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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가로수길을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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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가로수길을 떠나며

익명 (미확인) | 금, 2016/09/30- 14:36

 

 

가로수길을 떠나며

 

 

글.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태어날 때 세상을(鄭) 편안하게(康) 살아갈 놈(子)이라고 얻은 이름인데 아닌 것 같아 분한 마음이 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줄곧 일상의 재구조화를 꿈꾸며 사나보다.

 

 

참여사회 2016년 10월호 (통권 239호)

 

잘 알고 지내온 후배가 3년간 운영한 게스트하우스를 접었다고 한다. 직장생활 7년, 배낭여행 1년의 짧지 않은 사회 경험 끝에 택했던 자영업을 포기했다니 그 이유가 좀 궁금했다. 왜냐면 평소 그녀는 “대한민국, 서울, 그것도 가로수길에서 이 정도 버티는 건 자영업자로 잘하고 있는 겁니다”라며 씩씩함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업종의 특성상 주말은 물론 휴일까지 반납하며 매달렸지만 그녀의 도전은 매출의 65%를 상회하는 월세 앞에 무너졌다고 한다. 월세 높은 거 알고 시작한 사업인데 왜 3년까지 끌었냐고 물었더니 한동안 매출을 늘리면 높은 월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은 악재와 함께 시작하고 끝나는 것이더라고, 이번만 잘 넘어가보자고 버텨보았지만 일본 경제침체, 북핵, 메르스 사태가 이어지자 여행자들의 발목을 잡더란다. 그녀는 더 이상 건물주의 화수분 역할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미련 없이 가로수길을 떠났다.


자영업자였던 그녀는 지금 무슨 삶을 설계중일까? 30대 후반의 그녀는 결혼도 잠시 미뤘고 아직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상태다. 독립을 방해하고 있는 건 주거비 부담 때문이다. 지난 9월 7일 통계청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의 특징을 ‘인구 5천만 시대에 진입했지만, 아이들은 줄고 노인은 늘고, 1인 가구가 대세’ 라고 발표했다. 주된 가구 유형이 된 1인 가구는 전체가구 1,911만 가구의 27.2%로 520만 가구에 이른다. 


이제 ‘혼자 사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혼밥’, ‘혼술’, ‘나 혼자 산다’ 등이 낯설지 않아지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는 벌써 편의점이 1인 가구의 식품구입 장소 1위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20~30대 1인 가구의 비중이 35.3%(30대 18.3%, 20대 17.0%)라는 점에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청년들의 취업난과 주거비용이 삼포, 오포, 칠포 세대의 증가라는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회자되어 왔다.


‘민달팽이 세대집 없는 세대’의 상당수가 주거 빈곤층이다. 2015년 <청년정책의 재구성 연구>에 따르면 높은 학비, 부족한 일자리, 낮은 임금으로 혼자 사는 청년의 36.3%가 최저주거 기준인 16㎡이하 좁은 방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오피스텔, 원룸, 고시텔, 빛이 들지 않는 반지하나 덥고 추운 옥탑 방도 포함해서 말이다. 서울 청년 1인 가구의 96.3%가 전월세로 살고 있는데, 만약 이들이 내 집을 마련하려 한다면 23년은 걸릴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물론 낮은 임금이 주원인이다. 최근 대졸 취업희망자 100명이 지원하면 3명이 취업하는 좁은 문 ‘취업’실태는 심각하다는 말로 부족하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9.3%로 나타났으며 6개월 이상 ‘장기백수’의 증가세도 이미 IMF 외환위기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어떤가? 6,470원으로 8시간, 20일?일하면 월 103만 5,200원이다. 30일 쉬지 않고 꼬박 일해야 150만 원을 손에 쥐게 된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낮은 최저임금은 상품구매를 악화시킨다.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경제는 몰락한다고 경고한 이정우 교수는 한국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한다. “평균임금의 30%대에 있거든요. 이런 나라가 OECD에는 거의 없습니다. 아마 멕시코하고 한국 정도밖에 없을 거예요. 딴 나라가 어느 정도냐? 평균임금의 40~60% 수준에 있습니다.”


?청년 자영업자와 백수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진 상황에 처해 가로수길을 떠나온 그녀는 좀 지쳐 보였다.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지나가는 말을 하듯이 “최저임금은 곤란하고 월 200만 원 정도 일자리 어디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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