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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더 맛있는 어묵, 자연이준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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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더 맛있는 어묵, 자연이준식품

익명 (미확인) | 월, 2017/02/20- 10:18

[한살림 그 사람 이 물품]

 

겨울에 더욱 맛있는 어묵

 

자연이준식품 김봉순 생산자

 

14면_그사람이물품_단체

김봉순 생산자(오른쪽에서 두번째)와 동료들이 자연이준식품 물품을 자랑하고 있다

 

 

가공식품에도 제철이 있다. 겨울에 어묵을 먹으면 더 맛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겨울을 맞이한 자연이준식품에서는 생산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신선한 현미유를 달구며 작업장을 고소한 어묵 냄새로 가득 채운다. 덕분에 둘러보는 내내 코끝이 즐거웠지만 어디에서도 기름때 자국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청소도 생산입니다.” 김봉순 생산자는 가공생산에 있어 위생 관리의 중요성을 짧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동시에 철저한 위생 수준에 대한 자부심도 내비친다. 자연이준식품은 매일 한살림 종이행주와 한살림주방세제로 생산 설비를 닦으며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매주 목요일에는 아예 생산을 멈추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청소만 한다. “집에서 아들에게 엄마가 만든 것보다 더 깨끗한 음식이라고 하며 어묵 반찬을 내놓아요. 살림을 열심히 할 때도 이렇게까지 깔끔하지는 못 했어요.”

 

내 집 부엌에 견줄 수 없이 철저히 작업장을 살피는 것은 김봉순 생산자도 조합원으로 한살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아이의 건강 때문에 안전한 물품이 필요해서 한살림을 찾았다. “물품을 꼼꼼히 살피다 보니 자연스레 한살림이 자연과 생산자를 대하는 태도를 알게 되었고 저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새내기 조합원에서 열혈 조합원으로, 생산자로 한살림 안에서 다양한 영역을 두루 거치며 성장해 온 지난 20년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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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여러 활동을 거들며 한살림강원영동 이사를 맡기도 하였다. 2009년 들살림 총무부장을 맡으며 생산 실무자로서 새로운 영역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해 한살림강원영동은 지역순환경제를 꿈꾸며 지역 생산자들과 손잡고 들살림을 설립했다. 일반 제조회사에서 10년 가까이 총무회계 업무를 담당해 실무에 밝고 한살림에 대한 이해 또한 남다르던 그는 막 시작되는 한살림 조직의 행정을 꾸려가기에 적임자였다. “2014년 들살림이 체계가 잡히고 안정되어 갈 즈음 자연이준식품으로 자리를 옮겨 왔어요.”

 

자연이준식품은 조합원의 열망으로 세워진 생산지다. 원산지와 유통기한을 확인할 수 없는 원부재료, 재사용 기름, 첨가물 남용, 비위생적인 설비 관리 등 시중 어묵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며 한살림다운 어묵을 원하는 이가 늘어났다. 조합원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2005년 동트는세상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창립 구성원 중 어묵을 만들 줄 알고 일을 시작한 사람은 없었어요.” 김봉순 생산자는 조합원이 믿고 먹을 만한 물품을 만들겠다는 뜻 하나로 더듬더듬 배워가며 물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던 당시를 회상했다. 맛은 어설펐지만 재료는 처음부터 최상이었다. 꾸준한 연구개발 끝에 오늘날과 같은 쫄깃함과 고소함이 살아 있는 어묵으로 거듭났지만 재료에 대한 원칙은 그대로다.

 

재료를 달리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식감과 풍미를 돋울 수 있었을까? 비결은 반죽과 튀김 온도에 있었다. 해답을 찾기까지 지역의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어 연구를 진행하는 등 적잖은 품이 들었다.

 

캡처

 

개발과 사업 기초를 다지는 동안 자연이준식품을 받쳐 준 것은 지역의 한살림 가공 생산지들이었다. “특히 한살림 수산가공 생산지인 아침바다는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낮은 임대료로 공간을 빌려 주고 있어요.” 자연이준식품뿐 아니라 밀가공품과 소스 생산지인 다자연도 같은 곳에 터를 잡고 이웃해 생활하고 있다. “더불어 천향, 선유, 행복한빵가게까지 여섯 생산지가 작업장 앞마당을 공동 물류 집하장으로 쓰고 있다”며 지역 한살림 생산지들 사이의 끈끈한 연대를 한 번 더 확인시켜준다. 나중에 자연이준식품에 합류한 김봉순 생산자가 설립 초기 사정까지 꿰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저를 비롯해 그동안 자연이준식품을 이끌어 온 생산자들 모두 한살림 안에서 성장한 사람들이에요. 우리의 성장이 조합원들과 지역사회에 새로운 그림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원칙을 지키면서도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고, 경쟁이 아닌 상생으로 사업을 키워 왔기 때문이죠.”

 

2017년 자연이준식품은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쌀과 깻잎 등 좀 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새로운 어묵 모양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설비도 새로이 정비하였다.

 

꼬치어묵탕

 

“맛보다는 애정으로 조합원들이 우리 물품을 이용해주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12년 동안 자연이준식품이 축적한 경험과 기술은 조합원들의 공이기도 해요. 많은 사람의 실천이 헛되지 않도록 조합원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것입니다.”

 

글ㆍ사진 정연선 편집부

 

 

알면 알수록 안심되는

자연이준식품 원부재료

 

명태연육

 

알래스카산 고급 명태연육

 

어획과 동시에 살만 발라낸 후 배에서 급랭시켜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합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많이 어획되었으나 해수 온도 상승으로 근래에는 알래스카에서 어획하여 들여옵니다. 입고 시마다방사성물질검사를 거쳐 안정성을 확인합니다.

 

14면_그사람이물품_대파

 14면_그사람이물품_양파

 

우리밀, 유기농 감자 전분, 친환경 채소

 

우리밀 밀가루, 제주 생드르영농조합 당근, 마하탑 볶은소금 등 부재료는 한살림 생산지 물품을 위주로 사용합니다. 생산량이나 계절이 맞지 않아 한살림에서 공급받기 어려운 때에는 친환경 식재료를 이용하여 생산합니다.

 

현미유

 

미유
어묵 생산에서 튀김유는 중요한 부재료입니다. 자연이준식품은 발연점이 높고 쌀겨의 영양이 잘 살아 있으며 튀겼을 때 고소하고 담백한 풍미를 돋우는 현미유를 사용합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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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대 대선, 많은 이슈 속에서 ‘청소년 참정권’이 하나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국회에서도 18세에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는데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9세 이상을 선거연령으로 정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일단 찍어보고 싶습니다’ 캠페인으로 청소년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찾아보려 합니다.

* 인터뷰 전문
– 인터뷰이 : 신흥고등학교 ‘박지환’님

Q. 자기소개
– 안녕하세요. 전주 신흥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환이라고 합니다.

Q 세월호 3주기 행사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오게 되었어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는 중학교 2학년이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사실 세월호 문제에 관심은 없었고 ‘수학여행을 못 갔구나’라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조금씩 사회 문제에 관심 두게 되면서 농성장 등에도 다녔거든요. 이후 세월호 사건을 다르게 보게 됐어요. 바다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같은 게 아니라 국가가 304명의 생명을 수장시켜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참여

Q. 어떻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나요?
– 제가 어렸을 당시에 아버지가 조금 가부장적이셨어요. 집에서 만화 같은 것을 보지 못하고 뉴스만 봤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치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됐어요. 관련 책 등을 찾아서 읽고 그러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백남기 농민 돌아가셨을 때 많이 울었어요. 그때는 수업 끝나고 집회에 참석하는 걸 반복했어요. 또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소식도 들었는데요. 페이스북에서 ‘21세기 민주화의 성지, 성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의 사진을 봤어요. 뭔가 전율이 느껴졌죠. 그래서 다음 날 바로 성주에 갔어요.

Q. 시위에 참여하면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 신기하게 보죠. 왜 참여하냐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학생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참여할 자격이 있는 거죠. 참여에 ‘애, 어른’이 어딨나요?

Q. ‘청소년’이라서 활동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는지?
– 어른들이 많이 반대하세요.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나 해라’, ‘나중에 데모꾼 되려고 그러냐’라고 말씀하시곤 해요. 하지만 우리는 4·19 혁명을 4·19 학생운동이라고도 부르잖아요. 5·18 민주화 항쟁 때도 그렇고, 한국 민주주의 현장에는 늘 학생들이 있었어요. 작년 촛불집회에도 학생들이 많이 나와서 눈길을 끌었잖아요.

Q.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 제 꿈이 정책연구원인데요.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추천해주셔서 참여하게 됐어요. 전주시 의회에 제안할 수 있는 데다가 청소년 행사도 모니터링 할 수 있는데, 제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Q.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 있나요?
– 저는 민주주의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한다고 해요. 미국은 유치원에서부터 선거하는 방법을 알려준대요. 사회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학생이 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대로 된 교육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민주주의를 포함한 여러 정치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민주주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카를 포퍼’(Karl Raimund Popper)라는 사람이 그랬대요. 정말 무능하고 악질인 사람이 정권을 잡더라도, 그들이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민주주의라고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탄핵 되는 과정을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어요.

Q. 사회참여 후 지환님에게 생긴 변화는?
– 참여 전에는 정부의 정책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관심 갖고 보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청소년의 참정권

Q. 청소년 참정권에 관심 두게 된 계기는?
– 우리나라는 만 18세에 많은 의무를 부과해요. 하지만 참정권은 주지 않아요. 해외에서는 만 18세는 물론 만 17세에 선거권을 부여한 국가도 있어요. 만약 우리나라도 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추게 되면, 정치인들이 청소년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청소년을 위한 공약도 생길 것 같고요.

Q. 투표권이 생긴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 저는 지금보다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만 18세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투표권이 생기면 선거철에 대선토론 등을 좀 더 관심 있게 보면서 후보 간 공약도 비교해볼 것 같아요.

* ‘일단 찍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 시리즈 영상 목록

① 우리도 ‘현재’를 사는 국민이다 (영상 보기)
② 글쓰는 청소년_ 학생다운 게 무엇인가요? (영상 보기)
③ 일상을 고민하는 청소년_ 모든 것이 공부다 (영상보기)
④ 사회를 고민하는 청소년_ 애와 어른의 기준

금, 2017/07/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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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⑥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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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람들이 유달리 괴롭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조한혜정(68) 연세대 명예교수는 “근대문명이 끝났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나온 진단 중 가장 거대했다. 그런데 인터뷰 중 그는 “내가 하는 말들이 너무 작은 (영역의) 이야기라는 지적을 종종 받는다”면서 “절대 작은 이야기가 아닌데”라고 했다. 이 거대한 분석과 그 작아 보이지만 작지 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 진행하는 기획 연구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2월 19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조한혜정 교수를 만났다.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의 진행으로 인터뷰는 두 시간 남짓 이뤄졌다.

조한혜정 교수는 “요즘 사람들이 다 화가 나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초등학생들까지도 화가 나 있어서 교사도 ‘학생 만나기 겁이 난다’ 하더라고 했다.

“저도 그래요. 전에 없이 문득 ‘왜 사나?’ 싶을 때도 있어요. 이게 무슨 감정인가 생각해 보면, 더 이상 좋아질게 없다는 깨달음 때문에 오는 것이더라고요.”

그 이유는 위에 말한 대로 “근대 문명이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크게 볼 때 문명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대적 인간은 계속 세상이 좋아진다는 이른바 진보를 믿어 왔다”면서 조한 교수는 “그런데 이제는 좋아질 게 없고 나빠지기만 한다는 것, 운명을 개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생존하다 죽는 존재일 뿐임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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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당시와 ‘세월호’ 이후의 차이는?

문명 쇠퇴는 전 지구적 현상이지만 한국 사회만 놓고 본다면 이런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은 ‘기적처럼 근대화를 해낸 나라’였죠.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으킨 경제 성장의 기적, 상상도 못했던 1980년대 민주화의 기적,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자’며 전국에 초고속망 깔고 OECD에 가입할 때만 해도 곧 선진국이 될 것 같았지요. IMF 사태를 맞아 휘청거리다가도 회복하는 듯했어요. 그렇지만 이제 돌아보니 2차 근대, 곧 ‘위험사회’로 깊숙이 빠져 들어가고 있었던 거예요.”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처음 말한 ‘위험사회’는 근대 산업사회가 구조적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파괴의 단계를 일컫는다. 경제 성장 중심의 시기를 지나서 ‘위험’이 계속 생겨나는, 더 이상 성장으로 위험을 가릴 수 없는 시기다.

“삼풍백화점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넘어갔다”면서 조한 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이런 사고가 계속 날 것’임을 아주 분명하게 알아차리게 되었고, 그래서 패닉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

조한 교수에 따르면 근대문명의 발본지인 유럽은 19세기에 위험사회에 접어들었다. 그 결과로 1‧2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역시 울리히 벡이 주장한 ‘해방적 파국'(Emancipatory Catastrophism)의 시점을 맞았다. 해방적 파국이란 극단적 상황에서 도리어 좋은 길을 찾아내는 것을 뜻한다.

“전쟁을 통해 유럽에서는 ‘돈이 다가 아니다’, ‘가족도 다가 아니다’, ‘국가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자각이 생겼어요. 그 계기로 복지국가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가 출현했지요. 국가와 시민 사회가 함께 국민을 돌보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더 이상 제국주의를 하면 안 된다’는 자각도 분명히 생겼지요. 문제는 성찰을 시작한 유럽이 아니라 확장의 욕구로 가득 찬 미국과 소련이 세계의 패권을 잡은 것입니다. 그 냉전 소용돌이 속에서 분단국가가 된 게 우리의 불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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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태에서 근대국가로 태어난 한국은 중요한 한 가지가 부재한 채로 지금까지 이어졌다. 바로 ‘구성원들이 의논하면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체제’다.

조한 교수는 1950년대 미국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예를 들었다. 살인 혐의를 받는 한 소년에 대해서 11명의 배심원이 유죄를 인정하는 가운데 단 한 명의 배심원이 제기한 반론으로 토론이 거듭되고, 그 결과 무죄로 의견이 모인다는 내용이다. 조한 교수는 “인간 사회의 힘은 바로 그 소통의 능력, 합의에 이르고자 하는 의지에 있다”고 했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원래 핵발전소를 더 짓자는 입장이었는데도 탈핵으로 국가의 방향을 잡았지요. 후쿠시마 사태 이후 환경운동가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마침내 대국민적 논의의 장이 열리면서 탈핵으로 합의를 보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통과 합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좋은 사회라 할 수 있죠. 한국은 그런 가능성이 거의 봉쇄된 채 시작된 나라입니다.”

“기회만 균등하다고 좋은 사회 아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한편으로 지나치게 강조된 것이 ‘기회 균등’의 원칙이다. 지금 한국사회가 ‘헬조선’으로 불리고 ‘수저계급론’이 분노를 일으키는 것도 그 원칙이 훼손된 탓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조한 교수는 “기회 균등만 지켜진다고 좋은 사회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대한 한 신문 칼럼에서 ‘그 시대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폭력이 얼마나 심했는데 항의한 부모가 한 명도 없었다’고 했더라고요. 입시에 조금만 손해가 나도 부모들이 나와서 시위하지만, 진짜로 부모가 해야 할 말은 함구한 거죠. 입시를 통해 자녀를 성공시키려고 결탁한 셈이에요.”

한국 근대화 초기의 동력은 가족 중 한 명을 성공시키는 데 공모한 다음에 그 열매를 나눠먹는 가족주의적 신분이동문화에서 나왔고 그런 묘한 집단주의가 우리 일상 문화가 됐다. 그렇게 공모하고 결탁해서 끌어주고, 권력자의 비리도 밑에서 받쳐주는 것이 일상화됐기 때문에 ‘시민적 공공성’이 설 자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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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침체와 청년 실업, 양극화가 심각해진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시스템도 가능하지 않다. 조한 교수는 “자라는 아이들에게 ‘너는 직장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야, 소비를 못 하면 사람이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입해 놓고는 직장도 없고 따라서 소비력도 갖지 못하는 사회에 떨궈놓은 셈”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호모 사케르'(헐벗은 삶), 즉 언제 죽어도 아무렇지 않은 존재들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이라면 “근대 문명이 끝났다”는 진단도 납득이 가지만 그렇다고 정말 ‘끝’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은 아니다. “총체적 파국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해방적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는 오히려 낙관적인 입장이다.

‘먹고 살기’ 걱정 안 했던 1990년대 청년들

다만, 제도를 바꾸는 것으로는 ‘해방적 파국’이라 할 수 없다고. “선진국도 망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제도를 배워 와봐야 소용없다”는 이유다. 조한 교수는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 먼저 위험을 맞았으므로, 길도 앞장서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의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의 가치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시민적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한 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도 적게나마 그런 흐름이 생겼다”고 했다.

아쉬운 것은 1990년대에 변화의 조짐이 있었는데 이어지지 못 한 것이다. 조한 교수는 1990년대 초중반 대학을 다녔거나 그 또래인 청년들, 일명 ‘서태지 세대’에게 기대를 걸었었다.

“그 때 청년들은 대부분 영화판 같은, 고생스러워도 즐거운 곳에서 일하고 싶어 했어요. 선배 세대의 경직성을 멋없다고 생각하고, 배낭여행 다니면서 온갖 경험을 한 뒤에 창의적인 일에 뛰어들겠다고 했죠. ‘먹고 살기’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IMF 때 된통 당하고 진짜로 ‘먹고 살기’ 어려워지니까 위축됐지요. 그 아래 세대들은 아예 ‘부모 말 잘 듣기로’ 하면서 기존체제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IMF 사태로 고통 받는 부모를 보며 자란 세대는 착하고 부지런하지만 국가나 공동체, 공공성에 대한 감수성은 적은 편이다. 노동절에 시청 앞 집회에 참가하는 과제를 내줬더니 “시위대 때문에 지나가는 차가 너무 천천히 가야 해서 미안했다. 다시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소감을 내는 식이다. 조한 교수는 “학교와 사교육 시장 사이만 오가다 보니 사회적 감각이 성숙되지 못 한 영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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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 교수는 ” 국민소득(GNP)이 5,000~1만 달러쯤 됐을 때 식민지적 ‘성장’을 벗어나 사회의 방향과 내부 시스템을 정비했어야 하는데 못 했고, 1990년대 청년들이 그 위아래 세대와 갈등하고 논의하는 체제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IMF 사태 때문에 안 됐다’고 아쉬워했다.

왜 끝없이 성장하고 지구를 탈출해야 할까?

여전히 ‘성장’은 필요하다는 인식도 만만찮다. 그러나 조한 교수는 “성장이 계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우주산업’에 돈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등을 통해서도 익숙한 “인류는 언젠가 지구를 탈출할 것”이라는 소망은 끝없이 확장하고 팽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 도전을 훌륭하다고 여기는 것은 인류가 도구를 발명하고 성취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믿음,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신의 영역을 넘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조한 교수는 문화인류학자로서 다른 견해를 밝혔다.

“인류 초기 진화를 불과 같은 ‘도구’ 사용으로 설명하는 것은 남성 중심적 관점이에요. 인류가 협동을 하는 지혜로운 존재가 된 것은 힘을 모아 아기를 키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3년은 힘을 모아야 하니까, 엄마를 중심으로 불가에 모여앉아 의논하면서 살게 된 것이죠. 그렇게 협력하고, 소통하고, 한 장소에 정을 붙여 살게 되면서 ‘사회’가 형성된 겁니다. 그러다 농업혁명 이후에 집단 수확이 이뤄지면서 점점 남성 중심적 문명으로 가게 된 거죠.”

그 후에도 마을과 사회에 ‘돌봄의 영역’은 존재했다. 태어나는 아이를 마을 사람 모두가 축복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균형을 이뤄 사는 문명이 이어져 왔다. 그러다 근대자본주의 문명을 맞으면서 경쟁과 축적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돌봄과 소통 영역은 축소돼 버렸다.

“본래 인간은 자궁에서 있다가, 환대해 주는 가족과 마을이라는 ‘사회적 자궁’으로 나오는 존재였는데 이제 그 자궁이 사라진 거예요. 홀로 외롭게 사투를 벌이고, 끊임없이 팽창하고 탈출해야 하는 존재여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살기가 힘든 것입니다. 근대문명의 끝을 맞이한 지금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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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게 막강한 힘”

다시 이야기는 “이제라도 의논을 시작해야 한다”는 데로 돌아왔다. 달리 말해서 함께 의논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고 작은 사회적 자궁들, 마을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한 교수는 하자센터에 있는 ‘난감모임’을 소개하면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일단 머리를 긁적이고, ‘정말 난감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잠시나마 마음을 추스르고 상황인식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지, 바로 제도와 해법을 찾아봐야 실패한다는 것이다.

막연한 이야기 같지만, 조한 교수가 그동안 보여준 대안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1980년대 ‘또 하나의 문화’를 통해 다양성과 공존을 말했고, 1990년대 말에 탈학교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하자센터를 만들었고, 돌봄과 마을공동체가 왜 중요한지를 계속 강조하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일했고, 사회적경제와 살림살이경제를 말해온 것 등이다.

최근 이슈가 된 청년수당, 혹은 청년배당 제도를 예로 들면서 조한 교수는 “이런 것을 시행하려고 할 때도 여럿이 앉아서 의논부터 했으면 어떨까”라고 했다.

“청년들에게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을 시키고 ‘무업(無業)사회’에 내던진 데 대해 국가와 부모는 책임을 져야 해요. 배상 차원에서라도 청년들에게 한 1년 정도 자유로운 경험을 하고 자기들끼리 작당해 볼 기회를 줬으면 해요. 그러려면 다른 세대의 합의를 얻어야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어떤 상태인지 말하고 이해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마워 할 것은 고마워하는 과정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놓고 의논한다는 것이 거의 무의미한 상태이다. 앞선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장덕진 서울대 교수가 국가권력을 잡은 이들을 “5년짜리 유랑 도적단”이라고 표현한 것에 동의하면서 조한 교수는 “그래서 국가와 시장 단위가 아니라 먼저 지역과 마을 단위로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자가 문제라고 백날 얘기해 봐야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정치권력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시민이 지혜로워져야 한다는 거예요. 저쪽이 얼마나 우둔하고 약한지 알아내려면 나부터 잘 살아야 해요. 마을에서 함께 모여서 밥 먹고 아이들도 같이 키우고, 오순도순 살고, 동네 식당도 차려보고, 사회적기업‧마을기업도 하면서 잘 살아 보자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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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1990년대 청년 세대가 수그러든 것이 아쉽다고 했지만, 조한 교수는 “그래도 계속 목소리 내는 청년들은 있다”면서 신통해 했다. 적은 돈을 가지고도 협력해서 더 알차게, 재미있게 사는 청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카페오공의 쉐어하우스 ‘우동사’, 용산의 ‘빈집’과 ‘빈고’, 제주도의 ‘재주도 좋아’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월 70만원으로 살기를 실험 중인 ‘우동사’에 대해 조한 교수는 “기본소득 제도를 미리 실천해 보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월 70만원만 있으면 굶어죽지 않는다고 하면 두려울 게 없어집니다. 재벌가 자녀 중에서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싶은데 자립할 방법을 모르는 청년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계속 살면 재벌집도 지옥이죠. 그렇지만 어디든 가서 살면 살아지고,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숨을 쉴 수 있잖아요. 그런 모델이 많아지면 국가도, 자본도 두렵지 않은 막강한 힘을 시민이 갖게 되는 겁니다.”

“선망국(先亡國)으로서 인류에 해법을 제시하자”

“도구 합리성에 길들여진 사람은 내 이야기를 잘 못 알아듣는다”, “왜 그렇게 ‘작은’ 이야기만 하느냐고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 이 대목이었다. 인류 초기 진화부터 거의 전 시대를 아우른 그 진단과 문제의식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마을과 쉐어하우스, 월 70만원의 삶이 ‘작은’ 이야기가 아닌 것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청년들이 동아시아의 청년들과 연대하고, 국가도 가족도 떠나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래서 ‘코스모폴리탄 시티즌’이 될 수 있다면 한국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한 교수는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세대도, 여성들도 더 많이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어차피 선진국 개념도 의미가 없어지는데 언제까지나 선진국 뒤만 쫓을 게 아니라, ‘선망국'(先亡國) 개념으로 바꿔서 생각합시다. 한국은 이미 굉장히 앞서가는 선망국이죠. 이 선망국에서 청년 문제, 세대 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를 푸는 해법을 나름대로 찾는다면 인류에 희망을 제시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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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조한 교수는 수많은 학자들을 불러냈다. 책 ‘사피엔스’의 저자로 요즘 주목받는 유발 하라리부터 울리히 벡, 아감벤, 바흐만, 뒤르캠…. 언급한 용어와 개념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 학자가, 개념이 필요한 지점이 명확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려주는 수업인 셈이었다. 조한 교수가 평생 해온, 정년퇴임을 한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일일 것이다.

정리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목, 2016/04/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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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생명학교-한살림

2016 한살림 여름생명학교

 

아이들이 농촌의 소중함을 배우고, 공동체를 체험할 소중한 기회. 한살림 여름생명학교가 열립니다.

 

생산지에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고, 마을 어르신들과 잔치도 열고, 신나는 물놀이도 즐기고!

 

스마트폰 없이도 즐거운 시간! 아이들에게 특별한 여름 추억을 만들어 주세요.

 

○ 회원생협별 안내 (장소 / 일시 / 문의)

 

한살림강원영동

여주 금당리공동체 / 7월 23일(토)~25일(월) / 033-522-1162

 

한살림경남

함양 물레방아공동체 / 7월 23일(토)~25일(월) / 070-4258-2125

 

한살림경기동부

괴산 감물흙사랑공동체 / 7월 27일(수)~29일(금) / 070-8228-4709

 

한살림부산 어린이생명학교

합천부산지역생산지 / 7월 24일(일)~27일(수) / 051-512-4337

 

한살림부산 청소년생명학교

제주 자전거라이딩 / 8월 18일(목)~22일(월) / 051-512-4337

 

한살림서울 경인지부

아산 송악공동체 / 7월 28일(목)~30일(토) / 032-462-0094

 

한살림서울 남서지부

괴산 감물흙사랑공동체 / 7월 24일(일)~26일(화) / 02-874-0876

 

한살림서울 남부지부

횡성 공근공동체 / 7월 28일(목)~30일(토) / 02-574-2224

 

한살림서울 동부지부

괴산 감물흙사랑공동체 / 8월 6일(토)~8일(월) / 02-486-0617

 

한살림서울 북동지부

횡성 삼원수약초마을공동체 / 7월 26일(화)~28일(목) / 02-3394-5420

 

한살림서울 북부지부

횡성 삼원수약초마을공동체 / 7월 29일(금)~31일(일) / 02-988-0771

 

한살림서울 서부지부

의성 청암공동체 / 8월 4일(목)~6일(토) / 02-2654-3348

 

한살림서울 중서지부

의성 청암공동체 / 7월 28일(목)~30일(토) / 02-707-1524

 

한살림원주

평창 선애골공동체 / 7월 23일(토) / 033-763-1025

 

한살림청주

충주 인다락마을공동체 / 7월 25일(월)~27일(수) / 043-224-3150

 

한살림춘천

홍천 강태호 생산자댁 / 7월 23일(토)~24일(일) / 070-4667-7036

 

한살림충주제천

마리스타수도원(제천 백운면) / 7월 29일(금)~30일(토) / 043-855-2120

 

한살림제주

제주 생드르 성산·표선공동체 / 7월 30일(토)~31일(일) / 064-747-5988

월, 2016/07/0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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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날, 정월대보름. 한살림 식구들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한 해 농사가 잘 되길 기도하는 2016 첫 한살림 잔치입니다. 쥐불놀이와 줄다리기, 달집 태우기도 함께 하고, 생산지에서 준비한 저녁과 부럼도 깨물어 먹으며 올 한해 소원 함께 빌어요.

 
 
 

2016년 원주한살림 여주금당공동체 대보름잔치 안내

한살림 여주금당공동체와 함께하는 정월대보름 잔치! 달 밝은 대보름을 맞아 세시풍속을 맛보며 다양한 민속놀이도 함께 체험해봅니다. 여주 금당공동체 한살림농장에서 함께 오곡밥도 먹고, 달집태우기, 쥐불놀이도 하며 달님에게 소원을 빌어요.

1. 행사일 : 2016.02.20.(토) 14:00-20:00

2. 행사장 : 여주 금당리 한살림농장(여주군 가남면 금당리 531-2)

3. 참가비 : 성인, 청소년 13,000원 / 어린이 8,000원 / 36개월 미만 무료 

*참가신청방법

-전화 : 033)763-1025 (조합원명, 연락처, 참가자수)

*신청기간 : 02.11(목)-02.17(수) / 버스 1대 (40명) 선착순 접수
*참가비 입금계좌 : 농협 044-01-110586 원주한살림

*귀가 시간은 행사 종료시간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4. 준비물

- 생산자님들이 조합원님들과 함께 즐거운 대보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셨습니다. 생산자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가요.

- 일회용 컵보다는 개인컵을 권장하오니 꼭 챙겨오세요!!

- 강바람이 불어 추울 수 있습니다. 손 발 목 얼굴 따듯하게 입고 오셔서 더우면 벗으세요.

 

한살림원주 홈페이지
화, 2016/02/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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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호_한살림하는사람들

뜨거운 마음으로 키워 시원하게 전합니다
강원 양구공동체 홍석현 · 전은경 생산자 부부

부부는 부끄러움이 많았다. 아무리 구슬리고 추어올려보아도 한 번 얼굴에 드리운 어색함은 쉬이 녹지 않았다. 제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깡충거리며 매달려보아도 그때뿐, 입꼬리에 잠깐 피어난 잔웃음은 누가 볼세라 얼른 사라졌다.

카메라 앞에서는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홍석현 생산자이지만 농사에 있어서만큼은 다르다. “형님, 천적을 뿌려놓고 손 놓고 있으면 어떡해. 도망 가니 수시로 들여다보고 다시 잡아다 넣어 줘야지.” 공동체 회원들의 밭에 들러서는 눈에 밟혔던 부분에 대해 입바른 말을 툭툭 던지는데 옆에서 듣는 이가 머쓱해질만치 거침이 없다.

양구공동체-(97)

과채농사를 잘 짓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곳이 어디든 몇 번이고 찾아가서 배운다. 반복된 실패에도 개의치 않고 이듬해 새로운 종자를 심는다. 친환경자재를 뿌리는 것도 마뜩치 않아 효과가 적더라도 되도록 천적을 이용해 해충을 잡는다.

‘그냥 한번 해 보는 거에요’라고 대충 둘러 이야기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그냥’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엔 너무 묵직하고 곧이곧대로 듣기엔 너무 깊다. 그런 그가 자신있게 내는 미니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 빨리 먹어 보고 싶다.

 

554호-2면

한살림 소비자 조합원을 만나기 위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여름채소들 (2016년 6월 16일 양구)

 

하늘과 농사꾼이 함께 지은 한살림 여름채소

“아침, 점심, 저녁 꼬박꼬박 인사해도 모자라요. 갓난아기나 마찬가지라 하루만 소홀해도 금방 녹아버려요.” 양구공동체 이규식 생산자의 하루는 해가 고개를 내밀기도 전, 사방이 어스레 할 때부터 시작된다. 양구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하우스와 노지를 돌다 보면 두 어 시간이 금방이다.

그것도 작물이 탈 없이 자라고 있을 때나 가능한 일. 만약 양상추 잎 밑동에 암갈색 반점이라도 발견되는 날에는 꼼짝없이 온종일 한 밭에만 매달려 있어야 한다.

상추, 로메인, 양상추, 적양배추, 미니 파프리카… 그가 한살림에 내는 여름 채소는 간단히 어림해도 10여 가지가 훌쩍 넘는다. 한살림과 약정하지 않은 작물도 일단 넉넉히 심고 본다. 한살림의 요청이 있을 때, 언제라도 건네기 위해서다. 이쯤 되니 “나뿐 아니라 우리 회원들은 한살림밖에 모른다”는 그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여름채소라는 이름으로 묶이지만 생육 기간과 필요한 온도, 물의 양 등이 모두 다르니 그에겐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이고, 깨물면 다 아픈 손가락이다. 이는 비단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채소와 씨름하는 양구공동체 회원 대부분은 최소 너덧 가지의 작물을 함께 짓고 있다. 회원 각자가 여러 밭을 돌며 가지를 파종하고, 적양배추를 정식하고, 양상추밭을 돌보다 보니 양구의 하루는 바삐 흘러간다.

상추정식 사본

상추 정식하는 모습

 

절반만 건져도 성공

강원부터 제주까지,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한살림 산지 중 양구는 여름채소를 책임지고 있다. 한살림 산지 중 어느 곳 하나 특별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청정지역이라는 면에서 양구를 따라갈 곳은 많지 않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출입증이 있어야만 겨우 드나들 수 있었던 민통선 북쪽 지역이라 그 흔한 산업시설 하나 찾아 보기 어렵다. 또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해발 400m의 분지 지역으로 한여름에도 20도씨 내외로 비교적 선선해 여름채소 구경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역이다.

다른 곳과 비교하면 환경이 좋다지만 양구에서도 여름채소를 키우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잎채소의 경우 아침저녁으로 습하고 햇볕 타들어가는 여름에는 아무리 정성껏 돌봐도 금세 짓무르고 잠깐 눈을 돌리면 진딧물의 온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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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 조규학, 이규식(왼쪽부터) 생산자가 여름채소농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늘만 바라보고 지어서 ‘하늘농사’라고도 부른다는 노지농사는 물론, 실내 온도와 물 주는 시간을 농사꾼이 조절할 수 있는 하우스농사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씨도 해마다 점점 뜨거워져 농사꾼의 시름을 깊게 한다. 그래서인지 홍석현 생산자의 목소리도 잔뜩 격앙되어 있었다.

“100포기 심으면 50포기는 버린다고 보면 돼요. 키우는 기간에 장마가 끼어 있어 이파리가 부러지는 경우도 많고, 어떤 건 아예 자라지 못하고 썩는 것도 있어요. 물품 기준에 따라 선별하다 보면 절반도 못 건지는 때도 잦아요.”

 

냉 먹이는 데는 우리가 제일

양구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는 조규학 생산자는 “농사의 절반은 하늘에 달렸지만 나머지는 농사꾼의 몫”이라고 믿는다. 품온관리(작물의 품위유지를 위해 저장·유통과정에서 온도를 관리하는 일) 또한 작물을 잘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산자와 공동체의 몫이다. 무더위와 병충해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절반이라도 온전히 조합원에게 전하기 위해 철저한 품온관리는 필수다.

상추, 로메인 등 잎채소의 경우 발주 가 들어오면 이튿날 새벽부터 수확에 나서 늦어도 이른 아침까지는 작업을 마친다. 최대한 날이 서늘할 때 수확한 작물은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채 저온저장고로 옮겨 예냉(예비냉장)처리를 한다.

냉동창고

지난해 신축한 저온저장고가 여름채소를 기다리고 있다

 

흔히 ‘냉을 먹인다’라고 표현되는 예냉과정은 얼기 직전의 온도에서 24시간 이상 이뤄진다. 예냉을 마친 작물은 벌크상태로 냉장배송차량에 올라 한살림 안성물류센터로 향하고 그곳에서 소분작업을 거친다. 수확한 후 물류센터로 갈 때까지 외부의 따뜻한 기운과 만나지 않아야 작물의 싱싱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 가지, 미니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등 껍질이 단단한 열매채소는 예냉 전에 시원한 곳에서 소포장 작업을 거치는 것만 다르고 다른 과정은 잎채소와 거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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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공동체 저온저장고

 

양구공동체는 홍천연합회에서 독립해 나온 지 불과 4년 만에 2.5톤, 5톤의 냉장배송차량을 각각 한 대씩 장만했고 예냉 및 저온저장을 겸하는 저온저장고도 두 동 더 지어, 총 네 동을 마련했다. 30여 호가 모인 작은 공동체임을 고려할 때, 양구공동체가 품온관리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여름채소만 평생 해온 사람들이라 냉 먹이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에요. 작물을 얼려 까무러치게 한 다음에 조합원 집에서 깨어나게 만드니 신선할 수밖에 없지요.” 물류센터까지의 거리가 먼데도 유독 결품이 적은 이유를 설명하며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농담에서 공동체 여름채소 관리에 대한 조규학 생산자의 자부심이 읽혔다.

 

무엇 하나 버리는 것 없게 되는 날까지

여름채소를 내는 이들은 가을부터 봄까지 무엇을 할까. 한살림 정책상 가온재배를 하지 않으니 하우스가 있다고 한들 겨울에는 별다른 농사도 지을 수 없다. 지역 특성상 겨울에는 몹시 추워서 여름채소를 수확한 밭에 다른 작물을 이모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가장 늦게까지 낼 수 있는 파프리카, 가지도 10월이면 더 이상 수확이 어려우니 이들은 11월부터 5월까지, 일 년에 절반 이상 실업자 신세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를 것 같다. 2010년 구제역 사태 이후 접었던 축산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기 때문. 벼농사, 콩농사를 적잖이 짓고 있어 소 먹이로 쓸 수 있는 볏짚과 콩깍지가 넘쳐나는 데다 조사료를 심을 수 있는 땅도 넓어 사료 걱정할 일은 없다. 소의 똥오줌을 퇴비로 만들어 쓰면 여름채소 농사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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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학 생산자

 

“유기농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경축순환농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와 작물의 부산물을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서로를 위해 쓸 수 있으니 그게 진정한 유기농 아닐까요?” 애써 심은 작물의 절반도 건지기 어려운 여름채소농사를 하면서도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며 불평 한마디 없는 양구공동체 생산자들. 이들의 묵묵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 · 사진 김현준 편집부

화, 2016/06/2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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