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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열린 청와대 100m앞, 반갑지만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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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열린 청와대 100m앞, 반갑지만 않다

익명 (미확인) | 목, 2016/12/08- 14:49

–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 위한 조건 –

그토록 오고 싶었다. 우리 가족들이 그동안 이 막혔던 청운동 입구를 지나서 청와대 100미터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여기를 들어오고 싶어서 그 동안 우리 가족들은 많은 수모를 당했다. 내팽겨쳐지기도 했다. 얻어 맞기도 했다.”

청와대 경계 100미터, 그 곳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 냈다.

지난 3일 헌정 사상 최대 인파가 모인 집회로 기록된 6차 범국민행동에는 주최측 추산으로 서울 170만 명, 전국 232만 명이 결집했다.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첫 촛불이 광화문에 켜진 후, 촛불의 행렬은 청와대에서 직선거리로 약 1.3킬로미터 떨어진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을 시작으로 주를 거듭할수록 900미터, 400미터, 그리고 200미터 청와대를 향해 나아갔다.

6차 촛불이 켜진 3일에는 집시법에서 제한하는 청와대 100미터까지 나아갔다. 성역이 무너졌다. 깃발을 든 외국인 관광객이 아닌 깃발을 든 그 어느 누구도 허락치 않았던 청와대 경계 100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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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대교에서 청와대 100미터까지 2년 7개월

2014년 4월 20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청와대로 향했던 그 날, 유가족들은 청와대에서 384킬로미터가 떨어진 진도대교에서 발이 묶였다. 그리고 2년 7개월, 비로소 청와대 경계 100미터에 설 수 있었다.

잔인했던 어버이날 밤을 넘긴 새벽을 걸어 청운동사무소 앞까지, 그리고서도 수백 명이 연행되어도 열리지 않던 길이었다. 해를 넘겨 4월 광화문 앞에서 농성을 하고서도 병풍처럼 경찰의 차벽에 가려져 닿지 못했던 그 길이었다. 유가족들과 집회 참가자들의 손에 든 위험한 물건이라고는 ‘박근혜’ 이름 석자가 새겨진 피켓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전부였다.

집시법상 집회시위가 허락된 곳은 청와대 경계 100미터였지만, 세월호 참사가 난 후 경찰의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이르는 모든 지역은 경찰이 보호하는 ‘성역’이 되었다. 모든 집회는 금지되었고, ‘박근혜’ 이름 석자가 들어간 피켓은 ‘위험’으로 인지되어 청와대로의 접근이 불가했다.

백남기와 한상균

청와대로 가는 길이 막혔던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만이 아니었다. 노동자와 농민들도 길이 막혔다.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가 열렸다. 집회는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정부 각부처가 참여하는 공안대책회의가 열렸고, 정부 공동담화가 발표되었다. 경찰은 갑호비상령을 내렸다. 곧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증폭되었고 경찰은 노동자 농민의 시위에 ‘불법’과 ‘폭력’의 딱지를 붙여서 언론 플레이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약을 지키라 했던 농민들의 상여는 처참히 깨졌다. 그 길에서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에 닿지 못하게 세종로와 종로 1가에 발을 묶는 데 경찰버스 679대와 물대포 19대가 동원됐다.

그 날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6시간 40분 동안 거리에 쏟아 부은 물의 양만해도 202톤이고, 백남기 농민을 향했던 충남 살수차 9호가 6시 30분부터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기까지 불과 40분 동안 최루액과 함께 쏟아 부은 물은 4000리터였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는 올 해 7월 이 날의 책임을 물어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 되었다.

길이 다르지는 않았다. 작년 민중총궐기에 있었던 수 만 명도 청와대를 가려했었다. 요구가 그리 다르지도 않았다. 아니 2016년의 11월에는 이보다 더 많은 수십 배의 인파가 청와대로 향했다. ‘하야’와 ‘퇴진’이라는 요구도 오히려 작년 보다도 더욱 구체적이었다. 그러나 정부 공동담화도 갑호 비상령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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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불편한 법원의 결정

10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권력의 정당성에 금이 가고 거리에 촛불을 든 시민들이 압도하면서 경찰은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청와대는 성역이었다. 청와대 인근에 집회신고를 하면 경찰이 금지통고와 조건 통보를 했다. 그러나 법원이 길을 열었다.

법원은 “집시법을 엄격하게 해석할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 사건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고,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집회에 대한 허가 금지를 선언한 헌법정신” 등을 언급하며 청와대 앞을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에 내주었다.

반가운 법원의 결정에도 한편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다. 지난달 12일 3차 촛불을 앞두고 법원은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어른·노인을 불문하고 다수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집회이고 “집회 참가인들이 그동안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비춰볼 때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능히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26일에도 법원은 “그 간의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며 집회 참가자의 손을 들어 주어 청와대에서 200미터 지점까지 허용했다. 또 법원은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번 집회의 특수한 목적상 사직로. 율곡로가 집회 및 행진 장소로서 갖는 의미가 과거 집회들과는 현저히 다르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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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또 청와대 앞에서 만나려면

그러나 지금 우리가 든 촛불이 과거의 집회와 그리 다를까? 백남기 농민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거리에서 외치고 싶었던 이야기가 촛불을 든 시민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무엇이 그리 달랐을까.

모든 사람은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헌법상 보장된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마땅히 누리는 권리지 경찰과 법원이 허락해야 하는 특권이나 시혜가 아니다. 청소년·어른·노인을 불문한 다수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집회이건, 혹은 특정 집단의 집회이건 가리지 않고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정치인과 보수언론들은 민주노총과 같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롯한 정부에 반대하는 많은 투쟁을 ‘전문시위꾼’의 싸움으로 매도했다. 이런 프레임은 이들의 투쟁을 경찰 차벽으로 가로막고, 최루액과 물대포를 쏘며 청와대로 가지 못하도록 정당화 시키는 데 이용되었다. 그러니 백 만이 넘는 이들이 촛불을 들고나서야, 혹은 정권의 정당성에 균열이 생기고 나서야 열린 이 길이 마냥 반가울 수는 없다. 백 만의 촛불이 아니어도, 오히려 많은 국민들이 알지 못해 널리 지지를 받지 못하는 ‘목소리’ 없는 이들에게도 당연히 청와대 100미터는 열려 있었어야 하는 길이었다.

법원이 그동안 평화적으로 집회를 했으니 조금 더 허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밝힌 것 역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모든 집회는 집회 주최자가 평화적으로 집회를 개최할 의도를 표현한 이상 평화적인 집회로 간주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내 기억 대부분의 집회는 그러했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찾는 싸움도, 그 어느 노동자, 농민들의 싸움도, 작년 민중총궐기 역시도 평화적 집회 개최의 의지를 표명했었다.

과거에 평화적인 집회를 했는지 여부를 평가해 경찰이든 법원이든 다음 집회를 ‘허가’하는 근거로 삼는다면 이후의 집회 역시 여러 번의 집회를 통해 평화적이라는 것을 입증해서 경찰과 법원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특권과 시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민주주의의 결여는 거리에서 말할 자유 ‘없음’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시민들은 거대한 경찰과 대통령을 엄호하는 권력에 균열을 만들어 내며 그 공간을 되찾아 가고 있다. 촛불이 청와대 앞 100미터로 갔다. 그러나 경찰이 금지통고를 하고 비로소 법원이 금지통고에 대한 가처분 결정이라도 내야 집회를 할 수 있는 현실을 그대로 놓고서 우리가 언제까지 청와대 100미터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백 만이 모이지 않더라도, 그 수가 100명이라도 그 낮은 ‘목소리’들이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이 듣고 보도록 구호를 외치고, 촛불을 들고 행진을 할 수 있는 권리는 빼앗길 수 없는 인권이다. 이를 지켜야 우리가 어렵게 되찾아가고 있는 민주주의의 공간을 잃지 않는다.

 

인권10대뉴스 투표에 참여하며 올해의 후보로 올라온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좋겠다. 올해 인권의 이름으로 있었던 많은 싸움들이 거리로 나오려 할 때, 헌법에서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이 권리가 어떻게 가로막혔었는지를 “과거의 집회”들을 살펴보며 한 번 더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청와대 100미터를 민주주의와 인권의 공간으로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청와대를 향해 평화로운 집회와 행진을 할 자유는 빼앗길 수 없는 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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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인권10대뉴스와 숨겨진인권뉴스 투표는 12월 11일(일)까지 진행된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략캠페인팀 변정필 팀장이 기고한 글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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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사만 아리아니(좌)와 아잠 장그라비(우)

 

이란의 히잡 강제 착용법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활동가 야사만 아리아니에게, 이란 활동가 아잠 장그라비가 편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야사만.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몇 줄이라도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저는 최근에야 당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당신의 세계관에도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압니다. 당신도 이 부당한 현실에 지쳤다는 것을.

야사만, 지금은 감옥에 갇혀 계시죠. 적절한 환경에서 생활하지도 못하고 고통받고 계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며칠 전, 캐나다의 한 여성이 이란 여성들의 상황에 대해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당신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신이 24세의 나이에 히잡 강제 착용법에 용감하게 맞섰으며, 그 때문에 징역 16년형을 선고받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혁명 거리의 여성들(Girls of Revolution Street)” 운동에 대해서도 전했습니다. 나스린 소토데, 비다 모바헤드, 나르제스 호세이니, 모지간 케샤바르즈, 사바 코르다프샤리의 이야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여성에게 무거운 형을 선고하고, 여성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억압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캐나다 여성은 제 말을 쉽게 믿지 못하겠죠. 그에게는 그런 대우를 받지 않을 모든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 말처럼 우리의 이야기, 당신이 고통받은 이야기와 당신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는 믿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기억할 것입니다.

야사만, 세계가 다시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잠 장그라비

야사만, 저는 ‘블루 걸’ 사하르 코다야리의 불탄 시신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도 공유했습니다. 여성은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자, 캐나다 여성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라고 하더군요. 사하르는 경기장에 갔지만 체포되어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법원을 나서는 길, 그녀는 항의의 의미로 분신했으며 결국 숨졌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언제나 고통과 눈물, 불신과 침묵이 돌아왔습니다.

야사만, 당신은 법과 관행이 여성에게 가하는 부당함에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당신이 즉시 석방되기를 기원합니다. 세계가 다시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용기 있는 항의의 목소리가 이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역사는 당신의 목소리를 기억할 것이고, 이처럼 노골적인 불의는 사라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당신의 석방을 기원하며, 자유롭고 번영하는 이란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잠 드림

 

수, 2019/12/1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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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소년, ‘불법이기 쉬운 삶’을 거부하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인터뷰

 

여성 청소년들은 성적 권리 Sexual Rights의 ‘주체’로 인식되기 보다는 ‘무성적 존재’ 혹은 ‘피해자’로만 인식됩니다. 우리는 여성 청소년의 성性이 금기가 되는 세상을 거부합니다. 모든 여성 청소년들은 어떠한 공포나 강압, 차별 혹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성적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활동가를 만나 여성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2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정지원입니다. 활동명은 오리입니다. 여성 청소년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고민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정지원 활동가

‘위티’는 스쿨미투를 계기로 만들어진 청소년 페미니즘 네트워크예요. 여성 청소년에 대한 보호주의나 미성숙 담론에 대해 반대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여성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단체나 청소년 단체와는 다른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이기 때문에 페미니즘 이슈를 청소년 시각으로 해석하려 하고, 청소년 이슈에서도 페미니즘 시각을 잃지 않으려는 등 꾸준히 위티의 관점을 갈고 닦는 중에 있습니다.

우선, 여성 청소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한국 사회에서 여성청소년으로 살아가는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불법이기 쉬운 삶’인 것 같아요. 친권자의 동의 없이 숙박, 경제활동, 피해 사실 신고도 불가하고, 상담을 받는 것도, 약을 처방받는 것도, 선거운동이나 정당활동을 하는 것도 불법이 되는 삶.

지원 님은 청소년 페미니스트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페미니즘 활동으로 사회를 변혁시키겠다는 목적보다는 스스로의 변화를 위해 시작했어요.

예전의 저는 ‘왜 내가 이런 환경에 있기까지 어른들은 도와주지 않는가?’ 생각하면서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호해주기 원하는 피해자 정체성을 띤 사람이었어요. 그러던 중 ‘위티’에서 진행하는 콘돔전시회 포스터를 보았고, 제가 이전에 접했던 페미니즘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성 청소년은 약자로만 여겨지기 쉬운 계층인데, 스스로를 피해자로만 정체화 하지 않는 부분에서 저 개인의 경험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시각을 발견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고, 그 계기로 청소년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서는 주체로서 존재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했는데요, 청소년 ‘보호주의’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청소년의 보호자는 친구일 수도, 애인일 수도, 먼 친척일 수도 있는데 꼭 ‘친권자’인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상담이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위험하게 느껴져요. 성폭력을 당해서 상담기관에 가면 부모에게 먼저 알리라고 하는데 그러면 많은 청소년들은 상담 받기를 포기하고, 사후피임약도 처방받지 못해서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부모에게 자신의 성에 대해 말하기 쉬운 청소년이 있을까요? 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를 향한 주된 협박 내용이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사실이었다는 것만 봐도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가운데, 가정 내에서도 여러 위계와 권력들이 작용되어 청소년이 오히려 보호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폭력 상황이 부모로부터 오는 상황도 많고, 또 성폭력 상황을 부모에게 알렸을 때 또 다른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죠. 보호자가 부모여야 한다, 청소년은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의 전제는 청소년의 안전을 가정에 맡겨버린다는 의미인데, 청소년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부모가 아닐 수 있고, 부모가 오히려 위험한 존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친권자,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여러 법제도가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맥락을 조금 더 세심하게 고려한 법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N번방 사건 이후 청소년 보호주의가 더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로서 내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페미니즘 안에서도, 여러 의제나 미디어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언어는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미디어가 묘사하는 N번방 피해자들의 모습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반드시 돈이 없어서 성을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비행청소년도 아니었습니다. ‘왜 일탈계에서 성적인 걸 표현하냐, 친구들끼리 하면 안되냐, 합법적인 공간에서 그런 이야기 하면 되지 않냐’ 등 피해자들을 향한 여러 반응이 있는데, 사실 그런 공간은 여성 청소년에게 없어요. 어디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성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보통 여성 청소년의 성은 대상화가 되거나, 범주 밖의 금기시되는 성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탈계가 아니더라도 어디서도 이들의 성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다시 보호주의로 돌아가는 걸 경계하는 이유도 이 맥락 안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요.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여성 청소년의 성을 억압하려 하지만 사실 그런 방법으로는 여성 청소년은 절대 안전할 수 없어요. 생리대도 감추라고 하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 청소년이 성에 대해 말하고, 성폭력 피해를 바로 말할 수 있을까요? 성폭력 피해 자체도 성경험으로 보고, 강간과 성관계 자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혹은 구분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회에서요.

가끔은 왜 어른들이 청소년을 보호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보호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보호되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대부분이 보호가 아닌 통제가 되고, 여성 청소년의 선택권을 좁히고 위험하게 하는 일이 된다는 사실 또한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성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안전하게 발현될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상상하게 됩니다. 관련하여 위티에서 ‘콘돔전시회’를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소개해주시겠어요?

저는 ‘콘돔전시회’ 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과 성과 관련된 고민이나 생각을 나누면서 ‘위티’가 안전한 공간임을 느꼈어요. 당시에 저희가 새로운 윤리적 지대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정말 새로운 윤리적 지대를 가지게 된 느낌이었어요. 각자가 경험한 감각을 공유하고, 긴 글을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합의점, 공통감각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언어를 찾게 된 것도 큰 경험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에게 성과 관련된 언어는 이성애자 남성, 그 중에서 비청소년 남성이 사용하는 언어가 전부였어요.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지우거나 둘 중 하나인 그런 언어들이요. 그런데 콘돔전시회를 계기로 남성 중심의 언어에서 벗어나 이전에는 한 번도 질문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질문하며 저만의 고유 언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는 몸을 긍정하고 있는가? 나의 섹슈얼리티는? 나의 이러한 감각은 섹슈얼리티인가? 나는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등 사회 혹은 학교에서 만들어진 통념을 벗어나 스스로가 느끼는 감각을 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즘도 활동가들과 함께 ‘콘돔전시회’ 도록을 보곤 해요. 섹슈얼리티에 대한 보호주의 신화가 깨지고, 주체적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계기였고, 그 때 느낀 공통 감각이 이후 N번방 논평, 낙태죄 관련 릴레이 에세이 등의 프로젝트까지 이어졌습니다.

위티 ‘콘돔전시회’ 활동 모습

위티 ‘콘돔전시회’ 활동 모습

얼마 전 스쿨미투 가해교사가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위티와 같이 꾸준히 목소리를 낸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스쿨미투 운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간혹 스쿨미투가 지난 의제처럼 들려질 때가 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쿨미투 재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하는 것, 관련 청원이 올라왔을 때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참여하는 것 등 우리가 지속적으로 연대할 부분이 많이 있어요. 기숙학교의 경우 기숙사 침입 등의 이슈가 꾸준히 발생하는데, 학생들은 대학진학이 중요하기 때문에 큰 처벌을 내리지 않는 등 사건이 대충 덮이고는 해요. 이 부분은 단체 내 기숙학교 출신 활동가들과 함께 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위티에서 다같이 스쿨미투 재판을 간 적이 있었어요. 보는 눈이 많은 공적인 상황이었음에도 교사와 학생 사이에 권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교사가 참관한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거나, 피해자들이 얼굴을 가리고 들어오는 등 폭력성이 드러나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스쿨미투는 주로 사건의 피해자가 참다가 익명으로 터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건뿐 아니라 사소한 일상 속 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안전하게 문제 제기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학교 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폭력과 교육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서 피해자들이 무력감을 학습하고, 언어 폭력을 당하고, 고립되는 등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스쿨미투 이야기에 이어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학교 안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이야기하면 보통 분위기가 어떤가요?

예전에 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하자센터가 함께한 10대연구소에서 ‘학교 내 페미니즘 혐오’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학교에서는 전반적으로 사회 이슈에 대해 토론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젠더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는 정말 어렵죠. 또래 친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어떻게 하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더 자유롭게 성적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일단 학교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학교는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순수하길 요구하고 청소년의 정당활동뿐 아니라 정치활동도 금지하는데, 여기서 정치활동이라고 함은 선동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이라는 의미로 쓰여요. 그 안에 페미니즘도 포함시켜서 금지하는 거죠. 학교 자체가 논쟁을 꺼리는 공간이고, 학생들이 논쟁할 수 없게 만드는 공간이다 보니, 교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당사자들조차 충분히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거나 쉬쉬하며 진행되는 등 민감한 문제, 예민한 문제라며 피하곤 해요.

또한 학생들 인터뷰를 하다 보면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입장이 많아요. 학생들, 특히 고등학생들은 입시로 인해 매우 바쁘고 꽉 찬 삶을 살고 있어서 뭔가를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권리, 시간을 쓸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없는 듯 해요. 이러한 부분에서 청소년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성적 권리에 대해서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 모습

청소년들이 직접 페미니즘 교육을 기획하고 교육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교육활동가 양성 프로젝트 는 청소년이 교육받는 존재에서 나아가 직접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페미니즘 교육입니다. n번방, 학내 성폭력, 구시대적인 성교육 표준안을 넘어선 새로운 페미니즘 교육을 고민하며 기획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교육자의 전문성이라는 것은 학력이나 나이, 경력 등으로 담보되었는데, 저희는 전문성에 대해서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당사자성이 전문성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저희가 닦아온 청소년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와 감각이 새로운 전문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관련하여 여러 기초교육을 받으며 교육자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안을 완성한 상황이고, 3월부터 ‘위티’ 내부강의, 학교 강의, 열린 강연 등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네 팀으로 나눠서 청소년 페미니즘, 학내 페미니스트, 정치 사회참여 청소년, 가정 내 청소년 등 다양한 주제에 맞추어 강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다들 안전하셨으면 좋겠어요. 몸도 마음도 무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청소년이 안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들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항상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동료가 있으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하고 싶어요. 주변에 동료 한 명이 있는지 없는지 그 차이가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성을 긍정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쉽게 피해자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데, 청소년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를 발견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위티는 어떤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가요?

1차적으로는 동료가 없는 분들,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대단한 활동을 하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동료를 찾으러 오시는 분들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페미니즘이 어렵게 느껴지는데 과연 내가 페미니스트라 해도 될까? 고민하는 분들도 오시면 좋겠어요!

위티의 2021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

위티는 함께 페미니즘 영화를 보거나 작은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페미니즘 동료를 만나고 활동을 시작하는 집행위원회 ‘별별 기획단’과 단체의 운영을 고민하고 회원조직, 전국의 청소년 페미니즘 단체들과 네트워킹하는 운영위원회 ‘도란도란’을 모집하고 있어요.

2021년 위티의 말하기를 함께하고 싶은 모두를 환영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알고, 이를 옹호할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과 재생산 권리’ 라는 이름 자체는 생소하지만, 그것의 속성은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내 몸과 관계에 대하여 자유롭게 표현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 성과 재생산 권리(Sexual and Reproductive Rights)

  • 자신의 몸, 건강, 성생활, 성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
  •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요청하고 받을 권리
  • 피임을 포함한 임신의 여부와 시기를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
  • 원하는 가족의 형태를 선택하고 구성할 권리
  • 강간과 그 외 성폭력 등의 차별과 강요,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전 세계 많은 곳에서는 가족, 공동체, 종교기관, 국가 등이 개인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통제하고 억압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혹은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성과 재생산 권리는 침해되기 쉬운 영역이 되곤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의 몸과 삶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 즉 성과 재생산 권리가 있습니다.

관련하여 국제앰네스티는 청소년(만 16세~19세)이 성과 재생산 권리를 알고 옹호할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아래 설문조사 링크를 클릭하여,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D
 

설문조사 링크 바로가기 >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심볼

월, 2021/03/0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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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배우와 함께한 BRAVE 촬영 현장

김선영 배우와 함께한 BRAVE 촬영 현장

두근두근, 촬영의 시작

2021년 5월 26일 강남의 한 스튜디오가 조명과 카메라 세팅으로 분주합니다.

바로 오늘이, 국제앰네스티의 새로운 후원 캠페인 BRAVE를 촬영하는 날이기 때문이죠. BRAVE 캠페인은 #우린더이상두렵지않아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최근 심각해지는 디지털 성착취를 많은 대중들에게 알리고 참여와 연대를 독려하기 위한 후원 캠페인입니다. 곧 TV와 SNS를 통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김선영 배우입니다. 응답하라 1988, 사랑의 불시착, 허스토리 등에서 친근한 연기로 많은 분께 사랑받는 김선영 배우는 국제앰네스티를 10년 넘게 후원하고 있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지지자입니다.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이번 캠페인에 흔쾌히 참여해 주었어요.

김선영 배우와 함께한 BRAVE 촬영 현장

“오늘은 배우 김선영으로 온 게 아니라 앰네스티 지지자로 온 거니까
연기하지 않고, 인간 김선영으로, 마음으로 해볼게요.”

“액션!”

슬라이트가 쳐지고 큐 사인이 떨어지자 모두 숨을 죽이며 김선영 배우를 바라보았습니다. “이제는, 그들이 두려워할 차례입니다.” 어둠 속에서 조명이 켜지고, 비장하고 절실하게 한 마디 한 마디 대사를 소화하는 김선영 배우를 보면서 현장 모든 사람이 그 아우라에 압도되었습니다.

여러 작품을 소화하느라 전 날에도 잠을 거의 자지 못했음에도 모든 컷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일일이 모니터를 확인하고 보이스를 직접 들으면서 본인이 더 좋은 컷이 나올 때까지 스스로 ‘다시 갈게요’를 외치며 카메라 앞에 서는 그를 보며 진정한 프로라는 느낌이 들었고, 이번 캠페인이 잘 될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김선영 배우와 함께한 BRAVE 촬영 현장

김선영 배우와 함께한 BRAVE 촬영 현장

#우린두렵지않아 – 디지털 성착취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

마지막 컷이 끝나고, 후원회원으로서 김선영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전철역에서 우연히 앰네스티 모금가를 만나 후원을 하게 되었다는 김선영 배우는, 일이 바빠 아는 이슈가 없다고 하면서도 계속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앰네스티와 BRAVE 캠페인의 활동을 지지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디지털 성착취 뿐 아니라 모든 인권문제의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월, 2021/06/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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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받던 중기지방재정계획의 역습!

행안부, 재정평가에 중기계획 관련지표 신설 50점 배정

기초지자체 108곳 세입예측 오차율 25%... ‘엉터리

 

나라살림연구소 서호성 책임연구위원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다 계획이 있었다. 지방자치단체 중기지방재정계획 얘기다.

 

행정안전부는 해마다 실시하는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평가지표에 계획성 분야를 신설해 총 1000점 중 20%200점을 2020년부터 부여한다고 지난 63일 발표했다. 신설되는 계획성 분야는 중기재정계획 반영비율과 지방세수 오차비율, 이월액-불용액비율 등 3가지 지표. 이 중 중기지방재정계획 반영비율 지표는 중기계획 중 정책사업비의 실제 사업예산 반영비율을 살펴봄으로서 중기지방 투자사업의 계획성을 높이고자 만든 것으로 50점이 반영된다.

 

<행정안전부 재정분석 평가지표 변화>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방재정법 상 의무사항인 지방자치단체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이 형식적으로 이뤄져 지방재정의 중장기 계획적 운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중기지방재정계획수립에 소홀한지는 중기재정계획 해당회계연도의 마지막 세입예측 결과와 실제 결산 후 세입결과의 큰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08곳의 지자체가 25% 이상 세입 예측-결과 오차율(3년 평균)을 기록했고, 17개 광역지자체 중 10곳도 10% 이상 오차율을 보였다.

 

심지어 당연히 일치해야 할 중기계획의 해당연도 최종 세입예측과 그 해 예산 세입편성액도 큰 차이로 틀려 중기지방재정계획이라는 용어 자체가 민망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A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연구용역보고서 사례>

<나라살림연구소의 B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연구용역보고서 사례>

 

중기지방재정계획은 지방재정의 계획적 운용을 위해 수입과 지출수요를 중·장기적으로 전망하여 수립한 5년간의 연동화 계획. 지방재정법 제33조와 시행령 382에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작성하도록 돼 있다.

 

중기지방재정계획은 지방자치단체의 비전과 정책우선순위를 반영하여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재정의 예측가능성을 제고 개별사업 검토 중심의 단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전략적 재원배분 기능 강화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하는 중·장기 중점재원 투자방향 및 주요사업계획을 반영하여 국가와 지방의 재정적 연계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중기지방재정계획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연계하지 않고, 재원의 우선순위, 세입의 예측수준이 낮으며, 매년 예산과의 구속력이 낮고 계획변경도 잦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실정이다.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의 중기지방재정계획 세입예측과 실제 결산 후 세입결과를 비교해 보면 중기지방재정계획이 얼마나 엉터리로 작성되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고 있는 지방재정 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 365“에 공개돼 있는 2016~2018년 중기지방재정계획과 결산 후 세입을 비교해 본 결과 3년간 세입오차율의 기초단체 평균은 24.88%에 달하고, 광역단체 평균도 12.63%에 달한다.

 

3년간 평균 오차율이 제일 큰 기초지자체는 경기이천시로 무려 50.30%를 기록했다. 이천시의 2018회계연도 오차율은 무려 63.24%에 달한다. 경기포천시(48.36%), 충남부여군(47.82%), 전남무안군(46.35%), 경남진주시(44.30%)가 그 뒤를 이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기지방재정계획 세입예측 3년간 평균오차율 큰 순위>

지방재정365 재구성

 

반면 전북완주군의 3년 평균 오차율은 7.15%로 낮은 순위 1위를 차지했고, 전남광양시(10.09%), 대구달서구(11.04%), 경북칠곡군(11.17%), 경기광명시(11.55%)가 그 뒤를 이어 중기재정계획의 세입예측을 정확히 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기지방재정계획 세입예측 3년간 평균오차율 작은 순위>

지방재정365 재구성

 

광역지자체의 경우 세종본청이 3년 평균 오차율 29.43%로 제일 컸고 제주본청(19.19%)과 서울시청(19.02%), 강원본청(18.26%) 순이었다.

 

<광역지방자치단체 중기지방재정계획 세입예측 3년간 평균오차율 큰 순위>

지방재정365 재구성

 

각 지자체가 올해 작성하는 2021~2025년 중기지방재정계획부터라도 지방재정법 취지에 맞게 제대로 수립하려면 지역발전 및 재정운용의 목표·전략 등 기본방향이 제대로 수립돼야하고, 목표·전략에 맞는 정책사업을 개발하여 반영해야 하며, 중기지방재정계획의 기본인 정확한 세입추계에 더욱 노력을 기울어야 하고, 중기지방재정계획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절차를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담아야 한다.

화, 2020/06/3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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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살뜰 지방재정

부산진구, 공시지가 바로 잡아 대기업에 재산세 10억 원 추가 징수

잘못된 비교표준지 선정 탓 롯데백화점 부지 공시지가 축소 밝혀내

 

나라살림연구소 서호성 책임연구위원

 

이상하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공시지가를 바로잡아 대기업을 상대로 2019년 한해에만 10억 원의 재산세를 더 걷었는데도 기사가 몇 개 없다. 이런 미담은 널리 알려져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퉈 벤치마킹해야 할 텐데. 할 수 없이 공공재정의 혁신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나라살림연구소가 나선다.

 

부산시 부산진구는 지난해 롯데백화점을 상대로 자칫 누락될 뻔한 10억 원의 재산세를 더 걷어 들였고, 앞으로도 해마다 10억 원 + α의 재산세를 걷을 수 있게 됐다. 롯데백화점 부지의 공시지가가 인근지에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점을 수상하게 여긴 세무1과와 부산진구의회가 협업해 롯데백화점 부지의 공시지가를 바로잡은 결과다. 원인은 롯데백화점 부지의 공시지가를 결정하는 비교표준지를 잘못 선정했기 때문.

 

부산시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공시지가 조정으로 인한 세입 증대 결과

개별공시지가 상향 조정

16,560천원/㎡ → 23,410천원/

재산세(건축물)76백만원 증가

2,119백만원 2,195백만원

재산세(토지분)928백만원 증가

2,464백만원 3,392백만원

 

 

역사는 우연일까? 애초 부산진구는 롯데백화점을 상대로 세금을 더 걷을 의도가 1도 없었다. 오히려 최근 몇 년 들어 공시지가 상승폭이 높아서 롯데백화점을 비롯, 부산진구의 재산세 납부자들의 민원이 폭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하지만 상승한 공시지가로 인한 지방세 세수 증대폭이 얼마나 될까 검토하던 중, 부산진구의 가장 중심지에 위치해 부지이용 상황이나 특성이 매우 양호한 롯데백화점 부지 개별공시지가가 인근지보다 낮은 사실을 발견했다. 롯데백화점 부지의 비교표준지 공시지가가 인근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보다 매우 낮았던 것.

 

별공시지가는 지방세,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는 물론 각종 부담금 및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기준, 현역입영제외 기준, 학자금 대부 기준 등 60여종의 각종 정책 수행에 활용되는 매우 중요한 자료. 과소평가된 개별공시지가는 조세 누락 및 정책 수행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표준지공시지가는 국토교통부가 정하지만 이를 참고해 정하는 개별공시지가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롯데백화점 및 호텔 부지를 중심으로 인근 60필지에 대한 표준지가격 전수확인 결과, 롯데백화점 및 호텔부지의 비교표준지 가격은 8.3% 상승에 불과한 반면, 인근 표준지가격은 30%100% 상승했고, 당연히 롯데백화점 전년도 개별공시지가 또한 인근지보다 매우 낮게 공시된 것을 확인했다.

 

‘2019년 적용 개별공시지가 조사·산정지침에는 조사대상 토지와 동일용도 지역 안에 있는 유사가격권의 표준지 중에서 조사대상 토지와 토지이용상황이 동일한 표준지를 선정 한다고 돼 있으나 롯데백화점 부지와 비교표준지는 위치도 멀리 떨어져있는데다 지침 상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세무 1과장은 구청장에게 롯데백화점 부지에 대한 조세누락 등 문제점과 비교 표준지 교체 추진을 보고하고, 자신이 부산진구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당연직 위원인 만큼 위원회 개최 시 이러한 사실을 밝혀 공시지가를 바로잡기로 했다. ‘부산진구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위원인 구의원 2명에게도 사실을 미리 알렸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또 벌어졌다. 해당부서인 토지정보과가 롯데백화점 부지의 비교표준지 교체에 거세게 반대한 것. 2019514일 열린 부산진구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심의회에서 세무1과가 롯데백화점 부지 공시지가 잘못 산정된 여러 근거자료를 제시했음에도, 감정평가사 위원들이 롯데백화점 대변인처럼 각종 지식을 앞세운 반대주장을 이어나간 끝에 표결을 하게 되었고, 세무 1과장, 구의원 2인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안건이 부결됐다.

 

부결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부산진구의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구의회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부산진구 부동산가격심의회 및 개별공시지가 산정 과정과 해당토지의 비교표준지 선정과정 등을 조사하겠다고 예고하는 한편 결정·공시된 개별공시지가에 대해 구의회 차원에서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구청도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심의위원 5명을 재위촉했다.

 

이런 노력으로 롯데백화점 개별공시지가는 16,560천원/에서 23,410천원/으로 상향 조정돼 매년 재산세 등 1,004백만원 + α 및 부동산 교부세를 추가 확보하게 됐다.

 

부산진구는 각 지방자치단체 세무부서에게 모든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소유의 부지, 공공기관의 부지에서 매각된 부지, 대형유통시설 부지, 학교부지, 금융기관 소유부지 등의 개별공시지가 산정의 적정여부를 확인하여 인근부지와 균형성, 객관성, 공정성이 현저히 결여되었다면 이의 신청 등 조정을 통하여 지방세입 확충을 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지난 2월 발표된 2020년 표준지공시지가 변동률은 전국 6.33%, 작년(9.42%) 대비 3.09%p 하락했지만 최근 10년간 평균 변동률(4.68%) 대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7.89%, 광주 7.60%, 대구 6.80% 등 순으로 상승하였으며, 울산이 1.76%로 전국에서 가장 낮게 상승했다.

 

 

연도별 표준지공시지가 전국 변동률 현황(단위 : %)

구 분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변동률

1.98

3.14

2.70

3.64

4.14

4.47

4.94

6.02

9.42

6.33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시도별 표준지공시지가 변동률(단위 : %)

구분

전국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19

9.42

13.87

10.26

8.55

4.37

10.71

4.52

5.40

7.32

`20

6.33

7.89

6.20

6.80

4.27

7.60

5.33

1.76

5.05

구분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19

5.91

5.79

4.75

3.79

4.45

6.28

6.84

4.76

9.74

`20

5.79

4.39

3.78

2.88

4.06

5.49

4.84

2.38

4.44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이와 관련성이 깊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세 관련 변동 상황을 살펴보면, 201385,645억 원이던 지자체 재산세는 2018117,955억 원으로 해마다 6~8%의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전체 지방세에서 재산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부산진구의 사례처럼 공시지가가 제대로 산정돼 지방세가 제대로 걷히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산세 등 지방세 부과징수 현황(단위 : 백만원, %)

출처 : 지방재정 365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산세 등 세수 신장률 변화 현황(단위 : 백만원, %)

출처 : 지방재정 365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산세 등 도시군세 비율 변화 현황(단위 : 백만원, %)

출처 : 지방재정 365

 

 

화, 2020/07/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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