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ION X 웹툰] 20화 / 북한의 대화법




1월 6일 오전 북한 정부가 4차 핵실험을 했다. 북한 정부는 이번 핵실험이 수소탄 실험이라고 밝혔다. 지금으로선 그것이 수소탄 실험이 맞는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간의 정황을 보건대, 북한이 전보다 더 향상된 수준의 핵폭탄을 실험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핵무기를 지지하지 않는다. 핵무기는 무엇이든 “자위적” 수단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쟁이 낳은 끔찍한 무기일 뿐이다. 그리고 남한 · 중국 · 일본 등 주변국 노동계급의 혁명적 운동을 고무하지는 않고 핵무장에나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 북한 지도층은 진정한 사회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주의자들은 또한 이 문제를 동아시아 제국주의 갈등의 맥락 속에서 자리매김할 줄도 안다. 미국 · 중국 등 제국주의 국가 간 갈등이 커지면서, 동아시아에서 강대국들의 무력 시위가 잦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 영향을 받아 동아시아 국가들은 앞다퉈 군비를 늘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같은 기존의 핵 보유국들은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미사일과 핵무기 전력을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한 · 미 · 일 정부들이 북한을 동아시아 불안정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오히려 주변 강대국들의 군사력 경쟁 때문에 북한 지배 관료들은 커다란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은 북한을 악마 취급해 자신의 동아시아 전략을 관철시키는 주요 수단으로 삼아 왔다. 미국은 사반세기 동안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이를 명분으로 자신의 동아시아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북한 ‘위협’론을 일본을 중심으로 대중국 동맹을 구축하는 데 이용했다. 2015년 들어 한 · 미 · 일 동맹을 구축하고 강화하는 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2015년 5월 미 · 일 방위협력지침이 개정됐고, 9월 일본 안보법제도 일본 의회를 통과했다. 또한 외교 · 군사 분야에서 한 · 미 · 일 삼각 협의체들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활성화됐다. 여기에는 북한 급변 사태를 포함한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에 관한 한 · 미 · 일의 협의도 있다.
2015년 12월 28일 미국이 적극 개입해 성사시킨 한일 간 ‘위안부’ 합의도 한 · 미 · 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이번 합의로 한 · 미 · 일 동맹의 주요 걸림돌을 치웠다고 평가한다. 일본 외무상 기시다 후미오도 “[12 · 28 합의로] 일 · 한 그리고 일 · 미 · 한의 안보협력이 전진할 소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 · 미 · 일 동맹이 주되게 중국을 겨냥하지만, 이것은 북한한테도 커다란 위협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북한 정부가 핵실험을 결행하기로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지금 유엔 안보리는 핵실험을 한 북한에 “중대한 추가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유엔의 대북 제재는 사태를 해결하거나 완화시키기는커녕 더 악화시켜 왔다. 제재는 대북 압박을 정당화해 주고 북한 관료보다 애꿎은 북한 인민들만 훨씬 더 고통받게 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형태의 유엔 제재에 반대해야 한다.
반제국주의 · 반자본주의적 노동계급 정치가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이번 핵실험을 한 · 미 · 일 군사 협력에 박차를 가하는 명분으로 삼는 데 반대하는 동시에, 근본적 사회 변혁이 성취되는 미래를 위해 주춧돌을 놓으려 노력해야 한다.
2016년 1월 7일
노동자연대
지난 2월 7일 북한은 위성을 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이 위성을 지구 관측 위성 ‘광명성 4호’라고 명명했으며, 이 위성은 지금도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다만 이 위성이 정말 지구 관측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지상의 기지국과 통신이 가능한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실제로는 미사일 발사 실험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 유수 언론들은 북한의 위성 발사체를 곧바로 미사일로 단정짓지는 않았다. 주요 언론들의 기사 제목을 훑어보자.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North Korea launches ‘satellite’’(2월 6일), 즉 ‘북한 ‘위성’ 발사’ 라고 해서 북한의 주장을 인용하되 따옴표로 의심을 표시했다. 뉴욕 타임즈는 ‘ North Korea Launches Rocket Seen as Cover for a Missile Test’ (2월 6일), 즉 ‘북한, 미사일 시험을 위장한 것으로 보이는 로켓 발사’라고 해서 북한의 주장과 그에 대한 의문을 모두 표현했다. 영국 BBC는 ‘North Korea fires long-range rocket despite warnings’(2월 7일), 즉 ‘북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라고 했다. CNN과 알자지라 등 다른 국제 뉴스 네트워크도 모두 ‘로켓’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의 위성을 곧바로 미사일이라고 불렀다. 국방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 당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조중동은 물론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도 이를 그대로 받아 장거리 미사일 등의 표현을 단정적으로 사용했다. 그 뒤는 모두가 아는 바다. 하루 종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종편의 아우성 속에 북한이 실제 위성을 발사했다는 것은 까맣게 잊혀졌다.
한국 정부와 언론의 논리는, 위성 발사 기술이 미사일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위성이지만 이를 미사일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실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2월 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 기술이 “미사일에 적용될 경우 만 2천 킬로미터에서 만 3천 킬로 미터 정도 사거리를 지닌 미사일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북한의 위성 발사 기술로 그처럼 어마어마한 사거리를 지닌 미사일을 곧바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쏘려면 일단 미사일을 대기권 바깥으로 쏘아 올린 뒤 우주 공간을 거쳐 목표 지점까지 보내고 (우주 공간에서는 공기의 저항이 없어 연료 소모가 거의 없다.) 목표 지점에 다다르면 이를 다시 대기권 안으로 끌어 내려야 한다. 이 때 미사일을 다시 대기권 안으로 끌어내리는 기술을 재진입 기술이라고 하는데, 북한이 이 기술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아직 전혀 없다.
이런 점을 일단 접어두고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세계 지도를 열어 북한을 중심으로 지름 만 2천 킬로미터인 원을 그려보라. 동쪽으로는 미국 워싱턴을 넘어 대서양 한 복판까지, 서쪽으로는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끝까지 닿는다. 사실상 전 지구를 포괄하는 사정거리다. 그 말은, 당장 이번 미사일 발사로 잠재적 위험이 증대한 쪽은 북한과 겨우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한국보다는 멀리 떨어진 다른 대륙에 살고 있는 누군가라는 뜻이 된다. 물론 이번 위성 발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술의 수준이 높아지고 안정화되는 증거라고 보면 남한에 대한 잠재적 위협도 증대한 것은 사실이나 딱히 이번 발사와 연관시켜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의 국방부가 미국과 사드 배치를 협의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지 불과 6시간 만이었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토마스 밴달 미 8군 사령관이 동석했다. 이 사실은 이번 북한의 위성 발사로 잠재적인 위험을 안게 된 ‘누군가’가 누구인지를 잘 보여준다.
경위야 어쨌든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 다른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만 하다. 그러나 사드가 남한 방어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매우 희박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드가 아직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개발 중’인 무기라는 점이다. 실전에서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무기를 놓고 이게 한국의 전장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다투니 결론이 날 수가 없다. 그러나 판단을 도와주는 근거들은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 2013년 ‘아태 지역에서의 탄도 미사일 방어 : 협력과 반대’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아태 지역에 탄도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 체계, 즉 MD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검토한 보고서이다. 보고서의 전체 결론은 ‘도움이 된다’는 쪽이다. 보고서의 전체 결론이 그러한데도 불구하고 한국 쪽의 효용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적시되어 있다.


▲ 2015년에도 미국 의회 조사국은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냈으나 여기서는 한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방위사업청 역시 이 문제를 검토한 바 있다. 2013년 방위사업청은 미국 현지에 직접 가서 사드에 대한 실사를 벌였다. 방위사업청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 측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는데, 대구 부산 지역에 배치할 경우 스커드 B, C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 방어에는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수도권을 위협하는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미국 측에서 아무런 시뮬레이션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고 싶어하는 미국 측조차도 사드가 한반도 방어에 적합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드 배치 찬성론자들은, 사드가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14차례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그러나 이 실험들은 매우 제한된 조건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가장 최근에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에 대한 요격에 성공했다며 미 미사일 방어국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타겟 미사일을 비행기에서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점화시킨 뒤 표적으로 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북한이 지상의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환경과는 다르다.
뉴스타파는 이러한 실험이 한반도의 전장 환경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미사일 방어국에 타겟 미사일과 사드의 요격 미사일 간의 거리가 얼마인지, 요격 고도와 시간은 어떠한지, 타겟 미사일의 좌표가 사드 시스템에 사전 입력되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질의를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미국은 효과를 장담할 수도 없는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는 것일까?
사드의 구성 요소 가운데 X밴드 레이더(AN/TPY-2)가 있다. 이 레이더는 두 가지 모드로 세팅할 수 있는데 종말 모드(terminal mode)와 전진 배치 모드 (front based mode)가 그것이다. 종말 모드의 경우 감시 범위가 600km, 전진 배치 모드의 경우 감시 범위가 1,800km에 이른다. 문제는 전진 배치 모드의 경우 북한 뿐 아니라 중국 베이징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까지 감시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레이더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실시간으로 괌, 하와이, 미국 본토에 있는 미군은 물론 주일 미군을 통해 일본 자위대에게까지 공유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의 국방부는 한번 ‘종말 모드’로 세팅을 해 놓으면 세팅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미 미사일 방어국에 질의했으나 역시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사드 레이더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망에 실시간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사드는 미국이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 MD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MD로의 사실상 편입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다. 한국을 MD에 편입시켜 한미일 삼각 동맹을 구축해 이를 통해 북한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한다는것이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동북아 전략의 뼈대이다.
이러한 전략적 이점 때문에 미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을 MD에 끌어들이기 위해 애써왔다.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된 것은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이 되면서부터다.
부시가 당선되고 몇 달 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런데 부시는 기자들이 모인 공개석상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this man’ 이라고 부르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이 외교적 결례의 배경은 몇 달 뒤 한국일보가 보도한 외교 전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 배경은 바로 MD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며칠 전 미국은 한국에 외교 전문을 보내 “한국은 MD 배치 필요를 인정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을 발표하라고 요구했는데, 한국의 외교부가 그 부분을 삭제한 채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한국의 이러한 조치는 부시 대통령을 화나게 했고, 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내내 미국의 홀대로 이어졌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김대중 정부는 미국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끝내 MD 참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MD 참여 요구는 더욱 거세졌고, 이에 따라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이동식 레이더, 제주 해군 기지 건설 등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공식적으로는 MD 참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MD 참여를 적극 검토했으며, 실제로 MD 편입 쪽으로 상당히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게 한미 합동 미사일 방어 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MD 참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으로서는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고, MD를 받아들일 경우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이 가속화 되는 악순환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표면적으로는 비슷한 기조가 계속됐다.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MD에 참여하라고 압박했다. 대표적인 게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이다. 고의였는지 부주의 때문인지 국내 언론은 초점을 맞춰 보도하지 않았지만 당시 한미일 공동 회견 영상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하는 얘기는 바로 MD 참여 논의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게는 미국에게 구실을 내줄만한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전시 작전권 환수 연기 문제다. 전작권 환수 연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한국은 외교력을 총동원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고자 미국에 매달렸다. 이 때 미국이 내세운 조건이 바로 MD 참여였다. 한국의 전시 작전권 환수 연기와 MD체제 편입이 맞교환된 게 아니냐고 전문가들은 의심하고 있다.
상징적인 장면이 2014년 서울에서 벌어졌다. 2014년 4월 전작권 환수 연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당시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 연기 문제를 주로 얘기했고 국내 언론의 관심도 그 부분에 집중됐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발언 마지막 부분에서 뜬금없이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제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되 상호 운용성을 증대”하겠다고 말한다. 뒤를 이은 오바마 대통령은 발언의 순서가 정반대였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MD가 우선이고 전작권은 그 다음 관심사였던 것이다.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MD를 얘기하며 한국의 참여를 압박했지만 한국의 자세는 표면적으로는 요지 부동이었다. 한국은 사드 문제에 대해 이른바 ‘3 no’, 즉 미국의 요청을 받은 바도 없고 협의한 바도 없고 결정된 바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미국보다 중국을 외교의 중심에 놓는듯한 행보를 보이기까지 했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이 급변한 것은 지난해 연말부터다. 첫번째 조치는 지난해 12월 28일 있었던 한일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다. 위안부 문제는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불과 70년 전까지 일본의 식민지로 고통받던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과의 군사협정을 추진할 경우 국내 여론의 커다란 반발이 부담이 될 것이고,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위안부 문제였기 때문이다. 역으로 보면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MD 참여를 거부하는데 있어 가장 강력한 명분 중의 하나가 위안부 문제였다. 그런데 한국이 나서서 이 걸림돌을 스스로 치운 것이다. 미국에서 환영의 논평이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사드 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다. 중국을 대북 제재에 참여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국내 여론의 후폭풍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안부 협상을 타결한 점으로 미루어보면 실제로는 이미 사드 배치, 그리고 MD 편입 쪽으로 방향이 정해져 있었던 결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1월 22일 있었던 국방부의 신년 업무보고다. 국방부는 신년 업무 보고에서 한미일의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채널을 구축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2월 7일 북한이 예정에 따라 위성을 발사하자(북한은 이 기간에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국제해사기구, IMO와 국제전기통신연합, ITU에 사전 신고를 했다.) 이를 곧바로 미사일이라고 규정하며 6시간 만에 사드 배치 협의를 공식화했다.

과거 정부들과 달리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왜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이유를 현재로선 정확히 확언하기 힘들다. 군사안보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전시 작전권 환수 연기에 따른 보답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공을 들여온 중국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적인 배신감과 분노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야권의 주장처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북풍 몰이’일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두 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이 모든 이유들을 합한 것보다 훨씬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군사적으로 보면 북한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넣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세계 2위와 3위의 군사대국인 러시아를 잠재적인 적국으로 돌리게 된다. 더 크게 보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라는 우리 외교의 근본 기조와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성장 전략을 뿌리채 뒤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한국은 90년대 중국의 개방 이후 전통적 우방인 미국으로부터는 안보를 제공 받고, 새롭게 수교를 맺은 중국으로부터는 경제적 실리를 취해왔다. 이 전략이 효과적이었던 것은, 강대국들의 이전 투구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이러한 전략을 포기함으로써 안보 비용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경제를 고사시킬 수도 있는 ‘최악의 결정’이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암담하게 할 역사적 결정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큰 강당 안, 무대 위에서 중년 신사가 열변을 토한다. 뒤로는 “북한의 교육”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이 도드라진 프리젠테이션 화면이 보인다. 강사는 김기철, 2013년부터 보훈처 나라사랑교육 강사로 활동해왔다.

▲ 나라사랑강사 김기철 씨는 한 학교에서 강연을 하며, 학생들에게 북한에서 살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졌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강당 바닥에 앉아 김 씨를 바라본다. 김 씨는 “5호담당제라고 해서 북한 공산당 간부가 다섯 가구를 24시간 감시하는 제도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하곤, 연이어 “이런데 가서 살고 싶어요?” 묻는다. “아니요!” 학생들이 답한다. 김 씨는 다시 “이런데 가서 살고 싶냐구요!” 묻고, 학생들은 다시 “아니요!” 소리친다. 그 와중에 이렇게 속삭이는 학생도 있다. “오늘 통일 교육이라고 하지 않았냐?” 친구가 답했다. “정신 교육이냐. 이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300여만 명이 교육 받았지만, 문제 제기가 없었다고 말한 나라사랑교육 현장 모습이다. 북한은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이라고 설명하고, 이곳에서 살고 싶으냐고 묻는 강연이 나라사랑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사례는 김 씨의 강연 현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또 다른 현장에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은 북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강사도 있다. 마찬가지로 2013년부터 나라사랑교육 강사로 활동한 김남수 경동대 교수. 그는 강연 중 그림 한 장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그림에는 한 사람이 붉은 머리띠를 하고 한 손에는 “전쟁 연습 중단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있다. 그 옆으론 북한 군복을 입은 남자가 확성기를 들고 “도발적인 전쟁 연습은 파멸만 가져다줄 뿐”이라고 외치고 있다.

▲ 나라사랑강사 김남수 씨가 강연에 사용한 그림.
이 그림을 두고 김 교수가 한 말은 강연 대상이 초등학생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이다.
월남은 월맹보다 훨씬 경제력이 강했는데도 국론이 분열돼서 망했어요. 대한민국에서도 북한이 좋아할만한 말만 골라서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마치 북한 사람인 것처럼, 어쩌면 북한 사람 인지도 몰라요. 이렇게 북한에서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앵무새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우리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죠.
김남수 / 나라사랑교육강사(경동대학교 교수)
김 교수는 북한이 좋아할만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물음에 “학생들한테 그것까지 세세히 설명할 부분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리곤 이렇게 덧붙였다.
북한 간첩들이 남한에 많이 이렇게 그거하고 그러니까. 남한 사람들도 하여튼 북한 사람처럼 그렇게 하면 되겠느냐. 그 얘기죠.
김남수 / 나라사랑교육강사(경동대학교 교수)
앞선 두 사람처럼 이념 편향적인 이야기를 하진 않지만,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강사도 여럿 있었다. 북한의 실상을 과장하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더해서 북한을 비하하는 것은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강연 방식이다.

지금 북한이 1996년도에, 거짓말 안하고 300만 명이 굶어 죽었어요.
2015년만 해도 70명 공개 처형 시켰어요.
차효문 / 나라사랑교육강사(전 상이군경회 부천시지회장)
결혼식 끝나면, 우리는 폐백 드리고 해외여행 가기 바쁜데, 북한은 이렇게 자기 마을에 세워진 김일성 동상 앞에 와서 이렇게 인증사진을 찍어서, 이거를 사진을 서류를 작성해서 동사무소에 제출해야만 정식으로 결혼을 인정받습니다.
김기철 / 나라사랑교육 강사(전 국정홍보처 국민홍보위원)
모두 사실 관계가 맞지 않거나, 과장된 이야기들이다.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기에 북한에서 상당수 주민이 아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00만 명이라는 수는 어디에서도 검증된 바 없는 낭설이다. 2015년에만 70명이 공개 처형 됐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국정원은 지난 5월 국회 정보위 비공개 현안 보고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4년 동안 70명 정도가 처형됐다고 보고했다. 결혼식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최근 북한을 떠나온 한 새터민은 해당 강연 동영상을 보며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신랑, 신부 그날 축복 받는 날이니까. (동상을) 찾아오는 걸 막진 않습니다. 그런데 그걸 사진 찍어서 동사무소 가야 결혼 인정해준다. 이건 거짓말입니다. 결혼 등록 자체가 동사무소 안 갑니다. 분소(파출소)가지.
김진욱(가명) / 새터민
새터민은 이 같은 교육이 북한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준다고 우려했다.
자꾸 적대시하고 질시하는 것만 심어주면, 그렇게 생각 안 했던 사람들도 북한 사람들을 남이라고 생각하고, 여기 온 탈북자들을 이질화하고 적대시하고, 멀리하고. 이렇게 하니까 탈북자들도 정착하지 못하고.
김진욱(가명) / 새터민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기자가 직접 만나 이같은 문제에 대해 질문했지만 박 처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변인실을 통하라는 보훈처 측의 답변에 뉴스타파는 지난 12일 공식질의서를 보훈처에 보냈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최근 부착하고 있는 현수막 역사 교과서 관련 현수막(사진: 뉴스타파)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며 한국사회가 이념논쟁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 대부분의 역사과목 검정 교과서들이 좌편향 되어 있다며 역사과목 교과서를 국정화 한다는 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야당과 시민사회는 현 기득권들과 깊이 연관된 과거 친일세력과 독재세력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있을뿐더러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할 경우에는 정권에 입맛에 따라 교과서의 내용이 편향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국정화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논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 짐에 따라 여당인 새누리당은 현행 검정 교과서들이 아이들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며 거리 곳곳에 현수막까지 붙이고 나섰습니다. 그러면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정말 역사교과서들이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을까요? 사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현행 교과서들이 왜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교육부가 정하고 있는 교육과정에서 주체사상에 대한 교육을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2009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사회(역사) 98페이지
2009년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마련한 2009년 교육과정과 그에 따른 해설에 따르면 이미 당시부터 교육부는 역사 교육과정에서 북한의 변화 과정을 파악해 학습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의 주체사상과 수령 유일 체제의 문제점 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관점에서 과제와 해결방안을 탐색하는 교수·학습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2015 교육과정 한국사 175페이지
2009년 이후 차기 교육과정인 2015년 교육과정에서는 교육과정 해설이 아닌 교육과정 원문에는 주체사상이 아예 학습요소로 들어가 있습니다(세계일보 보도 교육부, 주체사상 교육과정에 명기…野 “황당무계”). 2015년 교육과정에서는 북한의 변화와 남북 간의 평화 통일 노력이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주체사상과 세습 체제, 천리마 운동 등을 학습 요소로 포함시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과정의 방침이 반영되어 문제가 된 검정 교과서들(2013년 검정본 금성출판사, 천재교육, 2010년 검정본 지학사 등)는 주체사상에 관한 내용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교육부는 이들 교과서에 수정명령을 내렸고 이들 교과서는 이를 받아들여 주체사상을 비판하는 문장을 추가로 보강하는 조치를 했습니다.
문제가 된 교과서들은 정부의 수정명령을 받아들여 주체사상에 대한 비판을 보강했는데도 정부는 이를 트집 잡으며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결국 박근혜 정부는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주체사상에 대한 교육을 주문하고 주문대로 만들어진 교과서의 북한 체제 비판의 수위가 정부의 기대에 못 미치자 아예 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이런 태도가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잘 되지 않는데요, 왜냐면 북한을 다루는 역사 교과서의 올바른 기능이라 하면 교과서가 정부가 원하는 만큼 북한과 주체사상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데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북한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학생들로 하여금 평화통일의 관한 과제를 탐구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는 학생들의 학습을 위한 하나의 도구이지 반공정치선전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있는 김련희 씨의 가족들이 CNN을 통해 김 씨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촉구했다.
CNN은 9월 24일 오전 평양에서 김련희 씨의 딸과 남편을 취재한 영상과 그 영상을 보고 오열하는 김 씨 모습을 방송했다. CNN은 뉴스타파의 보도 영상(나를 북으로 보내주오)을 인용해 김련희 씨가 간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중국으로 간 과정과 브로커의 권유로 치료비 마련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과정,, 그리고 북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한 뒤 여권을 발급받지 못하고 결국 간첩 혐의를 받게된 과정을 보도했다.
김련희 씨의 딸 리연금(21세) 씨는 CNN 보도에서 “왜, 왜, 왜 어머니가 돌아오지 못합니까? 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나요?”라고 되풀이해 물었다. 남편 리용금 씨는 아내에게 ‘부모와 딸, 남편, 그리고 사회주의 조국이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CNN은 아내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녹화하면서 남편 리 씨가 여러 번 울음을 터트렸다고 전했다. CNN은 평양에서 김련희 씨 가족을 인터뷰한 영상을 한국에 있는 김 씨에게 보여주고, 다시 김련희 씨의 영상을 북의 가족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김 씨 가족의 TV 상봉을 주선했다고 밝혔다. 김련희 씨는 9월 24일 뉴스타파에 “CNN 기자가 북한 가족들을 보여주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인터뷰 후 이틀 동안 앓아 누웠다”며 4년 만에 겨우 가족들 모습을 영상으로 보게 된 안타까움과 충격을 전했다.
이번 인터뷰는 북한 당국이 CNN에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최근 대외 창구를 통해 김련희 씨 송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용 웹사이트 ‘조선의오늘’은 23일 한국이 “김련희의 호소와 요구를 한사코 외면하고 그의 공화국에로의 송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김련희를 본인의 강렬한 호소대로 공화국의 품으로 즉시 돌려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통일부는 9월 22일 ‘김련희 씨를 북한으로 보낼 수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 씨가 탈북과정에서 자유 의사를 밝혔으며 그 조사과정을 뒤엎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일부의 이런 입장이 충분한 조사를 통해 나온 정확한 입장인지는 의문이다. 뉴스타파는 이미 김련희 씨가 탈북자 대열에서 이탈해 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동료 탈북자 취재를 통해 밝혔다. 또한 대구 고등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범균)도 2015년 5월 18일 김련희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항소심 판결문에서 “대한민국에 입국해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벌어 중국으로 돌아와 재입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입국하자마자 국가정보원을 찾아 재입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당국으로부터 재입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피고인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 김련희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항소심 판결문 중
북한이 김련희 씨 문제를 공식 제기하고 나왔고 뉴욕타임스, CNN 등 유수한 외신들이 김 씨 문제를 잇달아 보도함에 따라 김 씨 문제는 국제적인 인권 문제로 확대돼 가는 양상이다. 국제 여론이 주목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기존의 도식적인 입장을 고집한다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해 왔던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태도라는 비판을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잘 됐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이번 공동보도문이 나오지 않았다면…칼을 뺏던 사람들이 칼을 휘두르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야? 자존심이 있으니까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합의문은 잘 된 합의문으로 평가합니다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8월 4일 : 목함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으면서 시작된 남북간 준전시상태가 보름만에 해소되고 남북공동 합의문이 발표된 것에 대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이는 대승적 차원의 시각이다. 남북이 합의한 공동보도문 내용은 청와대나 집권당이 대치 기간 중 쏟아낸 다짐과 비교하면 상당한 거리가 있다.
8월 24일 : 남북회담이 진행되는 도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무엇보다도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 도발을 비롯한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북한의 확실한 사과를 요구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다시는 도발의 도 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8월 25일 : 남북회담의 대표였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면서 이번 회담은 “근본적으로 금번에 발생한 지뢰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 방지의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정 수뇌부의 공언과는 달리 남북공동보도문 어디에도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나 재발방지의 약속은 없었다. ‘유감’이라는 공동보도문의 문구는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의 강경 입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남북협상엔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합의문의 문구보다는 일단 남과 북이 화해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게 대통령이 사실은 그날 2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전 정권들과는 달리 지뢰도발에 주체가 누구인지를 명시하는 그런 식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지.그런데 그럼 난 이번 협상은 결렬이다, 그렇게 되면 합의문 못 만든다 생각했는데, 결국 12시간만에 주어가 분명치 않은 어떻게 보면 유체이탈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거에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합의문구에서 좀 손해 보고, 이익 보고 이런 것은 우리가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요.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김정은이 이런 합의에 개입을 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냈잖아요. 이것은 굉장히 실용주의적인 김정은의 협상태도를 증명해 냈다는 하나의 케이스가 될 수 있다…그런 면에서 좋은 기회가 된 거죠.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문가들의 말대로 남북 관계라는 것은 누가 이기고 졌는지를 명확하게 나누는 것이 애당초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 서로의 체면을 감안하여 합의사안에 대한 문구도 모호하게 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번 합의문이 그런 경우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왜 임기의 절반인 2년 반 동안 제대로 된 대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북한과 소모적인 신경전만 벌였던 것일까? 전문가들이 이번 합의를 만시지탄이라고 아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남북간에 합의하면 되는 겁니다. 얼마든지 가능했어요.그런데 그동안에 사람이 죽고 다치고, 주민들이 생업현장에서 뿌리 뽑혀가지고 무슨 난민 수용소 같은 데 피난을 가질 않나. 이런 것들이 국가적으로 아픔과 손실을 겪고 2년 반만에 왔다는 그 자체가 아쉽습니다.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이명박 정부 이후,그리고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꼬일대로 꼬여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나 ‘통일 대박론’을 내세웠지만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다. 정부는 수시로 응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남북 간의 대화나 소통은 없이 간헐적 도발과 신경전만 지속됐다.

▲ 박근혜 대통령, 2014년 7월 16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이렇게 수시로 남북 간의 군사적 마찰이 일어나다 보니 지난 20일 남북의 포격으로 대치 국면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미 국무부의 기자 브리핑 룸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이란, 시리아, 인디아, 파키스탄, 이집트 문제 다음에 겨우 6번째로 거론됐다.
더구나 미국 기자의 질문도 북한의 도발이 한미군사훈련 때면 으레 발생하는 도발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링크).
현재 미국에선 내년 대선에 거의 모든 신경이 쏠려 있고, 중국은 위안화 하락과 주가폭락을 겪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한반도에서 긴장이 격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 상황이 이번 남북 합의를 이끌어 낸 하나의 배경이 됐다는 진단도 있다.
미국 국방예산이 매년, 2013년부터 500억 달러씩 삭감되는 제도를 적용하고 있잖아요.그런 점에서 한반도에서 새로운 군사개입의 불가피성이 대두되면 미국이 참 곤혹스럽습니다. 그래서 미국도 되도록 말로 풀어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한국정부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도록 우선 미국이 강력한 방향제시를 했다는 거, 또 중국은 북한에 대해서 이런 열병식을 앞두고 전승절 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평화를 깨는 분위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비공식적으로도 전달했고, 그러다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합의 바로 전날 환구시보에 열병식 행사를 저해하는 세력은 반드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나왔던 것이죠.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어떻게 대화 자리에 앉게 됐느냐? 그건 국제사회가 개입을 했다, 그런 추측을 우리가 하고도 남습니다. 전쟁위기로 가는 것은 미국과 중국, 국제사회 이익에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입할 수 밖에 없었다는 계산들이 있었다고 보고,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소위 무박 4일이라는 협상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죠.
–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26일)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초청한 오찬에서 이번 남북협상과 관련해 ‘끝까지 원칙을 지켰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번 남북 합의가 대통령 임기를 절반이나 보낸 뒤에 사실상 최초로 이뤄낸 진전이란 점에서 그렇게 자랑할 만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이번 협상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는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시절 자주 이뤄졌던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협의를 다시 진행하기로 하고,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 회담을 개최하기로 겨우 합의했을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남북 관계는 돌고 돌아 이제야 이전의 자리로 향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폭발 사고의 보고 시점을 둘러싸고 한편의 코미디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북한의 목함지뢰에 의한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사고 당일인 4일 저녁에 받았고 청와대 안보실에도 보고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청와대가 ‘북한 지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를 받은 시점은 4일이 아닌 5일 오후’라며 국방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부정했고, 그러자 뒤늦게 국방부도 ‘장관의 기억에 착오가 있었다’면서 5일이 맞다고 번복한 것입니다.
지난 12일 오전 국회 국방위에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우리는 목함지뢰를 사용하지 않지 않느냐? 그렇다면 사고당일 누가봐도 (누가 했는지)알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질문하자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이렇게 답합니다.
저희는 그날(4일) 저녁부터 북한의 목함지뢰이고 그것이 다만 유실되었을 것이냐 매설되었을 것이냐를 이런 것들을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유엔사령부와의 합동조사가 8월 6일에야 이뤄진다. 어떻게 된거냐?”고 따지자 또 이렇게 말합니다.
사고가 나서 현지 군단의 조사단이 4일, 5일 조사를 했고 8월 4일 늦게 북한의 목함지뢰에 의한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확인을 했고 그런 사실이 보고가 됐고…
그러자 유 의원이 “그러면 8월 4일에 현지부대가 조사를 해서 북한의 목함지뢰에 의한 도발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우리 통일부 장관이란 사람이 남북고위급회담을 다음날 제안합니까? 아니 그 전날 북한이 도발해서 우리 하사 2명이 중상을 입었는데 그 다음날 통일부 장관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이거 정신나간 짓 아닙니까?”라고 되묻습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이 비교적 소신있는 표정으로 답변합니다.
저희들은 관련된 사항을 관련된 상부 보고선에 보고드리고 했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대화와 압박을 병행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으니까 통일부에서 그런 계획된 조치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한민구 장관은 국회 상임위를 앞두고 치밀하게 답변자료를 준비했을 것입니다. 북한의 목함지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를 받은 것이 ‘4일 저녁’이라고 몇 번이나 구체적으로 답변했던 한 장관은 정말 착오를 한 것일까요?
국방부 장관의 ‘착오’는 오후에 속개된 국방위에서도 계속 반복됩니다.
‘사실대로 철저히 밝히라’는 청와대 안보실의 지시를 언제 받았느냐는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한 장관은
8월4일 저녁부터 매일매일 안보실에 상황보고가 됐고 안보실과 대화했습니다. 8월 5일 경에는 안보실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을 것입니다.
라고 답변합니다.
한 장관에게 이번 북한의 도발은 6일부터 9일까지로 계획했던 여름휴가도 반납해야 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장관이 4일과 5일을 정말 착각했을까요? 착각했다면 왜 즉시 당일(12일)에라도 국방부는 이를 바로 잡지 않고 청와대의 발표가 나온 다음날(13일) 저녁에야 ‘착오’라고 해명했을까요?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 11시에 경원선 복원 기공식에 참석했고, 통일부는 30분 뒤인 오전 11시 30분 북한에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했습니다. 한쪽에선 국방부 장관의 표현대로라면 ‘중대한 도발’을 감행했는데, 한쪽에선 도발을 감행한 적에게 고위급 대화를 제의하고 화합과 화해를 촉구한 모양새가 됩니다.
북한의 목함지뢰였다는 보고를 4일에 받았다면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이 바보가 되는 것이고 5일 오후에야 보고를 받았다면 국방부 장관이 바보가 돼야 하는 형국이 됩니다.
결국 국방부가 만 하루가 지나서야 기억을 번복한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요?
| 2015년 7월6일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의 내부자료가 유출돼 인터넷에 공개된 후 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도 이 업체로부터 감청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내용도 많고 확인되지 않은 채 유통되는 정보도 많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가지 사항에 대해 문답식으로 풀어봤습니다. 앞으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주시면 취재를 통해 함께 답을 찾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Q.국정원이 구입, 운용한 해킹팀의 RCS에서 ‘타깃 20개’란 어떤 의미인가? 국정원장은 20명 분의 해킹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한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도입해서 운용한 RCS 프로그램의 타깃(target)은 20개다. 이는 동시에 최대한 20개까지 감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해당항목으로 이동).
국정원장의 해명은 해킹을 20명만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는 동시에 감시가 가능한 것이 20명이다. 실제 연 감시 대상은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해킹팀이 나나테크에 보낸 제안서에서 설명하는 타깃에 대한 개념도 그렇다.

예를 들어 모니터링하고 있는 타깃 20개 가운데 더 이상 감시할 필요가 없는 타깃 5개를 삭제하면 새로운 타깃 5개에 추가로 스파이웨어를 설치해 다시 20개까지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정원이 해킹한 타깃은 모두 25개가 되지만 동시 모니터링 하고 있는 타깃은 20개가 된다.
Q. 동시 감시 대상이 20개라는 것은 예를 들어 국정원이 감시가 필요한 대상 100개를 미리 감염시켜 놓은 뒤에 필요에 따라 감시 대상 20개 안에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보기는 힘들다. 국정원 관리자와 해킹팀이 2014년 7월7일 주고받은 메일을 보자. 에이전트는 휴대폰이나 PC 등의 목표물에 설치해 해당 기기에서 정보를 빼내오는 해킹용 스파이웨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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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
질의 응답은 다음날인 7월8일 이메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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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
(※RCS에는 여러 모듈(기능의 작동단위)이 있는데 기능에 따라 CALL 모듈, CHAT 모듈, PHOTO 모듈 등이 있다. CALL 모듈을 작동시키면 CALL을 감시할 수 있고 CHAT 모듈을 작동시키면 CHAT을 가로챌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예를 들어 타깃 100개를 한꺼번에 해킹해 놓고서 필요한 것들을 골라서 그 때 그 때 20개 안에 넣었다 뺐다 바꿔가면서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Q.그렇다면 이미 20개를 가득 채워서 동시에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1개의 타깃에 추가로 스파이웨어가 설치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로 다른 나라의 고객이 해킹딤에 질문했다. 30개 타깃에 대한 라이선스를 갖고 있고 현재 30개를 동시에 감시하고 있는데 만약 3개월 전에 감염파일을 담아 보낸 이메일을 감시 대상이 이제서야 열어서 감염될 경우 어떻게 되냐는 것이다.
이럴 경우 31번째 타깃은 대기열(queue)에 위치하게 된다고 해킹팀은 답한다. 살아만 있을 뿐 자료를 빼오는데는 써먹을 수는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라이선스 1개를 추가로 구입하거나 아니면 기존에 감시중인 타깃 하나를 제거해야 31번째 타깃의 에이전트가 활성된다는게 해킹팀의 설명이다.(▷관련 메일)
국정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2013년 7월29일에 오간 이메일들(TICKET ID:!SMZ-100-78952)을 보면 “최근 타깃 3개가 감염된 것을 알게 돼서 기존 타깃 3개를 삭제했다. 그런데도 (감염된 타깃이) 대기열에서 시스템으로 들어오지 않고 대시보드에 추가할 수도 없다”면서 “3개의 공간이 있는데도 감염된 에이전트 2개가 20시간째 대기열에 머물러 있다”고 질문한다.
당시 국정원이 문제를 설명하면서 보낸 RCS 콘솔의 스크린샷이다.

▲ 빨간색 사각형이 국정원 직원이 직접 표시한 부분이다. 20개 타깃 가운데 3개의 여유가 있음을 보여준다.
스크린샷 제일 상단에 있는 RCS:DB 항목에서 상태가 ‘2connections’ 라고 돼 있는 부분이 대기열에 있는 타깃 2개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트가 17/20로 3개의 여유분이 있으니 바로 시스템과 동기화돼서 감시 가능 상태에 들어와야 하는데 여전히 대기열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결국 국정원이 해킹팀의 조언대로 콜렉터를 다시 부팅하면서 해결이 된다.(▷관련 이메일)
Q.그렇다면 국정원이 천 명, 만 명의 타깃을 감염시켜 대기열에 위치시켜 놓은 뒤에, 20개씩 차례대로 동시 감시 대상으로 올리면 이론적으로는 감염시켜놓은 모든 타깃을 숫자 제한없이 감시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해킹팀 RCS 운영 상황으로 볼 때 현실적으는 어렵다. 먼저 앞에서 국정원이 언급했던 대시보드가 무엇인지 보자.

▲ 2012년, 다른 나라의 고객이 해킹팀에 보낸 대시보드 스크린샷. 감염된 PC와 휴대폰별로 작동시킬 수 있는 항목이 한 눈에 보인다.
타깃을 대시보드에 추가한다는 것은 기능별로 타깃을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사진 왼쪽에 감염된 기기들이 나오고 각각 제공되는 기능이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휴대폰의 경우 일정,통화,채팅,메모리,이메일,마이크,위치 등에 대한 기능이 제공됨을 알 수 있다.
대시보드에 감염대상을 추가하고 나면 각종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다음은 작업 명령을 내리는 화면이다.

감시 중인 스마트폰의 스크린샷을 찍어 전송받을 수도 있고 마이크를 작동시켜 녹음을 할 수 도 있다.
RCS는 이렇게 필요한 타깃의 기기 특성과 운영체제, 사용프로그램에 맞춰 취약점을 공격하고 일단 스파이웨어를 설치한 뒤에는 타깃의 활동 하나 하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목표물의 음성 통화나 채팅, 사진 등을 감시하다가 필요한 때 자료를 빼오는 시스템이다.
또 목표물을 해킹하기 위해서는 취약점 공격에 필요한 URL이나 감염파일이 필요한데, 국정원이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해킹팀에 요청해서 받아야 한다. 뉴스타파가 분석한 결과 지난 2013년 5월부터 2년 동안 국정원이 해킹팀으로 받은 URL이나 감염파일은 모두 320여 개였다. 이것이 모두 성공했다 하더라도 목표물은 2년 동안 320여 개가 되지만 이 가운데는 한 번 실패했다 다시 요청받은 것도 있어 실제 목표물은 320개 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정원은 주로 해킹을 위해 문자나 이메일로 스파이웨어가 심어져 있는 URL을 보내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 경우 URL은 한 개의 목표물만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목표물에 문자나 이메일을 발송해 다수를 한꺼번에 감염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동시 감시대상이 20개라 하더라도 사실상 무제한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RCS의 운영특성으로 볼 때 현실적으로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이것은 해킹팀 RCS에 한정된 얘기고, 국정원이 다른 해킹 프로그램들을 운용해 더 많은 목표물을 감시하고 있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확인된 바가 없다.
| 2015년 7월6일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의 내부자료가 유출돼 인터넷에 공개된 후 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도 이 업체로부터 감청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내용도 많고 확인되지 않은 채 유통되는 정보도 많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가지 사항에 대해 문답식으로 풀어봤습니다. 앞으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주시면 취재를 통해 함께 답을 찾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의 원격감시프로그램 RCS 설치용 CD
Q.국정원이 사용하는 해킹솔루션인 RCS(Remote Control System)은 불특정 다수의 PC나 휴대폰을 무차별적으로 해킹하나?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인데 국정원이 사용하는 RCS라는 해킹프로그램은 원하는 목표물만 대상으로 한다. 도감청 대상자(target)가 사용하는 PC나 스마트폰에 문자나 메일을 보내 감염시킨 뒤에 에이전트(원격으로 작동하는 작은 스파이웨어)를 설치해 단말기 내 자료를 해킹하거나 통화내용을 빼가는 방식이다. 스팸메일이나 보이스피싱처럼 악성코드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해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Q.그렇다면 국정원은 몇 명이나 도감청할 수 있나?
국정원이 감시할 수 있는 대상(target)은 동시에 최대 20개까지 가능하다. 도감청 목표물의 수는 이탈리아 해킹팀과의 계약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국정원은 2012년 초 첫 계약 때 10개를 계약했고, 그해 7월에 목표물 10개를 더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로 계약해 현재 20개를 커버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현재 운용하는 시스템은 최대 2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해킹하거나 도감청할 수 있는데 목적을 달성한 목표물은 빼고, 그만큼의 목표물을 추가할 수 있다. 물론 돈을 더 많이 지불하면 더 많은 목표물을 감시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국정원의 관리인력과 장비도 그만큼 보강해야 한다.

▲ 2013년 7월, 국정원이 사용하고 있는 RCS에 표시된 목표물 감시 현황이다. 에이전트. 20개 가운데 17개가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Q.아이폰은 해킹이 불가능하다던데?
이탈리아 해킹팀의 RCS 제품은 아이폰도 해킹할 수 있다. 단 현재는 이른바 ‘탈옥폰’의 경우만 가능하다. 탈옥폰은 제조사인 애플이 여러가지 기능을 제한하기 위해 걸어놓은 잠금장치를 해제시킨 휴대폰을 말한다. 탈옥폰은 사용자 환경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유료 앱을 무료로 쓸 수 있게 해주지만 보안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게 된다. 탈옥시키지 않은 정상적인 폰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RCS의 침투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출된 자료를 보면 해킹팀은 탈옥하지 않은 아이폰도 해킹이 가능하도록 연구 중이며 이미 데모 버전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의 RCS 버전 9.6 이후에 나올 버전 10.0부터는 아이폰에 대해서도 RCS가 작동하도록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Q. 안드로이드폰의 경우는 어떤가?
운영체제 버전에 따라 다르다. 해킹팀의 RCS는 안드로이드 4.4(킷캣)까지만 지원하고 안드로이드 5.0(롤리팝)은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Q.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이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스마트폰은 어떤 게 있나?
운영체제와 단말기에 따라 다르다. 앞서 말한대로 아이폰의 경우는 탈옥폰의 경우에만 가능하고 안드로이드폰의 경우는 운영체제와 제품에 따라 침투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해킹팀은 블랙베리도 뚫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RCS를 작동하려면 우선 해당 기종의 보안 취약점을 공격해야 하는데 새로 출시되는 휴대폰 단말기 종류와 운영체제가 워낙 다양해 해킹팀이 이를 바로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즉 개발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있기 때문에 최신 휴대폰일수록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된다.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삼성 단말기의 경우 갤럭시 시리즈는 S, S2, S3, S4, S5까지 침투가 가능하고 노트의 경우는 노트3까지 해킹이 가능하다. 갤럭시 S6와 S6에지는 아직 불가능하다.
Q.파일을 빼가는 것은 물론 통화녹음도 할 수 있다는데?
물론이다. 에이전트를 심어놓은 PC나 스마트폰은 국정원이 원격으로 자기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통화도 녹음할 수 있고 단말기에 내장된 마이크를 통해 감시 대상자가 있는 현장의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내장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 몰래 사진을 찍어 저장해 놓은 뒤 이를 전송할 수도 있다.
해킹팀이 고객들의 문의에 답한 내용을 보면 감시 대상자의 스마트폰 내부에 저장공간이 부족해 녹음파일을 저장할 수 없는 경우에는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다고 돼 있다.
Q.스마트폰 메신저 앱을 통한 대화도 가로채 갈 수 있나?
그렇다. 하지만 이 기능은 2015년 6월 현재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루팅’된 폰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 루팅폰은 탈옥폰과 마찬가지로 제조사의 기능제한 장치를 풀어버린 폰이다.
루팅이 돼 있을 경우는 스카이프, 왓츠앱, 바이버, 라인, 페이스북, 행아웃, 텔레그램 등에서 이뤄지는 문자 대화 내용을 모두 빼낼 수 있다. 스카이프와 바이버의 경우에는 앱을 통한 음성통화까지 가로채는 게 가능하다.
Q.국정원은 누구를 대상으로 해킹프로그램을 사용했나?
그동안 해킹프로그램과 관련해 어떤 정보도 확인해 줄 수 없다던 국정원은 첫 보도 6일만인 14일에야 대북정보전을 위한 연구개발을 위해 해킹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국회 정보위에서 해명했다. 국내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정보기관의 특성상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일부 테스트용으로 사용한 것도 북한공작원을 상대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톡에 대한 해킹 문의를 한 것도 북한 공작원이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출자료를 보면 해킹을 시도한 대상이 중국같은 해외에 있는 PC나 휴대폰인 경우도 확인이 된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출시한 스마트폰에 대한 해킹을 요청하거나 ‘천안함 문의’라는 한글 이메일을 통해 감시대상 단말기를 감염시키려 한 사례가 발견돼 국내 민간인을 감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 국정원이 2013년10월4일 에이전트를 심어 달라고 해킹팀에 보낸 Cheonan-ham(Cheonan ship).docx 파일. 미디어오늘의 ‘조현호’ 기자를 사칭한 것으로 보인다.
Q.이탈리아의 해킹팀은 해킹 조직인가? 소프트웨어 회사인가?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은 지하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는 해커들의 비밀스러운 조직은 아니다. 2004년부터 해킹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인터넷 보안업체다. 본사는 밀라노에 있지만 싱가포르와 미국 애나폴리스에 지부를 두고 있고 해마다 각국에서 열리는 유명 보안 관련 전시회와 컨퍼런스에도 자주 참여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티즌랩’과 ‘국경없는 기자회’ 같은 국제단체들은 해킹팀의 감시프로그램이 독재국가에서 인권탄압 등에 악용되고 있다며 이 업체를 ‘인터넷의 적’이라고 비난해 왔다.
해킹팀은 프로그램 프리젠테이션과 운영에 관한 기술지원, 교육을 위해 지난 2010년 12월 7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데 이어 지금까지 모두 5차례 한국에 와 국정원 담당자들을 만났다.

▲ 2013년 4월 런던에서 열린 보안 관련 전시회에 부스를 차린 해킹팀. 출처 : Ryan Gallger 트위터
Q.우리나라 말고 해킹팀의 RCS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30여 개 국가에서 70개 이상의 기관이 이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정보기구나 군,경찰 관련 정부기관이다. 해킹팀 전체 고객리스트는 이곳에서 볼수 있다.
Q.이번에 해킹된 해킹팀 내부 자료는 어디에서 볼 수 있나?
2015년 7월 6일 유출된 이후 비트토렌트와 https://ht.transparencytoolkit.org에 데이터가 공개됐다. 비밀정보 폭로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7월 9일 해킹팀 특별 페이지를 오픈해 이 자료들을 누구나 검색할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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