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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의 종말은 삶의 종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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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의 종말은 삶의 종말이 아니다”

익명 (미확인) | 목, 2015/08/06- 18:25

[구도완의 책으로 말 걸기] 책 <제로성장 시대가 온다>를 읽고

책 <제로성장시대가 온다>의 저자 리차드 하인버그에 의하면 성장은 더 이상 ‘정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채무에 바탕을 둔 금융자본주의는 거품불기와 거품 터지기의 반복으로 인해 지탱불가능하고, 고갈될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가 없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환경재앙이 빈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값싼 에너지가 더 이상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채무에 바탕을 둔 세계경제는 화폐전쟁(환율전쟁)으로 비화하고 정치적 긴장이 높아지며, 세대간 갈등, 계급간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다. 따라서 그는 성장이 종말을 고하는 시대를 대비하여 금융청구권을 삭감하고, ‘비채무화폐’를 발행하고, 고리대금업 금지법을 제정하고, 지역화폐를 활성화하고, 정상상태경제(steady-state economy)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성장이 종말을 맞이할 것이란 소리다. 그러나 그것은 삶의 종말은 아니다. 자연은 때로 느리고 점진적으로, 때로는 사납고 파괴적으로 변화한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성장 종말론이란 무엇인가?

책 <제로성장시대가 온다>는 <성장의 한계>에서 논의된 자원과 환경오염, 인구증가 등의 변수에 바탕을 둔 성장의 한계론을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지탱불가능성과 결합하여 ‘성장의 종말’론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성장의 한계>는 1972년 로마클럽의 경제학자 및 기업인들이 경제성장이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다.

또, 이 책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금융시스템의 위기로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근원에 에너지가격의 폭등이 있다고. 세계경제는 구조적으로 성장의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성장의 한계>, <정상상태 경제학> 등의 기본전제 즉, 유한한 지구의 유한한 자원과 오염처리능력을 고려할 때 이런 주장은 구조적으로 올바른 진단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산업문명 혹은 과학기술체계의 기술개발 능력과 자본주의의 시스템 변형 혹은 혁신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에 불과하다. 논의의 핵심 논거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는 없다는 것이고 그것을 채굴하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이 갈수록 높아진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신맬서스주의의 인상을 강하게 주면서 경제, 환경, 사회의 임박한 파국을 ‘예언’하는 것은 그의 주장이 이론적으로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신맬서스주의는 빈곤 해결을 위한 산아를 제안해야 한다는 사상으로 인구 조절이 지구 온난화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마치 제러미 리프킨이 ‘엔트로피’를 이야기하면서도 자본주의의 불평등문제와 기존 시스템의 권력관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기술낙관론에 바탕을 둔 ‘제3차 산업혁명’론을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러미 리프킨은 기술혁신을 통해 한계비용이 제로에 근접하는 사회가 도래한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물론 리프킨도 분산형 에너지망과 같은 저비용 공공재를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닥치기 전에 빨리 만들지 않으면 지구인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책 <제로성장의 시대가 온다>에 드러난 한계

그렇다고 하인버그가 옛 맬서스처럼 근거가 빈약한 논리로 성장의 종말을 예언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으로 볼 때, 하인버그의 진단과 예측은 올바르다. 문제는 ‘산업자본주의적’ 성장의 한계를 관리할 수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지배세력의 혁신과 관리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다. “성장의 한계 -> 임기응변식 대응 -> 파국 -> 새로운 체제의 등장”과 같은 논리는 지나치게 단순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임기응변식’ 대응이 상당기간(적어도 20-30년간) 지속될 것으로 가정할 때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환경 문제, 권력관계, 세계적 불평등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는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지배세력(옛 좌파와 우파의 성장동맹)에 대항하여 새로운 탈성장 동맹을 어떻게 구성하고 이들의 대안적 정치, 경제 전략은 무엇인지 좀 더 정치하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하인버그의 주장은 마치 파국이 곧 올 것이라고 계속 외치면서 파국이 오고 나서야 대안을 고민할 어리석은 인간들을 비난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눈 밝은 몇 사람이라도 살아야 한다면서 구명선을 만들자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파티는 끝났다’고 계속 외치면 양치기 소년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구조적인 취약성과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 구조적 한계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본다. 지구상의 다양한 국가와 지자체, 지역 공동체 등이 다양한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복원력을 키우고 있는지 조사하고 거기에서 변화의 씨앗을 찾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논의를 넘어서서 (상대적) 성장이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삶을 성숙하게 만드는가 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이 문제에서 부정적인 답을 얻는다면 성장의 불가능 성과관계 없이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 전환을 지금, 여기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하인버그가 스웨덴,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을 예로 들며 성장이 종말을 고할 때 회복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거론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미 시작된 한국의 성장 종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국가들과 달리 개방형 중규모 경제로서 한국은 화석연료 가격 상승, 선진국 소비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이 책의 전망이 현실화될 때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경제체제다. 게다가 한국은 북한과의 갈등, 사회 내부의 계급갈등과 세대갈등, 약한 사회안전망, 취약한 정치적 리더십 때문에 성장이 종말을 고할 때 그 충격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회복탄력성도 매우 약하다. IMF 때 급증한 사회적 해체와 파괴를 보면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사실은 2-3%의GDP 성장의 이면을 보면 자영업, 비정규직 등 사회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성장의 종말이 이미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전환운동,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와 같은 활동들을 지역에서 조직하면 될까? 이들 사이의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격려하면 되는가? 지역과 중앙의 정치경제 시스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글쓴이 : 구도완 환경연합 정책위원장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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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기후 리ㄷ십 캠프에 참가한 활동가들

동아시아 기후 리더십 캠프(East Asia Climate Leadership Camp, EACLC) 대만 타이중에 동아시아 국가 활동가들 모여 정보 공유와 협력 방법 찾아 8월 17일부터 8월 21일까지 East Asia Climate Leadership Camp(동아시아 기후 리더십 캠프, EACLC)가 열렸다. 동아시아 기후 리더십 캠프는 국제 환경단체 350.org가 2015년부터 개최하는 동아시아 국가의 환경 NGO의 활동가들이 모여 석탄발전소 퇴출 운동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고, 고민하는 자리다. DSCN1153 매년 다른 지역에서 캠프가 열리는데, 이번 캠프는 대만의 타이중에서 열렸다. 타이중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석탄화력발전단지가 있는 지역이다. 타이중시 롱징이라는 마을에 타이파워 발전사의 550MW 용량 발전기 10기가 한 곳에 모여있다. (2016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화력발전단지였는데, 얼마전 당진에 2기의 대용량 석탄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면서 당진이 가장 큰 석탄화력발전단지가 되었다. 한국이 명예롭지 않은 1등을 또 하나 차지하게 된것이다.) 동아시아의 각 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석탄발전소를 막거나 폐쇄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참가자부터 20년동안 활동을 시작한 참가자까지 그 기간은 다양했다. 덕분에 석탄발전소 투자철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첫째날 - 타이중 석탄화력발전소 지역 주민의 이야기 “사모아 섬에 갔을 때 기후변화 캠페인에 대한 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모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후변화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다. 사모아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기후변화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대만 350.org의 활동가 량이(Liangyi)의 이야기로 기후캠프가 시작되었다. 량이는 지역 주민을 만나 이야기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강조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2645" align="aligncenter" width="640"]타이중 석탄발전소 주변에서 자신들의 삶을 들려주는 주민 네명 타이중 석탄발전소 주변에서 자신들의 삶을 들려주는 주민 네명[/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82646" align="aligncenter" width="640"]아이와 함께 온 지역주민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있다. 아이와 함께 온 지역주민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있다.[/caption] 타이중 석탄발전소 지역주민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와 함께온 주민은 자신과 아이들이 천식에 걸려, 공기가 조금 더 깨끗한 곳으로 이사를 갔다고 했다. 그 주민과 함께 온, 아직 서지도 못하는 예쁜 아기는 석탄발전소 반대 집회, 깨끗한 공기를 위한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 등에 항상 함께 나갔다고 했다. 또 5살인 첫째아이는 그림을 그리면 하늘을 잿빛으로 표현한다며 첫째아이의 그림을 보여줬다. 그 이야기를 들은 참가자들은 "아이가 이런 집회에 나가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또 하늘이 아이에게 회색빛으로 보인다니 슬픈 일이다."라며 심각성을 알렸다.  타이중 석탄발전소는 1991년에 지어져서, 반대 운동의 역사는 매우 길었다. 20년동안 타이중에서 석탄발전소 대응 운동을 해온 주민의 경험담을 듣다보니 참가자 모두가 앞으로 가야할 길 같기도 했다.   타이파워 타이중 석탄화력발전소 방문 [caption id="attachment_182644" align="aligncenter" width="640"]DSCN1175 발전소 8기의 연돌[/caption] 발전소 내부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석탄 야적장과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온배수를 볼 수 있었다. 석탄 야적장 길 건너에 석탄재가 쌓여있었다. 쌓여있는 석탄과 석탄재는 주변의 식물을 검게 만들었고, 마을 공기를 회색으로 만들었다. [caption id="attachment_182642" align="aligncenter" width="640"]타이중 석탄화력발전소와 배출되는 온배수 타이중 석탄화력발전소와 배출되는 온배수[/caption] 석탄발전소 직원에 따르면 온배수는 온도를 낮추고 정화하는 약품처리가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때문인지 바다로 흘러가는 물은 누런 거품에 뒤덮여 있었고, 악취까지 풍겼다. 타이중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물과 공기는 정화되어진 것이라고 했지만,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허술한 관리의 결과로 보였다. 참가자들은 주변 환경과 지역 주민에 대해 걱정했고, 그 걱정은 인권과 생태, 기후변화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caption id="attachment_182641" align="aligncenter" width="640"]석탄그만 피켓을 들고 있는 베트남, 대만 활동가들 석탄그만 피켓을 들고 있는 베트남, 대만 활동가들[/caption] “이렇게 큰 발전소에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을까?” 기후변화를 막기위해 모인 우리는 온실가스를 내뿜는 석탄발전소와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 대신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지 물어봤다. 지역 주민과 지역 활동가 모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기엔 가격이 너무 비싸고, 시골지역이라 주민들이 잘 모르기도 한다며 답했다. 참가자 모두 이 사실에 안타까워했고, 지역주민이 태양광 발전을 직접 하는 경우를 각 나라에서 찾아 공유하기로 했다.     둘째날과 셋째날 -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는 기관의 종류는 어떻게 될까? 은행같은 금융기관 뿐일까? [caption id="attachment_182640" align="aligncenter" width="640"]KakaoTalk_20170824_173151915 투자철회 발표를 하고있는 일본 활동가와 발표를 듣는 참가자들[/caption] 일본에서 석탄발전소 투자철회 운동을 하는 환경단체 350.org의 활동가(신 프루노)가 자신의 활동 경험을 발표했다. 그들은 국제 환경단체를 비롯한 NGO와 협력하여 일본의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는 모든 기관을 조사하고, 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에게 시민들과 함께 투자철회를 캠페인을 했다. 일본 활동가의 차례가 끝나고 호주의 활동가(줄리안 빈센트)가 자신의 단체(Market Forces Australia, 마켓 포스 호주)가 석탄발전소 투자철회에 대해 성공적으로 캠페인 했던 사례를 발표했다. 줄리안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의 캠페인은 전국에서 시민들에 의해 이루어졌고, 자신이 사용하는 은행을 상대로 크고 작게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두 차례의 발표를 듣고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는 기관의 자료를 얻을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베트남 활동가들은 한국이 베트남 석탄발전소에 투자하고 있다며 같이 대응하고 캠페인 할 의견을 묻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과 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의 석탄발전소에 투자하고 있으며, 투자 된 석탄발전소 지역의 환경 오염과 주민의 인권이나 건강 문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caption id="attachment_182649" align="aligncenter" width="632"]동아시아 기후 리ㄷ십 캠프에 참가한 활동가들 동아시아 기후 리ㄷ십 캠프에 참가한 활동가들[/caption] 각국의 정치, 여론, 언론의 상황은 달라서 모든 국가에 한 지역의 경험을 똑같이 적용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다. 알리고, 행동하게 하고, 참여하게 한다. 한명이 두명이 되었고, 두명이 다섯명이 된다. 활동가 모두 운동 시작의 어려움을 겪고, 이겨내고 있었다.
월, 2017/08/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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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노동문제의 대가인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가 지난 9월 13일 한겨레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 2012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의 지속·포용 성장’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비정규직차별을 없애면 향후 10년간 연평균 1.1%의 성장률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분석은 전문가들로부터 비정규직차별 해소가 성장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비정규직차별을 철폐해야 하는 둘째 이유는 비정규직차별을 없애는 것이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차별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아지면 건전한 내수가 창출되지 않아 정부가 꿈꾸는 ‘소득 주도 성장’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후 곧바로 행한 매우 중요한 정치적 행위가 정부산하조직인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하여 공항공단내 모든 비정규직 근무자를 정규직화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일단 올바른 판단이었다.

비정규직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양질의 정규직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느냐가 문제

상기의 관점과 접근은 사회경제적 조건이 국민 모두에게 양질의 적정한 정규직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인 조건이 정규직뿐만 아니라, 수시로 바뀌는 외부 조건의 상황 변동에 따른 응동적(應動的) 비정규직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면 내용은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여기서 매우 심각한 혼동과 오해가 있음을 느낀다.

위에 진한 활자들로 표시했듯이 문재인 정권이 상징적으로 선언한 ‘비정규직 철폐’와 IMF가 지적한 ‘비정규직차별 철폐’는 전혀 다른 내용과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철폐는 비정규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이를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현안으로 삼고 있는 반면에, 비정규직차별 철폐는 비정규직의 현실적 필요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이라는 격차와 분리를 없애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정부 산하 한수원의 노동조합원들이 자신들만의 이해를 위해서 일반적인 국민들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는 고리 원전 5.6호 건설 중단의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고, 초중등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 교사로의 전환 계획이 채용과정의 정합성(?)을 이유로 무산되면서 정규직을 포함한 기득권 체계에 대한 매서운 비판이 각계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방어적 수탈적 기득권 체계의 철폐는 한국사회의 핵심을 가로지르며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광범하고 복잡하며 심오한 주제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 모두는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기득권적인 지위를 차지하려는 살벌한 비인간적 경쟁체계가 심화되고, 획득한 지위를 유지하려고 불의한 각종의 제도와 규정이 작동하면서 마치 비상식적인 격차와 차별이 오히려 천부적 인권처럼 당연한 것으로 횡행하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사회의 민낯이다.

비정규직-프레시안
국민 모두에게 양질의 적정한 정규직을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현실적인 비정규직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사진:프레시안)

이러한 잘못된 현상은 한마디로 기회적으로 주어진 소수만이 즐기는 기득권 체계의 지대적 지위와 사회경제적 격차가 이곳에 속하지 못하는 다수의 시민들에 비해 극심하게 불공정하게 작동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잘난 부모를 만나고 한번의 자격과정으로 인생을 가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신분적 사회적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회는 결코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이번 시론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주제로 제한된 범위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평생직장으로서의 정규직, 더 이상 유지 안돼

정규직이라는 일자리 개념에는 소속된 조직이 소멸되지 않는 한 영속적인 일자리, 즉 종신고용 또는 정년에 이르기까지 평생직장이라는 뜻을 암암리에 내포하고 있다. 이는 당연히 한 개인에게 평생 동안 안정적인 생계를 보장하는 이상적인 일터임을 의미한다. 모두가 바라는 꿈이기도 할 터이다.

평생직장의 조건은 제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제2차산업 시기 중 공황의 시대를 거친 제2차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미국과 서구유럽의 황금기에서만 가능했고, 한국사회에서는 고도의 성장과 경제운영의 성과를 부분적으로 공유할 수 있었던 1997년 이전, 즉 IMF가 오기 전까지 가능했다. 필자가 젊은 시절, 많은 기업의 슬로건이 ‘직장을 가정처럼, 종업원을 가족처럼’이었다고 추억한다.

한국사회에서도 평생직장이라는 꿈은 IMF 이후 대체로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이는 단순히 신자유주의적 흐름이 자리를 잡은 탓도 있지만, 보다 큰 배경은 한국사회가 세계경제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제3차산업과 서비스업이 주류를 형성하는 탈산업화 시대, 더구나 비선형적 프로젝트별 또는 일시적 수요별로 형성되는 직업군(자유업, 택배, 대리운전자, GIG 등)이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는 시대, 더 나가서 소위 제4차 산업혁명의 격동적 변혁기로 진입하고 있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격변하는 국내외적 환경 속에서 보편적인 정규직 개념은 더 이상 유지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후 한국경제의 미래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앞으로 미래 사회경제조건에서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개별적 조직단위는 평형적 역동이라는 상황을 일상적으로 맞이해야 한다. 공정한 참여와 일상적인 혁신과 기여에 따른 평가와 보상체계가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사회로 전화되어야 한다. 부모의 지위와 한번의 자격시험으로 평생을 좌우하는 시대는 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하고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직업의 개념과 형태도 평형적 역동이라는 상황 조건에 맞추어 설정되고 유도되어야 한다. 대부분 직업은 상황과 조건에 따른 계약적 한시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비정규직-서울신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중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실현’ 공약에 따라 이 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진:서울신문)

계약적 한시적 성격의 직업 보편화될 수밖에 없어

이는 단지 민간 기업과 시장의 영향을 받는 영역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과 교사 등 정부기관과 산하단체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도 평생직장이라는 철밥통이 더 이상 가능하지도 가능해서도 아니 된다. 우리사회가 나가야 할 지향점은 공직을 포함하여 예외없이 일상적인 성찰과 혁신과 활동을 통해서 공정한 평가와 정합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는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정규직이어서 더 대우받고 비정규직이어서 불이익을 당하는 체계를 혁파하고 지위에 무관하게 역할과 성과 그리고 직능과 기여에 의해서 대우받고 평가가 이루어지는 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

예컨대 하나의 제안을 하자면, 모든 국가 공무원의 경우 5급 및 7급 자격시험을 폐지하고 9급 자격시험만을 유지하여 공무원시험 합격자들에게 사무관 직급까지 당연직으로 보장하되, 민관협치와 공동의 가버넌스에 기반하여 서기관급 이상의 책임자 자리는 공무원과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가 함께 당당히 경쟁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참여식 완전공개형으로 전환하고, 55세 미만의 교사직 역시 10년 단위의 평가를 통해서 계속 수업의 유지 또는 재교육 여부를 결정하여 자질과 능력을 상실한 교사들은 퇴출하거나 전직을 유도하고, 기간제 교사 역시 3년단위의 경험과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정규 교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교사의 자질과 자격은 형식적인 교사자격증이 아니라 교육자로서 실력과 경험과 자세에 있다고 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차별 철폐

중요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처우와 조건에서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 되며, 격변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서도 해당 조직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면 정규직보다 단위비용이 오히려 높아지도록 법규와 제도를 도입하고 엄격히 적용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 또는 계약직에 대한 선택과 선호가 기업주 또는 관리자의 손에서 피고용자에게로 이동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노동은 자유의 영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비정규직-한국일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이미지: 한국일보)

개별 조직단위에서는 왕성한 혁신과 보상체계를 적용하되, 종합적이고 보편적인 국가단위에서는 시민 한사람도 예외가 없이 사회경제적 형평과 사정이 허용하는 최대 범위에서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와 사회 안전망을 조밀하게 구성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적극적인 교육훈련과 취업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미 북유럽국가군에서 유연안전성이라는 정책으로 잘 도입되고 안착되어 있는 제도이다. 다만 최근 북유럽조차 적극적 노동정책에서 실패를 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산업구조가 격변하는데 구태의연한 구시대 방식의 직업훈련과 취업지원 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앞서 나가는 적극적 노동정책을 시행하거나, 이것을 시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는 차라리 기본소득방식의 지원수당이 오히려 합당할 수 있다. 평형적 역동은 기본적으로 자유인자에 의해서 형성된다.

한국사회가 미래를 지향하면서 나갈 방향은 정규직 또는 좋은 일자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와 문턱을 제거하고, 시장과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공정한 환경과 정합적인 조건이라는 뚝(guide & institution)을 형성하여, 모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사회경제적 영역에 참여하고 협력과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적 활동을 제고해 나가면서 성과물을 공정하게 배분하고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혁신과 연계된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이다.

 

월, 2017/09/1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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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세대에 새로운 경험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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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 건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1세기를 전후하여 한국사회에서 1997년 12월 IMF 외환위기 만큼 전체 구성원에게 이토록 장기간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사건이 또 있었을까. IMF 위기는 미시적으로 개인 및 가구의 삶, 가치관과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 노동시장과 가족구조, 그리고 더 나아가 복지국가 체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로 인한 충격은 20년이 지난 현재도 가족해체, 돌봄의 위기, 최고 수준의 경제적 자살, 소득불평등, 실질임금수준의 지속적인 하락, 계층 및 세대 간 갈등과 같은 형태로 분화되고 심지어 누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후 출생한 아이들은 현재 성인이 되어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 대학생이거나 사회초년생들은 지금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의 연령에 도달해 있을 것이며, 기업도산과 구조조정 등에서 살아남은 당시의 4~50대들은 현재 노인이 되어 그 중 다수는 기초연금의 대상이 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계적인 예상과는 달리 97년 이후 20년은 개인들에게 단순히 시간적 배열에 따른 자연스러운 생애과정을 허용하지 않은채 이전 세대가 경험한 위험을 다시 그 다음세대가 경험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는 20년 전 청년세대나 중장년세대가 경험한 경제위기의 충격과 고통이 20년 후 그들이 자녀세대인 현재의 청년 또는 중장년 세대에게 그 형태를 달리한 채 전승되고 있음을 쉽게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20년이다. 몸 한 자리의 고통이 하루만 지속되어도 참기가 힘들 터인데, 몸 전체가 20년 간 아파왔지만 문제는 원인도 대책도 아직 잘 모른다. 무엇보다도 고통이 언제 끝날지 알지 못할뿐더러, 내 자식도 똑같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잔인하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1997년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변하는 것도 있다.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강압을 변태적으로 즐기던 자들에게, 복지과잉이 망국의 지름길이라며 한 달 전기세 앞에 두고 목숨 끊는 이들의 마지막 길 마저 외면하던 자들에게, 부모의 능력을 자랑하며 가난한 자를 모욕하던 자들에게, 열아홉살 비정규직을 추모하는 포스트잇과 손에 든 초의 구매출처를 수사하라는 자들에게, 최저임금이라도 주라는 CF 광고에 손가락질 하는 자들에게, 자기편이 아닌 모든 자는 빨갱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자들에게, 국민에게 용서를 빌 게 없다는 부끄러움 따윈 개나 줘버린 정치인들과 박 전 대통령에게 시원하게 손가락 하나 날려주고 보니, 우린 어쩌면 느리더라도 세상이 조금씩은 나와 내 자손이 살기에 더 나은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 같은걸 본 건 아닐까.

 

이제 대중들은 다른 경험을 해야 할 것이다. 생각을 내 목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터부시되는 교실 내 억압을 사회에 그대로 투영한 채 숨죽여 살던 개인들에게 광장에서 소심하게나마 구호라는 걸 외쳐보도록 하는 경험을 넘어서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법으로 또 제도로 실현되어 그것이 밥이 되고 나무가 되고 깨끗한 물과 동네 친구가 되어 세상을 풍요롭게 했다는 경험 말이다. 그래서 세상이 나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바뀐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나와 내 자손, 이웃이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에 살 수 있었음을 회상하고 추억하고 두고두고 자랑하게 해야 한다. 새로운 꼰대주의를 만들어줘야 한다. 야근을 당연하게 여기며 주말에도 회사 야유회에 다니고 부장의 이삿짐을 날라줬다며 아랫사람을 나무라는 그런 꼰대 말고 말이다.

 

일, 2017/01/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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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환경 회칙 환경운동연합

프란치스코 교황 환경 회칙 환경운동연합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 회칙에 대한 논평 2015년 6월 19일 -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에 관한 회칙을 발표하고 중대한 기후변화에 시급히 대처해야 하는 것은 지금 세대에게 주어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의무라고 강조했다. 대다수의 정부와 정치인이 기후변화와 생태계 위기로 벼랑 끝에 몰린 지구와 소외된 사람들을 외면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꺼이 이들의 편에 섰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많은 시민들은 더럽고 위험한 에너지 생산과 공급 방식에 저항하는 동시에 참여와 협력을 통한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보급을 주도하며 진정한 기후변화 해법을 제시해왔다. 위험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경제와 사회 전반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엄중한 과학의 경고와 윤리적 명령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를 둘러싼 정치는 올바른 해법 제시에 실패하고 책임을 회피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기술 편향적 접근과 자연을 끊임없이 금융 상품화하는 잘못된 해법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듯, 기후변화 정책이 자연과 사람이 아닌 이윤 추구를 앞세운 기업에 의해 과잉 대변되는 현실은 성찰되고 타개돼야 한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많은 부유한 국가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공정하고 의욕적인 온실가스 감축 이행과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과 재정 지원을 통해 생태적 부채를 되갚아야 한다는 풀뿌리 운동의 호소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실하게 화답했다. 올해 말 중요한 기후변화 회의를 앞두고 정치인들도 교황의 리더십에 공감하고 행동으로써 응답하기를 촉구한다. ※ 문의 : 이지언 에너지기후팀장(010-9963-9818, [email protected])
금, 2015/06/1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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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터넷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모래사장 위에 갓 부화한 흰물떼새의 모습이 담긴 사입니다. 이름과 달리 작은 새는 거무튀튀한 털을 두르고 있었습니다. 포털 검색창에 ‘흰물떼새’라고 입력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정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50928" align="aligncenter" width="650" class="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caption]

물떼새과 조류로 갯벌, 해안의 모래밭, 삼각주, 하천부지와 염전에 도래한다. 주로 곤충류, 거미류, 갑각류 등을 잡아먹는다. 크기는 약 17.5cm.

아는 게 생기니 흰물떼새와 더욱 가까워진 듯합니다. 얼마 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보도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사진 속 흰물떼새는 태안에서 잇따라 발견된 물떼새 번식지 중 한 곳에서 촬영한 것 같았습니다. 공단측은 물떼새의 번석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것을 들어 기름유출사고로 검은 기름에 뒤범벅 됐던 태안의 생태계가 회복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눈에 익은 또 다른 새가 있습니다. 그 새는 기름을 뒤집어 쓴 ‘뿔논병아리’입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의 참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고향이 태안입니다. 낳고 자란 곳이기도 합니다. 한때 고향마을 설명하려면, 여러 가지 단서조항을 달아야 했습니다. 그만큼 “태안”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12월 7일 7시 15분 경, 태안 앞 바다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삽시간에 유출된 1만 2547킬로리터가 태안해안을 뒤덮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검은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지역주민은 검은 기름에 뒤범벅되는 태안해안을 바라보며, “아이고”란 곡소리와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기름유출사고 첫날의 모습이고 세계가 태안을 기억하는 이미지입니다.

[caption id="attachment_151143" align="aligncenter" width="500" class=" "]ⓒ태안군청 ⓒ태안군청[/caption]

태안으로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자원봉사자”라 불리는 이들이었습니다. 사고발생 날로부터 멀어질수록 자원봉사자의 수는 곱절로 늘어났습니다.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해안은 이젠 “사람 띠”로 가득해졌습니다. 그렇게 123만 자원봉사자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실로 감동적인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칼바람을 맞으며, 기름 범벅된 돌덩어리를 닦던 자원봉사자. 태안군청 한 귀둥이 창고에 산더미로 쌓여 있는 후원물품. 도로가 막힐 정도로 방제작업 현장으로 물밑 듯이 향하는 차량...등 잊지 못할 기억들이 많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51144" align="aligncenter" width="500" class=" "]ⓒ정대희 ⓒ정대희[/caption]

태안 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해 다수의 전문가들이 생태계 회복까지 10여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 말했습니다. 언론에서도 세계 여러 나라도 꽤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생태계가 회복됐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태안은 달랐습니다. 사고발생 8년이 지난 지금, 태안해안은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금빛 모래알이 눈부시고 파란 물빛이 반짝이는 해안으로 돌아왔습니다. 각종 자료를 살펴봐도 “생태계 회복 중”이란 의견에는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6월 5일, 오늘은 환경의 날입니다. 1972년 국제연합 인간 환경회의가 열린 것을 기념하여, 국민의 환경 보전 의식을 기르고 실천을 생활화하도록 하기 위해 제정한 날입니다. 태안의 아픔과 기적을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지구온난화”라는 위험에 당면해 있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1도 상승할 경우 안데스산맥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고 2도가 상승하면, 유럽의 수 십 만명이 폭염에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3도 상승은 기후이재민이 발생하고 생물 50%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 이상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두 예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aption id="attachment_151146" align="aligncenter" width="650" class="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caption]

지난해 11월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가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권에 몰려 있는 온실가스 농도가 지난 80만 년 이래 최고 수준이며,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억제하려면 오는 2011년까지 화석연료를 퇴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51145" align="aligncenter" width="540" class=" "]ⓒ문화일보 ⓒ문화일보[/caption]

그렇습니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마치 검은 파도에 태안해안 기름 범벅된 상황과 마찬가지로 막막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123만 자원봉사의 힘으로 기적을 이뤘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지구온난화에 대처해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 2007년 12월 겨울, 검게 변한 하나의 돌멩이를 다시 깨끗하게 되돌리기 위해 하얀 방제포가 검게 변할 때까지 닦아내던 자원봉사자가 떠오릅니다. 칼바람 속에서 묵묵히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일들을 해내는 모습 뒤에 희망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151147" align="aligncenter" width="578" class=" "]지난 2008년 11월에 촬영한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모습. ⓒ태안군청 지난 2008년 11월에 촬영한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모습. ⓒ태안군청[/caption]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기시길 바랍니다. 별거 아니라고 여기는 일이라도 행하시길 빕니다. 하찮은 일들이 모이고 모인다면, 값진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단언컨대, 우리는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태안이 그 증거입니다.

[caption id="attachment_151151" align="aligncenter" width="650" class=" "]ⓒ정대희 ⓒ정대희[/caption]  
금, 2015/06/0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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