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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내음 양껏 들어찬 한살림 세발나물

지역

바다내음 양껏 들어찬 한살림 세발나물

익명 (미확인) | 월, 2017/01/23- 14:26

[한살림 하는 사람들]

 

한겨울 푸릇한 생명력으로

그대 입맛 되살리고저

 

전남 무안 생기찬공동체 박경희·서준일 생산자

 
20170112 전남 무안 생기찬공동체(서준일 박경희 생산자) (40)
 

서준일 생산자를 만난 곳은 ‘중앙통닭’이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 앞이었다. ‘웬 통닭집?’ 갸웃거리며 들어가니 내부 풍광은 더욱 놀랍다. 고치다 만 오토바이 주변 바닥엔 손때가 덕지덕지 탄 공구가 널브러져 있고 다른 방에는 한살림 세발나물 포장지와 ‘운남농협세발나물공선출하회’라 적힌 박스가 허리께까지 쌓여 있었다. ‘공간이 사람 그 자체’라고 했던가. 서준일, 박경희 생산자가 거하는 공간은 현재 그들의 삶의 모습을 짐작케 했다.

“오토바이 수리 한 지는 30년이 더 되었어요. 형이랑 농약도 팔아보고, 농사도 수박, 양파, 마늘, 쌀 등 다양하게 지어봤죠. 근데 뭐 하나 제대로 풀려야 말이죠. 아내가 닭 튀겨 살림에 보태느라 애썼죠 뭐.”

2013년부터 한살림에 공급한 세발나물은 이들 부부에게 안정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여전히 남편은 오토바이 수리를, 부인은 통닭 장사를 함께 하고 있지만 마음은 훨씬 넉넉해졌다. 농약장사를 하던 그는 이제 운남면 작목반원들에게 친환경 전도사로 통한다. 사람이 농사를 짓는다고 하지만, 작물 또한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세발나물, 너 참 고맙다.

 

[이달의 살림 물품 ]

 

바다내음 양껏 들어찬 한겨울 밥상의 보물

한살림 세발나물

 
20170112 전남 무안 생기찬공동체(서준일 박경희 생산자) (48)
 
눈앞에 풀빛 양탄자가 길게 펼쳐졌다. 얼어붙어 쩍쩍 갈라진 논바닥과 앙상히 드러난 나뭇가지들, 무채색으로 덮인 한겨울 풍경을 뒤로하고 비닐하우스 문을 여니 넓게 펼쳐진 초록빛 세발나물밭 여기저기에 앉아 일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꽃처럼 피어있었다.
 
20170112 전남 무안 생기찬공동체(서준일 박경희 생산자) (16)
 
“밟으면 안 돼요!” 푸른빛에 취해 서너 걸음 내디딘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발걸음을 채잡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진녹색 세발나물밭 위에 옅은 초록빛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세발나물이) 여리고 부드러워서 한 번이라도 밟히면 물품으로 낼 수가 없어요.” 박경희 생산자의 주의를 듣고 유심히 보니 발자국 속의 세발나물이 짜부라져 볼품없이 변했다. 몇 발자국 걸었을 뿐인데 수고로이 농사 지은 세발나물이 200g짜리 두어 봉지 만큼 쓸모없게 되다니. 내 발이 이렇게 컸던가 새삼 원망스럽다.

한구석에 쌓여있는 세발나물을 한소끔 집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니 식감은 연하고 맛은 짭조름하다. 본래 염전 주변, 간척지의 논 등 소금기가 있는 땅에서 자생하는 염생식물을 밭에 뿌린 것이라 그런지 땅속의 염분과 물을 쑥쑥 빨아들였다. “일반 땅에 심어도 그럭저럭 잘 자라긴 할 텐데 아무래도 본래 살던 환경을 맞춰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뻘흙을 30cm 이상 깔아줬어요. 세발나물이 시들한 듯 보이면 가끔 바닷물도 떠다 뿌려주고 하고요.”
 
20170112 전남 무안 생기찬공동체(서준일 박경희 생산자) (43)
 
한살림 세발나물이 자라는 무안은 해남과 함께 전국에 세발나물을 공급하는 주생산지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운남면은 무안군에서도 세발나물밭이 집중된 곳이다. “여기부터 저기까지가 다 바다였어. 이쪽은 한 50년 전에 간척한 곳이고 저쪽은 우리 초등학교 때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었는데 이후 메운 곳이야.” 세발나물밭 주변 땅을 손가락질하며 설명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진다. 한때 바다였고, 갯벌이었던 곳에서 자라는 세발나물이라 그렇게 바다내음을 품고 있었나 보다.

겨울을 제철로 하는 몇 안 되는 나물인지라 농사주기도 일반 작물과 다르다. 가을에 접어드는 9월 초순에 파종해 3월 말까지 네 차례 정도 수확한다. 마지막으로 수확한 후 그대로 놔두면 무릎 높이까지 자라 하얀색과 보라색이 섞인 별 모양의 꽃이 피는데, 여기서씨앗을 받아 그해 가을 다시 뿌린다.
 
20170112 전남 무안 생기찬공동체(서준일 박경희 생산자) (59)
 
“이게 세발나물 씨앗이에요. 진짜 작죠?” 그가 내민 종이컵 안에는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운 갈색 가루가 담겨 있었다.

채종과 파종은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다. 5월 중순께까지 놔둬 길게 자란 세발나물 줄기와 꽃을 바닥에 놓고 큰 대나무를 갈라 만든 도리깨로 때리면 씨앗이 바닥에 떨어진다. 1mm 정도 크기의 체로 여러 번 쳐서 검불을 떨어내면 작은 씨앗들만 남는다. 워낙에 크기가 작아 살짝 젖은 모래 한 되에 씨앗 한 컵 정도를 섞어 뿌린다. 200평짜리 밭에 씨앗 세 컵이면 충분하다.

세발나물의 일 년 농사를 좌우하는 것은 파종 직후의 물관리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의 싹이 올라오기까지 평균 4~5일 정도 걸리는데 그때까지 땅이 마르지 않도록 수시로 물을 줘야 한다. “씨앗이 작아서 그런지 떡잎이 올라오기까지 공이 많이 들어요. 스프링클러로 밤낮없이 물을 뿌려줘야 하는데 이때 조금이라도 신경을 덜 쓰면 세발나물밭에 듬성듬성 구멍이 뚫리죠.”
 
20170112 전남 무안 생기찬공동체(서준일 박경희 생산자) (19)
 
‘겨울에 자라는 작물이니 잡초나 병충해 피해는 적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세상에 쉬운 농사가 어디 있겠냐”며 손사래를 친다. “잡초도 있고, 진딧물이나 청벌레 같은 충도 있고, 균핵이나 곰팡이 같은 균도 있죠.” 잡초가 높이 자라지 않기 때문에 더욱 성가신 면도 있다. 파종하면서 두어 차례 김을 매주고, 수확할 때마다 보이는 잡초를 뽑아 줘야 한다.

병충해 방재도 만만찮은 일이다. 여름에 휴경할 때 물을 뿌려놓고 수증기로 고온소독을 해 균핵을 방지하고, 벌레가 생기면 돼지감자를 끓여 밭 이곳저곳에 뿌려준다. 파종 직전에는 은행나무잎을 삭혀 밭에 뿌려주기도 한다. 그래도 생기는 곰팡이는 물관리를 통해 최대한 잡는 수밖에 없다.

서준일, 박경희 생산자가 한살림에 세발나물을 내기 시작한 것은 2013년께로 올해로 4년째다. 한살림에 공급하면서부터 일은 재우 늘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두 번 인부를 사서 왕창 베고 시장에 냈었는데, 이제는 매일 조금씩 베고, 포장해 한살림에 올려보내야 한다.
 
20170112 전남 무안 생기찬공동체(서준일 박경희 생산자) (12)
 
“한살림 출하가 일주일에 다섯 번인데 매일 오전 수확하고 오후에 포장해 저녁 즈음 올려보내요. 겨울 작물이라 빨리 시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올려보내야 한살림 조합원들이 더 신선한 것을 먹을 수 있으니. 아내가 세발나물을 베면 내가 봉지에 담고 수확한 자리의 잡초도 뽑고 하죠. 매일매일 일해야 하니 아무래도 예전보다 고되긴 하죠.” 연신 툴툴대면서도 입가에 미소는 끊이지 않는다. 요새 세발나물 값이 자꾸 떨어지는데 한살림에 내는 가격은 일정하니 다행이다 싶은 얼굴이다. 한살림에서 세발나물을 볼 수 있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그 미소가 지워지지 않을지 싶다.

“자! 참이라도 좀 먹고들 합시다!” 워낙 밭이 넓은지라 너덧 명이 달라붙어 수확하는 데도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중간중간 쌓여있는 세발나물 더미를 보니 올 한 해 반찬은 걱정 없겠다 싶어 마음까지 든든하다.
 
20170112 전남 무안 생기찬공동체(서준일 박경희 생산자) (39)
 
겨울을 맛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 집 앞 골목에 피어오르는 군고구마 연기, 밤새 내린 눈 위를 신나게 뛰어다니는 어린아이 등. 이제는 겨울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하나 늘어날 듯 싶다. 밥상 위에 오른 세발나물의 짭조름한 맛.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입 안 가득 풍기는 그 바다내음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다. 그리고 그 행복은 어느덧 날 풀린 봄까지 이어지리라 .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 한살림 소식지 568호 中
 
 

한살림 조합원이 귀뜸해주는
세발나물 맛있게 먹는 법

 

한살림 물품으로 처음 등장한 2013년 이후 세발나물은 조합원들이 장바구니에 꼭 담는 겨울철 인기품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세발나물무침
 

새콤짭짤 입맛 돋우는 세발나물무침

 

재료 

세발나물 200g, 참기름 1/2작은술, 볶은참깨 약간

(양념 : 된장 1큰술, 고추장 1큰술, 유기쌀 올리고당 1큰술, 다진마늘 1큰술, 토마토식초 1/2작은술)

 

방법

❶ 흐르는 물에 씻은 세발나물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군다.

❷ 양념장 재료를 잘 섞는다.

❸ ①의 나물의 물기를 빼고 양념장을 넣어 조물조물 버무린다.

❹ 참기름을 넣고 무친 뒤 볶은참깨를 뿌려 완성한다.

 

조혜경 한살림천안아산 조합원

 

세발나물전

 

담백하고 든든한 세발나물전

 

재료

세발나물 200g, 부침가루, 튀김가루, 현미유, 소금 약간

 

방법

❶ 세발나물을 씻은 후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다.

❷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3대 1의 비율로 섞고 물에 개어 걸쭉한 반죽을 만든다.

❸ ①의 세발나물을 종종 썰어 ②의 반죽과 섞는다.

❹ 팬에 현미유를 두르고 살짝 달군다.

❺ ③의 세발나물 반죽을 팬에 얇게 펴고 약불에서 노릇하게 구워 완성한다.

 

황해영 한살림서울 조합원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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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공정한 노동]
⑭ 비영리 종사자들이 말하는 ‘내 일이 좋은 일이 아닌 이유’

“수직적 조직문화, 세대 간의 간극, 성장하지 못 하고 소모된다는 느낌,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임금, 노동조합의 부재….”

001

일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공통적인 고충을 나열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업계, 다른 조직에 가면 여기보다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때 떠올리는 업계와 조직에는 이윤보다는 사회적인 가치,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비영리 조직’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위에 나열한 고충들은 지난 11월 3일 비영리 종사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워크숍에서 나온 것이었다. 즉, 비영리 조직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털어놓은 ‘나의 일이 좋은 일이 아닌 이유’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모든 일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었다.

이 워크숍은 희망제작소가 2016년 7~12월 총 5회에 걸쳐 진행 중인 ‘좋은 일 기준 찾기 릴레이 워크숍-나의 일 이야기’의 네 번째 행사였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NPO지원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이 자리에는 재단법인·사단법인 등 형태의 시민사회단체, 국제 NPO의 한국지부, 산업별 노동조합, 정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민간단체 등에 종사하는 30여명이 참석했다.

002

각자가 추구하는 ‘좋은 일’의 기준을 알아보기 위한 보드게임, 공인노무사와 함께 비영리 조직에서의 노동권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 Q&A 세션, 그리고 참석자 중 세 명이 대표로 비영리 활동가로서의 경험과 의견을 밝힌 순서들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그룹 대화’가 진행됐다. 이는 참석자 전체가 테이블 단위로 자신의 일 경험을 공유하고 비영리 섹터 노동환경을 개선할 방법을 모색하는 순서였다. (공인노무사와 함께한 비영리 노동권 Q&A 내용 보기), (비영리 활동가 3인이 말한 ‘좋은 일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내용 보기)

민주적인 조직이란 뭘까?

“우리 조직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산업별 노동조합에서 10년째 상근자로 일하고 있다는 한 참석자는 같은 테이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소통의 문제’를 제기하자 이렇게 말했다. 대표적인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저희는 선후배 간에 말을 편하게 하는 조직인데, 그렇다고 수평적인 건 아니에요. 오히려 권력구조에 따른 위계, 발언권 차등이 심한 편이죠.”
“선배들은 민주화 세대라는 자부심이 있는데, 지금 세대와 문화적 차이를 가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다 보니 후배들이 인격적 모독을 받았다고 느끼는 일들이 생겨요.”
“상하관계만 문제가 아니고 동료들 간의 관계에도 문제가 있어요. 일반 기업보다 소통이 더 잘 돼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소통이 안 되고, 오해 때문에 갈등이 커지기도 해요.”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인지 ‘조직이 이렇게 가야 한다’는 생각들은 확실한 편이에요. 그런데 서로 조금씩 다른 부분들을 충분히 공유하고 토론하지 않으니까 더 힘든 것 같아요.”

한 참석자가 “민주적인 조직이라는 게 뭘까요?” 하고 묻자 다른 사람이 “어느 위치에 있건 누구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우리 단체가 지금 민주적이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민주적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일라고 했다. 특히 비영리 조직일수록 그렇다는 말이었다.

003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호소한 문제는 열악한 노동환경, 낮은 임금의 문제였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참석자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생활복지사, 센터장 할 것 없이 다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노동조합 상근자는 “우리 조합원들의 평균 임금 정도는 받아야 상식적일 텐데, 그에 비할 수 없이 낮은 임금을 받다 보니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인턴으로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참석자는 “다들 이렇게 낮은 임금을 받고 주말도 없이 일하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그에 비해 사회복지사로 일한다는 참석자는 “사회복지사는 호봉제가 있어서 비영리 종사자 중에서는 급여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규모가 작은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다가 비교적 큰 조직인 사회복지법인으로 옮겼다는 다른 참석자도 “작은 조직에서는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 직장에서 신입 교육도 별도로 해 주고, 근로기준법 이상 준수해 주는 것이 고맙게 느껴지더라”고 했다. 특히 선배들이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근무시간을 지키는 등 솔선수범해 주는 데 따른 영향이 있다고 했다.

‘5주 연속휴가제’ 도입한 조직의 비결

앞서 대표 발언을 하기도 했던 재단법인 시민방송(RTV)의 김현익 사무국장도 조직의 선배들이 먼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시민방송이 내년(2017년)부터 ‘5주 연속휴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것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연차에 상관없이 1년에 5주까지 휴가를 쓸 수 있고, 원하면 붙여서 연속 5주 동안 쉴 수도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했다.

“어떻게 그런 제도를 도입했느냐”고 묻자 김 국장은 “이사장님까지 전체가 모인 워크숍 자리에서 제가 말을 꺼냈다”고 했다. 이를 들은 참석자들은 “역시 중간급 이상의 선배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004

다른 테이블에서는 “이사장, 센터장들이 노동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예 정부에서 사용자에 대한 노동교육의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조직 단위의 노동조합, 나아가서 비영리 섹터를 아우르는 업종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들도 있었다. 노동조합 경험이 있는 참석자들은 “처음 시작하는 게 어렵지, 일단 설립하고 나면 어렵지 않다”고 권하기도 했다.

물론 회의적인 의견들도 있었다. 직원들이 조직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뻔히 아는데 노동조합을 만든들 임금을 올려달라고 주장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참석자들도 있었고, “사업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는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도 있었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은 그야말로 최저선인데 그조차도 지키지 못 하는 게 당연시된다면 비영리 조직들 자체가 지속될 수 없지 않을까요? 이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생활이 있고, 가정을 꾸려야 하고,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거죠.”

005

가치관, 전문성, 일하는 사람의 권리

그런가하면 비영리 조직들에 특화된 고민들도 있었다. 조직이 본래의 가치나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될 때 일하기가 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말이 비영리 민간단체지 실제로는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돈 주는 대로 기계처럼 일하는 게 아닌가 생각될 때 가장 자괴감이 들어요.”
“여기도 결국 가치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는구나 싶을 때, 막내 직원한테까지도 수익을 강조할 때 한계가 느껴져요.”
“우리가 도우려고 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서 사업을 짜는 것이 아니라, 예산을 주는 기관 입장에서 사업을 짜거나 심지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인데도 축소할 때 ‘아,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이런 고민들이 우선하다보니 일하는 사람들의 권익 향상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참석자는 “우리의 임금과 처우도 높이고, 사업 수혜자들에 대한 서비스 질도 높이는 방법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부터 더 치열하게 고민해서 방법을 찾고,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자기 전문성에 대한 고민들도 공통적이었다. 조직 안에서, 혹은 비슷한 업종 안에서 충분한 교육과 연수를 받았으면 하는 희망이 한 축이라면 조직을 떠나서도 개인이 계속해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전문성을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006

이런 고민들을 종합해서 테이블 별로 내놓은, 비영리 부문에 ‘좋은 일’이 더 많아지도록 하기 위한 ‘우리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대화를 시도하자. 서로 힘든 점을 이야기하고, 용기를 얻고, 같이 문제제기 해서 바꿔나가자!”
“비영리 조직이니까 열악한 처우를 감내해야 한다는 인식을 우리 스스로부터 버리자!”
“비영리 단체에 대해 정부 및 노동관청이 정기적으로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하도록 하자!”
“비영리 섹터를 아우르는 산업별 노동조합을 만들자!”
“신입 직원 교육, 노동교육, 직무 연수, 홍보 등을 공동으로 하는 플랫폼, 채널을 만들자!”

글 하단의 ‘좋은 일 기준 찾기’ 온라인 설문조사는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비슷한 흐름에 따라 좋은 일의 기준과 이를 위한 사회의 변화 방향을 생각해 보도록 구성됐다.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이 설문조사 결과는 좋은 일이 많은 사회를 위한 정책 제안을 만드는 데 반영된다.

글 : 황세원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월, 2016/12/0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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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허핑턴포스트코리아 공동기획
시대정신을 묻는다⑥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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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람들이 유달리 괴롭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가 직면한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조한혜정(68) 연세대 명예교수는 “근대문명이 끝났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나온 진단 중 가장 거대했다. 그런데 인터뷰 중 그는 “내가 하는 말들이 너무 작은 (영역의) 이야기라는 지적을 종종 받는다”면서 “절대 작은 이야기가 아닌데”라고 했다. 이 거대한 분석과 그 작아 보이지만 작지 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 진행하는 기획 연구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2월 19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조한혜정 교수를 만났다.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의 진행으로 인터뷰는 두 시간 남짓 이뤄졌다.

조한혜정 교수는 “요즘 사람들이 다 화가 나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초등학생들까지도 화가 나 있어서 교사도 ‘학생 만나기 겁이 난다’ 하더라고 했다.

“저도 그래요. 전에 없이 문득 ‘왜 사나?’ 싶을 때도 있어요. 이게 무슨 감정인가 생각해 보면, 더 이상 좋아질게 없다는 깨달음 때문에 오는 것이더라고요.”

그 이유는 위에 말한 대로 “근대 문명이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크게 볼 때 문명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대적 인간은 계속 세상이 좋아진다는 이른바 진보를 믿어 왔다”면서 조한 교수는 “그런데 이제는 좋아질 게 없고 나빠지기만 한다는 것, 운명을 개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생존하다 죽는 존재일 뿐임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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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당시와 ‘세월호’ 이후의 차이는?

문명 쇠퇴는 전 지구적 현상이지만 한국 사회만 놓고 본다면 이런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은 ‘기적처럼 근대화를 해낸 나라’였죠.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으킨 경제 성장의 기적, 상상도 못했던 1980년대 민주화의 기적,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자’며 전국에 초고속망 깔고 OECD에 가입할 때만 해도 곧 선진국이 될 것 같았지요. IMF 사태를 맞아 휘청거리다가도 회복하는 듯했어요. 그렇지만 이제 돌아보니 2차 근대, 곧 ‘위험사회’로 깊숙이 빠져 들어가고 있었던 거예요.”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처음 말한 ‘위험사회’는 근대 산업사회가 구조적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파괴의 단계를 일컫는다. 경제 성장 중심의 시기를 지나서 ‘위험’이 계속 생겨나는, 더 이상 성장으로 위험을 가릴 수 없는 시기다.

“삼풍백화점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넘어갔다”면서 조한 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이런 사고가 계속 날 것’임을 아주 분명하게 알아차리게 되었고, 그래서 패닉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

조한 교수에 따르면 근대문명의 발본지인 유럽은 19세기에 위험사회에 접어들었다. 그 결과로 1‧2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역시 울리히 벡이 주장한 ‘해방적 파국'(Emancipatory Catastrophism)의 시점을 맞았다. 해방적 파국이란 극단적 상황에서 도리어 좋은 길을 찾아내는 것을 뜻한다.

“전쟁을 통해 유럽에서는 ‘돈이 다가 아니다’, ‘가족도 다가 아니다’, ‘국가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자각이 생겼어요. 그 계기로 복지국가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가 출현했지요. 국가와 시민 사회가 함께 국민을 돌보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더 이상 제국주의를 하면 안 된다’는 자각도 분명히 생겼지요. 문제는 성찰을 시작한 유럽이 아니라 확장의 욕구로 가득 찬 미국과 소련이 세계의 패권을 잡은 것입니다. 그 냉전 소용돌이 속에서 분단국가가 된 게 우리의 불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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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태에서 근대국가로 태어난 한국은 중요한 한 가지가 부재한 채로 지금까지 이어졌다. 바로 ‘구성원들이 의논하면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체제’다.

조한 교수는 1950년대 미국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예를 들었다. 살인 혐의를 받는 한 소년에 대해서 11명의 배심원이 유죄를 인정하는 가운데 단 한 명의 배심원이 제기한 반론으로 토론이 거듭되고, 그 결과 무죄로 의견이 모인다는 내용이다. 조한 교수는 “인간 사회의 힘은 바로 그 소통의 능력, 합의에 이르고자 하는 의지에 있다”고 했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원래 핵발전소를 더 짓자는 입장이었는데도 탈핵으로 국가의 방향을 잡았지요. 후쿠시마 사태 이후 환경운동가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마침내 대국민적 논의의 장이 열리면서 탈핵으로 합의를 보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통과 합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좋은 사회라 할 수 있죠. 한국은 그런 가능성이 거의 봉쇄된 채 시작된 나라입니다.”

“기회만 균등하다고 좋은 사회 아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한편으로 지나치게 강조된 것이 ‘기회 균등’의 원칙이다. 지금 한국사회가 ‘헬조선’으로 불리고 ‘수저계급론’이 분노를 일으키는 것도 그 원칙이 훼손된 탓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조한 교수는 “기회 균등만 지켜진다고 좋은 사회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대한 한 신문 칼럼에서 ‘그 시대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폭력이 얼마나 심했는데 항의한 부모가 한 명도 없었다’고 했더라고요. 입시에 조금만 손해가 나도 부모들이 나와서 시위하지만, 진짜로 부모가 해야 할 말은 함구한 거죠. 입시를 통해 자녀를 성공시키려고 결탁한 셈이에요.”

한국 근대화 초기의 동력은 가족 중 한 명을 성공시키는 데 공모한 다음에 그 열매를 나눠먹는 가족주의적 신분이동문화에서 나왔고 그런 묘한 집단주의가 우리 일상 문화가 됐다. 그렇게 공모하고 결탁해서 끌어주고, 권력자의 비리도 밑에서 받쳐주는 것이 일상화됐기 때문에 ‘시민적 공공성’이 설 자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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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침체와 청년 실업, 양극화가 심각해진 지금은 더 이상 그런 시스템도 가능하지 않다. 조한 교수는 “자라는 아이들에게 ‘너는 직장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야, 소비를 못 하면 사람이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입해 놓고는 직장도 없고 따라서 소비력도 갖지 못하는 사회에 떨궈놓은 셈”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호모 사케르'(헐벗은 삶), 즉 언제 죽어도 아무렇지 않은 존재들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이라면 “근대 문명이 끝났다”는 진단도 납득이 가지만 그렇다고 정말 ‘끝’이라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은 아니다. “총체적 파국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해방적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크다”는 오히려 낙관적인 입장이다.

‘먹고 살기’ 걱정 안 했던 1990년대 청년들

다만, 제도를 바꾸는 것으로는 ‘해방적 파국’이라 할 수 없다고. “선진국도 망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제도를 배워 와봐야 소용없다”는 이유다. 조한 교수는 “한국이 어느 나라보다 먼저 위험을 맞았으므로, 길도 앞장서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의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공공의 가치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시민적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한 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도 적게나마 그런 흐름이 생겼다”고 했다.

아쉬운 것은 1990년대에 변화의 조짐이 있었는데 이어지지 못 한 것이다. 조한 교수는 1990년대 초중반 대학을 다녔거나 그 또래인 청년들, 일명 ‘서태지 세대’에게 기대를 걸었었다.

“그 때 청년들은 대부분 영화판 같은, 고생스러워도 즐거운 곳에서 일하고 싶어 했어요. 선배 세대의 경직성을 멋없다고 생각하고, 배낭여행 다니면서 온갖 경험을 한 뒤에 창의적인 일에 뛰어들겠다고 했죠. ‘먹고 살기’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IMF 때 된통 당하고 진짜로 ‘먹고 살기’ 어려워지니까 위축됐지요. 그 아래 세대들은 아예 ‘부모 말 잘 듣기로’ 하면서 기존체제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IMF 사태로 고통 받는 부모를 보며 자란 세대는 착하고 부지런하지만 국가나 공동체, 공공성에 대한 감수성은 적은 편이다. 노동절에 시청 앞 집회에 참가하는 과제를 내줬더니 “시위대 때문에 지나가는 차가 너무 천천히 가야 해서 미안했다. 다시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소감을 내는 식이다. 조한 교수는 “학교와 사교육 시장 사이만 오가다 보니 사회적 감각이 성숙되지 못 한 영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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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 교수는 ” 국민소득(GNP)이 5,000~1만 달러쯤 됐을 때 식민지적 ‘성장’을 벗어나 사회의 방향과 내부 시스템을 정비했어야 하는데 못 했고, 1990년대 청년들이 그 위아래 세대와 갈등하고 논의하는 체제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IMF 사태 때문에 안 됐다’고 아쉬워했다.

왜 끝없이 성장하고 지구를 탈출해야 할까?

여전히 ‘성장’은 필요하다는 인식도 만만찮다. 그러나 조한 교수는 “성장이 계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우주산업’에 돈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등을 통해서도 익숙한 “인류는 언젠가 지구를 탈출할 것”이라는 소망은 끝없이 확장하고 팽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 도전을 훌륭하다고 여기는 것은 인류가 도구를 발명하고 성취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믿음,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신의 영역을 넘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조한 교수는 문화인류학자로서 다른 견해를 밝혔다.

“인류 초기 진화를 불과 같은 ‘도구’ 사용으로 설명하는 것은 남성 중심적 관점이에요. 인류가 협동을 하는 지혜로운 존재가 된 것은 힘을 모아 아기를 키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3년은 힘을 모아야 하니까, 엄마를 중심으로 불가에 모여앉아 의논하면서 살게 된 것이죠. 그렇게 협력하고, 소통하고, 한 장소에 정을 붙여 살게 되면서 ‘사회’가 형성된 겁니다. 그러다 농업혁명 이후에 집단 수확이 이뤄지면서 점점 남성 중심적 문명으로 가게 된 거죠.”

그 후에도 마을과 사회에 ‘돌봄의 영역’은 존재했다. 태어나는 아이를 마을 사람 모두가 축복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균형을 이뤄 사는 문명이 이어져 왔다. 그러다 근대자본주의 문명을 맞으면서 경쟁과 축적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돌봄과 소통 영역은 축소돼 버렸다.

“본래 인간은 자궁에서 있다가, 환대해 주는 가족과 마을이라는 ‘사회적 자궁’으로 나오는 존재였는데 이제 그 자궁이 사라진 거예요. 홀로 외롭게 사투를 벌이고, 끊임없이 팽창하고 탈출해야 하는 존재여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살기가 힘든 것입니다. 근대문명의 끝을 맞이한 지금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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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게 막강한 힘”

다시 이야기는 “이제라도 의논을 시작해야 한다”는 데로 돌아왔다. 달리 말해서 함께 의논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고 작은 사회적 자궁들, 마을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한 교수는 하자센터에 있는 ‘난감모임’을 소개하면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일단 머리를 긁적이고, ‘정말 난감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잠시나마 마음을 추스르고 상황인식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지, 바로 제도와 해법을 찾아봐야 실패한다는 것이다.

막연한 이야기 같지만, 조한 교수가 그동안 보여준 대안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1980년대 ‘또 하나의 문화’를 통해 다양성과 공존을 말했고, 1990년대 말에 탈학교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하자센터를 만들었고, 돌봄과 마을공동체가 왜 중요한지를 계속 강조하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일했고, 사회적경제와 살림살이경제를 말해온 것 등이다.

최근 이슈가 된 청년수당, 혹은 청년배당 제도를 예로 들면서 조한 교수는 “이런 것을 시행하려고 할 때도 여럿이 앉아서 의논부터 했으면 어떨까”라고 했다.

“청년들에게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을 시키고 ‘무업(無業)사회’에 내던진 데 대해 국가와 부모는 책임을 져야 해요. 배상 차원에서라도 청년들에게 한 1년 정도 자유로운 경험을 하고 자기들끼리 작당해 볼 기회를 줬으면 해요. 그러려면 다른 세대의 합의를 얻어야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어떤 상태인지 말하고 이해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마워 할 것은 고마워하는 과정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놓고 의논한다는 것이 거의 무의미한 상태이다. 앞선 ‘시대정신을 묻는다’ 인터뷰에서 장덕진 서울대 교수가 국가권력을 잡은 이들을 “5년짜리 유랑 도적단”이라고 표현한 것에 동의하면서 조한 교수는 “그래서 국가와 시장 단위가 아니라 먼저 지역과 마을 단위로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자가 문제라고 백날 얘기해 봐야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정치권력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시민이 지혜로워져야 한다는 거예요. 저쪽이 얼마나 우둔하고 약한지 알아내려면 나부터 잘 살아야 해요. 마을에서 함께 모여서 밥 먹고 아이들도 같이 키우고, 오순도순 살고, 동네 식당도 차려보고, 사회적기업‧마을기업도 하면서 잘 살아 보자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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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1990년대 청년 세대가 수그러든 것이 아쉽다고 했지만, 조한 교수는 “그래도 계속 목소리 내는 청년들은 있다”면서 신통해 했다. 적은 돈을 가지고도 협력해서 더 알차게, 재미있게 사는 청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카페오공의 쉐어하우스 ‘우동사’, 용산의 ‘빈집’과 ‘빈고’, 제주도의 ‘재주도 좋아’ 등을 예로 들었다. 특히 월 70만원으로 살기를 실험 중인 ‘우동사’에 대해 조한 교수는 “기본소득 제도를 미리 실천해 보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월 70만원만 있으면 굶어죽지 않는다고 하면 두려울 게 없어집니다. 재벌가 자녀 중에서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싶은데 자립할 방법을 모르는 청년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계속 살면 재벌집도 지옥이죠. 그렇지만 어디든 가서 살면 살아지고,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숨을 쉴 수 있잖아요. 그런 모델이 많아지면 국가도, 자본도 두렵지 않은 막강한 힘을 시민이 갖게 되는 겁니다.”

“선망국(先亡國)으로서 인류에 해법을 제시하자”

“도구 합리성에 길들여진 사람은 내 이야기를 잘 못 알아듣는다”, “왜 그렇게 ‘작은’ 이야기만 하느냐고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 이 대목이었다. 인류 초기 진화부터 거의 전 시대를 아우른 그 진단과 문제의식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마을과 쉐어하우스, 월 70만원의 삶이 ‘작은’ 이야기가 아닌 것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청년들이 동아시아의 청년들과 연대하고, 국가도 가족도 떠나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래서 ‘코스모폴리탄 시티즌’이 될 수 있다면 한국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한 교수는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세대도, 여성들도 더 많이 목소리를 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어차피 선진국 개념도 의미가 없어지는데 언제까지나 선진국 뒤만 쫓을 게 아니라, ‘선망국'(先亡國) 개념으로 바꿔서 생각합시다. 한국은 이미 굉장히 앞서가는 선망국이죠. 이 선망국에서 청년 문제, 세대 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를 푸는 해법을 나름대로 찾는다면 인류에 희망을 제시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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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조한 교수는 수많은 학자들을 불러냈다. 책 ‘사피엔스’의 저자로 요즘 주목받는 유발 하라리부터 울리히 벡, 아감벤, 바흐만, 뒤르캠…. 언급한 용어와 개념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 학자가, 개념이 필요한 지점이 명확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려주는 수업인 셈이었다. 조한 교수가 평생 해온, 정년퇴임을 한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일일 것이다.

정리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목, 2016/04/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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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대 대선, 많은 이슈 속에서 ‘청소년 참정권’이 하나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국회에서도 18세에 선거권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는데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9세 이상을 선거연령으로 정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일단 찍어보고 싶습니다’ 캠페인으로 청소년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찾아보려 합니다.

* 인터뷰 전문
– 인터뷰이 : 신흥고등학교 ‘박지환’님

Q. 자기소개
– 안녕하세요. 전주 신흥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환이라고 합니다.

Q 세월호 3주기 행사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오게 되었어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는 중학교 2학년이었거든요. 그 당시에는 사실 세월호 문제에 관심은 없었고 ‘수학여행을 못 갔구나’라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조금씩 사회 문제에 관심 두게 되면서 농성장 등에도 다녔거든요. 이후 세월호 사건을 다르게 보게 됐어요. 바다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같은 게 아니라 국가가 304명의 생명을 수장시켜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참여

Q. 어떻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었나요?
– 제가 어렸을 당시에 아버지가 조금 가부장적이셨어요. 집에서 만화 같은 것을 보지 못하고 뉴스만 봤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치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됐어요. 관련 책 등을 찾아서 읽고 그러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백남기 농민 돌아가셨을 때 많이 울었어요. 그때는 수업 끝나고 집회에 참석하는 걸 반복했어요. 또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소식도 들었는데요. 페이스북에서 ‘21세기 민주화의 성지, 성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의 사진을 봤어요. 뭔가 전율이 느껴졌죠. 그래서 다음 날 바로 성주에 갔어요.

Q. 시위에 참여하면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 신기하게 보죠. 왜 참여하냐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학생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참여할 자격이 있는 거죠. 참여에 ‘애, 어른’이 어딨나요?

Q. ‘청소년’이라서 활동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는지?
– 어른들이 많이 반대하세요.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나 해라’, ‘나중에 데모꾼 되려고 그러냐’라고 말씀하시곤 해요. 하지만 우리는 4·19 혁명을 4·19 학생운동이라고도 부르잖아요. 5·18 민주화 항쟁 때도 그렇고, 한국 민주주의 현장에는 늘 학생들이 있었어요. 작년 촛불집회에도 학생들이 많이 나와서 눈길을 끌었잖아요.

Q.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 제 꿈이 정책연구원인데요.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추천해주셔서 참여하게 됐어요. 전주시 의회에 제안할 수 있는 데다가 청소년 행사도 모니터링 할 수 있는데, 제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Q.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 있나요?
– 저는 민주주의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한다고 해요. 미국은 유치원에서부터 선거하는 방법을 알려준대요. 사회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학생이 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대로 된 교육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민주주의를 포함한 여러 정치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민주주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카를 포퍼’(Karl Raimund Popper)라는 사람이 그랬대요. 정말 무능하고 악질인 사람이 정권을 잡더라도, 그들이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민주주의라고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탄핵 되는 과정을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어요.

Q. 사회참여 후 지환님에게 생긴 변화는?
– 참여 전에는 정부의 정책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관심 갖고 보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청소년의 참정권

Q. 청소년 참정권에 관심 두게 된 계기는?
– 우리나라는 만 18세에 많은 의무를 부과해요. 하지만 참정권은 주지 않아요. 해외에서는 만 18세는 물론 만 17세에 선거권을 부여한 국가도 있어요. 만약 우리나라도 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추게 되면, 정치인들이 청소년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청소년을 위한 공약도 생길 것 같고요.

Q. 투표권이 생긴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 저는 지금보다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만 18세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투표권이 생기면 선거철에 대선토론 등을 좀 더 관심 있게 보면서 후보 간 공약도 비교해볼 것 같아요.

* ‘일단 찍어보고 싶습니다’ 인터뷰 시리즈 영상 목록

① 우리도 ‘현재’를 사는 국민이다 (영상 보기)
② 글쓰는 청소년_ 학생다운 게 무엇인가요? (영상 보기)
③ 일상을 고민하는 청소년_ 모든 것이 공부다 (영상보기)
④ 사회를 고민하는 청소년_ 애와 어른의 기준

금, 2017/07/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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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소식지 574호 중 [한살림 하는 사람들]

 

그대 건강 맡겨만주소

달콤하게 책임지리다

 

전남권역협의회 광양 옥실공동체 정형자·박종인 생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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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권역협의회 광양 옥실공동체 정형자·박종인 생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생산자 가정의 모습은 으레 그렇다. 오늘치 일을 못 다한 아쉬움과 한 켜 더 쌓인 내일 일 걱정이 반반씩 섞인 복잡한 마음을 애써 뒤로 하고, 새콤한 매실차와 달콤한 과일을 곁들이며 가만가만 던지는 말들이 방안을 떠다닌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쉬는 거죠 뭐.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방 한쪽에 등을 기댄 채 너스레를 떨던 박종인 생산자는 이내 친환경 농사의 고단함을 술술 풀어냈다.

특별품으로 내는 매실과 다른 생산지에서 전처리를 거쳐 공급되는 밤, 고사리까지. 품목은 많지 않아 보이지만 맘 편히 몸 뉘일 날이 손에 꼽는다. “그래도 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몰라요. 작물에게 고맙고 재밌어서.” 힘들다, 죽겠다 하면서도 수시로 빗속을 뚫고 나가 매실나무가 무사한지 살피고, 양손 가득 고사리를 따오는 정형자 생산자. 천생 농부인 당신들 덕분에 우리도 힘을 냅니다.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이달의 살림 물품

 

 

자연이 건넨 건강한 선물

한살림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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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건네 준 선물, 한살림 매실

 

 

“매실 한잔 따뜻하게 먹고 자. 진하게 타서.” 어린 시절 몸 상태가 별로라는 투정을 한참 듣고 난 어머니는 꼭 그렇게 말을 끝맺으셨다.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어 배가 살살 아플 때도, 감기 기운으로 몸이 으슬거릴 때도, 급히 먹은 삶은 달걀 때문에 가슴이 답답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골 약장수가 주는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지금 상식으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신기한 것은 냉장고 속 페트병에 담긴 매실청을 한 잔 타 마시면 실제로 아픔이 싹 가셨다는 것. 배를 문질러주던 약손과 함께 어머니를 위대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물이었다.

“허준이 여러 사람 살렸죠.” 정형자 생산자는 농담처럼 던졌지만 드라마 허준에서 역병 걸린 백성을 기적처럼 살려내던 매실청은 요즘 세상에 더욱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니 지나친 고기 섭취로 몸이 산성화되기 쉬운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이고, 풍부히 담긴 구연산은 피로에 지친 이들을 위로한다. 물론 이것 역시 자연의 방법대로 키운 매실을 용법에 맞게 먹었을 때의 일이다.

 

전남권역협의회 광양 옥실공동체 정형자·박종인 생산자

전남권역협의회 광양 옥실공동체 정형자·박종인 생산자

 

몇 년 전부터 언론에서는 매실을 부정적으로 보도했고, 그것을 본 국민들도 별다른 의심 없이 믿었다. 생산자들이 아무리 설명해도 한 번 쌓인 오해를 불식시키기는 요원했다. 매실의 효험을 직접 체험한 사람이 제법 많을 한살림 내에서도 매년 주문량이 줄어드는 바에야.

언론이 퍼뜨린 매실에 대한 오해는 크게 세 가지다. 매실청은 설탕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 매실에 함유된 아미그달린 성분이 인체에 치명적인 독극물이라는 것, 그리고 청매실은 덜 익은 매실이라는 것이다. “잘 먹으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는데 겁부터 내는 거죠. 사실 감자는 싹을 도려내고 먹고, 고사리는 삶아 먹잖아요. 매실 독성을 제거하는 것은 훨씬 쉽거든요. 설탕 무서워하고 아미그달린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정작 분해되지도 않는 농약 걱정은 안 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매실청은 옹기에서 담그는 것이 가장 좋다

매실청은 옹기에서 담그는 것이 가장 좋다

실제로 매실청을 만들 때 넣은 설탕은 숙성 과정에서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으로 변하고, 주로 씨앗 속에 들어 있는 아미그달린도 1년 이상의 숙성을 거치면 모두 사라진다. 한살림 청매실은 백가하, 두영, 천매, 앵숙 등 주로 대과품종을 완숙기(6월 중순) 직전에 수확하니 풋매실이 아니다. 황매실로 공급되는 남고품종은 6월하순부터 수확한다. 제철인 6월 초~7월 초까지 수확한 한살림매실로 청을 담가 1년 이상 숙성하면 매실과 관련된 대다수의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한살림 매실로 매실청을 담가 공급하는 한울타리농원의 김진석 생산자는 “유기재배한 제철 매실과 유기농 설탕으로 만든 매실청을 옹기에서 1년, 저장 탱크에서 1년, 총 2년간 숙성해서 공급하고 있다”며 “집에서도 잘만 담그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좋은’ 매실로 ‘잘’ 담근다고 할 때 한살림 매실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주변을 휘도는 범상치 않은 산세와 굽이 쳐 흐르는 섬진강 맑은 물, 이 모두를 감싸안은 깨끗한 공기와 넉넉한 햇볕을 품에 안고 자라는 매실. 더 고되고 손해 보더라도 친환경제재와 자신의힘으로만 키운 매실이다.

 

박종인 생산자의 창고에는 직접 만든 친환경세재가 쌓여있다

박종인 생산자의 창고에는 직접 만든 친환경세재가 쌓여있다

 

“나무에 뿌릴 것들 만들다 보면 제가 그걸 마시고 싶다니까요.” 박종인 생산자가 뿌리는 친환경제재의 원료는 대부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돼지감자, 고사리, 백두옹, 은행, 박하, 협죽도 등을 각각 끓인 뒤 그때마다 배합비를 다르게 섞어 뿌린다. 일반 농약보다 두세 배 더 자주 뿌려줘야 해서 힘은 들지만 조합원들께 점박이 매실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문다.

그런 그도 지난 2년간은 너무 힘에 부쳤다. 몇 년 전부터 전국 매실 농가를 강타해 막대한 피해를 입힌 복숭아씨살이좀벌 때문이다. 매화가 필 무렵 매실나무 주위를 날아다니며 어린 매실에 하나씩 알을 낳는 복숭아씨살이좀벌이 나타나면 해당 농가는 비상이 걸린다. 성충 한 마리가 100여 개의 알을 낳는데 매실 안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씨방을 갉아먹으며 성장해 겉모습으로는 병에 걸렸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수확기가 다 되어서야 껍질이 갈색으로 변하고 부분적으로 함몰되어 땅에 떨어지는데,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나무는 수확이 어렵다고 보면 된다. “열매가 달리는 4월부터 매실 씨앗이 단단해지기 전인 5월 초까지 약 한 달간은 거의 전쟁이에요. 그런데도 지난해에는 평년작의 절반도 건지지 못했어요. 화학농약은 두어 번 뿌리면 피해를 전혀 입지 않는데 친환경제재는 별 효과를 못 보네요.”

한살림 매실

한살림 매실

 

언론의 왜곡보도로 매실을 찾는 사람이 줄고, 복숭아씨살이좀벌 때문에 매실 수확도 줄어든 요즘엔 친환경 매실생산자들이 하나둘씩 관행으로 전환하고 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가격 차이에 따른 보상도 없는데 미련한 길을 굳이 가는 것이 이상해 보이는 세상이다. 그러나 미련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가는 이들 덕분에 한살림은 지금까지 바로 서 있을 수 있었으리라. 매실의 계절, 초록의 시기, 매년 여름이 시작되는 이맘때 우리의 몸과 마음도 온통 매실빛으로 물들여보면 어떨까.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화, 2017/04/2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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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날, 정월대보름. 한살림 식구들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한 해 농사가 잘 되길 기도하는 2016 첫 한살림 잔치입니다. 쥐불놀이와 줄다리기, 달집 태우기도 함께 하고, 생산지에서 준비한 저녁과 부럼도 깨물어 먹으며 올 한해 소원 함께 빌어요.

 
 
 

2016년 원주한살림 여주금당공동체 대보름잔치 안내

한살림 여주금당공동체와 함께하는 정월대보름 잔치! 달 밝은 대보름을 맞아 세시풍속을 맛보며 다양한 민속놀이도 함께 체험해봅니다. 여주 금당공동체 한살림농장에서 함께 오곡밥도 먹고, 달집태우기, 쥐불놀이도 하며 달님에게 소원을 빌어요.

1. 행사일 : 2016.02.20.(토) 14:00-20:00

2. 행사장 : 여주 금당리 한살림농장(여주군 가남면 금당리 531-2)

3. 참가비 : 성인, 청소년 13,000원 / 어린이 8,000원 / 36개월 미만 무료 

*참가신청방법

-전화 : 033)763-1025 (조합원명, 연락처, 참가자수)

*신청기간 : 02.11(목)-02.17(수) / 버스 1대 (40명) 선착순 접수
*참가비 입금계좌 : 농협 044-01-110586 원주한살림

*귀가 시간은 행사 종료시간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4. 준비물

- 생산자님들이 조합원님들과 함께 즐거운 대보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셨습니다. 생산자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가요.

- 일회용 컵보다는 개인컵을 권장하오니 꼭 챙겨오세요!!

- 강바람이 불어 추울 수 있습니다. 손 발 목 얼굴 따듯하게 입고 오셔서 더우면 벗으세요.

 

한살림원주 홈페이지
화, 2016/02/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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