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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타인사칭 처벌법’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 패러디 등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위헌적인 인터넷 실명제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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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타인사칭 처벌법’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 패러디 등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위헌적인 인터넷 실명제의 부활

익명 (미확인) | 월, 2016/10/10- 11:31

‘SNS 타인사칭 처벌법’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 패러디 등 표현의 자유 침해 및 위헌적인 인터넷 실명제의 부활

 

지난 7월 7일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SNS 타인사칭 처벌법”)을 발의했다. ‘SNS 타인사칭 처벌법’은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그 사람의 성명·이용자 식별부호·사진·영상 또는 신분 등을 자신의 것으로 사칭하는 내용의 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이러한 정보를 동의 없이 “자신의 것으로 사칭하여 유통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민홍철 의원과 현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SNS상 타인사칭을 처벌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으며, 이번 민홍철 의원안은 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된 두 개정안을 보완하여 재발의한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위헌적인 SNS 타인사칭 처벌법의 도입을 반대한다.

 

허위사실공표죄 위헌결정의 취지를 위반하는 위헌적 법률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 인터넷에 게시된 특정한 정보를 허위라는 이유로 처벌하려면 그 표현 자체가 중요한 법익에 명백·현존한 위험을 초래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2010년 헌법재판소는 단순히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가진 “허위의 통신”을 처벌하는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 “공익”이 너무 불분명하다며 위헌판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2010. 12. 28. 2008헌바157 등). 그런데 “이용자 식별부호”나 “사진·영상 또는 신분”을 “자신의 것으로 사칭”하는 행위가 어떤 법익에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을 초래하는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제안 이유에는 “타인 사칭”이 곧바로 “인격권 침해”를 일으킨다는 주장이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이를 사칭하면 바로 범죄행위가 되는데, 여기에는 패러디 계정이나 팬 계정을 만드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만약 유재석의 팬이 특별히 자신의 신분을 밝힘이 없이 페이스북 프로필에 유재석의 사진을 올려놓는다면 처벌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웹소설이나 웹툰이 1인칭으로 서사가 전개되면 모두 처벌의 위험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여성편력을 비판하기 위해 트럼프의 사진을 올려놓고 “I LOVE WOMEN”이라고 해도 처벌의 위험이 있다. 미국의 몇 개 주에서 온라인상 타인사칭(Online Impersonation)을 처벌하는 을 도입했지만 타인에게 사기나 명예훼손을 저지를 의도를 초과주관적 요건으로 두고 있어 사기나 명예훼손에 대한 일종의 미수죄로 기능하기 때문에 이 법안과는 다르며 이마저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비판받고 있는 상황이다.

 

유래 없는 포괄적 예비·음모죄의 신설

설령 표현의 자유 침해를 묵과하더라도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타인사칭을 처벌하는 것은 위헌적인  “포괄적” 예비·음모죄의 신설이다. 현행법상 타인사칭의 경우 사칭을 넘어 2차 피해를 발생시키는 개인정보 침해, 명예훼손, 사기 등 실질적인 범죄행위가 있을 경우 해당 범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법안은 그런 피해도 없고 그런 피해를 발생시킬 목표도 없는 타인사칭 자체를 예방의 차원에서 처벌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형법은 제28조에서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음모 또는 예비행위를 처벌한다는 형사정책적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 및 특별법상 예비·음모를 별도로 처벌하는 범죄는 내란음모죄, 살인예비죄, 마약소지죄 등 범죄 발생의 예방이 중요한 중대한 범죄에 국한되어 있다. 과연 타인사칭 자체가 그렇게 중대한 범죄의 예비 또는 음모가 될 만한 행위인가?

 

SNS 실명제는 인터넷 실명제의 부활이 될 것

’타인사칭’ 정보 자체가 불법정보로 규정된 이상 불법정보를 퇴치해야 할 도의적 책임을 느끼는 인터넷사업자들은 ‘타인사칭’을 막기 위해 필연적으로 게시자가 해당 정보가 타인의 정보가 아니거나 동의를 받았음을 증명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이다. 또한 ‘SNS’상 타인사칭을 처벌한다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와는 달리 법 문언상으로는 플랫폼을 제한하지 않고 있어 결과적으로 모든 정보통신망 서비스에 적용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법은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가 사망선고를 내린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는 법인 것이다(헌재 2012. 8. 23. 2010헌마47 등).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일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를 이행할 의무도 지우므로 사업자의 언론의 자유 및 직업수행의 자유도 침해한다. 이미 카카오톡, 네이버, 다음, 페이스북 등 사업자들은 운영규정에 따라 사칭 계정 신고가 들어오면 본인 확인 후 계정 폐쇄 등의 조치를 자율적으로 해주고 있다. 그런데 동 법이 통과되면 타인사칭 방지를 위해 사업자들은 계정 생성시 본인확인을 요구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타인사칭을 당한 피해자의 인격권에 대한 침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선의는 이해하나, 그렇다면 국가공권력의 개입은 실제로 그런 침해나 고통이 있는 경우에만 한정되어야 한다. 오프라인상에 타인사칭죄라는 것이 없는 것만 보아도 모든 타인사칭에 그런 침해와 고통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상 행위만 처벌하는 법의 신설은 인터넷을 죽이려는 시도이다. 타인사칭 처벌법은 형사처벌의 과잉이며 실명제를 강요하고 있으므로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

 

2016년 10월 1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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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청법에 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2015년 6월 25일 성인이 미성년자를 연기한 음란물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헌재는 아청법 제2조 5호 등의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5:4(합헌:위헌)로 해당 아청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위헌 결정을 하려면 재판관 6인의 위헌 필요합니다.

아청법 2조 (정의)

5.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이는 2013년 5월 서울북부지방법원이 교복 입은 여성이 성행위를 하는 음란물을 전시·상영한 혐의로 기소된 PC방 업주 사건의 적용 법률인 아청법이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지 판단해달라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한 헌재의 대답입니다.

해당 조항은 아동과 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행위를 하거나 신체 노출 등을 하는 필름·비디오물·게임물·영상 등을 음란물로 보고 이를 소지하거나 배포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참고 기사: 미디어오늘 – 헌재, 아청법 합헌 “교복 입은 성인 영상물 처벌”)

아청법에 관한 쟁점을 일문일답식으로 풀어봅니다.

과연 아청법은 이대로 좋은 걸까요? 다양한 의견 개진과 기고를 환영합니다. (편집자)

 

1. 아청법, 누구냐 넌?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하 ‘아음물’)과 관련한 처벌은 그 수준이 매우 세다. 아음물을 만들기 위해 이용된, 즉 촬영되고 또는 묘사된 아동청소년에게 매우 큰 정신적 피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음물 제작·배포는 실제 아동성범죄와 비슷하게 처벌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2010년경까지 잔혹한 아동 성범죄가 누적되자 아청법을 ‘무조건’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실제 아동·청소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아동청소년 ‘표현물’(만화, 애니 등)에도 적용하게 된 것이다.

법안은 윤덕용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재 새누리)에 의해 발의되었으나 사실 여야 누구 하나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아동도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보지 않는데도 아동 성범죄와 동일한 처벌을 할 수 있는 아청법은 시작부터 뒤틀린 것이다.

[음란물과 아음물의 차이]

1. 소지 처벌: 음란물은 소지 자체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형법 242조~245조), 아음물은 소지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2. 처벌 강도: 음란물과 관련한 범죄는 그 처벌 비교적 가볍지만, 아음물은 소지 그 자체만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등 아음물과 관련한 범죄는 그 처벌이 대단히 무겁다.

 

2. ‘아음물’이란 무엇인가? 

만화, 애니, 포토샵, 실사 모두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캐릭터가 등장하여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면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단, 소설과 같이 영상이 없는 것은 제외된다.)

그럼 만화, 애니, 포토샵 작업 등에 할머니 얼굴을 하고 아이 몸을 한 캐릭터 또는 동안 할머니 캐릭터, 나이 400살 먹은 어린이 얼굴을 한 요괴, 개 나이로는 초고령이라고 할 수 있는 20살의 의인화된 개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에서 내놓은 대답이 예술이다.

“매체물의 제작 동기와 경위, 표현된 성적 행위의 수준, 전체적인 배경이나 줄거리, 음란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때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행위를 담고 있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의 것에 한정된다고 볼 수 있으며 기타 법관의 양식이나 조리에 따른 보충적인 해석에 의하여 판단 기준이 구체화되어 해결될 수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이제 일선 법원은 어떤 것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의 것”인지를 밝혀내서 유무죄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할까? 법관의 양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헌재 판결로 이제 아음물인지 아닌지는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3. [은교] 같은 영화는? 여가부 해석은? 

영화 [은교]는 아음물인가에 관해 논란이 분분했다.

은교

헌재 해석대로라면 아음물은 우선 형법상 음란물에 해당하는 것들 중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것으로만 한정되고, 그렇다면 [은교]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 [은교]에는 좋은 일이겠지만, 법을 없애기는 어려워졌다. (헌법소송에서는 유불리가 바뀌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김재련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25일 “현행 아청법은 성인이 아동·청소년으로 묘사돼 성적 행위를 하더라도 음란물로 최종 판명이 나야 처벌하게 돼 있다”며 “‘은교’는 19세 이상 관람가일 뿐 음란물이 아니기 때문에 아청법으로 처벌할 순 없다”고 전했다.

– 이데일리, 여가부 “아청법 합헌, 영화 ‘은교’ 처벌대상 아냐”

참고로 실사(영화)에 대해서는 헌재가 상대적으로 명징한 대답을 내놓았다.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외모, 신원, 제작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실제 아동·청소년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현행 아청법(제2조 제5호) 속 “음란물은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문장이다. 하여튼 이래서 좋게 해석하자면 헌재 결정 때문에 적용대상이 좁아진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거다.

 

4. 소지하면 어떻게 되나? ‘깜방’가나?

소지하면 ‘깜방’갈 수 있다. (1년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더 큰 문제는 당신이 P2P 형태로 내려받으면 다른 이용자가 당신이 내려받은 파일조각을 받아갈 수 있으므로 “배포”로 엮일 수 있고, 배포 시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게다가 아음물을 제작하거나 수입 또는 수출한 행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가령, 아래 예시한 만화를 그린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물론 최근 헌재 결정대로라면 수위가 더 높아야겠지만.)

모자이크가 없다고 상상해 보시라

모자이크가 없다고 상상해 보시라.

잠깐! 실제 살아 숨 쉬는 아동·청소년 매매행위를 해도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똑같다!

 

5.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형량만 문제가 아니다. 우선 아동성범죄자로 분류가 되는 게 문제다. 형사체계에서 아동성범죄자로 분류되면

  1. 우선 20년간 신상이 등록되고
  2. 10년 취업이 제한된다. (단, 소지죄는 빼고.)

실제 피해를 당한 아동·청소년이 없는 ‘표현물’을 배포하거나 제작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실제 아동성범죄자처럼 다루는 것은 마치 살인범에 대한 영화를 만든 감독을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 문제가 불거지는 거다. 실제 아동이 등장하지 않는 표현물은 그냥 판타지로 다뤄져야 한다. 물론 판타지도 도가 지나치면 처벌할 수 있겠지. 그래서풍속범죄인 음란죄가 ‘이미’ 있다. 처벌하려면 그냥 음란죄로 처벌하면 된다.

*  *  *

아청법

 

아청법 긴급 특강 

아청법 논란에 관심이 있는 분은 오픈넷 ‘긴급특강’을 통해 더 풍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 일시: 7월 9일(목) 저녁 7시 30분
  • 장소: 벙커1 지하벙커
  • 참가비: 무료 (선착순)

오픈넷 이사인 박경신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가 특강에서 문제 조항 해석부터 헌재 결정의 의미, 아청법과 연관법들을 둘러싼 쟁점 등을 강의할 예정입니다. 오픈넷은 아청법 법 개정과 소송지원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게재하고 있습니다.(2015. 07.07.)

화, 2015/07/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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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네 번째 판례 : 인터넷 사전선거운동 사건1)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인들은 주요 공직선거와 관련하여 자신들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후보자 또는 정당에 대해 UCC(User-Created Contents, 이용자제작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글을 게재 또는 트윗(tweet, 140자 미만의 단문으로 된 짧은 글)을 작성하여 각종 포털사이트 또는 홈페이지, 블로그, 트위터 등의 SNS(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통하여 인터넷상에 게시‧유포하고자 한 사람들이거나 그로 인하여 형사재판에 계류중인 사람들이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7. 1. 26. ‘선거 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을 발표하여, 대통령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 또는 정당에 대한 지지ㆍ추천ㆍ반대의 내용을 담거나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UCC를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 그것이 단순한 의견 개진의 정도를 넘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의 규제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0. 2. 12. ‘선거관련 트위터 이용가능범위 제시’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트위터를 이용해 특정후보 혹은 정당에 관한 지지, 반대를 표시하거나 선거운동정보가 담긴 트윗을 리트윗하는 행위는 전자우편 발송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므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의해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당시 문제가 되었던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전 180일(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창당준비위원회와 정당의 정강·정책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법원, 헌법재판소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는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 또는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ㆍ추천ㆍ반대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해 왔고, 이와 같은 해석을 전제로 하여 과연 그러한 규제가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2)

첫째,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매체이고, 이를 이용하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적어도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여 선거운동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치공간으로 평가받고 있고, 오히려 매체의 특성 자체가 ‘기회의 균형성ㆍ투명성ㆍ저비용성의 제고’라는 공직선거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점,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적 비난이나 허위사실 적시를 통한 비방 등을 직접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률규정은 이미 도입되어 있고 모두 이 사건 법률조항보다 법정형이 높으므로, 결국 허위사실, 비방 등이 포함되지 아니한 정치적 표현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점, 인터넷의 경우에는 정보를 접하는 수용자 또는 수신자가 그 의사에 반하여 이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자발적ㆍ적극적으로 이를 선택(클릭)한 경우에 정보를 수용하게 되며, 선거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관심과 열정의 표출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인터넷상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표현 및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 및 흑색선전을 통한 부당한 경쟁을 막고,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해하는 결과를 방지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았다.

둘째,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가 순차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본권 제한의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그 기간 정당의 정보제공 및 홍보는 계속되는 가운데, 정당의 정강ㆍ정책 등에 대한 지지, 반대 등 의사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일반국민의 정당이나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여 정당정치나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대의제도의 이념적 기반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 인터넷 상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의 선거운동, 비방이나 허위사실 공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전적 조치는 이미 별도로 입법화되어 있고, 선거관리의 주체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인터넷 상 선거운동의 상시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오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일정한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 속에 비방ㆍ흑색선전 등의 부정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하여 일정한 기간 이를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았다.

셋째,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 내지 선거운동을 금지함으로써 얻는 선거의 공정성은 명백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반면, 인터넷을 이용한 의사소통이 보편화되고 각종 선거가 빈번한 현실에서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장기간 동안 인터넷 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 내지 선거운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생기는 불이익 내지 피해는 매우 크다고 보았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ㆍ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 등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 및 선거운동의 자유의 중요성,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 입법목적과의 관련성, 다른 공직선거법 법률조항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선거운동의 자유 내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인터넷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을 허용하게 만든 중요한 헌법재판소 결정이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채택한 논리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인터넷이 의사표현의 매개체가 분명하다고 하면,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를 받는 것은 그 법리상 당연하다. 다만 여기서 인터넷의 구조적 특성이 표현의 자유와 어떠한 구체적 관련성을 갖는지가 규명되어야 한다. 바로 여기서 매개고리가 되는 것이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이념들 중의 하나인 ‘사상의 자유시장’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의 경로에 대해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진정한 사상의 자유시장이 존재한다.”3)고 한다면, 의사표현주체의 접근과 이용이 용이한 커뮤니케이션 경로 내지 매체일수록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개입이 없더라도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매체의 경우에는, 국가개입이나 국가규제의 정당성은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로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medium-specific analysis)’이다. 즉 “매체에 대한 국가 규제의 기준과 정도의 수준은 당해 매체의 구조적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접근방법이다. 이러한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에 의하면, 인터넷의 특성이자 본질인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접근의 용이성, 정보의 다양성은 인터넷 대한 규제의 기준과 정도의 수준을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인터넷에 대해서는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대한 규제보다는 ‘완화된 기준과 덜 엄격한 정도의 수준’으로 규제시스템이 적용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미 소개한 ‘불온통신 사건’에서 이러한 이론을 이미 수용한 적이 있다(헌재 2002. 6. 27. 99헌마480).

한편 선거제도의 목적과 기능, 본질을 왜곡시키는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국가에 의한 규제가 요청되고 필연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선거운동을 제한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로 작동하는 것이 바로 헌법 제116조 제1항에서 파생되는 ‘선거의 공정성’이다. 그리고 여기서 선거의 공정성은 곧 선거운동에 있어서 ‘기회의 불균형성’, ‘불투명성’, ‘고비용성’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회의 불균형성, 불투명성, 고비용성을 제거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수단은 다양한 측면에서 강구될 수 있다. 예컨대 정당추천후보자와 무소속후보자간의 비합리적인 차별의 철폐 및 균등한 기회부여, 후보자나 정당 등에 의해 모집 혹은 지출되는 선거비용의 총액통제나 선거비용회계의 투명성 강화, 구체적인 선거운동기간, 선거운동주체, 선거운동방법, 선거운동매체 등의 제한 등이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의 기준과 수준의 정도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선거운동을 위해 활용하는 매체의 특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화두로 변형을 할 수 있다. 즉 “선거운동을 위해 활용되는 매체에 대한 규제의 기준과 수준의 정도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가?”이다. 필자는 이에 대한 답은 바로 ‘매체의 특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선거운동규제의 목적은 선거의 공정성이고, 선거의 공정성은 곧 선거운동에 있어서 ‘기회의 불균형성’, ‘불투명성’, ‘고비용성’의 제거를 의미하며, 선거운동을 위해 활용되는 매체에 대한 규제의 기준과 수준의 정도는 매체의 특성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것은 결국 당해 매체의 특성과 본질 그 자체가 ‘기회의 균형성, 투명성, 저비용성의 제고’라는 선거운동규제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한다면, 당해 매체를 활용한 선거운동의 규제는 여타의 매체보다 ‘완화된 기준과 덜 엄격한 정도의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이러한 명제가 타당하다면, 결국 인터넷은 본질상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용이성, 정보의 다양성 등을 그 특성으로 갖고 있으므로,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운동의 규제는 여타의 매체를 활용한 선거운동의 규제보다는 ‘완화된 기준과 덜 엄격한 정도의 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위와 같은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과 선거운동 규제의 정당화논리를 접목하여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운동 규제의 타당성 및 적정성과 관련된 논란을 헌법적으로 해결하였다는 점에서, 더 나아가서 인터넷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대폭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이 판례는 매우 중요한 선례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설시하면서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과 선거운동 규제의 정당화논리를 접목하고 있다.

“인터넷은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 등을 기본으로 하는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한 매체이다. 즉, 인터넷은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가장 참여적인 매체로서,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고, 정보의 제공을 통한 의사표현 뿐 아니라 정보의 수령, 취득에 있어서도 좀 더 능동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니므로, 일반유권자도 인터넷 상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선거운동을 하고자 할 개연성이 높고, 경제력 차이에 따른 선거의 공정성 훼손이라는 폐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으며, 매체 자체에서 잘못된 정보에 대한 반론과 토론, 교정이 이루어질 수 있고, 국가의 개입이 없이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연히 대비된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인터넷은 국민주권의 실현 및 민주주의의 강화에 유용한 수단인 동시에 기회의 균형성, 투명성, 저비용성의 제고라는 선거운동 규제의 목적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매체로 평가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밑줄 필자 강조)

한편 선거운동 규제와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본질적 문제영역이 존재한다.

첫째, 현재의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운동 규제장치들이 과연 ‘합리적’이냐의 문제이다. 선거의 헌법적 의미를 고려하면, 선거야말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공직선거법은 ‘후보자나 정당을 비판하는 일반국민에 대한 규제’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규제’방식을 채택함으로 인하여, 그동안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든지 선거운동의 자유를 너무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수없이 이루어져 왔다.

둘째, 현재의 공직선거법이 과연 매체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부합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이것은 새로운 매체나 커뮤니케이션수단들의 특성을 간파하여 이들 매체나 수단들이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가의 차원에서이다.

위의 두 가지 문제영역을 전제할 때, 이 사건에서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헌법이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운영실무적인 측면에서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신장시킨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선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과 선거운동규제의 정당화논리를 접목하여, 선거의 공정성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의 조화를 위한 보다 정치한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거운동영역에서의 헌법이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결정 이후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상시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실제로 인터넷 선거운동을 규제하던 조항의 삭제를 통해서 공직선거법이 개정됨으로써, 선거실무에서 일반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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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재 2011. 12. 29. 2007헌마1001등,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2)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인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과 이와 거의 유사한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던 조항들에 대해서 줄곧 합헌결정을 선고해 왔다(헌재 1995. 4. 20. 92헌바29; 헌재 2001. 8. 30. 99헌바92등; 헌재 2001. 10. 25. 2000헌마193; 헌재 2001. 12. 20. 2000헌바96등; 헌재 2002. 5. 30. 2001헌바58; 헌재 2006. 5. 25. 2005헌바15; 헌재 2007. 1. 17. 2004헌바82; 헌재 2009. 5. 28. 2007헌바24). 특히 인터넷상의 UCC에 대해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의 ‘이와 유사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처벌하는 것의 위헌 여부와 관련하여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헌재 2009. 7. 30. 2007헌마718).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인터넷 사전선거운동사건에서 종전의 2007헌마718결정을 이 사건 결정과 저촉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게 된다.

3) Miami Herald Publishing Co. v. Tornillo, 418 U.S. 241(1974).

 

월, 2015/07/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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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메르스 괴담 ‘사회적 혼란 야기’를 이유로 삭제 의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지난 6월 11일 제42차 통신심의소위에서 메르스 확산은 미국 또는 국정원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인터넷 게시글에 대하여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삭제 의결하였다. 또한 메르스 사태는 故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추종자들의 음모라는 내용, 탄저균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황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으로부터 눈을 돌리기 위한 충격상쇄용 아이템이라는 내용 등, 경찰청이 메르스와 관련한 ‘괴담’으로 신고한 5건도 현재 심의 대상으로 의견진술을 듣기로 결정한 상태이며, 이와 같은 추세라면 이들 역시 삭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심위와 같은 행정기관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라는 추상적이고도 국가 질서 위주로 해석될 수 있는 개념을 기준으로, 달리 불법의 소지가 없는 합법적인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다.

삭제 결정된 글은 ‘한국 메르스는 미국 네오콘의 지시에 의한 미군의 실험 또는 백신 장사용 사전포석 일 수 있다’, ‘국내에 산적한 정치적 부담(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황교안 총리 후보자 관련 의혹)을 희석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사태를 조성한 국정원의 충격 상쇄 요법일 가능성도 의심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글 하단에 본 게시글을 ‘소설’이라 칭하며, 추측성 허구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방심위와 같은 행정기관이 국가의 주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모든 표현들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삭제할 수 있다면, 국민들은 다른 합리적 의혹마저도 명백한 근거가 없는 한 공론의 장에 제시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고 이는 오히려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라는 심의기준은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으로 해석되어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메르스 괴담을 엄정하게 규제하겠다는 법무부, 경찰, 여당의 발표에 따라 경찰이 신고하여 삭제된 이 글 역시 메르스 관련 의혹뿐만 아니라, 성완종 리스트 검찰수사 문제, 황교안 총리후보 관련 의혹, 생 탄저균 주한 미군기지 배달 사건, 심재철 의원의 누드사진 검색 사건, 국정원의 예비판사 면접 사건, 대선 선거 조작 의혹 등 다양한 공적 사안에 대한 문제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근거 없는 추측성 문언, 그것도 스스로 소설임을 선언하여 신뢰도도 거의 없는 문언이 일부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개인이나 병원이 지목된 것도 아니어서 어떠한 불법도 없고, 현재 국민이나 정부의 질병관리에 어떠한 저해도 가져오지 않은 이러한 글을 경찰이 신고하고 방심위가 삭제한 것 역시 정부나 여당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일부 존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방심위의 ‘사회적 혼란 야기’를 이유로 한 심의 건수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난 3월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은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의혹 제기글(제23차 통신소위)을 삭제한 이후, 4월에는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을 주장한 인터넷 게시글(제33차 통신소위)을 삭제 의결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일명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그 보충의견에서 “허위의 통신 자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은 그 필요성에 의심이 있다.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하여 1차적으로 재단되어서는 아니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방심위의 심의 대상 정보는 ‘정보통신망법조항들에 의해 금지되거나 규제되는 정보’라고 판시한바 있고(2011헌가13), 이 취지에 따라 방심위는 불법정보만을 심의하여야 한다.

방심위는 이러한 헌법적 결정을 존중하고 어떠한 불법성도 없는 글들에 대하여 본 심의규정에 따라 삭제‧차단하는 위헌적 심의를 지양하여야 한다.

 

2015년 6월 1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15/06/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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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

공인에 대한 비판 차단 위해 남용될 위험만 있어

현행 심의규정대로도 약자보호 충분

사법부판단 후 심의 ‘내부규칙’ 제정은 비판여론 잠재우기 위한 눈가림

 

1. 지난 17일(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주최 “인터넷명예훼손심의제도 개선토론회”에서 박효종 위원장은, 당사자 아닌 제3자의 신고만으로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한 조치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하여 ‘공인의 경우에는 사법부에서 유죄 판단을 내린 경우에만 제3자 신고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번 개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이러한 주장은 이번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이유의 핵심 사항인 ‘공인에 대한 비판 차단에 남용될 것’이란 우려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또한 현행 심의규정대로도 얼마든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가능함에도 사회적 약자보호를 내세워 개정을 강행하려는 것의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아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박 위원장은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

2. 박 위원장은 ‘공인의 경우에는 사법부에서 유죄 판단을 내린 경우에만 제3자 신고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위원회의 ‘내부 규칙’에 이를 반영하겠다고 하였다. 이는 이번 심의규정 개정이 대통령 및 고위공직자 등 공인에 대한 비판 여론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것이란 우려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해당 ‘심의규정’상에 명문화시키는 것도 아니라 ‘내부규칙’으로 반영하겠다는 것은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그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한다. 위원회 운영을 위한 세부사항을 정하는 내부규칙은 위원회 자체적으로 제개정이 가능하고 외부의 의견수렴이나 견제를 받을 장치가 사실상 없다. 또한 위원장 스스로 밝혔듯이 9명의 심의위원들 중 1인의 의견에 불과하여 일단 문제의 심의규정 개정이 통과되고 난 후 다른 위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내부규칙으로도 수립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박 위원장의 제안은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눈가림에 불과하다.

3. 나아가 ‘사법부의 판단’이 무엇인지, ‘사법부의 판단을 받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범위가 어디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면 만일 ‘만만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박지원 의원에 대하여 또는 ‘박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거론한 산케이신문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의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진다면, 박지원 의원이나 가토국장의 오프라인 발언 및 기사를 전한 인터넷상 모든 글들에 대하여 제3자 신고가 가능하다는 것인지, 항소심에서 결과가 바뀌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박 위원장이 제시한 방안 역시 근본적인 대책일 수 없다.

4. 또한 위원장은 이번 개정이 ‘노인, 장애인, 미성년자 등 사회적 약자 및 성행위 동영상 피해 여성 등을 위하여 도입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나 장애인들은 현행 규정으로도 ‘대리인’이 신고를 할 수 있어, 이들의 가족들 혹은 주변 지인, 선생님, 보호기관의 보호자 등이 대신 심의 신청을 할 수 있다. 한편, 성행위 동영상의 경우에는 명예훼손 정보가 아닌, 성폭력처벌특례법상의 카메라 등 촬영죄 위반의 ‘불법정보’로 처리하면 지금도 방심위가 당사자의 심의신청 없이 해당 동영상들을 모니터링하여 심의에 부칠 수 있다.즉, 현행 규정으로도 방심위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성 정보는 충분히 조치할 수 있고, 따라서 개정을 통해 이들에 대한 권리구제 가능성이 확대될 여지는 거의 0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5. 결국, 다시금 이번 방심위의 심의규정 개정의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상위법과의 충돌이라는 주장도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설득력이 없고, 개정으로 달성할 수 있는 사실상의 공익도 없는 상황에서, 공인들에 대한 비판 차단을 위해 남용될 위험만이 남은 이번 심의규정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끝.

 

2015년 8월 19일

 

참여연대, 민주시민언론연합, (사)오픈넷,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NCCK 언론위원회

수, 2015/08/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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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1일!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 녹색연합은 2년 전부터 물고기의 이동권 회복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세계 물고기...
화, 2018/04/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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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다섯 번째 판례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사건1) -*

 

1. 사건의 배경

甲은 포털사이트인 ○○의 블로그에 재활용 폐기물로 생산된 국내산 시멘트의 유독성에 관한 글을 게재하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한국□□협회 등으로부터 이 게시글에 대한 심의신청이 제기되자, 이를 심의한 후 이 게시글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소정의 불법정보인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9. 4. 24.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송통신위원회법’이라 한다) 제21조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2항에 근거하여 ○○에 대하여 이 게시글의 삭제를 요구하였다(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라 한다). 甲은 이 사건 시정요구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하였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09. 6. 23. 이의신청을 기각하자, 2009. 8. 31.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시정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며, 서울행정법원은 2010. 2. 11. 甲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이던 2010. 6. 8. 甲은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2011. 2. 1. 그 중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2)에 대한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여 헌법재판소에 이르게 된 것이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내린 핵심적인 판시사항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이다. 이와 관련하여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국가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에게 조치결과 통지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이 이에 따르지 않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 해당 정보의 취급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이라는 법적 조치가 예정되어 있으며,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 결과의 발생을 의도하거나 또는 적어도 예상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는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헌법소원 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둘째,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 여부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건전한 통신윤리’라는 개념은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나, 전기통신회선을 이용하여 정보를 전달함에 있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하고,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이하 ‘불건전정보’라 한다)’란 이러한 질서 또는 도덕률에 저해되는 정보로서 심의 및 시정요구가 필요한 정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며, 정보통신영역의 광범위성과 빠른 변화속도, 그리고 다양하고 가변적인 표현형태를 문자화하기에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위와 같은 함축적인 표현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① 불건전정보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온라인매체의 폐해를 방지하고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점, ②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하여금 불건전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에 적절한 방법이라는 점, ③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시정요구는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자 시행령에서 단계적 조치를 마련하고 있고, 시정요구의 불이행 자체에 대한 제재조치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달리 불건전정보의 규제수단으로 표현의 자유를 덜 침해할 방법을 발견하기 어려우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 ④ 인터넷 정보의 복제성, 확장성, 신속성을 고려할 때 시정요구 제도를 통해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라는 공익을 보호할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해당 정보의 삭제나 해당 통신망의 이용제한에 국한되므로, 법익균형성도 충족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소위 ‘최△△ 목사 사건’으로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사건의 배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2011년 2월 1일 최△△ 목사 사건의 제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사건심리 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이라고 함) 제21조 제4호에 대한 최△△ 목사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동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는 결정을 내렸다.3) 담당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내리면서 명확성원칙 위반,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을 그 이유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법원의 위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내용 및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계기가 된 당해사건(본안에 해당하는 사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해사건은 바로 최△△ 목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소위 ‘쓰레기 시멘트’ 관련 게시글이 한국□□협회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불법정보에 해당되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및 삭제의 시정요구를 한 것이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실제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처분이 적법한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었다.

제1심 법원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였고, 실제 이 사건에서 다투어진 시정요구처분은 관련 게시글이 ‘비방목적의 명예훼손정보’ 즉, 불법정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4)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측이 항소를 하여 제2심에 계류 중이었는바, 소속계속 중 최△△ 목사측이 이 사건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에 대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담당 재판부가 이를 인용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담당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으로 인하여 분쟁의 양상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및 개별 명예훼손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적법한지 여부’ 문제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의 위헌 여부’ 문제로 전환되게 된다. 그리고 후자와 관련된 분쟁의 해결은 헌법재판소로 넘어 가게 되었고, 결국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나오게 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불법정보를 비롯한 인터넷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기관의 심의 및 시정요구에 대한 ‘행정소송법적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현행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전신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및 동 위원회의 행정작용의 법적 성격과 관련한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과거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결정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5) 하지만 불법정보에 대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는 직접적인 법적 강제력이 없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의 판례의 입장이었다.6) 그런데 기존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기능과 기존 방송위원회의 기능 중 심의기능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최△△ 목사 사건의 제1심 법원은 불법정보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해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동안 정보통신윤리위원회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측은 자신이 행하는 시정요구는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행정지도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조직, 권한, 법적 성격, 시정요구제도의 기본구조 등을 고려하여, 이용자(게시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성을 인정하였다. 비록 대법원의 판결은 아니지만, 최△△ 목사 사건의 제1심 법원이 기존의 판례와는 정반대로 행정처분성을 인정하였다는 것은 결국 불법정보를 비롯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에 대해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는 단순한 행정지도로서의 한계를 넘어 규제적ㆍ구속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헌법소원 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최△△ 목사 사건의 제1심 법원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이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한 구제가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입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사건’과 같은 날에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서 2008년도에 일어난 소위 ‘조중동 광고불매운동’과 관련된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선언되었다.7)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사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부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인 ○○ 내의 ‘▽▽’ 게시판과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한 회사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목록을 작성하고, 위 회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위 각 신문사에 대한 광고 게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자는 취지의 게시글을 작성하여 등록을 하였다. 포털사이트 ○○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 사건 각 신문사에 대한 광고게재중단 캠페인과 관련한 게시글들에 대하여 심의를 신청하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포털사이트 ○○이 심의신청한 게시글 중 일부 게시글들이 불법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포털사이트 ○○에 대해서 ‘해당 정보의 삭제’라는 시정요구(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라고 한다)를 하였다. 이에 포털사이트 ○○은 이 사건 시정요구에 따라 당해 게시글들을 삭제하였다. 그러자 삭제된 게시글들을 작성‧등록한 이용자들이 이 사건 시정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것이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성격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사건’에서와 똑같이 헌법소원 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면서, 동시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를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는 이상 이는 항고소송의 대상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이라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 삭제당한 게시글들을 작성‧등록한 이용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을 우려가 있으며, 관련 법령에 이용자들의 이의신청권을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들 이용자들의 원고적격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들 이용자들은 이 사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최△△ 목사 사건의 제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도 이 사건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내려진 판결에서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유지하면서 피고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항소를 기각하게 된다.8)

둘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의 법적 근거조항인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에 대해서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에 대해서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은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함으로써, 그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헌법이론적인 측면에서 문제는 남아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즉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행정기관이 일정한 표현물이나 정보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과 동시에 그를 전제로 삭제 등의 시정요구를 통해 당해 표현물이나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행정심의가 사실상 행정기관에 의한 검열의 위험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라고 하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 10. 18.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한 심의 및 시정요구가 사후심의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행정기관의 자의적 통제를 허용할 여지가 있어 사실상 검열로서 기능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보통신심의에 대해서는 민간자율에 위임할 것을 제안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 기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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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소개하는 판례와 해설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커뮤니케이션북스, 2015년)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게시글은 오픈넷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오픈넷에 게시된 내용은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이용허락표시와 달리 출판사의 출판권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1) 헌재 2012. 2. 23. 2011헌가13,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 위헌제청

2)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심의위원회의 직무) : 심의위원회의 직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4.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

3) 서울고등법원 2011. 2. 1. 2010아189,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4) 서울행정법원 2010. 2. 11. 2009구합35924, 시정요구처분취소. 행정사건인 2009구합35924사건에서 피고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사건 시정요구의 처분성 여부와 관련하여, “피고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독립기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을 뿐 행정청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설령 행정청이라고 본다고 하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상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이 피고의 시정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시정요구는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행정지도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5) 대법원 2007. 6. 14. 2005두4397, 청소년유해매체결정취소.

6) 서울행정법원 2001. 5. 4. 2001구3555, 이용정지처분취소.

7) 헌재 2012. 2. 23. 2008헌마500,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 위헌확인 등.

8) 서울고등법원 2012. 5. 3. 2010누9428, 시정요구처분취소.

 

화, 2015/08/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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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2015/08/30-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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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안> 

강행처리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명예훼손 제3자·직권심의 개정안’ 당장 폐기하라!

 

□ 일시: 2015년 9월 24일(목요일) 오후 2시 
□ 장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목동 방송회관)
□ 주최: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오픈넷,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NCCK 언론위원회

 

1.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명예훼손 제3자·직권심의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수순에 돌입했습니다. 방심위는 오는 9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원안대로 입안 예고할 예정입니다. 심의위원 전원이 개정안 처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개정안이 알려진 후 시민사회에서는 수많은 반대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정안이 대통령 등 공인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 목적으로 남용될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200명이 넘는 법률가들이 한목소리로 개정안의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개정안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방심위는 원안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3. 박효종 위원장은 8월 17일 방심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인의 경우 사법부가 유죄 판단을 내린 경우에 한해 적용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개정안이 공인 비판을 차단하는데 악용될 것이란 우려를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내놓은 방안은 실효성도 없고, 법적 강제력도 없는 것으로 반대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에 불과합니다.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운 ‘사회적 약자 보호’ 역시 현행법에서 이미 충분한 보호 장치를 두고 있어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은 명백한 반면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확대될 여지는 거의 0에 가깝다고 할 것입니다.

4. 박효종 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와의 공식면담에서 ‘나를 믿어 달라’고 거듭 읍소하며, 개정안을 ‘합의제 정신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두 달이 넘게 진행된 이번 개정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 결과는 명백합니다. 개정안을 철회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단체들은 박 위원장이 공언한 ‘합의제 정신’이 반대여론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심의위원 9명만의 ‘강행 합의’가 아니길 바랍니다. ‘입안예고’ 의결은 시민사회와의 ‘약속 파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5. 시민사회단체들은 방심위의 강행처리 시도를 막기 위해 24일 방심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명예훼손 제3자·직권심의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고자 합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는 ‘방심위 개정안에 반대하는 네티즌 1천명 서명’을 박효종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입니다. 기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2015년 9월 23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오픈넷언론소비자주권행동,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NCCK 언론위원회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수, 2015/09/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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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여섯 번째 판례 : 임시조치 사건1)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甲은 포털사이트 ‘△△’의 ‘○○ 피해자 가족 연대’라는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위 카페의 자유게시판에 ○○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게시하였다. 포털사이트 △△은 ○○로부터, 이 게시물에 ○○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요청을 받은 날부터 30일간 이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이 사건 임시조치’라 한다)를 하였다. 이에 甲은 이 사건 임시조치의 근거가 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44조의2 제2항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위헌 여부가 다투어진 법률조항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임시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2항이다. 우선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 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 등을 요청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ㆍ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6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ㆍ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법률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는 제도를 일반적으로 임시조치제도라고 부르는데, 이 사건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가 규정하고 있는 임시조치제도의 위헌 여부가 문제된 것이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임시조치제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임시조치제도는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권리침해 주장자의 삭제요청과 침해사실에 대한 소명에 의하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함으로써 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 또한 적절하다고 보았다.

둘째,‘사생활’이란 이를 공개하는 것 자체로 침해가 발생하고, ‘명예’ 역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사실이 적시되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임으로써 침해가 발생하게 되므로,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게재되는 사생활이나 명예에 관한 정보에 대해서는 반론과 토론을 통한 자정작용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가 적지 않고, 빠른 전파가능성으로 말미암아 사후적인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로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인격 파괴가 이루어질 수도 있어, 정보의 공개 그 자체를 잠정적으로 차단하는 것 외에 반박내용의 게재, 링크 또는 퍼나르기 금지, 검색기능 차단 등의 방법으로는 임시조치제도의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없다고 보았다.

셋째, 임시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권리침해 주장자의 ‘소명’이 요구되므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영리적 목적과 사인의 사생활, 명예, 기타 권리의 침해 가능성이 있는 정보를 차단하는 공익적 목적 사이에서 해당 침해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 ‘30일 이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의 정보 접근만을 차단할 뿐이라는 점, 임시조치 후 ‘30일 이내’에 정보게재자의 재게시청구가 있을 경우라든가 임시조치기간이 종료한 경우 등 향후의 분쟁해결절차에 관하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자율에 맡김으로써 정보의 불법성을 보다 정확히 확인하는 동시에 권리침해 주장자와 정보게재자 간의 자율적 분쟁 해결을 도모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임시조치의 절차적 요건과 내용 역시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하도록 설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넷째,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표현의 자유가 갖는 구체적 한계로까지 규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4항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만한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됨으로써 타인의 인격적 법익 기타 권리에 대한 침해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공익은 매우 절실한 반면, 임시조치제도로 말미암아 침해되는 정보게재자의 사익은 그리 크지 않으므로, 법익균형성 요건도 충족한다고 보았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의 의미를 규명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임시조치제도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에 의해 제도화되어 있는 것으로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하면 포털은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삭제 또는 30일 이내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해야 하는 제도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임시조치제도는 2000년도 정보통신망법의 개정을 통해 이미 도입되어 있던 ‘피해자의 삭제‧반박문게재요청제도’에 포털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소위 ‘사이버 가처분제도’를 법률 차원에서 수용함과 동시에 가미한 것이다.

임시조치제도의 기본적인 취지는, 한편으로는 인터넷상에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을 그 내용으로 하는 정보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피해자 권리의 신속한 구제 및 피해확산의 방지를 도모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당해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임시조치제도는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그동안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첫째, 임시조치제도가 ‘피해자에 의한 남용’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v.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취지가 몰각된 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국가나 정부권력, 사회적 권력에 대한 정당한 비판 내지 정치적 표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간부의 사진과 관련된 사례2), 장자연리스트와 관련한 국회의원 이종걸 의원의 발언사례3), 쓰레기 시멘트 관련 게시글과 관련된 사례4)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임시조치제도는 제도의 성격상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본질적으로 열려 있다는 점이다. 명예훼손인지 여부에 대한 종국적인 판단권은 법원이 갖고 있다. 따라서 법원의 종국적인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명예훼손의 ‘주장’만 있을 뿐이다. 다만 피해자의 권리의 신속한 구제 및 피해확산의 방지를 위하여 ‘잠정적’으로 일방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시조치제도는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많다. 포털들이 내부적으로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를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사업자의 내부정책에 불과하므로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넷째, 임시조치의 요건충족 여부에 대한 실체적 판단의 부담을 개별 포털사업자가 안게 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개선책으로 임시조치제도의 남용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단순한 주장만 있다고 해서 임시조치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만 국한해서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임시조치를 해주는 것을 상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여전히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포털사업자가 해야 하는 부담이 여전히 남게 되고, 실제로 명예훼손의 특성상 그 판단이 쉽지 않으므로, 결국 포털사업자는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임시조치를 ‘자동적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현행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제도의 취지나 의의, 문제점을 전제로 할 때,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이 사건의 쟁점은 ‘타인의 사생활, 명예 등 권리’를 침해하는 또는 침해한다고 주장되고 있는 정보에 대하여 권리침해 주장자로부터의 ‘삭제 등 요청’과 ‘소명’이라는 요건하에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30일의 범위 내에서 임시조치를 하도록 함으로써, ‘사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과 ‘사인의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충돌상황에서 임시적으로나마 30일이라는 범위 내에서 전자에 우위를 두는 선택을 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인지 하는 점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임시조치제도가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임시조치제도는 권리침해 주장자의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삭제하지 아니하고 다만 그에 대한 접근을 ‘30일 이내’의 범위에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때 ‘30일 이내’에 정보게재자의 재게시청구가 있을 경우라든지 등 향후의 분쟁해결절차에 관하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자율에 맡김으로써, 정보의 불법성을 보다 정확히 확인하는 동시에 권리침해 주장자와 정보게재자 간의 자율적 분쟁 해결을 도모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일정한 자율규제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인터넷자율정책기구’(Korea Internet Self-governance Organization: 이하 ‘KISO’라 한다)이다.

2009년에 포털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설립‧출범한 자율규제기구로서의 KISO가 수행하는 여러 가지 기능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서 유통되는 게시물의 취급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이다. KISO가 수행하는 게시물 취급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은 ‘정책결정’과 ‘심의결정’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정책결정’은 KISO 정책위원회가 이용자 게시물 등의 일반적 취급방안에 대해 의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서, 포털이나 커뮤니티 게시물의 취급정책에 관한 일종의 ‘일반규범’을 정립하는 작용이다. 다음으로 ‘심의결정’은 KISO 정책위원회가 개별 게시물 등에 대한 불법 및 청소년 유해 여부 등에 대하여 의결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서, 특정 개별 게시물의 불법 여부 및 청소년 유해 여부에 대해서 심의 및 판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정책결정과 심의결정 모두 KISO 회원사를 자체적으로 구속하는 힘을 가진다. 따라서 KISO 회원사는 이러한 정책결정과 심의결정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진다. 물론 이러한 의무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윤리적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기본적으로 KISO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즉 KISO는 전형적인 민간자율기구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가행정기관이다. 따라서 이들 두 기관이 수행하는 기능도 그 법적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다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위해서 국가기관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에 기반한 규제의 효율성이나 융통성을 위해서는 민간이나 시장에서의 자율규제가 보다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의 인터넷 영역에서 KISO의 존재와 기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현재의 KISO가 수행하는 자율규제에 대해서 헌법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현행 임시조치제도에 대해서는 특히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못함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v.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취지가 몰각된 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입법론적으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v. 표현의 자유 간의 조화로운 균형이라고 하는 기본취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절차적인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입법적 개선방향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 및 재게시청구권을 법적으로 명문화해서 보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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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소개하는 판례와 해설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한국 인터넷 표현 자유의 현주소-판례 10선」(커뮤니케이션북스, 2015년)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게시글은 오픈넷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오픈넷에 게시된 내용은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이용허락표시와 달리 출판사의 출판권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1) 헌재 2012. 5. 31. 2010헌마88,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2항 위헌확인.

2) 2009년 5월 1일 노동절 시위 현장에서 지하철 입구를 막고 시민들에게 장봉을 휘두르는 경찰의 사진이 인터넷에 퍼졌었는데, 당사자인 서울경찰 모 간부가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임시조치를 요청하여 해당 사진을 담은 게시물 다수가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3) 2009년 4월 장자연리스트와 관련한 국회의원 이종걸 의원의 발언이 모 유력일간지에 의한 임시조치요청으로 인해 포털에서 초기 대량으로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4) 2008년 12월 최병성 목사(‘생명과 평화’블로거 운영자)가 포털에 게재한 ‘1000마리 철새 떼죽음 된 시화호 원인 조사해보니’등 게시물 17개가 양회협회의 ‘명예훼손에 따른 임시조치 요청’에 의해 임시조치되었던 사례이다.

 

목, 2015/09/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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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안에 대한 Q&A

시민사회가 방심위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

 

9월 2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시민사회와 네티즌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상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하여 제3자의 요청 또는 직권으로도 심의를 개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심의규정 개정안을 입안예고했습니다. 방심위는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인터넷상 비판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하여 ‘공인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유죄 판단이 내려진 때에만 제3자 신고 및 직권 심의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다수 언론은 ‘공인 배제’라는 내용을 제목으로 부각하며 개정안의 문제점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안에 대응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전히 이번 입법예고안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가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Q&A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Q. 공인은 배제하겠다는 말, 왜 못 믿나요?

A. ‘말’뿐이기 때문입니다.

박효종 위원장은 ’공인의 명예훼손성 게시글에 대해서는 법원의 유죄 판단 전에는 제3자의 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내용상 ’공인 배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제한적 허용‘ 정도로 정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입안예고한 개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위원장 역시 종전 시민단체와의 면담에서부터 심의규정 내 명문화에는 난색을 표한 만큼 심의규정 내에 단서조항으로 규정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의규정상 명문화는커녕, 이는 아직 위원회 내 공식 회의에서조차 한번도 명확하게 논의 및 합의된 바가 없는 내용입니다. 오히려 개정안이 보고된 전체회의에서 하남신 위원은 ‘공인이라고 해서 적용을 배제하면 역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습니다. 즉 아직까지 위원 9명 중 1인에 불과한 위원장 개인의 ‘의견’일 뿐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박효종 위원장이 ‘공인배제’를 마치 방심위원 전체가 합의한 공식 입장인 듯 언론에 흘리는 것은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눈가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방심위원장은 공인에 관한 사항을 추후 전체회의를 통해 내부준칙으로 결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수립된 내부준칙은 강제성도 없고 위원회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번복될 수도, 번복하는 데에 특정한 절차도 요구되지 않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합니다. 실례로 2012년, 위원회는 사이트 전체 차단 의결 시 해당 사이트 내 전체 게시물의 70% 이상이 불법정보일 때에만 가능하도록 하는 내부준칙을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수립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10월, 국내 이용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포쉐어드(4shared.com) 사이트는 불법 게시물 비율이 파악되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내부준칙을 무시하고 차단 의결되었습니다. 즉, 심의규정에 명문화하지 않고 내부준칙으로 정하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방심위 위원들의 ‘마음’에 맡기라는 것입니다.

또한 하남신 위원 주장처럼 위원회가 공인만 명시적으로 예외로 다루는 것은 또 다른 위법 논란을 낳을 수 있습니다. 공인 및 제3자들이 항의하는 경우에는 이를 대응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번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방심위가 초기에 친고죄, 반의사불벌죄 운운하며 법 충돌을 막는다는 개정 이유와는 너무나도 상반되는 결과가 됩니다.

 

Q. 그럼 공인 문제를 단서 조항으로 명문화하면 해결되는 건가요?

A. 아니오. 공인의 범위도 모호하고, 유죄 판결이 결정된 ‘표현’의 범위도 모호한데, ‘판결’이 도깨비방망이가 되어버리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김무성 사위는 ‘공인’일까요?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나 가족과 같은 공직자의 측근이나 문제 발언을 한 교수 등은 공인인가요? ‘공인’이란 개념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인을 평가하기 위하여 공인의 주변인에 관한 사실을 적시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나아가 ‘사법부의 판단을 받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범위가 어디인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세월호 참사 당일 박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거론한 산케이신문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의 1심에서 만일 유죄판결이 내려진다면,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이나 ‘정윤회’를 거론한 인터넷상 모든 글들이 삭제 대상이 되는 것인지, 항소심에서 결과가 바뀌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렇게 모든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에만 엄청난 정당성이 부여될 것입니다. 대량으로 게시물이 신고될 것이고, 신고된 모든 게시물들이 문제된 표현을 담고 있기만 하면 더 이상의 소명도 심의도 필요 없이 무차별적으로 삭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심위의 직권 심의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는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방심위 측에 문제된 표현이 담긴 인터넷글들을 포괄적으로 심의해달라고 신청한 뒤, 방심위가 모니터링을 통해 관련된 표현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내 심의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방심위가 사실상 개인의 글들을 모두 검열하는 ‘사상경찰’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기준이 불명확하고, 판결의 정당성을 이용한 더 큰 남용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인 예외 조항이 명문화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Q. 개인의 성행위 동영상이나 몰카 동영상을 적극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데?

A. 그건 방심위가 의지만 있다면 현행 규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방심위는 현행 규정으로도 개인의 성행위 동영상, 몰카 동영상 등에 대해 얼마든지 적극적·선제적 심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방심위는 심의규정 개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국민의 법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방심위는 현재 개인의 성행위 동영상, 몰카 동영상 등을 초상권 침해의 ‘권리침해’ 정보로 분류하여, 당사자나 대리인의 신고가 있는 경우에만 심의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동영상들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촬영·유포죄(제14조)에 해당하는 범죄의 결과물로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불법정보’로 분류하여 적극적으로 조치하여야 합니다. 방심위가 지금이라도 의지만 있다면 현행 규정을 그대로 두고도 이를 ‘불법정보’로 분류 처리하여 제3자 신고 및 방심위 직권으로 차단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실제 방심위의 심의 권한 축소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조차 이런 정보는 불법정보로 처리하여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방심위가 이를 하지 않는 것은 현행 심의규정상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상 이러한 정보에 대하여 제3자 신고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고 △직권 심의는 너무 많은 책임과 노동력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Q. 신청을 할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요?

A. 현행 규정으로도 대리인들이 대신 신고해줄 수 있습니다.

현행 규정으로도 방심위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성 정보는 필요한 만큼 충분히 조치할 수 있습니다. 현행 심의규정은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침해와 관련된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현행 규정으로도 ‘대리인’이 심의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미성년자나 장애인 등 방심위의 통신심의제도를 이용하기에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은, 가족, 주변 지인, 선생님, 보호기관의 보호자 등이 대신 심의 신청을 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운용되고 있습니다.

방심위 측에서는 당사자도, 그의 대리인 될 수도 없는 제3자가 신고하는 경우나 방심위가 직권으로 심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개정 이후 이 제도를 가장 잘 활용하여 이득을 볼 사람은 사회적 약자가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과연 본인도, 대리인도 아닌 생면부지의 제3자가, 자신에 대한 글도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글을 방심위에 신고하고, 해당 글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음을 소명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면서까지 나서주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또한 방심위가 순수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성 글을 당사자나 지인들보다 먼저 인지하고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또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실제 개정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리구제 가능성이 확대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반면 개정된 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측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막기 위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고 그럴 능력이 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Q. 그럼 대체 방심위는 어떤 근거로 심의규정을 개정하려는 걸까요?

A. 그걸 우리도 묻고 싶습니다.

방심위는 초기 유일한 개정의 명분으로서 형법 및 정통망법 등 상위법과의 충돌을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200인 이상의 법률가들은 반대 선언문을 통해, 방심위의 이러한 상위법 충돌 주장은 무리한 법해석이며, 오히려 피해 당사자의 인격권 및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을 경고하며 개정안의 폐기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또한 심의규정상 정보통신망법과 상충되는 다른 조항들도 그간 개정 논의가 있어왔음에도, 단 하나의 조항만이 강력하게 개정이 추진되었습니다. 안건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방심위 법무팀 내부의 의견도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작년 9월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의 질의로 시작된 심의규정 개정안 논의는 당시 내부에서 개정 필요가 없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마무리되었다가, 갑자기 올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보고안건으로 상정되기까지 두 달이 넘는 사회적 논의 결과는 명백합니다. 1,000명이 넘는 네티즌, 시민사회단체, 200인이 넘는 법률가, 방심위 내부 직원들 모두 개정안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를 명시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은 방심위의 여당 추천 위원들 외에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현행 심의규정 운용상의 문제점이나, 이번 개정안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은 어디에서도 소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심위가 무리하게 심의규정 개정을 강행한 것에 대하여, 시민사회는 그 배경에 정치적 외압이 존재한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방심위가 금번 심의규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를 촉구합니다. <끝>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오픈넷,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NCCK 언론위원회

 

수, 2015/10/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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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두 번째 판례: VOD 사건 1)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개요

2005년 상반기에 검찰은 네이버(Naver), 다음(Daum), 네이트(Nate), 야후(Yahoo) 등의 포털사이트에서 그동안 성인들을 대상으로 제공해 온 18세 관람가의 성인용 VOD(Video on Demand)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VOD를 제작한 자와 그리고 이들과 계약관계를 맺고 VOD를 포털사이트 이용자에게 서비스한 포털사이트의 대표 및 실무자에 대해서 당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65조 제1항 제2호2)가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이용음란죄를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이러한 검찰의 기소와 관련하여, 법원은 VOD 제작자에 대해서 제1심3) 및 항소심4)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즉 음란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2008년 3월 VOD 제작자에 대한 이 사건 상고심재판에서,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

 

2.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 쟁점 및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표현물이나 정보의 ‘음란성’ 여부에 관한 종국적인 판단주체가 누구인가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음란’이라는 개념을 정립하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표현물의 음란성 여부도 종국적으로는 법원이 이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불법표현물 내지 불법정보로서의 음란성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주체는 법원임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 부분은 기존부터 정립되어 온 법리라는 점에서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판시를 한 이유는 다음 쟁점 때문이다.

둘째,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와 음란성에 관한 사법적 판단과의 관계이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사안의 경우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이미 ‘18세 관람가’로 판정을 받은 비디오물을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사후 형사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록 법원이 음란성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권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결정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법원이 영화나 비디오물 등의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참작사유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18세 관람가로 등급분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영화나 비디오물 등의 음란성이 당연히 부정된다거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판단에 법원이 기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결정이 법원의 음란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셋째, 음란성 판단기준에 관한 문제이다. 사안에서 문제가 된 VOD가 정보통신망법상 금지되는 음란정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대법원은 음란성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즉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5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음란’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을 뜻한다고 볼 것이고, 표현물의 음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표현물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그 사회의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기존에 대법원이 유지해 왔던 음란성 판단기준의 기본골격은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심각한 훼손·왜곡’이라는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음란성 판단기준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 있다.

넷째, 오프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과 온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이 과연 다른가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비디오물의 내용을 편집·변경함이 없이 그대로 옮겨 제작한 동영상의 경우, 동영상을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제공하는 행위가 아동이나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에 빠뜨릴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엄격한 성인인증절차를 마련하도록 요구·강제하는 등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이지, 그러한 위험성만을 내세워 비디오물과 그 비디오물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제작한 동영상의 음란 여부에 대하여 달리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함으로써, 오프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과 온라인에서의 판단기준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하급심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3.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인터넷상에서의 음란물 규제원리와 기준을 제시한 매우 의미있는 대법원 판결이다. 이 대법원 판결은 표현물 특히 음란물에 대한 국가의 통제메커니즘과 관련하여, 논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쟁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디오물의 심의 및 등급분류기능을 담당하는 ‘법정’심의‧등급분류기관으로서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8세 관람가’로 판정한 비디오물을 내용의 편집이나 변경없이 다시 VOD의 형태로 포털사이트를 통해서 유통하는 경우, 과연 음란물죄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할까라는 의문을 먼저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문과 관련하여 특히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갖는 의미는 위에서 소개한 네 가지 쟁점과 내용 중에서 세 번째 및 네 번째 쟁점과 내용들을 통해서 드러난다.

우선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음란성 판단기준을 종전의 보수적인 입장과는 달리 좀 완화시키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아래의 표를 보면 이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판례 판결비교_황성기

우리 대법원은 그동안 오프라인에 적용해 왔던 보수적인 음란성 판단기준을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원용함으로써, 음란성 판단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예컨대 어느 미술교사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 자신의 미술작품, 사진 및 동영상의 일부에 대하여 음란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련된 판결인 위 표의 2003도2911판결5)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음란성에 관한 우리 법원의 이러한 보수적인 입장에서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맥락에서 비판적 견해가 많이 제시되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VOD판결에서 대법원이 음란성 판단기준을 제시함에 있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심각한 훼손·왜곡’이라는 요소를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한 것은 음란성 판단기준에 있어서의 기존의 보수성을 극복할 수 있는 나름대로 진일보한 발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과 온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이 과연 다른가의 문제이다. VOD 제작자에 대해서 유죄판결을 내렸던 제1심과 항소심은 ‘음란성 그 자체의 판단기준의 문제’와 ‘성인정보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통제를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혼동의 결과, 하급심 판결들은 오프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과 온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은 차이가 있다는 논리를 전개한 다음, 온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을 더 강화시키는 오류를 범하였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대법원은 “비디오물의 내용을 편집·변경함이 없이 그대로 옮겨 제작한 동영상의 경우, ‧‧‧ 이는 엄격한 성인인증절차를 마련하도록 요구·강제하는 등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이지, 그러한 위험성만을 내세워 비디오물과 그 비디오물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제작한 동영상의 음란 여부에 대하여 달리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하면서 하급심 판결들의 오류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오프라인에서의 음란성 판단기준이 온라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전제로 하면서도, 음란성 그 자체의 판단‘기준’의 문제와 유해정보로부터의 청소년의 보호‘방법’의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왜 이 문제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가? 이 문제는 일반적으로 표현물을 통제하는 장치의 작동기제와 관련된 것으로서, 중요한 헌법적 문제이기도 하다. 위에서 설명하였다시피, 이 판결에서 다루고 있는 VOD의 ‘음란성’ 판단기준은 불법표현물 규제시스템의 일 내용으로서 형사법적 통제장치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표현물의 ‘음란성’에 대한 판단은 당해 표현물이 담고 있는 ‘내용이나 정보 그 자체’에 대한 평가의 문제에 해당한다. 하지만 성인인증절차 등과 같이 성인정보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통제를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당해 표현물이 담고 있는 내용이나 정보 그 자체에 대한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유해표현물 규제시스템의 일 내용으로서 구체적인 ‘접근통제방법’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의 문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두 문제는 서로 차원이 다른 영역의 것들로서, 이것을 혼동해 버리면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만약 후자의 문제를 전자의 문제에 개입시키게 되면, 즉 성인인증절차 등 성인정보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통제방법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음란성 판단기준을 강화시켜 버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성인의 알권리를 청소년의 알권리의 수준으로 낮추게 되어 헌법상 성인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이것은 헌법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문제는 헌법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하급심은 이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방법론적 오류를 범하였을 뿐만 아니라, 표현물 규제에 관한 헌법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이러한 하급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동일한 표현물에 대한 음란성 판단기준을 당해 표현물이 온라인에서 유통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화시키는 접근방법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청소년보호를 위한 매체나 콘텐츠 규제시 적용되어야 하는 중요한 명제인 ‘불법콘텐츠와 청소년유해콘텐츠의 구분명제(불법 및 유해 구분명제)’로 일반화할 수 있다. 불법콘텐츠(illegal content)는 불법정보 내지 불법표현물로서 청소년은 물론이고 성인에 대한 유통도 금지된다. 결과적으로 불법콘텐츠에 대해서는 성인의 접근 및 이용도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불법콘텐츠는 ‘금지의 대상’이다. 반면에 청소년유해콘텐츠(harmful content)는 청소년유해정보 내지 청소년유해표현물로서 성인에 대한 유통은 허용되지만 청소년에 대한 유통은 허용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청소년유해콘텐츠에 대해서는 성인의 접근 및 이용은 허용되지만 청소년의 접근 및 이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청소년유해콘텐츠는 ‘관리의 대상’이다. 청소년유해콘텐츠 규제시스템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현행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제도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불법콘텐츠와 청소년유해콘텐츠의 차이로 인하여, 불법콘텐츠에 대한 규제와 청소년유해콘텐츠에 대한 규제는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는 점이 도출된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규제가 분리되지 않고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성인의 알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고 따라서 헌법에 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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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 2008. 3. 13. 2006도3558,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등).

2) 당시 정보통신망법 제65조 제1항 제2호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원래 이 조항은 원래 사이버공간에서의 음란물에 관한 대표적인 규제근거조항이었던 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2[전기통신역무이용음란죄]가 2001년 1월 16일 법률 제6,360호로 공포된 정보통신망법 제65조 제1항 제2호로 흡수된 것이고, 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2는 삭제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 당시 정보통신망법 제65조 제1항 제2호는 현재는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2호에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다.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1. 26. 2005고단1599,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등).

4)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5. 16. 2006노435,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등).

5) 예컨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사진 중의 일부는 본인과 만삭의 부인이 전라의 형태로 서 있는 전면누드를 촬영한 것이다. 대법원 2005. 7. 22. 2003도2911,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변경된 죄명 : 전기통신기본법위반)·전기통신기본법위반.

수, 2015/06/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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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미 하버드대 버크맨센터와 함께

5월 28일 국회에서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국제 세미나 개최

 

사단법인 오픈넷은 5월 28일 국회 박주선 의원실, 염동열 의원실(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승희 의원실(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입법조사처 그리고 미 하버드대학교 버크맨 인터넷과사회 연구센터(Berkman Center for Internet and Society), 한국언론법학회, 한국인터넷법학회,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서울대학교 기술과법센터와 함께 ‘정보매개자 책임의 국제적 흐름 – 이용자 권리 보호와 ICT 산업 발전을 위한 플랫폼사업자의 책임원칙’ 국제 세미나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한다.

인터넷은 ISP, SNS, 검색엔진 등 정보매개자들 간의 네트워크이며, 이용자들은 정보매개자들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이용하여 정보를 유통한다. 제3자인 이용자들이 유통하는 정보에 대해 정보매개자인 사업자들에게 어떠한 책임을 지울 것인지는 인터넷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수행하기 위해 주로 면책조항(safe harbor)을 이용,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유도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다양한 법에서 사업자에게 불법정보를 차단할 의무를 직접적으로 지우는 방식을 취해오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불법정보뿐만 아니라 합법정보에 대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이 제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면책이 아닌 처벌 위주의 규제들은 스타트업들을 포함한 국내사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한국 ICT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국내의 정보매개자 규제를 외국의 제도 및 국제적 흐름과 비교해보면서, 이용자의 권리 보호와 ICT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플랫폼사업자 책임원칙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동 세미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후원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1. 행사 세부내용

○ 일시: 2015. 5. 28. 목 09:30~18:00

○ 장소: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 주최

- 국회: 박주선 의원실, 염동열 의원실(교문위), 유승희 의원실(미래위), 국회입법조사처

- 시민단체: (사)오픈넷

- 학계: 하버드대학교 버크맨센터(Berkman Center for Internet and Society), (사)한국언론법학회, (사)한국인터넷법학회,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서울대학교 기술과법센터

○ 후원

-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저작권위원회

 

프로그램(국문)_최종 프로그램(영문)_최종

수, 2015/05/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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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

- 일곱 번째 판례 : 인터넷 실명제 사건1) -*

 

글 | 황성기(오픈넷 이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의 배경

甲은 인터넷 사이트인 ‘유튜브(kr.youtube.com)’, ‘오마이뉴스(ohmynews.com)’, ‘와이티엔(ytn.co.kr)’의 게시판에 익명으로 댓글 등을 게시하려고 하였으나, 위 게시판의 운영자가 게시자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에 댓글 등을 게시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함으로써 댓글 등을 게시할 수 없었다. 이에 甲은 인터넷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임을 확인할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 제1항이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한편 乙은 인터넷 언론사인 ‘인터넷 ○○(www.○○.co.kr)’을 운영하여 왔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2010. 2. 2. 위 인터넷 언론사를 2010년도 본인확인조치의무 대상자로 공시함으로써 2010. 4. 1.부터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이에 乙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본인확인조치의무 부과 및 그 위반 시 제재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제2항, 제76조 제1항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30조 제1항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본인확인제의 입법목적과 관련하여, 인터넷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불법정보를 게시하는 것을 억제하고 불법정보 게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본인확인제는 아래와 같이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불법정보 게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 특정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등을 통하여, 피해자 구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 등의 임시조치제도,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대한 불법정보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명령제도 등으로 불법정보의 유통 및 확산을 차단하거나 사후적으로 손해배상 또는 형사처벌 등을 통하여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의 대상인 ‘게시판 이용자’는 ‘정보의 게시자’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는 ‘정보의 열람자’도 포함하고,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인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선정에 있어서 그 정확성과 기준이 불분명한 이용자수 산정 결과에 따라 적용대상의 범위가 정해지는 등 본인확인제는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그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함으로써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본인확인정보를 보관하여야 하는 기간은 정보의 게시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이므로, 정보를 삭제하여 그 게시를 종료하지 않는 한 본인확인정보는 무기한으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보관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서 본인확인제는 다음과 같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하는데,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는 그 공익을 인터넷 공간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본인확인제로 인하여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인터넷게시판의 이용이 봉쇄되며,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망상의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당하고, 본인확인정보 보관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본인확인제를 규율하고 있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3.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 즉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결정이다.

이 사건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진 본인확인제는 주로 인터넷 실명제라는 명칭으로 많이 불려 왔고,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인터넷 규제의 불합리성,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의 상징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사회적 레토릭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실 본인확인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입법목적과 수단간의 논리적 상관성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인터넷이라고 하는 매체의 특성과 사물의 본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첫째, 본인확인제가 도입된 배경으로서 인터넷의 특성 중의 하나인 소위 ‘익명성’과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 간에 논리적 상관성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는 원칙을 감안한다면2), 익명성과 해악적인 의사표현간의 논리적 상관성은 분명하지 않다. 따라서 익명성에 대한 도덕적 가치판단을 전제로 해서 모든 인터넷상의 일탈행위 내지 역기능의 원인이 익명성에 있고, 그 익명성을 제거하면 이러한 역기능이 해소될 것이라는 본인확인제의 기본철학은 굉장히 단순한 발상이자 논리의 비약이라고 할 것이다.

둘째,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과연 익명성을 제거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이 문제제기는 본인확인과 익명성 제거간의 논리적 상관성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인지 여부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익명성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헌법재판소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셋째, 본인확인제는 애초부터 그 설계시스템상 개인정보 보호정책 및 개인정보 보호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었다. 개인정보를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가능한 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용자의 본인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그 근본구조상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국 본인확인제의 채택으로 인해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촉진되는 상황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그 근거로 내세운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논리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 사건에서의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 위헌선언을 하였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첫째, 인터넷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국가간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매체인데, 그로 인하여 인터넷에 대한 개별 국가의 규제는 예컨대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 등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다. 바로 헌법재판소도 인터넷 실명제 사건에서 이러한 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익명표현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더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의사의 ‘자유로운’ 표명과 전파의 자유에는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포함되는데, 본인확인제는 게시판 이용자가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함에 있어 본인 확인을 위하여 자신의 정보를 게시판 운영자에게 밝히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중 게시판 이용자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파악한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3) 사실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와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는 그 기본취지라든지 운영메커니즘이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의 위헌논리가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러면 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렸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추측컨대 선거의 공정성 내지 평온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과도한 집착이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결정을 계기로 공직선거법상의 실명확인제의 폐지를 국회에 건의한 적이 있다.

한편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는 그 생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정부가 강제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끝이 났다.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건전한 인터넷문화의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의 가능성이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 그 대책의 일환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자율적인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고려하였고, 또한 주요 포털들도 본인확인 없이 댓글 등을 쓸 수 있게 서비스를 개편함과 동시에,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으로 자체 모니터링 인력을 두 배로 늘리고 시스템도 개선하는 등 자체 검열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한 적이 있다. 따라서 기존의 인터넷 실명제의 대안으로 제시된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인터넷 실명제 혹은 모니터링’에 대한 별도의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즉 쉽게 이야기하면 정부가 강제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위헌이지만,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인터넷 실명제 그리고 더 나아가서 모니터링은 과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의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려할 것은 ‘미국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가 1997년 11월 회의에서 향후 인터넷에 대한 규제시스템이나 규제정책들을 설계함에 있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기 위해 제시한 4가지 원칙들 중의 하나인 자율성원칙이다. 자율성원칙이란 온라인커뮤니티(OSP 포함)에 대해서 익명커뮤니케이션의 이용에 관한 자신만의 고유한 정책이나 조건을 설정할 수 있게 허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Online Communities Should Be Allowed to Set Their Own Policies Regarding the Use of Anonymous Communication). 즉 개인이 실명으로 의사표현을 하든 익명으로 의사표현을 하든, 또한 게시판 등의 온라인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자가 실명제방식으로 그것을 운영하든 익명제방식으로 운영하든, 각 개별 주체에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도 이 사건 위헌결정에서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이 본인확인제와 같은 적극적인 게시판 이용규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고, 인터넷상의 불법‧유해정보에 대해서 업계 내지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위헌결정의 주요논거 중의 하나로 고려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이 익명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자율성원칙, 헌법재판소의 견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인터넷언론사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자율적으로 본인확인제나 실명확인제를 채택하는 경우는, 일단 강제력이 있는 법률 등과 같은 공권력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일응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율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서 자체 검열을 하는 것도 자율규제의 일환으로서 일응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서 자체 검열을 하는 경우, 어떠한 한계도 없이 무한정 허용된다고 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의문이 따르는 이유는,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인 사업자의 언론의 자유 내지 영업의 자유 간의 충돌 및 조화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사업자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서 자체 검열을 하는 경우에 사업자는 자신의 영업정책상 혹은 게시물관리정책상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그 근거를 자신의 언론의 자유 내지 영업의 자유를 내세울 수 있다. 반면에 이용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표현의 자유가 사업자에 의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사적 검열의 헌법적 정당성’ 문제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적 검열의 헌법적 정당성’ 문제는 여기서 지면을 빌어 다루기에는 매우 어려운 헌법이론적 문제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향후 자율적인 본인확인제 혹은 실명확인제를 적용하고자 경우에는, 그것이 자율적으로 시행된다고 해서 무조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고, 인터넷 언론 내지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언론사 내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내지 영업의 자유를 상호 조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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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소개하는 판례와 해설은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관련 판례 10선」(커뮤니케이션북스, 2015년)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게시글은 오픈넷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별도 표시가 없는 한 오픈넷에 게시된 내용은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이용허락표시와 달리 출판사의 출판권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1) 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제1항 제2호 등 위헌확인.

2) ‘미국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가 1997년 11월 회의에서 향후 인터넷에 대한 규제시스템이나 규제정책들을 설계함에 있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기 위해 제시한 4가지 원칙들 중의 하나이다. “익명성은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다.”라는 원칙은 익명성을 이용하여 야기될 수 있는 양면성, 즉 순기능적 측면과 역기능적 측면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고, 역기능적 측면이 순기능적 측면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3) 헌재 2010. 2. 25. 2008헌마324등,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확인, 공직선거법 제82조의 6 제1항 등 위헌소원. 그리고 2015년 7월 30일 한번 더 합헌결정을 내리게 된다. 헌재 2015. 7. 30. 2012헌마734,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 위헌확인. 그런데 2010년도의 합헌결정에서는 위헌의견을 제시한 헌법재판관이 2인이었으나, 2015년도의 합헌결정에서는 위헌의견을 제시한 헌법재판관이 4인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 2015/10/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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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정보매개자 책임원칙 구현을 위한 법개정안 발의

- 이용자 권리 신장과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10월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박주선 의원은 오픈넷과 수 개월에 걸친 공동 작업의 끝에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5월 28일, 오픈넷과 하버드 버크맨센터가 박주선 의원, 염동열 의원, 유승희 의원과 국회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정보매개자 책임의 국제적 흐름’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보매개자 책임 제도가 국제적인 기준에 역행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국회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한 끝에 이 법을 발의하게 된 것이다.

먼저 현행 저작권법 제103조의 복제ㆍ전송의 중단 제도를 「한‧미 FTA」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과 합치하도록 수정했다. 권리자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중단 요구 시 권리소명자료를 포함한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하게 했으며, 무분별한 중단을 제한하기 위해 현재의 “권리침해주장자의 요청에 따른 복제전송 즉시 중단” 의무화 규정을 삭제하고, 법원이 조치를 명할 때는 정보매개자에 대한 상대적인 부담 및 저작권자에 대한 피해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특히 의무화 규정의 삭제는 정보매개자법제의 본연의 목표가 책임 부과가 책임 면제를 통한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의 보호임을 명확히 하였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논의과정에서 불법정보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를 금지해야 한다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 신설 조항이 누락된 것은 안타깝다. 현행 제도처럼 이용자가 유통하는 정보에 대한 정보매개자의 책임 범위가 불명확한 경우 서비스 제공자는 정보 유통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불법정보 모니터링 등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권을 제한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매개자에게 일반적인 감시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적인 원칙이 EU전자상거래디렉티브 제15조에 조문화되어 있다.

미국이나 EU, 그리고 일본 모두 권리침해주장자의 요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매개자에게 정보 차단 및 삭제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은 없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맞춰 우리 법제를 정비하여, 이용자의 권리를 신장할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사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5년 10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목, 2015/10/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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