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 2일 81일간의 수사를 종결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있는 사람 중 홍준표 경남지사, 이완구전 국무총리만 불구속기소하고, 김기춘,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홍문종 새누리당의원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또는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성완종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대표,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을 수사대상에 포함시켰다. 김한길 전 대표, 이인제 최고위원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기로 하고, 노건평씨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소시효완성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한다고 밝혔다. 성 전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 경남기업상무와 이용기 부장은 증거인멸혐의로 수사결과발표 이전에 이미 구속기소하였다.
모두가 예상한 최악의 수사결과다. 검찰은 권력에서 제시한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지켰을 뿐 기본적인 수사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친박 실세 6명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로 면죄부를 주고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는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 중 친박으로 분류되지 않은 사람들만 소환조사, 기소함으로써 누가 권력과 가까이 있는 사람인지를 확실히 구분해주었다. 노건평씨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하면서도 소환조사를 실시하고 성 전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공개하여 리스트와는 아무런 관계없는 사면문제만 부각시켰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지시를 내린 성 전회장의 특별사면 의혹에 대하여 검찰이 충실하게 ‘노무현 죽이기’로 응답한 것이다. 결국 경남기업 상무와 부장을 구속기소함으로써 오히려 제보자만 처벌한 모양새가 되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스스로를 ‘경남기업의혹 특별수사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애초부터 리스트에 오른 친박 실세들을 제대로 수사할 의지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 사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친박 인사들의 대선자금 수수 의혹은 의혹으로만 남게 되었다. 검찰은 권력의 의지에 충실히 화답함으로써 스스로 정치검찰임을 자백하였다. 더 이상 검찰에 기대할 것이 없음이 다시 한 번 확인 된 것이다.
검찰은 수사기관 본연의 임무를 포기하고 직무유기를 함으로써 이제 이 사건은 특검을 통하여 원점에서 다시 수사하여야할 것이다. 박근혜대통령도 특검도입을 약속하였으므로 조속히 특검을 실시하여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할 것이다.
검찰은 권력형 사건에 무력한 조직임을 스스로 공언하였다.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아닌 별도의 독립된 조직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검찰권력의 정치화를 막고 권력에 대한 상시적 감시를 위하여 차제에 독립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도입논의가 활성화되어야할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6개 언론법안에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허나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피해구제를 강화하자는 취지에는 조금도 이견이 없다. 이는 시민이 요구하는 언론개혁의 과제이며, 나락으로 떨어진 언론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해법이다.
그러나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에 기대 언론개혁을 온전히 성취할 수 없다. 시민의 불신에 눈 감은 채 언론의 자유만 되풀이 하는 행태는 언론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정부와 국회, 언론과 시민사회 4주체가 제 역할을 다하는 가운데 권리의 균형을 이루고, 공익을 위해 힘을 모을 때 비로소 언론개혁에 다가갈 수 있다. 언론개혁은 정부, 국회, 언론, 시민의 공동과제이자 책무이다.
이에 언론연대는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고, 시민의 피해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아래 6가지를 제안한다. ‘가짜뉴스처벌 vs 언론장악’이란 이분법적 갈등과 정쟁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논의에 나설 것을 정부와 국회, 언론에 촉구한다.
첫째, 언론피해자의 위자료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명예훼손 형사처벌 등 이미 존재하는 광범위한 처벌규정에 징벌적 제재를 추가함으로써 과도한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인이나 공적사안에 대한 보도를 가로막는 데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미비하다. 언론피해구제를 위한 ‘민생법안’이라 말하지만 소송비용이 증가하고, 심사기준이 엄격해져 일반 시민이나 사회 약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제는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었을 때 법원이 인용하는 위자료가 지나치게 적어 실질적인 피해구제에 이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법원도 “우리나라의 위자료 인정액이 법 공동체의 건전한 상식, 국가 경제규모, 해외 판례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된다는 점을 인식하여, 지난 2016년 위자료를 현실화하기 위한 새로운 산정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명예훼손의 기준금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허위사실을 이용하여 악의적·영리적 목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경우 2억 원의 가중금액을 기준으로 초과가중까지 할 수 있다.
이처럼 사법부도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위자료의 현실화’를 목표로 논의한다면 합리적인 결론에 합의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민주당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도 배상액의 상한을 3배로 정하는 배수제로 ‘징벌적 효과’보다는 ‘피해 보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방법론의 차이는 논의를 통해 얼마든지 좁힐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사법부를 포함한 사회적 논의와 법리적 검토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언론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자율규제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언론에 속한 모든 구성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에 찬성하는 압도적인 시민 여론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간 독자의 권리보호에 소홀하고, 뉴스품질에 대한 시민의 불만을 존중하지 않았다. 독자권익위원회와 고충처리인과 같은 법적장치들도 형식적인 운영에 머물렀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권리침해 이슈에 대한 고민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앞으로도 이런 상태에 머문다면 법적처벌을 강화하라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언론단체들은 언론불신이 보수와 진보, 신문과 방송, 경영인과 노동자의 차이를 넘어서는 언론 전체의 과제라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변화를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 시민과 동떨어진 자율기구의 전면 개편, 독자가 참여하는 권리구제 기구와 공동규제 시스템 도입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자율적 피해구제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개별 언론사든, 협회든 누구라도 자정노력에 나선다면 언론시민단체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
셋째, 시청자권익보호제도를 정비하자.
방송언론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현행 방송법제는 시청자권익보호를 위해 시청자위원회, 시청자평가원, 시청자평가프로그램, 내용불만을 처리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리침해를 심의하는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 등 수많은 제도를 운영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고충처리인 제도,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규율까지 받아 양적으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시민의 만족도는 매우 낮다. 오히려 체계 없이 중복적인 장치를 가동함에 따라 발생하는 혼선과 책임전가의 부작용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자미디어재단 내에 시청자권익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옥상옥이 우려된다. 미디어환경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것은 산업 진흥과 규제 정책만이 아니다. 시청자권익보호제도 역시 시민의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 방통위는 현행 시청자권익제도를 재검토하여 문제점을 해소하고, 디지털 미디어환경에 맞는 새로운 시청자권익보호제도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넷째, 여성·아동 폭력범죄 보도에 따른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자.
언론피해구제에 있어 시급히 논의해야 할 사안은 성폭력, 아동학대 범죄 보도에 따른 2차 피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특히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자의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나 사생활의 비밀을 보도하여 온라인을 통해 2차 피해를 확산하는 경우 신속한 피해구제의 필요성이 크다. 여성·아동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로서 법적보호 장치를 더욱 두텁게 조성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미투(MeToo)를 통해 성폭력을 고발한 자나 이를 보도한 언론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악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률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링크삭제청구, 댓글차단과 같은 신속구제방안은 아동인권, 젠더적 관점에 기초하여 예외적으로 그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다섯째, 언론정책, 심의, 피해구제 기구 및 공영언론에서 성 평등 참여를 보장하라.
사후적인 처벌이나 피해구제만으로는 2차 피해를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다. 범죄보도에서 나타나는 인권침해 및 선정보도 관행을 사전에 제어할 수 있는 장치들을 언론사와 언론기구 내에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언론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늘리고, 성평등·인권 이슈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는 언론에 의한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이에 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공영방송사 이사 임명 시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법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 권고는 언론진흥재단, 뉴스통신진흥회, 시청자미디어재단 등 공적 언론기구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피해구제기구인 언론중재위도 여성 중재위원을 대폭 증원하고,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범죄보도 등에 대한 전담 중재부 신설 및 자문위원회 설치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여섯째, 허위표현 처벌에서 혐오표현 대응으로 국가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른바 ‘가짜뉴스’의 폐해는 단지 허위가 아니라 허위를 통해 특정한 속성이나 집단에 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표현으로 인해 야기된다. 혐오표현은 공격 대상자를 침묵시켜 소수자의 표현을 봉쇄하고, 공적토론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여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해악을 초래한다. 이에 해외각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소수자 보호와 같이 특별히 보호해야 할 사회적 법익을 도출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명예훼손, 모욕 등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는 처벌제도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데 반해 ‘이주자’, ‘난민’, ‘성소수자’ 등 소수자 집단에 대한 보호는 사실상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정부여당은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무리한 입법시도를 중단하고, 혐오표현에 대한 공동체적 대응을 통해 사회통합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언론 및 표현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끝)
지난 5월 28일 중국은 홍콩에 적용되는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작년부터 홍콩의 민주주의와 일국양제 보장을 위해 힘겹게 투쟁해왔던 홍콩 시민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는 국가의 시민으로서 충분히 이들의 마음이 어떨지 너무나도 공감이 됩니다. 홍콩 시민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담아 오늘 오전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성명서>
홍콩시민들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마저 말살하려는 국가보안법 제정 규탄한다. 중국정부는 국가보안법 폐기하고 일국 양제 보장하라!
2020년 5월 28일,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는 홍콩에 적용되는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중국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은 절차부터 잘못되었다. 1997년 홍콩의 주권반환이후 제정된 홍콩 기본법 제23조는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과 관련 내용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중국정부가 나서서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것은 그 자체로 홍콩기본법을 부정하고 위반하는 조치인 것이다.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홍콩 기본법 부칙 제3조에 삽입시켰지만 이 역시도 국방과 외교 등 홍콩 자치영역 밖에 있는 것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기본법 위반이다. 이렇듯, 중국정부가 홍콩 기본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함에도 직접 국가보안법 제정에 나선 것은 중국정부 스스로가 일국양제를 근간부터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2019년 3월부터 현재까지 홍콩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무자비한 경찰폭력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홍콩 정부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5대 요구안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지난 2019년 11월에 있었던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이 초유의 압승을 거둔 것은 이 5대요구안이 홍콩시민들 공통의 민의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는 홍콩시민들의 민의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코로나 19의 확산을 틈타 지난 4월에는 민주파 인사 14명을 체포하였고, 5월에는 아예 중국정부가 직접 나서서 홍콩 시민들을 완전히 침묵시키려 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굴종할 것을 강요해왔고 결국에는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마저 빼앗는 국가보안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국가보안법의 내용을 보면 중국정부는 홍콩에서 직접 국가정보기구를 설치하고 운영하면서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행위와 행동을 예방, 금지, 처벌”할 수 있다. 외국세력의 간여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제 홍콩 시민들은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에 참여하거나 SNS에 글을 올리는 것까지도 처벌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지내야만 한다. 홍콩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외국의 시민사회와 교류하는 것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곳곳에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국가보안법의 본질에 충실한 악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올해 9월로 예정된 홍콩 입법회 선거도 의미를 잃게 된다. 정부에 비판적인 의원들에 대해서 얼마든지 국가보안법 위반을 문제 삼아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연대해온 한국의 시민사회는 중국정부가 직접 나서서 홍콩 기본법을 무시하고 홍콩 시민들의 인권을 압살하는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한국에서도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국가보안법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 알면서도 아직까지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시민들을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막는 것은 인류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존엄과 양심의 문제이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국가보안법 시행을 시작으로 홍 콩 시민들에게 가해질 억압과 폭력에 함께 맞서고 연대해 내갈 것을 결의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중국정부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고 홍콩 기본법을 존중하라. 하나, 중국정부는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기로 한 일국양제를 보장하고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라 하나, 홍콩정부는 5대 요구안을 수용하고 시위대에 대한 폭력진압을 중단하라. 하나, 한국정부는 인권이사국으로서 홍콩의 국가보안법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한국의 국가보안법도 폐지하라 하나,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국제인권규약에 정면으로 반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에 대하여 공동 대응에 나서라.
故 박환성, 김광일 피디의 3주기를 앞두고 EBS가 공식 사과했습니다. (사)한국독립PD협회는 6월 1일 EBS 김유열 부사장이 박환성, 김광일 피디의 영전에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독립PD협회와 EBS는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상생의 길을 찾아 나서기로 합의했습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화해의 물꼬를 트고, 대화에 나선 독립PD협회와 EBS의 결단을 환영하며, 상생협의회가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원합니다.
언론연대는 두 피디가 사망한 직후 독립PD협회, EBS와 협의체를 꾸렸던 시민단체로서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릅니다.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진심어린 사과’는 ‘진정한 화해’로 나아가기 위한 첫발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협의체는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 멈춰서고 말았습니다. 고인과 유족을 뵐 면목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독립PD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끈질기게 문을 두드리고, 설득해 마침내 EBS의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독립PD들이 쏟은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BS의 사과는 독립PD들의 노력으로 일군 값진 성과입니다.
EBS의 결단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과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내부의 오랜 관행과 의식을 이겨내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어 고맙습니다. 책임 있는 결정을 환영합니다.
‘상생의 길 찾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아직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을 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알다시피 우리 앞에는 넘어서지 못했던 여러 난제가 놓여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사과의 용기보다 더욱 커다란 용기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 말입니다.
언론연대는 ‘독립PD협회. EBS 상생협의회’가 과거의 한계를 반복하지 않고,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두 가지 당부를 드립니다.
첫째, 협의회는 PD사회 내 갑을관계를 해소하고, 전체 PD가 평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모든 PD는 미디어 생태계의 핵심인 콘텐츠를 창작하는 자로서, 방송사 내외에 관계없이 그가 어디에 속하든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원/하청의 수직적 관계를 내포하는 하도급형 외주 관점에서 벗어나 건강한 콘텐츠제작(창작)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논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둘째, 불공정 관행의 해소를 넘어 말 그대로 ‘상생’(함께 살기)을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지상파 생존위기가 가속화하고, 방송 산업이 침체하는 상황에서 제작비 산정과 협찬·광고 수익배분 비율을 일부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외주 쥐어짜기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가로채는 불합리한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방송사와 제작자가 동시에 이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저작재산권을 포함하여 프로그램 유통과 이용에 관한 사항을 전면 재검토하고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상생협의회가 모든 과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의 정책·지원이 뒷받침되고, 법·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합니다. 시민사회도 함께 해야 합니다. 우리는 박환성, 김광일 피디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 그들이 남기고 간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독립PD협회와 EBS가 상생과 협력의 수레바퀴를 잘 굴려나가도록 언론연대도 있는 힘껏 돕겠습니다. 사과와 화해의 문을 열기 위해 애쓰신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끝)
4기 방송통신위원회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신임 위원 하마평이 돌기 시작했다. 어제는 특정 인사가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4기 방통위의 한계를 진단하고, 5기 위원회가 수행해야 할 정책과제를 수립하는 가운데 그 막중한 임무를 책임질 적임자를 찾아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4기 방통위는 기대와 달리 커다란 실망감을 안겼다. 여러 가지 변화를 추구했으나 주요 정책들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미디어 환경 변화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었다. 낡은 법제를 개선하여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이를 지속가능토록 보장하며, 인터넷기반의 신규 서비스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규제체계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표현의 자유와 시민공동체미디어를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실패의 책임을 방통위에만 돌리기는 어렵다.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방통위가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큰 보폭으로 개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약에도 없던 ‘가짜뉴스 대책’을 빌미로 방송통신위원장을 사실상 경질한 사태가 이를 상징한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미디어정책 권한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각계의 고언도 외면했다. 여당도 미디어 법제의 골간을 개혁하려는 노력 대신 정쟁에 매달렸다. 여기에는 모든 사안을 정치 시비화하는 야당의 책임이 크지만, 여당 역시 미디어 법제 개혁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방통위가 어렵사리 마련한 공영방송 제도 개선안 등 중요한 정책들이 국회에서 힘을 받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미디어 환경 변화의 속도는 가팔라지고, 낡은 법제의 한계는 더욱 또렷해졌다. 이제 더 이상은 미디어 법제와 정책기구, 규제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을 미뤄서는 안 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5기 방통위는 이런 난국을 돌파하여 새로운 미디어정책의 초석을 마련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아야 한다. 이 과제는 정부여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사안도 아니요, 진영을 편 가르는 문제도 아니다. 설사 이해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책임 있는 여당의 역할이지, 정치적 고려로 회피할 일이 아니다.
5기 방통위원 선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5기 방통위 성패에 미디어 정책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은 과연 이런 중요성과 절박함을 이해하고 방통위원 추천을 준비하고 있는가? 복잡하게 얽힌 미디어 정책과제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는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을 찾기 위해 당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이해하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국민이 주인 되는 미디어’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시청자·이용자 중심의 철학을 갖춘 인사를 1순위로 꼽고 있는가? 5기 방통위 구성에서 성 평등과 지역의 대표성은 고려되고 있는가? 혹, 이런 기준보다 정치적 동기나 배려가 앞서는 건 아닌가? 21대 국회에서 177석 거대 여당이 실현하려는 미디어 개혁은 무엇인가? 민주당의 5기 방통위원 선택은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될 것이다. (끝)
○ 지난 5월 28일,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송현동 부지를 둘러싼 지역사회와 업계의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가 지난 6월 4일 발표한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통해 송현동부지의 매입가를 4,671억 원으로 책정하고 2022년까지 2년에 걸쳐 분할지급 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송현동 부지의 소유주인 대한항공에서 서울시의 결정으로 자신들의 재산권이 침해당했으며 서울시의 공원계획 발표로 ‘긴급한 유동성 확보에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국민권익위에 민원까지 접수한 것이다.
○ 송현동 부지는 북촌과 인사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가지와 인접해 있고 인근에 경복궁, 창덕궁,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사적과 문화시설들이 자리하고 있어 공원으로서 조성되었을 때의 잠재력이 굉장히 높은 곳으로, 지난 몇 년간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숲 공원화에 대한 열띤 논의가 진행되었던 부지이다.
○ 서울환경운동연합(이하 서울환경연합)은 뛰어난 역사·문화적 가치와 잠재력을 지닌 송현동 부지에 대한 이해 없이 사익만을 쫓는 대한항공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 송현동 부지를 소유한 대한항공은 지난 2015년 부지에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하다 부지의 역사·문화성을 훼손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를 맞아 건립을 포기한 전적이 있다. 이런 경험들이 있음에도 국내 1위의 국적 항공사를 운영하는 기업이 편협함을 버리지 못하고 공원결정으로 사유재산권이 침해받았다며 제기한 민원은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 첫 번째로 대한항공이 민원을 제기한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부당한 처분을 받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중앙행정기관이지, 재벌기업의 불로소득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 또 도시계획법에 대한 헌법재판소(97헌바26 전원재판부)의 결정에서 ‘토지재산권은 토지의 강한 사회성 내지는 공공성으로 인해 다른 재산권에 비해 더 강한 제한과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고 해석하며 공원을 비롯한 도시계획시설의 지정으로 인한 개발 가능성의 소멸과 그에 따른 지가의 하락, 토지 수용 시까지 토지를 종래의 용도대로만 이용해야 할 현상유지의무 등은 토지소유자가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주라 명시한 바 있듯, 서울시의 공원계획 발표로 인해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이 받은 영향은 토지라는 사회적 공공성이 강한 사유재산을 소유한 대한항공이 감당해야 할 제약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 코로나19로 인해 공원녹지의 필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는 오늘, 세계 각국의 선진국들은 공공녹지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왕실의 정원을 개방해 만든 대표적인 도시공원이 있는 영국 런던의 경우 2050년까지 도시 전체 면적의 50%를 녹지화 하는 「London National Park 2050 Project」를 추진하는데 여념이 없으며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인구감소와 도시의 형태변화, 늘어가는 재난발생에 대한 대책으로서 시가지별 녹지비율을 확대하는데 열을 내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나눌 것 없이 도심을 녹지화 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인 서울의 1인당 도시 숲 면적이 고작 4.35㎡에 불과한데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치인 1인당 9㎡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특히나 도시 곳곳이 빼곡하게 개발되어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성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시를 식히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도시 숲이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데 하등 도움 될 것 없는 국가정상회의장과 국제전시장이 아니다.
○ 궁궐의 외원(外苑)이었음에도 왕실이 무너져 내린 후 타국을 위해 사용되며 시민들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던 송현동 부지에 열린 공원화의 길은 지역 사회와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낸 값진 결과다. 이런 공원화의 바람을 무시한 채 보상액 상향만을 꾀하는 재벌기업의 기만극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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