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한 논평>
‘남북 환경 공동체’, ‘동북아 원자력 안전협의체’ 제안 시의적절
-경제성장과 국제 관계의 도구로만 환경을 활용하겠다는 인식은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815 경축사에서 ‘남북 환경 공동체와 ’동북아 원자력 안전협의체‘ 등을 제안한 것을 환영한다. 국경을 넘는 환경 의제의 특징을 고려할 때, 남북과 동북아 차원의 협력을 제안한 것은 바람직하고 합리적이다.
첫째, 남북의 소통과 융합을 위한 방안으로 “한반도의 생태계를 연결하고 복원하기 위한 환경협력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것은 적절하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산림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력 사업을 확대해 가야한다.”는 것도 현실적이다. 환경공동체 구상은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는 환경 협력의 특징, 남북에 걸쳐 발생하는 자연 재해의 관리, 생물자원의 보호와 생태계 보전의 효율적 추진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전략이다.
또한 ‘이러한 협력의 시동을 위해 오는 10월 평창에서 개최되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북측 대표단이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표한 것도 긍정적이다.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와 함께 유엔 환경협약의 양대 산맥으로, 개최국 수장은 자국의 생물다양성 비전을 발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 대표까지 참여한 자리에서, 세계적인 생태자원인 DMZ의 보호, 한반도 단일 생태계의 복원 등을 발표한다면 이는 세계의 뉴스가 될 것이다.
둘째,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이 중심이 되어 원자력 안전협의체를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동아시아에는 핵발전소 96기가 가동 중이고, 117기가 건설 또는 계획 중이어서, 지역 내 최대의 위험이다.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동북아는 원자력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이고, ‘원자력 안전문제가 지역주민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동북아에서 핵발전소의 안전 대책을 함께 만들자고 한 것은 동북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재난구조 협력과 기후변화 대응’ 등 ‘다른 분야에서도 공동의 협력을 확대하며 항구적 평화와 번영의 틀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국경을 넘는 재해(황사, 풍수해 등)나 전염병(구제역, 조류독감 등)을 관리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지역 차원의 협력이 절실하다. 또한 기후변화협약의 표류에 일조하고 있는 3국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면,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결정적 계기가 만들어 질 것이기에 라는 데서 중요한 제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축사는 진정성을 보여주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환경공동체 구상은 새로운 내용이라기보다, 김대중 정부를 비롯해 여러 차례 거론되고 시도되었던 사안이다. 따라서 구상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실현 방안들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한 주체도 명확히 해야 한다. 하지만 경축사는 ‘남북한과 국제사회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환경 공동체 형성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모호한 표현에 그치고 있어 실현이 의문시된다. 생물다양성협약 준비 과정에서도 북한에 대한 초대나 남북공동 활동에 대해서는 거의 검토되지 않는 상태라, 뒤늦게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으로, 핵의 안전에 대한 동북아 차원의 공동 노력을 주장하기에 앞서, 한국의 상황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대책이 우선 제시됐어야 한다. 수명을 연장해 38년째 가동 중인 고리1호기와 수명 연장을 추진 중인 월성 1호기의 위험천만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다른 나라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주장은 호응을 받기 힘들다.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서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원전 마피아들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위험을 강조하기 위해 “무엇보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너무나 위험하고 비정상적입니다.”라고 했는데, 이는 국내 핵발전소에 대해 마찬가지로 적용했어야 한다.
또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 국민안전 부각을 계기로 에너지와 안전 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관광·의료 등 유망서비스업도 규제개혁을 통해 성장 동력화 해야’ 한다고 한 것도 문제가 있다. 취지가 기후변화 대응보다 ‘에너지 산업 육성’에, ‘국민 안전’이 아니라 ‘안전 산업 육성’에 있는 것으로 읽히는 탓이다. 또한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며 마구잡이로 추진 중인 최근의 규제완화(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산지 내 영리병원 시설 등) 흐름과 연결하면, 환경이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된다.
환경운동연합은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환경 관련 의제가 등장한 것에 대해 반갑게 생각하며, 제안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환경을 단순히 수단과 도구로만 활용해서는 곤란하며, 나라의 지속가능성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대통령의 제안은 남북의 경색된 관계 때문에 그 자체로만 해석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비정치적인 환경이슈조차 독립적으로 논의되기 어려울 정도로 남북관계가 극단적으로 경색된 탓이다. 따라서 정부는 좀 더 치밀한 절차와 방법을 마련해 제안의 현실성을 높이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남북의 주요한 소통 분야로 지지받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2014. 8. 17.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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