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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퇴출제 가처분 승소, 박근혜가 망친 공공기관 바로잡는 단초 되나
대전지법의 가처분 인용, 정부 성과퇴출제 강행에 제동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퇴출제 도입이 국민의 삶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 1월 31일,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노조, 철도시설공단노조, 가스기술공사지부, 공공연구노조 원자력안전기술원지부를 비롯한 5개 공공기관 노조의 성과연봉제 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는 서울중앙지법 등이 보여온 사법 기관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에만 골몰해 판단을 사실상 연기한 판결에 비추어 볼 때 법과 원칙을 지키는 현명한 결정으로 보고 노조와 산하 공공기관들은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근혜 적폐의 상징 성과퇴출제, 공공기관노조들의 투쟁으로 새국면 열려
박근혜 정부 최대 적폐로 공인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이른바 ‘성과 퇴출제’는 2016년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 같은 해 2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인센티브 방안’을 정부가 연이어 발표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는 공공기관에 총인건비 인상률을 삭감, 동결하겠다는 강수를 두며 강력하게 추진됐다. 이는 소위 박근혜-최순실-재벌로 이어지는 뇌물 스캔들과 그로 인한 재벌 청부 노동개악의 대표적인 사안으로,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의 총파업 투쟁을 통해 막아내고 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산하 공공기관노조들은 명백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 성과연봉제의 확대도입에 대해 변경된 취업규칙 무효 확인소송과 효력 가처분 신청을 전국 각지의 지방법원에 동시다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그 후 서울지법 등은 연봉제 확대로 인해 변경된 취업규칙이 불이익 변경 측면이 있음은 인정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생계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금전상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나 금박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없음을 이유로 노조의 가처분 청구를 기각(2016. 12. 27)하고 상당수의 지방법원들이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그대로 따라갔다.
판결의 주된 근거는 노동자들의 기본권인 단체교섭권, 결국 헌법
대전지방법원은 서울지방법원과 달리 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기획재정부의 인센티브 지침은 외부적 사정으로서, 그 존재 및 내용은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의 유‧불리 판단의 고려요소에 불과할 뿐 근로자들의 임금 및 지위 변동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 ②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손해는 단순한 금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임금채권의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기득이익으로서 사후적으로 정산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 ③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시점이 늦추어 지는 기간 동안 사용자는 노동조합과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협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에게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는 점, ④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말미암아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 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은 취업규칙 개정의 효력을 충분히 다툴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가처분 신청 인용, 노동조합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대전지법의 이번 결정에 따라 적어도 해당 기관에서는 본안 판결 이전까지 성과연봉제가 유보되었다. 나아가 대통령의 탄핵과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과연봉제를 끝까지 밀어 붙이던 기획재정부의 막가파 행보에도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74일간 파업을 했던 철도노조를 비롯한 우리 노조 산하 공공기관 노조들의 공동파업 투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고장난 기관차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노동자가 멈춰 세운다.
물론 대전지법의 가처분 인용 판단은 시작일 뿐이다. 쟁송 당사자 적격이나 취업규칙 무효 확인 소송의 적법성에 대한 사측의 주장이 기각되어 불이익 변경 여부와 사회통념상 합리성 문제로 쟁점이 좁혀져서 본안소송(취업규칙 변경 무효소송)에서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처분이 기각된 기관들에 대해 향후 노동조합의 치밀하고 신속한 법률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임금과 직접 관련된 이번 법률투쟁의 성격상 본안 소송의 결과는 2017년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단결된 대응과 시민사회의 사회개혁 열망을 어떤 식으로든 묶어내는 투쟁이 중요하게 됐다.
이번 투쟁은 단순히 임금 손실 등 불이익 변경에 대한 법리적 다툼을 넘은 의미가 있다. 노동조건은 노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결정하여야 하고,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헌법가치를 지켜내는 노동계 전체의 투쟁이자 전체 시민사회 투쟁임이 분명하다. 결국 현재 가처분의 인용과 기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반노동자적 사법부의 문제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고민돼야한다. 고장 난 기관차인 박근혜 정부의 주동력을 촛불과 투쟁의 힘으로 꺼버렸음에도 이 기관차의 관성은 아직도 유지된 채 달려가고 있다. 이 기관차를 멈춰 세우는 역할은 공공부문 노동운동 전체의 몫이 될 것이다. 대선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권과 주요 인사들의 복마전 속에서 오롯이 지켜내야 할 촛불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통령의 얼굴을 바꾸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노동자 서민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투쟁의 선두에 현재 투쟁이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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