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삽질은 ‘말짱 도루묵’이었다

[10만인 현장리포트-금강에 살어리랏다 ⑬] 보트 위에서 띄우는 마지막 편지
김종술 기자 쪽지보내기 | 15.06.29 18:25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이 주최하고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주관해서 특별기획 '금강에 살어리랏다'를 진행합니다. 보트를 타고 페이스북 등 SNS 생중계를 하면서 현장을 고발하고 기획 보도를 통해 대안도 모색합니다. 이 기획은 충청남도와 충남연구원이 후원합니다. [편집자말]
'이명박근혜' 대통령님, 안녕하신가요? 큰빗이끼벌레를 먹어서 '괴물 기자'란 별명을 얻은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입니다. 바쁘시겠지만. 딱 3분만 시간을 내서 아래 아름다운 동영상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EY_RqfNGsBM아, 흐르는 강이여
여울 위를 지나는 맑은 물소리가 들리나요? 그 속에 돌고기와 쉬리, 모래무지의 치어들이 투명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지요? 청아한 새소리도 들릴 겁니다. 꼬마물떼새입니다. 작은 둥지에 낳은 탐스러운 두 개의 알을 보셨지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의 '금강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에 합류했던 윤순태 자연다큐 영상촬영 작가가 금강의 지천인 유구천에서 잡은 영상입니다.
4대강 사업을 한몸이 되어 밀어붙인 '이명박근혜' 대통령님.
제가 전에 보았던 금강도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여울에서 웃물과 아랫물이 한몸이 되어 뒹굴면서 물속에 산소를 집어넣고, 깊은 소에서는 잠시 쉬었다 가는 곳.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을 것 같았던 곰나루 모래사장. 어린아이들이 그 위를 뛰어다니다가 지치면 솔밭에 쉬었다가 깔깔거리면서 다시 맑은 강물에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믿기지 않으신가요? 그럼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비교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카드뉴스] 비단결 금강, 4대강 공사 전후... 기막힌다
비단결 금강이 왜 이 지경이 된 걸까요? 바로 당신들 때문입니다.
지난 2박 3일 동안 '금강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목격한 건 흐르지 않는 강이었습니다. 녹조가 창궐하고 시궁창 냄새가 나는 큰빗이끼벌레가 탁한 물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지난 24일 우리가 발견한 3m 50cm짜리 큰빗이끼벌레를 보셨지요? 25일에는 무등산 수박보다 더 큰 녀석들이 물속 죽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서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말로는 믿지 못할 것 같아서 제가 직접 물속에 들어가 큰빗이끼벌레를 따는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하루가 지났더니 제 팔뚝에 두드러기가 났습니다.
https://youtu.be/D4qxnaivdkM썩은 강
금강은 밑바닥부터 썩고 있었습니다. 보트를 타고 깊은 물속에 들어가 저질토 채취기로 강바닥을 긁었더니 시꺼먼 뻘속에서 새빨간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들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환경부가 수질오염 지표종으로 삼고 있는 생명체들입니다. 강변에서도 뻘에 들어가 한 삽을 펐더니, 실지렁이들이 드글드글했습니다. 믿기지 않으신가요? 좀, 징그럽지만 당신들이 금강을 어떻게 망쳐놓았는지 보여드리려고 아래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https://youtu.be/P8-2RiP2bLc금강 탐사보도 마지막 날인 26일.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그래도 탐사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비가 잦아질 즈음에 보트를 타고 괴기영화가 나오는 듯한 곳을 조사했습니다. 물고기 떼죽음도 모자라서 세종보 상류에서 집단 수몰당한 나무들. 물 바깥으로 목만 내민 채 죽어가는 버드나무들이 삐죽삐죽 수면 위로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금강에서는 아주 익숙한 모습입니다.
https://youtu.be/lEx-pCUTV9s아 참, 이명박근혜 대통령님. 무슨 말 못할 이유 때문인지, 4대강을 수심 6m로 파내셨죠? 이번에 보니까 그거 말짱 도루묵이었습니다. 세종보 상류의 마리나 선착장에 갔더니 배도 띄울 수 없을 정도로 얕은 수심인데 50cm정도 재퇴적까지 되었더군요. 전에는 금빛 모래사장과 은빛 여울이 있던 곳이었는데, 시궁창 냄새나는 '펄'이 강바닥을 점령했습니다. 물론 그곳에서도 실지렁이를 발견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오일 간사가 물속에 들어갔더니 수렁처럼 계속 펄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https://youtu.be/9ZHioPfEQak우습지 않나요?
2박 3일 동안 시궁창 냄새만 맡기가 너무 지겨워서 장난도 쳐봤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8년 전을 기억하시나요? 낙동강 하굿둑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선보인 어설픈 삽질 퍼포먼스를 말입니다. 멀쩡한 갯흙을 한 삽 푼 뒤에 "섞었다"고 우기면서 4대강 밑바닥도 준설을 해야 한다고 하셨지요? 그 모습을 따라해봤습니다. 4대강 공사3년 뒤에 제가 한 삽 떴더니 색깔은 비슷한데 성분은 아주 다른 것들이 끌려올라오더군요. 실지렁이와 깔따구, 그리고 큰빗이끼벌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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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가짜 삽질' VS. 김종술 기자의 '진짜 삽질' ⓒ 오마이뉴스[/caption]
이명박근혜 대통령님. 이제 2박 3일간, <오마이뉴스> 10만인 현장리포트 지면과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들에게 보낸 편지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시민들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메르스는 낙타에 의해 전염이 되었습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 금강의 호흡기 증후군은 바로 당신들이 만든 '금강의 메르스'였습니다. 메르스를 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서 허둥대고 있지만, 금강의 메르스는 지금이라도 당신들의 말 한마디면 잡을 수 있습니다. 몇 백 년 가뭄에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 증명된 4대강의 모든 수문을 열면 됩니다.
어제(26일) '금강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은 해산 했습니다. 일부는 서울로, 다른 지역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금강에 남았습니다. 금강변에 세워둔 차 안에서 토막잠을 자고 김밥을 먹으면서 당신들이 망쳐놓은 금강을 빨리 살릴 수 있도록 기사를 통한 현장 고발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거대 권력이고, 나는 보잘것없는 '백수 시민기자'이지만 당당하게 맞서겠습니다. 힘은 들지만 안타깝기는 하지만 금강이 살아날 그날을 생각하면서 즐겁게 맞서겠습니다.
즐겁게 맞서겠습니다
마지막으로 10만인클럽 현장리포트를 <오마이뉴스>를 통해 지켜봐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열심히 공유하고 댓글을 달아주시면서 독려해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린 금강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콘크리트 쇠말뚝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유구천에서 찍은 아름다운 강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강을 가져야 할까요? 이 글의 처음에 올린 동영상과 오마이TV가 2박3일간의 보트 탐사보도를 하면서 무인기를 띄워 찍은 아래의 '녹색 강' 영상을 한번 비교해 보세요.
https://youtu.be/u4m5QNuCN0s
백제보가 바라다보이는 왕진교 아래에도 운동장 크기의 모래톱이 드러나고 있다.ⓒ 김종술[/caption]
4대강 사업으로 가로막힌 강물이 흔들렸다. 5년 만에 철옹성 같은 수문이 열린 것이다. 통째로 열린 건 아니다. 높이 7m의 수문 중 30cm가량만 낮아졌다. 바람에 흔들거리던 녹색 물보라가 쏟아져 내렸다. 강바람도 몰아쳤다. 시큼한 악취도 씻겨 내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한 수문개방과 철저한 검증을 약속했다. 당선과 동시에 썩어가는 4대강 수문개방을 지시했다. 지난 6월 수문이 열렸다. ‘찔끔’ 방류였다. 4대강 사업에 부화뇌동했던 관피아들의 저항이었다. 강의 수생태계는 변화가 없었다. 추가 개방을 지시했다.
지난 13일 4대강 16개 보(洑) 중 8개의 보가 추가로 개방했다. 지난 6월 1차 개방한 보까지 합치면 14개로 늘어난 것이다. 개방의 폭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수생태계를 고려해 시간당 2~3cm 수준으로 늘려가면서 최저수위까지 전면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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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수부인 공주보 하류에 거대한 모래톱이 드러났다.ⓒ 김종술[/caption]
세종보와 백제보의 수문이 추가로 개방됐다. 백제보의 수위가 30cm가량 내려갔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크고 작은 모래톱이 드러났다. 시커먼 진흙을 잔뜩 뒤집어쓴 퇴적토부터 백옥처럼 새하얀 모래섬까지 노출되었다. 자연은 위대했다. 겨우 30cm 낮아진 수위에 금강의 희망이 보였다.
공주보 하류, 충남 공주시 유구천과 금강 본류가 만나는 합수부에 거대한 운동장이 만들어졌다. (유구천) 지천에서 흘러든 모래는 비교적 깨끗했다. 금강에서 사라졌던 다슬기도 보였다. 수달은 모래밭을 뒹굴었다. 고라니는 신나게 뛰어다녔다. 이름 모를 새들의 발자국까지 모래밭에 찍어놓은 발 도장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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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감춰져 보이지 않았던 공주보 시설물도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 김종술[/caption]
처참한 몰골도 보였다. 공주보 물받이공을 지탱하는 콘크리트는 구불구불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공주시) 어천리, (부여군) 왕진교 아래는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논 수렁으로 나타났다. 생명을 품고 새싹을 틔우던 버드나무는 앙상하게 뼈대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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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수부인 공주보 하류에 거대한 모래톱이 드러났다. ⓒ 김종술[/caption]
그렇다고 좌절할 일은 아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 강이 가진 자정 능력은 인간의 잣대를 넘어선다. 구불구불 깨지고 부서져도 스스로 회복한다. 오늘보다는 내일의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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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수위가 내려가면서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 모래톱.ⓒ 김종술[/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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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진 모래톱엔 천연기념물 수달의 발 도장이 찍혀있다.ⓒ 김종술[/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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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수부인 공주보 하류에 거대한 모래톱이 드러났다.ⓒ 김종술[/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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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수위가 내려가면서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 모래톱.ⓒ 김종술[/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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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우성면 어천리 인근 물 밖으로 드러난 퇴적토는 시커먼 펄밭이다.ⓒ 김종술[/caption]
4대강 사업 당시 충남 공주시 옥성리 모래톱을 준설하고 있다. 여기에서 퍼낸 모래는 옥성리 농지리모델링에 사용되었다.ⓒ김종술[/caption]
4대강 사업 때 강바닥에서 퍼내 농경지에 쌓은 준설토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농어촌공사는 4대강 공사로 인한 농지 침수 지구를 대상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농지 리모델링 사업을 했다. 4대강에서 퍼낸 골재를 농경지에 쌓아 수 미터씩 복토를 했다. 이 준설토가 골재채취업자들의 표적이 되어 농경지에서 대량 반출되고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6월에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준설 물량은 4.5억㎥이다. 당초 서울 남산 크기의 11배에 해당하는 5.7억㎥를 계획했으나 다소 축소됐다. 골재의 일부는 팔리거나, 아직도 야적된 상태이다. 또 농어촌공사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으로 한강(2곳)과 금강(17곳), 영산강(8곳), 낙동강(113곳) 등 140곳에서 전체 7709㏊ 면적의 농경지에 준설토 1.9억㎥를 복토했다.
이 사업으로 쓴 국민 세금은 1조2천억 원에 달한다.
4대강 사업으로 농경지 리모델링이 이루어진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농경지에서 사업자가 공주시로부터 허가를 받아 다시 육상골재 채취를 하고 있다.ⓒ김종술[/caption]
지난 24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강변 비포장도로가 뽀얀 먼지로 휩싸였다. 대형 덤프트럭이 강변도로와 농로를 줄지어 내달리면서 발생한 것이다. 골재를 채취중인 곳에서는 중장비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커다란 굴착기가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골재를 선별기에 넣어 모래와 자갈을 분리했다. 또 다른 굴착기는 줄지어 들어선 대형덤프 트럭에 골재를 퍼 올렸다. 뒤뚱거리며 달리는 차량에서는 채 빠지지 않은 흙탕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기자에게 충격적인 말을 전해줬다.
4대강 사업 당시 금강에서 나온 골재로 농경지 리모델링 후 농사를 짓던 모습.ⓒ김종술[/caption]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으로 복토됐다. 4대강 사업 당시 시공사인 SK건설사가 강바닥에서 퍼 올린 골재를 이곳으로 옮겨왔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민들이 2년간 농사를 짓지 못하는 비용으로 40억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평탄 작업과 농수로 건설비용으로 40억, 기타 비용까지 총 11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이 세금이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4대강 사업 당시 인근 강변에서 퍼낸 모래로 농경지 복토가 끝난 농지. ⓒ김종술[/caption]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서 공사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 허물어지고 있는데도 이를 관리 감독할 관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한 업자가 지난 2015년 공주시에 ‘골재채취 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우성면 옥성리 587번지 외 57필지에 3단계에 걸쳐서 총면적 163,406.9㎡에서 채취면적 129,357.3㎡를 신청했다. 채취예정량은 254,063,00㎥(건설 골재: 모래 50.50%)다. 허가신청은 지난해 11월 30일까지다. 사업자는 공주시에 추가로 연장 허가를 해놓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음은 골재채취 허가권자인 공주시 담당자의 말이다.
육상골재 허가를 놓고 공주시의 질의에 한국농어촌공사 답변했던 공문.ⓒ김종술[/caption]
당시 농어촌공사 공주지사가 공주시에 처음 보낸 공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던 2011년 충남 부여군 저석리 농경지에 리모델링 사업으로 강에서 퍼낸 모래를 쌓아 놓았다. ⓒ김종술[/caption]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건 아니다. ‘4대강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009년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할 때에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범대위는 “강에서 퍼낸 자갈과 모래는 농사를 짓는 토양에 맞지 않는다”면서 “토양을 높이면 지하수가 고갈되어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범대위는 또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골재를 퍼내야 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골재 채취업자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을 시행하면서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국토해양부의 위임을 받은 농어촌공사가 이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오영환 4대강사업단장은 “농경지를 정비하는 2년의 세월만 견디면 꿈의 농경지가 만들어지고 더 이상 물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오 단장은 그동안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에 이렇게 홍보해왔다.

채송화 작가가 전시한 ‘구르는 나무’. ⓒ 김종술[/caption]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생태공원이 있다. 국가지정 문화재보호구역이다. 당시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세계적인 예술 작품도 전시해 놓았다. 4대강 준공 5년이 흘렀다. 공주시가 여기를 밀어버리겠다고 한다. 축구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환경부, 문화재청의 허가도 끝났다.
문재인 정부는 이용률이 떨어지는 수변공원을 정리해 자연에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때부터다. 자치단체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4대강 공원의 이름이 바뀌고 있다. 지방선거도 내년 6월로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으로 농민들이 쫓겨났다. 강변에서 농사를 지으며 농약과 비료를 사용한다는 주범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떠난 강변 둔치는 중장비가 밀어버렸다. 공원을 짓기 위해서다. 강변엔 낯선 풍경들이 펼쳐졌다.
땅콩밭은 파헤쳐져 시멘트가 깔린 산책로로 변했다. 배추와 무가 자라던 곳에 산과 들에서 옮겨온 조경수가 심어졌다. 황량한 강변은 축구장과 운동시설 등 도심 공원에 있던 시설물로 채워졌다. 4대강 사업비 22조 2천억 원 중 수변 생태 공간 조성비용만 3조 1132억 원의 국민 혈세가 들었다.
이렇게 세운 수변공원이 전국에 357개. 금강 변에 90개의 공원이 있다. 인구 7만 명이 거주하는 부여군에 여의도 공원의 50배가 넘는 공원이 조성됐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원은 ‘우범지대’ 또는 ‘유령공원’으로 불린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등 시설물이 사이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 김종술[/caption]
충남 공주시 ‘쌍신생태공원’이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국가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문화재보호구역이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조성했다. 조경수를 심고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작품을 전시하고 코스모스와 유채꽃을 심어 시민들을 유혹했다.
강변 갈대가 춤을 췄고 새들이 노래했다. 도심에서 가까운 곳이라 찾기도 쉬웠다. 공주시를 찾는 관광객을 위해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에서 ‘연미산자연미술공원’과 연결된 ‘고마나루 명승길’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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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금강 쌍신공원 축구장 조감도. ⓒ 공주시[/caption]
공주시는 금강 수변 종합관광레저 이용계획 수립을 위해 ‘쌍신 축구장’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소는 신관동 496-35번지 ‘쌍신생태공원’ 일원이다. 천연 잔디 축구장 2면 외 부대시설로 관람석, 음수대, 다목적 광장, 수목 및 조형물 이전, 축구장 휀스, 보행자 및 자전거도로 등 사업비는 20억 원이 들어간다.
생활체육 공간 확보로 시민의 여가활동 장소 제공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 주민들의 다양한 체육시설 욕구충족 및 생활체육 수요확대 부응이라고 한다. 본래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사업이 불가능한 ‘근린친수’ 구역이었다. 그러나 2016년 12월 국토교통부 대전지방관리청 중앙하천관리위원회에서 사업이 가능한 ‘친수거점’지구로 완화됐다.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과 문화재청도 특별한 제재는 없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자치단체에서 하천에 시설물을 설치하려고 한다. 주민편의를 생각한다면 수요조사를 통해 도심에 축구장이 건설되어야 한다. 매년 범람 위기가 있는 하천에 축구장 건설은 유지비용도 감당이 안 되며, 전시성 행정이다. 특히 문화재는 지켜져야 할 공간이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시설이라면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축구장 두 면이 그런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제재를 해야 할 문화재청이 자신의 기능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현상변경 허가를 해준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했다. 담당자가 회의에 들어갔다며 연락을 주기로 했으나 답변은 없었다.
1일 현장을 찾아갔다. 잔디가 깔린 입구엔 리앙하오(중국/미국) 작가가 설치한 작품이 있다. ‘존재의 선율’이라는 작품이다. ‘내적, 외적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시각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소리도 이용할 수 있다. 마음과 정신을 자유롭게 한다. 나무에 깃든 생명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나무와 나 자신으로부터 나온 에너지를 동시에 이용한다.’는 설명도 붙어있다.
채송화 한국 작가가 전시한 ‘구르는 나무’라고 적힌 작품도 있다. 작품 앞에는 노란 은행잎이 수북이 쌓였다. 4대강 사업에도 뽑히지 않고 살아남은 나무들이 작품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인도 작가부터 일본 작가의 ‘라치쿠 헥스’라는 작품까지 볼수록 빠져든다.
산책을 나온 시민을 만나봤다. 신관동에 산다는 주부는 “4대강 사업으로 보석 같은 모래톱이 사라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되돌아가는 시기에 축구장 건설은 말도 안 된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니까 (단체장) 치적을 쌓으려고 하는 것 같다. 500m 떨어진 곳에 축구장도 이용자가 없다.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뛰는 꼴이다”고 꼬집었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관계자는 “우리는 힘이 없다. 시에서 (작품) 옮기라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 소문으로는 ‘비엔날레 놈들 때문에 (축구장) 못 한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 시설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설치한 작품으로 작가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주시 담당자는 “생활체육공원조성이란 명목으로 국비 4억 5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2015년도부터 추진된 사업으로 선거를 앞두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대회 유치를 위해 국제규격으로 만들 것이다. 4개월 정도면 공사가 끝나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용객을 위한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예산 확보가 안 돼서 추가로 예산을 세워서 만들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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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홍수가 발생하면서 유네스코 공산성이 바라다보이는 둔치에 조성한 수변공원이 침수되고 있다. ⓒ 김종술[/caption]
4대강 사업은 70~80%의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강행한 사업이다. 물고기 떼죽음과 녹조가 창궐하면서 수질오염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천연 잔디를 가꾸기 위해서는 비료를 뿌려야 한다. 축구장에 뿌려진 비료는 강으로 흘러든다. 결국, 또다시 오염을 증가시키는 시설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문의 : 물순환팀 안숙희 02-735-7066
충남 공주시 공주보에 단체가 수문개방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김종술[/caption]
공주시 농업단체가 4대강 수문개방을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단체는 농번기를 앞두고 물 부족을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충남 공주시 무릉동 양수장 시설을 보강하고 있다.ⓒ 김종술[/caption]
4대강 사업은 비단처럼 굽이쳐 흐르던 금강을 파괴했다. 식수로 사용하던 강물은 보가 생기면서 썩고 녹조가 창궐했다. 물고기 떼죽음과 함께 큰빗이끼벌레가 생겨나고 미세한 펄층이 강바닥을 뒤덮으면서 환경부 수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등만 살아가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4대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 수문개방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물 빠진 금강은 온통 진흙 펄이 드러났다. 그러나 금강은 상류와 하류의 표고 차가 높아서 빠른 속도로 물이 흐르고 퇴적된 오염원이 씻기면서 하루가 다르게 회복 중이다.
금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난 14일부터 정부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공주보 상류 소학동과 무릉동 등 기존 농업용 양수장에 원활한 용수공급을 위한 '수원공' 보수공사를 진행 중이다. 농어촌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으로 '4대강 재자연화를 목적으로 보를 해체 등 처리방안 수립의 일환으로 금강 3개보(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를 확대개방 발표에 따라 수위저하로 인한 기존 농업용 양수장 임시시설 설치계획을 수립하여 관개기간 중 원활한 용수공급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충남 공주시 농업단체들이 공주보 주변에 내건 현수막이 비슷비슷하다.ⓒ 김종술[/caption]
공주시 4-H 연합회 회장은 "곧 모내기를 시작한다. 회원들이 농업용수가 부족하다고 걱정이 돼서 농업단체들끼리 협의 후에 현수막을 걸었다. 농업인들은 매년 농업용수가 부족하다고 언론에 나온다. 금강둔치공원에만 가도 강이 말라 있어 올해 물이 부족할지 걱정이 앞서서 그렇지, 정치적 의도는 없다. 단체들끼리 합의를 하고 한 곳에 의뢰하다 보니 현수막이 비슷한 것이다. 농민들은 물의 질보다는 양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농촌지도자회 공주시연합회 회장은 "수문을 열어서 양수장 공사를 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취수를 못 하는 거 아니냐?, 지금보다 더 물을 빼면 물이 부족할지 걱정이다. 물 때문에 그런 것이지 정치적 의도는 없다. 앞으로 걱정돼서 한 것이다. 농사짓는 입장에서는 물 부족이 앞서는 것이다"고 말했다.
공주시 시설채소연합회 회장은 "물을 뺀다고 해서 혹시나 부족할까 봐 걱정돼서 한 것이다. 농사철을 앞두고 대비 차원에서 한 것이다. 단체별로 자율적으로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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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금강둔치공원 앞이 4대강 수문개방으로 녹조가 창궐하던 강물이 흐르면서 강의 모래톱이 살아나고 있다.ⓒ 김종술[/caption]
공주시 신관동에 사는 한 주민은 "4대강 때문에 금강물이 더럽게 변했다. 금강을 볼 때마다 쌀이며 농산물까지 먹거리에 걱정이 많았다. 맑고 깨끗한 물로 농사지으면 농민도 소비자도 좋은데 (수문 개방)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선거 때가 다가오니 흑색선전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농어촌공사 담당자는 "최근 3년간 농번기 물 부족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평년대비 30년을 놓고 보면 저수율이 높아서 농업용수 부족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농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서 홍보가 부족해 보였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 이후 강물이 썩어서 녹조가 발생하고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 물질 창궐로 강이 시름 하고 있다. 간질환을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일본과 독일 등 농산물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있다. 물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중요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관변단체가 동원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찬성·반대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2010년 공주시는 관변단체를 동원해 4대강 찬성집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 공주시는 심사위원들도 모르게 '사회단체보조금' 600만 원을 '공주시새마을회'에 지급했다. 지원을 받은 시민, 기관·단체 등은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4대강 사업 촉구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당시 '금강을지키는사람들'과 '공주민주단체협의회'는 공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 세금으로 관변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해 4대강 찬성 집회에 지원하여 관제 시위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현수막은 불법 현수막으로 간주해 하루 만에 철거하면서도, 단체를 동원해 대형버스 10대 450만 원, 방송시설 150만 원 등 6백만 원을 지원한 것에 대한 해명과 진실 촉구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의 : 물순환 담당 02-735-7066
합천보 수문이 활짝 열렸던 지난 2017년 12월 중순경의 박석진교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 넓은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가고 있다. 전형적인 낙동강의 모습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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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수문이 닫히자 다시 거대한 물그릇으로 변해버린 낙동강. 박석진교 부근 낙동강의 모습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이날 수위는 해발 8미터까지 차오르며 불과 일주일여 만에 수위가 3미터 이상 올랐다. 수위가 차오르자 낙동강은 다시 거대한 물그릇으로 바뀌었고 강물은 탁했다. 지난 1월 말에 보았던 넓은 모래톱과 여울목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세차게 흐르던 강은 흐름을 멈췄다. 되살아난 듯했던 낙동강이 다시 죽어가고 있는 듯했다.
현풍양수장의 양수구 말단부가 강물에 완전히 잠겨 양수가 가능하게 됐지만 아직 양수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주변은 각종 부유물과 물고기 사체만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다시 죽음의 공간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듯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정부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수문을 닫는다고 했지만 현풍양수장은 가동의 기미도 없었다. 실제로 강물은 달성군의 주변 들판으로 전혀 공급되고 있지 않았다.
수문을 이렇게 급하게 닫을 이유가 없었다. 쫓기듯 수문을 닫은 이유가 정말 무엇인지 묻고 싶다. 보를 여는 데는 만 6년여가 걸렸지만 다시 닫아거는 데는 불과 석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곽상수 이장이 현풍면 원교리 양파밭에서 겨울농사의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현풍들을 둘러본 곽상수 이장은 이번에 수문을 닫은 것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곽 이장의 말대로 원교리의 넓은 들에서 마늘과 양파밭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면적의 5%도 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또한 농수로는 바짝 말라 있었다. 물이 들어올 기미조차 없어 보였다. 곽이장이 다시 설명했다.
2011년 당시 4대강사업 후 들어선 합천보로 침수피해을 입어 수박농사를 망쳤다면서 농민들이 내건 현수막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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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자라지 않은 수박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2011년 여름ⓒ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4대강사업 후 이곳 연리들 주민들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며 대책을 요구했지만 합천보를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합천보와 연리들의 지하수는 아무 상관이 없다. 배수불량으로 일어나는 피해로 보인다"는 등 관련성을 극구 부인했다.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어떠한 피해대책도 없었다.
현풍양수장의 양수구가 강물에 잠겼다. 이처럼 양수구의 말단부를 강물 속으로 연장해서 연결해주면 될 터이다. 양수장의 개선으로 양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넓게 펼쳐진 밭에 양파가 빼곡이 심겨져 있다. 구지면 도동2리. 저 너머에 낙동강 제방이 보인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결국 3월까지는 수문을 열어두어도 된다는 말이다. 아직 땅이 꽝꽝 얼어 물을 댈 수 없다는 것이 현장 농민의 정확한 증언이다. 지난 1월 중순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한국농업경인연연합회 소속 농민들을 불러다가 주장한 것은 과장이었음이 밝혀진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2월 초중순에 물을 대야 하기 때문에 합천보의 수문을 하루빨리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의원과의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보수적인 지역 언론에서 대서특필했고 그것이 지역의 여론인 양 호도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이렇게 급하게 수문을 닫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2월 말이나 3월 초에 닫아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수문을 닫은 지 8일째인 2월 10일의 낙동강은 벌써 양수제약 수위까지 물이 차올랐다. 농사에 필요하더라도 수문을 닫으면 일주일만에 수위를 회복하는 것도 확인했다.
도동2리 일대 밭에 강물을 공급하는 도동양수장. 이런 정도의 양수장은 비상시 양수기 여러대를 돌리면 충분히 강물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곽이장의 설명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이것이 이 지역 농민들의 정서다. 강물을 끌어다 쓸 수 있다면 그래서 농작물에 피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수문개방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MB가 4대강사업을 밀어붙일 당시 수십 대의 응급 비상펌프를 이용해서 물을 퍼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농어촌공사와 달성군의 행태가 너무 차이 난다.
농어촌공사와 달성군이 나서서 비상대책을 세우고 물을 댈 수 있다면 낙동강 보의 수문을 더 긴 시간 열 수 있을 것이다. 수문개방이라는 대의에 맞선 농업 유관 기관의 협조와 대비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올해 말, 수문개방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보의 존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올 한 해 모니터링 자료가 정말 중요하다. 그 중요한 자료를 위해서라도 수문이 활짝 열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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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수문을 닫자 일어난 생태적 교란으로 죽은 것으로 보이는 누치 한 마리의 눈망울이 슬프다. 마치 제발 살려주세요 라고 외치는 것 같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일부 농민들과 이를 이용하는 세력의 주장에 휘둘려 국가의 시책이 흔들린다면 어떻게 제대로 된 모니터링 결과를 얻을 것이며, 어떻게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인가.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강한 원칙을 가지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비상수단을 동원해 해결해가면서 수문개방이라는 대의를 지켜야 한다.
수문개방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농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농업용수 이용에는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다, 강물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강을 강답게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농민들을 더욱 설득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턱없이 부족했다. 중앙과 지방정부 모두 수문개방과 재자연화란 대의를 원칙으로 삼고 농민과 주민들을 적극 설득해나갈 필요가 있다.
문의 : 물순환 담당 02-735-7066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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