 장기화, 고용없는 성장, 고실업의 지속과 같은 노동 시장의 변화는 취창업을 통한 탈수급이라는 정책적 목적의 성취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자활현장에서는 일반 노동 시장에의 취업보다는 자활 기업 창업을 통해 성과를 내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자활사업이 저소득층의 창업지원 사업 혹은 사회적경제 육성 사업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조건부수급자에 대한 노동 강요와 낮은 성과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근로미약자 중심으로 자활사업 참여자들이 구성되기 시작하면서, 자활사업은 근로미약자들의 근로와 취창업을 위해 이들의 다차원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활현장의 주도적, 자발적 움직임으로 2004년 일부 지역자활센터는 ‘자활 인큐베이팅’이라는 이름으로 사례관리를 자활 실천기법으로 도입하여 수행하였으나 제도화되지는 못했다. 이후 2012년 자활사업 참여자들의 욕구와 특성을 반영한 참여자 중심 자활사업 수행을 위해 전국 60개 지역자활센터를 대상으로 자활 사례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하였으며 2021년 5월 현재 100여개 지역자활센터에 자활 사례관리자가 추가 배치되어 사례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자활 사례관리는 근로, 노동에만 초점을 두어 온 자활사업이 복지 사업으로서의 성격을 갖추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으며, 자활에서의 사례관리는 점차 그 중요성이 강조되며 모든 지역자활센터로의 확대, 자활사업 전 과정으로의 확대, 지역사회 자원을 아우르는 사례관리 협력체계 구축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자활사업은 2014년 조건부수급자를 근로능력판정 결과에 따라 취업성공패키지 사업과 자활사업으로 이분화하여 배치하기 시작하면서 참여자수가 감소하였다. 이에 일차적으로는 참여자수의 확보, 나아가서는 자활사업 정체성 확대를 위해 2018년 차상위층을 자활사업 참여자로 포함하기로 결정하였으며, 그 결과 최근 자활사업 참여자 중 차상위층, 일반수급자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활사업이 조건부수급자 대상 사업에서 나아가 ‘차상위층을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 저소득층 대상 일자리 사업’으로 그 정체성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자활사업의 딜레마 

자활사업은 ‘자활’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와 합의 없이 취창업을 통한 탈수급이라는 제도적 목적으로 이해되면서 성과 또한 매출액, 자활성공률, 탈수급률 등 경제적 지표로 평가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의 장기화, 고실업의 지속, 참여자 중 근로미약자의 증가와 같은 환경의 변화는 이러한 경제적 측면의 성과를 보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실업, 저소득, 빈곤이라는 경제적 측면의 문제를 공유함과 동시에 부채, 신용과 같은 법적·재정적 문제, 불안정한 주거, 만성질환, 알콜 의존, 우울, 낮은 자존감, 실패감, 좌절감, 낮은 근로 의욕, 가족 갈등,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같은 다차원적 문제를 가지는 자활 참여자들이 점차 증가하였다. 이에 자활현장은 참여자들이 경제적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서 상담, 사례관리, 자원연계, 의뢰 등의 개입을 통해 다차원적 문제를 다루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의 실적에만 초점을 둔 성과지표는 이러한 비경제적, 과정적 측면에서 나타나는 참여자의 변화를 성과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 차상위층을 포함하는 자활사업 대상의 확대, 코로나로 인한 실직의 증가, 자활장려금, 근로장려금, 추가근무수당 등을 통한 총 자활급여의 증가 등으로, 자활사업 참여자 중 차상위층 및 일반수급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더하여 노동 시장 경직이 심화되면서 청년층의 유입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대상의 변화와 함께 자활사업은 더 이상 조건부수급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닌 보다 포괄적인 저소득 구직자 대상 일자리 사업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활사업은 도입 초기에 설정된 취창업을 통한 탈수급을 정책적 목적으로 우선함으로써 일반수급자 및 차상위층 참여자들은 뚜렷한 목적 없이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참여자 특성, 현장의 활동, 대상의 변화와 사업 목적 및 성과지표 간의 부정합은 낮은 성과2), 참여자들의 욕구를 간과하고 단기적 경제적 실적만을 강조하는 목적 전치 현상, 탈자활한 참여자들이 다시 자활로 돌아오는 회전문 현상, 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자리 사업으로서의 자활사업 

자활사업은 만성적으로 낮은 성과와 상대적으로 편한 일자리 사업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앞서도 논의했듯이 자활사업은 조건부수급자의 취창업, 탈수급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존재해왔으나 실제로 자활사업을 통해 일반 노동 시장에 취업함으로써 탈수급을 성취한 비율은 10% 이하인 낮은 성과의 일자리 사업으로 존재해왔다. 또한 2018년 차상위층의 자활사업 참여 제한 폐지 이후 점차 차상위 참여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탈수급이라는 정책 목적을 적용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자활사업은 탈수급 지원 제도로서의 성격은 약화된 반면 수급자와 차상위층 대상으로 사업단 근로 기회 제공, 취업 알선, 자활 기업 창업 지원 등을 제공하는 저소득 구직자 대상 포괄적 일자리 사업으로서의 성격은 강화되었다. 또한 자활급여의 지속적 상승으로 자활사업에 참여하면서 근로장려금, 자활장려금을 최대한 받는 경우 최저임금의 두 배까지 수급이 가능해지면서 노동강도, 급여 수준을 고려하여 자활사업에 최대한 머물거나 일반 노동 시장에서 취창업을 통해 탈자활, 탈수급했다가도 다시 자활사업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리하면 자활사업은 1개 중앙, 17개 광역, 249개 지역자활센터라는 촘촘한 전달체계를 갖추고 연 5.5만여 명, 동시에 4만 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는 복지부의 가장 대표적인 일자리 사업이다. 그러나 성과로 책정하고 있는 취창업 성공률, 탈수급률 등은 높지 않아 사업 도입 초기 이래 지속적으로 저성과 사업으로 비판받아왔다. 또한 최근에는 일반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이 어렵고 진입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약하고 편한 자활사업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자활을 둘러싼 이러한 변화는 자활사업의 성격을 ‘저소득층 대상의 보호된 일자리’로 규정하며, 자활사업의 목적, 정체성, 성과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있다. 

 

자활사업의 방향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필자는 자활사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변화 필요성을 제안한다. 

첫째, 복지 기능 강화를 통해 자활사업은 ‘복지부의 일자리/근로 사업’보다는 ‘근로와 복지가 균형을 이룬 근로연계복지 사업’의 성격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자활사업은 복지부의 대표적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경제적 측면의 성과를 강조하며 근로 기회 제공과 취창업 지원 등 ‘근로’에 초점을 두고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참여자들이 가지는 다차원적 욕구와 문제를 간과함으로써 실천 현장의 왜곡과 낮은 성과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에 장기적 관점에서의 궁극적인 자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서 자활사업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즉, ‘근로’를 통한 ‘경제적 결과 측면의 성과’에서 나아가 참여자의 상황과 욕구에 따라 그 정도를 달리하며 근로와 취창업을 준비하는 고용 측면, 자신감을 회복하며 삶과 근로에 대한 의지를 고양하는 정서적 측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사회적 측면, 일상생활을 회복해나가는 측면을 포괄하는 맞춤형 개입의 필요하며, 이러한 ‘맞춤형 개입’을 위해서는 사례관리를 중심으로 한 복지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

 

둘째, 근로와 복지, 궁극적인 경제적 자활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에서의 다차원적 변화를 포괄하는 성과 평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자활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자활사업 참여자들의 경제적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과정적 개입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경제적 결과에만 초점을 둔 자활사업 성과 지표가 참여자의 과정적 변화를 성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현장의 노력을 간과하고 혼란을 야기해 왔다. 이에 점차 근로미약 참여자, 다차원적 문제를 가지는 참여자의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참여자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개입의 성과를 포괄하도록 성과 평가 체계의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참여자 특성, 대상 변화를 반영한 자활사업의 목적과 내용에 대한 재구조화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부터의 분리 필요성을 제안한다. 자활사업은 2018년 차상위층 참여 제한을 폐지하면서 점차 참여자 중 차상위층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2022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라 자활참여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한 수급자의 탈수급 지원이라는 자활사업 목적의 적절성에 대한 제고 필요성을 제안한다. 즉 지역사회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복지’와 ‘근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목적과 내용을 재구조화하고, 나아가 ‘조건부수급’과 ‘탈수급’이라는 정책목적의 바탕이 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분리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넷째, 복지부 및 타부처 일자리 사업과의 통합적 개편 필요성을 제안한다. 자활사업은 ‘지역사회 저소득층 대상 근로연계복지사업’으로 그 대상과 사업 내용이 확장됨에 따라, 복지부를 포함하여 다양한 부처의 일자리 사업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 실업문제에 대처하여 일자리 확대가 정부의 주요 과제가 되면서,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중소기업벤처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등 거의 모든 부처가 대상과 부처의 성격을 반영하며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 간 조정없이 일자리 사업이 존재하다 보니 사업내용과 대상이 중복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에 현재 부처별, 대상별로 구분되어 있는 일자리 사업을 참여자의 근로역량과 욕구, 사업내용에 따라 통합적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차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차상위와 수급자 등 저소득층 대상 자활사업, 노인 일자리 사업,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통합하여 근로역량과 사업단 특성에 따라 전달체계를 일원화하여 수행할 수 있으며, 나아가 디지털 일자리 사업, 청년 일자리 사업, 여성 일자리 사업 등 대상과 사업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부처의 사업으로 구분되어있는 일자리 사업의 통합 운영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규칙 제26조 및 자활사업안내(보건복지부, 2020)에서 자활근로사업에는 조건부수급자를 우선적으로 선정하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2. 실제로 자활사업 참여자 중 일반 시장에서 구직에 성공한 비율은 20%를 넘은 적이 없으며 탈수급률도 10%를 넘은 적이 없다.(보건복지부, 2017)



금, 2021/07/02-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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