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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과 친구들의 어느 멋진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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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과 친구들의 어느 멋진 가을날

익명 (미확인) | 목, 2016/10/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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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술을 좋아하고, 누구는 먹는 걸 좋아하고, 누구는 ‘멍 때리기’를 좋아한다. 저마다 제각각인 사람들이 민변에서 만나 “아무것도 없이, 우리 돈 내 가면서” 공익인권변호사모임을 만들었다.

그게 벌써 5년, 6명이 모여 시작했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이하 희망법)이 어느덧 변호사 8명에 상근자 2명까지 10명의 식구를 꾸렸다. 이제 집회와 표현의 자유 팀을 새로 꾸려 한 번 더 발돋움을 준비하고, 이를 위해 후원주점도 열었다. 지난 10월 22일 열린 희망법 후원주점 ‘바람막이’ 현장에서 만난 8명의 민변 회원들에게 각자의 ‘희망법’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희망법을 만든 것 자체가 사건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멀리 달려올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특정 인권 영역에 집중하는 단체도 아니고, 특별히 오래 버틸만한 탄탄한 기반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한가람 변호사는 “민변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는 자체, (희망법을) 만들었던 과정 자체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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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선영 변호사

희망법 구성원들에게 희망법은 직장 혹은 활동의 베이스캠프 이상의 의미다. 한가람 변호사는 희망법이 “월급 주는 데이기도 하고, 내 새끼이면서 분신”이라고 말했다. 서선영 변호사는 ‘1차 집단’이라고 표현했다. 가족, 친구 등 1차 집단은 비교적 영구적이고, 친밀하며, 개인의 성격과 개성에 깊이 관여한다. 그런 면에서 서선영 변호사의 표현은 가장 적절한 말 같아 보였다. “보통 직장이 가족 같다는 말은 되게 안 좋은 말이잖아요? 그런 말이 아니고, 저의 정서, 감정, 고민, 생각, 이런 것들이 다 들어있는 곳이 희망법인 것 같아요.”

김동현 변호사는 구성원들에게 낯 간지러운 애정표현을 자주 한다. 그에게 희망법은 “정말 제가 존경하는, 함께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해 준 공간이다. 희망법을 처음 만들고 3-4년 쯤 지난 어느 날, 목욕탕에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 이렇게 존경스러운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알고 나와 같이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래서 술 마시다가도 갑자기 “저는 여러분이 너무 사랑스러워요”라고 고백한다고.

숨가쁘게 달려왔네 희망법IMG_7791

후원주점 벽에 붙어있던 희망법의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들

희망법은 장애, 성별지향·성적 정체성(SOGI), 기업과 인권 분야에 대해 팀을 구성해 집중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장애 분야에서는 장애인의 선거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장애인 기표소 개선 등을 요구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시각장애인이 독서확대기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축소본 시험지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광주광역시 교육청이 교원임용고시에 응시한 뇌병변장애인에게 충분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채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불합격 처리한 일을 중심으로 공무원 시험에서 장애인 응시자에게 충분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일련의 소송도 진행 중이다.

SOGI 팀은 국내법 중 유일하게 동성애를 처벌하는 규정인 군형법상 ‘추행’죄(제92조의 6)를 폐지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에 대해 세 번째 합헌 판결을 내렸지만, 한가람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결정의 문제점을 국내뿐만 아니라 유엔 인권기구 등에 알리고, 제20대 국회에서의 폐지운동과 함께 헌법소원을 다시 제기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동성결혼 신청을 계기로 동성결혼 인정을 요구하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7월 1심에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혼인신고 불수리처분 불복신청을 각하 처분했다. 류민희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인단은 앞으로 한 퀴어 부부의 혼인신고 불수리처분 불복신청이 각하될 때마다 2배수의 새로운 퀴어부부를 원고로 소송 당사자들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희망법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퀴어 이슈와 관련해 가장 첨예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법률가 조직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기업과 인권 분야에서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일터 괴롭힘’을 정리하고 정의했다. 서선영 변호사는 일터 괴롭힘을 “일터에서 조직적이거나 개인적으로 당하는, 과로나 모욕적인 말 등으로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해치고 존엄을 침해하는 문제”라고 정의했다. <일터 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람들>이라는 책도 내놓았다. 여러 인권단체와 1년간 세미나를 통해 연구하고 공부한 내용을 서선영, 이종희 변호사와 인권연구소 ‘창’의 류은숙 활동가가 함께 정리했다. 국내사례로 일터 괴롭힘을 정의하고 제시하는 첫 번째 책이다.

포털사이트 ‘Daum’이 운영하는 컨텐츠 크라우드 펀딩 ‘스토리펀딩’을 통해 연재된 일터 괴롭힘의 사례에 시민들은 너도나도 공감을 표시했다. 이종희 변호사는 “민변 총회에서 서선영 변호사님이 <일터 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람들> 책을 팔았는데, 100권 다 팔렸다고 한다”며 감사를 전했다.

사람은 적지만 캐릭터는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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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맑음’과 ‘무엇을 맡을지 찾고 있다’고 밝힌 김재왕(좌), 최현정(우) 변호사

희망법 구성원들에게 각자 자신이 희망법에서 하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 것 같냐고 물었다. 대답은 저마다 제각각이라, 김재왕 변호사는 ‘해맑음’을, 이종희 변호사는 ‘모범’을 담당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현정 변호사는 김재왕 변호사를 보며 “나는 아직 희망법에서 무엇을 담당할지 찾고 있어.”라고, 조곤조곤하지만 또렷하게 말했다. 조그만 모임에서 많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지만 캐릭터는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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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맞이로 분주하게 일하는 이종희(위), 조혜인(아래) 변호사

이종희 변호사는 정해진 ‘매뉴얼’을 잘 지킨다. 후원주점 티켓을 팔라면 팔아오고, 서류에 무언가를 기록하고 기입해두라고 시키면 그대로 한다. 꿈도 모범적이다. “변호사로서 좀 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단체 활동가로서 기획이나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업무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는 꿈이라니. 꿈이 재미없기로는 조혜인 변호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SOGI 팀 업무에 대해 변호사들이 해야 하는 일을 좀 더 잘 담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서 후배 변호사들이 어떻게 하면 잘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별명이 ‘잔더’, 사실 ‘한잔더’라고 밝힌 서선영 변호사의 꿈은 희망법에 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혼돈의 카오스’ 상태인 책상을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김재왕 변호사는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고 맞장구쳤다. 스스로를 ‘시리어스 앤 볼링 맨(Serious and Boring man)’이라고 소개한 김동현 변호사는 “제가 올해 대표를 맡고 있는데, 다시는 대표를 하고 싶지 않다”며 “대표 아닌 구성원으로 계속 있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법의 발돋움, 후원주점

희망법은 앞으로 집회의 자유팀을 신설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서선영 변호사는 “희망법에서 집회 관련 업무를 계속 하고 있었는데 관련 팀이 없다 보니 다른 업무처럼 집중적으로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며 앞으로 집회의 자유를 변호하는데 좀 더 역량을 투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변에서 공식 모임은 아니지만 집회의 자유 연구 모임이 생겨서 함께 연구할 계획”이고, 앞으로 소송과 연구들을 모아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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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주점을 찾은 희망법의 친구들

장애와 인권 영역을 전담하는 변호사 한 사람과 사무국 상근자 두 사람이 새로 희망법의 식구가 됐다. 팀을 신설하고 구성원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재정적 어려움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김재왕 변호사는 “대외적으로는 ‘든든한 둥지’이지만, 속마음으로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 불안한 둥지”라고 농담했다. 한가람 변호사 역시 “희망법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월급날 돈 걱정 없이 월급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꿈”이라며 “사실 (아직까지) 그런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아슬아슬한 재정에 새 식구와 새 사업은 큰 부담이 된다.

그래서 새 식구로 합류한 김광민 모금사무국장이 희망법 창립 후 첫 후원주점을 기획했다. 늦가을이지만 아직 단풍은 그저 그런, 대신 날이 선선해 잔디밭에 테이블 깔고 좋은 사람들과 맥주 한 잔이 참 잘 어울리는 토요일. 희망법이 입주해 있는 서울 불광동 서울혁신파크에서 희망법 후원주점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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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변호사

옛 질병관리본부가 있었던 이 자리는 박원순 시장의 주도 하에 2013년부터 다양한 사회적 혁신을 실험하는 ‘서울혁신파크’로 변신했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북한산 등산객들의 ‘핫 플레이스’였던 이곳에 청년들이 하나둘씩 드나들기 시작했다. 희망법도 지난해 이곳으로 둥지를 옮겼다.

커다란 대강당 전체에 테이블을 놓고 분홍 체크무늬 테이블보를 깔았다. 주문벨은 없지만 흔들면 빛이 반짝거리는 잭오랜턴을 테이블마다 두었다. 호스트인 희망법 구성원들과 서빙을 담당한 자원활동가들은 모두 머리에 하얀 물방울무늬가 박힌 커다란 리본 머리띠를 썼다. “없는 게 메리트라네 난, 있는 게 젊음이라네 난”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어디 유명한 맛집 같은 메리트는 없지만 사랑스러움과 센스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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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하게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는 최현정 변호사

4시쯤 아직 한산했던 후원주점이 오후 5시를 넘기자 슬슬 손님으로 바글바글해진다. 대강당 실내와 쪽문 너머 잔디밭이 모두 손님으로 꽉꽉 들어찼다. ‘입추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빈 테이블은 없다. 머리에 리본 머리띠를 쓴 자원봉사자들이 잭오랜턴이 반짝일 때마다 테이블 사이를 바쁘게 누빈다. 희망법 구성원들도 호스트로 손님을 맞고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사람, 음식 준비와 서빙으로 정신없는 사람, 제각각이다. 재미난 점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주방에서 일하는 것이 편해 보이고, 호스트 역할을 맡아 손님들과 어울리는 사람은 그게 더 편해 보인다는 점이었다. 하루 후원주점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수많은 일 중 각자 자기가 가장 편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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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를 돌이켜보는 한가람 변호사

희망법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어울려 술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짧아진 가을 해가 저문다. 으슬으슬 춥다는 사람도 많지만 민변 사무처 식구들도 뒤늦게 합류하는 친구들을 기다리며 밤이 늦도록 자리를 지켰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얼굴은 계속 바뀌지만 모두 민변 식구들이다.

후원주점이 문을 닫는 10시를 넘기자 희망법 구성원 모두가 무대 앞으로 나와 감사인사를 전했다. 새 구성원 김광민 사무국장도 희망법의 친구들 앞에 소개했다. 이날 하루를 즐겁게 보낸 손님들이 저마다 작별인사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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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한 류민희(좌), 한가람(우) 변호사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행사였다. 류민희 변호사는 “희망법은 회원 커뮤니티가 끈끈한 조직이 아니라 이벤트의 성공 가능성 자체를 좀 회의적으로 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희망법의 후원주점은 마음만으로는 대성공인 듯하다. 날이 점점 쌀쌀해지는 밤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술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현정 변호사는 “‘안 오지 않을까’, ‘오기 힘들 거야’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왔던 게 가장 마음에 남는다”며 “광주에서 여기까지 와준 로스쿨 친구가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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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류민희 변호사

류민희 변호사는 “희망법은 한 가지 권리에 집중하는 단체가 아니라서 특정한 권리에 집중해서 활동하는 단체보다 회원 커뮤니티가 약하다”며 “저희가 일하는 영역에서 함께하는 동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거 자체가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결산 결과를 떠나서 오늘 행사는 성공이라고도 평가했다. “너희가 있어서 다행이다, 이 말이 많이 고마웠다”고 한다. 한가람 변호사 역시 “수지는 좀 더 계산해봐야 할 것 같지만 이것 자체로 행복하다”는 류민희 변호사의 말에 “완전히 똑같은 생각”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후원주점에 처음 들어섰을 때, 손님을 맞고 있던 김광민 사무국장이 명함을 건넸다. 엠보싱 후가공으로 점자 표기가 붙어있다. 반사적으로 ‘엠보싱 후가공 비용 장난 아닐 텐데’라는 생각부터 든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는 명함 등에 점자를 표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형압 가공이든 엠보싱이든 인쇄물에 점자를 표기하는 후가공 방법은 인쇄물 제작비용을 두세 배로 늘려버리기 일쑤다. 어쩌면 이 명함이 희망법을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꼭 가야 하지만 좁은 길, 남들 가는 길보다 두 배 세 배 어려운 길일지도 모르는 길을 즐겁게 가는 사람들과 이들의 즐거운 친구들. 읽지도 못하는 점자를 오랫동안 만지작거려본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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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 세월호 보도참사

-세월호특조위 조사관 활동 후기-

언론위원회 김인희 변호사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아마 누구나 2014년 4월 16일 뉴스를 기억할 것입니다.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속보, 머지않아 나온 전원구조 소식, 그리고 안도의 숨을 내 쉰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정정된 생존자 수……. 오락가락하는 보도 사이에는 충격에 빠진 생존자들의 얼굴과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이 뒤범벅되어 있었습니다. 그날 밤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은 팽목항에 앉아 까맣게 변한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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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날로부터 2년이 지난 2016년 그 아픔을 다시 바라봐야 했습니다. 참사 초기 팽목항에서 벌어진 어떤 일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신청 사건이 들어왔고, 수소문 끝에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들을 구하게 되어 그 날의 모습을 퍼즐 맞추듯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흔들리는 카메라와 그 안에서 들려오는 절규를 통해 차마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던 가족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왔습니다.

그날 밤 어둠이 내려앉은 팽목항에는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비명처럼 터져 나왔습니다. 누구는 환호성을, 누구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문자가 왔다, 전화가 왔다, 선체를 두드리는 소리를 누군가 들었다 등등. 살아있다는 소식이 왔다는 말에 가족들은 우르르 뛰어가 해경을 찾으며 제발 배를 띄워 아이들을 찾아달라고 울었고, 현장에 있던 해경과 경찰들은 영문을 몰라 상황실에 전화만 연신 할 뿐이었습니다. 기자들 역시 가족들을 쫓아다니며 뉴스에 내보낼 용도로 연락이 왔다는 문자를 찾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구조는 하고 있는지, 살아있다는 소식은 사실인지, 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사람도,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도 없었습니다.

저는 2015년 8월부터 2016년 9월까지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일했던 조사관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상규명국에서 언론보도의 공정성·적정성과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실태조사 업무를 하였습니다.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의 원인을 찾는 조사는 아니었기에 다소 세간의 관심 밖에 있었지만, 막상 그 날의 기억들을 꺼내어보면 언론이나 인터넷만큼 피해자들을 아프게 한 존재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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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당일의 오보부터 이후의 무분별한 취재경쟁까지, 언론의 보도 행태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KBS 보도 화면 캡쳐

한 희생학생의 형은 당시 기자들에 대해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진도체육관에서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중 병원에 동생이 있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기자들이 둘러싸고 길을 막아 나아갈 수가 없었다고, 병원에 도착해서야 동생이 시신으로 수습된 사실을 알았는데 패닉 상태인 가족들을 촬영하고 있어서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고 말입니다. 또 한 생존학생은 기자들이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들을 발견하면 마구 뛰어와 붙잡으려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습니다.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문자와 전화로 인터뷰 요청이 오곤 했는데, 기자들이 ‘희생된 친구들을 위해’,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접근하면 이미 죄책감에 휩싸인 아이들은 너무나 무방비하게 언론에 노출되곤 했다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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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언론은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대학 입학 특례를 받는다는 사실만을 강조해 보도하며 사실상 비난했습니다. ⓒMBC 보도 화면

제가 사건들을 조사하며 살펴본 2014년의 언론은 이러했습니다. 희생학생의 시신 사진이 외국 언론에 촬영, 보도되었는데, 우리나라 언론은 이것을 그대로 복제해 보도했습니다. 내용은 외국 언론사에서 희생자 사진을 보도한 것이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이었으나, 정작 해당 기사들은 문제가 된 사진을 캡처해 사용하며 ‘충격’ ‘논란’이라는 제목을 붙인, 전형적인 낚시성 기사였습니다. 세월호참사 희생자와 생존자에 대해 이와 유사한 자극적인 기사들은 바이라인도 없는 ‘온라인 뉴스부’ 같은 이름으로 생성되었고, 한 언론사 내에서도 스포츠, 연예뉴스, 심지어 자동차 사이트까지 글자 하나 다르지 않게 복제에 복제를 거듭했습니다. 생존학생들과 희생학생의 형제자매 모두를 힘들게 한 대학입학 특별전형 기사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많고 많은 특별법 쟁점 중 아이들이 ‘특례’를 받는다는 부분만을 중요하게 보도한 공중파의 기사는 팩트를 가장한 비난이었고, 뒤이어 등장한 인터넷 뉴스들은 ‘지원만 하면 SKY’와 같은 제목을 달고 나날이 자극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실종자 중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대참사 앞에서, 내 아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누구라도 좀 살려달라고 울던 가족들에게, 조용하고 침착하게 비극을 받아들이라며 ‘피해자의 자세’를 강요하는 듯한 논평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 기자였고, 변호사가 된 후에는 민변 언론위원회에 있는 저는 세월호특조위에서 언론을 조사하며 수없이 번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언론 이상으로 조사하기 어려운 집단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공기관도 아니면서 공적 기능을 하는 언론사들은 세월호특조위의 자료제출요구와 출석요구를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동행명령장 집행을 거부하고 청문회 출석요구도 무시했으며, 이후엔 이 모든 것들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세월호특조위를 비난하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많은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방대한 영상이 언론사 데이터베이스에 잠들어 있었지만 협조 없이는 열람도 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세월호참사에 대한 보도를 멈추지 않고 가족들 곁을 지키던 언론사와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언론권력을 쥔 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과연 우리가 이 비극 앞에서 각자의 과오를 얼마나 반성했는지 의문도 많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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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 오보와 자극적인 보도, 생존자와 유가족에게 상처를 입히는 인권침해적 보도에 대해 반성한 언론도 없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쳐

언론의 참사로도 불렸던 일련의 사건들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일부 기자들은 반성문을 쓰고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세월호참사를 기화로 재난보도 심의 기준도 바뀌었고, 많은 언론사에서 보도준칙을 업데이트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안전한 나라 안에서 정의로운 언론을 보며 살고 있긴 하는 걸까요. 크고 작은 사건사고의 현장에서 피해자들은 충분히 보호받고 있으며, 왜곡되지 않은 정보 속에서 피해자를 마녀사냥 하는 일은 없어진 것일까요.

이제 곧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세월호참사 3주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 전에 책임을 지지 않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드디어 직책과 본분에 걸 맞는 책임을 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대통령 탄핵과 천만 촛불 집회의 시작에도 언론이 있었듯, 결국 민주주의의 작동과 권력의 감시에는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이라 생각합니다. 제4의 권력이라 불리는 언론이, 그 어떤 권력보다 자유롭고 강력한 힘을 가진 언론이, 헌법상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방종의 방패로, 권력 비호의 무기로 사용하지 않아야할 것입니다. 자유가 소명인 언론에 대해 변호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지만, 우리 언론위원회의 역할도 결국 이 지점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가오는 새 봄에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하길, 그리고 벚꽃과 함께 떠오를 그날의 아픔과 미안함에 보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수, 2017/03/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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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변 환경보건위원회(위원장 : 최재홍)에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가습기 소송과 메르스 소송엔 환경보건위가 항상 있었습니다


환경보건위원회는 최근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은 여러 사건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하여 공동대리인단(단장 황정화)을 구성하여 피해자 및 희생자 유가족들의 민사소송과 함께 가해기업들의 형사재판 모니터링, 국회 국정조사 대응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마지막 중동호흡기증후군(메스르)감염자였다가 사망한 ‘80번 환자’ 사건과 관련하여 유가족을 대리하여 정부와 삼성서울병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 환경부의 “양양 오색케이블카 설치 승인”과 관련하여, 양양군이 공원위원회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보고서가 당초 원본인 KDI 보고서와 상이하다는 점이 지적되어 사문서 위조 동행사죄 등으로 고발하였습니다. 이후 검찰이 담당 공무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자,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여 환경단체 할동가들이 강원도청 옥상에서 플랭카드를 게시하고, 기자회견을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였습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오히려 도청 청경들로부터 과도한 물리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검찰은 활동가들을 공무집행방해치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폭처법 상 주거침입 등으로 기소하였고, 환경보건위원회에서 변론하여 최근 공판이 종결되었습니다. 집시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단순 기자회견이라는 점, 공무집행방해의 점에 대해서는 청경은 강제수사로서 체포 등을 할 수 없어 체포에 저항하는 행위가 공무집행방해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 치상의 경우 가해행위에 관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이 주요하게 주장되었습니다.

환경파괴 오색 케이블카, 절대 안됩니다

환경부의 “오색 케이블카” 승인 처분의 효력여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은 현재 3회 기일이 진행되었고,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살펴보기 위해 차회 기일이 10월 4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위 소송에서는 ① 5개 보호구역(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등)으로 지정된 오색지구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국립공원의 지정목적에 위배되고, ② 미래세대와 함께 공유할 자연을 개발에만 치우쳐 파괴하는 행위이며, ③ 관련기관의 경제성 보고서 조작에서 확인되듯이 자연을 파괴함에도 그에 따른 경제성도 없고, ④ 산곡풍과 돌풍에 의한 안전에 문제가 있는 점, ⑤ 세계적으로 희귀한 아고산대 식생이 개발로 파괴될 것이고, 산양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관통하는 케이블카로 인해 보호개체인 산양 등의 개체수가 감소하여 야생동물의 서식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것 이라는 점 등을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변 환경보건위원회는 소송 이외에도 다양한 환경보건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내포신도시” 관련 민관협의체 관련 활동입니다. 중앙집중적 전원개발시스템을 지방분산형으로 변경시키는 것이 송전탑 문제나 대형 화력/핵발전소를 해결하는 수단이라는점과 발전시설 설치로 발생되는 주민의 건강/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발생시 입증책임을 전환하자는 취지로 내포신도시 민관협의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협의체에는 충남도, 발전사업자, 13개 마을대표, 대기,보건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민변 환경보건위원회도 법률 전문가로 참여하여 환경건강피해조사방법, 주민지원방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민변 환경보건위 산하 석면특위에서는 비봉 폐석면 광산에 진행하려하였던 폐기물 최종처리장의 문제점을 지질/대기/보건/법률 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아래 그 위험성을 환기시켜 청양군의 계획입안 반려를 행정소송으로 다툼에 따라, 사업자의 헁정소송에서 대응수단을 적기에 제공할 수 있었고, 폐기물중간처리장과 관련된 공무원이 부당한 행정처리에 대한 감사의뢰로 위법/부당성을 밝혀냈으며, 최근에는 중간처리장으로 인한 주민피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사업 유지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민변 환경보건위원회는 매월 셋째주 목요일 저녁에 정기적으로 월례회를 개회하여 위원회의 현안을 점검하고, 소속 회원 상호간에 친목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환경/보건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신입회원들의 많은 가입을 진심으로 기다립니다. 문의는 환경보건위원회 간사 조영관 (010-8848-7828) 으로 해주시면 친절하게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유례없는 폭염으로 신음하는 2016년, 환경보건위원회로 오실 때입니다.

오는 10월 1박 2일 워크샵을 떠날 예정입니다. 오래간만에 참가비가 없다는 희소식입니다.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끝.

목, 2016/08/2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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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워크샵 후기

방서은

 

미군문제위원회는 지난 5월 11일 부암동 게스트하우스에서 2017년 첫 워크샵을 가졌습니다. 이번 워크샵은 사드 문제와 용산기지오염 문제 등 현안의 중심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군위 위원들을 서로 격려하고, 뉴욕대에서 평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Marie Cruz Soto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 잠시 한국을 떠나 자카르타로 가게 된 ‘저’의 환송회를 겸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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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난 이틀 후에 진행된 워크샵이어서 그런지 워크샵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고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우리에게 정권교체가 얼마나 간절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정권교체가 되었어도 여전히 사드 문제는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주제에서 내려올 줄을 모르고, 환경부는 용산기지오염실태에 대한 정보공개 판결에 불복하여 결국 항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정권은 교체되었지만 미군위에 주어진 문제는 여전히 무겁고 어렵고 복잡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서로 으쌰으쌰 하면서 힘을 내는 수 밖에 없으니까, 워크샵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요?

 

워크샵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뉴욕대에서 평화 관련 강의를 하고 계신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Marie Cruz Soto 교수님이십니다. 미군기지반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계신 Marie 교수님은 오키나와에 들렀다가 남북문제 관련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러 한국에 오셨는데, 잠깐 짬을 내어 미군위 워크샵에서 푸에르토리코의 미군기지반환운동의 경험에 대하여 짧은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미군기지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슈가 아니라 미군기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발생하는 국제적인 이슈라는 생각과 함께, 미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 연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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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크샵의 메인 목적! 당분간 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나는 저를 위해서 미군위 선배님들의 따뜻한 환송회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다음달 가족들과 함께 자카르타로 떠나 5년 동안 머무를 예정입니다. 정권교체가 되는 모습을 보고 떠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촛불을 들었던 마음으로 자카르타에서 한국사회의 모습을, 민변의 활동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워크샵은 자카르타에서 하시겠다는 말씀을 꼭 기억하면서, 미군위 워크샵 스케치를 마치겠습니다.

화, 2017/06/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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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낭만 변호사들이 가득한, 환경보건위원회로 오세요!

▲ 문화재청,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안건 부결 결정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1982년, 2012년, 2013년 3차례에 걸쳐 관광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시도되었으나, 모두 부결되었던 사업이다. 자본과 개발의 논리만으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많은 생명들과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 설악산이 가지는 보전가치를 뛰어넘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 세대는 물론 미래세대와 많은 생명들이 함께 향유하고 공유되어야 할 원시자연이 바로 설악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5년 9월 14일 환경부는 설악산 오색지구에서 끝청을 연결하는 구간에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설악산 국립공원계획변경처분을 하였다. 민변 환경보건위 소속 변호사들은 환경부의 발표에 처음에는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언가 해야 한다. 우리는 변호사다.’ 라는 절박함으로 환경단체들과 함께 원고모집에 대한 논의, 환경부의 국립공원계획 변경처분에 대한 법리검토, 동식물 전문가들과 함께 쟁점 정리 및 입증자료 수집 등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기필코 저지하겠다는 결심으로 대청봉에서 변호사들의 발대식 및 원고 모집 기자회견을 계획했다.

2015년 10월 9일, 어둠속에서 10여명의 변호사들은 오색지구에서 대청봉으로 기타와 플랭카드를 가지고 오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오르는 산행길에 힘들기도 하였지만 케이블카 예정 노선을 확인하며 케이블카가 설치될 경우 경관 침해 및 동식물들의 서식환경 변화가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마침내 대청봉에 올라 펼쳐진 플랭카드에는 “설악을 지키는 변호사들”이라는 문구가 가슴 설레었다. 대청봉에 오른 등산객들 앞에서, 산양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오색케이블카의 문제점과 앞으로 소송을 제기하려는 이유를 설명하며 즉석에서 원고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펼쳐진 플랭카드 앞에서 결의를 다지는 노래도 불렀다.

국립공원계획 변경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환경단체들과 오색 케이블카 사업의 문제점을 알려나갔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위원 10명 전원이 오색 케이블카 설치 안건에 대해 부결결정을 하기까지 민변 환경위원회 변호사들의 노력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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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민변 위원회도 그렇지만 환경보건위원회는 개발에 황폐해진 자연에 가슴아파하고, 자본의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수한 유해물질 배출로 인한 피해에 노출되어진 사람들에 가슴아파하는 변호사들이 모인 곳이다. 환경부정의를 사법 시스템을 통해 밝혀내고, 피해자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또한 환경부정의의 근원이 되는 법률 개정작업을 위해 모인 변호사들!

오색케이블카 계획이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되었지만, 아직 국립공원변경계획이 살아 있어 소송은 계속 중이다. 케이블카 소송이외에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손해배상 청구 및 형사사건의 진행,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피해가 가능하도록 하였던 법제도적 흠결의 보완을 위한 입법대응, 석면지역 개발이 가져올 주민피해와 환경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과 소송이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2017년도 환경보건위의 중점 사업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월성1호기 등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취소 소송 및 신규 핵발전소 저지,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자본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린 강제토지수용제도의 재정비를 위한 입법개정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낭만이 가득한 변호사들과 함께 자본과 개발로부터 자연과 사람을 지켜내기 위해 땀 흘릴 회원들이 계시다면, 민변 환경위원회로 오세요! [가입문의 : 환경위원회 간사 조영관 (010-8848-7828) ].

목, 2017/01/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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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장난기 서린 웃음을 가득 담고 누구에게나 성큼 손 내미는 유쾌한 청년’

강산애 산행에서 만난 전귀정 후원회원님의 첫인상입니다. 강산애 총무를 맡고 있기도 했지만, 산행에 처음 참가하는 회원에게 먼저 다가가서 세심하게 챙겨주며 배려하는 친화력이나, 긴 다리로 성큼성큼 산을 오르는 활기찬 모습에서 선뜻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전귀정 후원회원이 직업군인으로 30여 년을 일했고, 곧 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이나 직업의 경직된 그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오히려 언제나 자유분방한 청년 같은 에너지를 가득 품은 그가 궁금했습니다.

후원기획팀(이하 후원) : 희망제작소와 언제 첫 인연을 맺으셨나요?

전귀정 후원회원(이하 전) : 2011년 춘천에서 근무할 때였어요.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행사인 ‘희망탐사대’가 춘천에 온다고 해서 참가신청을 하고 후원회원이 되었습니다. 두 자녀가 모두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평소 시민단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희망제작소가 어떤 곳인지 자세히 알고 싶어서 신청했던 게 시작이었지요. 그때 전명국 후원회원님도 처음 만났는데요. 강산애를 소개해주셔서 자연스레 산행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러다 2016년에는 1004클럽 회원이 되었습니다.

후원 : 강산애 활동은 어땠나요?

: 강산애 회원이 늘어나면서 활기를 띠고, 뭔가를 해보자는 기운이 가득 차 있을 때 참여하게 됐어요. 너무 좋았죠. 좋은 사람들과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헤어지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였어요. 강산애에는 3무 규칙이 있어요. 나이와 지위, 학벌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을 떠나면 수평적이고 평화로운 관계를 선호하는 욕구가 제 안에 강하게 있어서 강산애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강산애를 담고 있는 희망제작소가 더욱 아름답게 보였죠.

지난 연말, 촛불이 뜨겁게 타오르던 광장에서 전귀정 후원회원님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얀 소맷자락을 휘감으며 광장 한가운데에서 평화의 춤을 추는 전귀정 후원회원님의 모습은 마지막 남은 그늘 한 자락까지 다 털어버린 듯 강렬하고 자유로웠습니다.
전귀정 후원회원님은, 광화문광장뿐만 아니라 함께 활동하는 평화의 춤꾼들과 자비를 들여서 광주 5.18 묘역, 제주 4.3 묘역을 찾아서 아픈 역사의 상흔을 위로하는 춤을 추었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 그분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그래서 용서와 평화를 기도하며 춤을 추었다’는 전귀정 후원회원님. 자신도 그곳에서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채우는 과정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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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 춤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 올해로 35년 동안 일을 했는데요. 10년 전부터 퇴직을 하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 나름대로 세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요. 첫 번째는 월급을 받는 직장생활은 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이제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거나 두려워했던 일에 도전한다, 세 번째는 모든 걸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었지요. 춤, 노래 이런 건 제가 두려워했던 거였어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일이 아닌가 해서 용기 내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후원 : 춤출 때 어떤 느낌인가요?

: 나 자신에게 몰입하다 보면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동이 있어요. 부암동에 연습실이 있는데 한번은 수업 시간에 35년 직업을 회고하면서 춤을 추었어요. 그때 굉장히 뭉클하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인다는, 자유롭고 깊은 느낌이 저에게도, 주변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먹먹한 울림을 주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전귀정 후원회원님은 내년 2월 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사회적응 기간을 보내면서 서울시50플러스센터에서 요리를 배우고,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를 수강하고, 여행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일을 흔히 ‘업’이라고 합니다. 평생직장의 신화가 사라지고 이직과 전직이 흔해진 세상에서 한 가지 업에 35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역지원서를 수백 번 썼다 찢었다’는 전귀정 후원회원님은 이제 인생 전반기를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후원 : 앞으로 계획은?

: 일단 내년 2월에 퇴직할 때 기념으로 뭔가 의미 있는 나눔을 하고 싶어요. 인생의 한 매듭을 그렇게 지었으면 좋겠고, 그런 나눔이 나머지 생에서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아직 희망사항이지만 고향 인근에서 포도농사를 짓고 싶어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입니다.
퇴직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관한 것이었어요. 일하는 동안은 눈앞에 일들에 얽매여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자유, 희망, 나눔. 앞으로는 이 세 단어를 마음에 품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 글, 사진 : 커뮤니케이션센터 후원기획팀

수, 2017/10/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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