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시는 서울시와 자치구 간의 행정 분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소(小) 지방 분권'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협의 기구를 정례화해 점검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조정교부금 교부율 인상과 특별교부금 현실화, 시비 보조 사업 보조율 인상, 자치구 세원 확충, 사무 위임 확대, 조직권 이양, 자치구 인센티브 사업 개선, 주민 직접 참여 제도 강화'와 같은 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서울시의 이런 시도는 그간 중앙 정부에 의한 분권화가 실질적인 재정 분권 없이 사무만 이양함에 따라, 사실상 지방 정부에 대한 부담 떠넘기기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 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라 할 만하다. 그리고 오는 16일 서울시와 자치구청장 간의 재정 분권을 위한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서는 교부금 문제나 보조 사업의 매칭 사업비와 같은 전통적인 재정 보조 제도뿐만 아니라 참여예산제도 중요한 의제로 들어가 있다.
현재 4년 차에 접어든 서울시 참여예산제는 매년 새로운 쟁점을 만들어 내고 그에 맞춰 제도를 바꿔왔다. 통상 제도는 도입되면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안정화의 단계에 접어든다. 이른바 경로 의존성인데, 기본적으로 제도의 속성 자체가 넓은 의미에서 의사소통의 방식을 규정하는 데 있다고 볼 때, 안정화는 곧 제도의 견고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도입되는 제도들은 대부분 수년의 시행착오기를 거치면 점차 딱딱해져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제한적인 변경 이외 새로운 과정의 추가나 배제와 같이 구조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탄력성을 잃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경향성이 모든 제도에 적절한 것은 아니다. 특히 특정한 사업의 내용에서 가변적 요인이 많고 오히려 제도의 취지 자체가 역동성을 요구할 때는 견고함보다 탄력성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서울시 참여예산제는 용케도 제도의 경직을 버텨내고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내 온 편이다.
서울시라는 요인이 장점도 되고 단점이 되다
제도적으로 보면 넓은 공모위원의 비율, 남녀동수 위원장단의 구성, 넓은 참여예산의 범위,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지원협의회의 존재, 회의 공개 등 투명성 규정 등은 상대적으로 서울시 참여예산제도가 타 사례에 비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와 같은 제도가 정착하는데 필수적이었던 환경적 요인에 주목하고자 한다. 서울시 참여예산제도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재정 여건에 따라 타 지방 정부에 비해 참여 예산 사업의 효능감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 제도 자체가 얼마나 잘 설계되었는가의 문제를 차치하고 결정의 효능감을 주는 가장 중요한 기제는 '분배 가능한 자원의 규모'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연간 500억 원에 달하는 서울시 참여 예산 사업비는 비교적 늦게 시작한 서울시 참여예산제도를 실질화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
다음으로 다른 지역하고 다르게 다양한 참여예산위원 풀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서울이라는 특수성을 빼곤 설명할 수 없는 이 특징은, 현재 각 분과위 위원장단의 현업을 확인해도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이 관련 민간 단체나 혹은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풍부한 참여예산위원의 풀은 여타 지역에서 불거진 전문성 논란을 다소나마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이다. 통상 참여 제도에서 실질적인 효과는 참여의 규모가 아니라 참여 주체의 다양성에서 결정된다. 즉, 균질한 계층 혹은 직업군이 모인 1000명보다는 다양한 계층과 직업군이 모인 100명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이라는 대도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은 그 자체로 서울시 참여예산제도를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 행정부의 강한 드라이브를 들 수 있다. 시장의 의지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담당 부서의 의지가 주효했다. 이를 기타 민간위원회와 같이 행정국 소관 위원회로 남겨두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면에서 서울시의 예산총괄부서가 참여예산제를 담당하고 상당 수준의 의지를 발휘한 것은 서울시 참여예산제도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였다.
▲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위와 같이 서울시 참여예산제도가 정착하는데 핵심적이었던 환경적 요인이 그대로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선 서울시 참여 예산 규모는 사실상 지역회의를 대체하는 자치구 수준의 참여 예산을 압도한다. 결국 제도의 효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서울시 참여 예산으로의 집중이 자연스럽다. 이는 자치구 참여예산제도의 형해화를 가져오는 한편, 불가피하게 서울시 참여예산제도가 예산 전반에 대한 관심보다는 개별 참여 예산 사업의 선정에 집중하게 되는 요인이다.
다음으로 다양한 참여 예산의 풀을 보자. 민간의 전문성이 높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이런 특징은 자칫하면 참여 예산 내의 이중 구조를 만들 개연성도 있다. 즉, 참여예산위원회 내에 일반 시민과 특수화된 시민 간의 간극이다. 실제로 1년차, 2년차 사업을 지켜보면서 각급 회의를 주도하는 위원들은 대부분 압도적인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위원들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회를 운영하는 데 우려할 만한 사안들도 발생한다는 점인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회의 내용의 공개성에 대한 부분이다. 즉, 참여예산위원회가 비공개회의를 개최하는 사례는 당초 참여예산제도가 왜 도입되었는지에 대한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이와 같은 일부의 사례를 가지고 일반적인 단점으로 부각시킬 수는 없지만 서울이라는 특수성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빠르게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변형된 보조 사업으로 전락하기 직전인 참여예산제
결국 이런 조건들은 서울시 참여예산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인 '탄력성'에 의해 조율되었다. 즉, 1년 차에서 불거진 남성 위원들의 회의 독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남녀위원장제를 제도화하고, 회의 내외에서 불거진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윤리 규정을 만들었다. 또 예산 전반에 대한 편성 방향과 대규모 투자 사업에 대한 의견 제시를 위해 임의적으로 시작한 온예산위원(서울시 전체 예산을 검토하는 예산위원) 제도는 2년차를 거치면서 상당한 수준으로 제도화되었고, 3년차인 2014년에는 아예 운영 계획을 통해 반영되었으며 4년차인 올해부터는 상반기부터 시행되었다. 참여예산위원회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 분과의 위원장단으로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제도 운영과 관련된 조정을 전담했으며, 참여예산위원회와 담당 행정부서 사이에서 제도 개선의 방향과 운영계획의 구체적인 적용을 위한 협의 기능을 지원협의회가 수행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이라는 제도의 유연함이 작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참여예산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아예 참여예산제도를 전담하는 부서가 신설될 4년차에 이런 균형이 깨졌다. 당장 올해부터 적용된 광역 사업과 지역 사업의 이원화에 대해 제대로 시뮬레이션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시행착오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주제별 사업 선정이라는 의제 기능 자체가 기존 부서별 정책 사업 수준으로 재편성되면서 새롭고 창조적인 사업이 구조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되었다. 또 광역 사업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업 범위의 측면이 아니라 동일한 사업의 다수 자치구 공동 시행이라는 면으로 이해됨에 따라 오히려 자치구 간 짬짜미를 제도화했다. 이를테면,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과 영등포구 등 16개 자치구에 하수관거를 개량하는 사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앞의 사업은 '청소년 활동 지원'이라는 사업에 묶어 버림으로써 해당 사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반면, 16개 자치구별 개별 사업의 묶음일 뿐인 '노후 하수관거 개량 사업'은 수많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를 만들어냈다. 작년까지만 해도 후자의 사업은 영등포구 하수관거 개량사업과 구로구 하수관거 개량사업이 경쟁관계였으나 하나의 의제사업으로 묶여 버림으로써 오히려 하수관거 사업으로 일치단결이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런 딜레마는 애초 의제별 사업 구성을 제안하면서 참여예산위원회를 '위원회들의 위원회'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던 애초의 의도를 벗어난 것이다. 각 부서별로 구성되어 있는 정책 거버넌스의 의제 기능을 활용해서, 부서별로 포용하기 어려운 새로운 시범 사업 등을 제안받고 해당 위원회가 참여예산위원회의 각 분과와 공동으로 숙의하는 모델을 제안했었던 취지는 새로운 사업 유형을 적극적으로 개발함으로써 기존의 관성화된 참여예산제안 사업들의 목록을 다양화하자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민 정체성을 자치구로 한정하는 위원 선발 구조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치구, 그리고 자치구에서는 편성하지 않은 재정사업들이 서울시에 참여예산사업으로 제안되는 모순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급기야 서울시 참여예산 사업비 500억 원을 그냥 25개 자치구마다 정액 분배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서두에서 언급한 '지방 분권'을 위한 과제로서 자치구청장들이 그 주장을 한 주인공이다. 서울시 참여예산제는 별도의 지역회의를 두지 않고 자치구 참여예산위원회를 지역회의로 갈음한다. 그 때문에 1차연도에 참여예산위원회 조차도 없는 자치구들은 2년차부터 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울시 참여예산위원회에 상정되는 자치구 사업들은 모두 구 참여예산위원회의 심사결과보고서와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즉, 사업 심사에 자치구 참여예산에 대한 질적 평가도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어쨌든 전체 자치구 중 1년에 한두 차례라도 참여예산위원회를 운영하지 않는 곳은 없다. 여전히 동별 지역회의에서는 동장이 적어온 사업목록에서 사업을 선정한다. 자치구 참여예산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청장의 의지여서 '구청장 참여예산제'라는 냉소가 공존하지만 서울시 참여예산제도가 주민참여를 강화하는 기능을 해왔다.
그런데 이런 과정 자체를 다 생략하고 그냥 자치구로 참여 예산 사업비를 정액으로 배분해주면, 그것을 자치구 참여예산제를 통해서 사용하겠다고 한다. 언뜻 보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런 구조는 사실상 서울시 참여예산제를 식물화하려는 것에 다름없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자치구 참여예산제는 어디까지나 구청장의 의지와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즉, 구청장이 자기 구의 참여예산제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면, 최대한 사업비를 반영하는 것과 동시에 재정수준에 맞는 참여사업들을 발굴해야 한다. 그런데 매번 도로 개선 사업같은 것은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예산 재량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 아닌가. 이런 제도상의 난맥을 광역 정부의 재원을 통해서 해소한다고 그것을 정말 '참여예산제'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 번째로는 구청장들이 말하는 지방 분권이 고작 '행정 분권'의 수준에서만 이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청장의 재량이 커진다고 이를 곧바로 주민자치권이 확대된다고 보기 힘들다. 참여예산제의 핵심은 단체장의 편성권을 분배하는 것이지, 단체장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구청장들은 서울시장이 서울시민들에게 나눠준 편성권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꺾어선 안 된다
사실 이런 안에 대해 서울시 시장단 사이에서도 부서 간에도 이견이 있다고 한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참여예산제를 사업비 배분 방식 정도로만 이해하는 수준에서 보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참여의 과정이고, 그 결정이 만들어 낸 결과가 참여의 형식과 내용을 바꾸는 연속적인 경험이 지속적으로 서울시민 사이에서 공유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현재 서울시 참여예산제는 현재의 행정과 시민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선진적인 제도라고 해서 도입 자체만으로 제도의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바뀌어 가고 나아질 수 있다는 참여자들의 기대감을 꺾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올해 절반을 지내온 서울시 참여 예산은 지난 4년을 통틀어서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동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차적으로는 제도를 촘촘히 보완하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한 행정부서의 접근법이 잘못되었다. 또 지원센터 등 지원 기구가 기존의 지원협의회 기능을 효과적으로 대체하지 못함으로써, 지원센터는 집행기구로 지원협의회는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렀다. 이 사이 바뀐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 참여예산위원회의 혼란은 가중되었다. 실제로 현장담사에서 분과별 심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불과 3일 만에 수백 건의 사업에 대한 선정절차를 마무리해야 했다. 평가 기준도 의제별 사업 선정의 취지도 제대로 이해할 시간도 없이 자치구에서 보내온 문자와 메일로 점지한 사업들이 대거 선정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들려온 자치구 전액 배분 요구, 그것도 지방 분권이라는 명목으로 구청장들이 요구했다는 소식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참여예산제도가 뿌리조차 내리지 못한 상황임을 직감하게 한다. 2011년에 주민 참여 예산의 운용을 의무화한 '지방재정법' 개정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부실화된 지방 재정의 원인이 지방정부 단체장들의 무리한 재정 사업 때문이라는 진단에 따라 이루어졌다. 즉 우리나라에서 참여예산제가 의무화된 배경에는 단체장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법적 취지가 있다는 말이다. 사업비 수준도 중요하지만, 정작 참여예산제에 대한 단체장들의 몰이해가 현재 서울시 참여예산제를 가장 위태롭게 하고 있다. 진정 '쿼바디스'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7월 11일(월) 공청회을 열고 2015년도 결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했다. 공청회에서는 법인세 인상 및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필요성 여부에 진술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진술인으로 김경호 홍익대 교수와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김태일 고려대 교수,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이 나와 2015회계연도 결산과 관련한 의견을 발표했다.
김태일 교수는 "우리나라 근로소득세 면세자는 2015년 48%로 뛰었다"며 "이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면세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세액공제로 바뀐 방향은 맞지만 이렇게 많은 면세자가 나온 것은 문제"라며 "증세를 하려면 소득세를 올려야 하는데 이미 소득세를 내고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이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인세 인상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년간 법인세 세율 변화를 보면, 뚜렷하게 낮춰져온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대기업의 이익이 증가하고, 양극화 간극이 더 벌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매년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재정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국회에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은 원장도 "한국 재정은 분명한 재정위기 상태인데 증세 없는 복지의 틀에 갇혀 문제 해결을 못하고 있다"면서 "주세·담뱃세는 올리면서 법인세 증세는 거부하는 납득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불용액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은 실제 추경 집행 시에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업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즉, 추경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모양을 내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우려다.
정창수 소장은 "2015년 결산을 보면 추경을 새로 편성해서 경기를 확장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나 물음표가 생긴다"면서 "불용비율이 2011년부터 급증해 4년 사이 2배로 뛰었다는 것은 실제 집행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업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로 인해 '경기 안 좋으니까 모양을 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면서 "올해 추경은 어떤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태 연구위원은 "지난 해 추경으로 인해 투자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졌다"며 "4분기 경제 침체를 막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2015년 중 재정정책을 확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대외여건 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당시 중국경제 불안, 미국 금리인상 등 이른바 'G2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고, 저유가에 따른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예결특위는 12∼13일 이틀 동안 종합정책질의를 열 예정이다. 이후 14일에는 경제부처, 15일에는 비경제부처를 대상으로 예산집행 내역에 대해 질의한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22일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서는 예년과 달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완전히 배제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기 부양 명목으로 추경 때마다 SOC를 끼워 넣던 관례에서 벗어나, 구조조정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추경의 본래 목적에 집중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22일 “경기침체 상황에서의 (경기 부양 목적의) 추경이라기보다는 구조조정에 따라 대량 실업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실시하는 추경”이라고 강조했다. 추경에서 SOC사업이 빠진 것은 2005년 이후 11년 만이다.
선심성 예산, 지역 차별 논란 등 불필요한 정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 SOC사업이 배제된 주요 이유다. 추경 집행 시점이 늦어질 경우, 내년 본예산과 집행 시기에서 차이가 없어져 추경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괜한 빌미로 국회에서 추경안 통과가 지체되는 일은 막겠다는 생각이다. 이 점에서는 이미 정치권도 여야 구분 없이 SOC사업 제외를 요청하는 등 정부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매년 SOC 사업이 누적되면서 이미 도로나 철도 보급이 충분히 이뤄졌다는 점도 요인으로 지적된다.
SOC가 빠진 추경이 일자리 증가ㆍ성장률 증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는 전문가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SOC는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재정에서의 부담이 더 큰 측면이 있고, 고용과 성장률에는 도움이 전혀 안 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SOC가 실업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향후 추가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을 고려한다면 SOC 편성이 어느 정도는 필요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추경 수혜를 기대했던 건설업계는 시무룩한 반응이다. 한 건설업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기를 일으키는 데는 건설업만한 게 없다”며 “최근 설비투자가 부진했음에도 건설투자가 활발해 전체 성장률을 견인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리스는 선택적 복지를 하는데 공무원 등 특수계층에 혜택을 많이 줘 재정위기를 맞은 반면 북유럽은 보편적 복지를 하는데도 오히려 재정이 건전한 아이러니가 있죠.”
‘최순실과 예산도둑’을 쓴 정창수 나람살림연구소장은 지난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복지가 사회보험 중심인데 오히려 가장 잘 사는 10분위가 더 혜택을 받고 있고 (공무원과 군인 등)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 출신이 연금을 많이 받아 훨씬 생활이 낫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대우조선처럼 천문학적 지원을 회사에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스웨덴은 (말뫼조선소 사례처럼 신재생에너지와 IT투자 등) 직원들이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재교육비로 투입해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에 대해서는 “외국은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재정으로 보전하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은 제외하고 있어) 숫자개념도 불분명하다”며 “이제는 월급도 많이 늘었는데 수혜를 보는 연금구조가 맞는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경제예산이 산업화시대부터 너무 크고 재정 낭비요소도 많다. 복지 때문에 빚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쓰임새를 효율화하지 못해 늘어난 것”이라며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대비 투자확대를 포함, 지출구조조정을 강조했다. 기초수급자 부양의무자제도만 봐도 소식도 없는 자식이 있으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로 세금으로 하는 복지가 재정에서 볼 때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국회가 결산을 제대로 실시하고 옴부즈맨제를 실시해 신고된 예산낭비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재량예산에 대해 페이고를 할 수도 있지만 지출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4년간 지방보조금 3억2000만원을 빼돌린 서울 은평구 A정신건강증진센터 회계담당 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업무상 횡령과 정신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최모씨(여·29)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9년부터 A정신건강증진센터 회계담당으로 일하던 최씨는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121차례 총 3억2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직원들의 급여에서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와 4대 사회보장보험, 사용자 측에서 부담하는 퇴직적립금 등을 가로챘다. 근로소득세 등은 급여 실수령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최씨는 원천징수된 근로소득세 등을 주 사업 계좌에서 예비 계좌로 이체한 뒤 다시 개인 계좌 3개로 분산해 빼돌렸다. 매년 남는 사업예산은 회계연도 말에 허위로 결산보고서를 꾸며 횡령했다.
4년간 이어져온 최씨 범행은 새로운 보조금 감독자가 발령 나면서 덜미를 잡혔다. 새로 온 보조금 감독자는 인수인계 중 회계처리 부분에 이상한 점을 발견해 경찰에 고발했다. 최씨는 횡령한 돈으로 100만원짜리 고양이 2마리를 사서 키우고 고가 가방을 구입하는 데 썼다. 또 일본·호주·프랑스 등 해외여행 경비로도 사용했다.
경찰은 이날 최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해당 지자체에 대해선 보조금 운영과 관련해 회계감사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므로 자체 감사를 강화해 정부보조금이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선전이 본격화하면서 복지·고용 등과 관련한 대형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지극히 부실하다. 많은 후보가 재원대책은 아예 내놓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제시하더라도 원칙적인 방향 제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원칙적인 입장이나마 재원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증세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재원대책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국민연금 수급액 인상 공약=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월평균 수급액은 4월에 3,520원 올라 35만6,110원이다. 반면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의 월평균 소득은 211만원이다.
어떻게 이렇게 용돈연금이 나올까. 소득대체율과 납부기간의 비밀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은 한 사람이 40년간 국민연금을 납부한다고 했을 때 받는 월평균 소득 대비 수급액이다. 2017년은 소득대체율이 45.5%이고 매년 0.5%포인트씩 줄어 오는 2028년이면 40%가 된다. 연금재원이 고갈된다고 계속 줄이는 중이다. 이렇게 줄여도 2060년이면 국민연금이 완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득대체율 45.5%면 96만원이다. 하지만 평균 납부기한은 현재 15년이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받는 금액이 35만원이다.
유승민 후보는 현재 월평균 35만원인 국민연금에 최저연금액을 도입, 단계적으로 80만원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소득대체율 40%를 50%로 올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엄청난 국민연금보험료 인상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보험료는 근로자가 4.5%, 사용자가 4.5%를 내서 합하면 9%다. 지금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판에 받는 금액을 늘리려 하면 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내년에 5년 주기인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미 지금보다 훨씬 나쁘게 나온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국민연금 수급기간이 늘어나는 판에 경제성장률은 안 좋으니 2060년인 국민연금 소진 시점도 지금보다 대폭 앞당겨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와중에 수급액을 대폭 올리자는 것은 급격히 국민연금보험료를 인상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설사 집권한다 해도 실행하기 어려운 공약이라는 것이 오 위원장의 진단이다.
유승민 후보의 최저연금지급액 80만원 공약은 정도가 더 심하다. 비록 점진적으로 올린다고 해도 현재(35만원)보다 두 배 이상 인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사실 유 후보의 최저연금지급액 공약이 현실성이 있으려면 현재의 기초연금(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20만원 지급)을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유 후보는 기초연금 폐지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문재인 후보는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위해 5년간 약 21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요재원 마련을 위해 문 후보는 기존 일자리 예산(17조원) 개혁, 매년 15조원씩 증가하는 정부예산 일부 전용 방침을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청년채용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약을 내놓았다. 월 50만원, 2년간 1,200만원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임금으로 지원해 대기업 대비 80%까지 첫 임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재원대책으로는 청년일자리 사업 등 일자리 예산(17조원) 재조정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17조원의 현재 일자리 예산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사실 줄일 부분이 별로 없다”며 “실업급여·육아휴직급여·고용장려금·직업훈련·창업지원 등 노동 관련과 저소득층 지원 예산을 다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증가하는 약 15조~16조원의 예산 역시 정부의 다른 모든 사업예산이 물가상승과 비례해 자연증가하는 구조여서 별도의 공공 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 예산으로 빼내는 것이 쉽지 않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지난 대선 때는 그래도 부족하지만 수치를 갖고 재원대책을 얘기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재원대책 얘기 자체를 안 하고 있다”며 “현실성이 있고 없고를 차지하더라도 증세나 지출 구조조정 등 재원대책이 숫자로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의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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