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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먼저 찾은 그 맛, 한살림 김장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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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먼저 찾은 그 맛, 한살림 김장무

익명 (미확인) | 월, 2016/10/24- 15:35
한살림 하는 사람들 

 

겨우내 그대 밥상에 오를 옹골찬 가을맛

충남 당진 매산리공동체 이명환·신순애 생산자

20161014_충남 당진 매산리공동체 김장무(이명환 신순애 생산자) (17)

“친환경만 따지면 논은 한 1만1천평, 밭은 3천평쯤? 남들 다 하는 정도지 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이명환 생산자이지만 쌀을 비롯해 땅콩, 마늘, 고구마, 생강에 김장무까지… 십여 가지 작물을 일 년 내내 한살림에 내는 그의 내공이 변변찮을 리 없다.

“한 선생님에게 배워도 일등이 있고 부진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같은 작물을 심어도 아주 잘 자라게 하는 이가 있는데, 바로 그런 사람이여.”

한살림에서도 내로라하는 정광영 생산자가 서슴지 않고 ‘농사의 달인’이라고 인정할 정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환갑이래도 제일 어리니까 내가 나서야쥬.”

나이가 많아 농사일이 힘에 부치는 공동체 식구들의 논밭을 제 것처럼 책임진다.

“이짝 이랑으로 올라서. 그래야 나랑 키 바란스가 맞지”

키가 작은 아내가 혹시라도 볼품없이 나올까 설 자리를 계속 잡아준다. 논과 밭에서, 공동체와 가정에서. 앞장서 일하면서도 젠체하지 않는 그 모습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어느 요리에서나 진맛을 이끌어내는 무와 꼭 닮았다.

 

이달의 살림 물품 

 

벌레가 먼저 찾은 매콤들큼함
한살림 김장무

 

20161014_충남 당진 매산리공동체 김장무(이명환 신순애 생산자) (59)

아삭!! 가을이 씹혔다. 밭에서 막 뽑은 무의 겉껍질을 이빨로 살짝 벗긴 후 한입 슥 베어 무니 특유의 들큼함이 입안을 맴돈다. 손바닥을 갓 넘은 크기에 아직 밑이 덜 들었다고는 하지만 계절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워뗘? 익으려면 안즉 멀었지만 슬슬 맛이 나제? 당진 무는 배랑 맛이 똑같당께.” 자신감과 농담이 절반씩 섞인 신순애 생산자의 말에 피식하는 웃음이 절로 난다. 아무리 다디달다 해도 어찌 무 맛이 배와 같을까마는 얼얼함 속에 느껴지는 시원한 맛은 확실히 배 못지않다. 속이 든든하고 목마름이 금세 가시니 나들이 갈 때마다 챙겨가고 싶을 정도다. 달고 저장성이 좋아 몇 년 전부터 김장무로 심었다는 청운무 품종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20161014_충남 당진 매산리공동체 김장무+추수 탈곡(이명환 신순애 생산자)  (14)

이명환 생산자가 추수 탈곡하고 있다

당진 매산리공동체에서 김장무를 내는 곳은 총 세 농가. 각자의 밭에서 열심히 기른 무와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가꾸는 공동밭에서 내는 것을 함께 출하한다. 여러 사람이 밑천을 모아 동업하는 장사를 ‘얼럭장사’라고 한다는데, 저마다 추렴해 마련한 밭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어울려 일군 농사이니 말 그대로 얼럭농사다. “공동밭의 소득? 서울 모임 있을 때 차도 빌리고, 회원들끼리 회식할 때도 쓰고 그러제. 농사 배우러 연수도 많이 다녀왔어.” 공동체가 함께 일군 밭의 소출이 다시 공동체를 키워가니 또 하나의 농사, 그것도 절대 실패하지 않을 농사다. “어찌된 게 각자 키운 무보다 여기 께 더 좋아. 자기 밭은 그렇지 못해도 여기는 오며가며 계속 들여다본다니께.” 공동체 회원들이 수년간 애지중지하며 일군 질땅을 바라보는 정광영 생산자의 눈에서 뿌듯함이 읽힌다.

 

땅과 함께 짓는 농사

 

매산리공동체의 김장무 출하 시기는 11월 셋째 주로 매년 비슷하다. 두 달 반 가량의 생장기간을 감안해 9월 초에 씨를 뿌렸다. 무를 재배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땅심이다. 아예 한두 해씩 묵히며 연작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넓지 않은 밭 사정상 쉬운 일이 아니다. 대신 한 밭자리라도 여러 작물의 자리를 매해 바꿔가며 돌려짓기를 한다. 이명환 생산자가 올해 김장무를 심은 밭자리에는 지난해 생강이, 그 전해에는 감자가 자라고 있었다.

20161014_충남 당진 매산리공동체 김장무(이명환 신순애 생산자) (2)

매산리공동체의 공동밭에서 자라는 김장무는 여느 무보다 크고 실하다

거름을 잘 주는 것도 땅심을 기르는 데 중요하다. 생육기간이 짧은 무는 웃거름을 여러 번 주기보다 밑거름을 많이 주는 편이 좋다.

 

자재를 공동으로 사서 함께 뿌리는 매산리공동체가 밑거름으로 주로 이용하는 것은 유박과 트리플이다. 새의 배설물과 천연 광물질을 혼합해 만들어 햇빛만 닿아도 잘 녹는 트리플은 왕성한 성장이 필요한 생육 초기에, 콩깻묵, 쌀겨, 유채 등의 찌꺼기로 만들어 미생물에 의해 느지막이 분해되는 유박은 생육 후기에 작용해 김장무의 성장을 돕는다. “밭을 갈기 전에 유박과 트리플을 섞어서 뿌려놓고 로터리 친 후에 일주일 정도 있다가 씨를 뿌리면 따로 웃거름을 안 줘도 잘 자라. 무가 원체 그 전에 심었던 작물의 거름까지 잘 빨아먹응게.”
20161014_충남 당진 매산리공동체 김장무(이명환 신순애 생산자) (29)-1

이명환 생산자가 김장무를 뽑고 있다

뿌리채소인 무는 모종을 옮겨심지 않고 씨를 직접 뿌린다. 참 농부는 하늘 나는 새와 땅속 벌레, 그리고 자신을 위해 세 개의 씨앗을 심는다고 하는데 그는 아예 한 구멍에 대여섯 개씩 넣는다. 기계를 쓰지 않고 사람이 하나하나 넣다보니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허리 수그리고 김장무 심다 보면 대근혀 죽제. 그래도 워쩌겄어. 손으로 해야 제일 확실한디. 그냥 바짝 엎드려 심어야제.” 신순애 생산자가 허리를 두들기며 앓는 소리를 한다. 다행히 올해는 파종시기에 비가 와서 따로 물을 주는 수고를 덜었다. 씨 뿌릴 때뿐이 아니다. 여름에는 그렇게 기다려도 안 오던 비가 김장무가 쑥쑥 자라야 하는 시기에는 때에 맞게 와주었다. 올해 김장무의 작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20161014_충남 당진 매산리공동체 김장무(이명환 신순애 생산자) (45)

대부분 황토흙인 당진 땅의 토질도 김장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뿌리가 땅속으로 뻗어 나가기 편한 황토흙은 무를 비롯해 고구마, 당근, 땅콩 등 뿌리채소를 키우기에 알맞다. “비가 오면 (흙이) 신발에 하도 달라붙어서 장화가 아니면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여. 모래흙에서 키우는 무랑은 아무케도 맛이 다르겄제.” 지난해 한살림에 김장무를 낸 생산지 중 계획량 대비 공급량이 가장 많은 매산리공동체다운 자부심이다.

 

벌레가 먼저 알아보고 찾는 그 맛

수확일은 아직 달포나 남았지만 매산리공동체 식구들은 올해 이미 김장무 맛을 봤다. 그것도 두 번이나. 김장무는 본잎이 2~3장 나왔을 때와 5~6장 나왔을 때 한 번씩 솎아낸다. 처음 솎아낸 이파리는 겉절이를 담거나 데쳐서 나물 또는 샐러드로 이용하고 두 번째 솎아낸 것은 작달막하게 자란 뿌리까지 함께 열무김치처럼 담가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솎아먹는 재미 땀시 (구멍마다) 다섯 개 심을 걸 열 개 심기도 혀. 지져 먹어도 맛있고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맛있응께.”

20161014_충남 당진 매산리공동체 김장무(이명환 신순애 생산자) (61)

이야기를 나누며 잠깐 걷는 동안에도 김장무밭에는 하얀 배추흰나비가 지천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진록색 무밭을 나는 순백의 나비를 보며 무심코 “와~ 예쁘다”라고 했더니 신순애 생산자가 눈을 흘긴다. “이쁜 게 이쁜 게 아녀. 보기만 해도 진저리 나는디. 저 벌레들을 다 우짠데.” 나비가 무청 사이사이 연한 부분에 낳은 알은 5~6일이면 깨어나 청벌레가 된다. 가을 작물인 김장무는 병보다 충의 피해가 큰데 그중에서도 청벌레는 잠시도 쉬지 않고 무청을 갉아 골치를 썩인다.

20161014_충남 당진 매산리공동체 김장무(이명환 신순애 생산자) (69)

잎줄기와 같은 방향으로 있는 녹색의 청벌레를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너무 심하면 흙살림에서 나오는 청달래 같은 걸 뿌리기도 하는데 거의 손으로 잡어. 오며가며 한 열 번은 잡아줬는데도 숨어서 갉는데 아주 골치여. 여거 좀 봐. 우리 무가 맛있긴 한가봬.” 정광영 생산자의 손끝을 따라가 보니 구멍이 송송 뚫린 무청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맛있는 것은 벌레가 먼저 알아본다는데 올해 당진의 김장무의 맛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혹시라도 구멍 난 무청을 달고 있는 김장무를 받는 조합원이 있다면 오히려 기뻐해야 하리라. 자연에서도 제일 무맛을 잘 안다는 기미상궁 청벌레가 인정한 맛이니.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김장무에 따라붙은 또 하나의 선물 

무시래기

 

20121227_6

한살림 김장무는 무청이 달린 채 공급된다. 무 끝부분이 달린 채로 잘라 지저분한 겉잎을 떼어내고 끈으로 엮은 뒤 바람이 잘 부는 그늘에서 말리면 이듬해 봄까지는 넉넉히 먹을 무시래기가 된다. 구수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시래기국, 시래기나물, 시래기볶음 등 활용도가 높다. 바짝 말린 무시래기를 한꺼번에 삶은 다음 물기를 꼭 짜 한 끼 분량씩 작은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해두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아예 살짝 삶고 나서 말려도 좋다. 부피도 줄어들고 식감이 연해진다는 이유로 후자를 추천하는 이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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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6일은 세월호 6주기입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4월을 ‘추모의 달’로 선언하고 진상 규명과 추모 활동을 진행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역사회에서는 공동체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진행한 연구사업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성과평가 연구> 내 일부를 발췌해 재가공한 인터뷰를 전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고 신호성 군의 엄마 정부자 씨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과 4·16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을 안산에 품는 4.16생명안전공원 조성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통해 한국사회에 생명, 안전의 가치를 정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먼저 보낸 엄마의 가슴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한다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상처받은 마음을 유가족들과 함께 달래는 것이 큰 힘이 되었고, 그렇게 다른 엄마들과 함께 4·16공방 활동을 시작했어요. 저에게는 ‘아이를 떠나보낸 엄마’라는 수식어가 드리워졌고, 많은 이들이 같이 아파하고 안타까워했죠. 그때는 사람들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워 땅만 보고 걸어 다녔어요. 처음 우리 아이들의 추억이 서려 있는 안산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하지만 내 자식의 고향인 안산에서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남겨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면서부터 지역사회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Q. 2014년 참사 이후에는 거리에서 투쟁을 벌였죠.
당시 광화문을 중심으로 안산 밖 외부 투쟁을 다닐 땐 ‘국가란 무엇인가? 우리를 지켜주는 나라가 있는가’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렇게 장시간 지역을 돌아보기보다는 국가를 상대로 싸움만 계속했어요. 그러던 가운데 이웃 주민을 한번 만나게 됐고, 늘 곁에 있던 그분들이 어느 순간 ‘호성 엄마는 우리와 격이 안 맞고 권력 있는 높은 분들만 만난다’, 통장 모임에 갔더니 ‘보상금 받고 집을 고치고 있더라’라는 소문이 무성하더라고요. 그땐 울면서 분노를 표했죠. 정말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지금 돌아보면 삐딱한 마음으로만 모든 걸 받아들였던 거 같아요. 아마 세월호 피로감을 강조하는 언론매체와 정치적인 발언들 때문에 잘못된 정보들이 만들어진 것인데, 주민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오해했던 거 같아요.

Q. 안산에서의 첫 활동 어땠나요.
지역사회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계기로 15명 정도 안산지역 내 팀을 꾸렸어요. 참사와 관련해 분노에 차서만 이야기해선 안 되겠다 싶어 희망마을사업추진단 단장님, 안산시 담당 부서 팀장님을 만나서 교육을 받았는데요. 그게 교육이 잘 되질 않더라고요. 이웃을 만나면 눈물부터 나고 그래서요.

Q. 어떤 활동을 했나요.
지역사회로 가봐야겠다 싶어 고잔동에서 ‘엄마와 함께 하는 공방’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엄마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수를 놓거나 가방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열었어요. 아이들의 아픔을 알리고 싶었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또 아이들에게 선생님 소리를 들으니까 조금씩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인가 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안산 주민들과 접점을 넓히는 시도를 했습니다.
2016년 외국 사례를 통해 아이들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곳에 두고 추모할 게 아니라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공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구시 지하철 참사 관련해 도심지 내 추모공원 설립을 두고 반대여론이 높았던 것처럼 지역주민의 동의가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초기엔 피케팅하고, 서명 캠페인을 벌이며 안산을 돌아다녔다면, 점차 마을 주민과 각을 세우는 방식보다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소통했어요. 주민들이 처음엔 ‘뭐야’라는 반응을 보이다가 나중에 ‘괜찮아요?’라고 물으시거든요. 천천히 가더라도 잘 가보자라는 마음이죠.

Q. 안산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추모공원(4·16 생명안전공원)을 둘러싸고 갈등이 많았죠.
추모위원회에서 회의할 때마다 지쳤어요. 저도 모르게 말을 쏟아내기도 했는데, 서로가 상처가 되는 말들이 오고 갔죠. 추모공원을 반대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 가요. 제가 아이를 먼저 보내지 않았다면 반대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반대하는 분들의 마음을 마꿀 정도로 용기는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추모공원이 잘 건립되어 안산에 선물 같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사회에 서로 만나고자 하는 욕구가 높은 만큼 이 공간이 안산 시민을 지켜주는 공간이 돼야죠.

Q. 세월호 가족과 이웃이 함께 만드는 페스티벌 ‘엄마랑 함께하장’을 열었죠.
세월호 추모공원이 건립 예정인 안산 화랑유원지가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일부 주민들이 아이들 사진이 있으니 무섭다고 하시기도 하고. 그래서 주민 누구나 참여하고, 수익금을 어르신을 지원하는 축제 ‘엄마랑 함께하장’을 열었어요. 안산 주민들도 ‘세월호’로 많이 아팠으니까 굳이 ‘세월호’를 꺼내지 않았어요. 주민들이 모여 자수를 놓고, 파우치, 냄비 받침을 만들었어요. 만들기를 통해서 소통하다 보면 주민 중 일부는 추모공원에 관심을 표하는 분이 생기고요.

Q.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게 있었나요.
사회에 관심 없었던 평범한 엄마가 사회에 눈을 뜬 것 같아요. ‘세상 바깥에는 아픈 사람이 있구나, ’상처가 병이 되어 세상과 닫힌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 있구나‘ 등 보는 시야가 달라졌어요. 제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시민들을 만날수록 새로운 걸 봐요. 같이 연대하는 분, 주민들이 먼저 간 우리 아이들 생일 상차림을 할 때 과일이나 조기를 사 오는데 그게 너무 좋아요.

Q. 유가족 입장에서 행정이나 시민사회에 아쉬운 점이 있나요.
세월호 관련해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많이 열리지만, ‘행사성’으로 열리는 경우도 잦아 메시지가 자라 전달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부분이 개선되면 좋겠고요. 지역사회에 필요한 곳에 돈이 쓰일 수 있도록, 누군가 소외되지 않고, 골고루 프로그램의 취지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특히 안산시에서도 안산 시민을 두루 살펴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2단계(2020-2022)를 앞두고 있습니다. 바라는 점이 있나요.
공동체 회복이 무엇인지를 공부할 때 다른 국가가 아닌 안산에 가보면 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해요. 고잔동에는 단원고가 있고, 본오동에는 시를 쓰는 아이가, 반월동에는 엄마들이 아이를 봐주는 그런 곳이거든요. 내가 희생자 엄마가 되고 싶어 된 게 아니니까 안산이 아픈 도시가 되지 않고, 우리가 똘똘 뭉쳐서 안전한 공동체, 안전한 도시로 나아가는 밑바탕이 되길 바랍니다.

피해자와 시민의 심리적 안정,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안산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연구했습니다.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대두된 유가족과 주민 간 갈등, 지역 내 유대감 상실 등 공동체 붕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안산시가 피해자와 시민의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도록 한 사업이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31조(‘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개발·시행’)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2017년부터 3년간 총 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국내 최초 공동체 치유·회복 프로그램이다.

추진 주체는 전담기관인 안산시 자치행정과 산하 ‘희망마을사업추진단’이며, 비영리단체, 공익단체, 사회복지기관, 소셜벤처, 주민자치회 등 다양한 지역 단체들이 프로그램 기획 및 실행, 참여자로서 함께했다. 핵심 방향은 ‘이해와 포용성 강화’, ‘대외적 가치 확산’, ‘미래세대 성장 지원’, ‘사회적 갈등 치유’, ‘지속 자립기반 마련’ 등 다섯 가지로, 매년 30여개의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첫해인 2017년은 ‘공동체 회복 기반 마련기’, 2018년은 ‘프로그램 확산 및 주민 소통 확대기’, 2019년을 ‘주체역량 강화 및 성과 분석기’로 각각 정리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세월호 가족의 심리적 회복과 자립을 도운 ‘4.16희망목공소’, ‘세월호 엄마 공방’, 유가족과 주민 간 접점을 확대한 ‘마을공동체 기억찾기 구술사업’, ‘이웃과 함께 밥한 끼 합시다’ 프로그램이 있다. 또 지역 내 생명·안전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생활밀착형 안전교육 활성화 프로그램’, 지역 청소년과 청년을 응원하는 ‘꿈 드림 릴레이 프로젝트’, 주민들의 참여역량을 강화한 ‘주민참여 마을재생 아카데미’ 등도 진행했다.

희망제작소는 2019년 안산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방향 수립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과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운영 성과 평가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안산시는 지난 3년의 실행 경험을 기반으로 2020년부터 3년간 2단계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재난극복 공동체 회복모델 정립’, ‘대외적 확산 및 공론화’를 핵심목표로 삼았다.

김현수 대안연구센터 연구원

수, 2020/04/0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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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벌어진 인천 형제 화재 사건은 연일 언론에 뉴스로 보도되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전부터 아동 관련해 안타까운 소식들이 연달아 이어졌지만, 인천 화재 사건은 다시금 우리 사회가 처한 아동 복지와 돌봄 문제를 환기했습니다.

“어쩌다 아이들만 있었던 것일까?”

왜 어떤 아이들은 보호 받지 못하고 사고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을까요. 곳곳에서는 어린 형제의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다양한 모음 활동이 이뤄졌습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들도 자발적으로 마음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는데요. 희망제작소는 이러한 상황을 둘러싸고 다양한 각도로 문제를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아동돌봄과 복지제도를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 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부모의 돌봄과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 복지 정책과 방향을 진단한 오건호 위원장 님과의 인터뷰 이후, 현장 담당자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 보기로 했습니다.

현장 담당자가 현장에서 느끼는 복지 정책과 돌봄 사각지대는 없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생각하는 아동 돌봄에 관한 이슈를 살펴보기 위해 올해 초에 각 분야의 돌봄 기관 실무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다섯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종합사회복지관이 하는 일, 당사자의 자립을 위한 사례 관리

먼저 소개할 아동 돌봄 기관은 전국에 약 463개소(2018년 12월 기준, 보건복지부)가 운영되고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입니다. 신중동종합사회복지관의 박선정 사회복지사를 만났습니다.

종합사회복지관은 지역주민의 복지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사례관리사업, 복지서비스제공사업, 지역사회조직사업 3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사업 중 사례관리사업에서 언급하는 사례관리를 두고,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받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례관리는 그저 도움만 주고 받는 게 아닌, 당사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역량도 강화하고 강점도 발굴해서 더 나은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주민에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복지 서비스와 자원을 연계하고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사례관리사업에서 어려운 부분은 생활에 어려움에 직면한 주민이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이 쌓이고 쌓여 만성적으로 가지게 되었을 때, 뒤늦게 공공기관 또는 지역주민으로부터 발굴되는 경우인데요.

실제로 문제가 생겼을 때 복지관을 찾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더 깊어지기 전에 만날 수 있도록 신중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지역 의과대학의 참여로 의료네트워크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례발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의료네트워크사업은 지역주민에게 기초 방문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이 과정에서 어려움에 빠진 가정을 사전에 발굴해서 다른 복지 서비스와의 연계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런 발굴 사업으로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사전에 발견될 수록 조금 더 빠르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복지사각지대를 없애는 법,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역할

사례관리사업의 목표는 지역 내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지역주민 누구나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먼저 발굴하고 먼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복지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사례관리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안전망은 지역복지관의 역할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지원 제도와 연계 서비스를 잘 파악하고 있는 행정, 공공기관과 다른 분야의 복지단체와 함께 협력이 이루어져야 조금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주민의 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복지관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사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어려운 상황을 발견했을 때 알려줄 수 있다는 의무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합니다.

주로 어려운 주민이 발견되는 경로가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은 통장이나 상인, 지역사회단체에 활동하는 분들을 통한 경우인데요. 대부분의 주민이 복지관의 존재도 모르고, 어떤 사업과 활동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제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합니다.

어려운 주민을 발견하고 지원을 연결하는 모든 과정이 복지관만의 역할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작동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복지제도, 지역사회 안전망으로 작동되어야

현재 복지제도는 대상에 대한 조건이 명확한 만큼 미묘한 차이 때문에 지원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저소득 대상자로는 분류되어있지만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인과 장애인 대상으로는 통합 돌봄 서비스, 지원 체계가 잡혀있는데 아동 대상으로는 통합 돌봄 지원 복지 체계가 부족합니다. 노인이나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국한하지 않고 보편적인 대상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 체계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이 사후적인 서비스에 국한되어있는데, 사전에 발굴하고 예방할 수 있는 사전적인 복지 서비스, 정책도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역 내 통합 돌봄 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복지관 협의회 뿐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돌봄 지원 기관들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라든지, 다문화 가정지원센터라든지 지역 내 다양한 복지 기관들과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복지 문제에 함께 대응하고 해결하는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추진하기는 어렵지만 공공기관에서 주도적으로 협력를 도모하고 매뉴얼과 제도로 정착시킨다면 네트워크 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사회복지관의 기능부터 복지 제도에 바라는 부분까지 현장 담당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동 돌봄에만 국한된 게 아닌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 지역 사회 내 통합 안전망 구축과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다직종네트워크가 지역 사회 안에서 구축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 이웃에 대한 관심을 의무라고 말씀하신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바쁘고, 거리를 둬야하는 요즘이지만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며, 함께 안전할 수 있는 지역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사회에는 다양한 복지 지원 기관, 돌봄 기관이 있습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만큼 눈에 띄진 않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돌아보면 가까운 곳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 아동돌봄과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인터뷰 및 정리: 안영삼 미디어팀 팀장 [email protected]

금, 2021/03/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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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이노베이터의 로컬실험실>은 전남 지역 청소년들이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아 직접 만들어보는 실험 활동입니다. ‘목포 무안 쏘다니기’, ‘목포 무안 뜯어보기, ’뚝딱뚝딱 만들어보기‘라는 주제로 세 차례 <팝업실험실>을 열었습니다. 해당 사업은 ㈜도휘에드가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지역혁신 역량강화 사업 <혁신실험실 전남> 일환으로 희망제작소 주관, 유스앤피플‧꿈이있는지역아동센터‧만드리공동체 협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례① ‘무안의 락(樂)’팀의 로컬실험실 : “사람들은 왜 화단에 쓰레기를 버릴까?”

무안을 즐거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안을 즐기기 위해, ‘무안의 락(樂)’이라는 이름으로 일곱 명의 청소년이 나섰습니다. ‘무안의 락’ 청소년들은 가장 관심 있는 주제로 ‘환경’을 꼽았습니다. 쓰레기의 재활용, 쓰레기통 설치, 교육과 벌금, 친환경 세제 등 폭넓은 관심사에서 시작해 세 번의 ‘팝업실험실’에서 가다듬고 살을 붙였습니다.

‘사람들은 왜 화단에 쓰레기를 버릴까?’ 청소년들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녔습니다. 무안읍사무소 등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의견을 제시하러 갔다가 자문을 얻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직접 설문 조사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파악했고, 기존 형태의 쓰레기통이 아닌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는 영감을 얻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직접 쓰레기통을 디자인해보기로 합니다. 둥그런 형태 쓰레기통을 구매해 담배꽁초 모양으로 색칠하기로요. 하지만, 쓰레기통을 구매하려고 알아보고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다가 새로운 자료를 찾아냈습니다.

2년 전 서울 구로구에서 설치했던 담배꽁초 수거함 ‘꽁초픽’은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넛지’ 방식을 활용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쓰레기통에는 간단한 설문 조사 질문이 있고, 답변에 따라 나눠서 넣을 수 있도록 두 개의 칸이 나눠져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궁금증을 끌어내 담배꽁초를 쓰레기통 안에 넣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무안의 락’팀은 구로구에 연락해 수거함을 제작했던 업체를 찾아내고, 직접 주문했습니다. 청소년들이 담배 모양의 쓰레기통을 직접 제작하기로 했던 계획을 수정한 거죠. <로컬실험실>은 수시로 계획을 바꾸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입니다. 청소년들은 대신 수거함에 적힐 설문 조사의 질문을 고민해보고 정했습니다.

읍내의 한 건물 주변이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지저분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제의 원인을 조사하는 활동, 쓰레기통을 설치하기 위해 직접 찾아보고 디자인하는 활동,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도록 포토존을 디자인하고 설치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과연, 이 쓰레기통은 무안에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지켜볼 일이죠.

사례② ‘유성매직’ 팀의 로컬실험실: “우리가 돈이 없지, 용기가 없나”

청소년들은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기를 원합니다. ‘유성매직’팀의 이름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지어졌는데요. 유성매직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기 위해’ 청소년의 문화 활동을 개선하고 싶은 네 명의 청소년들은 시내에 청소년이 편하게 갈만한 공간이 없고, 친구나 연인과 같이 시간 보낼 장소가 없는 게 불만이라고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유성매직’팀은 색다른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청소년 공간이 부족한 이유를 분석하는 활동에서 돈을 버는 기회가 성인보다 적은 점이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데 어려운 요인임을 발견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라서 공간의 확보보다는 용돈을 마련하는 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용돈을 벌 수 있을까요? 직접 상품을 만들어 파는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유성매직’팀은 자신들이 쓰던 물품이나 안 쓰고 있는 물건들을 파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처음에는 작아진 옷을 주로 판매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알뜰살뜰 모으다 보니 어렸을 적에 사놓고 안 샀던 문구용품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포털사이트를 활용해 웹사이트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등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기존의 다양한 채널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청소년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본진’ 역할을 하는 웹사이트가 필요했습니다. 웹사이트에는 판매 물품과 함께 청소년들의 고민과 논의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웹사이트와 SNS로 홍보하고, 지역사회에 청소년 활동을 알리기 시작하니, 활동을 지지하는 기관과 개인에서 물품을 기증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광주에서도 기증하겠다는 분이 계셔서 청소년들이 함께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목포 출신의 유명 축구 선수 권아솔의 애 장품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유성매직’팀의 <로컬실험실>에서도 청소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니, 지역사회가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지원은 물품 기증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에서 앞으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창업가와 연계하는 방안 등을 자문해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유성매직’팀은 앞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지역사회 안에서 계속 모색해보고 있습니다.

‘유성매직’팀의 활동은 끝이 아닙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안에서 스스로 용돈을 버는 방법을 실험했고,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시내와 읍내에서 갖고 싶어 했던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응원이 필요합니다.

사례③ ‘PSV’ 팀의 로컬실험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멋으로 해결하지”

어른의 기준, 어른의 눈높이, 어른의 생활 방식에 맞춰진 공간에서 청소년들은 어떻게 한 명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문제, 해결, 가치’의 뜻을 지닌 ‘PSV’((Problem, Solution & Value)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섰습니다.

‘PSV’팀은 청소년의 ‘놀이 공간’에 집중했습니다. 읍내에 나가면 성인들을 위한 공간밖에 없고, 생활 반경 안에서도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 학원 이외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집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며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많이 하는 게 무안 청소년들이 스스로 말하는 여가입니다.

무안의 청소년들이 선택한 방식은 정면승부입니다.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힘을 가진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문을 두드리고, 청소년들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기로 한 것입니다. 읍장, 군수, 군의원, 도의원 등 어른들도 선뜻 만나기 부담스러운 직책을 가진 공직자들을 청소년들이 직접 만나기로 했습니다.

먼저 ‘PSV’팀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을 모두 만나 각각 의견을 물었습니다. 동네에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두 발로 뛰어다니며 물었습니다. 무안 읍내에는 당구장, 볼링장, 탁구장 등이 있지만, 청소년이 마음껏 이용하는 데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에서는 풋살장, 방방이, 공연장 등 몸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문화체육 시설이 있다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PSV’팀은 또래 청소년들과 만나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본인들의 ‘언어’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도전이 시작됩니다. 먼저 김정철 무안읍장을 만나러 갔습니다. 김 읍장은 무안읍만의 예산으로는 어려우므로, 무안군을 찾는 쪽이 좋겠다는 조언으 해주셨고, 무안군의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김대현 의장을 만나 무안의 청소년 놀이 공간의 필요성에 관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무안군의장에 따르면 다행히 무안 곳곳에 풋살장과 청소년 문화시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 무안군의장은 이혜자 전라남도의원을 만나 청소년 공간을 실질적인 쓰임이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관계자들과 필요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애초에 짧은 기간과 적은 예산으로 공간을 확보하기란 어려울 거라고 예상하고 이번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대신 ‘PSV’팀은 일련의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앞으로 과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하나둘씩 생기게 될 공간이 청소년들이 진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계획입니다.

*해당 글은 단행본 <고등이노베이터의 로컬실험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멋으로 해결하지’ 중 일부 발췌해 게재되었습니다.

월, 2021/05/0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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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심과살림』 17호가 7월 26일 발간되었습니다.

이번호는 <기획특집>으로 민주적이고 협동적인 방식으로 가치지향적 운동을 실천하는 조직들이 겪을만한 이야기를 한살림 사례를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이슈>로는 가축 전염병에 대해 ‘살처분’이라는 방법을 택하는 우리 사회의 행정, 제도, 의식에 의문을 던지며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명들, 타자들과 공존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담론연재>에서는 생명운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소개하고 있으며, <시선>에서는 코로나 시대를 보는 다른 시각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기고>에서는 ‘한살림 운동의 정체성 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15호와 16호에 이어 17호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발행한 『모심과살림』 16호부터 외부유통 업체 사정으로 인해 온라인 서점 유통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구입을 희망하시는 분은 한살림장보기홈페이지(8월 2일부터 공급예정) 또는 모심과살림연구소 홈페이지(www.mosim.or.kr)에서 직접 신청을 통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책 값은 8,0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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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모심의 눈] 전환의 시대, 한살림다운 모습은 무엇일까?│ 황도근

[기획의도] 한살림, 변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 사이│ 모심과살림 편집부

[기획특집] 참깨 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 관점으로 보는 한살림운동

한살림 물품 논쟁을 돌아보며 │ 임채도

<난상토론> 한살림 사람들, 참깨수입과 민주주의를 말하다

한살림의 참깨논의에 대한 숙의민주주의의 적용과 의미 │ 정규호

숙의민주주의 딜레마와 한살림 민주주의 │ 조미성

[이슈] 산안마을 조류 살처분을 통해 던지는 생명에 대한 물음

<인터뷰> 산안마을에 가다

지옥의 기원 │ 채효정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생태감수성 │ 김산하

[담론 연재] 생명운동을 보는 다양한 시각

‘사회의 자기기술’로서 녹색전환과 한살림선언 │ 박순열

[시선] 코로나 시대를 보는 다른 시선

‘바이러스와의 전쟁’ 은유의 의미와 한계 │ 김훈기

[독자기고] 지난 호를 읽고

한살림운동의 정체성 논의에 대해 │ 류하

 

 

일, 2021/07/2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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