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오픈넷 포럼에서는 최근 망중립성 규제의 국제 흐름을 소개하고 ICT 생태계의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망중립성 정책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최은창 예일대 정보사회 프로젝트 펠로우가 주제 발제를 하고 동국대 사회언론정보학부의 강재원 교수, 네이버의 류민호 박사,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활동가가 패널로 참석하여 각 계의 망중립성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최근 해외 망중립성 입법 사례
지난 2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유무선 망중립성 규제를 발표한데 이어서 6월 유럽 의회, 이사회, 집행위 3자회담(trilogue)에서는 통신사업자에게 특수 서비스(specialized service)를 허용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발표하였습니다.
국내 망중립성 입법의 필요성
망중립성은 C-N-P-D 등 ICT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바탕이 되며,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의 개방성, 표현의 자유, 이용자들의 정보 선택권을 지키기 위한 망중립성 법안의 통과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픈넷은 유승희 의원의 망중립성 법안(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발의 과정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본 망중립성 법안을 포함해서 향후 국내 망중립성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최근 인도 및 개발도상국가에서는 통신사업자가 스폰서하는 제휴 콘텐츠에는 무선 데이터를 과금하지 않는 제로 레이팅(Zero-Rating)이 새로운 망중립성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뜨거운 이슈인 제로레이팅 문제를 포함하여 OTT(Over-the-Top) 등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넷플릭스-컴캐스트, 구글– 프랑스 오렌지 텔레콤의 망사용료 지불합의 사례를 통해서 분석할 예정입니다.
다른 글에서 인터넷에 정보전달료가 없어야 하고 접속료만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었다. 인터넷에서는 정보전달은 다같이 나눠서 하는 것이니 돈을 낼 사람과 받을 사람이 나눠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 수도를 “쓰는 만큼 내왔던” 즉 종량제로 써왔던 많은 분들은 인터넷도 쓴 만큼 내야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다음의 사례들을 통해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1) 도서관에 비유해보자면 책을 보러 갔는데 책을 1권씩 빌려보는데 많은 책을 빌리거나 또는 책을 오래 본다고 돈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책 여러권을 한꺼번에 빌리면 다른 사람들이 그 책을 빌려보지 못하게 하니 숫자를 제한하거나 몇권 이상은 돈을 내도록 하는 것은 상상해볼 수 있다.
(2) 거꾸로 저자나 출판사 입장에서도 똑같이 생각해볼 수 있다. 도서관의 장서공간이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 많은 책들을 비치해달라고 하는 것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 숫자는 똑같은 도서관 이용자들이 많이 빌려본다고 해서 도서관이 그 책의 저자나 출판사에게 돈을 받으려 하거나 대여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터넷이 망중립성을 통해 보호하려는 것은 위의 (1), (2)의 도서관 이용자들이나 저자들이 타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한, 비용에 부담을 갖지 않고 정보에 접근하고 정보를 퍼뜨릴 수 있는 자유이다.
(3) 단체관광을 갔는데 경치구경을 많이 했다고 해서 돈을 더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경치구경에 영향을 주도록 관광버스 자리를 2개를 차지한다거나 한다면 돈을 더 받아야 할 것이다. 경치구경도 경치를 이루는 사물들에 전자파가 반사되어 안구에 도달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인터넷도 전선을 통해서 전자파가 전달되는 것이다. 접속용량을 높이기 위해 전선을 더 굵은 것을 써야 한다면 돈을 더 내야겠지만 같은 전선에서 전자파가 얼마나 지나가든 비용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관광객이 경치구경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4) 상가건물의 한칸을 빌려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손님이 많이 온다고 해서 건물주가 월세를 올려받으려고 하면 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비난한다. 임대공간에 대해서 정당한 대가를 내고 손님이 너무 많이 와서 줄서서 기다리게 만드는 것도 감수하며 다른 공간에 입주한 상인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장사를 하는데 그게 잘된다고 돈을 더 받기 시작하면 상인은 행인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 상인이 못 견뎌서 옆의 한칸을 더 빌려서 공간을 넓히겠다고 하면 그때 임대료를 더 받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인터넷은 다양한 사람들이 창의력을 꽃피우도록 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5) 구태여 전기나 수도에 비유를 하자면, 위 (4)의 상가임대차와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전기 및 수도를 공급받을 때 실제 사용한 전력이나 수량에 대해서 돈을 내지 전기, 수도로 뭘 했는지를 따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기를 이용해서 부가가치높은 휴대폰 사업을 한다고 해서 수도세를 더 내지는 않는다. 또는 수돗물을 이용해서 예를 들어 콜라를 만든다고 해서 돈을 더 내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콜라가 수돗물과 시장에서 경쟁하더라도 말이다.
(6) 또는 전력이나 수량을 많이 쓰는게 아니라 전압과 수압을 이용해서 사업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력은 거의 안 쓰고 전압만 이용해서 구동하는 전자기기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쓴만큼 낸다’고 했을 때 사용의 대상은 전력이나 수량이 아니라 전압과 수압이라고 볼 수 있고 정녕 ‘쓴만큼 내고 싶다’면 전압이나 수압이 들어올 수 있게 전선이나 파이프를 연결한 비용만 내면 된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 이용되는 것은 접속용량이지 정보의 누적통행량이 아니다.
(7) 그래도 미련이 있다면 텔레비전을 생각해보자. 인터넷을 이용할 때 데이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이 동영상이라고 하는데 공중파이든 케이블이든 엄청난 해상도의 동영상이 전달되는데 시청자들은 24시간 텔레비전을 보더라도 똑같은 액수를 낸다.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텔레비전도 정보전달량이 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전자파가 공기를 지나든 케이블선을 지나든 DSL선을 지나든 발생하는 비용은 제로에 가깝다. 인터넷도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인터넷은 더 나아가서 정보전달을 인터넷에 참여하는 단말 사이의 크라우드소싱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더욱 정보전달료를 따로 받을 이유가 없다.
단, 모바일인터넷의 경우에는 예외적이다. 모바일인터넷은 기지국을 통해 신호가 오가는데 각 기지국에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개의 핸펀이 접속하여 신호를 받기 때문에 각 기지국별로 미리 충분한 접속용량을 정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한 이용자의 이용량이 다른 이용자들의 이용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과도한 이용자들 제어 차원에서 종량제를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이제 기술이 발달해서 용량예측도 미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모바일인터넷도 정액제로 제공하는 외국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선인터넷에서도 일찌감치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바로 2016년부터 시행된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 때문이다. 즉 망사업자들 사이에서는 ‘발신자종량제’ 원칙에 따라 정보전달료를 주고 받도록 요구하였다.
결과? 망사업자들이 좋은 콘텐츠를 자신의 네트워크에 유치하기를 꺼려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좋은 콘텐츠를 유치하게 되면 다른 망사업자 소속 이용자들이 그 콘텐츠에 접근하면서 자신의 망에서 외부 망으로 ‘발신’하는 데이터량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비례하여 정산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망사업자들 사이에 경쟁이 없어지면서 인터넷접속료가 엄청나게 비싸지게 되었다. 2017년 3사분기 1Mbps 중간값 기준 서울에서 인터넷에서 접속하면 $3.77 인데 파리의 8.3배, 런던의 6.2배, 뉴욕의 4.8배, LA의 4.3배, 싱가폴의 2.1배, 동경의 1.7배이다. 서울은 시드니처럼 지리적 소외성이 없음에도 그러하다.
위의 표는 접속용량에 비례해서 계산되는 접속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 망사업자들은 콘텐츠제공자들에게 발신자종량제의 부담을 떠넘기기도 한다. 즉 콘텐츠제공자에게 직접 종량제를 적용하기도 한다. 콘텐츠제공자 입장에서는 인터넷에 어차피 정액제로 해도 위에 표에 나온 것처럼 비싸니 종량제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 그러다보니 아프리카TV같은 곳은 1년 영업이익(약 150억)을 몽땅 인터넷접속료로 망사업자에게 지불한다.
우리 소비자들과는 무슨 상관이냐고? 네이버 (2016년 영업이익 1조에 인터넷접속료 734억), 카카오 (같은 해 영업이익 1000억에 인터넷접속료 약 300억)도 인터넷접속료 부담이 상당한데 이들도 아프리카TV처럼 우리에게 공짜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비싼 국제전화 대신 쓸 수 있는 보이스톡이 우리에게 무료인데 이에 대해서 카카오가 종량제로 인터넷접속료를 망사업자에게 낸다고 생각해보자. 카카오는 보이스톡을 무료로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정보전달료는 무료여야 하며 인터넷접속료는 접속용량에 따라 정해져야지 종량제로 정해지는 것은 정보전달료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인터넷에서의 정보전달은 모두가 참여하기 때문에 제공자와 소비자가 따로 없고 정보전달의 한계비용은 거의 제로라는 점에서 전기, 수도와는 다르다.
최근 국내망사업자들이 해외 콘텐츠업자에게 캐시서버 접속에 대해서 돈을 받겠다고 하면서 들고 나오는 게 ‘역차별론’이다. 국내망사업자들이 국내콘텐츠이든 해외콘텐츠이든 국내이용자들에게 중계해주고 있는데, 국내콘텐츠업자들로부터는 인터넷접속료를 엄청나게 받고 해외 콘텐츠업자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으면 국내업자들에게 역차별이 된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국내이용자는 자신에게 세계의 다른 단말들과의 소통을 중계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이웃 단말에게 인터넷접속료를 내고 접속을 하는데 이 ‘이웃단말’을 보통 망사업자(왼쪽 상단 Tier 3)라고 한다. 지역 망사업자는 다시 자신보다 세계의 단말들과의 연결성이 더 좋은 상위계위 망사업자(왼쪽 상단 Tier 2)에게 다시 접속료를 내고 그 망사업자는 다시 더 상위 망사업자(중앙 왼쪽 Tier 1)에게 접속료를 낸다. 최상위망사업자들끼리는 서로 돈을 주고 받지 않는 대신 그 돈으로 넓은 지역에 망을 깐다.
이 그림에서 해외콘텐츠업자(예: 페이스북)들은 해외에 있으니 원래는 국내 망사업자와 접속하지 않으니 낼 접속료가 없다. 또 해외콘텐츠업자들은 국내 망사업자들로부터 세계의 단말들과의 소통을 중계받지도 않으니 원래 국내망사업자에게 낼 접속료가 없다.
물론 국내 망사업자들도 해외콘텐츠와 연결도 하지 않으면서 접속료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국내 망사업자는 해외콘텐츠업체에게 부탁하여 국내에서 인기있는 해외콘텐츠들의 복사본을 떠서 담아놓은 국내서버(즉 “캐시서버”, 그림에서 파란색 구름모양)를 자신의 망에 연결해놓는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접속료는 접속용량에 비례하여 내게 되는데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해외콘텐츠를 접속할 때마다 국내 망사업자는 상위망사업자(그림 중앙의 Tier 1 중 왼쪽)로부터 확보해야 하는 접속용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국내망사업자는 상위망사업자에게 내는 접속료를 아낄 수 있으니 좋아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설치한 것이다. 해외콘텐츠업자도 자신의 콘텐츠가 현지망사업자에게 내야 하는 접속료를 역시 아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내망사업자들이 국내 콘텐츠에 대해서는 캐시서버를 설치하지 않는다. 국내콘텐츠와 국내이용자들을 중계해줄 때는 해외접속용량을 확보할 필요가 없으니 캐시서버설치로 절약할 중계접속료 자체가 없으니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 국내망사업자들이 이렇게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설치한 캐시서버와 자신의 망과의 접속료를 이제와서 달라고 하면 해외콘텐츠업자 입장에서는 쉽게 거부할 수 있다. 그냥 원래 루트(위 그림의 파란색 줄) 대로 Tier2, Tier1을 통해서 소통하자고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해외콘텐츠업자가 자신의 지역망사업자에게 내는 접속료에서 한국이용자들의 접속 때문에 발생하는 접속용량은 얼마 안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또 국내망사업자들이 캐시서버 접속료를 받기 시작하면 위에서 망중립성 원리에도 어긋난다. 망중립성 원리란 인터넷은 모두가 서로의 정보를 상호 전달해주는 상부상조의 약속으로 묶여 있으니 정보를 전달해주는 대가는 없고 물리적 접속을 유지하는 비용만 있다는 원리를 말한다. 이미 국내망사업자들은 자신에게 접속하는 국내이용자들에게 해외콘텐츠와의 중계에 대해서 돈을 이미 받았다. 해외콘텐츠업자로부터 국내이용자와의 중계 명목으로 별도의 돈을 받는다는 것은 이중으로 돈을 받게 되는 것이며 결국 정보전달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새롭게 설치된 캐시서버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캐시서버를 설치된 것이니 그 대가로 돈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논거가 부족해서 그러는 것인지 국내망사업자들은 캐시서버 접속료를 달라고 할 때 꼭 국내콘텐츠업자와의 역차별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위 그림에서 보듯이 해외 콘텐츠업자가 캐시서버를 설치함으로써 얻는 것은 국내 이용자와의 소통(하늘색 화살표)이지만, 국내 콘텐츠업자가 인터넷접속료를 내서 얻는 것은 전 세계 단말들과의 연결(분홍색 선 전부)이다. 처음부터 비교불가한 것이라서 차별을 말할 수도 없다.
사실 ‘망이용료’란 말이 나온 것도 결국 역차별론을 위해서 나온 것이다. 하늘색 선은 캐시서버 중계접속료이고 분홍색선 전부는 인터넷(전체)접속료이고 2가지는 서로 다른 것인데 같다고 주장하려 하니 더 넓은 개념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그럼 엄청난 액수의 인터넷접속료를 내고 있는 국내콘텐츠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인터넷접속료를 낮춰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