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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분자는 잘라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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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분자는 잘라내라”

익명 (미확인) | 목, 2015/07/23- 21:00

6인의 근로감독관을 찾아가다

올해 여러 차례 노동 사안을 취재 하면서 몇 차례 근로감독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근로감독관을 만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나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취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먼저 근로감독관부터 만나게 됐죠.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최전선에서 지켜주는 파수꾼이 바로 근로감독관이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작 시급 2천원을 받고 새벽까지 일하던 고등학교 때를 생각하니, 근로감독관이 뭐하는 사람인지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 위반이나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조사와 처벌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정기적으로 혹은 불시에 사업장을 방문해 노동법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기도 하고, 사업장의 노동 환경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업무도 처리합니다. 이 정도 얘기만 들어도 왠지 이 사람들, 많이 바쁠 것 같지 않나요? 실제로 이번에 만난 한 현직 근로감독관이 자신이 일하는 자리를 보여줬는데, 책상엔 빈틈없이 서류가 쌓여있고 컴퓨터의 전용 프로그램에는 백여 개의 담당 사건이 빽빽하게 목록화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일이 많다는 것이 근로감독관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겠죠? 근로감독관의 역할을 검증하는 이번 보도를 준비하면서 여섯 명의 근로감독관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근로감독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문제들을 알게 됐는데요. 한 명씩 만나볼까요?

근로감독관의 배신… 김OO 근로감독관

부산합동양조에서 만드는 막걸리 ‘생탁’. 휴일 보장이나 수당 지급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던 60세 안팎 노동자들의 이야기, 이미 지난 3월에 한 번 전해드렸죠? (관련 기사 : “개한테는 주지 않는다”) 그때 다 못했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근로감독관 김모 씨에 관한 얘기입니다.

응당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쉬어야 할 날에도 계속 일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생탁 노동자들은 억울한 마음으로 근로감독관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 사건을 맡은 김 감독관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먼저 생탁 신용섭 사장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파업 시작 이틀 후인 작년 5월 1일, 이번에는 생탁 회사 사무실에서 사장 신모 씨, 사하경찰서 정보관 정모 씨까지 모여 대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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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이 대화를 들은 내부 인물의 증언으로 대화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증언을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취재해 이날 3인이 만나서 나눈 대화의 내용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생탁 사장 : 노조하고 말이 안 통합니다. 파업 계속되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근로감독관 : 독하게 마음 먹고 한달만 놔둬봐요. 저거 못 견디고 스스로 와해될 겁니다. 골수분자는 회사에서 잘라내야죠.

감독관이 대놓고 사측에 유리한 조언을 건네고 있습니다. 잠시 후에는 경찰 정보관(정보과 형사)과 함께 노조를 와해시킬 방법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근로감독관 : 어차피 조직부장하고 총무부장은 파업 푸는데 동의 안 할 거예요.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마인드입니다. 설득할 수 있는 건 분회장이에요. 분회장이 나는 못하겠다, 하고 빠져나오면 노조에 동요가 일어날 거예요.

생탁 사장 : 감독관님 말씀대로 (노조) 빠져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보장을 해드리죠.

경찰 정보관 : 아침에 분회장하고 30분쯤 얘기했는데 뭐 그런 시각은 같습니다.

(*좀 더 자세한 정황은 뉴스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근로감독관의 ‘배신’입니다. 감독관이 사측과 밀담을 나눈 뒤, 실제 분회장 전모 씨가 “나는 못하겠다”며 노조를 탈퇴하고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사측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만들었죠. “빠져나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보장을 하겠다”는 사장의 말 또한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먼저 파업을 풀고 복귀한 조합원들에게 회사 측이 휴일 보장이나 상여금 지급 등 ‘당근’을 제공한 것이지요. 결국 파업 중이던 조합원들 상당수가 새로 만들어진 제2노조로 옮겨 왔습니다.

▲ 생탁 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

▲ 생탁 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장

제자리를 지킨 노조원들은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한 명은 스트레스성 심장사로 지난 6월 세상을 떠났고 남은 사람은 8명 뿐입니다. 생탁 노동자 송복남 씨는 결국 부산시청 앞 10여미터 높이의 광고탑 위에 올라갔습니다. 7월 24일로 고공농성 100일이 됩니다.

근로감독관 김모 씨는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생탁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돼서 징계를 받았던 김 감독관은 이제 부산고용노동청이 아닌 울산고용노동청에 있었습니다. 너무 멀리 계신 것 같아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이 들어보고 싶어 먼 길 마다않고 찾아갔습니다.

▲ 근로감독관 김모 씨

▲ 근로감독관 김모 씨

김 감독관은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맞아주셨어요. 하지만 피하지 않고 당시에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들려주었습니다. 김 감독관은 여러 말을 했지만 핵심은 하나였죠. 사측의 마음을 얻고 속내를 떠보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겁니다.

기자님은 그걸 쉽게 이해 못 하는게 맞을 거예요. 현장에서 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납득이 안 가는 건 맞죠. 하지만 우리들은 일을 하면 상대방 말에 일부 맞장구 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러다보면 상대방이 어느 정도 저한테 마음의 문을 열거든요.

고용노동부는 김 감독관의 해명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시간이 지나자 슬그머니 다시 징계를 철회했습니다. 결국 김 감독관은 명예를 회복했지만 생탁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앉은채로 15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가 사측을 떠보기 위해 주고받은 말들은 현실로 이뤄졌고요. 그는 2009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공정한 남자’… 추OO 근로감독관

근로감독관 추모 씨는 김 감독관에 이어 작년 5월부터 생탁 파업 사태를 맡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추 감독관이 시간을 끌면서, 제2노조가 만들어지고 교섭권을 빼앗아 갈 시간을 벌어줬다고 말합니다. 해명을 들어보기 위해 부산고용노동청으로 찾아갔습니다.

약속도 잡지 않고 불쑥 찾아갔지만 추 감독관은 한 시간 넘게 시간을 내서 성의껏 그간 생탁 문제를 처리해온 과정을 들려줬습니다. 추 감독관은 법이 허락하는 한계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조사를 해왔다고 말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장이 25명인데 하나하나 조사해보니 선대 아들이 이름만 올려둔 경우고 있고 나이든 사람들이 돈만 받아가는 경우도 있고… 경영에 책임 있는 사업주를 가리는 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생탁을 만드는 부산합동양조 장림공장은 사장만 25명인 특이한 회사입니다. 이 중 상당수는 이름만 올려두고 돈만 받아가는 사장들인데요. 창업은 선대에서 함께 했지만 세대가 지나면서 소수가 경영을 책임지는 식으로 바뀐 것이죠. 어쨌든 추 감독관은 경영 책임이 있는 9명 사장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쳐 생탁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임금체불 4건에 대해 사법처리를 했습니다.

▲ 부산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추모 씨

▲ 부산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추모 씨

결국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야 하는지 묻자 추 감독관은 ‘양보’를 강조합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야 타협이 가능하다는 말 그대로 ‘공정한’ 답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5개월간 제2노조 설립과 교섭권 박탈 등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밀려나기만 했던 노동자 측에게 어떤 양보를 더 바랄 수 있을까요.

추 감독관은 일단 복귀를 해서 현장에서 문제를 푸는 게 답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측이 징계나 정년 규정을 악용해 사실상의 해고를 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에서 무조건 회사에 복귀하는 것이 노동자 측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시점부턴가 이 ‘공정한 남자’와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성을 가장한 방치는 사실상 버틸 여력이 강한 쪽을 편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모르고 있을까요. 추 감독관도 고용노동부가 뽑은 2013년 올해의 근로감독관이었습니다.

소망교회 걱정에 잠 못드는… 이OO 근로감독관

자, 이제 장소를 서울로 옮겨볼까요? 이번에는 다른 노동 현장을 보겠습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때부터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으로 묶여 유명해진 소망교회. 힘쎈 대형 교회에서 경비로 일하던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 문제로 작년 12월, 처음으로 근로감독관을 찾아갔습니다. 그 중 한 명인 이상철(가명) 씨는 이 사건을 맡았던 근로감독관들에 대해 분통을 터뜨립니다.

처음 사건을 맡은 근로감독관 공모 씨는 임금체불 건에 대해 계속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이제 만나볼 근로감독관 이모 씨에게 사건을 넘깁니다. 하지만 이 감독관도 마찬가지로 7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규정상 25일 안에 처리하게 돼 있는 일반 민원 사건에 대해 무려 7개월이나 시간을 끈 겁니다. 이상철 씨는 검찰이 결론을 낼 때까지 또다시 긴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 기자와 만난 전 소망교회 경비노동자 이상철 씨

▲ 기자와 만난 전 소망교회 경비노동자 이상철 씨

왜 이렇게 시간을 끌었을까. 서울 강남고용노동지청으로 감독관 이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먼저 전화를 드렸는데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은 눈치였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 일단 찾아가 봤습니다. 긴 시간 기다려 만난 이 감독관. 하지만 만나자마자 문전박대입니다. 겨우 자리를 만들어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자 : 이 사건을 이렇게 오래 끌어온 이유가 뭔가요?

근로감독관 : 그건 뭐 조사과정에서 당사자들 주장이 첨예해서 그렇죠. 주장이 첨예하고 증거가 불충분하니 조사가 당연히 길어지죠.

기자 : 그렇다해도 기간이 너무 길었는데, 이게 확실하다고 확정짓지 못한 논점들이 있었나요?

근로 감독관 : 제가 검사하고 충분히 얘기했는데 지휘와 보고를 받다보니 저하고 좀 생각이 달랐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자기가 좀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지만 계속 되묻자 결국 ‘소망교회’ 얘기가 나옵니다. 이상철 씨와 담당 노무사 모두 근로감독관이 소망교회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이 감독관은 “소망교회라는 대외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법 위반은 했지만 우리가 살다보면 실수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게 고의적이 아니고 무지해서 생긴 걸 소망교회가 나쁘다고 언론에서 내면 안되잖아요. 그런 뜻이기 때문에 검사도 그걸 공소할 때 조심스러운 거예요.”라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위법행위는 저질렀지만 소망교회의 대외적 이미지가 다치면 안된다는 데 공감한 검찰과 고용노동부의 끈끈한 공조일까요. 이 감독관은 중간에 대화를 끊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만둬서 행복해요… 한용걸 前 근로감독관 (가명)

근로감독관들을 좀 더 이해해보고 싶었습니다. 일선 사업장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사법경찰관으로서 수사권도 가진 근로감독관. 잘만 하면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감독관들이 게으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근로감독관들은 대체로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전직 근로감독관을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보고자 했습니다. 수소문한 끝에 지금은 공인노무사로 일하는 전직 근로감독관과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업무량이 거의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말합니다.

임금체불 신고업무가 항상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태에서 또 감독 업무 차원에서 감독 계획들이 내려오거든요. 그런 거는 겨우겨우 시간을 쪼개서 나가요. 그러면은 제대로 된 감독도 안 이뤄져요. 임금체불 지도하는 것보다는 사업장 전체에 노동법이 제대로 관리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한데, 어찌보면 주객이 전도돼 가지고…

그는 근로감독관으로 일할 때 야근은 기본이었고 주말에도 집안에 큰 일이 없으면 무조건 일을 하러 나가곤 했다고 말합니다. 잘 하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근로감독관이지만, 그만 둔 지금이 더 낫다는 말도 덧붙였구요.

▲ 근로감독관 1인당 담당 사업체 수, 노동자 수 (2011)

▲ 근로감독관 1인당 담당 사업체 수, 노동자 수 (2011)

2011년에 고용노동부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근로감독관 한 명이 담당하는 사업체 수는 1,711개, 노동자 수는 15,272명에 이릅니다. 격무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내에서도 피하는 자리여서 근로감독관 충원율은 정원의 84~87% 선에 불과합니다. (2014년 기준 정원 1,689명, 현원 1,485명, 충원율 87.9%)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앞서 생탁이나 소망교회 사건에서 본 것처럼 근로감독관들이 회사 측에 편향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지 일이 많아서라는 이유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였을까요.

자부심 잃고 떠나다… 안영식 前 근로감독관 (가명)

이해의 실마리는 안영식 전 근로감독관을 만나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안영식 씨는 근로감독관을 선발하는 과정과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 노동인권을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지점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노동법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 행정법 시험치고 들어온 공무원들이 어쩌다가 배치가 되니까 노동 문제를 잘 몰라요. 자기가 알아서 공부를 해야 해요. 저는 인강 들으면서 다녔어요. 노동인권을 고민해본 적이 없는 공무원이 화내는 민원인들을 만나다보니까 반감이 생기죠. 가장 반노동적인 인사들일 걸요? 노동부 직원들이…

갈수록 사측에 기울어진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늘 바쁘니까 어쩌다가 정기감독 나가면 기껏해야 한 사업장 한 번 가는 거예요. 그럼 먼저 사측 사람들 안내 받고 얘기 듣고 오지 몇 번씩 찾아가서 노조 얘기 듣고 다른 얘기도 듣고 할 시간이 없죠. 그런 식으로 계속 하다보면 점점 사측 논리에 세뇌돼요. 그러다보면 근로자는 나쁜 놈이라고 머릿 속에 넣고 있는 사람도 많아요.

안영식 감독관은 원래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근로감독관이 되고 싶어서 자원해서 일을 시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넷으로 노동법과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면서 근로감독관 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 근로감독관이 됐을 때 자부심도 컸고, 일도 열심히 해서 인정도 받았지만 결국 한계를 느꼈습니다. 이제 그는 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이들 도망가요”… 정태화 근로감독관  (가명)

▲ 근로감독관의 위반건수 적발과 처벌 건수 (2014)

▲ 근로감독관의 위반건수 적발과 처벌 건수 (2014)

이번 근로감독관 보도를 준비하면서 근로감독관이 노동관련법을 위반한 사업장을 많이 적발해도 실제 처벌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고용노동부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해 얘기를 들어보니, 적발된 후 사업주가 대부분 위반 사항을 시정했기 때문에 처벌 횟수가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멀리 지방에 내려가 만난 현직 근로감독관 정태화 씨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처벌을 하려고 해도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 잘 안하게 된다는 겁니다.

변명인지 모르겠지만 일이 어려워지잖아요. 일은 많은데… 처벌을 하려고 하면 증거주의이고 자백이 필요한데 증거나 자백을 얻기가 쉽지 않아요. 사업주 반발도 심하고… 그렇게 할 능력이나 의향이 있는 감독관이 지금 몇 퍼센트나 될까요?

이는 앞서 만난 안영식 전 감독관의 말과도 일치합니다. 그는 5만원짜리 과태료 처벌 하나 하려고 해도 피의자 조서, 진술 조서, 송치서, 지청장 사인 등 필요한 서류와 절차가 많기 때문에 “송치 하나 줄이는 것이 해피한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 정태화 현직 근로감독관과 만남

▲ 정태화 현직 근로감독관과 만남

늦은 밤 술 한 잔을 나누며 들었던 정태화 감독관의 얘기는 근로감독관에 대한 많은 기대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격무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은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여기에 노동 문제의 특수성을 고민할 기회가 없었던 일반 공무원들이 마지못해 배치 받아 오는 곳이 근로감독관이라는 상황도 문제였습니다. 노동인권을 지키는 첫 번째 파수꾼인 근로감독관이 되기에는 자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일반행정직 들어와서 이런 업무를 하게 되리라고 상상도 못하고, 힘들다 보니까 다른 부처로 많이 도망갔어요. 도망 안 가거나 견뎌보자, 이런 사람들만 남았어요. 일을 위한 일을 한다는 인식인데… 기자님은 저희가 소명의식 가지고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일을 해야하지 않냐고 말하십니다만, 부끄럽게도 그런 소명의식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겁니다.

( *뉴스 영상에서 근로감독관들의 좀 더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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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비행기에 수하물을 싣고 내리고, 급유, 정비, 객실청소 등 지상업무를 하는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주) 직원 이기하(50) 씨가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출근해 탈의실에서 옷 갈아 입으며 동료와 얘기를 나누다 쓰러졌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노조는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회사는 정상근무시간 외에 연장근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인 주 12시간을 초과한 바가 없다며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공항(주)는 이 씨 유족과 노조의 과로사 주장에 대해 지난 18일 해명자료를 내 “해당 직원(이 씨)는 정상 근무시간 외에 연장근로는 법이 허용하는 주 12시간을 초과한 바 없고, 현장내 주요부서의 연장근무 시간은 월평균 23시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 새벽에 출근한 한 공항근무자가 찍은 인천공항 사진

▲ 새벽에 출근한 한 공항근무자가 찍은 인천공항 사진

그러나 사원증에 달린 이 씨의 2017년 8~11월 4개월 간 출퇴근 태그 기록은 회사 주장과 달랐다. 출퇴근 태그 기록을 바탕으로 하루 1시간씩 휴게시간을 뺀 이 씨의 근무시간은 8월 190시간37분, 9월 216시간10분, 10월 203시간26분, 11월 208시간57분으로 4개월 동안 모두 891시간10분이었다. 4개월치 출퇴근 기록에 3을 곱해 추정한 이 씨의 연간 노동시간은 2457시간30분이다.

출퇴근 기록으로 본 비행기 지상조업

날짜 휴게시간 뺀 실 근무시간 월별 실 근무시간
8/3~7 43:21 8월
190:37
8/10~14 50:31
8/17~21 56:08
8/25~28 26:57
8/31~9/4 46:37 9월
216:10
9/7~11 53:02
9/14~18 51:22
9/20~24 50:21
9/28~10/2 49:14 10월
203:26
10/5~7 26:05
10/11~15 50:14
10/18~22 54:40
10/25~29 51:41
11/1~5 53:55 11월
208:57
11/8~12 48:43
11/15~19 44:46
11/22~26 43:59
11/29~30 17:34
4개월 합계 819시간 10분
1년 추정 2457시간 30분

▲ 숨진 이씨의 8~11월 출퇴근 기록 (단위:시간)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취업자 연간 노동시간이 2241시간이었는데 이 씨는 이보다 200시간 이상 더 일했다. ‘하루 12시간, 주 52시간을 넘지 않았다’는 회사 주장과 달리 이 씨의 근무시간은 휴게시간을 빼고도 달마다 1주씩  52시간을 넘었다(붉은 글씨). 이 씨는 8월 셋째주(56시간 8분) 와 9월 둘째주(53시간 2분), 10월 셋째주(54시간 40분), 11월 첫째주(53시간 55분)에 주 52시간 이상 근무했다. 휴게시간을 빼고도 하루 12시간 이상 일한 날도 8월에 나흘, 9월에 닷새, 10월과 11월에 사흘씩에 달했다.

시외버스 기사 등 몇몇 직종에선 연 3천시간 가량 일하기도 해 이 씨의 노동시간이 양으로만 보면 극단적으로 많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이 씨의 불규칙한 근무시간을 보면 충분히 과로를 짐작할 만하다.

밤 10시 퇴근해 아침 6시반 출근

지난 8월 17~21일 이 씨의 일주일치 회사 입출입시간은 아래와 같다. 이 씨는 8월18일 밤 10시가 다 돼서 회사 문을 나섰다가 다음날(8월19일) 새벽 6시32분에 출근해 다시 밤 8시8분까지 근무하고 다음날(8월20일) 새벽 6시1분에 출근했다. 연속근무 5일째인 8월21일엔 새벽 3시29분에 출근했다.

날짜 출근 퇴근
8/17 11:14 23:56
8/18 10:44 21:55
8/19 06:32 20:08
8/20 06:01 19:26
8/21 03:29 13:21
휴게시간 빼고 주 56시간 8분

▲ 이 씨의 8월 17~21일 출퇴근시간

경기도 부천에 있는 이 씨의 집은 인천공항까지 차로 40km 남짓 거리다. 이 씨는 자기 차로 같은 조 동료와 함께 다녔기에 출퇴근 합쳐 1시간 반 가량 걸렸다. 출퇴근시간을 빼면 이 씨는 8월 18일 밤 집에 7시간 가량 머물렀고, 19일 밤엔 8시간 23분, 20일 밤엔 7시간쯤 머물렀다. 씻고 밥 먹고 나면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도 안 됐다. 대학 3학년생인 큰딸과 수능시험을 본 쌍둥이까지 세 자녀는 물론 아내와 가족사를 의논할 시간도 부족했다. 이 씨의 아내는 “남편이 밥 먹고 소파에 누운 채 잠들기 일쑤였다”고 했다.

밤 출근, 오후 출근 뒤죽박죽

이 씨의 출근시간대는 들쑥날쑥했다. 4개월 동안 제일 빠른 출근시간은 새벽 1시 37분이었고, 제일 늦은 출근은 오후 4시 29분이었다. 퇴근도 빠를 땐 낮 1시 반쯤이었다가 늦을 땐 자정을 넘긴 새벽에 회사 문을 나서기도 했다. 장시간 노동의 대명사인 교대근무자들이 보통 3~7일씩 규칙적으로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반복하는 것과 달리 숨진 이 씨는 출퇴근시간이 뒤죽박죽이었다. 이런 불규칙한 근무 스케줄은 전달 25일쯤 발표돼 이 씨의 생체리듬을 파괴했다.

특히 이 씨는 6인 1조로 구성된 근무팀의 조장이라 부담도 더했다. 회사가 내놓은 스케줄은 날씨 탓에 지연되는 비행기 이착륙을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일쑤였다. 8월 10일 회사 스케줄엔 이 씨 조의 퇴근이 오후 4시였지만 실제 이 씨가 퇴근한 시간은 밤 9시 3분이었다. 무려 5시간 이상 차이난다. 지상조업이 밀려 이처럼 계획된 퇴근보다 3~5시간씩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도 잦았다. 9월 28일에도 스케줄상 퇴근은 16시30분이었지만 이씨의 실제 퇴근은 밤 9시 36분이었다. 게다가 이 씨가 일하던 램프여객팀은 거의 모든 작업이 야외에서 이뤄져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에 큰 영향을 받았다.

밤 11시반 퇴근해 새벽 5시 출근

날짜 출근 퇴근
11/1 15:09 23:26
11/2 05:08 21:30
11/3 04:55 14:39
11/4    
11/5    
11/6 05:15 21:20
11/7 04:48 20:27
11/8 14:47 23:35
11/9 05:18 20:28
11/10 05:27 20:56
11/11    
11/12    
11/13 15:00 23:18
11/14 05:22 22:00

▲ 항공정비팀 A씨 출퇴근 기록

한국공항에는 이 씨보다 더 가혹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많았다. 항공정비팀의 A씨는 11월 6일 새벽 5시15분에 출근해 밤 9시20분까지 16시간 5분간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했고, 다음날 새벽 4시48분에 출근해 밤 8시27분까지 15시간 넘게 일했다. 이틀을 가혹하게 일한 A씨는 다음날 11월8일엔 오후 2시47분에 출근해 밤 11시35분에 퇴근했다가 다음날 새벽 5시18분에 출근했다. A씨의 통근시간을 1시간만 잡아도 A씨가 11월 8일 밤에 집에서 머문 시간은 4시간43분 밖에 안 나온다. 씻고, 먹고, 자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 5시간 안 돼

A씨는 극단적 출퇴근을 반복했다. 11월 1일에도 자정이 가까워 오는 밤 11시26분에 회사 문을 나서 다음날 새벽 5시8분에 출근했다. 11월 13일에도 밤 11시18분에 퇴근해 다음날 새벽 5시22분에 출근했다. A씨는 이런 극단적인 출퇴근을 1주에 한 두 번씩 반복했다.

이런 불규칙적인 장시간노동에 대해 한국공항 관계자는 “작업이 끝나도 카풀을 하려고 대기하기도 해 모두 작업시간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카풀을 해도 대부분 같은 조원끼리 하기에 대기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A씨는 11월 14일 스케줄상 오후 4시 퇴근인데 사원증에 태그된 퇴근시간은 이보다 무려 6시간이 지난 밤 10시였다. A씨의 다음날 출근시간은 새벽 4시15분이었다. 회사 주장대로 하면 다음날 새벽 4시15분쯤 출근해야 할 사람이 전날 오후 4시에 작업이 끝났는데도 차를 얻어타려고 무려 6시간이나 더 회사에 머물러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노조 관계자는 “이런 경우 기상여건으로 이착륙이 지연돼 작업 자체가 늦게 끝나서”라고 말했다.

주 71시간 넘게 회사에 머물기도

A씨는 11월 둘째주 닷새동안 무려 71시간11분을 회사에 머물렀다. A씨가 11월 한달동안 회사에 머문 시간은 277시간에 달했다. 하루 1시간의 휴게시간을 빼도 A씨의 11월 노동시간은 255시간이 넘는다. 숨진 이기하 씨처럼 A씨의 8~11월 넉달치 실 노동시간에 3을 곱해 추정한 연간 노동시간은 3천시간이 넘었다. 긴 노동시간도 문제지만 들쑥날쑥한 출퇴근 시간이 과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국공항의 램프화물팀 근무자들도 장시간노동의 연속이었다. 램프화물팀은 주 6일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팀의 B씨는 11월 1일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을 빼면 주 6일간 일하고 하루 쉬기를 반복했다. B씨는 한 주에 60시간 넘게 회사에서 머물렀고 하루 1시간의 휴게시간을 빼도 주 56~62시간 근무했다. 이렇게 B씨가 11월 한달동안 회사에 머문 시간은 270시간4분이었다.(퇴근카드를 안 찍고 나간 11월16일은 스케줄 근무만 인정) 휴게시간을 빼면 한달 245시간이라 B씨의 연간 노동시간도 3천시간에 육박했다.

날짜 출근 퇴근
11/1 연차
11/2 05:16 14:24
11/3 05:13 15:33
11/4 06:38 22:31
11/5 06:43 17:31
11/6 휴무
11/7 06:14 13:41
11/8 04:09 13:32
11/9 05:11 14:09
11/10 05:11 16:56
11/11 06:45 23:53
11/12 06:01 17:26
11/13 휴무
11/14 06:18 13:35
11/15 04:20 13:32
11/16 05:08 (13:38)
11/17 05:08 15:46
11/18 07:09 23:24
11/19 06:48 17:30
11/20 휴무
11/21 06:18 13:44
11/22 04:08 13:47
11/23 05:11 14:35
11/24 05:11 16:05
11/25 06:47 22:37
11/26 08:02 17:30
11/27 휴무
11/28 06:13 13:34
11/29 04:11 14:03
11/30 05:10 14:31
11월 합 270시간 5분 (휴게시간 포함)

▲ 램프화물팀 B씨 11월 근무기록

흑자행진에도 현장직만 176명 감축

한국공항과 대한항공은 둘다 한진그룹 소속이지만, 한국공항의 주식 절반 이상을 대한항공(임원 포함)이 소유해 사실상 자회사다. 최근 3년여(2014년~2017년 9월) 한국공항(주)의 경영실적은 모기업 대한항공의 부진 속에도 꾸준히 흑자행진을 이어왔다. 그런데도 직원 수는 오히려 줄었다. 특히 관리직(403명)은 그대로인데, 현장 작업자만 176명 줄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지부는 “지금 현재에도 기준 근무 대비 36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연도 매출 순익
2014 4382 280
2015 4556 88
2016 4725 174
2017* 3595 182

▲ 한국공항 경영 (단위:억원. 2017년은 9월말까지 실적)

연도 2014년 2017년9월
관리직 403 403
현업직 2746 2570
합계 3149 2973

▲ 한국공항 직원 수 변화 (단위:명)

한국공항의 모기업 대한항공은 해마다 5천억 원 이상 적자를 이어오다 올들어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한국공항은 꾸준히 4천억 원대의 연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도 벌써 3분기까지 3595억 원의 매출로 연말까지 4천억 원대 매출이 무난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익도 한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 올해는 3분기까지 당기순익이 182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통틀어 낸 당기순익 174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그러나 한국항공의 2014년 대비 지난해 9월 현업 직원은 176명(2746명->2570명) 줄었고, 현업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도 3661만 원에서 3428만 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관리직원은 403명에서 한명도 줄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대규모 적자를 이어간 모기업 대한항공 직원은 145명 소폭 늘었다.

수화물 작업공간 허리도 못 펴

손님이 맡긴 수화물을 비행기에 싣고 내리는 과정은 모두 사람 손으로 이뤄진다. 좁은 작업공간에서 허리도 못 펴고 쪼그려 앉은 채 작업해야 한다. 비행기 화물칸은 높이 1.5m에 불과해 작업자들이 안에 들어가 쪼그려 앉거나 고개를 숙인 채 수화물을 하나하나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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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화물팀 한 작업자는 “쪼그려 앉았다가 반쯤 일어섰다가 하는 작업이 반복돼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고, 겨울철 혹한기엔 종아리 근육 파열 같은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월급명세서엔 한달 연장근무 141시간

몇몇 근무자의 출퇴근 기록과 회사 주장은 큰 차이가 났다. 실제 근무자가 출근 태그를 찍은 뒤 작업장까지 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이 시간을 모두 근무시간으로 계산하지 않아서 생기는 차이다. 근무자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조업에 사용할 컨베이어 등 각종 장비를 챙겨 작업장으로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 근무자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것만 근무시간으로 산정하면서 실제 출퇴근 태그기록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연장근무 시간산정 방식도 일부부서에선 출퇴근 태그가 아니라 스케줄표를 기준으로 근무자가 ‘연장근무 신청서’를 수기로 작성하면 이를 관리자가 임의로 판단해 인정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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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근무자가 제출한 11월 15일 <연장근무 신청서> ‘연장 사유’란엔 “휴게시간 미실시(조식)”라고 적혀 있다. 이 근무자는 밤 9시에 출근해 아침 7시까지 일하면서 회사가 밥 먹을 1시간씩의 휴게시간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 아래에도 ‘연장 사유’가 “조식 미실시”로 기록돼 있다. 근무시간만큼 연장근무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이처럼 근무자들이 쓴 연장신청서에 그룹장과 팀장이 결재를 해야 연장근무시간를 인정받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회사의 근무기록 전산망엔 무급휴무를 사용한 것으로 기록되지만 인력부족 때문에 무급휴무일에 나와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경우 전산망엔 연장근무시간이 기록되지 않고, 급여명세서에만 연장근무로 계산됐다. 이렇게 램프화물팀의 한 근무자는 회사 근무기록에는 없지만 한달 연장근무시간이 141시간이나 되는 11월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한국공항은 지난해 5월부터 인턴직과 맺는 근로계약서 내용 중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을 일부 바꿔 연장, 야간근로를 확대했다. 그동안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을 8시30분부터 17시30분까지 9시간으로 하고 1시간 휴게시간을 줬다. 그러나 2017년 5월부터 “사업주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법이 정하는 한도에서 연장.야간근로를 명할 수 있으며 근로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동의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부족한 현장인력을 벌충해온 인턴직에게 연장근로를 확대한 것이다.

비행기 청소, 손자회사 파업

한국공항은 수화물을 담당하는 (주)에스코리아와 비행기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EK맨파워(주), 세탁 일을 하는 (주)포트서비스 등 20개 하청(협력)사를 두고 있다. 이들 회사는 대한항공에서 보면 손자회사인 셈이다.

대한항공의 손자회사인 EK맨파워 청소노동자 200여 명이 12월 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회사가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넣어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시켜 왔고, 비행기 스케줄 때문에 명절 연휴 때마다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1월 EK맨파워에 단시간 노동자 임금차별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파업 노동자들은 남녀 임금차별도 심하다고 주장했다.

EK맨파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 기본 12시간 근무에 매일 추가 연장근무를 하고 있어 새벽 5시 출근해 보통 밤 8시간까지 근무한다. 한 달 평균 연장근무시간만 70~80여 시간이고, 비행기가 연착이라도 되면 24시간을 꼬박 공항에서 보내야 한다.

▲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기내에서 30분만에 청소를 끝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기내에서 30분만에 청소를 끝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비행기 청소는 보통 1개 조(비행기 크기에 따라 청소 노동자 3명-6명으로 구성)가 하루 평균 20여 대의 여객기 객실을 맡아서 한다. 한 대 청소에 할당된 시간은 20~30분에 불과하다. 이 시간에 오물통 비우고, 담요와 머리 시트 교체하고, 신문과 책자 채우고, 바닥을 진공청소한다. 늦어지면 원청이 회사에 패널티를 매긴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잠시 동안,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일한다. 대한항공을 정점으로 형성된 이런 다단계 하청구조가 한국 항공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수, 2018/01/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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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비행기에 수하물을 싣고 내리고, 급유, 정비, 객실청소 등 지상업무를 하는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주) 직원 이기하(50) 씨가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출근해 탈의실에서 옷 갈아 입으며 동료와 얘기를 나누다 쓰러졌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노조는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회사는 정상근무시간 외에 연장근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인 주 12시간을 초과한 바가 없다며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공항(주)는 이 씨 유족과 노조의 과로사 주장에 대해 지난 18일 해명자료를 내 “해당 직원(이 씨)는 정상 근무시간 외에 연장근로는 법이 허용하는 주 12시간을 초과한 바 없고, 현장내 주요부서의 연장근무 시간은 월평균 23시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 새벽에 출근한 한 공항근무자가 찍은 인천공항 사진

▲ 새벽에 출근한 한 공항근무자가 찍은 인천공항 사진

그러나 사원증에 달린 이 씨의 2017년 8~11월 4개월 간 출퇴근 태그 기록은 회사 주장과 달랐다. 출퇴근 태그 기록을 바탕으로 하루 1시간씩 휴게시간을 뺀 이 씨의 근무시간은 8월 190시간37분, 9월 216시간10분, 10월 203시간26분, 11월 208시간57분으로 4개월 동안 모두 891시간10분이었다. 4개월치 출퇴근 기록에 3을 곱해 추정한 이 씨의 연간 노동시간은 2457시간30분이다.

출퇴근 기록으로 본 비행기 지상조업

날짜 휴게시간 뺀 실 근무시간 월별 실 근무시간
8/3~7 43:21 8월
190:37
8/10~14 50:31
8/17~21 56:08
8/25~28 26:57
8/31~9/4 46:37 9월
216:10
9/7~11 53:02
9/14~18 51:22
9/20~24 50:21
9/28~10/2 49:14 10월
203:26
10/5~7 26:05
10/11~15 50:14
10/18~22 54:40
10/25~29 51:41
11/1~5 53:55 11월
208:57
11/8~12 48:43
11/15~19 44:46
11/22~26 43:59
11/29~30 17:34
4개월 합계 819시간 10분
1년 추정 2457시간 30분

▲ 숨진 이씨의 8~11월 출퇴근 기록 (단위:시간)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취업자 연간 노동시간이 2241시간이었는데 이 씨는 이보다 200시간 이상 더 일했다. ‘하루 12시간, 주 52시간을 넘지 않았다’는 회사 주장과 달리 이 씨의 근무시간은 휴게시간을 빼고도 달마다 1주씩  52시간을 넘었다(붉은 글씨). 이 씨는 8월 셋째주(56시간 8분) 와 9월 둘째주(53시간 2분), 10월 셋째주(54시간 40분), 11월 첫째주(53시간 55분)에 주 52시간 이상 근무했다. 휴게시간을 빼고도 하루 12시간 이상 일한 날도 8월에 나흘, 9월에 닷새, 10월과 11월에 사흘씩에 달했다.

시외버스 기사 등 몇몇 직종에선 연 3천시간 가량 일하기도 해 이 씨의 노동시간이 양으로만 보면 극단적으로 많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이 씨의 불규칙한 근무시간을 보면 충분히 과로를 짐작할 만하다.

밤 10시 퇴근해 아침 6시반 출근

지난 8월 17~21일 이 씨의 일주일치 회사 입출입시간은 아래와 같다. 이 씨는 8월18일 밤 10시가 다 돼서 회사 문을 나섰다가 다음날(8월19일) 새벽 6시32분에 출근해 다시 밤 8시8분까지 근무하고 다음날(8월20일) 새벽 6시1분에 출근했다. 연속근무 5일째인 8월21일엔 새벽 3시29분에 출근했다.

날짜 출근 퇴근
8/17 11:14 23:56
8/18 10:44 21:55
8/19 06:32 20:08
8/20 06:01 19:26
8/21 03:29 13:21
휴게시간 빼고 주 56시간 8분

▲ 이 씨의 8월 17~21일 출퇴근시간

경기도 부천에 있는 이 씨의 집은 인천공항까지 차로 40km 남짓 거리다. 이 씨는 자기 차로 같은 조 동료와 함께 다녔기에 출퇴근 합쳐 1시간 반 가량 걸렸다. 출퇴근시간을 빼면 이 씨는 8월 18일 밤 집에 7시간 가량 머물렀고, 19일 밤엔 8시간 23분, 20일 밤엔 7시간쯤 머물렀다. 씻고 밥 먹고 나면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도 안 됐다. 대학 3학년생인 큰딸과 수능시험을 본 쌍둥이까지 세 자녀는 물론 아내와 가족사를 의논할 시간도 부족했다. 이 씨의 아내는 “남편이 밥 먹고 소파에 누운 채 잠들기 일쑤였다”고 했다.

밤 출근, 오후 출근 뒤죽박죽

이 씨의 출근시간대는 들쑥날쑥했다. 4개월 동안 제일 빠른 출근시간은 새벽 1시 37분이었고, 제일 늦은 출근은 오후 4시 29분이었다. 퇴근도 빠를 땐 낮 1시 반쯤이었다가 늦을 땐 자정을 넘긴 새벽에 회사 문을 나서기도 했다. 장시간 노동의 대명사인 교대근무자들이 보통 3~7일씩 규칙적으로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반복하는 것과 달리 숨진 이 씨는 출퇴근시간이 뒤죽박죽이었다. 이런 불규칙한 근무 스케줄은 전달 25일쯤 발표돼 이 씨의 생체리듬을 파괴했다.

특히 이 씨는 6인 1조로 구성된 근무팀의 조장이라 부담도 더했다. 회사가 내놓은 스케줄은 날씨 탓에 지연되는 비행기 이착륙을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일쑤였다. 8월 10일 회사 스케줄엔 이 씨 조의 퇴근이 오후 4시였지만 실제 이 씨가 퇴근한 시간은 밤 9시 3분이었다. 무려 5시간 이상 차이난다. 지상조업이 밀려 이처럼 계획된 퇴근보다 3~5시간씩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도 잦았다. 9월 28일에도 스케줄상 퇴근은 16시30분이었지만 이씨의 실제 퇴근은 밤 9시 36분이었다. 게다가 이 씨가 일하던 램프여객팀은 거의 모든 작업이 야외에서 이뤄져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에 큰 영향을 받았다.

밤 11시반 퇴근해 새벽 5시 출근

날짜 출근 퇴근
11/1 15:09 23:26
11/2 05:08 21:30
11/3 04:55 14:39
11/4    
11/5    
11/6 05:15 21:20
11/7 04:48 20:27
11/8 14:47 23:35
11/9 05:18 20:28
11/10 05:27 20:56
11/11    
11/12    
11/13 15:00 23:18
11/14 05:22 22:00

▲ 항공정비팀 A씨 출퇴근 기록

한국공항에는 이 씨보다 더 가혹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많았다. 항공정비팀의 A씨는 11월 6일 새벽 5시15분에 출근해 밤 9시20분까지 16시간 5분간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했고, 다음날 새벽 4시48분에 출근해 밤 8시27분까지 15시간 넘게 일했다. 이틀을 가혹하게 일한 A씨는 다음날 11월8일엔 오후 2시47분에 출근해 밤 11시35분에 퇴근했다가 다음날 새벽 5시18분에 출근했다. A씨의 통근시간을 1시간만 잡아도 A씨가 11월 8일 밤에 집에서 머문 시간은 4시간43분 밖에 안 나온다. 씻고, 먹고, 자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 5시간 안 돼

A씨는 극단적 출퇴근을 반복했다. 11월 1일에도 자정이 가까워 오는 밤 11시26분에 회사 문을 나서 다음날 새벽 5시8분에 출근했다. 11월 13일에도 밤 11시18분에 퇴근해 다음날 새벽 5시22분에 출근했다. A씨는 이런 극단적인 출퇴근을 1주에 한 두 번씩 반복했다.

이런 불규칙적인 장시간노동에 대해 한국공항 관계자는 “작업이 끝나도 카풀을 하려고 대기하기도 해 모두 작업시간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카풀을 해도 대부분 같은 조원끼리 하기에 대기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A씨는 11월 14일 스케줄상 오후 4시 퇴근인데 사원증에 태그된 퇴근시간은 이보다 무려 6시간이 지난 밤 10시였다. A씨의 다음날 출근시간은 새벽 4시15분이었다. 회사 주장대로 하면 다음날 새벽 4시15분쯤 출근해야 할 사람이 전날 오후 4시에 작업이 끝났는데도 차를 얻어타려고 무려 6시간이나 더 회사에 머물러 있었다는 소리가 된다. 노조 관계자는 “이런 경우 기상여건으로 이착륙이 지연돼 작업 자체가 늦게 끝나서”라고 말했다.

주 71시간 넘게 회사에 머물기도

A씨는 11월 둘째주 닷새동안 무려 71시간11분을 회사에 머물렀다. A씨가 11월 한달동안 회사에 머문 시간은 277시간에 달했다. 하루 1시간의 휴게시간을 빼도 A씨의 11월 노동시간은 255시간이 넘는다. 숨진 이기하 씨처럼 A씨의 8~11월 넉달치 실 노동시간에 3을 곱해 추정한 연간 노동시간은 3천시간이 넘었다. 긴 노동시간도 문제지만 들쑥날쑥한 출퇴근 시간이 과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국공항의 램프화물팀 근무자들도 장시간노동의 연속이었다. 램프화물팀은 주 6일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팀의 B씨는 11월 1일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을 빼면 주 6일간 일하고 하루 쉬기를 반복했다. B씨는 한 주에 60시간 넘게 회사에서 머물렀고 하루 1시간의 휴게시간을 빼도 주 56~62시간 근무했다. 이렇게 B씨가 11월 한달동안 회사에 머문 시간은 270시간4분이었다.(퇴근카드를 안 찍고 나간 11월16일은 스케줄 근무만 인정) 휴게시간을 빼면 한달 245시간이라 B씨의 연간 노동시간도 3천시간에 육박했다.

날짜 출근 퇴근
11/1 연차
11/2 05:16 14:24
11/3 05:13 15:33
11/4 06:38 22:31
11/5 06:43 17:31
11/6 휴무
11/7 06:14 13:41
11/8 04:09 13:32
11/9 05:11 14:09
11/10 05:11 16:56
11/11 06:45 23:53
11/12 06:01 17:26
11/13 휴무
11/14 06:18 13:35
11/15 04:20 13:32
11/16 05:08 (13:38)
11/17 05:08 15:46
11/18 07:09 23:24
11/19 06:48 17:30
11/20 휴무
11/21 06:18 13:44
11/22 04:08 13:47
11/23 05:11 14:35
11/24 05:11 16:05
11/25 06:47 22:37
11/26 08:02 17:30
11/27 휴무
11/28 06:13 13:34
11/29 04:11 14:03
11/30 05:10 14:31
11월 합 270시간 5분 (휴게시간 포함)

▲ 램프화물팀 B씨 11월 근무기록

흑자행진에도 현장직만 176명 감축

한국공항과 대한항공은 둘다 한진그룹 소속이지만, 한국공항의 주식 절반 이상을 대한항공(임원 포함)이 소유해 사실상 자회사다. 최근 3년여(2014년~2017년 9월) 한국공항(주)의 경영실적은 모기업 대한항공의 부진 속에도 꾸준히 흑자행진을 이어왔다. 그런데도 직원 수는 오히려 줄었다. 특히 관리직(403명)은 그대로인데, 현장 작업자만 176명 줄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지부는 “지금 현재에도 기준 근무 대비 36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연도 매출 순익
2014 4382 280
2015 4556 88
2016 4725 174
2017* 3595 182

▲ 한국공항 경영 (단위:억원. 2017년은 9월말까지 실적)

연도 2014년 2017년9월
관리직 403 403
현업직 2746 2570
합계 3149 2973

▲ 한국공항 직원 수 변화 (단위:명)

한국공항의 모기업 대한항공은 해마다 5천억 원 이상 적자를 이어오다 올들어 겨우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한국공항은 꾸준히 4천억 원대의 연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도 벌써 3분기까지 3595억 원의 매출로 연말까지 4천억 원대 매출이 무난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익도 한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 올해는 3분기까지 당기순익이 182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통틀어 낸 당기순익 174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그러나 한국항공의 2014년 대비 지난해 9월 현업 직원은 176명(2746명->2570명) 줄었고, 현업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도 3661만 원에서 3428만 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관리직원은 403명에서 한명도 줄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대규모 적자를 이어간 모기업 대한항공 직원은 145명 소폭 늘었다.

수화물 작업공간 허리도 못 펴

손님이 맡긴 수화물을 비행기에 싣고 내리는 과정은 모두 사람 손으로 이뤄진다. 좁은 작업공간에서 허리도 못 펴고 쪼그려 앉은 채 작업해야 한다. 비행기 화물칸은 높이 1.5m에 불과해 작업자들이 안에 들어가 쪼그려 앉거나 고개를 숙인 채 수화물을 하나하나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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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화물팀 한 작업자는 “쪼그려 앉았다가 반쯤 일어섰다가 하는 작업이 반복돼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고, 겨울철 혹한기엔 종아리 근육 파열 같은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월급명세서엔 한달 연장근무 141시간

몇몇 근무자의 출퇴근 기록과 회사 주장은 큰 차이가 났다. 실제 근무자가 출근 태그를 찍은 뒤 작업장까지 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이 시간을 모두 근무시간으로 계산하지 않아서 생기는 차이다. 근무자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조업에 사용할 컨베이어 등 각종 장비를 챙겨 작업장으로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 근무자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것만 근무시간으로 산정하면서 실제 출퇴근 태그기록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연장근무 시간산정 방식도 일부부서에선 출퇴근 태그가 아니라 스케줄표를 기준으로 근무자가 ‘연장근무 신청서’를 수기로 작성하면 이를 관리자가 임의로 판단해 인정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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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근무자가 제출한 11월 15일 <연장근무 신청서> ‘연장 사유’란엔 “휴게시간 미실시(조식)”라고 적혀 있다. 이 근무자는 밤 9시에 출근해 아침 7시까지 일하면서 회사가 밥 먹을 1시간씩의 휴게시간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 아래에도 ‘연장 사유’가 “조식 미실시”로 기록돼 있다. 근무시간만큼 연장근무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이처럼 근무자들이 쓴 연장신청서에 그룹장과 팀장이 결재를 해야 연장근무시간를 인정받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회사의 근무기록 전산망엔 무급휴무를 사용한 것으로 기록되지만 인력부족 때문에 무급휴무일에 나와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경우 전산망엔 연장근무시간이 기록되지 않고, 급여명세서에만 연장근무로 계산됐다. 이렇게 램프화물팀의 한 근무자는 회사 근무기록에는 없지만 한달 연장근무시간이 141시간이나 되는 11월 급여명세서를 받았다.

한국공항은 지난해 5월부터 인턴직과 맺는 근로계약서 내용 중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을 일부 바꿔 연장, 야간근로를 확대했다. 그동안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을 8시30분부터 17시30분까지 9시간으로 하고 1시간 휴게시간을 줬다. 그러나 2017년 5월부터 “사업주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법이 정하는 한도에서 연장.야간근로를 명할 수 있으며 근로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동의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부족한 현장인력을 벌충해온 인턴직에게 연장근로를 확대한 것이다.

비행기 청소, 손자회사 파업

한국공항은 수화물을 담당하는 (주)에스코리아와 비행기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EK맨파워(주), 세탁 일을 하는 (주)포트서비스 등 20개 하청(협력)사를 두고 있다. 이들 회사는 대한항공에서 보면 손자회사인 셈이다.

대한항공의 손자회사인 EK맨파워 청소노동자 200여 명이 12월 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회사가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넣어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시켜 왔고, 비행기 스케줄 때문에 명절 연휴 때마다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1월 EK맨파워에 단시간 노동자 임금차별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파업 노동자들은 남녀 임금차별도 심하다고 주장했다.

EK맨파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 기본 12시간 근무에 매일 추가 연장근무를 하고 있어 새벽 5시 출근해 보통 밤 8시간까지 근무한다. 한 달 평균 연장근무시간만 70~80여 시간이고, 비행기가 연착이라도 되면 24시간을 꼬박 공항에서 보내야 한다.

▲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기내에서 30분만에 청소를 끝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기내에서 30분만에 청소를 끝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비행기 청소는 보통 1개 조(비행기 크기에 따라 청소 노동자 3명-6명으로 구성)가 하루 평균 20여 대의 여객기 객실을 맡아서 한다. 한 대 청소에 할당된 시간은 20~30분에 불과하다. 이 시간에 오물통 비우고, 담요와 머리 시트 교체하고, 신문과 책자 채우고, 바닥을 진공청소한다. 늦어지면 원청이 회사에 패널티를 매긴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잠시 동안,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일한다. 대한항공을 정점으로 형성된 이런 다단계 하청구조가 한국 항공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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