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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도, 휴일도 없는 30시간 편의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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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도, 휴일도 없는 30시간 편의점이예요”

익명 (미확인) | 월, 2017/02/20- 11:49

(사)다른백년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단비뉴스팀과 함께 ‘사랑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6편에 걸쳐 우리 주변의 삶을 들여다본다. 장시간 노동자, 청년 실업자, 경쟁에 시달리는 직장인, 노인, 청소년들이 그들이다.  

노인은 말동무를 찾아 매일같이 탑골공원에 간다. 취업 못한 청년은 안전한 직장을 가질 때까지 스스로 고립된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직장인은 연인을 만날 시간조차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 사랑은 사치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 

당신은 사랑하고 계십니까. 

<프롤로그> 1. “들어줘서 고마워”      2. 한국인의 밥상

<청년 실업자> 1. “사랑도 유예가 되나요?”  2. “연애도 사치일 뿐”   

<자영업자> 1. “주말도, 휴일도 없는 30시간 편의점이예요”  2. 쉽게 문 열고, 쉽게 망한다.

(이 글은  전남 광주에서 24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혜숙씨(가명)의 육성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런 형식을 ‘사람책’이라고 한다. 

또 이 글은 경향신문( “365일 하루 30시간 부부 맞교대…군대 간 아들 면회도 못 갔어요)에 전재됐다)

남편이랑 저랑 둘이서 13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아르바이트는 안 써요. 하루 24시간을 둘로 쪼개서 반반씩 근무하는 셈이죠. 저는 보통 새벽 3시쯤 일어나요. 식사를 준비해 놓고 도시락을 싸서 부지런히 집을 나서면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 남편이 있는 가게에 도착해요.

아무래도 남편이 야간에 고생을 하니까 10분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애를 쓰죠. 이때가 하루 중 남편과 제가 만나는 유일한 시간이에요. 교대시간 전후로 한 두 시간 남짓이요. 그 시간 동안은 둘이 목이 터져라 얘기를 하죠. 진상손님 흉도 보고, 못했던 잔소리도 하고. 그때는 손님도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손님이 오면 대화를 못하잖아요.

하루 2시간, 한 달에 이틀 반나절을 함께하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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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쯤 남편이 집으로 가고 나면, 그날 팔 빵을 구워요. 우리 편의점은 빵이랑 쿠키를 직접 구워서 팔아요. 그리고 8시부터는 상온제품, 유제품 등 연달아 들어오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재고가 없는 건 추가 발주를 넣어요.

틈틈이 빵을 굽고 포장하면서 손님을 받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요. 보통 오전 11시 전에 가게에서 첫 끼를 먹죠.

정오가 되면 근처 대학에서 학생들이 점심을 해결하러 몰려들거든요. 그 전에 해치워야 해요. 밥은 카운터 안쪽에 간이식탁을 펴놓고, 집에서 싸온 몇 가지 반찬이랑 먹어요.

어떤 날은 손님이 몰려서 한 끼 먹는 데 두 시간씩 걸리기도 해요. 오후 3시 반쯤 남편이 다시 오면 저는 집으로 돌아가요. 정말 하루가 금방 가죠.

편의점 일이 편하다는 말은 다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예요. 정말 혼자서는 손발이 모자라죠. 쉽게 생각하고 덜컥 편의점을 시작했다가 한 달 만에 두 손 들고 나가는 경우도 여럿 봤어요.

저희끼리는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 편의점’으로 이름을 고쳐야 한다고 말해요. 혼자서는 도저히 창고정리나 청소를 하기 힘들어서, 교대시간 전후로 둘이 같이 근무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사실상 남편은 하루에 15시간 이상 가게 일을 하고 있어요. 자영업이 다 그렇긴 하지만요.

주말도 휴일도 없는 연중무휴의 도돌이표 하루

편의점을 시작하기 전에 저는 가정주부였고, 남편은 은행에 다녔어요. 은행 지점장을 7~8년 정도 했어요. 2000년도였을 거예요. 외환위기 칼바람을 간신히 피했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마지막 해고바람이 불었어요. 그때 명예퇴직을 당했죠.

남편이 40대 후반이었고 첫째는 고3, 둘째는 겨우 중2였어요. 돈 들어갈 일이 너무 많은 시기였죠. 남편이 작은 개인회사에 재취업을 했었어요. 그런데 자금을 끌어오고 영업을 해야 하는 일이라 남편이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만뒀죠.

당시에 은행에서 받은 퇴직금도 있고 집에 목돈이 꽤 있었는데, 사기꾼이 붙더라고요. 사기도 여러 번 당했어요. 남편이 돈을 벌어보겠다며 주식도 하고 사업투자도 했지만 다 여의치 않았어요.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그때 지인이 편의점을 하고 있었어요. 물어보니, 편의점은 장사경험이나 별다른 수완이 없어도 해볼 만하겠더라고요.

그때는 편의점 매출이 많지 않아도 본사에서 점주들한테 최저수입을 보장해주기도 했고. 그렇게 알음알음 시작하게 됐어요. 본사에서 주는 최저보장금이라도 다 챙겨보자고 생각했죠.

매장을 세 번 옮기면서 편의점을 하는 12년 동안, 제가 몸이 아팠을 때 잠깐 빼고는 아르바이트를 쓴 적이 없어요. 저희는 편의점을 처음 할 때 누군가에게 뭘 팔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컸어요. 지금도 서로 “장사는 정말 나랑 안 맞아”라고 말하죠.

영업을 잘해서 떼돈을 벌 자신도, 능력도 없었어요. 인건비를 줄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몰랐죠. 그래서 초기에는 둘이서 하루에 열대여섯 시간씩 근무하며 일을 배웠어요. 편의점이라는 게 쉬는 날이 없잖아요. 가게를 시작한 뒤부터 12년째 저희 부부는 주말도 휴가도 없이 집과 가게만 오가며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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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부부는 끼니 때가 되면 편의점 한 구석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허겁지겁 먹는다. 사진은 김씨가 싸온 도시락 모습.

요즘에는 제가 몸 관리를 하느라 일주일에 세 번, 퇴근 후에 운동을 다니긴 하지만 집에 가면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자려고 하죠. 몸이 너무 힘드니까. 하루 대여섯 시간 정도 자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아들 방학 때만 기다려요. 기댈 곳은 우리 아들밖에 없으니까. 둘째 아들이 다른 지역에서 대학원을 다니는데 방학이면 집에 와서 가게 일을 도와주거든요. 아들 덕에 일주일에 하루 이틀만 가게를 쉬어도 감지덕지죠.

편의점과 집 밖에서는 잠수인생

저희는 아들 둘 다 군대 면회를 한번도 못 갔어요. 첫째는 해병대에 입대했는데 입소할 때 데려다준 게 끝이었고, 둘째는 면회는커녕 군대 갈 때 데려다주지도 못했어요. 편의점을 하니까 하는 수 없었어요.

그러다 잠깐 편의점을 쉬었던 5개월 동안 집에 있으면서 애들 밥해주고 집안일하면서 보냈는데, 작은아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엄마가 집에서 밥을 해준다고. “엄마, 너무 좋아. 너무 좋아” 그러더라고요. 미안했어요. 둘째가 중2 때부터 제가 편의점을 한다고 집에 없었으니까요.

저희가 친정이나 시댁 식구가 참 많은데, 결혼식 등 경조사에 참석 못한 지도 10년이 넘은 것 같아요. 못 갔어요, 한번도. 가려면 또 대충 하고 갈 수는 없잖아요.

남편도 저도 365일 24시간을 편의점과 집만 왔다 갔다 하니까 입고 갈 옷이 없는 거예요. 애들 아빠도 회사 다닐 때 입던 낡은 양복 밖에 없고. 그런 상황이 돼 있었어요. 옷을 사고 구두를 사고 또 준비를 하고, 그러기가 싫었어요. 여유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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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남편은 은행지점장으로 일했지만 2000년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했다. 사진은 1998 외환위기때 대량해고를 당한 한 은행원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 출처: http://www.gokorea.kr)

친구들이 자식 결혼한다고 연락이 오면, 저는 몸이 아파서 못 간다고 하고 애들 아빠는 일 때문에 못 간다고 말해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우리 아이들 결혼할 때 아무도 안 오겠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친정어머니가 치매예요. 처음에 남매들끼리 돌아가면서 돌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편의점 일을 하면서는 제가 어머니를 모실 수 없잖아요. 그때가 두 번째로 했던 편의점 매장 계약이 종료되고 잠깐 쉴 때였는데, 새로 편의점을 열기 전까지 한 20일 정도 저희 집에서 친정어머니를 모셨어요. 이게 마지막이다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어느 날은 오빠가 전화를 해서 “이제 네 차례니까 네가 좀 모시라”고 하는 거예요. 전 “다들 사는 거 바쁘고 힘들어서 집에서 어머니 모시기 힘드니까 요양원에 가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독하게 말해버렸어요.

남편이 은행에 다니고 제가 집안 일만 할 때는 사교모임이 많았어요. 취미생활도 하고. 그런데 편의점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친구들 모임에도 제가 먼저 잠수를 타게 되더라고요. 계속 모임에 나가지 않다보니 연락이 점점 줄고 자연스럽게 아무도 안 만나게 됐어요.

지금은 같이 편의점 하면서 알게 된 친구 말고는 연락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종일 편의점에 있다 보면 전화 통화를 하다가도 손님이 오면 끊어야 하고, 시간 내서 누굴 만나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동네 주민 모임은 회비만 내고 있어요.

자주 오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편의점은 단골 개념이 적기도 하고, 손님들과는 절대 친하게 안 지내요. 되도록 말 섞지 않으려고 하죠. 외상을 달라고 하거나,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거절하기 어려워지거든요. 또 까딱 잘못하면 사기당하니까. 몇 걸음만 가면 근처 편의점이 두 곳이나 있는데 거긴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주인 얼굴도 몰라요.

저희 부부는 편의점이나 집이 아닌 곳에서는 일종의 잠수를 타고 있는 거예요. 사회생활, 사적인 생활 모두에서요. 라디오에서 저와 비슷한 사연만 나와도 꺼버리고 독하게 일만 했어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이런저런 관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마음 아파하지 않기로 했어요. 살다보니, 외롭고 슬프고 그런 감상에 젖어서는 내가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감정이 늙어버린 것 같아요.

“자식들 때문이 아니면 이걸 왜 하겠어요?”

두 번째 편의점 계약이 만료되던 때가 저희가 편의점을 시작한 지 딱 10년째 될 즈음이었어요. 처음 가게는 유흥가에서 했고, 그 다음 가게는 중학교 앞에서 했는데 술꾼들, 사고치는 중학생들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한테 굉장히 치였죠.

정말 편의점 하면서 수명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느꼈을 정도예요. 오는 손님들도 다 미워 보이고. 그래서 계약이 만료되면 다시는 편의점을 안 하려고 마음먹었었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푹 쉬려고 했어요. 그런데 쉬면서 수입이 딱 끊기고, 있는 돈만 쓰니까 금방 불안해지더라고요.

연금 조금 나오는 것 가지고는 생활하기 힘들어요. 우리가 앞으로 10년만 살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살지도 모르는데 한 푼이라도 더 벌어놔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른 일을 해보려고 집에서 가까운 직업훈련소에 몇 달 다녔어요. 저는 제봉을 배우고 남편은 양재를 했어요. 편의점을 그만두고 앞으로는 무조건 둘이서 붙어 다니자고 합의를 했거든요. 계속 서로 못 보고 살았으니까.

2개월 넘게 다녔는데 전망이 너무 없어서 그만뒀어요. 직업훈련소는 별로 쓸모가 없어요. 정부는 왜 그런 데 돈을 쓰나 몰라요. 그러고는 5개월 만에 다시 편의점을 열었어요. 남편이랑 편의점 쪽은 쳐다보지도 말자고 했었는데, 다시 24시 편의점을 하게 된 거예요. 이 나이에 저희가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편의점을 다시 하게 된 건 아이들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자식들이 다 독립했으면 저희가 왜 이걸 하고 있겠어요?

첫째는 아직 경제적으로 자리를 못 잡았고, 둘째는 취직 대신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했으니까요. 우리 애들 나이가 서른넷, 서른하나예요. 예전 같았으면 벌써 독립해서 장가갈 나이인데 아직 그러지 못해서 저희 부부가 이러고 있죠.

저희 또래들이 요즘에는 다 자식 때문에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는 것 같아요. 세상이 그렇게 변해서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참 힘든 건 사실이에요. 힘들어요.

가게를 그만두면 남편과 여행을 가고 싶어요.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한번도 못 갔어요. 그런데 자식들 결혼도 안 시켰고 아직 할 일이 많아요. 사회적으로 복지가 최저생활이라도 가능한 정도만 지원되면, 저희가 편의점을 그만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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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에게 좋은 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초·중·고교에서부터 노동 교육을 해야 합니다. 고용계약 형태마다 처우가 어떻게 다른지, 근로계약서는 어떻게 쓰는지부터요.”

“채용공고를 낼 때 월급, 근로시간, 휴가, 조직문화와 같이 기본적인 정보는 꼭 밝히도록 법으로 정해 주세요.”

“노동시간의 형태가 더 다양해져야 해요. 살아가며 마주하는 여러 상황들을 거치면서도 계속 일 할 수 있게요.”

‘자비 없네 잡이 없어 – 2030세대 노동 이야기’ 의 마지막 순서인 전체 좌담이 2018년 1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지난 9회에 걸친 좌담 및 ‘3인 토크’에서 나온 2030세대 노동현실의 문제의식과 정책 대안을 정리하기 위한 자리였다. 참가자들 다수가 꼽은 꼭 필요한 정책은 ‘초·중·고 노동권 교육 강화’, ‘다양한 노동시간 제도 확산’, ‘채용공고에 정확한 정보 기재 의무화’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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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는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연구자 네트워크’ 8명, ‘3인 토크’ 중 ‘충분한 휴식’ 편에 참여한 ‘플러스 1인’ 김현익 씨, ‘자비 없네…’ 해피빈 공감펀딩을 통해 참여한 조덕신, 오경근, 전민정, 문지희, 이우선 씨, 이 프로젝트를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담당할 출판사 서해문집의 임경훈, 이현정 편집자, 그리고 희망제작소 연구원인 이원혜, 안수정 씨가 자리했다.

노동 전문가 패널로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참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노동존중사회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먼저 좌담 참석자들은 2030세대 노동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한 가지씩 밝혔다. ‘3인 토크’의 주제이기도 했던 ‘고용안정/충분한 휴식/안정적 소득/조직 노동/조직 밖 노동/전문성/가치 지향 노동/구직자의 알 권리’가 적인 8개 카드 중에서 하나를 고르고, 말할 내용을 ‘저의 사례를 보탭니다/이런 문화가 필요해요/이런 관행 바꿔야 해요/이런 법이 필요합니다’ 등 카드 중에서 골라서 그에 따라 발언하는 방식이었다. 연구자, 펀딩참여자, 전문가 등에 대한 차등 없이 앉은 순서대로 돌아가며 이야기했다.

노동시간 제도, 좀 획기적으로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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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충분한 휴식’ 주제에 대해 말한 사람이 많았다.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문지희 씨는 점심시간으로 1시간 30분이 주어지고 10년차 장기근속자는 ‘안식월’을 쓰는 등으로 앞서가는 노동시간 제도를 소개했다. 다만, “이런 제도가 있어도 저는 어제 오후 9시에 퇴근했다.”면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노동시간을 줄여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송지혜 씨는 “연구자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서 회사에 ‘안식월’ 제도가 생겼다”라고 전했다. 만 10년 근속자에게 1개월 유급휴가를 주는 제도라고. 긴 시간 논의를 거쳐 노사합의를 이뤄낸 만큼 유의미한 성과라고 전하면서도 “더 많이 원하고 요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생애주기별로, 저마다 다른 이유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연차 붙여 쓰기, 주 4일 일하기 등 일상에서 노동 시간을 다양하게 꾸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말하고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현정 씨는 “호주에 사는 친척은 1년 일하면 한 달을 쉬더라”고 전하면서 “2030세대에게는 ‘휴가 가기 위해 사표 내는’ 것이 현실인데, 그 정도의 노동시간 제도가 마련돼야 노동이 지속가능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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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연간 5주 휴가’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시민방송(RTV) 사무국장 김현익 씨는 “유럽 선진국들처럼 우리도 법으로 연간 4~5주 휴가를, 신입사원이건 장기근속자건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누리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좋아서 일해도 야근수당은 줍시다

‘가치 지향 노동’의 주제도 여러 사람의 선택을 받았다.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전민정 씨는 “제가 좋아서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야근을 하게 될 때면 야근수당이 있었으면 싶다.”면서 “가치지향 노동에서도 조직의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했다.

임경훈 씨는 “인문·사회 분야의 작은 출판사들에도 사회참여의식, 정의감 등에 기반해 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에 대한 인식, 보상 논의가 부족하다.”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 할 필요가 있고, 기본적인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작성 등에 대한 교육도 필요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주수원 씨는 “가치 지향 조직에서 일하는 2030세대가 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소통, 조직 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 조직들의 리더인 4060세대는 정치적 민주화를 지향하고 참여해 온 만큼 조직 내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열린 사고를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원혜 씨도 “2030세대는 이미 개인이 행복해야 조직도 행복하고, 개인들이 자기 욕구대로 열심히 일 해야 조직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공감대가 생겨나고, 자유롭게 조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문화가 생겨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직자의 알 권리’에 관련해 사례를 보탠 사람들도 있었다. 이현정 씨는 “제 지인은 3명이 일하는 작은 회사에 들어갔는데, 취업을 하고 나서 보니 연차휴가가 아예 없다더라.”면서 “저도 첫 출근을 하고 나서야 근로계약서를 보여주는 일을 겪었는데, 구직자가 채용 과정에서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해 알 수 없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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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아 씨는 “한 소셜 벤처에서 정규직 전환 절차를 앞둔 직원이 ‘정규직이 되면 월급이 얼마나 느는가?’를 물어봤다가 대표에게 ‘예의가 없다’, ‘그런 말 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 못 봤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면서 “임금을 받는 것은 일하는 사람의 당연한 권리이고 가장 중요한 측면인데 왜 이런 질문을 터부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웃소싱 회사에 ‘정규직’이 무슨 의미죠?

조덕신 씨는 ‘고용안정’의 측면에서 이야기했지만 ‘구직자의 알 권리’에 대한 의견이기도 했다. “최근 아웃소싱 회사에 ‘정규직’으로 다녔는데, 파견근무를 하다가 계약이 해지되면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정규직’이라는 개념이 의미가 없었다.”면서 “만일 취업 전에 이런 특성을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우선 씨는 “15년차 직장인으로 총 6곳의 직장을 다녔는데 아직 저의 ‘전문성’이 뭔지 모르겠고, 조직과 ‘고용안정’의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오경근 씨도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야근이 만연한데다 조직문하는 삭막하고, ‘전문성’을 쌓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겠다.”면서 “일하면서 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지원을 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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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씨는 ‘조직 노동’ 주제와 관련해서 “노동조합들이 더 많이 생기고, 그것이 어렵다면 노사협의회라도 제대로 작동해서 조직 내에서 대화가 이뤄졌으면 한다.”면서 “법적 강제를 말하기 전에,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인정하면서 대화해 보려는 문화를 먼저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태섭 씨는 2030세대가 점점 더 ‘조직 밖 노동’을 선택하도록 밀어내는 사회 구조를 설명하면서 “조직이 제공하는 안정성과 복지 혜택에서 2030세대의 상당수가 벗어나 있고, 그 불안정성과 ‘네가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힘들어 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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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씨도 “‘안정적 소득’이라는 것은 당장 얼마를 버느냐의 차원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 나가고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면서 “조직에 속해서 월 200만 원을 버는 사람은 알바나 프리랜서로 200만 원을 버는 사람보다 많은 혜택, 보호를 받는데 2030세대 중에 이런 경험을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업 전에 ‘부당노동행위’ 대처법 교육하자

다음으로 참가자들은 6가지 ‘정책 제안’ 카드 중에서 가장 필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것 하나를 제시하고 이유를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정책은 ‘초·중·고 노동권 교육 강화’ 였다. 교육 과정에 노동권, 노사협상 실습 등 내용을 추가하고 취업 전에는 근로계약서 작성법과 부당노동행위 대처 방법, 야근수당 계산법 등 실제로 일하면서 필요한 지식들을 반드시 배우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아웃소싱 기업에서 ‘정규직’이 의미가 없다는 경험을 전했던 조덕신씨는 “일자리의 현실에 대해 적어도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꼭 자세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원혜 씨는 “지방 청소년들은 정보에서 더 소외돼 있다.”면서 “진로·직업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알바비를 떼였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부터 제대로 가르쳐줬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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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씨는 ‘초·중·고 노동권 교육 강화’에 동의하면서도 “지금 정부의 일하는 방식대로라면 교육부, 교육청에서 이 교육과정도 만들 텐데,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부처 간 칸막이를 벗어나 사고해야 현실적, 실용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주 10시간 일해도 4대보험 해주면 안 되나요?

‘다양한 노동시간 제도 확산’ 정책을 고른 사람도 많았다. 이우선 씨는 “요즘 기업들이 장기근속자, 출산·양육자를 위한 휴가 제도에 신경을 쓰는데, 2030세대는 이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면서 “오늘 야근하면 늦게 출근하는 식으로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복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민정 씨는 “요즘은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노동시간이 짧은 일을 하고픈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제도가 더 다양해져야 한다.”면서 “주 10시간만 일해도 4대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고 말했다.

‘채용공고에 정확한 정보 기재 의무화’ 방안도 지지를 받았다. 채용공고를 낼 때 ‘연봉 2,500만~3,000만 원 사이’ 정도라도 임금 수준을 밝히고, 노동시간과 휴일, 휴가 등에 대해 정확하게 표시하도록 법제화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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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나 씨는 “임금과 근로조건은 기본이고,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수평적인지, 위계를 중시하는지 등 최대한 표현할 방법을 강구해서 구직자들이 알고 입사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조합, 노사협의회 등 통해 정기적 노사 대화를 하는 조직에 인센티브를 주는 ‘조직 내 민주주의 강화’, 세대·업종·지역 별 노동조합 활성화 및 산업별 노동조합 체계 강화를 통한 ‘사각지대 노동자 보호 강화’, 이직이나 경력단절에도 불이익을 주지 않고 프리랜서도 적정 대우를 받도록 하는 ‘일하는 사람 관점의 유연성 확대’ 카드를 선택한 사람들도 있었다.

안수정 씨는 ‘조직 내 민주주의 강화’ 제안을 놓고 “2030세대가 수평적 조직문화, 조직 내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가 더 큰데 그러면서도 대표, 리더가 알아서 해 주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조직들마다 조금씩이나마 민주주의를 위한 시도를 하고, 경험을 쌓아나갈 필요도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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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섭 씨는 ‘일하는 사람 관점의 유연성 확대’를 꼽으면서 “조직 밖에 있는 사람들도 적정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기를 바란다.”면서 “프리랜서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공통된 문제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생겨났으면 하고, 조직 안에 있는 사람 정도의 사회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용자들이 노동권 교육을 받으면?

김민아 씨는 ‘사용자 대상 노동권 교육 실시’ 제안에 대해서 “일반 기업에도 필요하겠지만 비영리 단체들은 대표들이 정말 노동권을 몰라서 불법적 노동환경을 당연시하는 경우들이 있더라.”면서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단체들부터라도 사용자 노동권 교육 수료를 필수요건으로 넣는 식으로 시작할 수 있겠다.”고 제안했다.

김현익 씨는 “2030대가 자기 노동을 돌아보고, 공부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며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단계까지 가려면 무엇보다 각자의 삶이 어느 정도는 안정돼야 한다.”면서 ‘전반적 임금 수준 높이기’ 를 꼭 필요한 정책으로 골랐다.

작은 ‘사회적 대화’들 모여 큰 ‘사회적 대화’ 되기를

정부의 노동 정책을 방향과 방법을 정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박명준 연구위원은 “오늘 다뤄진 8개의 주제는 노동 분야 연구자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반갑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노동 현실의 아타까움을 다시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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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8가지 주제가 지향하는 방향은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의견도 밝혔다. “촛불집회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제대로 된 ‘주권자’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일터에서도 구현되는 것이 진정한 촛불 정신”이라는 것이다. 주권은 다시 말하면 ‘자기 결정권’이고, 일터에서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느냐가 결국 노동조건들을 좌우하며 이를 위해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위원은 이 날 나온 8개의 정책 제안과 의견들이 정부가 표방하는 ‘노동존중사회’와 이를 이루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했다. “이 자리가 바로 ‘사회적 대화’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런 작은 단위의 사회적 대화들이 더 이뤄져서 큰 단위의 사회적 대화 안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2030세대의 관심과 참여가 더 필요하다고. “아무래도 현재 정책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사람 대부분이 5060세대 남성이다 보니, 젊은 세대의 다양한 가치가 반영되도록 더 많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대화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고, 정책적으로도 함께 할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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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없네 잡이 없어 – 2030세대 노동 이야기’ 의 연재는 이것으로 끝이 나지만, 프로젝트는 아직 조금 더 갈 길이 남았다. 수익금 100%를 연재 및 책 출간 비용으로 사용하는 해피빈 공감 펀딩이 아직 진행 중이고, 펀딩이 끝나면 책을 만들기 위한 편집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책 <자비 없네 잡이 없어>는 오는 3월 출간되며, 펀딩 참가자들에게 가장 먼저 배송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30세대의 노동 이야기는 다른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꼭 ‘자비 없네…’의 이름으로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2030세대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런 열망과 움직임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렇게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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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2030세대의 새로운 노동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10회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진행됐습니다.

– 정리 : 황세원 | 시민상상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이우기 사진작가

월, 2018/01/2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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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꼼수 규탄! ‘을과 을’의 연대!최저임금 지키기 한국노총 기자회견2018년 1월 23일(화) 오전10시, ...
월, 2018/01/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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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공간에서 힘차게 뵙겠습니다.~~

월, 2018/01/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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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노동자분들과 활동가, 그리고 어려운중에도 방문해 주신 언론노조께도 감사드립니다.


월, 2017/11/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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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6일 청주성모성심성당에서 "노동 인권에 날개를 달아 주세요" 라는 내용으로 후원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기꺼이 봉사하기를 자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주방에서 맛있는 음식을 내주시고 손님 대접함에 소홀함이 없는 풍성한 식탁을 차려주신 봉사자 분들께 다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특히 주방 한켠 에서 해물 파전과 계란 프라이를 구워 내느라 수고하신 두꺼비 친구들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와 조를 맞춰 두루 다니며 부족한 것을 채워준 오하진 선생님과 임시업 선생님께도 무한 감사드립니다. 또한 끝까지 남아 정리까지 도와주신 회원님들의 손길 잊지 못 할 거에요. 무엇보다 장소를 제공해주신 성모성심성당께 감사드립니다.

공연도 반응이 매우 좋았고, 사회를 봐 주신 김남균 운영위원님, 조순형 전도사님, 김태종 목사님의 축하 말씀도 의미 있었고, 언론 노조 분들의 연대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카랑카랑했지요.

이렇듯 무엇 하나 하려 해도 연대가 없이는 아무것도 완성도 있게 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공동체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 되기도 했지요.


언제 우리가 이렇게 또 만나 어깨 잇대어 술 한잔 기울여 볼까요. 남은 2017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에는 더욱 멋지고 훌륭한 역할로 각자의 삶 속에서 만나기를 소망 합니다.
사랑합니다.


월, 2017/11/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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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 중 사망' 비정규직·무기계약직도 순직심사

24일 국무회의에 보고

2017-10-24 10:25:20 게재

앞으로 공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비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도 순직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순직이 인정된 비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은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신청이 가능하다.

인사혁신처와 국가보훈처는 이 같은 내용의 '공무수행 중 사망한 비정규직 등 순직인정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기관과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무기계약직 근로자가 공무 중 사망할 경우 공무원과 동일하게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를 거쳐 앞으로 제정될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라 순직공무원 예우를 받게 된다. 순직공무원 예우에는 순직증서 교부 및 장제 지원과 유족 취업안내 등이 있다.

이들이 업무상 재해를 당할 경우 산업재해보상 제도를 적용해 보상하지만, 순직이 인정되면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 등록신청이 가능하다. 지금은 공무수행 중 사망해도 순직심사에서 제외되고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올해 6월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기간제교사들을 순직대상으로 포함하는 법령개정이 이뤄지면서 정부 내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공무 중 사망에 대한 순직인정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관련부처 협의결과 이들이 공무수행 중 사망하더라도 순직심사와 유공자 심사신청 자체가 불가능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지급하는 순직유족급여가 산재보상의 53~75%에 불과해 공무원 재해보상으로 일률적으로 전환하기 보다는 공무 중 사망한 경우에만 순직심사를 인정해 공무원과 동일하게 예우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으로 공무원 재해보상을 산재보상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 우리 동네 청주에서 지난 엄청난 수해가 있던 날, 비정규직 노동자께서 공무 수행 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기사를 접했습니다. 죽음에까지 차별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민주노총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 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홍보 작업을 하며 시민들께 알리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서명운동도 함께 했지요. 결국 법안이 국회에 상정이 되고 순직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행동하는 에너지가 세상을 변화 시킨다고 믿습니다.

   

화, 2017/10/2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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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늦은 오후 오전에 분주했던 마음을 추스리고 있는데 요란하게 전화가 울린다. 목소리 좋은 내 또래의 여성 분이다. 의류 매장에서 일한 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눈치를 보니 사장이 매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거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매장을 넘겼냐는 말에 아니라고 하더니 엊그제 사장이 바뀌었다는 일방적인 통보와 새로 온 사장은 지금 일하는 직원이 계속 일을 해 줄 거라는 말을 듣고 왔다는 거란다. 그녀는 상당히 격앙되어 있었다. 자신이 무슨 물건 같고, 매장 넘길 때 같이 넘겨도 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불쾌하다고 하며 예전 주인과 한바탕하고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우선 임금은 다 받으셨는지 물었다. 임금은 다 해결해주었다고 한다.가만있자 ... 순간 스치는 생각이 많다. 사실 이런 경우에는 딱히 법적으로 대응 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본인에게는 자존심에 중대한 상처가 되었다 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노동자에 비교하자면 가벼운? 것이라고 치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남의 암보다 내 감기가 더 아픈 법.

나는 함께 욕을 해주었다.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감탄사를 내뿜으며 공감하고 동의했다. 같이 막말도 했다 기에 잘했다고 칭찬까지 해주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사실대로 이런 사항으로는 법적 대응이 미미해서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솔직하게 말하고 센터를 찾아오는 노동자들의 하소연을 했다. 

막말 끝 판 왕의 대사를 말해주고 회사 내에서 괴롭힘과 부당한 대우를 참아가며 일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과 환경, 무엇보다 그런 상처를 안고도 오늘도 출근 투쟁을 해야 하는 두려움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드렸다. 조용히 듣고 있던 그녀가 웃으며 자신이 당한 것도 억울한데 더 억울하고 분한 사연을 안고 사는 사람이 많은 것에 상대적인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상대적인 행복감과 위안을 받는 것은 사실 정직한 감정은 아니다. 그렇게 위로가 되었다면 다음엔 더 강도 높은 위로가 있어야 하니까 ... 또한 늘 비교의 도마 위에 나를 올려 놓아야 하는 아슬아슬한 긴장을 하게 마련이니까.

상처 받은 순진한 그녀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신 다. 답답하고 분했는데 이제 좀 마음이 트인다고 하신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 쉽고도 어렵다. 그래도 가벼운 위로로 해결되어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목, 2017/10/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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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노동할 권리를 가진다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한창이다. 국가정보원 주도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는 한마디로 꼴불견이다. 반정부 성향 인물을 찍어 내고, 친정부 성향 인물을 지원하는 차별리스트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의 권리와 차별을 금지한 헌법 조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되돌아보면 이명박 정부만큼 헌법을 경시하고 훼손했던 정부는 없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박기성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아예 “노동 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것이 소신”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박 전 원장은 2009년 9월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노동 3권 발언’과 관련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다른 나라는 (노동권을) 법률로서 보장하고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노동연구기관인 노동연구원장의 발언치곤 상식 이하다. 그야말로 궤변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책연구기관장이 이 정도였으니 헌법의 위상은 말할 것도 없다.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 조항은 그들의 머릿속엔 없었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겨울 1천600만명의 촛불은 과거 정권의 헌법 부정에 철퇴를 내렸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2항이 광장에서 메아리쳤다. 노동을 존중하는 헌법을 만들자는 염원으로 이어졌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동시에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는 권력구조 재편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중심으로 노동헌법 33조 위원회가 구성돼 노동을 존중하는 헌법을 만들자는 운동이 가시화했다. 학계와 노동계에서도 노동헌법을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이런 가운데 1948년 제헌의회가 제정한 헌법의 노동권 조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제헌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17조). 근로자의 단결과 단체교섭권·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 분배를 균점할 권리가 있다(18조).

제헌의회가 이익균점권을 포함한 노동 4권을 제정한 셈이다. 이익균점권이란 노동자가 기업 활동 성과를 사용자와 나눠 가질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제안된 ‘이익공유제’의 원형에 해당한다. 이익균점권은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 설립에 기여했고, 초대 사회부 장관을 지낸 전진한씨가 제안했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 정부는 62년 헌법을 개정해 제헌헌법을 훼손했다. 헌법에 있던 노동권 중에서 이익균점권을 삭제했다.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라는 노동 3권 목적에 해당하는 문구도 삽입했다.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에서 인정한 이들 외에 노동 3권을 부정당했다. 이를테면 철도·체신 등 기능직 공무원을 제외한 일반직 공무원은 노동 3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헌법에 명시했다. 4·19 혁명 이후 교사노조가 설립된 것에 대응해 박정희 정부는 헌법에서 공무원노조 설립의 싹을 잘라 냈다.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마련해 노동 3권을 더욱 제한했다. 노동 3권 행사와 관련해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보장된다"는 내용을 넣었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국영기업체 또는 공익사업체에 속하는 노동자의 노동 3권도 제한했다. 전두환 정권은 헌법을 개정했지만 이러한 기조를 유지했다.

87년 이후 민주화운동과 노동자 대투쟁 영향으로 헌법이 개정됐다. 문제가 된 개별 법률로 단체행동권을 제한(또는 유보)하는 문구가 삭제됐다. 고용·임금·노동조건에서 차별금지와 최저임금제 시행 등의 조항을 신설한 것은 그나마 진전이다. 그럼에도 헌법은 여전히 일을 하는 사람(노동자)을 부지런히 일을 하는 사람(근로자)으로 규정했다.

제헌헌법 이후 헌법 개정을 보면 이익균점권을 삭제하고, 노동 3권을 법률로 제한하는 문구를 헌법에 삽입하는 식이었다. 87년 이후 이것을 개정하려 했지만 사실상 미완에 그쳤다. 제헌헌법에 비하면 못 미치거나 훨씬 후퇴한 셈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적어도 제헌의회가 노동권 조항을 신설할 당시의 문제의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헌법은 노동헌법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촛불이 불붙인 헌법개정 정신에 부합한다.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는 모든 국민에서 모든 ‘사람’으로, 근로는 ‘노동’으로 바꿔야 한다. 개정된 헌법에 모든 ‘사람’이 노동할 권리를 가지며, ‘노동자’는 노동 3권을 가진다고 명시해야 한다.

박성국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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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0/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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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다정해 보이는? 두 남자? ㅋㅋ 

목, 2017/10/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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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간이 11시 30분이었거든요. 12시에 점심먹으로 나오는 KT사원들에게 알려질까 했는데 점심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회사 밖으로 나오지 않더군요. 그러더니 도시락 배달 아저씨가 열불나게 들락알락하고 있습니다. 정말 나쁜 KT. 회사의 낙점을 받은 노조 위원장이 진정한 위원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목, 2017/10/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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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기 좋은 기간이 있다면 얼마 정도의 시간이 적당할까요..?

아마 ... 계절이 한번 씩 지난 1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올해도 준비 했습니다.
청주노동인권센터 후원의 밤 행사를 개최합니다. ^^
그동안 분주했던 생각과 일, 잠시 내려놓으시고 우정과 애틋함으로 만나 안부를 묻는 아름다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SNS로만 '좋아요' 꾹꾹 눌러 표현하던 마음, 그날은 얼굴 보고 좋아요 웃으며 안아주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보드라운 발길을 기다립니다.^^

일시: 11월16일 목요일.
장소: 천주교 성모성심성당(복대동)
시간: 오후 5시~늦은 10시까지.


화, 2017/10/1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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