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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 명의 독일시민이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에 가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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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 명의 독일시민이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에 가입한 이유

익명 (미확인) | 월, 2017/04/0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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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_162445m 2016년, 독일은 풍력과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체 전력의 30%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정부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비중을 8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과연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앞선 이 나라의 비결은 무엇일까. 독일의 재생에너지 분야에는 이미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있다. 그 중심엔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있다.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은 2010년 270여 개에서 2016년 말 기준 831개로 크게 늘었고, 현재 16만 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을 방문한 안드레아스 뷔그 독일에너지협동조합연합회 사무처장은 “독일 에너지 협동조합은 누적 1GW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했고 18억 유로(약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운동연합,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집담회에는 30여 명이 참가했다.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은 에너지 전환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제도와 사업 모델은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다. 독일 재생에너지법은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와 송전을 의무화했고,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에 대해 장기간 고정된 단가의 구매를 보장해 경제성을 확보하게 했다. 여기에 협동조합이란 사업 모델이 더해졌다. 독일에서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지역난방은 에너지 협동조합의 주요 사업 유형이다. 특히, 풍력은 경관과 소음과 같은 이유로 주민 반대에 부딪히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협동조합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풍력 발전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런 ‘님비’ 현상도 잦아들게 됐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원전 폐쇄와 기후변화 완화를 추구하겠다는 목적 의식이 앞섰지만, 재생에너지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안정적 사업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시민들은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에 출자하면 배당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설비의 설치에 지역 기업이 참여해 고용을 늘리고 세수 확대에 기여하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설치를 위한 재원 조달에 조합원 출자금뿐 아니라 지역 협동조합 은행의 대출도 활발해졌다.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를 넘어 에너지 협동조합은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구심점 역할도 하고 있다. 독일 중부 지역에 위치한 오덴발트 에너지협동조합은 83개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여기에 250개 지역 기업이 사업에 참여했다. 재생에너지 사업뿐 아니라 이 협동조합은 기존 양조장을 ‘에너지의 집’이란 이름의 사무실로 개조해 이곳에서 150명의 원아가 있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바비큐 대회를 비롯해 인기 있는 행사를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한국에서도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이후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전국적으로 20여 개의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40여 개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양적 증가를 넘어 각 협동조합은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내실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협동조합들은 우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경제성을 보장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저가 입찰경쟁 방식의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제도는 소규모 분산형 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업 모델의 다양화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해진 정답은 없다. 뷔그 사무처장은 조합원들이 서로 만나 현재 상황과 사업 구상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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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설명하는 여러가지 표현 중에서 필자가 유독 좋아하는 것이 있다. 유사하게 보이는 것들 중에서 다른 점을 찾고, 다르게 보이는 것들 중에서 유사한 점을 찾는다. 어디서 읽은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린 시절에 꽤나 멋있게 들렸던지 중학교 시절부터 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말이다.

이는 2009년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영국의 캠브리지에서 열렸던 다윈페스티벌의 캐치프레이즈(See things differently!)가 말하는 것과 의미가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창의적인 발상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고과정이다. 해외의 선진제도를 도입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한가지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은 ‘다르게 바라보기’ 이전에 우선 해당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창의적인 발상이 아니라, 정체가 불분명한 어정쩡한 ‘발명’ 혹은 섣부른 ‘모방’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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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근로자이사제 조례 제정 기념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 패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조례 제정으로 서울시는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서울연구원에 근로자이사를 임명했다. 그리고 12개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에도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 모방한 근로자이사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사회에 이미 도입되었거나 또는 소개되고 있는 해외의 제도들 중에서, 특히 독일의 사례 몇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노동이사제, 노동회의소, 그리고 직업교육의 이원제도가 떠 오른다. 그리고 유명무실한 노사협의회를 대체할 종업원대표제로서 독일의 사업장협의회(Betriebsrat) 제도의 도입 또한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지면을 빌려 독일 제도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간략하게나마 필자의 견해를 보태고자 한다.

그 첫번째 주제로서 노동이사제는 서울시에서 도입했고(근로자이사제), 또한 지난 대선 국면에서 여러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이다. 긴 내용을 짧게, 핵심적인 부분만 간추려보자.

독일의 기업은 두 개의 이사회로 구성되어 있다. 회사의 일상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이사회(Vorstand)와 그 경영이사회를 관리감독하고, 경영이사회의 구성원을 임면하는 권한을 가지며, 회사의 장기전략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감독이사회(Aufsichtsrat)가 그것이다.

우리와 다른 이러한 시스템을 이원적 이사회제도(Two-tier Board System)라고 부르는데,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그리고 네덜란드가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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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공동결정제도 및 이원적 이사회제도 개념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기업 차원과 사업장 차원으로 구분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기업 차원의 공동결정제도는 기업의 감독이사회(Aufsichtsrat)의 구성을 노사동수(또는 1/3 대 2/3)로 강제하고 있는 독특한 제도인데, 몬탄공동결정법(1951년), 공동결정법(1976년) 그리고 1/3-참가법(2004년)으로 규율되고 있다.

1/3-참가에 관한 사항은, 사업장기본법(1952년)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2004년에 1/3-참가법(Drittelbeteiligungsgesetz)이라는 명칭으로 분리되어 별도로 제정된 것이다.

사업장 차원의 공동결정제도는 사업장에서 사업장협의회(Betriebsrat)를 구성하여 노동자의 경여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로서, 사업장기본법(1952)으로 규율된다.

달리 말하면,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대표적으로) 공동결정법(Mitbestimmungsgesetz)에 따라 노동자측 이사가 절반을 차지하는 감독이사회를 통해서, 그리고 사업장기본법(Betriebsverfassungsgesetz)에 따라 경영참여권을 보장받은 사업장협의회라는 두 축을 통해서 실현되는 제도라고 압축해서 말할 수 있겠다.

노사 동수 감독이사회에서 노동이사 선임

몬탄공동결정법과 공동결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감독이사회의 구성에 관해서 살펴보자. 먼저 각각의 법이 적용되는 대상 기업이 다르다는 점을 언급해야 겠다.

몬탄공동결정법의 대상 기업은 제철 및 광산채굴업을 주로 영위하는 상시 근로자 1,001명 이상의 주식회사와 유한회사이고, 공동결정법의 대상 기업은 상시 근로자 2,001명 이상의 주식회사, 주식합자회사, 유한회사 및 협동조합이다(참고로, 1/3-참가법의 대상 기업은 상시 근로자 501명 이상, 2,000명 이하의 주식회사, 주식합자회사, 유한회사, 상호보험조합 및 협동조합이다).

독일 기업의 감독이사회는 이 두 법에 따라 노사 동수로 그 구성이 강제된다(이때 노동자측의 몫으로 배분된 감독이사회의 구성원을 노동이사라고 부르지 않는다. 노동이사는 경영이사회의 구성원 중 한 명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필요적 상설기관)에 노와 사가 동일한 지분으로 참여하는 것이다(상시 근로자가 501명 ~ 2000명인 경우, 1/3-참가법에 따라 노측 감독이사회 구성원은 1/2이 아니라, 1/3이 배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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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노동의 경영참여가 제도화돼 있다. 감독이사회는 노사 동수로 구성되며, 여기서 경영이사회의 노동이사(Arbeitsdirektor)를 선임한다. (사진 출처: https://www.onetz.de/)

이 감독이사회에서 노동이사(Arbeitsdirektor; worker director)를 선임하는데, 위 두 법은 노동이사의 선임절차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후술한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노동이사는 경영이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먼저 언급해 둔다. 경영이사회에 관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몬탄공동결정법에 따르면, 상시 종업원(경영학에서는 주로 종업원이란 용어를, 노동법에서는 근로자 또는 노동자란 용어를 쓴다. 이 글에서는 그때그때 혼용해서 쓴다) 수가 1,000명을 초과하는 대기업에서는 감독이사회 구성원(이사)의 수가 11명인데, 이 중 5명은 주총에서 선임되는 주주측 이사들이고, 5명은 노동자측 이사, 그리고 나머지 1명은 중립적 인사가 선임된다.

그리고 5명의 노동자측 이사 중에서 2명은 해당 기업의 종업원 중에서 사업장협의회가 비밀투표를 통해서 선출하며, 해당 기업이 속한 (산별)노조 및 그 상급단체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되고, 나머지 3명은 (산별)노조의 상급단체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역시 사업장협의회가 비밀투표를 통해서 정하게 된다.

감독이사회 구성원의 수는 납입자본의 크기에 따라 15명, 2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공동결정법에 따르면, 상시 종업원 수가 2,000명을 초과하는 (10,000명 미만의) 대기업에서는 감독이사회 멤버(이사)의 수가 12명인데, 이 중 6명은 주총에서 선임되는 주주측 이사들이고, 나머지 6명은 (산별)노조 추천의 2명과 해당 기업내 종업원 중에서 4명이 선임된다.

종업원 수가 많아짐에 따라 감독이사회 구성원의 수는 16명, 2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몬탄공동결정법(1951)에서는 경영이사회의 노동이사(Arbeitsdirektor)는 감독이사회의 노동자측 이사의 과반수가 반대하면 선임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몬탄공동결정법이 적용되는 기업에서의 노동이사는 공동결정법(1976)이 적용되는 회사의 노동이사와는 달리 종업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의무가 법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몬탄공동결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이사의 선임절차에 따르면, 노동이사는 감독이사회의 노측 이사가 표결로서 선임한다. 따라서 몬탄공동결정법에 따른 노동이사는 산별노조(또는 사업장협의회)가 추천하고, 사업장협의회(또는 산별노조)가 동의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된다.

공동결정법(1976)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이사의 선임절차는 좀 더 까다롭다. 1차 표결에서 부결되면 감독이사회의 의장, 부의장, 노측 이사 1인 그리고 사측 이사 1인으로 구성되는 위원회에서 재차 표결하고, 다시 가부동수일 경우에 의장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여 결정한다.

(참고로, 감독이사회에서의 통상적인 사안의 결의는 1차로 단순과반수로 표결하고, 가부동수일 경우 재차 표결하며, 이 또한 가부동수일 경우 의장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여 최종 결정을 한다. 이처럼 독일 대기업의 최고의사결정에서는 노동자측의 목소리가 주주측의 목소리와 동일하게 반영되지만, 감독이사회의 의장에게는 첨예한 의사결정의 경우에 발생 가능한 노사간 가부동수의 상황에서 2개의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법에 규정함으로써, 굳이 따지면 주주측의 목소리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노동이사는 경영이사회 소속…노무인사 업무 전담

경영이사회도 감독이사회와 마찬가지로 필요적 상설기관으로서 합의체(kollegiale Führung; board)이다. 경영이사회에서의 (보통)결의는 단순과반수로서 행해진다.

위에서 경영이사회의 구성원은 감독이사회에서 선임된다고 하였다. 노동이사(Arbeitsdirektor; worker director)는 위에서 언급한 몬탄공동결정법과 공동결정법에 따라 감독이사회가 임명하는 이사로서, 경영이사회의 여러 이사들 중의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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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82625.html)

당연한 말이지만, 노동이사는 경영이사회의 멤버이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선관의무 등). 경영이사회의 이사는 분기별로 최소한 1회 이상 개최되는 감독이사회에 출석하여 자신이 경영관리의 책임을 맡은 소관영역에 대한 보고를 함으로써 관리감독을 받고, 감독이사회 이사와 함께 정기주총에서 해당연도의 경영활동에 대하여 면책(책임해제)을 받음으로써 한 회계연도를 마무리하게 된다.

경영이사회의 이사별 경영관리 영역에 대해서는 주식회사 정관의 임의적 기재사항인 경영이사회 이사의 업무분담규정(Geschäftsordnung)에 따라 나누어진다.

따라서 경영이사회의 구성원 중 한 명인 노동이사는 노동자의 이해만을 대변하지 않는다. 경영이사회의 이사로서 감독이사회에 대하여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종업원의 이해와 고충을 대변하면서 동시에 회사가 정한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종업원을 독려하기도 해야 한다. 회사가 종업원에게 요구하는 것과 종업원이 회사에 요구하는 것을 최적의 조합으로 조율하는 역할과 함께, 이사회에서 인사노무관리에 관한 전문가로서 다른 경영이사회 멤버들에게 자문역할을 하면서 인사노무에 관한 전략을 기업 전체의 전략에 정렬하여 수립 및 운용해야 한다.

 위에서 보듯이, 노조 친화적인 노동이사는 몬탄공동결정법의 적용 대상 기업에서 그렇고, 공동결정법의 적용을 받는 회사의 노동이사는 더 이상 노동친화적인 요인이 노동이사 선임의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다.

인사노무 분야의 전문적인 능력이 결정기준이 된다. 광산업 및 제철업의 퇴조로 몬탄공동결정법의 대상 기업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현재 대다수의 노동이사는 공동결정법(1976)의 적용을 받는 기업의 노동이사들이며, 주로 직함도 인사담당임원(Personalvorstand; CHRO)이다.

참고로, 1990년대에 국영기업이었던 철도, 우체국(텔레콤)이 주식회사 형태로 민영화되면서 공동결정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는데, 이 회사들의 노동이사는 대부분 친노조 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된 바 있다.

단순한 제도 모방 우려…실질적 노사관계 진전 계기 돼야

긴 내용을 짧게 간추린다고 했는데, 조금 길어졌다. 요약보다는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고, 독일의 제도라는 것이 한 방(放)으로 정리되는 단순한 구성이 아니라는 것도 한 이유이다.

최근 서울시가 도입한 근로자이사제가 경영이사회의 노동이사를 모델로 한 것인지(용어만 보면 그렇다), 아니면 노동자측 대표에 의한 감독이사회의 구성을 모델로 한 것인지(노동자대표 이사제), 혹은 독일의 공동결정제도 전체를 모델로 한 것인지(종업원대표제에 대한 논의가 없다) 분명치 않다.

어쨌든 기타(Guitar/공동결정법)도 없이 피크(Pick; 속어로는 삐꾸/노동이사제)만 가지고 기타연주(공동결정제도)를 하겠다는 격은 아닌지, 말하자면 삐꾸(非俱)가 아닌지 의구심을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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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sedaily.com/NewsView/1KW9DOPF3D)

정체가 불분명한 어정쩡한 발명 또는 섣부른 모방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노동자의 실질적인 경영참가를 보장함으로써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다분히 절충적인 제도를 만든 것이라고 이해해 본다.

정부도 노동이사제가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다고 단칼에 잘라버리지 말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위한 창의적 발상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노사관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가 모두 너나없이 나서서 회사(우리경제)를 살리기 위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는, 우리만의 여러가지 노사 관련 제도를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만들 것을 이 지면을 빌려 촉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관계 선진국들의 관련 제도에 관해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는 점을 사족으로 붙인다.

월, 2017/07/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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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바라보기는 창의적인 발상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사고과정이다. 해외의 선진제도를 도입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한가지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은 ‘다르게 바라보기’ 이전에 우선 해당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창의적인 발상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어정쩡한 ‘발명’ 혹은 섣부른 ‘모방’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사회에 이미 도입되었거나 또는 소개되고 있는 해외의 제도들 중에서, 특히 독일의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노동이사제, 노동회의소, 그리고 직업교육의 이원제도가 떠 오른다. 그리고 유명무실한 노사협의회를 대체할 종업원대표제로서 독일의 사업장협의회(Betriebsrat) 제도의 도입 또한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지면을 빌려 독일 제도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간략하게나마 필자의 견해를 보태고자 한다.

근로자이사제, 제도 모방인가, 노사관계 혁신인가?  

직업교육의 이원제도(Duales Ausbildungssystem)는 독일의 청년실업률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는 제도로서, 독일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에 자랑하는 모델이며, 또한 전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모델이다.

핵심은 직업교육의 이론과 실무를, 직업학교(고등학교가 아니다!)와 기업현장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이론은 직업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치고, 실무는 직접 회사에 채용되어 회사로부터 소정의 직업훈련생 보수를 받으면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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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훈련을 받는 독일 학생의 모습 (사진 출처: http://www.eknews.net/)

고숙련 노동자 만드는 독일의 직업교육

저임금에 기반하여 낮은 품질로 생산하여 낮은 가격에 수출해서 먹고사는 로우로드(저진로) 전략에서 탈피하여, 높은 임금을 받는 고숙련 제조인력이 생산하는 높은 품질의 제품을, 높은 가격을 받고 수출함으로써 높은 이윤을 달성하고, 이를 다시 고임금 숙련인력과 고품질 제조로 연결시키는 선순환의 지속적인 고리(하이로드 전략)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고숙련 노동자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시스템이다.

그래서 폴 크루그먼(P. Krugman)은 이렇게 말했다.

 

 “(중략) 일자리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잘 알기에, 공교육 후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의 고용에 대해 그처럼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독일과 같이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하고, 고진로(하이로드) 전략을 취하는 경제구조 안에서는 탄탄한 직업교육시스템을 통해 숙련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하다”

330개 직업…이론과 실습 병행

독일의 직업학교는 1969년에 처음으로 제정된 직업교육법(Berufsbildungsgesetz)에 따라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이원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도제교육의 흔적으로서, 현장실습을 중시하여 직업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즉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에서는 연방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연방경제에너지부에서 정한 약 330개의 공인된 직업(anerkannte Ausbildungsberufe)에 한하여 직업학교에서 직업교육이 실시된다.

직업학교의 과정은 직업의 종류에 따라 2년에서 3년 6개월까지 그 기간이 상이하다. 이 기간동안 일주일에 1~2일은 직업학교에 등교하여 이론교육을 받고, 나머지는 기업현장에서 실무교육을 받는다(Teilzeitform).

이런 방식 외에도 매년 3개월 가량은 직업학교에 등교하여 이론수업을 받고, 나머지 9개월 가량은 기업에서 실무교육을 받는 방식(Blockform)도 있다.

독일의_직업_교육_제도
(이미지 출처: https://ko.wikipedia.org/)

독일에서는 초등학교(4년) 졸업 후, 성적에 따라 세가지 상급학교(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웁트슐레)에 진학하는데, 우리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상급학교 졸업생의 약 60% 정도가 졸업(졸업증서가 직업학교 입학의 요건이다) 후 직업학교에 들어간다.

약 480,000개 가량의 기업이 회사 내에 직업교육생을 받고 있는데, 이 중 80% 이상이 중소기업들이다.

직업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직업학교를 통하거나, 상공회의소 혹은 개별적으로 회사와 접촉하여 회사와 직업훈련생계약(Berufsausbildungsvertrag)을 체결해야 한다. 이 계약은 회사에서 직업교육훈련 과정이 시작되기 이전에 체결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직업학교의 개강이 9월이므로, 회사에서는 이 시기에 맞추어서 봄부터 직업훈련생을 구하고, 여름 무렵에는 이미 직업훈련생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자질있는 직업(교육)훈련생을 구하여 비교적 낮은 직업훈련생 보수를 지급하면서 회사의 업무를 충분히 가르치고, 이를 통해 잘 훈련된 인력을 추후 정직원으로 충원할 수 있다면 그만큼 회사의 인력계획에 도움이 되므로, 여러 경로를 통해 자질있는 교육훈련생을 모집하기 위해 연초부터 미리 준비하게 된다.

직업훈련생(Azubi 라는 약자를 많이 쓴다)을 채용하고자 하는 회사는, 사내에 사용자의 위임을 받아 교육훈련생에 대한 직업교육 전반을 주관하는 직업교육담당자(Ausbilder 혹은 Trainer)를 반드시 두어야 한다.

이 담당자는 해당 직종에 대해서 전문적인 업무지식과 숙련기능 그리고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자로서, 상공회의소(IHK) 혹은 수공업회의소(HWK)에서 주관하는 직업교육담당자 시험을 통과하여 자격을 갖춘 자이어야 한다.

기업 맞춤형 교육

직업교육의 대상이 되는 약 330여개의 직업은 연방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직업학교의 교과과정 및 관리는 주(州)정부의 소관사항이다.

직업훈련생은 기업에 채용되어 소정의 보수를 받는다고 했으므로, 독일 직업교육의 비용은 상당부분 기업이 부담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교과과정에서도 기업의 요구가 상당히 많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들이 (의무)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상공(및 수공업)회의소가 직업학교의 졸업시험을 관장하고 있는 것도 그 점을 뒷받침한다.

그러니 우리사회에서처럼 채용한 신입사원들의 수준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볼멘 소리가 기업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대신 기업은 지갑을 열어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의 수준을 높이는 제도에 기꺼이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어차피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 새로이 입직교육을 하는 비용은 기업별로 각각 발생하기 마련이다.

독일에서는 기업이 직업교육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고, 그리고 제대로 훈련된 신입사원을 받게 된다. 비용은 비슷하게 소요되지만, 독일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근사한 직업교육시스템을 사회적으로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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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직업교육은 철저히 기업에서 이뤄진다. (사진출처: http://blog.daum.net/)

기업 뿐만 아니라, 청년 구직자들도 이 제도의 수혜자들이다.

우리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보다 명확해 지는데, 우리의 청년 구직자들은 취업시 기업이 요구하는 “경력”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취업을 해야 경력을 쌓을 수 있는데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경력이 있어야 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러니 여기저기 인맥에 기대어 인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고, 그 과정에서 열정페이니 뭐니 해서 사회적인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한다. 게다가 지방에는 그러한 인턴 자리 조차도 찾기 힘든 형편이다.

그러나 독일의 청년 구직자들에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직업교육 과정에서 이미 실무를 충분히 익힌다. 회사 입장에서도 이미 회사의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직업훈련생을, 직업교육훈련과정이 끝난 후 정규직원으로의 채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게 된다.

그러니 직업교육과정이 끝난 후에는 정규직으로 가볍게 취업이 이루어진다.

직업교육 통해 기업 조직문화 익혀

조직문화는 쉽게 형성되지 않고, 또한 그 문화를 습득하는 것도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직문화란, 겉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의식적 수준에서 형성되는 가치만이 아니라, 의식 이전의 영역에서 장기간에 걸쳐서 형성되는 믿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드가 샤인(E. Schein)은 이를 인공물과 가치 그리고 기본적 가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조직문화는 조직의 구성원이 그 조직에 몰입할 수 있게 하며, 한 조직 내에서 어떤 태도와 행동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알려준다. 처음 입사를 하게 되면, 개인들은 그 조직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를 조직사회화 과정이라고 한다.

이 사회화 과정이 바로 조직문화에 구성원이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이것은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조직의 효과성(Effectiveness)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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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M&A가 성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조직통합에 실패하는 것인데, 이것은 상이한 조직문화가 강하게 부딪치기 때문에 그렇다.

또 한가지,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양이 필요한 것처럼, 기업이라는 조직 안에서도 조직시민행동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이란, 공식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업무도 아니고, 그에 따른 공식적인 보상도 주어지지 않지만, 내가 속한 조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행동)을 말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요소들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조직 내 인간관계에 따른 갈등을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일 직업교육의 이원모델에서는, 정규 입사 이전에 2~3년간 회사에서 직접 근무하면서 업무를 배우게 되는데, 이 기간동안 조직 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조직문화를 이미 익히기 때문에 종업원에게도 그리고 회사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도 대졸 신입사원의 약 10%(300인 이상 기업) ~ 32.5%(300인 미만 기업)가 1년 이내에 퇴사를 한다고 한다. 취업 자체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취업 후 퇴사 비율이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해서 그렇지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조직문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이처럼 간단한 일이 아닌데, 독일식 직업교육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이원모델을 통해 쉽게 극복된다.

마이스터교…국적 불명의 제도 모방

독일의 직업교육과 관련해서 또 한가지 언급해 둘 것이 있다. 독일의 직업학교는 학생들이 정규 공교육 과정을 “졸업한 후”에 가는 곳이다. 이는 스위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론은 학교에서 배우고, 실습은 기업(현장)에서 한다는 개념 때문에 종종 고등학교에 재학하면서 기업에 실습을 나가는 것으로 오해하고 작성한 자료가 많다.

굳이 이해를 해보자면, 독일에서는 정규 대학과정 이전에 직업학교 과정이 위치해 있으니, 직업교육은 고등학교급에 해당한다고 보는 모양이다. 독일의 학제(초등학교 과정은 4년으로 끝나고, 중고등학교 과정의 이수연수는 학교의 종류별로 다름)가 우리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길 여지도 있다.

그렇지만 정규 공교육 과정(중고등학교)을 끝내고 직업교육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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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시절, 독일의 직업학교를 모방해 마이스터고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특성화/마이스터고의 중도 이탈자가 매년 1000명 이상에 달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출처: 베리타스알파)

독일과 스위스의 직업교육 모델을 벤치마킹해서 도입했다고 하는 마이스터고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정규 공교육 과정과 직업교육 과정을 섞은 것이 창의성의 발로인지, 아니면 정체불명의 어정쩡한 발명 혹은 섣부른 모방인지 필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우리사회에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취업계약 입학제, 취업인턴제도 등 현장 실습교육을 강화하는 여러 제도들이 도입,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렇게 강화된 현장실습제도를 통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 안전에 열악한 실습현장 등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 사례가 노출되더니, 급기야 사망사고까지 일어나고 말았다.

현장실습생을 값싼 노동력만으로 보는 기업과, 껍데기 취업률에 혈안이 된 학교, 그리고 정부의 무대응과 무책임이 합작하여 만들어 낸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것들이 혹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일(스위스) 사례를 제대로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쉽게 도입해서 생긴 문제라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노파심에서 그런 우려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약 우리가 해외의 선진제도를 그 겉모습만 대충 이해하고, 또 우리사회에 대충 적용한다면, 그런 제도는 지속될 리도 없고, 문제점만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말 것이다.

우리만의 제도를 위한 창의적인 발상

독일의 직업학교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우리 사회에 관련 제도를 착근시키기 위해서는 이 제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 더해서,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할 것이다.

되풀이 하지만 창의적 발상을 위해서는 정확한 이해가 우선이다. 창의적 발상이라는 요리를 위해 필자가 생각하는 기본재료는 이렇다.

1. 공교육과 구별한다. 공교육과 직업교육의 목표는 다르다. 공교육 과정에서 직업훈련을 시켜서 사회에 내보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이다.

공교육 과정에서 습득해야 할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을 가르치는 것에 소홀히 한다면, 이는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현상의 중요한 원인일 수 있다.  

2. 법규정을 통해서 신분이 보장되어야 한다. 법에 따라 직업훈련생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소정의 보수(직업훈련생보수)를 지급한다. 독일의 경우, 관련 법(직업교육법)에 따라, 시용기간(1~4개월)에는 해고가 가능하나, 그 이후에는 특별해고만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해 둔다.

3. 교육과정에 기업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다. 독일에서는 기업이 의무적으로 회원이 되는 상공회의소(수공업회의소)가 사내 직업교육담당자의 자격과 직업학교의 졸업시험을 주관한다.

직업훈련기관들이 저마다 알아서 교육훈련을 시키고, 의무시수만 채워서 내보내면 그만인 식의 직업교육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4. 비용의 상당 부분은 기업이 부담한다. 독일에서 직업학교를 운영하는 비용은 주정부가 부담하지만, 기업은 직업교육을 시키면서 직업훈련생 보수를 지급한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어차피 입직교육을 위한 비용은 드는 것일테니, 이를 공동기금으로 조성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모아서, 민관 협력을 통해 효과적이고 지속성 있는 사회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5. 중앙정부가 기본틀을 만들고, 직업교육 시스템의 운용은 지자체가 민간기업과 협력하여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직업교육에 관한 법체계를 정비하고, 기왕에 공들여 만든 국가직무능력표준(NSC)을 보완, 활용하여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다. 운용의 주체는 지자체와 지역의 민간기업이 된다.

6. 단기적인 경쟁력 향상보다는 미래의 지속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해 당장의 비용을 감당한다.

7. 직업교육 과정에서 조직시민행동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 개발에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사회에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소통하고, 경청하는 태도와 갈등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를 갖추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시민행동을 중요시하는 의식변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런 것들이 직업교육 커리큘럼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직업교육제도를 통해 청년실업이 실질적으로 해소되고,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능 및 사무인력이 양성되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노와 사가 모두 만족하는, 그래서 종국에는 우리사회에 새로운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일대 전기가 직업교육제도의 혁신을 통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화, 2017/07/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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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정치발전소에서는 독일과 이탈리아로 민주주의 기행을 다녀왔습니다.
2017년, 정치발전소에서 다시 한 번 독일로 민주주의 기행을 떠납니다.

올해 9월 24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독일총선기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당, 노조, 정치학자들을 만나고 현지의 선거운동을 직접 보러가는 이번 기행을 준비하면서 독일을 좀 더 이해하고자 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정치발전소에서 <독일 민주주의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역사’파트의 강독과 독일의 정치/정당/노사관계를 주제로 한 세미나로 구성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가신청 : http://bit.ly/democracy_of_germany
참가비 : 2만원(비회원 4만원)
참가비 입금계좌 : 1005-203-267406 우리은행 사단법인정치발전소

○ 커리큘럼
#1. 독일의 ‘역사’ 온종일 강독
일시 : 7월 29일(토) 오후 1시~6시
교재 : 새로 쓴 독일역사(하겐 슐츠, 지와사랑)
진행 :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2. 독일의 ’정당’
일시 : 8월 7일(월) 오후 7시
발제 :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3. 독일의 ‘의회와 선거제도’
일시 : 8월 14일(월) 오후 7시
발제 :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

#4. 독일의 ‘노사관계’
일시 : 8월 21일(월) 오후 7시
발제 : 천관율 시사IN 기자

#5. 독일의 ‘2017년 총선’
일시 : 8월 28일(월) 오후 7시
발제 : 김성희 정치발전소 상임이사

* 2017 독일총선기행의 참가자는 사전에 모집되었습니다. 실험적으로 진행되는 파일럿 프로그램인만큼 공개모집하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수, 2017/07/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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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독일 정치 : 독일 총선기행 결과 발표회>

독일 총선기행팀이 직접 보고 느낀 독일의 선거와 정치에 대해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기행팀의 발표 뿐만 아니라 독일의 정치와 민주주의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해보려 합니다.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비한 독일 정치 이야기!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1부. 독일 총선 기행팀의 결과 발표
2부. 독일 정치에 대한 아무 질문 대잔치

일시 : 2017년 11월 1일 수요일 저녁 7시30분
장소 : 정치발전소(마포구 신촌로14 황해빌딩 3층)
사회 : 정인선 Deepr 기자
발표 : 김성희, 김희서, 서복경, 최필경 등 독일 총선기행팀
참가신청 : bit.ly/알쓸신독
(참가 인원에 따라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참가비 : 무료

수, 2017/10/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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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와 8000km이상 떨어져 있고, 미국, 일본, 중국처럼 직접적인 영향을 말하기도 어려운 유럽의 한 나라가 있다.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는 그런 나라의 정치와 선거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칫 호사가들의 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그 나라가 이런 나라라면, 아마도 우리는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유럽의 운명을 (미국에서 벗어나)유럽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 막 깨닫고'(메르켈 독일 총리의 말이다) 유럽의 지도적 역할을 자임한 나라, 난민 100만 명을 수용함으로써 대륙 간 갈등을 줄이고 평화를 이끄는 나라, 남유럽 경제위기를 진정시키고 세계 최대의 경제권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나라, 강대국 중 최초로 탈핵을 선언한 나라라면 말이다.
우리에게 케인즈 전기 작가로 잘 알려진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워릭대 교수는 국내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독일이 EU를 지배한다’고 썼다. 독일의 권력분립형 통치체제가 EU의 구조와 체제에 그대로 복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주1) 이제 독일 모델은 독일만의 예외가 아니라 보편적 통치 모델로 등장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독일 여행은 민주적 다원주의를 활력 있고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통치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였다. 사소한 차이도 내전을 방불케 하는 적대적 대립으로 귀결되고, 평화에 대한 일관된 시야를 갖지 못한 채, 미국의 뒤에서 그리고 강경한 여론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다, 이제 급기야 전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한국 정치의 문제를 더 도드라지고 아프게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독일의 선거에는 세상의 모든 의견이 다 있다” 
독일에서 놀라는 것은 정치적 목소리의 다양함과 자유로움이다. 총선 중 베를린 거리는 다양한 정당의 선거 포스터로 가득 찬다. 기민당(CDU)나 사민당(SPD), 녹색당(Grüne), 자민당(FDP) 등 독일정치에 과문하더라도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정당들은 물론, 포스터에 레닌을 등장시킨 독일 마르크스-레닌주의당(MLPD), 극우정당들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민족민주당(NPD), 동물생명권 보호를 내세우는 동물보호당(Tierschutzpartei), 시민권 강화와 정보 인권을 주장하는 해적당(Piratenpartei) 등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혁명 내세우는 극좌부터 나치와 다름없는 극우까지 수많은 정당들을 만나게 된다. 베를린에서만 24개의 정당이 정당 명부에 이름을 올렸고, 독일 전역에서 42개 정당이 이번 총선에 명부를 제출했다.(주2) 물론, 이러한 다양성은 정당의 기초가 되는 시민들의 자율적 결사체와 이념, 사상이 그 만큼 자유롭고 풍부하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 독일 총선 기간 중 만나는 다양한 정당 포스터 ⓒ(사)정치발전소

▲ 레닌의 얼굴을 모델로 활용한 극좌정당 독일 마르크스-레닌주의당 포스터 ⓒ(사)정치발전소

우리나라는 국가보안법이나 정당법 등으로 시민의 자유로운 결사와 정당 설립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독일과 같은 많은 정당은 대번에 ‘정당 난립’, ‘국론 분열’로 문제가 될 법도 하다. 그러나 독일은 유럽 민주주의 위기가 거론되는 지금도 여전히 정치적으로 매우 안정되고 강력하다. 무엇보다 독일이 이처럼 풍부한 정치적 자유와 다양한 정당들 속에서 안정되고 활력 있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까닭은 다원성과 안정성을 조화시키는 통치의 유능함과 책임성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경우, 선거가 끝나면, 집권세력은 권력을 전리품쯤으로 손쉽게 사유화한다. 통치권력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야당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집권여당조차도 밀어내고 위계적으로 초집중화 된다. 적폐청산 같은 상대를 절멸시키고자 하는 전투담론이 정치공간을 메워버린다.
독일에서 정당과 노조 관계자를 만나면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권력과 통치를 다루는 그들의 생각이었다. 정치와 사회(기업 & 노동)의 관계, 정당과 정당 사이의 관계가 작동하는 방식은 차이가 존중되면서도 책임성을 공유한 폭넓은 분권과 자율, 공동통치에 기초하고 있었다. 이것은 ‘이긴 놈이 다 먹는다’는 천박한 권력과 통치관을 뛰어 넘는 것이다.
“누가 독일을 지배하는가”
폭스바겐은 독일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메이커이며 세계적 거대기업이다. 년 매출만 263조(2016년), 웬만한 국가의 1년 예산 규모다. 이 거대기업이 2015년 불거진 배기가스조작사건(디젤게이트)으로 마틴 빈터콘(M.Winterkorn)회장이 물러나는 홍역을 치렀다.
“누가 폭스바겐 신임 회장을 지명했는지 아느냐?”
독일 금속노조(IG-Metall) 지도부의 일원으로 연방의회 및 정당 관계를 책임지는 콘라드 크링겐부르크(Konrad Klingenburg : 자신을 3천명의 로비스트들이 득실대는 독일 금속산업계에서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 5명뿐인 로비스트 중 한명이라고 했다)가 물었다. “대주주가 결정하는 것 아니냐?” 일행 중 한명이 말을 받았다. 그는 “폭스바겐의 신임 회장을 지명한 것은 이사회의 노동자 대표였다”고 말했다.
물론 폭스바겐 사례는 감독이사회의 주주 이사들이 잇달아 사임했던 디젤게이트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긴 하지만 주주가 지배하는 영미식의 기업이나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우리나라의 재벌기업과 달리, 독일의 대기업들은 공동결정의 가치에 따라 주주와 노동자 대표로 균등하게 구성된 감독이사회에서 회사의 전략적 결정을 함께 내린다. 공동결정제도를 통해 노동자는 기업의 공동경영의 주체로 인정받고, 그에 상응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노조와 노동자대표가 산업계의 단순한 이해관계자를 넘어, 독일의 사회경제를 지탱하는 공동 통치자의 반열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독일노총(DGB)의 국제담당 프랑크 차흐(Frank Zach)는 “노조는 다양한 자율적 협약과 협상을 통해 독일의 산업정책과 사회경제정책 전반에 필요한 결정권을 행사한다”며 지난 연정은 물론이고 “이번 총선에서도 AfD와 협상을 거부한 자민당을 제외한 주요정당의 선거강령에 노조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노조의 역할과 권위에 대한 사회적 동의와 신뢰는 확고해 보였다. 보수정당인 기민당의 당원이자 JU(기민/기사련 청년 조직)의 국제담당인 크리스티안 크라이저(Christian Kreiser)는 “독일에서 노조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젊은 사람들도 노조에 많이 참여하고, 전반적으로 봤을 때, 나의 친구나 당원(기민당원) 등을 포함해 주변사람들이 노조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노조는 어떤 책임성을 갖고 있을까. 금속노조의 크링겐부르크는 아웃사이더 정당인 좌파당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자신들이 가진 통치자로서의 책임성을 말한다. “서독지역의 좌파당은 사실 금속노조의 조합원들이 만들었다.(주3) 좌파당의 선거강령은 금속노조의 노동정책을 많은 부분 담고 있고 지향점도 같다. 그러나 그외 부분들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EU정책과 외교안보정책 등은 우리와 전혀 상반된 내용을 갖고 있다. 솔직히 우리는 정치적 현실주의자다. 좌파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같은 지향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책임성을 구현할 수 없는 정당과 전략적 연대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AfD에 대해서는 더 단호했다. 그는 “연합노조(United Union)인 금속노조는 사민당, 기민당, 자민당, 녹색당 등의 당원도 모두 조합원이 될 수 있지만, AfD는 수용하지 않는다”며 “(AfD의 이념인)극우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금속노조의 강령”이라고 강조했다.

▲ 금속노조의 슬로건. “더 많은 협약을 통한 정의 실현(Gerechtigkeit durch mehr Tarfverträge)”이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사)정치발전소

인사이더 정당과 아웃사이더 정당의 조화
이번 독일 방문에서 느낀 것은 다양한 정당들이 경쟁하고 있지만, 통치하는 인사이더 정당과 문제를 제기하는 아웃사이더 정당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고,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독일 민주정치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통치하는 정당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발전시키면서도, 동시에 유럽정치(국제정치)의 리더십을 가진 독일의 통합과 안정에 대한 확고한 책임성을 공유하고 있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연정을 통해 언제든 집권세력이 될 수 있는 정당이다. 기민당과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이 이런 정당들이지만, 특히 기민당과 사민당이라는 보수-진보의 두 주축정당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지난 8년간 대연정을 했던 두 당 모두 지지율과 의석이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두 주축정당을 포함한 통치하는 인사이더 정당체제의 지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독일에서 의석배분 기준은 정당 득표율이다. 지역구 의석이 없어도 정당투표에서 5% 진입장벽을 넘으면 받은 표만큼 의석으로 환산된다. 주요한 아웃사이더 정당으론 12.6%(95석) 득표로 최초로 연방의회에 진출한 AfD와 9.2%(69석)를 득표한 좌파당이 있다. 그러나 전체 지역구 의석 299석 중 290석(97%)을 기민-사민당이 석권했고, 전체 709석 중 77%(546석)를 차지한 인사이더 정당의 지배력은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유럽의 다수 국가가 극우 포퓰리즘의 발호 속에서 기존 정당체제가 붕괴하는 혼돈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가장 강력한 국가인 독일이 보여주는 통치체제의 예외적 안정성은 유럽의 미래를 위한 청신호라 할 만 했다.

▲ 2017년 독일 총선 득표율 ⓒ 독일연방선거관리위원회www.bundeswahlleiter.de

▲ 2017년 독일 총선 의석 현황 ⓒ 독일연방선거관리위원회www.bundeswahlleiter.de

▲ 2017년 독일 총선 지역구 현황 ⓒ 독일연방선거관리위원회www.bundeswahlleiter.de

인상적인 인사이더 녹색당(Bundis`90/Grüne)
비록 6당으로 내려앉기는 했지만 인상적인 것은 녹색당이다. 녹색당은 1980년에 반핵·환경·평화운동 세력과 신좌파 사회운동 세력이 만든 급진적 이념정당으로 당시에는 가장 강력한 체제비판 정당이었다. 녹색당은 1983년 연방 총선에서 처음 원내에 진출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1998년에는 사민당의 후견을 받는 좌파연정으로 최초로 집권당이 되었다. 2000년대 들어 그들의 환경의제가 사민당이나 좌파당, 심지어 기민당으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당의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정치적 현실주의를 수용해 통치능력 역시 발전시켰다.
특히 녹색당은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크고 영향력 있는 주인 바뎀-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에서 2011년 이래 현재까지 두 차례 연속 집권했다. 현재 녹색당은 연방차원에서 최초로 기민/기사-자민-녹색의 자메이카 연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반체제적 아웃사이더 정당이 37년간 꾸준히 스스로를 성장시켜, 이제 통치할 수 있는 인사이더 정당으로 진보-보수 모두로부터 신뢰받게 된 과정은 드라마틱한 감회마저 느끼게 했다. 당 안팎의 난관을 뚫고 정체성과 기반, 능력을 함께 발전시켜 온 녹색당의 사례는 침체한 한국 진보정당들이 좋은 참고가 될 만하다.

▲ 녹색당의 선거파티(Wahlparty)에 초대된 정치발전소 독일기행단 일행이 녹색당 로고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사)정치발전소

인사이더 못지않게 중요한 아웃사이더 정당들
안정적 통치에 있어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사이더 정당들의 능력과 책임성은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고 아웃사이더 정당들이 독일정치의 ‘문제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사이더 정당들 못지않게 아웃사이더 정당 역시 독일 민주주의에 중요했다. 이번 총선에서 반체제적 투표층을 목표로 캠페인한 아웃사이더 정당들은 의회에 진출한 좌파당과 AfD를 포함해 수십 개에 이르고, 이들 정당이 대표한 유권자의 규모는 약 20%선으로 적지 않은 비중이다. 큰 쟁점이 없이 메르켈과 대연정 체제에 대한 찬반 평결의 의미가 컸던 이번 선거에서, 수렴적 경쟁을 하는 인사이더 정당들이 포괄하지 못한 시민층을 좌우 아웃사이더 정당들이 대표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극우 AfD의 연방의회 진출은 우려가 컸지만, 아웃사이더 정당들은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들을 대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더 많은 시민들을 독일 정치 안으로 통합시켰다. 특히 통독 이후 30여 년 동안 동서독 격차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생활수준이 서독의 70~80% 수준인 동독지역 주민의 소외감과 2005년 하르츠 개혁 이후로 경제적 불안과 위험이 커진 빈곤층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데 이들 정당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었다. 또한 소수의 극우정당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웃사이더 정당이 선명한 진보적 이념과 가치, 이슈를 대표하는 정당이라는 점도 다원주의에 긍정적 요소로 보였다.
녹색당 사례에서 보듯 아웃사이더 정당 역시 그들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통치 능력을 갖춘 인사이더 정당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다. 독립적으로 잘 분권화된 연방체제는 아웃사이더 정당들에게는 주의회와 주정부를 통해 협력정치의 경험과 통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일종의 ‘작은 독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적 다원주의를 이끄는 또 하나의 기반 – 언론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고 통합해 내는데 공론장을 구성하는 언론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독일은 전 세계에서 미디어 집중도가 가장 높고 언론 다양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주한 독일대사관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는 350개 일간지가 있고, 구독률 71.4%로 각각 수백만 명의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신문들의 독립적이지만, 그렇다고 기계적 중립성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각 언론은 정치적으로 다양한 견해를 대표할 뿐 아니라 지역마다 특색있고 차별화되어 있어 연방체제에 부합하는 다양한 정치적 공론장이 형성된다. 베를린만 보더라도 TAZ라고 불리는 진보지 타게스차이퉁(Tageszeitung), 베를리너차이퉁(Berliner Zeitung), 베를리너몰겐포스트(Berliner Morgen Post), 타게스슈피겔(Tagesspiegel) 등 베를린에서 발행되는 다양한 유력 일간지가 있다.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도 특색있게 나뉘어져 있어 몇 개의 주류 언론이 나라 전체의 공론장을 장악하고, 일률적인 보도만을 쏟아내는 우리의 현실과 크게 대비되었다.
또한 특징적인 것은 독일 언론이 가진 책임성이다. 베를린에서 만난 한 유학생은 “독일 언론은 좌우를 떠나 기본적으로 온건하다”고 말한다. 매체가 가진 정치적 견해는 다양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싸움을 부추기는 선동적인 기사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쟁점을 다룰 때에도 심층적인 분석과 다양한 견해가 충분히 소개되어 “흥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하는” 보도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했다.
질 좋고 다양한 공론장 없이 민주적 다원주의를 생각할 수 있을까? 정치적 책임성 없이 정체도 불분명한 진영간 내전(內戰)에서 선무대를 자처하는 한국 언론과 이들에 포획된 공론장의 현실은 분명 독일과 크게 대비되는 것이었다.
 
“Wir schaffen das(우리는 그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난민 위기가 발생했을 때, 메르켈 총리가 한 말이다. 메르켈이 언급한 ‘우리’는 모호한 말이지만, 그 속에 독일이 어떻게 통치되고 있는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라면 노동조합은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받는 피지배자라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렵다. 그러나 독일의 노동조합은 독일을 끌어가는 중요한 통치 주체이다. 노조만이 아니다. 여성, 청년, 중소사업가 등 다양한 시민들이 결사체와 정당을 통해 통치에 관여한다. 이렇게 정치와 사회는 정당과 자율적결사체로 이루어진 수많은 공동통치 공간들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들이 독일을 통치하는 ‘우리’이다.
독일은 책임성을 가진 진보와 보수가 함께 통치하는 나라이다. 집권한 정당이 모든 것을 다 갖고 나머지는 배제되는 정치가 아니라 상이한 정체성을 갖지만 통치의 책임성을 공유하는 정당들 사이에서 연정과 협력은 다양하고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독일은 ‘박근혜 정권이나 문재인 정권’ 같은 하나의 통치집단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정당과 결사체들의 “통치의 그물망”을 가진 사회이다. 자율적이며 분권화된 통치의 그물망은 이를 뒷받침하는 질 좋고 다원화된 공론장에 의해 뒷받침된다. 책임 있는 정당들과 언론은 독일을 통치하는 ‘우리’이다.
물론, 독일은 완벽한 사회가 아니다. 또 우리와 직접 비교할 수도 없다. 이민자 문제, 동서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있으며, 유럽이 몸살을 앓는 극우 포퓰리즘의 완벽한 안전지대도 아니다. 그러나 이를 다루기 위해 독일의 통치 주체들-정치지도자와 정당들, 노조들, 자율적 결사체들-이 전개하는 노력은 평가되어야 한다.
혹자는 제도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제도는 독일 정치의 장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프랑스나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의 제도가 독일만 못하다고 할 수는 없다. 왜 비슷한 제도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오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다양한 정치적 가치와 갈등 위에서 거대한 선단을 이끌 듯 독일 사회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일, 그 일에 성과를 내기 위해 정치지도자는 물론이고 평범한 당 활동가부터 정치인, 노조지도자 등이 보여주는 통치에 대한 책임성은 무엇보다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우리 정치에 명백히 결여된 부분이다.
우리는 현재 외교안보 문제를 비롯해 양극화 등 수많은 위기적 문제들 앞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불모의 적대적 대립과 갈등, 우왕좌왕하는 외교안보적 대처 등 우리 공동체의 안정과 안전을 위한 ‘통치’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좋은 통치관과 이를 위한 집요한 노력은 역시 타협할 수 없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가 문제라면 그 해결책 역시 정치에서 찾아져야 한다. 역시 다시 메르켈을 인용하며 마무리할 해야 할 것 같다.
“WIR SCHAFFEN DAS”(우리가 그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주2)  독일연방선거관리위원회(www.bundeswahlleiter.de) 자료 참조.
주3)  좌파당(Die Linke)은 동독지역의 민주사회당(PDS-동독집권당인 독일 통일 사회주의당의 후신)과 서독지역에서는 오스카 라퐁텐 등 사민당 이탈파와 일부 노조를 중심으로 형성된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대안(WASG)이 2005년 통합해 창당되었다.
목, 2017/10/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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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일부터 28일까지 내가 속해 있는 정치발전소의 ‘독일 민주주의 기행 프로그램’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9월 24일 치러진 독일 총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계기와 맞물려 있던 탓에 독일 정치의 소용돌이를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주로 언론에 의존해 다른 나라의 정치에 관한 정보와 해석을 접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해외토픽 수준의 단편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그 나라 정치의 움직임이나 정당, 정치인, 노동조합 등 주요 정치행위자들의 실질적인 고민을 알기는 어렵다.
물론 현장에 있었다고는 하나, 일주일여의 짧은 기간 동안 독일의 정치를 지켜본 경험과 느낌으로 독일 정치 일반을 말하는 것은 눈감고 코끼리 가죽의 어떤 언저리를 만지는 일처럼 한계가 크다. 다만, 이번 방문이 총선 전후의 긴박한 기간 동안 이루어졌음에도 다행히 주요 정당 및 독일 노총(DGB)과 금속노조(IG Metall) 등의 주요 관계자, 독일 정치 분석가 등을 인터뷰하고 독일 정치에 대한 그들의 고민과 전망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은 성과였다. 또 총선과 관련된 몇몇 정당의 선거행사에도 직접 참석해 현장의 분위기를 날것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이지만 독일 민주주의라는 외부의 창을 통해, 익숙하기 때문에 둔감해지기 마련인 한국 정치의 몇몇 문제를 객관적 거리감을 갖고 낯설게 조망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이 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연재될 이 글은 독일 정치에 대한 어떤 분석을 위한 글이 아니다. 독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바라보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지점을 필자의 시각에 따라 정리한 것임을 밝혀둔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선거”  
우리에게는 총선하면 떠오르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우리의 선거는 이렇다. 요란한 유세차와 율동패들, 하루 종일 지속되는 선거운동원들의 구호와 인사, 쏟아지는 명함과 선거 공보물, 언론에 나기 위해 쥐어짜듯 연출된 행보에 주력하는 정치인….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거리에서 밟히는 것은 전부 선거에 관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한 과잉된 전쟁을 치룬다. 공통점은 이 모든 행위가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사실 이런 일에 우리는 별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대체로 이런 것은 ‘선거니까 당연한 일’로 수용되었고 이제 관성화 되어 있다. 선거운동원 숫자부터 선거운동 방법 등 선거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관료적 통제 대상으로 삼아 정치활동 자유를 크게 옥죄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선거와 정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선거는 어떨까. 약간의 설렘과 호기심을 안고 독일 총선일을 나흘 앞둔 지난 9월 20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의 주요 거리를 둘러보며 느낀 것은 “독일이 지금 선거 중인가”하는 의아함이었다. 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하고 차분했다. 거리 어느 곳에서도 소란스런 가두 캠페인이나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선거운동원을 만날 수 없었다. 유세차도, 길거리에 뿌려진 명함이나 홍보물도 없었다. TV에서도 정치인이 연예인처럼 분해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현란한 미디어 선거의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방인에게 독일이 선거 중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곤 거리 곳곳에 부착된 선거 포스터(Wahlplakat) 정도였다. 이마저도 거리를 오가는 베를린 시민들의 눈길을 붙잡는 것 같지 않았다.

▲ 베를린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선거용 포스터 ⓒ(사)정치발전소

선거일을 하루 이틀 남기고 베를린 시내에서 진행된 몇몇 정당 집회(우리는 마틴 슐츠 사민당 총리 후보가 참석하는 사민당 집회와 좌파당의 집회를 참관했다)도 우리의 광화문 선거 유세처럼 선거 막판 세과시를 목적으로 대규모로 동원된 집회는 아니었다. 총리 후보가 직접 참석한 집회조차 많이 잡아도 500명 미만의 사람들이 참석한 규모로, 장황하지 않고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굉장한 이벤트나 대중적인 명망가, 스타들을 불러 올려 막연하게 시민들을 불러모으는 것이 아니라, 당원과 지지자들이 스스로의 확신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성격이 커 보였다.

▲ 9월 22일 베를린 도심에서 열린 사민당 총리 후보 마틴 슐츠 유세 ⓒ(사)정치발전소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한국에서 들었던 대로 이번 독일 선거가 “쟁점 없는 맥 빠진 선거”라거나 메르켈의 기민당 승리가 예견되는 “뻔한 선거”의 탓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한 독일교포는 ‘자신이 경험해 온 독일 선거는 늘 이렇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사람들은 정치를 매우 중요하고, 진지하게 받아드린다”며 “직업‧계층‧연령‧취미 등 다양한 필요에 따른 풍부한 시민 결사체들이 있고, 지역의 작은 커뮤니티까지 잘 정비된 정당조직과 당원들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활동과 대화는 일상적이며 참여 역시 조직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같은 보여주기식 선거운동은 여기서는 매우 우스꽝스런 일”이라고 했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정당과 정치, 그리고 선거와 선거 사이에 정당이 보여준 활동에 대한 집합적 평가들을 통해 자신들의 선호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이익 있는 곳에 결사 있고, 결사 있는 곳에 참여 있다’는 현대 민주주의의 다원주의적 원리가 독일 사회 전반에 잘 뿌리 내려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정치적 진지함은 각 정당이 선거공약(Regierungsprogramm)을 제시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기민/기사연합은 기민련과 기사련의 정치 협약의 형태로 선거 강령을 제시했으며, 사민당은 당대회(Parteitag)라는 당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선거 강령을 확정했다.(주1)
선거공약이 선거를 앞두고 캠프 주변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과 당 주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조직적인 협상, 토론, 동의과정을 통해 확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선거일이 임박해 구도를 흔들어 보기 위해 캠프가 없던 공약을 급조하는 일은 독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 메르켈 총리(CDU 대표)와 제호퍼 CSU 대표가 회담을 마친 후, 기민/기사연합의 선거강령 “Wohlstand und Sicherheit für alle(모두를 위한 번영과 안보)”을 발표하고 있다.(2017.7.3.) ⓒ CDU(www.cdu.de)

선거운동 역시 정당의 조직력에 기초해 기초 지역 단위부터 꾸준하고 일관되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민/기사연합의 청년조직인 JU(JUNGEN UNION, JU는 유럽최대의 청년 정치조직이다)의 관계자는 이번 총선을 맞아 지난 8개월간 독일 전역에서 100만 호에 달하는 가구별 방문을 통해 선거운동 활동을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그들은 누적된 호별 방문을 토대로 지역별 지지자의 분포를 DB화하는 일도 함께 진행했으며, 이를 해당 지역의 지역당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호별 방문은 한국에서는 불법이라고 하자 JU관계자는 꽤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선거운동에 제약이 없다”며 그것은 “표현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 선거법은 선거운동의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규제하고 금지하는 반면, 독일은 선거법에 선거운동과 관련된 금지 규정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선거운동에 관한 사항은 각 지역별로 정당들의 자율적 협의에 맡겨져 있다.

▲ JU가 진행한 가구별 방문 선거운동의 모토. “Der Walhkampf steht Vor der Tür(선거운동은 문 앞에 서 있다)” ⓒ www.cdu.de

또 하나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JU는 기민/기사연합이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위성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적 의사결정, 재정,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정당(기민/기사연합)으로부터 독립된 청년들의 독자적인 조직이라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단순 실무자나 율동부대, 또는 선거의 얼굴마담 격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차원의 정치활동과 선거활동의 전면에서 스스로의 조직에 기초해 자율적이며 능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청년 스스로 기초부터 정치활동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정당의 청년조직이 처해 있는 현실에 비춰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당원과 지지자가 주인공인 선거파티(Wahlparty)”
그렇다고 독일의 선거가 열정 없는 조용한 선거는 아니다.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가 느낄 수 있었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선거가 끝난 직후에 개최된 정당의 선거파티(Wahlparty)이다. 선거파티는 말자체가 생소하기도 했거니와 그 내용에서도 선거나 정당에 대한 우리들의 고정된 인상과 현저하게 달랐다. 선거파티란 간단히 말하면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모여 선거의 종료를 축하하는 행사이다. 우리와 비교한다면 방송사 출구조사 시청 행사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중앙당 강당의 단상을 차지한 카메라 앞에 서열별로 줄지어 앉은 당 지도부가 출구조사 결과에 따라 환호나 박수 등을 연출 한다. 방송사 요청에 따라 사전 예행연습까지 한다. 출구조사 시청은 선거 마지막을 장식하는 빠질 수 없는 이벤트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 행사의 주인공은 당 지도부와 방송사이라는 점이다.
녹색당(Bundnis`90/Die Gruenen)의 선거파티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리는 총선일 저녁, 베를린의 칼-맑스가(Karl-Marx Strasse) 인근 한 강당에서 개최된 녹색당의 메인 선거파티에 초청받았다. 우리 일행은 방송사 첫 예측조사가 발표되기 한시간 쯤 전에 현장에 도착했다. 행사장 안과 밖은 이미 수 시간 전부터 몰려든 당원,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부터 평범한 노동자풍의 중년, 개성 넘치는 청장년과 노인들, 성소수자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들었다. 독일 녹색당 관계자는 선거파티장은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과거 양조장이었던 홀을 간단하게 손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길을 끈 것은 공간의 구성이었다. 강당 어디에도 당 지도부를 위한 특별한 자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강당 옆에는 바(bar)가 설치되어 있어서 누구나 맥주와 와인 등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 지도부 전면의 상석을 차지했을 카메라를 위한 공간은 강당 뒤편에, 기자들을 위한 공간은 2층 객석으로 구분되어 배치됐다. 강당의 메인 공간을 가득 메운 것은 당원과 지지자였다. 빽빽하게 들어선 강당 한 가운데, 마이크가 있는 좁은 단상이 마련되어 있을 뿐이었다.
선거 종료와 함께 방송사의 첫 번째 예측조사(Hochrechnung)가 발표되자 사회자는 당의 공동 총리 후보인 카트린 괴링-에카르트(Katrin Göring-Eckardt)와 젬 외즈데미르(Cem Özdemir)를 호명했다. 당원들 속에 묻혀 있다 단상에 오르는 두 당 대표의 손에는 참모가 써준 연설문이 아니라 바로 직전까지 당원들과 함께 마시던 음료가 들려 있는 것도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당원들을 한껏 고무시킨 두 공동 후보의 연설이 끝난 후 곧 그들은 또 다시 당원들 속으로 사라졌다. 인터뷰를 위해 당의 주요 인사를 찾아 이리저리 방송사 카메라와 아나운서들이 군중 속을 헤집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이방인의 눈엔 서로 격려하고 또 긴 선거운동의 노고를 나누는 그 자리에 운집한 사람들 모두가 당원이고, 또 한편으론 모두다 주요 인사처럼 보였다. 말그대로 당원들을 위한 파티였고,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 녹색당의 선거파티 장면. 선거파티에 참석한 당원들 속에서 연설하는 녹색당 총리 후보인 카트린 괴링-에카르트와 젬 외즈데미르가 보인다. ⓒ (사)정치발전소

예년에 비해 높았다고 하는 우리의 지난 20대 총선의 투표율은 58%였다. 우리는 절반을 조금 넘는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고 오기 위해 정당들은 선거 때가 되면 이름을 바꾸고, 실천의 뿌리나 축적된 노력 없는 공약들이 전략이라는 거창한 말로 대중에게 제시된다. 사나운 선거운동으로 거의 나라 전체가 내전을 치른다. 사회적 대표성이 취약한 정당이 만들어내는  “시끄럽지만 약한 선거”라 할 수 있다. 이번 독일 총선의 투표율 잠정치는 76.2%다.(주2) 2013년 총선에 비해 4.6% 증가했다고 한다. 누가 그 대상인지 알 수 없는 현란한 선거캠페인도, 이벤트도 없었다. 또한 이번 선거는 쟁점 없는 뻔한 선거라는 평가가 선거 직전까지 독일 안팎의 일반적 전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독일 유권자가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정당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선거결과 5% 진입장벽을 넘어 독일 의회(Bundestag)에 진입한 정당의 수도 지난 총선의 4개(CDU/CSU, SPD, LINKE, GRUENEN)에서 6개 정당(CDU/CSU, SPD, LINKE, GRUENEN, FDP, AfD)으로 늘어났다. 물론 이 가운데는 극우정당인 AfD도 포함되어 있지만(AfD 문제는 3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독일 시민들이 자신들의 더 많은 정치적 대표들을 의회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영국 등의 사례에서처럼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활력 있고, 강력하며, 안정되게 작동하는 독일의 정당정치와 민주주의를 보는 것은 또 다른 감회이기도 했다. 강한 정당과 잘 조직된 사회에 의해 뒷받침되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선거”, 이번 독일 선거를 보며 느낀 독일 민주정치의 힘이었다.

▲ 새로운 연방의원들이 자리잡게 될 연방의회 본회의장. ⓒ (사)정치발전소

주1)
기민당의 선거강령 결정과정과 내용은 다음의 CDU 보도자료 참조. https://www.cdu.de/artikel/regierungsprogramm-wohlstand-und-sicherheit-fuer-alle,
사민당의 선거강령 확정과정은 다음의 언론보도 참조. 사민당은 6월 25일 개최된 도르트문트 당대회를 통해 빽빽하게 정리된 116쪽에 달하는 선거강령을 확정했다. http://www.spiegel.de/politik/deutschland/spd-beschliesst-wahlprogramm-auf-parteitag-in-dortmund-einstimmig-a-1154172.html
주2)
독일에서는 선거 개표는 수개표로 진행하고 집계만 전자식으로 하기 때문에 검표까지 마치고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3주가 소요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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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0/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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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독일 본에서 개최된 2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관통한 가장 뜨거운 이슈는 ‘탈석탄’이었다. 지구 평균기온이 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가장 지독한 온실가스 배출 연료인 석탄의 퇴출 방안은 각국의 기후변화 대책 이행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석탄과의 결별 선언을 통해 기후위기를 책임감 있게 해결하겠다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늘어나면서 석탄 산업계는 더욱 고립되는 양상이다. 기후 안정화를 위해선 석탄의 사용 중단이 빨라져야 한다는 경고가 거듭되지만 전통적인 산업을 지키려는 저항은 여전히 강하다. 사양길에 접어든 석탄을 부활시키고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가 대표적이지만 ‘에너지전환’의 모범국가로 알려진 독일에서도 탈석탄은 표류 상태에 빠졌다. 독일은 당초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추세라면 이 목표의 달성 가능성은 매우 어둡다. 최근 독일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추가적인 대책이 없다면 온실가스 감축률은 약 3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됐다. 석탄발전소와 자동차와 같은 화석연료 다소비 부문에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은 석탄발전의 축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 실망감을 안겼다. 독일에서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30%로 원전보다 높지만, 석탄발전은 전력의 40%를 공급하는 제1의 발전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상 개막을 앞둔 11월 4일, 독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석탄 반대 집회가 열린 것은 이 때문이다. 독일과 세계 각국에서 모인 2만5천명의 사람들은 “기후를 보호하자, 석탄을 중단하라(Klima schützen, Kohle stoppen)!”는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기후재난으로 인해 당장 생존권을 위협받는 아프리카와 태평양 섬나라를 대표하는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선진국이 말잔치가 아닌 책임 있는 행동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날엔 수백 명이 본 인근에 있는 유럽 최대의 갈탄(석탄의 한 종류로 가장 질이 낮은 석탄) 광산으로 행진해 석탄의 채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ETP2017-coal 기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석탄 중독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는 경고는 환경운동가의 단순한 경고가 아닌 여러 과학적 분석에서 거듭 제기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에너지기술전망 2017’ 자료에 따르면, 지구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늦어도 2030년대까지 석탄발전을 모두 폐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2015년 196개 당사국은 지구온도 상승을 1.5~2℃ 이내로 억제하자는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의 목표에 합의한 바 있다. 앞서 비영리 민간연구소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유럽연합과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 석탄 발전을 2030년 이전까지 폐쇄해야 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석탄 중단을 요구하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에도 잠잠하던 기후변화 총회장에서 정막이 깨진 것은 16일이었다. 영국과 캐나다 주도로 20개 정부가 참여하는 ‘탈석탄연맹(Powering Past Coal Alliance)’이 공식 출범한다는 소식이었다. 연맹에 함께 참여한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멕시코 등 국가는 2030년 이전까지 석탄발전소를 완전 퇴출하겠다고 선언하며,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정부가 이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 국가는 “내년 24차 총회 전까지 연맹에 참여할 정부가 50개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2025년까지 석탄발전의 폐쇄를 선언한 영국의 경우, 2012년 40%를 차지하던 석탄발전 비중은 올해 현재 2% 수준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COP_23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유럽 환경단체들은 11월 초 ‘유럽 석탄을 넘어(Europe Beyond Coal)’ 캠페인을 새롭게 시작했다. 지구의벗, 그린피스, 기후행동네트워크 등 100여개 넘는 단체들이 참여하는 이 공동 캠페인을 통해 2030년 이전까지 현재 건설되거나 가동 중인 400여 개 석탄발전소의 완전 퇴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유럽에서 유일하게 탈석탄을 선언하지 않은 독일과 스페인을 압박하고, 폴란드와 터키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를 견인해 유럽 전역에서 석탄의 중단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정부뿐 아니라 금융권의 투자 흐름을 바꾸려는 힘도 강해지고 있다. 2015년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석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적 보험그룹인 악사와 ING그룹도 석탄사업에 대한 금융 투자를 전면 중단하기로 선언했으며, BNP파리바, 도이치은행과 같은 은행들도 석탄 투자중단 대열에 합류했다. 독일 환경단체 우르게발트는 전 세계 석탄기업의 ‘블랙리스트’를 정리해 금융기관의 투자 중단을 돕기 위한 종합 데이터베이스인 ‘글로벌 석탄중단 목록(Global Coal Exit List)’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이 단체는 “금융기관은 석탄 기업에게 1달러씩 투자할 때마다 회복 불가능한 기후변화에 1표를 행사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세계 상위 10위의 석탄발전 기업으로 목록에 올랐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과연 ‘탈석탄’ 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국제사회는 문재인 정부의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와 석탄발전의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방향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석탄발전을 확대하겠다는 기존 정책에서 선회한 것이고, 일본이나 터키와 같이 석탄발전을 여전히 확대해나가는 국가와 상대 평가되는 측면이 작용했다. 하지만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석탄발전소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나 로드맵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아직도 당진과 삼척에서 추진되던 신규 석탄발전소의 처리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2030년대를 석탄발전의 폐쇄 시한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구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시간은 많지 않다. 글=이지언 에너지기후팀장 [email protected] 사진=Jörg Farys / 지구의벗 독일(BUND) <함께사는길> 2017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월, 2017/12/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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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복지국가를 향한 독일의 길

 

황규성 | 한국노동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들어가며

후세의 역사가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올해 4월 27일을 남북관계의 중대한 변곡점으로 기록할 것 같다. 판문점 선언은 유독 한반도에 남겨놓은 지긋지긋한 대립과 반목의 역사를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반도가 새로운 아침을 맞기에는 냉전의 그림자가 길고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는 이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2018년 봄은 한반도에 평화복지국가의 씨앗을 심었을 뿐이다. 열매를 맺기 까지 피도 뽑아야 하고, 거름도 주어야 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이상 한파와 싸우기도 해야 한다. 

 

평화복지국가로 가는 노정에서 항상 참고서 구실을 하는 나라가 독일이다. 동서독은 40년 동안 헤어져 살다가 재결합한지 30년에 가까워졌다. 통일 초기에는 동독출신과 서독출신의 이질성, 동독주민의 2등 국민 의식이 녹아있는 “오씨-베씨”(Ossi-Wessi), 과거 동독시절을 그리워하는 “동독향수”(Ostalgie)와 같은 말들이 회자됐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다시 되돌리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분단을 박물관에 앉혀놓고 일상생활에서는 잊어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노벨 재혼상(再婚賞)이 있다면, 독일 차지일 것이다.

 

국가 간 통합이 성공을 거두는 데에는 그만한 노력이 동반되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복지국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독일 복지국가는 동서독 통일을 어떻게 맞이했고, 어떻게 변화해 왔고, 통일의 연착륙에 어떤 기여를 했을까? 이런 문제들이 이 글의 화두다. 

 

독일 통일의 대원칙: 생활수준의 균등화

독일이 통일한 방식을 두고 독일에서는 ‘제도 이식’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동독 것은 쓰레기통에 집어 던져 버리고 세간 살림을 온통 서독 것으로 ‘덮어쓰기’해 버린 것이다. 이런 덮어쓰기 통일에는 하나의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동서독 주민 간 생활수준의 균등화였다.

 

독일 통일의 일정표를 결정지은 동서독 간 화폐·경제·사회통합 조약(1990.5.18.)의 전문은 “사회적 시장경제를도입해 동독 주민의 삶과 고용조건을 향상”하는 것이 조약 당사자의 공동 의지라고 밝혔다. 동서독의 통일과 동독의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의 목적을 동독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두었다는 것이다.

 

동독 주민의 삶, 동서독 주민간의 생활수준 균등화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조치로 뒷받침되었다. 첫째, 화폐통합에서 경제력 격차를 반영하지 않고 동서독 마르크화의 교환비율을 원칙적으로 1:1로 설정했다. 이 정책결정은 대다수 경제전문가가 반대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이었다. 1:1 교환에 반대했던 서독의 중앙은행 총재는 환율이 결정된 후 사임했다. 

 

서독의 콜(Helmut Kohl) 수상이 화폐통합과 환율을 결정한 배경은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동독에서 소요가 일어나면서 주민이 시위에서 내걸었던 구호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우리가 국민이다”에서 통일을 요구하는 “우리는 한 민족이다”로, 그 다음으로는 “서독 마르크화가 우리에게 오지 않으면 우리가 서독 마르크를 찾아 갈 것이다”로 바뀌어 갔다. 동독주민은 서독 마르크화의 구매력을 요구했던 것이다. 화폐통합은 동독 체제전환의 방향을 사회적 시장경제로 잡는데 쐐기를 박았던 셈이다.

 

또한 동독에서 1990년 3월 18일에 열릴 인민의회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친기민당 세력의 지지율이 동독 사민당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동독 주민이 서독 마르크의 구매력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콜은 서독 마르크를 동독에 공급해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고자 했다.

 

화폐통합과 1:1 환율 결정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는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정치적 불가피성은 폭넓게 인정되고 있는 분위기로 보인다. 독일통일의 실질적인 ‘설계사’ 라고 불리는 요하네스 루데비히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정상적인 경로를 따른다면 화폐통합은 가장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것이 맞지만, 1989-1990년 당시 긴박하게 돌아가던 독일의 상황 속에서 경제학적인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를 따라야만 했기 때문에 제반 여건이 적절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화폐통합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한다.

 

둘째, 동서독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빠른 속도로 좁혀졌다. 서독지역 대비 동독지역의 노동자 1인당 임금소득은 1991년에 50.6%에서 시작하여 불과 3년만인 1994년에 71.6%, 1997년에 75%에 이르렀고, 2010년대에는 80%선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는 동독지역을 저임금 지역으로 설정할 경우 임금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우려한 서독지역 노동조합의 전략이 작용하기도 했다. 달리 보면 서독 노동조합도 독일 통일의 대전제인 생활수준의 균등화에 동참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셋째, 서독의 복지제도가 동독지역에 적용되었다. 동독은 ‘복지’라는 용어를 일부러 쓰지 않았다. 복지를 실업이나 불평등 같은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사후적 교정수단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사회정책’이라는 용어는 사용했다. 제도 자체로만 보면 동독의 복지제도는 서독에 못지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우수한 측면도 있었다. 특히 가족정책에서 양성평등에 입각하여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두가 직장생활에 종사하는 노동문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보육의 사회화 등은 보기 드문 모범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복지제도에 의한 급여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 

 

서독의 복지제도는 임금노동자를 중심에 둔 사회보험을 근간으로 설계되어 임금노동자 이외의 시민은 차별하거나 성역할의 분리를 전제한 보수적인 가족관에 입각해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막강한 경제력과 고임금에 기반한 서독의 복지체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소득보장이라는 마력을 가졌다. 이것이 동독주민들이 서독의 복지제도를 수용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칙적인 1:1 화폐교환, 임금수준의 급속한 균등화, 사회보험 제도의 적용은 체제전환 초기 생활수준의 향상을 요구했던 동독주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독의 입장에서 덮어쓰기 방식의 복지제도 이식이 공짜는 아니었다. 같은 시기에 체제전환의 방향을 찾아 나서야 했던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이웃 나라들은 망망대해에서 난파선을 수리해야 했던 반면 동독은 서독으로 피항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배를 수리하지 못한 채 남의 손에 맡기는 대가를 치렀다. 

 

피동성의 대가 중 하나가 동독의 사회정책이었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체제전환은 필연적으로 국가의 완전고용 보장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제도적으로는 양성평등과 여성의 높은 경제활동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던 보육제도 역시 놓아버릴 운명에 처했다. 제도이식은 동독의 고도로 발달된 보육의 사회화가 서독의 보수적 가족주의로 대체됨을 예견하는 것이었다. 냉정하게 보면 높은 수준의 소득보장을 얻기 위해 사회서비스를 희생한 것이 동독이 선택한 길이었다. 하지만 피동성의 대가는 당시에 민감하게 인식되지 않았다.

 

<1990년 5월 18일 서독 재무장관 바이겔(Theodor Waigel)과 동독 재무장관 롬베르크(Walter Romberg)가 화폐․경제․사회통합 조약에 서명하는 장면>

 

통일 이후 복지제도의 이식과 변화

통일 이후 약 15년 정도는 복지제도의 이식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서독 복지제도가 동독지역에 이식되면서 동독지역의 체제전환에 이중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하나는 상당한 수준의 소득보장이 이루어지면서 동독주민의 생활수준 향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잠재적인 체제전환 역류요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를 낳았다. 통일이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동독 지역 설문 조사에서 1993년 11월에는 고용 창출 조치가 1위로 꼽혔고, 1996년에는 재정 지원, 연금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직간접적으로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와 정책이 동독주민에게 호소력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동독주민은 상당한 득을 보았다. 연금의 예를 들면 서독은 공적연금 하나로 노후 소득보장이 웬만큼 이루어지는 체제였는데, 통일 당시 동독의 노인에게 발생한 연금수급권을 서독 연금제도 안에서 흡수하여 적용하도록 합의되었고 그대로 실행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연금의 수혜를 듬뿍 받은 동독지역의 노인은 독일 통일의 승자로 인식된다. 

 

반면, 보육서비스는 체제전환에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여성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이 규범으로 정착되었던 동독이 독일의 동독지역으로 바뀌었지만 가치지향은 급격히 변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독지역 여성들에게 노동시장 상황과 보육 서비스의 후퇴는 성역할에 관한 가치와 실제 사이에 부정교합을 초래했다. 이런 점에서 동독의 여성은 통일의 패자로 인식되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독일의 통일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위기에 처하게 된다. 경제가 흔들리면서 독일이 “유럽의 병자”로 불린 것도 이 시기였다. 독일경제의 위기는 동독 지역에 파급효과가 더욱 컸다. 동독지역의 실업률은 2003년에 이르면서 20%를 넘었고 2005년에는 20.6%에 이르렀다. 독일 전체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17%대로 진입했다. 1997년에 이르면 독일 역사상 최초로 복지수급자 수가 취업자 수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독일 복지국가가 위기에 봉착했음이 명확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 경제성장의 둔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소득보장정책은 더 이상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사회정책의 변화도 잇따랐다. 2000년대 중반에는 서독 노동시장정책의 전면적 개혁으로 일컬어지는 하르츠 개혁이 단행되었다. 2007년에는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변경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복지축소였다.

 

이와 반대로 가족정책은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2005년 선거에 의해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이 성립되면서 양성평등과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을 위해 통일되면서 동독지역에서 폐기되었던 보육인프라 확충 정책이 독일 전역에 걸쳐 부활했다. 여성 노동공급 증대와 보육시설의 확충 필요성에 대한 공감형성, 동독출신 메르켈 총리의 집권 등이 서독의 전통적인 가족주의를 넘어서는 정책적 전환의 요소들로 지적된다. 

 

교묘하게도 2005년부터 독일 경제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독일 경제의 국제경쟁력도 회복되면서 유럽의 환자가 슈퍼스타로 거듭났다는 평가가 나타났다. 2005년에 11.7%에 달했던 실업률은 2016년에는 6.1%로 급락했고, 같은 기간에 여성고용률은 59.5%에서 70.6%로 눈에 띄게 높아졌다. 

 

평가와 함의

두말할 필요 없이 복지국가는 독일의 통일을 안착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복지제도가 이러한 성과를 내는 데에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투입되었다. 흔히 통일비용으로 표현되는 서독지역에서 동독지역으로의 재정이전 내역을 비율로 보면 그림과 같이 사회보험이 압도적인 몫을 차지한다.

 

이에 힘입어 동서독 주민간의 생활수준 격차도 빠른 속도로 근접해가고 있다. 독일 사회경제패널 조사에 따르면, 동서독 주민들의 생활수준 만족도는 통일 이후 등락을 반복했지만 최근 들어 격차가 좁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독일 사례는 교본이 아니라 참고서에 불과하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평화복지국가의 길도 우리식으로 개척해야 한다. 다만, 시사점 하나만 제시하고자 한다. 통일을 경제적 번영이라는 관점으로만 좁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회통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서독에서는 화폐·경제·사회통합 조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통합 조항은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경제통합에 사회통합이 배제될 수 없다는 강력한 반대에 의해 노동·복지 등 사회분야가 동서독간 협상의제에 올랐다. 

 

경제중심적 사고가 지배적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남북한 협력이나 통일 논의에서 사회통합 분야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진정한 통일과 통합은 사회통합에 있고, 사회통합의 열쇠는 생활수준의 균등화에 있다. 복지국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생활수준의 균등화와 사회통합을 위한 수단이다. 평화복지국가의 지향점도 한반도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의 안전과 생활수준의 향상일 것이다.

 


<참고문헌>

김호균. 2016. 화폐통합의 영향과 정책적 시사점. 화폐통합 분야 독일통일 총서 15권. 통일부. 10-106.

황규성. 2011. 통일독일의 사회정책과 복지국가. 후마니타스.

황규성. 2016. 독일 통일에서 복지국가 바라보기. 복지동향 2월호.

Kloß, Michael, Robert Lehmann, Joachim Ragnitz & Gerhard Untiedt(2012). Auswirkungen veränderter Transferzahlungen auf die wirtschaftliche Leistungsfähigkeit der ostdeutschen Länder. Ifo Dresden Studien Nr. 63.

일, 2018/07/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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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탈핵 돌아보기. ‘완전한 탈핵’을 위해.

Annabelle Schönherr

  2023년 4월 15일에 독일에서는 마지막 3개의 가동이 중지되면서 독일 탈핵이 완성되었다. 원래 독일 정부가 목표한 탈핵 시점은  2022년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에 우려가 많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2023년으로 연기되었다. 탈핵 시점에 원자력은 독일 에너지의 약 6%를 차지했으며, 연초에는 4%에 불과했다.  독일은 원자력을 60년 이상 사용했다. 1970년대엔 독일에서도 원자력이 석탄보다 더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라고 생각되어 원자력 발전소 확대 계획이 있었다. 게다가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는 원자력 바탕으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특히 독일 정부는 원자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반면 원자력을 반대하기 위해 1969년에 Friends of the Earth가 설립되고 미국에서는 반핵 운동이 시작되었다. 독일의 최초 반핵 시위는 1975년에 서독 Whyl에서 약 25,000 명의 시민이 도시 근처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며 진행되었다. 그 결과, 1970년대 후반까지 모든 독일 대도시와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반핵 시민 운동이 확대되었다. [caption id="attachment_235338" align="aligncenter" width="640"] 1970년대 독일 Whyl에서 첫번째 반핵 시위 ⓒ Axel Mayer[/caption] 1970년대와 1980년대 내내 서독에서 정기적으로 다양한 원자력 발전소 계획에 반대하는 10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있는 반핵 시위가 있었다. 1986년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독일까지 방사성 오염이 퍼지며 서독과 동독에서 엄청난 반핵 시위와 탈핵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이 시위는 원자력을 군사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려는 서독 정부의 계획 때문에 보강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1990년에 안전 문제로 인해 동독 Greifswald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중대 사고 직전까지 치달았다. 이후 동독에서의 큰 시위는 성공적으로 해당 발전소의 중지로 이어졌다. 2002년에 독일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정부는 드디어 첫번째 탈핵법을 정했다. 당시에는 독일의 원자로 중 19개가 아직 가동 중이었다. 탈핵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9년에는 앙겔라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교민주당과 자유민주당 연립 정부가 탈핵을 2040년으로 미루었다. 그러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독일 전국에서 큰 반핵 시위가 이어지며 메르켈 정부의 기조는 2년 만에 다시 수정되었다. 같은 기간에 석탄과 원자력에 비해 더 친화적이고 지속적인 대안으로 독일 정부는 처음에 재생 에너지를 확충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의 규제와 확대에 대한 법도 제정했다 (독일 재생에너지법). 그리고 2023년 4월 15일 독일 원자력의 미래에 대한 강렬한 논란 후에 드디어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이 중지되었다. [caption id="attachment_235364" align="aligncenter" width="640"] 후쿠시마 사고 1주년: 약 5천 명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에 있는 네카웨스트하임 원자력 발전소로 행진했다 ⓒ Jan-Philipp Strobel/dpa[/caption] 그럼 현재 독일에서 탈핵에 대한 논란은 완전히 끝났을까? 기독교민주당과 자유 민주당은 탈핵에 반대하며 전쟁 때문에 에너지 부족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원자력을 예비로 계속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스 공급 위기 때문에 독일 에너지 요금이 여전히 매우 비싸므로, 산업과 경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의 사용으로 석탄연료 폐지와 에너지전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의 사용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화석연료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주장은 원자력이 "환경 친화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의 일부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원자력 발전소와 그로인해 발생하는 핵폐기물은 환경에 훨씬 더 장기적이고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일에서 원자력을 재생에너지와 비교할 때,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과 건설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태양광 발전 시설보다 3.5배, 풍력보다 13배 더 많다. 무엇보다 원전의 건설·운영이 재생 에너지보다 훨씬 더 비싸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 정부를 구성하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2023년에 탈핵을 진행하기로 정했다.1 독일의 에너지 생산은 2003년부터 매년 독일의 에너지 수요를 넘어 왔으며 탈핵 당시에는 독일 전력의  6%만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에 원자력이 없어도 에너지의 공급이 확보된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도 재생에너지원을 2030년까지 독일 에너지의 80% 이상 공급할 예정이라 독일 정부는 탈핵으로 재생에너지를 위한 경제적인 지원을 증가할 수 있다.  [caption id="attachment_235336" align="aligncenter" width="338"] 2023년 4월 15일 이후 독일의 원자로와 해체 상태 지도 ⓒ Germany's Federal Ministry for the Environment, Nature Conservation, Nuclear Safety and Consumer Protection[/caption] 또한, 독일 정부는 탈핵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에 많이 의존하는 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EU 국가 중 13개 나라는 아직도 원자력을 사용하고 있고 유럽을 화석연료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원자력 동맹”을 설립했다. 특히 유럽 원자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프랑스는 네덜란드, 폴란드, 루마니아 등과 같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하는데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은 이 계획에 반대한다. 따라서 독일은 탈핵을 진행하고 원자력 대신에 재생에너지의 지속적인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원자력이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탈핵’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과 방사능에 대한 우려에 더불어 핵폐기물 관련 문제로 많은 시민적 지지를 받았다. 현재 130,000㎥의 핵폐기물이 있는데 2050년까지 180,000㎥의 폐기물이 추가되며, 2080년까지 10,500톤의 고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인구와 환경을 방사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든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이 중지되고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을 때까지 핵폐기물을 수백년 동안 안전하게 밀폐될 최종처리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독일을 포함한 전 세계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235365" align="aligncenter" width="640"] 원자력 발전소 독일 Isar ⓒ HO/ REUTERS[/caption] 오히려 탈핵 이후 논란과 반핵 운동의 초점은 이제 핵폐기물처리에 대한 논란으로 바뀌었다. 독일 환경부에 따라 최종 처분장 탐색이 2050년 전에 마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독일은 아직도 우라늄 같은 핵연료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있으며 미국 핵무기도 보관하고 있다. 이런 문제까지 해결될 때만 탈핵이 완성된다. 따라서 독일의 탈핵 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에서도 핵발전의 위험과 방사성 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크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계기로 시민들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점도 독일과 한국이 마찬가지다. 원전 사고의 위험과 방사성 오염에 국경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전환은 전 세계가 함께 해야 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Joscha Weber, “Fact check: Is nuclear energy good for the climate?,” Deutsche Welle, 2023.11.29, last accessed 2023.08.04, https://www.dw.com/en/fact-check-is-nuclear-energy-good-for-the-climate….   작성 : 안나벨 자원활동가 감수 : 권우현 에너지기후팀장
월, 2023/10/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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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비건’해요. 기후와 동물권을 생각하는 독일의 채식 트렌드.

Annabelle Schönherr

  최근 먹거리가 환경에 어떤 영향에 미치는지에 대한 의식이 전세계적으로 많아짐에 따라  채식과 식물성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 경향을 살펴볼 때 좋은 예시는 서양에서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여겨지는 독일이다. 독일의 사례를 통해 환경의 대한 의식과 채식의 확산에 어떤 사회·기반적 요인이 중요한지에 대해 살펴보자. [caption id="attachment_235797" align="aligncenter" width="640"] 올덴버거 안 주간시장에서 소비자가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 picture alliance/dpa | Hauke-Christian Dittrich[/caption] 동물성 식품의 생산은 -특히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붉은 고기 및 생선-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할 뿐만 아니라 토지도 넓게 차지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태계의 파괴와 생물 다양성의 감소를 초래한다. 따라서 식품 제도는 인류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에 아주 큰 역할을 맡고 있고 채식은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 상당히 기여하는 식생활이다. 채식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하며 종류마다 다른 규칙을 따른다. 넓은 의미의 채식주의는 동물성 식품을 피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양한 동물성 식품을 선택적으로 피하는 식생활 양식에 따라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대표적으로 페스코테리언을 하는 사람은 육류만 피하고 어패류를 섭취하고, 플렉시테리언은 “완전 채식주의자”와 달리 가끔씩 육류나 어패류를 섭취한다. 비건이란 모든 동물성 식품을 피하는 식습관을 말한다.  채식주의자의 수가 높을수록 과일, 채소, 곡류 등 농사를 짓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토지의 면적도 넓어진다. 목초지가 자연 서식지와 숲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육류 소비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손실과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남획된 어류의 재생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비건 식생활을 하는 사람은 매일 육류 100그램 이상을 섭취하는 사람보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75%, 자연 파괴를 66%, 물 사용량을 54%로 줄일 수 있다. 이런 성질 때문에 1년 동안 채식을 하는 것으로 4인 가구가 6개월 동안 승용차를 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산화탄소 감축을 이룰 수 있다. [caption id="attachment_235795" align="aligncenter" width="640"] 독일의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 리더인 Rügenwalder Mühle의 베지테리언 햄 광고 ⓒ Rügenwalder Mühle[/caption] 그러면 독일의 채식 현황이 어떻게 될까? 2022년 기준 독일에서 790만 명이 채식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독일 인구의 약 9.4%를 차지한다. 이 중 약 백만 명 정도가 비건을 하며 전년에 비해 17만 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만 해도 독일에서 약 530만 명만 채식을 했는데 독일의 채식주의자 비율이 몇년 전부터 큰 폭으로 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2020년 기준 약 150만 명이 채식, 이 중 50만 명 정도 비건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에서 특히 18-29살 청소년과 60-69살 여성 중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시에서 사는 사람,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 교육 수준이 높은 계층 중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게다가 채식의 증가와 품질의 개선으로 독일 식물성 대체식품의 생산과 소비량도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전년에 비해 2022년에 육류 대체식품의 생산은 39%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DPA 통신에 따르면 독일 사람들이 2022년에 일반 우유보다 식물성 대체우유를 더 많이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하게 독일의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 리더인 Rügenwalder Mühle는 2020년에 육류 제품보다 육류 대체식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것으로 밝혔다. 육류의 소비가 육류 대체식품의 소비보다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독일의 육류 소비량은 1978년부터 3분의 1로 감소했으니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많이 줄 것으로 보인다. [caption id="attachment_235801" align="aligncenter" width="623"] 한 비건 인플루언서가 Plant-based 음식을 네티즌에게 소개하고 있는 포스트 ⓒ @sweetsimplevegan[/caption] 이 증가의 원인에 여러 가지 사회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최근 서양에서 Fridays for Future 같은 환경 보호와 관련된 청년 운동으로 특히 청소년 중 기후 변화와 육류 섭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식이 많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채식이 SNS에서 현대적이고 책임이 있는 생활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독일 청소년들은 종종 고등학교에서 기후변화 문제와 원인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시민사회 참여의 힘과 사회규범을 변화시키는 힘에 대해 배운다. 그 결과, 현대 MZ세대 중에서 문화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 환경과 동물 보호에 대한 윤리적 신념 바탕으로 젊은 사람들의 음식을 소비하는 방법이 체계적으로 변경된 것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채식은 사회 주류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독일에서 채식이 그냥 싱거운 샐러드로 구성되는 식습관이 아니라 실제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점을 알게 되며 점점 채식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채식은 내털리 포트먼, 루크 헴스워스,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비건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와 “소에 관한 음모” 같은 동물 학대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235794" align="aligncenter" width="640"] 독일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육류 대체식품 ⓒ Joerg Boethling/imago-images-bilder[/caption] 그러면 채식주의자로서 독일에서 식사하는 것과 장을 보는 일상은 어떨까? 독일 대도시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의 비건 버전을 찾을 수 있다. 식물성 대체식품을  슈퍼마켓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값은 보통 상대적으로 싸거나 오리지널의 값과 같다. 그리고 모든 식당은 채식 메뉴 최소한 하나라도 제공하며 최근 채식 메뉴만 파는 식당과 무료로 우유를 대체우유로 바꿀 수 있는 카페의 수도 늘고 있다. 큰 체인들도 고객의 수를 늘리기 위해 비건 메뉴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힙한 지역이나 대학 동네 같은 개방적인 사람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육류와 어패류를 피하는 사람이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는 사람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채식이 넓게 보급되어 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채식 식당, 카페 찾기가 훨씬 더 어렵고 대부분 매우 비싸다. 한국에 와서 채식을 어떤 정도로 포기한 외국인의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기후·환경 보호를 위해서나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생활 양식의 다양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나 한국에서도 채식 문화의 확산이 기대된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환경 보호와 사회정의(동물권) 같은 주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채식의 주류화와 확산에 기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기후 변화와 환경에 대한 의식이 많아지고 채식주의가 트렌드가 되면서 채식의 인기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당위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식물성 대체식품의 품질과 맛이 개선될 때 소비자들의 소비 경향이 크게 바뀐다는 것도 독일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채식의 인기가 독일에서 급격하게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독일인들은 대부분 육류를 대량으로 섭취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변화가 채식을 하는 사람과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것도 중요하다.     작성 : 안나벨 자원활동가 감수 : 권우현 에너지기후팀장
화, 2023/11/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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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비건’해요. 기후와 동물권을 생각하는 독일의 채식 트렌드

Annabelle Schönherr

최근 먹거리가 환경에 어떤 영향에 미치는지에 대한 의식이 전세계적으로 많아짐에 따라  채식과 식물성 대체식품에 대한 관심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 경향을 살펴볼 때 좋은 예시는 서양에서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여겨지는 독일이다. 독일의 사례를 통해 환경의 대한 의식과 채식의 확산에 어떤 사회·기반적 요인이 중요한지에 대해 살펴보자. [caption id="attachment_235797" align="aligncenter" width="640"] 올덴버거 안 주간시장에서 소비자가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 picture alliance/dpa | Hauke-Christian Dittrich[/caption] 동물성 식품의 생산은 -특히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붉은 고기 및 생선-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할 뿐만 아니라 토지도 넓게 차지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태계의 파괴와 생물 다양성의 감소를 초래한다. 따라서 식품 제도는 인류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에 아주 큰 역할을 맡고 있고 채식은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 상당히 기여하는 식생활이다. 채식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하며 종류마다 다른 규칙을 따른다. 넓은 의미의 채식주의는 동물성 식품을 피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다양한 동물성 식품을 선택적으로 피하는 식생활 양식에 따라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대표적으로 페스코테리언을 하는 사람은 육류만 피하고 어패류를 섭취하고, 플렉시테리언은 “완전 채식주의자”와 달리 가끔씩 육류나 어패류를 섭취한다. 비건이란 모든 동물성 식품을 피하는 식습관을 말한다.  채식주의자의 수가 높을수록 과일, 채소, 곡류 등 농사를 짓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토지의 면적도 넓어진다. 목초지가 자연 서식지와 숲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육류 소비로 인한 생물 다양성의 손실과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남획된 어류의 재생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비건 식생활을 하는 사람은 매일 육류 100그램 이상을 섭취하는 사람보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75%, 자연 파괴를 66%, 물 사용량을 54%로 줄일 수 있다. 이런 성질 때문에 1년 동안 채식을 하는 것으로 4인 가구가 6개월 동안 승용차를 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산화탄소 감축을 이룰 수 있다. [caption id="attachment_235795" align="aligncenter" width="640"] 독일의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 리더인 Rügenwalder Mühle의 베지테리언 햄 광고 ⓒ Rügenwalder Mühle[/caption] 그러면 독일의 채식 현황이 어떻게 될까? 2022년 기준 독일에서 790만 명이 채식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독일 인구의 약 9.4%를 차지한다. 이 중 약 백만 명 정도가 비건을 하며 전년에 비해 17만 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만 해도 독일에서 약 530만 명만 채식을 했는데 독일의 채식주의자 비율이 몇년 전부터 큰 폭으로 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2020년 기준 약 150만 명이 채식, 이 중 50만 명 정도 비건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에서 특히 18-29살 청소년과 60-69살 여성 중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시에서 사는 사람,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 교육 수준이 높은 계층 중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게다가 채식의 증가와 품질의 개선으로 독일 식물성 대체식품의 생산과 소비량도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전년에 비해 2022년에 육류 대체식품의 생산은 39%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DPA 통신에 따르면 독일 사람들이 2022년에 일반 우유보다 식물성 대체우유를 더 많이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하게 독일의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 리더인 Rügenwalder Mühle는 2020년에 육류 제품보다 육류 대체식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것으로 밝혔다. 육류의 소비가 육류 대체식품의 소비보다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독일의 육류 소비량은 1978년부터 3분의 1로 감소했으니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많이 줄 것으로 보인다. [caption id="attachment_235801" align="aligncenter" width="623"] 한 비건 인플루언서가 Plant-based 음식을 네티즌에게 소개하고 있는 포스트 ⓒ @sweetsimplevegan[/caption] 이 증가의 원인에 여러 가지 사회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최근 서양에서 Fridays for Future 같은 환경 보호와 관련된 청년 운동으로 특히 청소년 중 기후 변화와 육류 섭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식이 많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채식이 SNS에서 현대적이고 책임이 있는 생활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독일 청소년들은 종종 고등학교에서 기후변화 문제와 원인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시민사회 참여의 힘과 사회규범을 변화시키는 힘에 대해 배운다. 그 결과, 현대 MZ세대 중에서 문화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 환경과 동물 보호에 대한 윤리적 신념 바탕으로 젊은 사람들의 음식을 소비하는 방법이 체계적으로 변경된 것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채식은 사회 주류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독일에서 채식이 그냥 싱거운 샐러드로 구성되는 식습관이 아니라 실제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점을 알게 되며 점점 채식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채식은 내털리 포트먼, 루크 헴스워스,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비건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와 “소에 관한 음모” 같은 동물 학대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235794" align="aligncenter" width="640"] 독일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육류 대체식품 ⓒ Joerg Boethling/imago-images-bilder[/caption] 그러면 채식주의자로서 독일에서 식사하는 것과 장을 보는 일상은 어떨까? 독일 대도시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의 비건 버전을 찾을 수 있다. 식물성 대체식품을  슈퍼마켓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값은 보통 상대적으로 싸거나 오리지널의 값과 같다. 그리고 모든 식당은 채식 메뉴 최소한 하나라도 제공하며 최근 채식 메뉴만 파는 식당과 무료로 우유를 대체우유로 바꿀 수 있는 카페의 수도 늘고 있다. 큰 체인들도 고객의 수를 늘리기 위해 비건 메뉴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힙한 지역이나 대학 동네 같은 개방적인 사람의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육류와 어패류를 피하는 사람이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는 사람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채식이 넓게 보급되어 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채식 식당, 카페 찾기가 훨씬 더 어렵고 대부분 매우 비싸다. 한국에 와서 채식을 어떤 정도로 포기한 외국인의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기후·환경 보호를 위해서나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생활 양식의 다양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나 한국에서도 채식 문화의 확산이 기대된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환경 보호와 사회정의(동물권) 같은 주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채식의 주류화와 확산에 기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기후 변화와 환경에 대한 의식이 많아지고 채식주의가 트렌드가 되면서 채식의 인기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당위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식물성 대체식품의 품질과 맛이 개선될 때 소비자들의 소비 경향이 크게 바뀐다는 것도 독일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채식의 인기가 독일에서 급격하게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독일인들은 대부분 육류를 대량으로 섭취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변화가 채식을 하는 사람과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것도 중요하다.   작성 : 안나벨 자원활동가 / 감수 : 권우현 에너지기후팀장
화, 2023/11/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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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ion id="attachment_153343" align="aligncenter" width="700"]_O8O9902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사진=이성수/환경운동연합[/caption] 충남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최대 밀집지다. 당진, 태안, 보령, 서천 4개 지역에 전국 절반에 가까운 1만2400메가와트(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26기가 가동 중이다.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암을 비롯한 심각한 질환에 대해 호소해왔지만, 최근 들어서야 주민건강조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실상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 집 걸러 한 사람씩 죽었어" map-dangjin-coal서울에서 3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태안반도 북단의 교로리는 동서발전이 운영하는 당진석탄화력발전소와 바로 인접했다. 바다로 길게 뻗은 마을 모습이 왜가리 목처럼 생겨 '왜목마을'이라 부르는 이곳엔 400여 주민들이 모여 산다. 주로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집과 논밭에서 매일 발전소와 초고압 송전탑을 눈앞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교로2리에 사는 김금임 씨(77세) 집 마당에 들어서자 밭에서 수확한 고추가 널려 있다. 그는 30년 동안 바닷가에서 횟집을 운영하다가 몇 년 전부터는 농사를 짓고 있다. 암에 걸리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도 굉장히 건강했어요. 의사가 '이렇게 건강한 양반이 어떻게 이런 게 걸렸느냐'고 하더라고. 병 원인이 명확하진 않았어요. 나는 진짜 이런 병에 걸릴지 생각도 못 했어요. 2011년 대장암에 걸려서 한 달을 병원에서 있다가 대장암 수술을 했지. 심장이 약해서 마취도 못 했어요. 가슴을 여기서 여까지 짜갰어. 죽다 살았어요. 그래서 내가 닭을 못 잡아. 닭 가슴 짜개면 내 가슴 짜개는 것 같아서…." 김 할머니를 비롯해 이 마을에서 최근 암 발병이 늘면서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교로리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가구에 불과한 마을에서 최근 24명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그중 13명이 숨졌다. 의사는 '원인불명'이라고 진단했지만, 김 할머니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초고압 송전선을 의심했다. [caption id="attachment_153342" align="aligncenter" width="700"]_O8O9560 당진시 교로2리에 사는 김금임 씨는 몇 년 전 암에 걸렸다. 최근 이 마을에 '원인불명'의 암 환자가 크게 늘었다. 교로2리는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지역이다. 사진=이성수/환경운동연합[/caption] "발전소 들어서고 탑 나가고부터는 어느 집이고 암 안 걸린 집이 없어요. 한 집에 하나씩은 암 걸렸어요. 교로3리도 암으로 많이 죽었어. 3~4년 동안에 한 집 걸러 한 사람씩 (암으로) 죽었어"라며 김 할머니는 분통을 터트린다. "밭이 다 탑 밑이지, 또 바람 불면 (발전소 분진이) 다 날아오지. 하다못해 배추를 심으면 가닥 가닥에 새카만 연탄재야. 하얀 빨래를 빨아서 하루 저녁에 널었다가 늦어서 못 걷어 들이잖아, 새카매요. 다시 헹궈야 해요"라고 김 할머니는 전한다. 발전소에서 거미줄처럼 뻗어 나온 765kV의 초고압 송전선은 일상적인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김 할머니 밭 너머로 거미줄처럼 얽힌 거대한 송전탑의 행렬이 시야를 압도한다. "날이 흐리면 (송전)탑이 개구리 우는 소리처럼 앵앵거려. 그 소리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 안개가 끼면 여우 해골 파는 소리처럼 시끄러워서 못 살아." 김 씨 곁에 있던 남편도 송전탑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철탑 저게요, 50미터 (아래서도) 형광등 들고 있으면 불이 들어와요. 그런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요. 방송사나 국회의원에 만날 이야기해도 그때뿐이지, 오히려 (송전탑) 더 올린다는 거예요." 송전탑에 대한 위험성이 많이 알려졌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정부와 업체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건강 문제나 환경오염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기 송전탑인가 뭔가 들어오려면 아예 이주를 다 해야 해."   더러운 거짓말들 교로2리에서 농사를 짓는 김명각 씨(77세)는 선조 때부터 살던 고향에서 자신도 나고 자랐다. 1990년대부터는 발전소와 송전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지켜봐 왔다. 당진화력발전소가 건설되던 90년대 초, 김 할아버지도 주민 누구도 석탄 발전소의 위해성에 대하여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충남 서북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동서발전도 4기의 발전소만 들어설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말을 했고 주민들도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그 말이 "속임수"였음을 주민들은 깨달았다. "(발전소 들어설 때) 4호기까지 한다고 했는데, 점차 (늘려서) 12호기까지 들어서기로 했죠. 바다도 다 막았어요. 회처리장도 확장했구요. 회처리장이나 저탄장에서 분진 날리는 것도 심하죠. 나무 몇 그루 심어놓은 게 전부니까요. 분진이 폐 같은 데 들어가면 진폐증 아니에요. 허술하고, 속이기 일쑤죠." 괜한 걱정이 아니다. 지난해 충남도가 충남 지역 화력발전소와 산업단지 주변 주민의 건강 조사를 벌인 결과, 취약 지역의 주민 체내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고농도의 중금속 오염이 확인됐다. 게다가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와 불안과 같은 심리적 피해도 나타났다. 김 할아버지는 2013년도 폐암 수술을 받았다. 김 할아버지는 "철탑을 본다든가 굴뚝에서 연기가 검은 놈이 나오면 가슴이 뛰지. 산야에 석면 조각도 떨어진 적이 있어. 천 조각 모양으로 낙하됐는데, 한전에 줬더니 얼버무리더라고. 전문기관에 맡길 걸 잘못했지"라고 말했다. [caption id="attachment_153339" align="aligncenter" width="700"]_O8O9180 김명각 씨는 당진 석탄화력발전소와 인접한 교로2리에 거주하고 있다. 사진=이성수/환경운동연합[/caption] 석탄화력발전소는 마을주민들도 갈라 세웠다. "(동부발전소 건설 사업에) 찬성 받을 때 보상금 준다며 도장을 받아갔어요. 형은 찬성, 동생은 반대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 현수막을 파손한다든지, 밭을 처분하라든지… 우리 부락도 그때 쑥대밭이 된 게, 아직도 갈라져 있어요." 김 씨는 한숨을 쉰다. 살고 싶다 동서발전이 운영하는 당진화력발전소는 현재 500MW 규모의 8기가 가동되고 있고, 완공을 앞둔 2기가 건설 중이다. 건설 중인 2기는 각각 1000MW로 주민들에겐 500MW짜리 4기가 추가로 건설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진화력발전소의 증설에 더해, 민간 발전회사도 석탄화력발전소를 계획하고 있다. '당진에코파워(구 동부발전당진. 당진에코파워는 SK가스, 동서발전, 산업은행이 지분 소유)'는 교로3리에 유연탄을 연료로 하는 2기의 580MW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김명각 씨는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가 이미 들어선 이 지역에 계속해서 이를 더 늘리겠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동부발전의) 환경영향평가를 보면 장삿속이지. (송전)철탑, 회처리장, 분진, 폐수 방류를 않겠다고 해서 허가받았지. 발전소 증설이고 철탑이고 반대해. 지금 있는 것도 지중화 해야 하고. (송전탑과) 50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논밭에서 일해야지, 집에서 잠자야지, 바다 가도 마찬가지야. 예비 송전선 해야 한다고? 이거 술책이야. 안 돼"라는 김 씨는 펄쩍 뛴다. "석탄발전소 그만하고, 자기 지역에서 쓰는 전기는 (가스)복합화력으로 하자는 거여. 왜 한가운데 (발전 송전 설비) 집중시켜 주민생명부터 재산권까지 말살시키는 거여. 또 지금 온실가스 줄이자고 하면서 왜 자꾸 (화력발전소) 증설해? 이게 다 온실가스를 양산하는 건데." 당진화력발전이 가동되기 시작한 지 15년, 김명각 씨는 주민들과 석탄화력발전소와 싸우고 있다. "이야기하면 뭐합니까. 신문사니 방송사니 취재해가도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한 주민이 체념하듯 말을 건넨다. 정부와 업체의 더러운 거짓말도 힘든 주민들에게 국민들의 무관심은 더 마음이 아프다. 언제쯤 이 싸움을 끝낼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아파야 이 더러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김 씨와 주민들은 살려 달라 외치고 있다. 그 외침에도 석탄화력발전소는 속절없이 돌아가고 전기는 송전탑을 타고 흘러간다. 이 글은 월간 <함께 사는 길> 2015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목, 2015/09/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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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10월 6일(화) 오전 10시에 환경, 개발 시민사회, 종교계, 예술인들이 함께 만든 연대체 ‘기후행동2015’에서 KoFID와 함께 SDGs의 함의를 살펴보고 서로의 소통을 높여 SDGs 이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함께 SDGs 전반적인 내용과 환경분야 목표와 이행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가면 좋겠습니다!

‘참가신청서 작성하기’를 눌러 신청하시면 됩니다.

 

수, 2015/09/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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