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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은 설악산에 살고 있는가?
글/ 부산대 홍석환교수
설악산국립공원 중 탐방객이 가장 많은 곳은 설악케이블카와 신흥사, 비선대, 천불동계곡이 연결되는 설악동이다. 설악동에 들어서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사진을 찍는 곳은 설악산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상징동상이 있는 소공원 앞이다. 설악산을 방문했던 많은 이들은 이 조형물을 기억할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설악산을 대표하는 종이 반달가슴곰이라 여기고 반달가슴곰이 현재도 설악산 어디엔가 우리와 함께 살고 있을 것이라는 아름다운 기억을 머릿속에 남긴다.
깃대종은 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생물종을 말한다. 당연히 설악산국립공원의 깃대종은 반달가슴곰이리라. 보호지역을 공부해온 나 자신도 상당히 오랫동안 설악산의 깃대종을 반달가슴곰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깃대종의 역할이 바로 환경보전의식을 자연스럽게 보호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게끔 만드는 것이다.
국립공원의 깃대종은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증식과 복원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한 이후, 국립공원에서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전운동을 위해 2007년에 19개 국립공원에 37종을 선정하여 공식화하였다. 설악산국립공원의 깃대종은 반달가슴곰이 아닌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인 산양이다. 아마도 깃대종 선정이 보다 이른 시점에 진행되었다면 반달가슴곰이 설악산의 상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1983년 이후 20년 이상 발견 기록이 없었던 것도 원인이었겠으나 선정 바로 직전인 2004년부터 전 국민의 관심대상이 되었던 반달가슴곰의 복원프로젝트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진행된 연유로 반달가슴곰은 지리산국립공원의 깃대종이 되어 설악산은 아쉽게도 이를 사용할 수가 없었을 것이리라.
해방이후 설악산의 반달가슴곰에 대한 공식기록은 아마도 1965년 설악산일대를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작성한 자료가 처음이 아닌가 한다. 당시 자료에는 “곰, 산양 및 사향노루 등 희귀종은 종족유지에 필요한 개체군을 유지할 수 없어 근친교잡에 머물고 있다”고 적혀있다. 설악산 내에 몇몇 개체가 살아있음을 적시한 것이다. 이후 1983년 사냥총에 맞은 반달가슴곰이 끝내 숨지고 1986년 한 방송사 촬영팀에 의해 촬영된 기록이 설악산의 마지막 반달가슴곰 기록이다. 현재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살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모호한 말들을 하고 있다. ‘발견된 것은 없으나 있을 것도 같다’가 아마도 대외적인 멘트인 듯하다. 대부분의 국민은 그래도 ‘설악산 어딘가에 잘 살고 있을 것이다’라고 믿고 있다.
2015년 추풍령의 단절된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계획을 추진하면서 환경부 관계자는 “지리산의 반달가슴곰이 월악산이나 설악산까지 가는 데 큰 물리적 장벽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경향신문 보도자료). 그리고 지금 동시에 설악산의 야생생물 서식 핵심지역으로 지정된(천연보호구역,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백두대간보호지역 핵심지역, IUCN 보호지역 카테고리 Ⅰ) 한 가운데 약 20,000㎡의 면적에 케이블카 정류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동하라고 이동통로를 근사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이동하면 살 수가 없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반달가슴곰의 잠재적 서식가능성이나 복원, 먼 훗날 지리산에서 이동하는 개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지금도 안 살고 있는데 케이블카로 인한 잠재서식처 훼손이 어떠하냐는 논리이다. 만약 우연히 지리산의 곰이 추풍령 생태축을 통해 설악산으로 이동한다면 우리는 지금 그 동물이 고통 속에 죽어갈 생태적 함정(Ecological Trap)을 만들고 있는 중임을 인지해야만 한다. 12년 전 강원도민일보의 사설 일부이다.
“자연을 함부로 교란시킨 인간의 죄를 뉘우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헝클어진 자연생태계를 회복시켜 반달곰이 제자리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설악산은 반달곰'이어야 한다. ~~도민의 정서 속에서 동면중인 반달곰을 빼앗아 간다면 이런 무뢰, 무식의 소치가 어디 있겠는가”
1983년 설악산에서 총에 맞은 후 구조된 반달가슴곰의 죽음을 알리는 신문기사
설악산 소공원 입구에 조성된, 설악산의 상징인 반달가슴곰 동상(설악산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이 옆에서 사진찍었던 기억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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