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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불평등 줄이는 제4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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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불평등 줄이는 제4의 길

익명 (미확인) | 목, 2015/07/23- 21:25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에 커져만 가는 경제적 격차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걱정거리다. 주류든 비주류든 경제 정책을 연구하는 이들 사이에 ‘불평등 확대 경향’은 이미 의견이 아니라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런 불평등을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기존에 나온 다양한 방법론을 더듬어보면, 대략 세 갈래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성장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길이다.

예를 들면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위대한 탈출>(The Great Escape)이라는 책을 통해 ‘경제성장이 인류를 빈곤과 질병으로부터 탈출시켰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성장 과정에서 일부 불평등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불평등을 원동력으로 자본주의는 더 성장해 결국 평등을 이루고야 말았다는 게 그의 역사 해석이다. 장기적으로 전세계를 놓고 보면 절대빈곤은 분명히 줄어들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성장이 불평등을 완화할 것이라며 현재의 자본주의 성장 모델을 옹호한다.

불평등을 그대로 둬야 성장한다?

디턴 교수는 결국 자본주의가 성장을 불러왔고, 성장이 인류의 대부분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인류는 분명하게 빈곤과 궁핍으로부터 탈출하고 있다. 자본주의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또한 질병 퇴치로 평균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었다. 자본주의 이전 유럽인의 평균수명은 30~40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100살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인류 전체의 영양 및 위생 상태가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디턴 교수는 해석한다.

이 모든 문제는 고대 로마의 황금기도, 귀족정도, 공화정도, 봉건사회도, 심지어 사회주의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불평등하다고 비판하는 자본주의는 경제성장을 통해 그 어떤 시대보다 불평등을 줄이고 있다. 불평등을 성장 동력으로 번영과 동시에 평등한 시대를 이룩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디턴 교수는 개발도상국에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지 말고 불평등 상태를 그대로 두어야 스스로 성장할 힘을 얻게 된다고 주장한다. 불평등이 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턴 교수를 위시해 성장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이들의 이야기는 낡은 해법이고 현실성도 낮다.

사실 경제성장이 빈곤이나 질병 등 인류의 오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분명한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부인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폴 크루그먼, 심지어 토마피케티조차 성장의 순기능을 중시한다. 피케티는 더 나아가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위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힌다. 다만 자본주의의 역동성과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정도까지 불평등이 커졌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만으로는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상위 계층에 떨어지면 낙수효과를 통해 사회 전체에 그 온기가 퍼진다는 논리를 믿는 이들은 이제 주류 경제학자나 기업가들 사이에도 거의 없다.

두 번째로는 ‘분배론’ 또는 ‘경제민주화론’을 들 수 있다.

한 경제에서 기업은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생산된 부가가치는 여러 군데로 분배된다.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급되고, 주주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되고, 협력업체에 대금으로 지급된다. 이게 바로 1차 분배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저서 <한국 자본주의>를 통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이 1차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장 교수는 ‘자본주의를 고쳐 쓰자’고 주장하면서 다른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보다, 당장 임금 불평등부터 해소하는 게 먼저라는 해법을 내놓는다.

한국 경제는 실제로 경제성장률은 선진국 가운데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실질임금은 계속 정체 상태에 빠진 기묘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원인 중 가장 중요하게는 국내총생산(GDP) 중 가계소득 비중과 노동소득분배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장 교수는 이에 착안해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노동자에게 임금이 더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분배를 앞세우는 불평등 해법은 분명 현실성이 있고 정치적 폭발력도 있다. 공공 영역에서의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민간 영역의 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힘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성장·분배·재분배 모두 필요하지만

세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이 ‘재분배론’ 또는 ‘복지국가론’이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등 다양한 책을 통해 ‘재분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경제에서 생산된 부가가치를 임금 등으로 1차 지급하는 게 ‘1차 분배’라면, 재분배는 1차 분배를 마친 뒤 나머지를 국가가 세금 등의 방법으로 취한 다음 이를 필요한 곳에 다시 나누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복지’라고 부르는 정책이 바로 재분배 정책에 해당된다.

장하준 교수는 지금 우리 자본주의에 필요한 정책은 보편적 복지를 기본으로 한 복지 정책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또한 부자뿐 아니라 소득이 있는 대부분의 국민이 함께 부담하는 보편적 증세를 통해 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재분배론의 해법은 분배론의 해법에 견줘 상대적으로 현실성은 낮다. 재정 부담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높아 증세론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가장 풀기 쉽지 않은 문제가 바로 세금을 올리는 것이다. 다만 이 이론대로만 진행된다면 문제해결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제 불평등 문제를 현미경을 들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장의 해법, 분배의 해법, 재분배의 해법 모두 필요한 구석이 있다.

한국 경제는 1차 분배 문제가 심각한 것만은 분명하다. 경제성장의 한 과실인 부가가치가 우선 그 생산에 기여한 이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바로 1차 분배 문제다. 가계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떨어지고, 노동소득분배율이 계속 낮아지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특히 저임금 노동자에게 좀더 많은 임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게 불평등을 개선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재분배를 통해 경쟁에서 미끄러진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야 위험을 감수하며 경쟁에 뛰어드는 이들이 생기고, 성장 동력이 마련된다(제1067호 ‘자본주의 적은 평등 아닌 불평등’ 참조). 이렇게 성장이 이뤄지면 재분배와 분배할 파이가 더 커진다.

하지만 이 방정식 바깥에 문제들이 있다.이 세 가지 문제해결책을 보완하는, ‘네 번째 해법’이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면 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전체로서의 인류 능력을 점점 더 신장시키지만, 동시에 개인이 가진 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빠른 속도로 퇴화시키기도 한다.

타자는 전문직으로 취업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 취급받다가, 불과 10~20년 만에 누구나 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변화했다.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은 한때 자격증 취득 붐이 일 정도의 전문적 능력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누구도 돈을 받고 문서를 작성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D 프린터가 나오고 로봇이 등장하고 의료, 법률, 기사 작성 등 고도의 지식노동까지 대체하는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직업은 이런 기술 변화 앞에 사라지고 말것이며, 그 자리를 다시 새로운 직업들이 채우게 될 것이다.

변화 속 새로운 패러다임의 축 ‘공동체’

문제는 그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은 고용 자체가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노동자에게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을 갖춘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를 양산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이어진다면, 소수가 얻는 부는 점점 더 커지고 고용은 줄어들며 불평등은 더 커지기만 할 수도 있다. 고용된 이들의 임금을 좀더 높인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분배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대목이다.

여기서 들어와야 할 정책이 바로 평생학습, 직업교육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다. 사람들이 새로운 능력을 갖추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또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매일매일의 노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직업을 찾아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 정책은 전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을 갖춘 이들, 즉 대기업과 자본소득자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자유롭게 배우며 새로운 직업을 습득하고 실험하는 현재 또는 잠재적 노동자에게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일이 될 것이다. 기본적 생존 및 학습과 관련된 복지를 보편화하는 노력은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경제적 목적과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지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적 기회를 만들어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관심을 끌고있는 공유경제와 사회적 경제가 그런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

공유경제는 자동차나 건물 등 자산을 새로 만들어내는 대신 기존의 것을 공유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방법을 뜻한다. 가정집의 숙박 공간을 인터넷상에서 숙박업으로 연결한다든지, 개인이나 기관이 보유한 자동차 정보를 인터넷에 올려 자동차 렌트업으로 연결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하면 충분한 서비스를 생산하면서도 실물 생산을 줄여 환경자원을 절약하고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기본적 아이디어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처럼 이윤이 아니라 다른 공동체적 목적을 가진 사업조직이 벌이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이런 사업이 늘어나면 기업이 잘 운영될수록 사회문제가 더 잘 해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새로운 경제적 기회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며 불평등을 줄이는 일을 사업의 목적에 포함한다. 현재의 산업생태계 구조는 이런 기회를 포괄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기회를 키울 수 있는 금융과 소비 시스템을 갖추는 일 역시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목표가 될 수 있다. 기존 경제 패러다임은 불평등을 키우면서 성장한 뒤 다른 정책으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는 구조이지만,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한 조직이 성장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불평등이 완화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패러다임이 새롭게 재조직되는 일일 것이다. 당장의 분배가 잘된다고 하더라도, 재분배가 더 잘된다고 하더라도,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식의 성장 모델이 자리를 잡는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문제는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다른 모습의 ‘좋은 삶’을 정의하기

분배를 더 한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획기적 재분배를 기획하더라도 국가재정 부담을 넘어설 수는 없다. 공유경제와 사회적 경제가 주류 경제 패러다임이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최소한 그 기간 동안 우리는 낮은 성장률 아래서도 더 평등하며 지속 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개인들이 덜 쓰고 오래가는 삶을 기획하는 일, 소비를 키우는 것이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삶을 찾는 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좋은 삶’을 다시 정의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겨레21 / 2015.7.23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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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 각 언론사 복지담당, 사회부, 정치부 및 사진기자

발신 :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사무국장 구창우 010-8747-1275)

[보도자료]연금행동_정의당, ‘노후빈곤해소와 적정소득보장을 위한 공적연금강화 정책협약’ 체결식 진행 

2016년 3월 23일(수) 오전 11시, 국회 본관 2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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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후빈곤해소 및 공적연금강화를 목표로 306개 시민사회노동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은 3월 23일(수) 오전 11시 국회 본관 216호에서 정의당과 2016년 총선을 맞이하여 ‘노후빈곤해소와 적정소득보장을 위한 공적연금강화 정책협약’을 체결함.
  2. 현재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에서 압도적으로 1위이며, 노인소득 불평등도 매우 심각한 상황임. 이것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취약한 데에서 비롯한 결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연금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함.
  3. 이를 위해 연금행동과 정의당은 ‘모든 국민들이 공적연금으로 최소 100만원’을 목표로 △노인빈곤해소와 안정적인 소득보장을 위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강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개선 및 재정지원 확대, △공적연금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국민연금기금이 금융수익 중심의 기금운용에서 벗어나 가입자 중심의 사회적 수익을 위해 운용될 수 있도록 재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협약을 맺음.
  4. 협약식 인사말에서 정의당 이정미 부대표는 “어르신들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연금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편으로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문제도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함. 정용건 연금행동 집행위원장 역시 “이번 총선에서 일자리 다음으로 연금 및 노후문제가 중요 관심사로 등장했다”면서, “20대 국회에서는 국민 노후를 책임질 수 있도록 공적연금을 강화해 가야 한다”고 말함. 이번 협약식에는 정의당에서 이정미 부대표, 김용신 정책위의장, 한창민 대변인, 좌혜경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고, 연금행동에서 정용건 집행위원장,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해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김병국 노년유니온 부위원장,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함.
  5. 이번 정책협약을 계기로 연금행동과 정의당은 다음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국민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벌여나갈 것임.

<정책협약 체결식 주요 순서>

  1. 참가자 소개

  2. 연금행동_정의당 대표 인사말

  3. 정책협약 제안 취지 설명

  4. 정책협약서 서명

  5. 사진촬영

❙붙임. 연금행동_정의당 공적연금강화 정책협약서

수, 2016/03/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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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3/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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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은 올해 초 동별로 돌아가며 지역주민들을 만나다가 안타까운 사연을 잇따라 발견했다.

한 부부는 식당을 운영하다 실패했다. 그러고는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30대 중반의 주부와 다섯명의 아이가 남았다. 반지하방에서 생활을 혼자 감당하던 그 여성에게는 주거와 일자리와 교육 등 총체적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국가 복지제도는 그렇게 짜여 있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해 지원하는 정도였다.

어떤 어르신은 반지하방에서 살면서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있었다. 소유하고 있는 작은 집은 늦둥이 아들 대학 등록금을 대기 위해 월세를 준 상태였다. 다른 소득은 없었지만 국가의 복지 대상자가 되기는 어려웠다. 집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별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만들었다. 지역의 어려운 사정을 살피고 해결책을 자체적으로 찾는 모임이다. 동네 유지들이 모여 논의하고 결정하는 회의가 아니라, 당장 어려운 사람을 찾아 바로 도움을 주는 긴급구조 회의다. 기부할 재원이 있는 종교기관도 같이하고, 동네 병원과 약국도 같이해도 좋다. 당장 돈이 급한 곳은 기부로, 건강이 문제인 이들에게는 의료로 돕기 위해서다.

사실 동네 사람 대부분은 조금씩 도울 여력을 갖고 있다. 미용실에서는 무료로 머리를 깎아줄 수 있고, 식당은 한 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방자치단체인 구청은 그걸 발굴하고 해결하는 일을 연결해주고,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현장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가 국가 제도가 할 수 없는 유연한 문제해결에 나선 사례다.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청년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여러 정당에서 취업활동지원금, 구직수당 등 다양한 형태의 취업 전 청년 지원 공약을 내걸었다. 실업급여의 영역을 넓히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 공약들의 출발은 서울시에서 지난해 발표했던 청년활동지원금 제도다. 청년들의 의견을 모아 정책에 반영한 사례였다. 정부와 여당의 비판 탓에 여전히 중앙정부와 협의 중인 제도이지만,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만으로도 정책 확산의 나비효과를 냈다.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정책을 실험해 확산시킨 사례다.

이런 사례를 보면, 국가정책의 기획과 집행에서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더 커질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희망제작소는 바른지역언론연대와 함께 20대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에게 일곱 가지 지방분권과제를 제안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중요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중앙-지방 협력회의’를 설치하고, 자치입법권의 법률적 효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 자체 세원을 확대하는 일 등의 과제다. 중앙정부-시도-시군구로 이어지는 중층 행정구조에서, 하급단위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상급단위에서 하지 않는다는 ‘보충성의 원리’에 입각한 제안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정책연구모임인 목민관클럽과 논의를 거듭하며 공감을 얻은 내용이기도 하다.

지금은 많은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더 유연하고 과감한 실험이 필요하다. 국가는 그 실험을 하기에 몸집이 너무 무겁고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행정전달체계는 여전히 확고한 중앙정부 중심이다. 현장에 가까운 단위로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줄 필요가 있다. 작고 유연한 정책실험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런 체제를 만들기 위한 이번 제안에 양식 있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귀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 한겨레 / 2016.03.29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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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3/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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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 중 100명이 지방분권 7대 과제 실천을 약속했다.

전국 풀뿌리지역언론 연대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회장 이안재,옥천신문 대표)는 29일, 희망제작소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함께 지난 14일부터 추진한 ‘지속가능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 7대 과제 실천약속’에 28일 현재 100명의 후보들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정당별로는 더민주 62명, 정의당 13명, 새누리당 11명과 국민의당 각각 11명, 무소속 3명 순이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24명으로 가장 많으며, 서울 14명, 부산 8명, 인천과 광주,경남 각각 7명, 전남과 전북 각각 5명 순이다. 나머지 지역은 모두 5명 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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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3/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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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하기만 한 아파트 단지에 주민 주도의 자치문화가 꽃피고 있다. 이 중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작은 도서관’이다. SH공사는 희망제작소와 함께 임대아파트 단지에 작은 도서관 지원 사업을 벌여 마을공동체가 형성되도록 돕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무료로 여러 교육을 진행하는 등 주민 활동가를 키우고 있다. 은평뉴타운 10단지 책뜰에 작은도서관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6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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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3/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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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이 심상치 않다. 2월 청년 실업자 수는 56만명으로 1년 전보다 7만6000명이나 늘었다. 청년실업률이 12.5%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9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흔들리던 2008~2009년에도 청년실업률은 8%대에 그쳤다. 1990년대 말 IMF 구제금융 뒤 노동시장이 흔들리기 전까지만 해도 청년층은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웠다.

그런데 2011~2012년 7%대 중반이던 청년실업률이 매년 1%포인트씩 오르더니 사상최고치가 된 것이다. 2월 실업자 131만7000명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15~29세 청년층이다. 2월에 새로 늘어난 실업자 11만 4000명 가운데 3분의 2가 이 계층이다.

그 결과 젊은 층의 소득도 줄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20대 가구소득은 줄었다. 2012년 가구주 29세 이하인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54만8000원이었다. 그런데 2015년에는 246만6000원이었다. 2013년과 2014년 연달아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30대 이상 가구 소득은 늘었다. 2012년 386만8000원의 월 평균 소득을 기록한 30대 가구는 지난해 월 평균 소득이 417만5000원으로 올랐다. 40대 가구도 33만5000원, 50대 가구는 38만1000원, 60대 이상 가구는 13만6000원 늘었다. 20대 가구만 줄었다.

이런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함께 벌어지고 있어 더 걱정스럽다.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선진국들에서도 20대~30대의 실질소득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했다. 60대 이상 노년 세대 소득은 늘었다. 미국에서 30대 이하는 은퇴자들보다 가난해졌고, 영국에서는 은퇴자 가처분소득이 젊은층보다 세 배나 빠르게 늘었으며, 프랑스에서는 연금생활자들의 가처분소득이 50대 이하보다 사상 처음으로 커졌고, 이탈리아에서도 80살 이하의 평균적 연금생활자의 소득이 35살 이하 소득을 추월했다.

일하는 청년층이 고령의 은퇴자들보다 소득이 뒤처지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핵심적 원인은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청년층 소득은 주로 근로소득이다. 선진국에서 은퇴자 소득은 주로 연금소득이다.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근로소득 자체가 타격을 입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연금소득은 안정적이다. 그러니 청년층 소득 위기의 핵심은 일자리 위기이고, 일자리 위기의 핵심은 근로소득의 위기다.

그런데 왜 청년층일까? 답은 간단하다.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의 협상력은 누구보다도 가장 약하다. 일단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의 협상력은 노동법 등 제도적 보호를 통해 높아지게 되어 있다. 직장 경력 역시 업무 숙련도의 신호로 작용해 협상력을 높인다. 그러나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청년층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경력이 없기 때문에 숙련도 역시 인정받지 못한다. 따라서 협상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노동시장 전반에 문제가 생길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층은 협상력이 가장 취약한 층이다. 청년문제가 전세계 선진국 모두에서 공통으로 떠오른 이유는 여기 있다.

연금과 월세수입 등으로 살아갈 수 있는 노년층의 삶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근로소득으로 살아가야 하는 청년층의 삶은 불안하다. 이런 현상은 따지고 보면 청년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체 인구가 결국 겪게 될 공통의 문제를 가장 취약한 청년층이 먼저 겪게 된 것일 뿐이다.

문제의 근원은 노동 자체의 문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노동력을 팔아 안정된 소득을 임금 형태로 받아 살아가는 모델이 흔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동화와 기계화가 너무 많이 진전되어서, 전통적인 핵심생산과정에서 인간의 역할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장기적으로 전체 삶의 수준을 높여주지만, 당장 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삶의 질이 나빠지기도 한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은 오히려 나빠졌고, 반세기 가량이나 지나서야 산업혁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이 당시 산업혁명 진입 초기와 같은 상황인지도 모른다.

알파고와 인공지능의 시대, 노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해법이 필요할까? 일자리를 몇 개 만들어내겠다는 약속 정도로는 전혀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청년실업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며, 곧 일하는 사람 전체의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서 근본적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

[ 뉴스토마토 / 2016.03.28 /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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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03/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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