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오피니언] 노년을 위한 새로운 삶의 지도를 그려가야 할 때

지역

[오피니언] 노년을 위한 새로운 삶의 지도를 그려가야 할 때

익명 (미확인) | 월, 2015/07/20- 13:00


수명의 연장은 필연적으로 전체 생애과정의 리듬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역사적으로는 인간의 생애를 아동기와 성인기의 두 단계로만 파악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청소년기, 중년기와 같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생애단계를 지칭하는 개념들이 우리 주변에 자연스러운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그냥 뭉뚱그려 ‘노인’이라고 칭하던 65세 이상 인구를 이제는 ‘젊은 노인’ ‘중간 노인’ ‘고령 노인’ ‘초고령 노인’으로 나누어 구별하자는 노년학자들의 주장도 최근 들어 상당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명 100세 시대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65~100세에 이르는 35년의 기간을 한데 묶어 노인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개개인의 고유성, 노인 집단 내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간과하는 연령차별적 시각이라는 인식이 이러한 새로운 명명체계의 근저에 있다.

그런가하면, 65세를 노년기 진입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승복하지 않고 있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아도 65세는 노인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젊고 건강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니 더 나아가서 달력상의 나이-‘역연령(chronological age)’을 기준으로 노년기를 정의하는 것 자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달력상의 나이를 가지고 나의 능력을 판단하고, 주어지는 역할과 기회를 제한하지 말아달라는 이러한 외침은 특히 건강하고 인적자본이 풍부한 베이비부머들이 노년기 진입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1955~1963년 사이에 출생한 한국의 1차 베이비부머는 한국사회의 경제적 성장을 이끈 주역세대로서, 현재의 노년세대와는 매우 다른 욕구를 가진 미래의 노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인구의 14%를 상회하는 거대한 인구집단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가지는 파급력이 여러 면에서 매우 크다. 그래서 이들이 풍부한 경험과 인적 자본을 활용하여 사회에 기여하면서 활동적 노년을 보낼 수 있는가 여부는 베이비부머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중년기에 속하면서 위로는 노부모와 아래로는 아직 독립하지 않은 자녀 세대를 돌보며 우리 사회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상황의 전반적 악화와 노동시장의 불안정으로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베이비부머 개인적으로는 경제활동을 지속할 능력이 충분하고, 경제활동을 지속할 필요가 큰데, 앞당겨지는 비자발적 은퇴로 노년의 생활에 대해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필자는 베이비부머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은퇴 후 노년의 생활에 대한 준비정도와 의식을 묻는 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그런데 은퇴 후 생활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서 연구진이 예상하지 않았던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2010년 서울대학교가 베이비부머 4600여 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에서, 소득이 끊김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보다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 수 있을까?’하는 점이 은퇴에 대해 가장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우려한 사항이었다. 생산성의 의미가 ‘경제적 생산성’으로 국한되는 한국사회에서, 일을 생의 중심 가치로 여기고 살아온 베이비부머들에게 있어 은퇴는 무엇으로 나의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인가 하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되는 큰 변화임을 알 수 있다.

수명의 연장으로 늘어난 노년기를 무엇으로 채워야 ‘뒷방노인’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미 있는 삶이 가능할 것인가? 이렇게 대규모의 건강한 노인들이 함께 노년기로 진입하는 역사적 시점에서 어떤 문화적 각본과 기회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는 작업은 베이비부머 개개인의 어깨에만 부과될 짐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볼 때 이들을 노인으로 분류하여 복지수혜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적 자원이며, 사회적 비용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나이를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새로운 삶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_ 한경혜(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아동가족학과 교수)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시니어를 위한 '간병 SOS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어르신 긴급간병비를 지원하여 갑작스러운 간병 상황에도 안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토, 2026/06/20- 12:31
0
0
보양온천탕, 야외 노천탕 스파, 음이온 치유 정원 야외 풍욕장, 천연 구들장 황토 찜질방, 시니어 LP 음악 감상실, 어린이 전용 야외 수영장, 글램핑 캠핑장, 반려동물 휴양시설 및 놀이터 등을 갖춘 전국 최대 규모의 시니어 휴양시설을 조성합니다.
토, 2026/06/20- 12:31
0
0
KB골든라이프케어, 신한라이프케어와 같은 국내 최고급 프리미엄 요양원을 유치하여 어르신들에게 고품격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례군을 치유와 요양의 거점으로 만듭니다.
토, 2026/06/20- 12:31
0
0
전국에서 유일하고 최대 규모의 액티브 시니어 전문사관학교를 설립하여 중장년층에게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제공하고 인재를 육성합니다. 또한 자연 힐링센터인 숲속고요마을 구례군지부를 유치하여 시니어들을 위한 치유와 휴식 공간을 제공합니다.
토, 2026/06/20- 12:31
0
0
시니어들을 위한 맞춤형 공공형 및 시장형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확대할 것입니다.
토, 2026/06/20- 12:31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