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노거수림지역과 설악산 케이블카 예정지 수목의 나이 비교
글/ 부산대 홍석환교수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삼천리금수강산으로 불리며 자연과 산세의 아름다움을 모두가 인식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말들을 전혀 쓰지 않는다. 오래된 낡은 말이라서가 아니라 이제 이렇게 불릴 자격이 없어졌음을 모두가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아직까지 국토 면적의 64%가 산림이라는 이유로 더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아름다움이 있어야 그곳에 가는데, 그곳에 가기 위해 정작 그 아름다움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 그곳에 갈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개발에 따른 훼손은 자연의 시간과는 달리 급격하게 나타나고 짧은 시간이 지나 아름다움의 가치가 사라지면 개발자들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기고, 또 옮기고를 반복해온 것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흐름이었으며 이제 이 개발행위가 마지막 보루인 설악산국립공원의 심장부까지 와 있는 것이다.
설악산케이블카 예정지는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보호구역으로 그 의미와 가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다. 1965년 지정당시에 문화재위원들께서는 이곳 설악산을
“우리나라에서 자연상의 피해가 가장 적다고 할 수 있는 지역”
이며 이러한 온전한 지역이 이미 우리나라에 몇 개 없음을 인식하였기에
“이 지역만이라도 우선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해야 한다”
라고 설악산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영구적으로 이곳이 보호될 수 있다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음에 작게나마 안도의 숨을 쉬셨을지 모른다.
지금 나는 선배님들의 이러한 기술이 단순히 미사여구인지 아니면 정말 우리나라에 거의 없는 숲인지에 대해, 이 지역이 정말 다른 숲에 비해 어느 정도의 희소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 비교를 해 보려 한다. 안타깝게도 자연환경의 희소성이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일반적으로 객관성을 띠지 못한다. 개발의 입장에서, 현대 경제학의 입장에서 환경영향평가나 환경가치의 주장들은 실체가 없다고 기각되며 각종 말장난식의 어구로 피해가기 때문이다. 설악산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백두대간 생태축’, ‘천연기념물 서식지’, ‘번식지’, ‘이동통로’, ‘아고산식생대’, ‘우수경관’, ‘극상림’, ‘보존가치 지형’ 등의 용어들이 대표적으로 그러한 것들이다. 생태축이 어디인지 정의되어 있지도 않은데, 생태축을 보호한다고 하며, 아고산식생대가 어디인지도 모르는데 정작 아고산식생대의 개발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는 현 케이블카 예정지를 백두대간 생태축의 핵심지역으로 지정하였으며, 산양 서식처로, 아고산식생대로 보고하면서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보호지역이라고 홍보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이 모든 것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고무줄 잣대로 객관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용어들을 상황에 따라 자기들 편한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숲의 보전가치에 대해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항목들이 완전히 없지는 않은데, 이 중 해당 숲에 살고있는 수목의 수령은 절대적인 수치로 비교가 가능하고 숲의 역사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되어 보전가치를 논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이에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알려진 오래되고 훼손되지 않은 숲 내부에 서로 어울려 자라고 있는 수목들의 수령을 바탕으로 설악산 케이블카예정지의 가치를 확인해보고자 했다. 수목의 나이는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분명 객관적인 비교자료로서는 매우 훌륭한 지표가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이품송이나 용문사 은행나무 등 일반적으로 저지대 평지에 독립적으로 자라는 천연기념물의 경우 수령이 300년 이상 되는 수목들이 많다(천연기념물이 많은 것은 아니니 실제로는 매우 희귀한 생명체이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목 중에서는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의 수목이 주변의 다른 수목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보호받으며 자라는 천연기념물과는 달리 많은 수목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숲을 이루는 지역은 같은 종이라도 특정 개체가 오랫동안 생존하지 못하며 후대목으로의 갱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 세대가 그리 길지 않다는 말이다. 이에 숲 내부 수목의 수령은 아무리 오래된 숲이라도 상대적으로 홀로 서있는 천연기념물보다는 많지 않다. 물론 숲 내부에서도 극히 일부의 수목은 오랫동안 생존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케이블카 노선상에 위치한 신갈나무 고령목(노선을 따라 오르다보면 이러한 수목들을 다수 볼 수 있다. 이들 수목들은 외관상으로도 샘플로 채취된 수목에 비해 훨씬 오래되어 보인다)
케이블카 노선상에 위치한 신갈나무 고령목(이들 수목들은 외관으로도 샘플로 측정한 수목에 비해 매우 오래되어 보이나 중간 정도 크기의 수목을 선정해서 수령을 측정했다.)
케이블카 노선상에 위치한 산양 발자국(노선을 따라 오르는 내내 산양발자국과 배설물을 확인할 수 있다.)
케이블카 노선 상부종점주변에 형성된 아고산식생대인 신갈나무-분비나무 왜성변형수군락 (겨울철 강풍에 의해 교목으로 크게 자라지 못한다.)
설악산케이블카예정지 상부지역은 1965년 천연보호구역 지정이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사람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은 지역이다. 중간지주 4지점까지는 오색에서 대청을 오르는 법정탐방로와 인접한 지역이며 지주 5지역 부터는 사람들의 출입이 오랫동안 허락되지 않은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듯 중간지주 4까지의 표본목 수령과 중간지주 5부터의 표본목 수령은 평균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총 21주의 표본목을 선정하여 수령을 조사하였는데 전체 샘플의 평균수령은 118년이 되었으며 중간지주 5지점 이후부터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지역의 15주 만을 대상으로 하면 평균수령이 137년에 달한다. 가장 수령이 오래된 3주의 평균수령은 210년이나 된다.
설악산케이블카 예정지 주요 수종의 수령(자료: 김지석박사)
위 치
| 수종
| 흉고
| 수고
| 수령
|
중간지주2(2-1)
| 굴참나무
| 24.6
| 15
| 64
|
신갈나무
| 16
| 13
| 52
|
중간지주3
| 신갈나무
| 19+25.4
| 16
| 42
|
중간지주3-2
| 소나무
| 45.7
| 18
| 67
|
중간지주4
| 신갈나무
| 36.2
| 10
| 151
|
신갈나무
| 28.8
| 11
| 46
|
중간지주 5-1
| 신갈나무
| 30.3
| 14
| 93
|
신갈나무
| 41.6
| 15
| 148
|
중간지주 5-2
| 신갈나무
| 30.3
| 18
| 94
|
잣나무
| 42.6
| 16
| 124
|
중간지주 5-3
| 신갈나무
| 42
| 14
| 215
|
신갈나무
| 16.3+24.3+22.8+29.8+8.8
| 13
| 113
|
중간지주 6-2
| 신갈나무
| 24.5
| 10
| 116
|
중간지주 6-3
| 잣나무
| 39.7
| 20
| 226
|
상부가이드타워-4
| 잣나무
| 39.5
| 16
| 191
|
상부가이드타워-4
| 피나무
| 41
| 13
| 115
|
상부 산책로
| 신갈나무
| 20+24.5
| 7
| 125
|
잣나무
| 40.2
| 13
| 149
|
설악산케이블카상부정류장1
| 신갈나무
| 34+29
| 9
| 109
|
상부마스터지구
| 분비나무
| 22
| 11
| 80
|
상부마스터지구
| 신갈나무
| 33.5
| 15
| 157
|
조사결과를 보면 해당 숲은 오래된 수목이 200년 정도 되는 숲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숲의 평균적인 나이를 계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육안으로 판단하여 확연히 오래되어 보이거나 조사지 내 가장 큰 나무를 표본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숲 전체에서 보통 정도 크기의 수목을 대상으로 샘플을 채취했다. 이는 이 조사가 가장 오래된 수목의 나이 측정이 목적이 아니라 이 숲이 어느정도 수령으로 형성되어 있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조사방법은 상대적으로 다른 조사에 비해 수령이 낮은 수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들어가 보자.
언뜻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자연성이 높은 숲이라고 제시된 설악산의 숲을 형성하는 고목들이 단지 200년 정도의 수령밖에 되지 않음에 상당히 의아해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독립적으로 자라는 천연기념물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수령이다. 이는 일반인들도 많은 경험으로 해설판이 있는 노거수나 보호수, 천연기념물 등 보호되는 수목의 수령이 매우 높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오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숲을 이루는 수목들의 평균적 나이를 노거수 단목과 비교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으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천연림지역과 수림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지역을 비교하는 것이 케이블카예정지가 지닌 자연사적 가치를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중 수림대에 대한 수령조사는 천연기념물 제도가 시행된 이후 거의 진행된 바가 없다. 숲의 연속성에서 우점하는 수목의 수령과 후대목 등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살아있는 문화재 관리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다행히 2010년 문화재청에서 실시한 수림지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일부 중요지역의 수령측정 기록이 있어 이들 자료를 정리했다. 조사지는 함양 상림, 광양 읍수와 이팝나무, 하동 송림, 북송리 북천수, 예천 금당실 송림, 하회마을 만송정, 주사골 시무나무와 비술나무숲, 도천리 도천숲 등 숲의 형성에 대한 사료가 비교적 확실한 지역들이며 이후 전체 훼손에 대한 기록이 없는 지역들로 지속적으로 보호된 숲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조사에서는 대체로 수령이 오래 되었음직한 수목을 대상으로 조사하였으므로 평균적으로 본다면 설악산의 그것과는 다소 높게 측정되었을 것이다. 다만, 동일지역의 숲에서 수목의 크기는 나이와 정확하게 비례하지는 않음을 밝힌다. 조사된 각 숲에 생육하고 있는 대표 수목의 수령을 요약해 본다.
우선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된 함양 상림은 1962년 지정된 숲으로 통일신라시대에 최치원선생께서 조성했다고 전해오는 숲으로 약 1,200년 간 유지되고 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림대 중 하나이다. 사람이 조성한 숲으로는 현재 남아있는 숲 중 가장 오래된 숲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1,200년 전에 조성했으니 가장 오래된 수목은 1,200년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겠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숲은 지속적으로 세대를 이어 내려오며 오래된 수목과 어린 수목이 함께 공존하므로 아무리 오래된 수목이라 하더라도 수령은 그리 되지 못한다. 수종별로 대상지 내 총 8주의 노령목을 선정하여 목편을 추출한 후 수령을 측정하였는데, 기대와는 달리 가장 오래된 수목의 나이는 가슴둘레 직경이 42cm인 개서어나무로 약 120년으로 측정되었다. 다음으로는 가슴둘레 직경이 38.5cm인 졸참나무가 수령 118년이었으며 직경이 더 큰 48.5cm의 갈참나무는 73년에 불과하였다. 우리나라 조성숲 중 가장 오래된 숲인 상림에서 확인한 총 8주의 수목 중 수령이 가장 오래된 수목 3주의 평균수령은 112년이었다.
천연기념물 제235호로 1971년 지정된 광양 읍수와 이팝나무는 약 600년 전인 조선 명종때 군사목적으로 조성된 식재림으로 조성시기가 명확하다. 이 지역에서는 총 3주의 수령을 측정하였는데, 수령확인이 어려운 1주를 제외하고 느티나무와 벚나무 각 1주씩, 2주의 평균수령은 134년으로 함양 상림에 비해 다소 높았다.
비교적 최근 지정된 천연기념물 제445호 하동 송림은 약 300년 전인 조선 영조 때 식재된 수림대로 현재 국내 제일의 노송숲으로 알려져 있다. 흉고직경이 큰 수목을 대상으로 총 9주의 수령을 확인하였는데 가장 오래된 수목은 154년으로 확인되었으며 상위 3주의 평균수령은 127년이었다.
포항 북송리 북천수는 천연기념물 제468호로 지정된 수림대로 조선 철종때 바람막이용 숲으로 조성된 숲이다. 총 7주를 조사하여 오래된 순으로 3주의 수령을 평균한 결과 72년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령이 높지 않았다.
천연기념물 제469호인 예천 금당실 송림은 수해방지 및 바람막이를 목적으로 조성된 숲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서는 총 13주를 대상으로 수령이 조사되었는데 상위 3주의 평균수령은 113년으로 확인되었다.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숲은 200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는데, 약 500년 전인 조선 선조때 조성된 숲으로 알려져 있다. 총 6주 중 상위 3주의 수령은 평균 104년으로 확인되었다.
영양 주사골 시무나무와 비술나무숲은 2007년 천연기념물 제476호로 지정된 숲으로 약 400년 전 조성된 숲으로 알려져 있다. 총 6주를 조사하였으며 이 중 오래된 순서로 상위 3주의 평균연령은 87년으로 확인되었다.
영덕 도천리 도천숲은 약 400년 전 마을이 생길 당시 조성한 숲으로 풍수지리에 의해 마을을 보호할 목적으로 조성된 숲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대부분 다른 수림대가 하천변에 조성되어 홍수를 방지할 목적으로 조성된 것과는 달리 풍수지리상 조성된 숲으로 상대적으로 환경적으로 안정된 지역으로 볼 수 있었다. 총 6주를 조사한 결과 상위 3주의 평균은 조사된 지역 중 가장 오래된 153년으로 확인되었다.
주요 천연기념물(수림대) 노거수 수령조사 결과(연령 순 상위 3주)(문화재청, 2010)
지 역
| 수종
| 흉고직경(cm)
| 수령
| 비고
|
함양 상림
| 개서어나무
| 42
| 120
| 총 8주 조사
(문화재청, 2010)
|
굴참나무
| 38.5
| 118
|
개서어나무
| 30
| 97
|
평균
| 36.8
| 112
|
광양 읍수와 이팝나무
| 느티나무
| 64
| 150
| 총 3주 조사
(문화재청, 2010)
|
벚나무
| 45
| 117
|
평균
| 54.5
| 134
|
하동 송림
| 소나무
| 137.5
| 154
| 총 9주 조사
(문화재청, 2010)
|
소나무
| 75.0
| 119
|
소나무
| 61.0
| 109
|
평균
| 91.2
| 127
|
포항 북송리
북천수
| 소나무
| 42.0
| 74
| 총 7주 조사
(문화재청, 2010)
|
소나무
| 33.0
| 71
|
소나무
| 38.0
| 71
|
평균
| 37.7
| 72
|
예천 금당실
송림
| 소나무
| 40.0
| 117
| 총 13주 조사
(문화재청, 2010)
|
소나무
| 50.0
| 114
|
소나무
| 40.0
| 109
|
평균
| 43.3
| 113
|
안동 만송정숲
| 소나무
| 35
| 108
| 총 6주 조사
(문화재청, 2010)
|
소나무
| 36
| 104
|
소나무
| 32.5
| 99
|
평균
| 34.5
| 104
|
영양 주사골
| 비술나무
| 54.5
| 123
| 총 6주 조사
(문화재청, 2010)
|
산팽나무
| 36.5
| 78
|
시무나무
| 42.0
| 61
|
평균
| 44.3
| 87
|
영덕 도천리
| 말채나무
| 44.5
| 164
| 총 6주 조사
(문화재청, 2010)
|
팽나무
| 58.5
| 147
|
팽나무
| 51.5
| 147
|
평균
| 51.5
| 153
|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노거수림대인 천연기념물 수림대 8개 지역에 생육하고 있는 수목의 수령을 확인한 결과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그리 오래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조사수목 중 각 지역별로 상위 3주의 수령을 평균한 결과 적게는 72년에서 많게는 153년 사이에 분포하였다. 이 중 가장 오래된 수목으로 확인된 수목은 영천 도천리숲의 말채나무로 흉고직경 44.5cm의 수목이 수령 164년으로 확인되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예정지에서 채취한 샘플의 수령은 가장 오래된 것이 226년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수림대 그 어느 곳보다 높은 수령이었으며 상위 평균 3주의 수령은 다른 지역과 비교하였을 때 두 배 정도 많은 월등히 높은 수령을 보이는 지역으로 확인된 것이다.
천연기념물 중 수림대지역은 대체로 나무가 오래 살기에 적합한 토질을 확보하고, 양분이 충분한 지역에 주로 재난을 막거나 기타 다른 목적에 의해 조성된 숲이다. 이러한 지역은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고산대 산림지역에 비해 안정적으로 수목이 활착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령은 숲의 조성역사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대체적으로 가장 오래된 수목들이라 해도 100년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이들 수림대가 일제 강점기때 훼손되었다는 보고는 없으며 오히려 그 당시에도 중요한 숲으로 잘 보전되고 있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인위적 훼손에 의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만약 일제강점기 전후로 훼손되었다면 천연기념물 지정시기상 이 지역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예정지의 숲이 얼마나 대단한 지역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비교자료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조성예정지는 산림지역 내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으로 앞서 비교한 지역이 사람에 의해 조성된 숲임을 감안하여 국내 다른 오래된 산림지역 수림대와도 비교해 볼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 자연산림에서의 나무들이 어느정도 오래되었는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알려진 숲에 대한 수령측정 자료를 확인해 봤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낙엽활엽 노거수군집은 서울 종묘의 갈참나무군락(흉고직경 50cm 내외), 함양 대관림(흉고직경 40cm 내외), 오대산 상원사지역(흉고직경 40~70cm), 원주시 성황림(흉고직경 40~50cm) 등이 대표적으로 연구된 바 있으나 노거수림의 수령을 정확히 파악한 결과는 많지 않으며, 기타 다른 자연지역 또한 수령을 측정한 보고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천연기념물을 포함하여 국립공원 등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보호되는 대표적 수림대의 수령을 측정한 연구자료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찾아보고자 방대한 양의 연구논문들을 일일이 검색하여 살펴보았다. 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한반도 숲에 희소하게 남아있는 노거수군락 내 수목의 수령을 확인하였다. 자료의 양이 많아 모두를 검토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비교자료로는 충분하리라 판단된다.
천연림으로 산림지역 내부에 형성된 노거수림대로 보고된 지역은 대부분 저지대 계곡부나 오래된 전통사찰의 진입부에 형성된 숲이다. 사찰숲의 경우 사찰의 역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잘 보호되어 온 것이 노거수림대로 유지된 이유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 수림대라 할 수 있는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을 대상으로 총 70주에서 샘플을 추출하여 분석한 결과는 예상과 달리 가장 오래된 수목이 135년이었다. 노거수군집을 대상으로 조사한 계룡산 갑사의 노거수군집 조사결과에서는 가장 오래된 수목이 수령 96년으로 100년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갑사일대 조사에서는 샘플을 추출하는 생장추의 측정길이 한계로 더 큰 대경목을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상대적으로 수령이 적게 나왔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나머지 내장산, 월출산, 계룡산 등은 우리나라의 자연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이며 이 지역 중에서도 식생이 우수한 지역을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수령은 높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진 중요 수림대에 생육하고 있는 수목의 수령측정 결과를 종합해 봤다. 설악산 케이블카 조성예정지 내에 그리 크지 않은 수목의 수령이 200년을 넘는 것에 비해 다른 지역은 환경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령이 높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조성림에 비해 자연산림에 남아있는 수목의 수령은 더 높지 않았다. 숲을 형성하는 수목의 수령을 확인했을 때 설악산 케이블카 조성예정지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충분하리라 판단된다.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다른 엄격히 보호되는 국내 대표적인 보호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령을 보이는 수목들이 즐비하게 있는 그야말로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극상림지역이다. 이곳이 왜 1965년에도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보호해야 하는 숲”이었는지 그 이유가 확연히 드러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른 그 어떤 천연기념물 수림대나 다른 유명한 국립공원 내 대표적인 숲보다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 2배 이상 오래 살아온 수목들이 지금도 굳건히 살아가고 있는 지역임을 우리는 애써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선배님들은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이러한 지역을 찾아내고 훼손을 막기 위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이며, 이 지역은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지역임을 다시 한번 공표해야만 하는 것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문화재로 인식하고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현 문화재위원들의 책무일 것이다. 문화재위원들은,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여 후손에 물려줄 유산을 남기신 조상님들의 노력을 이어야 할 것이며 단순히 눈앞의 관광수입을 기대하면서 벌이는 천연보호구역 파괴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보호지역 내 천연 노거림의 수령조사 결과(연령 순 상위 3주)
지 역
| 수종
| 흉고직경(cm)
| 수령
| 비고
|
내장산 금선계곡 및 원적계곡
| 들메나무
| 22
| 86
| 총 11주 조사
(배기욱 등, 2011)
|
고로쇠나무
| 36.5
| 79
|
느티나무
| 30
| 71
|
평균
| 29.5
| 79
|
내장산 내장산지구
| 굴참나무
| -
| 64
| 총 9주 조사
(배지윤 등, 2013)
|
단풍나무
| -
| 54
|
느티나무
| -
| 53
|
평균
| -
| 57
|
월출산 금생골
| 소나무
| 35.5
| 47
| 총 4주 조사
(최송현, 강현미, 2006)
|
굴참나무
| 33
| 33
|
상수리나무
| 38
| 27
|
평균
| 35.4
| 36
|
월출산 도갑사계곡
| 소나무
| 20.5
| 50
| 총 6주 조사
(최송현 등, 2006)
|
소나무
| 29
| 45
|
소나무
| 24.5
| 43
|
평균
| 24.7
| 46
|
월출산 목동지역
| 소나무
| 36
| 33
| 총 7주 조사
(최송현 등, 2006)
|
굴참나무
| 20
| 31
|
굴참나무
| 30
| 29
|
평균
| 28.7
| 31
|
계룡산
동학사-남매탑구간
| 굴참나무
| 31
| 65
| 총 14주 조사
(최송현, 조현서, 2006)
|
굴참나무
| 39
| 62
|
서어나무
| 28
| 60
|
평균
| 32.7
| 62
|
계룡산
갑사
노거수군집
| 느티나무
| 39
| 96
| 총 4주 조사
(이경재 등, 2001)
※노거수만을 조사한 것이며 대경목의 경우 생장추의 길이상 추출하지 못함)
|
소나무
| 47.5
| 92
|
팥배나무
| 37
| 86
|
평균
| 41.2
| 91
|
오대산
전나무숲
| 전나무
| 11~82
| 41~135
| 총 8종 70주 분석
(이경재 등, 2008)
|
목편샘플을 추출하여 수령을 측정하는 방법 (현장에서 한 번 개략적으로 측정하고 실내에서 다시 정밀하게 측정하게 된다.).
설악산 케이블카예정지 수령 215년의 신갈나무 목편 (자료: 김지석박사)
설악산 케이블카예정지 수령 226년의 잣나무 목편 (자료: 김지석박사)
현장답사 후기
2016년 3월 27일 설악산 케이블카 예정지를 오르면서 그동안 설악산의 많은 다른 탐방루트를 오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거수들이 많음을 새롭게 확인하였다. 설악산을 오를 때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각종 기암괴석과 침엽수가 어울려 있는 경관을 생각하고 서북능선과 공룡능선, 천불동계곡, 울산바위 등을 경관적으로 훌륭한 지역이라 생각하는 고정관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는 비단 나뿐만 아니라 설악산을 자주 오르는 탐방객이 갖는 대부분의 인식임을 연구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오색구간은 단지 대청을 오르는 가장 짧은 구간으로 선호되는 구간이지 경관적으로는 선호되지 않는 구간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숲 내부를 들여다보니 다른 세상을 본 듯 하다.
이 지역은 설악산의 다른 어떤 탐방로보다도 훌륭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문화재위원들께서는 고생스럽더라도 반드시 현장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국내 많은 노거수림대 문화재지역과 여타의 국내 노거수림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비교해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울러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른 지역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다 많은 자료를 축적해 주시길 바란다.
이곳 설악산 케이블카 예정지는 단순히 고산지대에 형성된 오래된 신갈나무림이나 분비나무와 잣나무가 혼효된 숲으로 아고산식생대로 보기 어렵다 등의 논리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분명 이 숲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완전한 극상림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이 숲이 우리시대에 훼손되는 것을 보는 것은 자연생태계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인내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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