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의 일시적 주택용·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정책 일관성만 무너뜨리는 포플리즘적 땜빵 정책 결국 전력수요 증가로 발전소 건설 빌미 제공 - 산업부의 전기요금 인하 발표에 대한 에너지정의행동 설명서

정부의 일시적 주택용·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정책 일관성만 무너뜨리는 포플리즘적 땜빵 정책
결국 전력수요 증가로 발전소 건설 빌미 제공
- 혜택 가구는 한달 전기요금 4만7천원~21만7천원씩 내는 전기 다소비 가구-
- 논란 많던 산업계 경부하요금제 확대요구, 결국 반영. 수요증가, 전기화 경향 확대 -
- 싼 전기요금은 전력수요증가와 국민부담 증가로 연결 -
- 땜빵식, 깜짝쇼 같은 전기요금 발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 절차 필요 -
- 산업부의 전기요금 인하 발표에 대한 에너지정의행동 성명서 -
산업부는 한전이 제출한 전기요금약관과 시행세칙변경안을 6월 18일자로 인가했다고 어제(21일) 발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올해 7~9월 동안, 산업용 요금은 8월 1일부터 1년 동안 요금을 인하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누진제 3구간과 4구간을 통합해 647만가구가 평균 8,3678원(약 14%) 전기요금 인하가 이뤄진다. 산업용 요금의 경우, 중소기업 경부하요금제 시행을 토요일에도 적용하여 총 3,450억원, 업체 평균 437만원(약 2.6%)의 전기요금 인하가 이뤄진다.
이번 전기요금 인하 정책은 최근 정부가 취해온 정책일관성을 무너뜨리는 포플리즘적 정책이다. 그간 정부는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한국전력 적자를 개선하고, 불필요한 전기소비와 전기화 경향을 잡겠다고 밝혀왔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체계는 “생수로 빨래하는 경우”에 비유될 정도로 비효율을 낳는 원흉으로 지적되어 왔다.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70%를 석탄과 천연가스를 이용해 충당하고 있으나, 실제 전기요금은 물가 억제정책에 따라 오르지 않았고, 그 결과 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 이를 이용해 만든 전기가 더 싼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가 되었다.
이에 최근 몇 년간 각종 에너지 정책에서 화두는 “전기요금 현실화”였고,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는 이 입장에 동의하고 더욱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전기요금 인하책은 이 흐름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현재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내려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힘들다. 올 초 일시적인 유가인하가 있기는 했으나, 유류를 이용한 발전은 도서지역에 국한될 정도로 미비하고 천연가스 등은 10~20년 장기계약으로 수입해오기 때문에 일시적인 유가 변동과 무관하다. 그나마 얼마 전까지 있었던 저유가 사태도 이제 마무리되어 예전상태로 돌아갔다.
또한 이번 전기요금 인하는 말로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정작 서민들은 별로 혜택을 보지 못한다. 이번 주택용 전기요금 인하로 혜택을 보는 가구는 전체 1,412만 가구 중 45% 선인 647만가구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가구는 전기소비 하위 45%가 아니라, 상위 45%이다. 현재 전기요금 누진제 체계상 한 달 301~600kWh의 전기를 소비하는 가구들이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요금으로 따지면 47,260원~217,350원 (부가세, 전력기금포함) 사이에 포함된 가구들이다.
다시 말해 전기소비 하위 55%, 47,260원 이하 전기요금을 내는 사람들은 이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부는 말로는 “서민”들의 전기요금 폭탄을 줄이기 위해서 전기요금을 인하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중산층과 고소득자들”의 전기요금 경감을 위한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한편 이번 발표에는 산업계 경부하 요금 확대도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다. 그동안 산업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토요일에도 경부하 요금제를 시행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번 발표는 1년 한시적이기도 하고 중소기업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한번 문호를 개방하면 이후에 토요 경부하 요금제가 고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정책이다. 그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보다 싼 전기요금체계 하에서 다양한 지원을 이미 받아왔다. 그럼에도 계속 싼 전기요금을 요구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비효율적인 전기소비와 전기화 경향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전기요금이 인하되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 같지만, 원가 인하 없는 전기요금인하는 누군가의 부담으로 연결된다. 결국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전기 다소비 가구와 산업계를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부담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전기요금 인하를 통해 늘어나게 될 전력수요는 전국에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많은 양의 송전탑을 건설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정부 전기요금 정책발표가 있을 때마다 현행 전기요금 책정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현행 전기요금 책정은 한전이 전기요금안을 제출하면, 산업부가 이를 승인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 사이 전기소비자인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는 아예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매번 전기요금 정책 발표가 있을 때마다 “깜짝 쇼”처럼 발표했다.
이는 공기업 체계인 전력 판매구조를 생각할 때 불합리한 요소이다. 전기요금이 갖고 있는 공공적 기능과 사회적 파장 등을 생각할 때 전기요금 책정과정에서 국민 의견 수렴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땜빵식으로 제도를 만들고 깜짝쇼를 하는 정치적 행위는 결국 에너지정책을 왜곡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깜짝쇼와 전기요금 인하를 통해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올라갈지는 몰라도 잘못된 전력정책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도 함께 올라가게 된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5.6.22.
에너지정의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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