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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2] 상병수당 도입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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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2] 상병수당 도입의 필요성

익명 (미확인) | 토, 2017/04/01- 11:49

상병수당 도입의 필요성

 

 

정형준 | 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의 건강보험이 가진 선별성

 

 

한국의 건강보험은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에 직장건강보험으로 도입되었고 1988년에 전 국민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전국민건강보험이 시행되었다. 건강보험이 가입자 측면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1977년 당시 선별적이고, 차별적인 각종 제도들은 지금까지 그 잔재가 남아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급여의 제한적 범위이다.

 

 

1977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국고지원을 하지 않고, 기업과 노동자들의 부담만으로 건강보험제도를 보충적으로 실시하려는 나머지, 건강보험 내에서 보장하는 급여 항목 외에 비급여 항목을 섞어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또한 급여의 범위도 현물급여(의료서비스)에 국한하여, 원래 사회보험이 가진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한 보상도 보장범위에서 제외하였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이 당연지정제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에 도입 되었음에도, 빈자들과 부자들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의 내용을 다르게 만들었고, 현금급여(상병수당 등)를 도입하지 않아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로 빈곤층이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박정희 체제의 건강보험은 노동력 재생산이 가능한 계층의 노동능력 회복에 주된 포커스가 맞춰졌고, 노동시장 등에 다시 참여할 수 없는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의료서비스 면이나 소득 면에서는 철저하게 외면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잔재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의 방치로 인해 보장성이 수십 년간 답보상태에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여 여전히 가계부양자 등이 중병에 걸리면 빈곤층으로 몰락하기 일쑤이며, 국고지원액이 충분하지 않아 재정적으로는 계속 가입자의 직접부담을 늘리거나, 의료공급자를 쥐어짤 수밖에 없다.

 

 

이 중에서도 재난적 의료비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은 사회보장제도로서 건강보험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기능을 복원시키고, 이제는 박정희의 잘못된 건강보험 유산을 청산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심각한 재난적 의료비 문제

 

 

<그림2-1>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의 재난적 의료비는 OECD 국가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대체로 본인부담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재난적 의료비가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이다. 이는 단순히 낮은 보장성에 의해서만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들이 이 문제에 결부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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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평균 보장성의 혜택이 주로 빈곤층이 아니라 부자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또한 진료비 상한제 등이 총 의료비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급여범위만을 대상으로 하여 유명무실한 것도 큰 영향이다. 하지만 이상의 문제들을 논외로 하더라도, 현금급여가 없어서 소득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호능력이 전혀 없는 것이야 말로 재난적 의료비를 만드는 핵심 원인이 된다.

 

 

가계의 주 소득자가 중병에 걸리면, 직장가입자의 경우 한 두달의 병가를 통해 일부 소득이 보전되지만, 그 이후는 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된다. 또한 자영업자의 경우, 아픈 순간부터 재산정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그림2-1>에서 보듯 한국보다 훨씬 보장성이 떨어지는 멕시코보다도 의료비로 인한 빈곤층 추락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한 보장은 사실 OECD 국가 중 미국, 한국, 스위스를 제외하면 모두 실시하고 있다. 이를 다른 나라들에서는 질병수당(Sickness Benefit), 상병수당 (Invalidity Allowance) 등으로 부르고 있다.

 

 

 

 

 

 

상병수당이란 무엇인가?

 

 

상병수당에 대해서 사회보험을 거의 최초로 도입한 독일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건강보험 피보험자는 질병으로 근로능력상실이 되거나 병원, 예방 또는 재활시설에 입원해서 건강보험조합의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때 현금수당으로 보전하는 제도(독일 사회법전 제5편 법정 건강보험 제44조).”

 

 

한국이 상당부분 사회복지제도를 차용한 일본의 경우도 일본 건강보험법 제 99조에 “건강보험 피보험자가 요양으로 인하여 근로에 종사할 수 없을 때 표준보수일액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제도로 명시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사회보장법전에 “노동불능 상태 시작일로부터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에 일일수당을 지급하(프랑스 사회보장법전 제L323-1조)”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사회보험제도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기본적인 서비스로서 소득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사회보험이 초기에는 현물급여가 아니라 현금급여 중심의 조합 서비스였기 때문에 애초부터 필수적인 요소였던 측면이 크다.

 

 

사회보험제도로 건강보험을 운영하지 않고 국가의료체계(NHS)로 운영하는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영국, 스웨덴, 스페인, 이태리 등)의 경우도 상병수당은 실업급여보다 높은 수준의 소득보장제도로 유지된다. 영국에서 국가의료체계(NHS)를 도입하게 된 1942년의 비버리지 보고서는 “실업ㆍ질병ㆍ재해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었을 때, 정년퇴직으로 소득이 중단되었을 때, 주된 소득자가 사망하여 생계를 책임질 사람이 없어졌을 때, 출생, 사망, 결혼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지출될 때를 대비한 소득보장정책”으로 질병수당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보건의료관리와 별개로 사회보험청, 혹은 노동연금국, 노동사회부 등의 고용, 노동, 연금과 관련된 부분에서 이를 관리한다. 하지만 ‘구직노력’ 등이 없더라도 아파서 일을 못하는 경우는 소득의 일정부분을 그냥 보장해준다는 측면에서 사회보험의 상병수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미 1952년부터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을 통해 ‘상병수당’ 규정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각 국가에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과 그간의 논의

 

 

한국에서도 1988년 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고 200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상병수당의 도입논의는 계속되어 왔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공단 일원화를 주장했던 ‘의료보험 통합 일원화와 보험급여 확대를 위한 범국민연대회의’(의료연대회의)는 1995년에 이미 상병수당 도입을 장기과제로 상정했다. 당시에 이를 통한 재정추계도 실시하여 제시했는데, 당시 실시비용은 4천7백97억 원(93년 기준)1)으로 잡았다.

 

 

법적으로도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 (부가급여) 조항에 대통령령으로 상병수당을 부가급여로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떠한 정부도 대통령령으로 상병수당 지급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보장권 강화 측면에서 상병수당의 의무급여화를 통한 건강보험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2010년 이후로 야당 국회위원들의 발의로 상병수당 도입법안도 국회에 제시되었다.

 

 

그러나 상병수당과 관련된 논의는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았는데, 이는 우선 건강보험재정의 빈약성, 그리고 우선순위에서 여전히 현물급여(의료서비스) 부분의 취약함이 영향을 주었다. 때문에 상병수당의 도입논의는 비급여로 상징되는 보장성 강화의 장애물 제거와 함께, 재정적으로는 국고지원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가입자 중심성 이탈등과 연계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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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수당 즉각 도입의 필요성

 

 

첫째, 앞서 보았듯이 현재 한국의 의료비로 인한 재난적 상황을 막기 위해서 상병수당은 당장 도입되어야 한다.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가 빈곤층 추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 불평등의 가속화 뿐 아니라, 아예 재기불능상태를 만들어 자포자기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 2월 온가족이 자살했던 ‘세모녀 사건’의 경우에 보더라도, 이들 가족이 빈곤층으로 추락한 결정적 이유는 12년 전 방광암으로 가장이 사망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어머니인 박씨가 60세 나이로 큰딸의 당뇨 및 고혈압으로 인한 치료비를 부담하는 또 다른 의료비 문제가 가중되었다. 결국 큰 딸의 질환이 근로가 불가능한 수준임을 인정받지 못해 기초수급자가 되지 못하였고, 재기불능의 회의를 느낀 세모녀가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소득보전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의 문제로, 사회적 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정장치이다.

 

 

두 번째는 소득보존이 없어 안정적인 치료와 재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집단은 의학적 고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와병으로 인한 소득대체 가능 여부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입원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라도 주 소득자들(특히 독립 자영업자)은 외래치료를 선호한다. 따라서 재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고, 이는 빠른 사회복귀만큼의 재발 위험성을 높이고, 노령층의 만성질환군이 확대되는 문제까지 낳고 있다.

 

 

의료접근성에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경제적 요인보다는 의료자원의 배분문제가 고려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상병수당의 부재로 경제적 요인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이다. 즉 소득보존이 가능한 계층과 아닌 계층의 건강불평등이 상병수당이 없음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고, 이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로 소득보전이 안 되는 관계로 빠른 치료, 수술적 치료 등의 치료의학만의 발달이 두드러지고 있다. 앞서 보았듯이 소득보전이 안되어 재활 및 사회복귀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의학의 발전과정까지 왜곡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로봇수술, 통증치료에 이용되는 각종 시술 등이다. 이들 기법들은 실제로 수익성 때문에 선호된 측면이 크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절개부위가 적어 빠른 사회복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크게 부각되어있다.

 

 

병가 사용이 가능하고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일부 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하고,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일용직 등은 모두 빠른 치료결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소득보전이 안되기 때문임은 자명하다. 주사치료 및 과다 약물로 빠른 치료를 추구하는 현재의 패턴은 한국만의 기형적 의료구조까지 만들고 있다. 따라서 적정진료 및 근거중심의학이 자리 잡기 위해서라도 상병수당의 도입은 절실해 보인다.

 

 

끝으로 상병수당의 부재는 민간보험까지 팽창시켜 불필요한 가계부담을 이중으로 늘리고 있다. 소득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정액보험(암보험, 질병상해보험 등) 가입자의 상당수는 질병으로 인해 닥칠 재정위기를 걱정해서 가입하고 있다. 향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실손민간보험 시장이 축소되더라도, 상병수당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정액보험 시장은 여전히 그 규모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 상병수당의 도입과 보장성강화는 같이 가야만 하는 패키지다. 어느 한쪽만 강화한다고 해서 재난적 의료비 문제는 물론 민간보험문제 역시 해결할 수 없다.

 

 

 

 

비용과 소결

 

 

상병수당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언제나 비용문제였다.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해서는 지난 10년간 거의 3배 가량의 팽창을 하였으나, 보장성 강화도 답보상태이고, 상병수당도 도입하지 못했으며, 제대로 된 건강보험 상한제도 도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분석은 다각도로 필요하지만, 중요한 점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비급여, 치료의학, 민간보험 팽창 등의 효과와 비교해 지금이라도 상병수당을 위시한 정책들을 도입하는 것이 당장의 적자를 고려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낫다는 점이다. 여기서 낫다는 것은 상병수당 도입의 이익으로 줄어들 민간보험료, 효과가 불분명한 고가치료의 배제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러한 비용의 상당부분은 국가가 제대로 건강보험에 지불하지 않고 있는 국고지원을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 지난 10년간 국고지원 미납액은 무려 30조 원에 육박한다. 또한 비용을 계산해도 현재의 건강보험 20조 원 누적흑자에 비추어 볼 때 실현불가능 하지 않다. 2011년 당시 경제활동인구 대비로 산출하여 평균입원 기간 1개월을 대비하여 추계한 내용이 3조 원이었던 바 있다. 이를 최근 기준으로 다시 정리하면 3.5조 원-4조 원2)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건강보험 흑자 국면은 상병수당 도입의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재 건강보험 흑자가 전적으로 가입자 부담의 가중과 보장성 악화에 따른 결과인 만큼, 조속히 의료비 절감에 사용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

 

 

상병수당의 경우 기존 신고소득의 70-80%정도를 보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소득신고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자영업 및 임대업 등의 소득이 드러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세금, 보험료 등의 가계부담에 비해 얻는 이익이 작다는 판단 때문이다. 거꾸로 막대한 민간보험가입비용을 가계는 부담하면서도, 사회보험과 국가가 보장하는 복지는 신뢰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기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현금급여의 도입은 건강보험의 공적기능 강화 및 여타 사회복지 서비스에서의 사회적 수용성도 높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도 작용할 수 있다. 조속한 상병수당의 도입을 기대한다.

 

<부록> 해외의 상병수당

 

○ OECD 34개 국가 중 스위스, 미국, 한국만이 공적 상병수당 제도가 없음(스위스는 선택적 보험, 미국과 한국은 제도 없음).

○ 상병수당의 형식으로서 건강보험 현금급여(독일, 프랑스, 일본 등)는 NHI에서 사회복지 프로그램(영국, 스웨덴, 캐나다, 스페인 등)에서의 지급은 NHS에서 주로 이루어짐.

○ 주요국 상병수당 현황

- 독일 : 임금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질병금으로 지급받음.

- 프랑스 : 노동자 및 이와 동일한 소득이 있는 경우(시간당 6.41 유로 기준, 시간당 약 9,922원)일 경우 최고 36개월까지 지급받음. --> 건강보험 전체 재정에서 7.8%가 상병수당 비용임(2004년 기준).

- 일본 : 피보험자가 노동할 수 없는 경우 지급되며 최고 1년 6개월한도. --> 지급률은 60%, 장기화 경우 장애연금으로 전환됨.

- 스웨덴 : 노동자와 자영업자도 적용대상이며 상병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지급함. --> 1988년 기준으로 GDP의 2.79%가 상병급여로 지급됨.

- 영국

◦상병수당(Invalidity Allowance) : 상병으로 인하여 28주 미만 취업할 수 없는 자에게 지급, 법정 상병급여 또는 상병급여 수급 28주 이후에도 질병 및 장애가 계속, 주당 66.75파운드(약 11만 5천 원) + 가급연금액(1인당 £39.95, 약 7만 원).

◦상병연금(Invalidity Pension) : 상병으로 인하여 28주 이상 취업할 수 없는 자에게 지급, 60세(여자 55세) 미만인 상병연금 수급권자 / 상병발생 후 가입가능 기간이 6년 이상 남아 있을 경우 / 상병연금에 추가로 지급, 40세 이하 주 £14.05/50세 이하 : 주 £8.90/·51세 이상 : 주 £4.45

 

 

 


 

1) 당시 전체 의료보험 급여비 2조7천억 원의 17.7% 수준이었음. 상병수당 급여율은 피부양자가 2명 이상일 경우 60%, 그 미만이면 40%, 최대급여기간은 6개월 정도로 의견제시.

2) 2016년 12월 경제활동인구 2,616만 명임. 2012년 기준 총 입원기간 중 31일이상은 31만 건으로 전체의 4.4%임. 도덕적 해이로 인한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나이 등에 따라 장기입원 등이 현격하게 낮은 경제활동인구의 특성을 고려하면, 경제활동인구 중 1개월 이상 입원환자는 많아도 100만 명(4.4%는 115만 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됨. 여기에 직장인 월평균소득 260만 원의 80%선인 207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면 2조(1개월이상 1개월 입원시)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며, 2개월 이상 유병률 등을 고려하면 약 3-4조 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 월평균소득의 60%선으로 설계하면 비용은 더욱 줄어들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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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한계채무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기준 중위소득 대폭 인상 필요하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가 7월말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73개 복지사업의 기준선으로 쓰이므로 그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삶의 한계선에 내몰린 우리 사회 저소득 이웃들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매년 중생보위 결정에 따라 수많은 빈곤 시민들이 그나마 삶의 부담을 한시름 덜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지옥 같은 삶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며 근근히 버텨야 할지가 판가름 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복지사업의 수혜자들 외에도 기준 중위소득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법원의 개인회생절차를 통해 변제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채무자들이다. 

 

공적채무조정 중 개인회생 채무자의 생계비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 기준

 

법원의 개인회생절차는 비록 고정적인 수입은 있으나 과도한 채무를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인 한계채무자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제도이다. 채무조정제도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한 금융회사의 채무를 조정하는 사적채무조정1)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법원을 중심으로 채무관계 청산을 위해 제반 사항들을 처리하는 공적채무조정이다. 공적채무조정에는 채무자의 자산 처분을 통해 채무관계를 청산하는 파산절차와 특정 기간2) 동안 채무자의 가용소득을 모두 채무 변제에 지출하도록 하고 그 후 채무를 청산하는 개인회생절차가 있다. 

 

그런데 이 개인회생절차에서 가용소득을 산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기준 중위소득이다. 채무자회생법 제579조에 따르면 개인회생 채무자가 갚아야 할 돈에 해당하는 “가용소득”은 채무자가 수령하는 모든 수입 중 ① 세금 납부를 위해 필요한 금액, ② 채무자가 사업자일 경우 사업의 계속을 위해 필요한 비용, ③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계비를 제한 후 나머지 모든 금액으로 규정되어 있다.3) 이와 관련해 법원은 개인회생 채무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변제의무에서 제외되는 생계비 산정을 기준 중위소득의 60% 수준에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4)

 

기준 중위소득의 60%에 맞춰진 개인회생 채무자의 생계비 기준

낮은 생계비 인정 수준과 생활 압박은 개인회생절차의 성실한 이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

 

물론 개인회생 절차에서 법원의 재량에 따라 생계비를 적절히 조정해 책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고는 있다. 실제로 서울회생법원은 별도의 ‘생계비 검토 위원회’ 의결을 통해 기준 중위소득 60%에 해당하는 생계비 외 추가 생계비를 보장하기도 했다.5) 그러나 이는 그 어느 법원보다도 채무자 회생에 우선 순위를 두고 도산제도를 운영하는 서울회생법원에 국한된 예외적인 경우이고, 통상 법률상 ‘원칙’ 준수를 강조하는 사법부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즉, 서울회생법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법원의 공적채무조정은 여전히 채권자의 재산권 보장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개인회생절차를 이행하는 많은 채무자들이 중위 기준소득의 60%에 해당하는 생계비만으로 그 과정을 견뎌내야만 한다. 

 

지난 4년간 전국 평균 월세 가격은 2017년 6월 56만 원에서 2021년 6월 65만8천 원으로 17.5% 증가했다.6) 그러나 기준 중위소득은 지난 4년간 평균 2%가량 상승했을 뿐이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한계채무자 중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생계비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전국 각 지방법원이 2017년~2019년 기간 동안 개인회생 및 변제 수행으로 채무청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채무자 수는 약 19만6천 명인데 이중 14%에 해당하는 27,537명이 개인회생절차를 도중에 포기했고,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소화된 생계비만으로는 그 과정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채무자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개인회생제도가 과도하게 낮은 생계비 기준, 나아가 그 근거가 되는 기준 중위소득7)문제로 인해 그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결국 기준 중위소득 인상만으로도 개인회생 채무자들의 생계조건은 크게 개선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채무청산에 성공하는 개인채무자들 역시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기준 중위소득의 인상은 개인회생 채무자의 채무청산과 사회복귀 넘어 

그간 정부가 방기한 기본 책임을 이행하는 일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채무자들은 매월 꾸준히 자기의 가용소득 모두를 변제로 차감하더라도 빚을 갚고 회생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면, 채무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하는 사회적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우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들은 늘어날 것이다.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200%에 달하는 현 상황,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가계부채 리스크가 가장 심각한 나라인 현실은 국가가 조세수입 또는 정부부채를 동원해서라도 구축했어야 할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게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그 공백을 일반 국민들 각자의 빚으로 메꾸어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8) 따라서 정부가 또 다시 기준 중위소득을 최소한으로만 인상하려 하면서 그 이유로 재원부족을 구실로 삼은 것은 정말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정부는 그간 자신들이 방기하고 있었던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고,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시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기준 중위소득 인상에 적극 나섰어야 했다. 


1) 프리워크아웃, 워크아웃이 이에 해당한다.

2) 현행법상 3년 이내, 2018. 6. 13.이전에 개인회생 변제 절차에 돌입한 개인채무자는 5년 이내.

3)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79조(용어의 정의) 이 절차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가용소득”이라 함은 다음 가목의 금액에서 나목 내지 라목의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가. 채무자가 수령하는 근로소득ㆍ연금소득ㆍ부동산임대소득ㆍ사업소득ㆍ농업소득ㆍ임업소득, 그 밖에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모든 종류의 소득의 합계 금액

나. 소득세ㆍ주민세 개인분ㆍ개인지방소득세ㆍ건강보험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다.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생계비로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최저생계비,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연령, 피부양자의 수, 거주지역, 물가상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정하는 금액

라. 채무자가 영업에 종사하는 경우에 그 영업의 경영, 보존 및 계속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

4) 개인회생사건 처리지침(재민 2004-4) 

제7조(채무자의 소득의 산정) 

② 법 제579조 제4호 제다목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최저생계비,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연령, 피부양자의 수, 거주지역, 물가상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정하는 금액”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 당시의 기준 중위소득에 100분의 60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적절히 증감할 수 있다.

5) 서울회생법원, 2021. 2. 16., 생계비 검토위원회 회의 의결 사항 참고.

6) 한국부동산원, 2017. 6.~2021. 6. 평균월세가격(검색일: 2021. 7. 25.)

7)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8) 이와 관련해 독일의 사회학자 볼프강슈트랙은 유럽 사회에서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화와 국가-자본-노동 역학관계의 변화로 국가의 조세 확보 능력이 떨어지면서 그 재원을 국가부채의 부담으로 전이시켰고, 이마저 여의치 않자 다시 그 부담을 가계에 전가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볼프강슈트랙, 『시간벌기』, 2015년 김희상 옮김. 참고). 한국의 경우에는 애초에 유럽과 같은 수준의 복지정책, 공적서비스 제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각 개별 가구는 사회적 생존을 위해 자산 확보 전략에 매진하거나 부족한 공적서비스를 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채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목, 2021/09/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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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글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75호 | 김아래미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

 

기획주제 : 인간의 패러독스와 경계 짓기로 배제되고 있는 이주민의 사회권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기획1] 복지국가와 이주민의 사회권│김규찬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기획2] 이주노동자의 건강보험 현황과 문제점│곽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기획3] 이주노동자의 3대 사회보험 현황 및 정책 제언│김기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기획4] 이주민의 사회서비스 이용권│김옥녀 숙명여자대학교 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다문화정책전공

 

동향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listStyle=list&docum... rel="nofollow">[동향1] 모두에게 평등한 돌봄을 위하여│조희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821956" rel="nofollow">[동향2] 저소득 한계채무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기준 중위소득 대폭 인상 필요하다 |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복지톡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821930" rel="nofollow">[복지톡] 실업급여 갑질? 고용보험 실업급여 수급은 사장님이 정하는 게 아니에요!│최혜인 민주노총 법률원 노무사

 

복지칼럼

https://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Welfare&document_srl=1821918" rel="nofollow">[복지칼럼] 불평등사회에 갇힌 청년을 먼저 구하라│김승연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

 

목, 2021/09/0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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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 긴축과 민영화로 공공의료를 공격하는 철저한 신자유주의 의료정책을 폈다. 대통령 자신이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 관련 사회 서비스 산업부로 봐야”한다고 했고, “복지는 돈 쓰는 문제가 아니고 민간과 기업을 참여시켜 준시장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팬데믹이 한창인 5월에 집권했다. 한국 당시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2~4월 초과사망자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많이 발생한 직후였다1)긴축과 맞물린 방역 완화 때문이었지만 열악한 공공의료가 낳은 재앙이기도 했다. 향후 심각한 팬데믹이 더 빈번하게 닥쳐올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새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가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반대였다. 인수위 국정과제에서부터 공공병원 설립이나 인력확충이 아니라 ‘민간병원 육성’을, 국민건강보험은 보장성 강화가 아닌 ‘지출효율화’와 ‘재정관리 강화’를 내세웠다. 반면에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개인의료정보 상업화, 의약품·의료기기 규제완화, 원격의료 등 의료민영화 정책들을 제시했다.2) 이런 기조가 지난 1년 서민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했고 생태와 경제 등 다중위기에 시민들의 생명을 근본에서 위협했다.

코로나19, 각자도생 강요하며 국가책임 방기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윤석열 정부는 혹독한 각자도생 정책을 추구했다. 집권하자마자 ‘긴축재정’을 표방하더니3)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지원범위를 축소하고 재택치료비 지원을 중단했다. 돈을 아껴 감염병 고통을 서민에게 전가한 것이었다. 이는 ‘숨은 감염자’를 더 많이 늘렸다. 격리의무는 유지하면서 생계지원이 줄어 진단검사를 회피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컨대 공식 확인된 확진자는 크게 늘지 않는데도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어 응급실이 코로나19 의심환자들로 적체되는 등 의료가 마비되었다.

정부는 의료대응역량도 축소했다. 6월부터 전국의 모든 생활치료센터 문을 닫아 고시원이나 장애인시설에서 거주하는 확진자는 격리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들은 보건소에 연락해도 “알아서 민간 숙소를 찾으라”는 답을 듣게 되었다. 또 정부는 ‘자율입원’을 확대했다. 국가의 병상배정 책임을 스스로 면제했다. 이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이 알아서 병상을 찾아야 했고 민간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입원거부를 해도 막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 정부는 그간 전담병원에 보상했던 지원을 아꼈다. 행정과 재정을 축소한 긴축대응이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7월부터 6차 유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백경란 질병청장은 “국가 주도 방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책임있는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유행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개인의 자발적 방역 참여만을 강조했다. 시민들은 ‘질병구경청’, ‘국가 도주 방역’이라는 조롱을 퍼부었다. 그 결과 8월에는 하루 사망자가 83명으로 급증해 100여 일 만에 최대를 기록했는데, 정부는 “독감처럼 받아들이라”면서 “입원해도 할 게 없다”는 식의 대응을 했다. 코로나19를 독감과 비교하는 것도, 입원치료가 의미 없다는 주장도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정부는 국민과 제대로 위험소통을 하지 않으며 방역을 포기했다. 사망자 증가에도 “일희일비 않겠다”고 하는 등 국민들의 삶과 죽음에 무감각했다.

공공의료 공격하며 민간병원 배불리기

후보시절부터였다. 2021년 1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자 윤석열 선대위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모든 병상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언론과 함께 “정부가 민간병원만 쥐어짜고 공공병원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마타도어에 나선 것이다. 실상은 10%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의 70∼80%를 치료하고 있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진료를 제외하면 모든 병상이 코로나19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반면 민간병원들은 돈벌이 진료를 멈추지 않으려고 고작 1.5~ 3% 정도의 병상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보수언론과 윤석열 후보는 이런 민간병원 돈벌이를 비호하면서, 공공병원에 입원해 있는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내쫓으라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이 주장이 관철돼 이듬해 1월 초까지 80여 명의 저소득층, 행려·노숙인, 이주노동자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전부 쫓겨나게 되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 후 국립중앙의료원을 공격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사업비를 삭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요구한 1,050병상을 760병상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서민들의 생명과 건강의 보루이자 공공의료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 의료급여 환자 비율은 2019년 25.9%에 달하고 응급, 중증외상, 감염병, 심뇌혈관 등 필수 중증 의료 중앙센터 역할도 한다. 이런 병원이 제 기능을 하려면 적어도 1,000병상은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기재부는 615억 원을 더 쓰지 않아 상징적 국가 병원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부자와 기업들에게는 향후 5년 간 수십~수백조 원을 감세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은 지방의료원 민간위탁 민영화도 추진했다. 공공병원이 민간에 위탁되면 수익성 중심 의료행위를 강요받을 것이라는 점은 역사적 경험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항이었고 국민의힘 지자체장들이 앞장섰다. 경북 포항·김천·안동의료원, 대구의료원, 서산의료원 등이 그 대상으로 언급되었고, 가장 우선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성남시의료원이었다. 경영이 어렵고 시 재정이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성남시의료원 경영 문제는 지난 3년 코로나19 치료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성남시의료원 뿐 아니다. 많은 공공병원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의사 인력, 진료건수, 수술건수, 필수진료과 개설률, 의료수익 등이 크게 감소했다.4) 윤석열 정부는 공익을 위해 나섰다가 위기에 처한 공공병원 재정을 책임지고 지원하기는커녕 이를 핑계로 민간위탁하려 한다. 성남시의료원은 그나마 노동조합들과 시민운동의 만만치 않은 저항 때문에 민간위탁이 잠시 멈춰지게 되었지만 불씨가 여전하다.

새로 설립하기로 약속되거나 예정되었던 공공병원들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되었다. 제2대구의료원은 코로나19 첫 유행지인 대구에 짓기로 전 시장이 약속도 했지만, 윤석열 정권 등장과 홍준표 새 시장 당선 직후 무산되었다. 광주와 울산에 지어질 지방의료원도 기재부가 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갔는데 ‘경제성’ 평가에 발목을 잡힐 것이 우려되고 있다. 지방의료원이 하나도 없는 몇 안 되는 대도시들에도 이토록 공공병원 설립이 불투명한 것은 경제논리에 생명과 건강을 종속시키는 정부 기조 때문이다. 

한편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내용은 공공기관 예산절감, 인력감축,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축소, 자산매각을 포함하는 민영화 종합세트였다.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는 국립대병원 정원을 감축하려 했다. 공공병원 간호사를 비롯한 인력은 평소에도 늘 부족해 허덕이고 과로하다 사직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많았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그런 부족한 인력으로 감당하며 피눈물을 쏟았는데도, 정부는 인력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냉혹하게 줄이려 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공동파업으로 맞섰다. 투쟁의 성과로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들 중 정원 감축 대상에서 예외가 된 두 기관 중 하나가 되었다. 지난 1년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 공격을 대중운동으로 막아낸 사실상 유일한 사례였다.

오랜 시장주의 의료정책이 누적된 결과, 한국의 필수의료는 지난 한 해 심각한 붕괴를 보였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이 발생했는데도 긴급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어서 사망했다. 2023년도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은 10%대였다. 길병원은 전공의가 없다며 소아청소년과 병동을 폐쇄해 충격을 줬는데, 연달아 여러 병원들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대로 정부는 수가 인상책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는 환자 의료비와 건강보험료를 올려 95%가 민간인 병원수익만 올려줄 정책이다. 병원이 돈을 더 번다고 전문의 고용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은 지난 십수 년간의 경험이 증명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의 강화이지만, 정부는 불평등과 시장주의를 강화할 오답만 내놓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대책을 내놓는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과잉진료를 유발하여 재정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재정 건전화를 위해 기존 보장 항목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MRI와 초음파를 재검토 사항의 예로 들었고, 본인부담 상한제 기준을 상향하겠다고 했으며, 산정특례제도 혜택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5)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치에 맞지 않다. 우선 한국의 건강보험 지출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적어 보장성이 낮은 것이 문제이지 ‘재정 건전성’을 운운하며 긴축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은 국가가 지출하거나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의료비의 GDP 대비 비율이 OECD 평균의 약 1.5배 적고,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거나 본인부담 의료비로 지출하는 의료비의 GDP 대비 비율은 거꾸로 약 1.5배 많은 나라다. 공적 지출이 적어 개인 부담이 높은 것이다. 입원비 건강보험 보장성이 67%로 OECD 평균 87%보다 매우 부족한 것으로도 나타난다. 또 과잉진료의 원인은 정부가 주장하듯 ‘환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 아니라 민간 의료공급자들의 과잉진료 때문이다. 한국은 일인당 의사 진찰 건수가 OECD 국가들 중 압도적 1위인데 이는 OECD가 행위별수가제 때문이라고 해설한 바 있다. 높은 보장성이 과잉진료를 낳는다면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유럽 국가들은 그 문제가 심각해야 할테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한국은 민간병원들이 무분별하게 병상을 늘리고 CT, MRI도 OECD 평균의 1.7배를 보유하면서 갑상선, 무릎, 척추 수술을 외국의 몇 배나 하기 때문에 과잉진료가 많은 것이다.6) 또 실손보험이 비급여 확대와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정부가 민간병원과 보험을 통제하지 않고 불필요한 의약품·의료기기를 규제완화로 무분별하게 시장진입시켜 비급여를 양산하면서 과잉진료 책임을 환자들에게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의 태도이다. 이는 철저히 기업주들의 주문에 따른 정책으로, 건강보험을 약화시켜 공공부문의 기업 지출을 줄이고 민간의료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7)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개인의료정보 상품화

이렇게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면서 정부가 애쓰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넓혀주고 나아가 직접 치료까지 허용하는 것이다.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라는 이름의 정책은 영리회사의 의료행위를 금지한 한국 의료체계의 공적 안전망을 허물고 보험사에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이다. 민간보험사가 건강관리로부터 시작해 의료서비스 자체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식 의료민영화(HMO)로 나아가는 정책이다. 윤석열 정부는 12개 업체에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 인증을 부여했다. 여기에는 삼성생명 가입자 대상 서비스, KB손해보험 자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비의료’라는 건 말 뿐이고 사실상 민간보험을 중심으로 영리기업의 의료행위를 허용한다. 건강증진, 예방, 재활은 WHO가 규정한 일차보건의료의 일부이며 만성질환은 관리가 다름 아닌 치료다. 정부는 아예 노골적으로 민영보험사에게 만성질환은 ‘직접치료’ 목적으로도 허용하겠다고 했고, 사업범위는 ‘포괄적’으로 확대해주었다. 그리고 민간의료보험사가 만성질환 관리와 치료를 담당하면서 병원을 알선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8)

민간보험사에 환자 의료정보를 전자전송하는 정책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이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험사들이 환자 보험금 지급을 편하게 해 더 많이 지급하려고 이 정책에 혈안일 리 없다. 실제로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 80%의 모든 진료자료를 실시간으로 보유하기 위한 것이다. 소액진료 뿐 아니라 공보험 진료를 포함한 모든 의료정보를 전산화·표준화된 형태로 축적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이 통과되면 환자들은 보험금 지급을 더 많이 받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더 적게 받게 될 것이다. 보험사들은 지금도 어떻게든 환자 개인 건강정보, 의료정보를 수집해서 환자를 선별하고 등급을 매겨서 보험료에 차등을 두거나 보장범위를 줄이려 한다. 정부가 정말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지급을 늘리고 싶다면 보건당국이 나서서 보험사들의 최저 지급률을 법제화하면 된다. 카지노와 로또에도 최저 지급기준이 있는데 민간보험은 그런 하한도 없이 완전히 무규제 시장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본적으로는 비급여를 양산하고 그 비용을 천정부지로 올리며, 과잉진료를 일으키는 실손보험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충분히 올리면 애초 국민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개인의 건강정보·의료정보를 민간보험사 등 영리기업에 제공하려는 규제완화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심평원의 가명정보가 민간 보험사들에게 팔려나간 일도 폭로된 바 있다. 가명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개인 식별이 충분히 가능한 정보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가명정보의 기업활용을 더 용이하게 하도록 법도 만들려 하고 있다. 소위 ‘디지털헬스케어법’을 통해서다. 이 법에는 개인의 실명 의료정보를 기업에게 넘기는 ‘고속도로’를 뚫겠다는 내용도 있다. 각자에게 자신의 정보 통제력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클릭 한 번에 민감한 의료·건강정보를 기업에 통째로 넘길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의료 마이데이터’라고도 부른다. 온갖 군데 흩어진 정보를 한 번에 기업에 넘길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 질병청,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의료기관, 웨어러블기기 등에 있는 정보를 한데 모으는 작업도 이미 해두었다. 현행 의료법은 아무리 개인이 동의하더라도 제3자에게 함부로 전자정보를 전송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는 기업과 개인 간 권력격차가 있는 사회에서 민감한 의료정보를 보호하려는 취지일 것이다. 정부는 개인 정보인권에 대한 이런 안전장치를 허물어 기업 돈벌이를 장려하려 한다.

플랫폼 민영화 원격의료 추진, ‘혁신’이라는 신기루로 규제 완화

올해 상반기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의료민영화 하나를 꼽자면 원격의료일 것이다. 원격의료는 단순히 의료를 대면으로 하는지 비대면으로 하는지에 관련한 사안이 아니다. 비대면 의료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다는 명목으로 영리기업에 의료시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영리기업에 원격의료 시장을 열어주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나오미 클라인이 말한 ‘재난자본주의’의 보편적 재현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 정부는 팬데믹을 맞아 영리기업에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그 결과 캐나다는 원래 의료를 공공에서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원칙의 붕괴를 경험했다. 의료서비스가 유료화되어 환자 부담이 늘었고 민간의료보험 적용대상이 되었다. 또 원격의료 제도는 공공 보건의료자금이 영리기업으로 흐르는 통로가 되었다. 과다청구도 늘었다. 공공적 무상의료하에서는 불필요했던 돈벌이 과다청구가 자행되었다. 기업이 민감한 개인의료정보를 다루니 유출 사건도 더 쉽게 발생했다.9)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 반복될 것이다. 지난 3년 동안에도 이미 ‘닥터나우’같은 플랫폼 업체들은 의약품 오남용과 과잉처방을 부추겼다. 전문의약품이 버젓이 광고되었고, 의약품 선택서비스가 제공됐으며, 탈모약·여드름약 ‘성지’ 병원들이 생겨났다. 95%가 민간의료기관이라 안 그래도 과잉진료와 과잉처방은 더 늘어날 것이다. 또 복지부 2차관은 플랫폼 돈벌이는 수가 인상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는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환자 부담과 건강보험료가 인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에는 의료로 돈벌이를 할 수 없었던 자본들은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 택시’와 마찬가지로 의료로 영리를 추구할 것이고 그러면서 의료 생태계 자체를 상업적으로 왜곡시킬 것이다.

새로운 기술 도입을 명목으로 규제를 우회하는 다른 예는 의료기기·의약품 규제완화다. 정부는 새로운 의료기술에는 기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면서 제대로 된 안전·효과 평가를 생략하거나 유예하는 방식을 채택하려 한다. 이런 디지털 예외주의(digital exceptionalism)는 세계적 추세이나, 한국은 결코 다른 나라들에 못지않다. 윤석열 정부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기술 같은 ‘혁신 의료기술’은 기존에 잠재성 같은 별도 기준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선진입-후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10) ‘혁신’이란 안전과 효과가 명확히 입증돼 시민들과 환자들에게 분명한 효용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정부는 단지 ‘새로운 것’이면 다 ‘혁신’이라는 엉터리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최근 과방위를 통과한 ‘인공지능산업육성법안’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의료기술에 대해 선진입-후평가를 허용했고,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논의될 ‘규제과학혁신법’은 식품·의료기기·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을 총망라해 ‘예외주의’를 실현하려는 내용이다. 이런 규제완화는 공통적으로 기업 돈벌이를 위해 환자를 마루타 삼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며

윤석열 정부는 겨우 집권한 지 만 1년이 됐을 뿐인데도 이처럼 공공의료를 공격하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데 전방위적이었다. 긴축과 민영화가 고통과 죽음을 낳는다는 연구와 저서들은 이미 차고 넘치지만, 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들이야말로 그 구체적인 현실의 표본들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강력한 사회운동의 부재다. 이 정부 4년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반복될 팬데믹·기후 재난과 경제위기 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겪을 재앙과 죽음을 방치하는 것이다. 연대와 저항이 실로 절실한 이유다. 


1) Our World in Data – Statistics and Research. Coronavirus(COVID-19)

2)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2022.5

3) 기획재정부,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 2022.7

4) 이흥훈, 감염병 전담 공공병원의 현황과 회복을 위한 과제, 공공보건의료 회복과 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토론회, 2022.9.26

5)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2022.12.8

6) OECD health at a Glance 2019

7)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보험 국민부담 현황과 새정부 정책 혁신과제, 2022.4

8) 보건복지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 2차, 2022.9

9) Canadian Health Coalition, NUPGE report warns against privatization through virtual health care, 2022.1.26

10) 관계부처 합동,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 20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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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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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위험과 사회적 피해의 균형찾기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 코로나19 대응의 명과 암

국제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통제에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5월 15일 기준, 한국의 인구 백만 명당 확진자 수는 2,541명으로 세계 평균 20,764명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사망자 수 역시 세계 평균의 1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적은 편이며, 평년 대비 사망자 수 증가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상황의 통제는 역설적으로 백신 확보에 소극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접종 개시가 늦었을 뿐 실제 확보(계약) 물량은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접종 인프라나 인력, 국민 인식 등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되는 6월 이후 백신 접종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봉쇄 없는 바이러스 통제는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왔다. 한국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1.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며, 제조업 부문과 수출 호조로 2021년 1/4분기에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의 경제규모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난다(한국은행 2021.4). IMF의 최근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3.6%로 지난해 성장률을 함께 고려하면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1-1 참고). 이에 반해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역성장을 보였으며, 올해 플러스 성장으로 반등함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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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여러 지표에서 선방했지만, 팬데믹의 고통에서 완전히 비껴간 것은 아니다. 생산과 수출 부문에서 선방하여 총 GDP의 급격한 후퇴를 면했을 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민간소비는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감소했다. 지난해 한국의 민간소비는 5% 하락하여 OECD 평균(-6%)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소비 위축은 취약계층에게 더 큰 피해를 안겼다. 한국은행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실업, 비경제활동인구 확대에 따른 고용 충격과 소득 충격이 저소득가구에 집중되었다(한국은행 2021, p.4). 2020년 2~4분기 대비 소득감소율은 1분위(하위 20%)에서 -17.1%였던 반면 5분위(상위 20%)에서는 -1.5%에 불과했다. 자연히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 격차도 벌어졌다(그림 1-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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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과 사회적 피해 사이 균형

물론 각종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휴교, 입국 제한 등이 ‘통제되지 않은 감염 확산’으로 인한 더 큰 손실을 막았다면 방역당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이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유행 발생 후 1년 이상 지난 지금 돌아보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대응을 한 부분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진자의 신상과 동선을 세세하게 밝히는 부분이나, 확진자가 지나갔다는 이유로 가게 문을 닫고 영업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학교, 도서관, 종교시설, 야외 시설 등 위생수칙을 지키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전면 폐쇄한 부분은 과도한 대응이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한 명 나왔다는 이유로 등교 자체를 중지하거나 접촉하지 않은 사람까지 검사하는 등의 낭비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감염 자체의 보건 상의 비용보다 감염으로 인한 심리적, 사회적 비용을 매우 크게 만들었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나 광화문 집회 참가자는 국민 생명에 위협을 준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실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확진자에게 찍히는 낙인은 감염 통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방치되었고,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조치들을 정당화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러한 조치들은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작년(평균 50명)에 비해 올해(평균 6~700명) 훨씬 더 많은 수의 확진자가 발생하는데도 현재 혼란은 작년보다 훨씬 덜 하다. 여가시설이나 상업시설을 이용하는 사람 수도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고 확진자 동선이 큰 이슈가 되지도 않는다. 그림 3을 보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오히려 사망자 수 및 치명률이 더 줄어들었다. 작년 3월의 1차 유행과 11월 3차 유행 치명률 피크는 각각 2.97%, 2.86%로 평균(1.52%)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던 반면, 올해 3월 이후 1% 밑으로 내려간 치명률은 현재 0.6%에 불과하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시기, 즉 유행 초기에 치명률이 올라갔다가 이후 점점 낮아지는 것은 확진자의 절대 수보다 확진자 수 대비 의료체계의 대응능력 수준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8월의 2차 유행 시 광화문 집회 참가자 등 고령층 감염이 많았는데도 치명률이 낮은 것은 당시 이미 일 평균 3~400명 수준을 감당할 의료체계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그 이상으로 급증하여 치명률도 같이 올라간 3차 유행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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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유행 이후 일 평균 확진자가 500명 전후에서 꾸준히 유지되었음에도 치명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확진자 연령 구성에 큰 차이가 없었음을 고려하면 감염자들에게 충분한 치료가 공급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때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나 순응도는 작년 3월 또는 8월에 비해 훨씬 낮았다. 즉, 더 효율적인 대응으로 일상에 대한 개입도 최소화하고 보건 상의 피해도 크지 않게 통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유행 기간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작년 11~12월 3차 유행 때에도, 의료체계를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었다면 초기 사망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5월 중순 현재도 여전히 일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높여서 완전히 감염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우리 방역당국의 목표가 확진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통제 조치의 강도를 올리는 것이 맞다. 5인 이상 사적모임을 전면금지하고, 유흥시설, 식당, 카페 등 감염 전파 위험이 높은 영업장을 모두 닫으며, 영업이 가능한 시설 내에서도 방역수칙을 어기는 영업주/종업원/이용자에 대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조치들이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며, 이러한 비용으로 인해 이제는 시민들의 협조 여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봉쇄를 오랜 기간 유지했던 유럽의 사례에서 봉쇄의 효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유럽 여러 국가들이 취한 상업시설 및 작업장 폐쇄, 휴교, 자택 격리, 이동 제한, 모임 금지 등의 방역 대응은 여러 사회경제적 비용을 수반했다. 봉쇄 조치가 취해진 2020년 2/4분기 유럽의 경제성장률은 최대 -20%에 육박했으며, 봉쇄 강도가 클수록 경제 피해도 더 큰 경향이 있었다(그림 1-4 참고). 상업시설 및 폐쇄는 생산량 감소와 소득 감소를 동반하며, 휴교는 인적자본의 손실로 귀결된다. 자택 격리와 모임 금지는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의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비용은 방역 대응의 강도가 크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증한다. 이러한 이유로 봉쇄는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특히 1차 유행을 성공적으로 막은 동유럽 국가들은, 이후 2차 유행 시에는 재봉쇄를 단행하지 못했다. 곳곳에서 저항의 움직임이 관찰되었기 때문에 방역 대응의 강도를 다시 올리는 데는 정치적 부담이 따랐고, 이에 따라 감염확산이 심각한 지역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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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와 사회경제적 피해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 의료체계 대응 능력이 갖추어져 있으면 일정 수준까지 확진자가 증가해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체계 효율화, 중환자 설비 확충, 방역 및 의료 인력 보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미 지난 2월 방역당국은 하루 천 명씩 2주일간 확진자가 발생해도 감당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갖춰져 있다고 발표한 바 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중환자 시설 및 인력 등을 확충하고 있다. 이 수준이 넘어가기 전까지 전격적인 거리두기 강화는 불필요해 보인다. 

 

또한 방역당국은 확진자 수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크게 실효성이 없는, 또는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식사 등 감염 전파 위험이 큰 행위에 적용할 때만 효과가 있다. 야외에서 열 명이 모여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신체접촉을 줄이면 감염확률은 0에 가깝다.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실내에 갈 때만 모임 단위를 소규모로 줄이면 광범위한 감염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영업금지 업종을 최소화하고 대신 사용 시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관리하는 쪽으로 방역의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실내 환기, 소규모 단위 식사, 유증상 시 외출 자제, 유증상 시 검사받기 등등은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매우 크다. 이렇게 비용이 낮은 방역수칙을 더 철저히 지킴으로써 거리두기 3단계 같은 고비용 조치를 막을 수 있다. 

 

불균형 시정을 위한 개입

하지만 현재 방역의 패러다임을 단번에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 및 중증화 위험이 낮아지고도 한동안 시간이 지나야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쌓인 불균형과 당분간 계속될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적재적소에 재정을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유럽의 경우 재확산이 시작되자 신속히 소상공인, 실업자, 임금 감소 노동자 등을 지원하며 소비의 급격한 감소를 저지했다. 그림 5에 보듯 유럽 주요국은 GDP 대비 30~40%가 넘는 대규모 재정 지출 및 금융 지원을 단행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상쇄하려 시도했다. 반면 한국의 지출 수준은 재정지출 GDP 대비 5% 미만, 대출 등 금융 지원 GDP 대비 10% 정도로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정부의 더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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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채무 수준이 낮은 편이긴 해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예상되는 가파른 나랏빚 증가세는 분명 걱정거리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은 지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재정 관련 논의에는 수입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재정수입의 대부분은 세금에서 나오며, 세금은 기업과 노동자와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에서 나온다. 

 

세계경제는 지난해부터 재난의 불평등한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변화에 적응한 업종과 고숙련노동자는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한편, 앞서 보았듯 소상공인, 비정규직, 저임금 서비스업 종사자, 여성노동자, 구직자 등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에 집중하는 동안 보건과 교육의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원이 적절히 배분되지 않았다. 이런 불평등한 피해는 단순히 개개인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전체 경제구조를 허약하게 만들고 경제성장 동력을 훼손한다. 자영업자들이 도산하면 임대인들도 금융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실업이 지속되면 구직자들이 근로의욕을 잃게 된다. 아픈 사람이 제대로 치료를 못 받으면 노동생산성이 저하된다. 아이들이 교육을 못 받으면 향후 경제 성장을 위한 인적자본이 사라진다. 이를 묵과하면 그 결과는 경제 전체의 붕괴와 그로 인한 세수 저하다. 

 

현재로서 이 위기는 재정지출로 교정하는 방법밖에 없다. 재정을 아낀다는 명목하에 지금 지출을 늦추면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보고 수입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IMF와 OECD가 연말 연초에 낸 보고서는 나랏빚에 대한 관리보다 지출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IMF 2021.2; OECD 2020.12). 특히 잠재 성장률을 올리고 참여형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지출' 이상으로 곳간을 '채워서' 장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런 연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경쟁적으로 대규모 확장재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5).

 

마지막으로 재정 정책은 곧 방역 대책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자영업자, 실업자, 노숙인, 이주민 등에 대한 생계지원 및 손실보상은 거리두기 정책에 대한 순응도를 올린다. 또한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및 방역 관련 공무원 보강과 지원, 의료시설과 중환자 설비 확충, 백신과 치료제 개발·구입 등 보건 분야에서도 재정지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방역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최대한 올릴 수 있다. 방역 조치에 따르느라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점은 계속해서 강조되어야 한다. 앞서 우리나라가 유럽에 비해 취약계층 지원이 낮은 편이었음을 보였다. 지원을 통해 협조 여력을 늘리고 다중이용시설의 밀집도를 낮추면 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에 협조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가 주어진다는 신호를 보내야 '사회적 신뢰'라는 자산을 유지할 수 있다.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번 위기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다음 위기에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잃게 된다.

 

나가며 

백신 접종으로 인해 팬데믹 종식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하지만 해외 백신 접종 추이를 보면 바이러스가 쉽게 사라지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신 수급 문제와 접종 주저 현상으로 인해 접종률을 기대만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전 세계적인 백신 보급 불균형은 바이러스 변이의 빌미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종률 제고를 통해 유행 통제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장기전을 대비한 균형 방역은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그간의 피해를 교정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요구된다. 

 


참고문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5), 「2021년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

시사인(2021.2.17.), “힘든 아이가 더 떠안는 교육 공백의 빚”

장영욱 (2020),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 현황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장영욱, 윤형준 (2021), 「유럽 주요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및 2021년 경제회복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일보(2021.5.12), “다가온 '스승의날'... 교사 78% "최근 1~2년 새 사기 떨어졌다"”

IMF Fiscal Monitor Update (2021. 1), https://www.imf.org/en/Publications/FM/Issues/2021/01/20/fiscal-monitor-...

IMF World Economic Outlook (2021. 1), https://www.imf.org/en/Publications/WEO/Issues/2021/01/26/2021-world-eco...

OECD Economic Outlook (2020. 12), https://www.oecd.org/economic-outlook/

OECD (2020), Education at a Glance 2020: OECD Indicators, OECD Publishing, Paris

Eurostat. https://ec.europa.eu/eurostat/data.

한국은행(2021),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BOK이슈노트, 2021-9호

 

한국은행(2021.4.27), “2021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https://www.bok.or.kr/portal/bbs/P0000559/view.do?nttId=10064135&menuNo=...

 

수, 2021/06/0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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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평등한 돌봄을 위하여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돌봄의 국가 책임

 

지금은 백세시대. 더 나아가 백이십세 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삶의 변화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밤새 술을 마셔도, 전날 10키로를 달려도, 시험공부한다고 이틀동안 밤을 새도 금새 회복하는 20대의 몸으로 평생을 살 수 없다. 기계는 고장나면 새 부품으로 갈아끼울 수 있지만 인간의 몸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된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이치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미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웃도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세계에서 유례 없는 빠른 속도다. 고령화가 진행됨과 동시에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0.84명까지 떨어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생산가능인구가 준다는 것은 부양 부담의 증가를 뜻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19)는 2067년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102.4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년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67년은 생각보다 많이 남지 않았다. 저출생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저 시기는 더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돌봄은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내가 나이를 먹으면 누가 돌봐주게 되는가. 우리나라는 견고한 가족 중심 돌봄 사회다. 가족 돌봄이라는 거창한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돌봄은 국가가 아닌 가족 개인의 몫이며 돌봄을 위해서는 가족 개인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만약 나에게 가족이 없다면? 돈이 아주 많은 부자라서 주치의를 두고 비싼 병실에서 비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가족돌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돌봐줄 사람 없인 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노인 1인가구는 증가하고, 돌봄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심해지는 돌봄 격차를 가속화했다. 시설이 문을 닫고 노인들은 집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들어선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돌봄 격차는 여전히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보육, 요양 등 모든 곳에서 사회서비스가 확충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사회서비스는 국가와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 서비스를 총칭하는 말로 쓰인다. 가족 돌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돌봄 제도의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주장해온 것이 바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돌봄 영역이 민간에 맡겨져 운영되어 왔다. 미비한 보육, 요양시설 확보를 위해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했고, 부족한 사회서비스 인력을 단기 양성해 현장에 투입했다. 그러다보니 고질적으로 질 낮은 서비스와 열악한 근로자 처우 문제가 발생했고 시민들의 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돌봄 현장에서 시민들은 낮은 서비스 질과 열악한 근로자 처우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고, 참여연대는 사회서비스 질적 전환을 위한 공공성 확보를 촉구하며 꾸준히 대안을 제시해 왔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과제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확충’이 선정되어 시민들은 사회서비스 확대와 공공인프라 확충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품질 향상을 기대했다. 참여연대 또한 논평을 발행하며 종사자 처우 개선과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 결정을 환영했다. 사회서비스 공단이 분절된 공공서비스로 남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책임성 있게 보장될 수 있도록 전달체계에 대한 보완 요구도 덧붙였다. 국가가 직접 사회서비스 공단을 운영하고, 돌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데 대한 환영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인 2018년 예산안에는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에 관한 예산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통해 돌봄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과 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 책임이다. 시민들에게는 누구나 차별 없이 존엄하고 질 높은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시민사회는 정부에게 계속해서 요구했다. 내 아이, 내 부모, 나아가 나를 위한, 모두를 위한 돌봄 안전망을 하루빨리 구축할 것을.

 

 

높고 험한 국회의 벽

 

2018년 5월 4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11인이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도지사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설립 절차, 운영 등과 관련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발의되었다. 그러나 당시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채 임기만료폐기되었다.

 

법안은 좌절되었으나 2019년부터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사회서비스원은 2021년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등 11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나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어 시설들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긴급돌봄을 시행하는 등 돌봄 사각지대를 완화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남인순의원은 2020년 6월,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사회서비스원법)」을 재차 발의했다. 이 법은 국민들에게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근간이 되는 법안이기에, 무엇보다 빠르게 통과시켜 시행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국회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반대하는 민간기관들의 강력한 저항이 계속되었고, 이에 동조하는 국회의원들이 생겨났다. 야당인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민간기관을 뒤에 업고 「사회서비스 강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사회서비스원을 민간 법인 형태로 설립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하고,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과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사업에 국한했다. 이종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사회서비스원의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전면으로 훼손하는 민간 중심의 법안인 것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며 이종성 의원의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사진1-1> 2020. 11. 19. 목요일 오전 9시 30분, ‘공공성’ 당보된 ‘진짜’ 사회서비스원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국회 소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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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시민사회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논의가 지체된 법안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2020년 12월 9일까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후퇴에 후퇴에 후퇴를 더해서

 

2021년 5월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드디어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통과된 법안의 내용은 시민사회의 염원과 달랐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안의 핵심 내용인 ‘사회서비스원 국공립 우선위탁’ 조항을 ‘민간이 기피하는’ 기관으로 한정하고 위탁의 의무조항을 임의조항으로 수정했다. 현재 보육, 노인, 장애인의 공공영역 비율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은 겨우 0.6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민간기관은 공공이 민간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국회가 이를 받아들여 우선위탁 조항을 후퇴시켰다. 이 핵심 조항의 후퇴는 지자체가 설립한 사회서비스원이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정책효과를 스스로 제한하는 모순적인 결정으로, 사회서비스원의 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영유아,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서비스 시설을 설립하더라도 여전히 민간에 위탁되거나, 결과적으로 사유화되어 운영되는 기존의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라는 사회서비스원의 정책목표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그토록 염원했던 사회서비스원법의 통과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상임위 통과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추후에 후퇴된 조항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의 근간이 되는 사회서비스원법이니만큼 이를 계기로 국민들이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받고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서두에도 언급했듯, 돌봄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며 국민들은 누구나 평등하게 돌봄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민간 중심 복지체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8/31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었다. 법안의 통과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운동의 끝은 아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좋은 돌봄, 인권이 보호되는 돌봄을 위해 참여연대는 계속해서 달릴 것이다.

 

목, 2021/09/0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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