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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 2015예산, 철학이 부재한 재정건전성 포기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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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 2015예산, 철학이 부재한 재정건전성 포기예산

익명 (미확인) | 화, 2016/09/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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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정창수 기자,  14.10.8

 

[창비주간논평] 2015예산, 철학이 부재한 재정건전성 포기예산

사람들은 흔히 경제활동이라고 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 민간경제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의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재정의 비중이 민간경제를 능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예를 들면 2013년 명목 GDP는 1428조원인데, 공공재정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과 공기업 및 공공기관까지 하여 절반을 넘는다.

그런데 정부예산은 꾸준히 증가한다. 지하경제가 줄어들고 최근에는 국채발행까지 크게 늘리는 등 각종 정부 재정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출도 같이 증가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예산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신규예산이다. 매년 사업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편성과 의회의 심의과정이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2014년 예산에서 신규예산은 전체의 0.6%인 2조원에 불과하다.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박근혜 예산’도 여기 포함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예산은 하던 사업을 계속하는 가운데 점증적으로 조금씩 증가하거나 변화하여 간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점증주의 예산편성이라고 하고, 이에 반하여 대폭적이고 체계적으로 예산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총체주의 예산편성이라 한다. 따라서 예산은 총체주의를 지향하지만 현실은 점증적으로 변화한다고 할 수 있다. 총체주의 예산편성에서 이야기하는 제로베이스 예산편성이라는 것은 항상 이상에 불과하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제로베이스 예산편성을 했던 사례는 군사정부 시절인 1985년밖에는 없다.

2015년 예산, 점증주의 부채증가 예산 

정부는 총지출 376조원, 총수입 382조 7천억원으로 책정한 2015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전체적으로는 5.7% 증가로 점증주의 예산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세입여건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됐다고 주장한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경기부양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빚내서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2009년부터 3년간 22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사업을 진행했고, 경기부양책으로 13조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결국 이명박 정부 5년간 98조원의 재정적자와 경제양극화 심화 등의 폐해만을 남기게 되었다. 적자재정까지 감수한 이번 예산안은 국가부채 문제를 악화시켜 재정건전성에 심대한 위협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국세수입 목표치는 210조 4000억원이었으나 실제치는 201조 9000억으로 8조 5000억원이 부족했으며, 올해도 8조원이 넘는 세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201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중앙과 지방 정부의 빚을 합친 국가채무는 482조 6000억원으로 국민 1인당 부담액은 10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적으로 보면, 축소되어야 마땅한 토건 및 SOC 투자 부문 예산이 다시 증가했다. 2조원 가까이 줄여야 하지만 오히려 7천억원을 늘렸다.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각종 안전시설에 대한 유지·보수를 위해 SOC 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SOC의 유지·보수관리 예산이 안전예산으로 분류되었다는 비판이 높다. 지자체의 소방헬기 구입을 위해 1천억원을 배정한 것이 그 예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마저도 정권후반기에는 감소시켰던 토건예산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대상을 500억원 이상 사업에서 1000억원 이상 사업으로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 또한 지난 개발연대 시절처럼 토목과 건설업 부양을 통해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이다.

여기에 창조경제, R&D 등의 예산도 서민경제보다는 재벌 대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예산으로 볼 수 있다. 가령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자동차 보조금 지원을 확대(800대→3000대)하고, 하이브리드차 보조금을 신규 도입(4만대, 대당 100만원)하겠다는 방안은 사실상 하나밖에 없는 자동차회사에 대한 지원이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대중교통체계를 정비하는 게 대다수 국민에게 훨씬 효율적이다. 생활밀착형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70개 사업을 따로 묶어 제시했지만 기업밀착형 예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철학의 부재 

결론적으로 이번 예산안은 점증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확장이라는 미명하에 재정균형을 포기한 적자예산이다. 전체적인 구모는 점증주의적이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부채증가와 지출구조의 역진성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뚜렷한 방향이 없다는 점이다. 복지도 늘리고 건설도 늘리고 그야말로 모든 것을 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예산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의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록 잘못되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토건이라고 하는 명백한 방향과 철학(?)이라도 있었다. 이에 반해 현 정부는 현상유지에 급급하여 정부의 정책이 무엇을 위해 가야 하는지를 예산편성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남은 것은 국회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근본적인 경제활성화 대책과 서민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을 담은 국회 예산심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표류하는 재정의 방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물론 난망한 기대이기는 하다. 그나마 과거와는 달리 예산에 대해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실낱같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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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0 ->> 원문보기


한유총은 정부 지원금을 확대하고, 회계감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유재산이니 부정감사라는 논리다. 하지만 지원은 확대하되 회계감사를 반대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주장이다. 지금 사학재단들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는 반감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립유치원의 집단휴업이 철회되면서 보육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의 국·공립유치원 40% 확대 공약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된 항의가 집단이기주의로 인식되면서 싸늘한 여론에 밀린 결과이다. 

사실 유치원 문제는 대선에서도 영향이 컸다. 안철수 후보가 이번에 문제가 된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과 만나 국·공립 증설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면서 지지율 상승세가 꺾였다. 안 후보 측은 오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막강한 정치적 힘을 과시하던 사립유치원 세력에 대한 고려였지만 이미 이에 대한 반감이 압도적으로 커져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사립유치원들에 좋은 시절이었다. 2016년 교육통계연보에 보면 전체 8987곳의 유치원 중 국·공립유치원에 4696곳 17만명, 사립유치원에 4291곳 53만명이 다니고 있다고 되어 있다. 전체의 75% 이상이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셈이다.

9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연 ‘유아교육 평등권 확보와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에 참가한 시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아학비 공ㆍ사립 차별 없이 지원, 사립유치원 운영의 자율성 보장’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


지난해 정부 지원금 2조330억원 투입 

그나마 국·공립유치원은 공공성의 원칙에 따라 한부모 가정이이나, 조손가정, 국가유공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우선하기 때문에 남은 인원에서 추첨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간유치원에 매달 40만∼50만원을 내고 아이들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립유치원은 1980년대 전두환 시절 급증했다. 1981년 수립한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에서 유치원 취학률을 38%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립유치원 증설’을 강행한 것이다. 전국의 사설학원이나 비인가 유치원에 인가증을 주고, 시설규정도 완화하고 유치원 학비도 제한을 없앴다. 무자격 원장이나 교사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제도 풀어줬다. 그 결과 1980년 861개였던 사립유치원 수는 1987년 3233곳으로 늘었다. 2016년 현재 4291곳 중 553곳을 제외한 3739곳을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학교법인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법인 전환과정 없이도 설립과 운영이 자유롭다. 사실상 개인자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지원도 급증하고 있다. 2016년 결산 결과를 보면 사립유치원에 2조330억원이 투입되었다. 유치원 1곳당 4억7000만원이며, 1명당 400여만원 가까이 예산이 지원된 것이다.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지원하는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매년 10∼20%의 예산이 증액되기 때문에 사립유치원으로서는 회계감사가 없다면 정말 풍요로운 좋은 시절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었다. 

한유총의 주장은 세 가지다. 국·공립 확대를 반대하고, 정부 지원금을 확대하고, 회계감사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구호는 명확하다. “사유재산 인정하라! 부정감사 중단하라!”이다. 사유재산이니 부정감사라는 논리이다. 하지만 지원은 확대하되 회계감사를 반대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주장이다. 지금 사학재단들에 대해 국민들이 가지는 반감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실제 올해 2월에 정부합동 부정부패척결추진단에서 유치원에 대대적인 감사를 했다. 55곳 중 54곳에서 부당집행이 적발되었는데 액수만 200억원이었다. 노래방이나 유흥주점부터 온갖 낯 뜨거운 곳에 사용되었다. 가족들을 직원으로 등록시켜 돈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6곳을 운영하여 부정한 자금 118억원을 조성한 사람도 있었다. 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서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어떤 유치원은 감사관에게 금괴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감시가 없는 곳은 절대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다.

퇴로를 열어주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유총은 최소한의 성과는 거두었다. 휴업파동은 결국 실패했지만 2018년 국·공립유치원 확대예산은 10% 증가에 머물렀다. 또한 한유총은 국가 정책의 실패라고 주장한다. 사실 일면은 맞는 말이다. 수수방관하고 땜질식 대응을 하다 여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지는 않는다. 

사립유치원의 주장에서 들을 만한 것도 있다. 2011년부터 보조금을 받는 유치원들은 자체 건물을 소유하고, 파는 것은 물론 다른 용도로도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개인 재산권을 주장하는 사립유치원이 주장할 만한 내용이다. 

국가의 책임도 있다. 처음에 일단 민간을 활용하려고 한 생각은 복지를 민자 투자사업으로 생각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민자 투자사업은 초기에는 예산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가지만 장기간 이익을 보전하고 감독은 부실해지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을 종합하면 재산 매각 유예기간을 한 10년 정도 더 두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국·공립 확대와 민간유치원에 대해 회계감독을 전제한 정부 지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고려시대 최충의 사학도 그의 사후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자 교육 내용을 간섭받지 않는 한에서 정부의 회계감독을 받아들였다는 기록이 있다. 과거의 개발독재 시절에 잉태된 비합리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현재의 국가재정 시스템은 기능할 수 없다. 

여기에서 유력한 대안은 공립형 사립유치원이다. 공립형 어린이집처럼 국·공립 수준에 달하는 지원과 회계감사를 받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아동수당이다. 1인당 거의 90만원까지도 지출되는 보육예산을 고려하면 아동수당을 1인당 30만원 이상 지급하고 그 돈으로 보육시설에 가면 더 지원하는 이중구조로 간다면 국민들의 복지 효능감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저출산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출산 가능인구 자체가 줄어 뒤늦게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을 내놓아도 한 세대 안에는 효과가 별로 없는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을 조기에 집행해야 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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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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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정창수 기자  14.8.11

 

[위기의 4대강, 어디로 가나②] 수자원공사의 8조원 재정 지원 요구에 부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된 4대강 사업의 뒤치다꺼리를 위한 청구서를 제출한 것이다. 최근 수자원공사(아래 수공)가 국회에 제출한 '4대강 투자비 회수대책 필요성'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수도요금 인상이나 친수구역 개발 등을 통해서는 8조 원에 이르는 4대강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관련기사 : [단독] 수공의 4대강 투자 8조원 혈세로 때운다?).

수공은 22조 원의 총사업비 중 8조 원을 공사채권을 발행해 조달했다. 그 결과 4대강 수행 전인 2008년 말 2조 원이었던 부채가 2013말에는 14조 원으로, 무려 7배나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되었다.

4대강 사업 전보다 7배나 증가한 수공의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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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구 수자원공사 앞에 4대강 국토종주 낙동강 자전거길 개통을 축하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념비가 놓여져 있다.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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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결산자료를 보면, 2008년 20%였던 수공의 부채 비율은 2013년 121%로 늘어났다. 그나마 도로공사 주식 2500억여 원 등 현물출자를 통해 자산을 증가 시켜 부채비율의 증가를 조금이나 줄인 결과다.

특히 수공이 투자비 회수를 위해 부산도시개발공사와 함께 부산 강서구 일대에 5조4천억 원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 사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연구원은 이 사업의 이익금을 2513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애초 수공이 예상한 6000억 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수공이 현재 추산하고 있는 당기순이익은 1천억 원 수준. 이 자체 순이익만으로는 3천억 원에 이르는 수공 부채(4대강 투자비)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수공은 올해까지 재정지원방안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공 부담액을 전액손실처리를 해야 해 천문학적인 회계 손실을 입게 된다며 정부에 재정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즉, 수공 부담액을 전액 손실처리 하면 신용등급 하락으로 신규차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호소 및 위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수공은 무모한 국책사업으로 인한 공기업 부실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수공 외에도 국책사업으로 부채가 증가한 공기업으로 LH공사(토지주택공사)가 있지만, 단기간에 부채가 급증한 수공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지난 2009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한 바에 따라 수공의 부채 발행이 이루어졌다. 이는 국가가 직접 빚을 내지 않았을 뿐, 사실상 대리한 것과 같다. 국책사업으로 수공에 전가된 부채가 결국 직접 부채 요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수공의 재정지원 요구는 예견된 일이었다. 당시 정부가 이자는 전액 정부가 보전하고 원금은 자체 수익으로 우선 충당한 뒤, 못하면 예산을 지원한다는 규정을 두어 '수공의 빚을 떠안게 될'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빚더미에도 인력 늘리고 사업 확장한 수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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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자원공사와 부산시가 부산 강서구 강동동 일대에 조성을 추진하고있는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조성사업) 조감도
ⓒ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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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수공은 정부가 해야 할 사업을 떠안아 재정 위기에 놓인 피해자인 걸까? 지금까지의 내막을 보면 그렇지 않다. 2013년 한국 사회공공연구소가 내놓은 '한국의 물정책, 시장화의 문제점과 공공수도 대안'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수공의 비정규직은 2013년 현재 492명으로 4대강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08년 292명에 비해 70%가 늘어났다. 4대강사업과 경인아라뱃길사업, 위탁상수도 사업 확대 등으로 인해  고용을 증가 시켰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8년 한 명도 없던 무기계약직은 276명으로 늘었고, 정규직도 4018명에서 4096명으로 78명 증가했다(2013년 기준). 한 마디로 사업 확장을 이유로 인원을 554명이나 늘린 것이다. 여기에 신설된 자회사 인원까지 합하면 천여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국책 사업으로 빚이 급증한 와중에도 예산과 조직을 늘리는 관료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조직을 키우려는 모습은 인력 증가 뿐만아니라 자회사 신설로도 나타나고 있다. 수공은 지난 2011년 워터웨이플러스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경인아라뱃길의 효율적 운영관리, 4대강문화관 운영을 위해서 설립했다고 수공은 밝혔다.

하지만 관광레저와 마리나 수익으로 자회사의 운영비용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예산정책처도 지난 2012년 공공기관 결산평가에서 공사의 여건과 운영비용을 감안해 운영효율화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적했다.

수공의 위기, 4대강 부채때문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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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공은 2010~2013년 동안 6개 단지(시화MTV, 송산그린시티, 구미확장단지, 구미하이테크, 여수확장단지, 구미디지털) 개발 사업에 모두 2조6987억 원을 투자했으나, 9772억 원의 투자액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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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은 건전하던 재정이 4대강 사업 때문에 부실해졌다고 주장한다. 맞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수공은 각종 개발사업도 방만하게 진행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국가산업단지 개발 현황을 보면, 2008년 이후 36개가 지정됐다. 이는 전체 산업단지의 37.4%에 달한다.

지난달 4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3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평가 보고서(아래 공공기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산업단지는 대부분 분양이 저조해 수익성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국 산업단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국가산업단지도 심각한 재정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수공은 2010~2013년 동안 6개 단지(시화MTV, 송산그린시티, 구미확장단지, 구미하이테크, 여수확장단지, 구미디지털) 개발 사업에 모두 2조6987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회수 금액은 1조7215억 원 수준. 9772억 원의 투자액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부분도 고스란히 수공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수공의 부실경영 문제가 단순히 4대강때문만이 아닌 이유다.

그리고 또하나 경인아라뱃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수공은 보상비 3222억 원, 추가보상비 1273억 원, 경관도로 무료화로 인한 수입손실 1897억 원을 포함해 총 6392억 원의 국고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경관도로 무료화로 인한 수입손실 1897억 원이 국고로 지원될 가능성은 낮다. 만약 정부가 이 부분을 보전해 준다면 선례가 생겨 다른 부분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이 사업도 4대강 사업처럼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외에도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던 물류 단지도 분양실적 및 항만운영수익이 저조하여 막대한 적자가 예상될 것으로 공공기관 평가 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물류단지 전체 분양금액은 7637억 원으로 김포물류단지의 분양률은 83.5%이나 인천물류단지의 분양률은 57.2%에 불과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분양 실적이 저조한 인천물류단지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항만운영수익은 부두임대수익, 시설임대수익, 마리나 운영수익으로 구성되는데, 현재까지의 항만운영수익은 121억 원으로 투자비 회수 계획대비 2.0%에 불과하다. 갈수록 태산이 셈이다.

수공 경영개선 타개책으로 군불 지피는 물값 인상론

친수구역개발과 함께 수공이 추진하는 게 수도요금 인상이다. 2013년 한국 사회공공연구소가 내놓은 '한국의 물정책, 시장화의 문제점과 공공수도 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수공이 경영 개선을 위해 2004년부터 운영해 오던 지방상수도 위탁 사업을 현행 21개에서 162개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지자체가 상수도를 위탁하게 되면 부담은 증가한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상수도를 위탁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관리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고, 상수도의 인력만큼을 다른 곳에 유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수공 또한 당장 큰 돈은 남지 않더라도 인력을 늘릴 수 있고, 무엇보다 수공의 가장 중요한 재산인 물을 팔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윈윈' 하는 결과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가장 먼저 위탁을 실시했던 충남 논산시의 경우 2003년 톤당 709원하던 수도요금이 2010년 883원으로 25% 인상되었다. 2012년에도 15% 추가 인상됐다. 경기도 양주시도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주시는 지난 2008년 수공과 20년간 위탁하기로 협약했으나, 재정이 악화되는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2012년 위탁해지를 통보해, 수공이 소송을 제기했다.

언론보도 내용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양주시의 물값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인근의 의정부시보다 40% 비싸다. 양주시가 수공과의 소송에서 지게 되면 4~5년 후에는 물값이 2배 가까이 폭등할 것으로 우려"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해당 소송에서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수공의 손을 들어줬다. 또다른 위탁 자치 단체인 동두천시도 2008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시대의 소명 다한 개발공기업 수공, 건설적으로 해체해야

이대로 두면 2017년에는 수공의 부채가 19조원까지 증가하게 된다. 아마도 결국 국민들의 돈으로 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공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국민이다. 빚을 낼 때는 아무런 권한도 없는 국민이 빚을 갚을 때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주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건 '물주'다. 아무 권리도 없이 빚만 갚아주는 건 주인이 아니라 물주다. 흑자가 나도 배당도 받지 못하는 그야말로 바보 물주들인 셈이다.

따라서 제안한다면 첫째, 선 책임 후 대책이다. 책임의 소재와 원인규명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납세자 소송을 도입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정치적인 책임규명이라도 정확히 해야 한다.

둘째, 수공도 책임을 져야 한다. 밑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을 수는 없다. 4대강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지금까지 수공이 개발공기업으로서 벌인 문제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함께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주어야 한다. 조직과 예산을 늘리는 현재의 모습에 메스를 대야한다는 말이다.

셋째, 수공의 '해체'다. 수공은 대표적인 개발공기업이다. 개발공기업은 이제 시대의 소명을 다했다. 대부분의 댐이 완성되었고,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성장했다. 불필요한 사업을 계속 벌이는 것은 불필요한 조직이 존재하기 떄문이다. 따라서 지금 수공의 자산을 매각해 최대한 빚을 갚고, 4대강 유역별로 쪼개어 개발기업이 아니라 관리를 위한 조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모든 조직은 관료화된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에 맞게 조직을 바꾸어 주지 않으면 조직은 계속 하던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위기가 기회다. 부채로 인해 조직의 존폐가 걸린 상황이 오히려 수공을 건설적으로 해체하고 새로운 물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나라살림연구소장이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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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9/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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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7.09.19 ->> 원문보기



SOC예산은 실제로 줄었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역대 최소이지만 실제로는 줄지 않았다. 이번 예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결산을 반영한 예산이다. 집행 가능성, 전년도 이월불용액, 연차별 소요, 완공기간 등을 고려하여 감액한 것이다. 

“세출 중 가장 많이 줄어드는 것이 무엇입니까?” “SOC가 대표적일 것.” 지난 9월 1일 국회 결산심의 과정에서 야당의원의 지적과 이에 대한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답변이다. 2018년 예산에서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는 SOC(사회간접자본)예산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부분이다. 이번에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SOC예산 축소는 경기위축이라는 논리 


내년 예산안의 SOC 투자규모는 2017년 22.1조원에 비해 4조4000억원이 감액된 17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액되었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예산보다 더 줄어든 규모다. 기획재정부의 열린재정 사이트에서 공개하는 분야별 재정지출 현황을 보면 2007년에도 SOC예산은 18조3000억원이었다.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더구나 재정지출의 규모가 2007년에는 238조원이었으니, 내년 429조와 비교하면 규모는 두 배로 늘었는데 액수는 감소한 것이다. 줄곧 20조원대의 건설예산을 강력히 원했고, 그 혜택을 누려왔던 사람들에게는 공포스러운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2018년 예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언론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MBN 등 대부분의 보수언론은 철도분야에서 2.4조원, 도로분야에서 2조원 등이 감액되었다며, 지난해 실질경제성장률 2.8% 가운데 60%에 육박하는 1.6%가 건설업이 견인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연일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더구나 부동산대책까지 겹치면 약 10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한국당의 정책위의장인 김광림 의원 등 야당의원들이 인용하며 다시 국회에서 SOC예산 축소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취업유발계수가 건설업이 13.8명으로 8.6명인 제조업보다 높다든가, SOC예산이 1조원 줄어들 때마다 고용이 1만4000명씩 줄어드는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SOC는 값싼 교통수단을 만들어 복지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SOC예산의 승수효과가 하락하고, 기존 물적 투자에서 사람중심 투자로 전환하여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한다는 논리이다. 그간 SOC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져 지출승수가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3년 조세연구원 보고서인 ‘재정지출과 거시경제정책’에 따르면 주택 및 지역개발, 보건, 교육, 모두 재정지출 승수가 0.387로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SOC사업을 너무 많이 해서 특별히 효과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G20 대비 고속도로 1위, 국도 2위, 철도 6위 등 SOC 부분은 양적으로 최고 선진국가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물적 투자에서 사람중심 투자로 전환하여 복지 확대에 따른 민간소비 증가로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IMF나 세계은행, ILO 등 국제기구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을 성장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SOC 감축 반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안전, 지역균형발전은 물론 SOC를 통해 가장 왕성한 지역생태계가 이루어지고 있음, 반면 복지는 일회성·소비성 지출이므로, 절대 SOC 신규예산을 줄여서는 안돼”(한국당 김성원 의원), “총리가 SOC예산 삭감해서 복지예산에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SOC예산은 결국 일자리를 장기적으로 창출하는 예산.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지예산이다. 그런데 이 예산을 줄여서 선심성에 가까운 복지예산으로 전용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한국당 백승주 의원)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문제는 누구를 대변하는가이다 

한마디로 SOC에 대한 집착은 과거에 형성된 가치관도 작용하지만 정치적으로 본인들이 대변하는 세력과 기반을 보여주고 있다. SOC는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주장 속에는 지역이 그 돈으로 먹고산다는 논리가 들어 있다. 실제로 그 돈이 지역주민에게 직접 전달되지는 않으므로 지역의 토건이 낙수효과로 주민들에게 간다는 논리일 수 있다.

문제는 재정지출효과가 떨어지는 데다가 고용효과마저도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도 증명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실증연구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연구원 김경혜 선임연구위원팀이 2014년 발표한 ‘사회복지 재정지출의 사회·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는 생산유발효과는 10억원당 23.2억원, 고용효과는 직접고용효과 6.5명, 간접고용효과 19명 등 총 25.5명의 고용창출효과였다. SOC 감액으로 고용이 줄더라도 복지 등 증액되는 부분의 고용 증가는 더 크다. 결국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이야기하는 SOC 경제효과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게 되었다. 

또 하나 단골로 등장하는 이슈로는 지역편향 주장도 있다. 한국당은 영남 SOC 피해를, 국민의당은 호남 SOC 피해를 주장한다. 이것은 사실이다. 호남은 903억원, 영남은 9217억원이 감액되었다. 하지만 진실은 모두 감액되었기 때문에 자기지역만의 피해를 주장하는 것은 논리가 약해진다. 지나친 영남 편중 때문에 영남 예산이 많이 감소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SOC예산은 실제로 줄었을까. 답은 ‘아니오’이다. 역대 최소이지만 실제로는 줄지 않았다. 이번 예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결산을 반영한 예산이다. 집행 가능성, 전년도 이월불용액, 연차별 소요, 완공기간 등을 고려하여 감액한 것이다. 부풀려졌던 예산을 줄인 것이다. 예전에는 관행적으로 이월해온 것이다. 결국 경기위축 논리는 거의 설득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사용되지 않은 돈이 경제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SOC 감축에 대해 너무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된다. 예산은 다른 국민에게 가는 것이다. 다만 어떤 국민에게 가는가가 중요하다. SOC 관련 업계로 가는 것인지, 국민들의 복지로 가는 것인지. 불안해하는 분들은 바뀐 시대의 현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직접 표를 주고 후원하는 사람들 때문일 수도 있다. 다만 시대가 바뀌어 SOC만을 지지하는 국민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보수야당에서도 생각이 바뀐 정치인들이 많아진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정치인은 시대를 앞서가면 좋겠지만 시대를 반영만 해도 바람직하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들 때문에 혼란과 낭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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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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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7.09.12 ->> 원문보기



2018년 예산안은 박근혜 정부 예산의 틀을 문재인 정부의 틀로 바꾸는 과정 중에 있는 ‘중간예산’이다. 큰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작은 변화이고,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급작스러운 변화로 보일 수 있다. 

2018년도 예산안이 8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9월 2일 국회에 제출되었다. 30일에는 중장기조세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2017년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예산의 틀이 확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회계연도 개시 시점이 1월 1일인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선거가 5월 9일로 중간에 정권이 교체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올해는 예산안을 편성하는 연간 계획이 완전히 헝클어져 버린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2018년 예산안은 박근혜 정부 예산의 틀을 문재인 정부의 틀로 바꾸는 과정 중에 있는 ‘중간예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큰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작은 변화이고,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급작스러운 변화로 보일 수도 있는 예산안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8월 18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18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분명한 방향전환과 확장적 재정편성 

첫째, 확장적 편성임에는 틀림없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429조원은 올해 400조원에 비해 7.1% 늘어난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률(물가상승을 반영한 경제성장률) 전망보다 2.6% 높은 것으로, 증가율은 금융위기를 맞이했던 2009년(10.6%) 이후 최대이다. 일단 나랏돈을 많이 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진행한 추경 기준으로 보면 4.6% 증가하는 수준이다. 사실 추경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사업들이 많이 들어갔다면 추경을 기준으로 예산증가율을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이전 정권들에 비해 분명히 증가한 것이나, 사상 초유 등으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이 정도의 복지 확대로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저복지·저출산, 일자리 위기 문제가 충분히 해소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첫 해 예산안 치고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 그래서 과감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재정확대에도 불구하고 재정건전성은 오히려 유지되었다. 정부안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올해 -1.7%(추경 기준)에서 내년 -1.6%로 적자폭이 줄어든다. 관리재정수지는 구조적으로 흑자가 나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이다. 복지로 나가는 돈을 늘리고도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고려한 정부 적자 비중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뜻이다. 국가채무도 명목 GDP 대비 비율이 39.6%로 올해와 변화가 없다. 임기 말까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박근혜 정부가 소득세·법인세·담뱃세 등 증세를 조금씩 추진한 덕이기도 하다. 덕분에 여력이 생겨 초기 복지의 방향을 바꾸는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감당이 되기 때문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전문가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그나마 인정하는 것이 조세개혁이 부분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특히 세액공제제도의 도입은 의미 있는 변화였다. 현재의 여당, 즉 당시의 야당은 세금폭탄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금은 덕을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일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는 현 정부의 예산안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판하는 보수언론들도 그런 면에서 인정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나라다운 나라가 될 필요도 있다. 

셋째, 지출구조조정은 양적인 변화가 있다. 그동안 예산문제의 핵심은 경제분야 특히 SOC사업의 과다 편성 문제였다.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SOC예산이 17조원대로 줄어들었다. 물론 사업 진행이 잘 안 되는 사업들의 사이즈를 줄인 결과다. 대표적인 SOC 구조조정 사례로 포항~삼척 철도 예산이 올해 5069억원에서 내년에는 1246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삭감된 것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질적인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관행으로 보면 큰 변화이다.

비판을 의식한 짠돌이 예산은 아쉬워 

아쉬운 점은 짠돌이 예산이라는 비판이다. 복지 확대와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복지 확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복지부분에 대한 구조적인 세팅은 시작되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새 정부가 연일 발표한 복지 확대정책은 예산안의 내용에 들어가 있다. 다만 ‘산타클로스 복지’냐 하는 비판에 대해 재원대책이라는 방어를 하느라 양과 질에서 많이 진전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고등학교 의무교육이 늦춰진 점이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도 논란이 있다. 

특별한 점은 국민 참여예산 제도의 시범실시다.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참여예산을 중앙정부에서도 실시한다. ODA(해외개발원조)사업 등 예산편성 과정에 국민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실시간 재정정보 공개 등 공공성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변화는 분명히 있고, 방향은 바뀌었으나 충분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 부분들은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 SOC가 분명히 감소했는데, 이에 대해 토건에 집착을 가진 세력이나 과거의 시스템을 지키고자 하는 야당들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거세게 반발할 것도 예상된다.

증세는 과연 이번만으로 끝날 것인가, 핀셋증세 혹은 부자증세에서 보편적 증세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정부는 정권 말인 2021년 조세부담률 전망치를 19.9%로 제시했다. 올해(추경 기준 19.3%)와 거의 변화가 없다. 조세부담률은 명목 GDP에서 국세·지방세 등 국민이 낸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19.9%라는 것은 국내 경제주체가 1000만원을 벌어 19만9000원을 세금으로 냈다는 뜻이다. 사실상 추가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증세 기피는 복지의 전진을 더디게 할 것이다.
 
물론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증세도 그렇고 지출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일단 내년에 본격적인 논의와 제도 변화를 꾀하겠다고 정부는 이번 예산안 설명에서도 계획을 제시했다. 지켜봐야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선거가 아니라 감시이고 참여이기 때문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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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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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17.09.05  ->> 원문보기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64곳 중 5곳이 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자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나머지에서도 다수의 퇴직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인증심사원 649명 중 85명이 농관원 출신으로 밝혀졌다. 

대한민국이 먹거리 공포에 휩쓸렸다. 햄버거 병과 용가리 과자에 이어 살충제 계란까지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른바 에그포비아(계란혐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는 여러 가지 해명을 내놓았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탓에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 불신은 부실검사에서 비롯되었다. 친환경인증은 그래도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무너뜨린 것이다. 사태가 터진 후에도 양계농장 전수조사를 했다면서 ‘지금부터는 안전하다’고 발표했는데 하루도 안돼 부실검사가 들통난 것이다. 


▲ 8월 16일 경기도 양주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농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요원이 검사를 위해 계란을 수거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퇴직 고위공무원에 조치 취하기 어려워 

문제는 검사를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검사요원이 계란을 무작위로 추출하지 않고 농장주가 주는 계란을 그대로 검사한 것이다. 형식적인 검사다. DDT가 검출됐는데 쉬쉬하기도 했다. 기준치를 초과한 농장 52개 중 31개가 친환경인증을 받은 곳이었다.

참담한 사태의 뒤에는 ‘농피아’가 있다. 농림축산부 산하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출신들이 민간 인증기관에 대거 재취업함으로써 유착이 형성되고 부실인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세월호 사태는 ‘해피아’가, 철도사고에는 ‘철피아’가, 서울지하철에는 ‘매피아’가…. 곳곳에 ‘피아’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유착구조가 안전문제를 일으키고 경쟁력을 갉아먹는 비리의 온상이 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농피아’의 일단이 드러났다. 정부로부터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64곳 중 5곳이 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자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나머지에서도 다수의 퇴직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인증심사원 649명 중 85명이 농관원 출신으로 밝혀졌다. 2014년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피아가 취업한 친환경인증 업체들이 전국 인증물량의 70%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부실인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에는 엉터리 인증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고, 지난 2014년에도 감사원 지적이 있었다. 농관원 퇴직자가 설립하거나 취업한 인증기관이 부실인증으로 인증기관 지정이 취소되거나 업무 정지된 적도 있었다. 이번 당국의 전수조사에서도 농관원 출신이 운영하는 2개 업체가 인증한 친환경농장 6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피아’들은 ‘재취업’이 아니라 스스로 ‘퇴직 후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진대 현직 하급공무원들이 퇴직 고위공무원들의 업체에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부랴부랴 정부는 민간 위탁을 환수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산하기관을 만드는 꼴이 될 것이다. 

각 부처는 왜 인증제도 확대에 치중할까 

우리나라의 법정 인증제도는 총 210개(2015년 기준)이다. 이 중 법정 의무인증은 전체의 33.8%인 71개이다. 나머지는 법정 임의인증이다. 24개의 부처에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거의 모든 부처가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는 부처는 국토교통부로 무려 35개나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개로 4위이다.

인증제도는 급증하고 있다. 2000년 72개에 그쳤던 것이 15년 만에 210개가 되었으니 세 배가 된 것이다. 인증제도는 급증하는데 인증실적은 감소하는 현상도 있다. 지난 2009년 인증건수가 3억8000만건이었는데 2013년에는 3억6000만건으로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인증제도는 두 배가 증가했다. 결국 인증제도를 신설하는 데만 치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같은 기간 인증실적이 전혀 없거나 5년 동안 10건 이하의 실적을 올린 인증제도도 40건이나 된다. 물론 그나마 일을 한 친환경인증제도도 살충제 계란 사태를 불러오고야 말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좋은지는 판단하기 힘들다. 

그런데 각 부처는 왜 인증제도를 확대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을까? 물론 안전이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좋은 의도도 있지만, 조직과 예산을 확대하려는 관료적 본능도 작용한다. 일단 법정 인증제도를 통해 수입이 증가하는데, 2009년 2475억원에서 2013년 3134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것은 부처의 수입이 되는 데다가, 인증기관이 산하기관이 되거나 위탁하더라도 사실상 산하기관의 역할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관피아의 영역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와 직접 관련된 인증제도인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제도는 전체 인증제도에서 5번째로 규모가 큰 인증제도이다. 2009년에 24억원이었는데, 2013년에는 183억원으로 실적이 급증했다. 따라서 인증을 위탁받은 민간기업들은 이 비용의 일부를 지원받게 된다. 국회 예결위 자료에 의하면 전체 수입의 89.5%가 인증기관의 수입으로 간다고 한다. 업체는 당연히 돈벌이가 되는 인증업무를 위탁받기 위해서라도 출신 공무원을 영입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농업직불제 중에 친환경농업 지원이라는 사업이 있다.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업인에게 소득보전을 해주는 데 508억원(2015년)을 지원한다. 농민들이 이런 인증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관피아라 불릴 정도로 공직자들 재취업이 문제가 되는 곳은 몇 군데나 될까? 생각하는 것보다 그 규모는 방대하다. 정부는 세월호 사건 등 관피아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이에 대한 통계들을 만들어 왔다. 인사혁신처는 공직 유관기관과 공직자 취업제한 기관의 목록을 만들었는데, 이들을 모두 합쳐 1만7350곳이다. 이곳이 공직자 출신이 취업했을 때 예산상 특혜나 혹은 비리, 인·허가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이는 곳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물론 이밖에도 더 많은 관련 기업이나 기관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몰라서 못 막는 것이 아니다. 밀집사육이 근본원인 같지만, 기관들이 문제를 만들고 키웠다. 근저에는 자신의 영역으로 여기고 사익과 공익을 구별하지 않는 ‘농피아’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관료들의 재취업을 전면 금지할 수는 없지만, 기준을 세워 통제해야 한다. 공공부문 개혁 없이 국가 개혁과 발전은 없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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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7/10/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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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



문재인 케어 2018년 예산에 달렸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정부가 건강보험에 줘야 할 법정지원액은 68조6372억원이었지만, 실제로 지원한 금액은 53조93억원에 그쳤다. 14조7369억원은 지원하지 않았다. 



“한국처럼 건강보험을 공영화하겠다.” “한국의 건강보험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와 힐러리가 주장한 말들이다. 오바마는 비록 완전하지 않지만 ‘오바마 케어’를 도입하여 악명 높은 미국의 건강보험보험체계를 바꾸려 했다. 비록 트럼프가 ‘트럼프 케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려고 하지만 이미 도입된 제도를 역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바마가 이야기해서가 아니라 사실 한국의 건강보험은 후진국 수준의 복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그나마 OECD 평균의 복지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제도이다. 예산 비율로 보면 건강보험의 예산은 56조원으로 1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OECD 국가들의 평균과 유사하다. 다만 한국이 세금 등 국민부담이 적고 재정규모도 작은 국가여서 실제 1인당 지출액수는 OECD 평균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건강보험은 한국 유일의 정상복지 

한국의 건강보험이 평가 받는 것은 거의 유일한 흑자국가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특히 미국에서 인정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게 내고 흑자를 보는 구조이니 다른 나라들이 한국 건강보험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의료기술이 최첨단을 달리기 때문에 외국에서 한국에 들어와 치료받고 떠나는 먹튀 사례도 많아지고 있는 부작용마저 생기고 있다. 3년간 2만4000명에게서 1700여억원의 먹튀 사례가 있었다는 국정감사 자료도 있다.

모든 게 다 좋은 건강보험인데 결정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공의료 보장률이다. 즉 공공의 부담을 적게 하여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입원과 외래 환자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가 최근 24개 조사대상 회원국의 건강보험 보장 영역과 본인 부담 요건을 비교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대비 건강보험 급여항목별 보장률이 전반적으로 낮았다. 국내 건강보험 보장률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낮은 편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 건강보험 보장률은 80% 수준인데, 한국은 63%대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다는 얘기는 그만큼 환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비급여가 전체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결국 보험료를 적게 내는 대신 직접 지출하는 의료비가 크다는 것이다. 

WHO는 의료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세 가지 길을 제시한다. 첫째, 급여의 넓이 즉 사회보장 인구의 비율을 확대하는 것. 둘째, 급여의 깊이 즉 사회보장 급여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는 것. 셋째, 급여의 높이 즉 사회보장의 단위 서비스당 상환율을 확대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세 개의 축으로 이루어진 상자가 전체 의료비 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바로 ‘보장률’이 된다.

2018년 문재인 케어 빨간불? 

보건복지부의 2018년도 예산안을 보면,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내년 국고지원액은 7조349억5800만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6조8763억7700만원에 비해 6.2% 증가한 규모지만, 애초 복지부가 예산당국에 요청한 액수에 못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국고지원 규모는 내년 예상 건강보험료 수입액의 14%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법으로 정해놓은 것보다 크게 모자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보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14%는 국고, 6%는 건강증진기금)을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마다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적게 산정하는 방법으로 지원규모를 줄였는데, 올해 역시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며 예년처럼 건보료 예상수입액을 낮게 잡아서 국고지원금을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매년 법정지원액 기준(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못미치는 14∼16% 정도만 지원해 왔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정부가 건강보험에 줘야 할 법정지원액은 68조6372억원이었지만, 실제로 지원한 금액은 53조93억원에 그쳤다. 14조7369억원은 지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은 21조원의 누적 적립금을 가지고 있다. 보장률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방안을 밝히며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재원조달을 위해 보험료 인상은 자제하되 국고지원액을 늘리고 21조원의 누적적립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강보험 예산 56조원은 96%가 ‘보험급여비’로 지출된다. 나머지가 행정지원ㆍ시설관리 등에 쓰이도록 예산 책정을 하고 있다. 지원하면 고스란히 국민들의 혜택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재정당국의 보수성보다 가장 큰 암초는 야당의 문제제기이다.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정 마련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여 재정전망을 실시하고, 정부 지원을 계속 확대하며, 적정수준의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지출 효율화를 통해 재정 안정을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주장은 국고 지원을 확대하겠다면서 정부 지원을 줄이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부 지원예산은 국가 재정상황 및 재정투입 우선순위,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짠돌이’ 예산이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예산을 편성하면서 보장성 강화도 추진하려는 정부의 고육책에 대한 야당의 비판인 것이다. 이외에도 누적적립금을 헐어 쓰는 것이 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문재인 케어’가 가능할지는 현실의 재정여건이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초과세수가 많이 걷히고 지난 분기 경제성장률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조심하면서 다소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문재인 케어’가 국민에게 와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일한 정상적 복지인 건강보험부터 복지국가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는 없을까. 우물쭈물하다가는 후회할지도 모른다.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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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11/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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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예산 지원, 땅이 아니라 사람에게


농민 정년을 조정하고 보조금을 사람에게 지원할 경우 지금처럼 땅에 집착하는 현실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자녀든 귀농인이든 다음세대로 농업이 이전되는 것을 촉진할 것이다.
우리나라 농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정부 사업은 무엇일까, 논란의 여지없이 직불제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농민들의 가장 큰 소득보전 수단이기 때문이다. 농업예산의 4분의 1이다. 우리나라 농민들이 생산하는 총생산의 10분의 1이다. 한마디로 농민 수입 중에서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농업 국내총생산(GDP) 29조원에 정부 예산은 14조원이다. 예산으로 유지되는 산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직불제는 세계화로 인한 시장 개방 때문에 생겨났다. 또한 식생활의 변화로 인한 공급과잉 기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도입의 필요성이 있었다. WTO 출범 이후 농업인 소득보전 및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증진을 위해 9개의 직불제가 순차적으로 도입되었다. 친환경농업(1999년), 조건불리(2004년), 경관보전(2005년), 쌀(고정·변동, 2005년), FTA 피해보전(2004년), 밭(2012년), 경영이양(1997년), FTA 폐업지원(2004년) 등 점차 그 종류도 많아졌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주최로 10월 10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농민 결의대회에서 한 농민이 구호가 적힌 손팻말 위에 거친 손을 올려놓고 있다. 참가자들은 ‘쌀값 1kg 3000원, 농정개혁, 농민헌법 쟁취’를 요구했다. / 유수빈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주최로 10월 10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농민 결의대회에서 한 농민이 구호가 적힌 손팻말 위에 거친 손을 올려놓고 있다. 참가자들은 ‘쌀값 1kg 3000원, 농정개혁, 농민헌법 쟁취’를 요구했다. / 유수빈 기자


시장 개방으로 태어난 직불제 

종류 못지않게 단가도 상승하여 예산도 증가한다. 쌀 고정직불 단가 인상(2012년도 헥타르당(ha) 70만원에서 2015년도 100만원) 및 목표가격 인상(2012년도 17만원→2013년도 18.8만원), 밭 직불 도입(2012년도) 등으로 직불제 규모가 증가하고 농업예산 대비 직불금 비중도 97년도 0.4%에서 2017년에는 19.7%인 2.9조원으로 증가해 왔다. 현재 대상면적도 쌀 소득보전 고정직불제만 하더라도 81만6000평이니 전 국토의 8%이며 논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직불금 확대를 통한 농가소득 안정 기여’라는 공약이 나왔다. 농업소득보전직접지불금은 매년 지급하고 고정직접지불금과 변동직접지불금으로 구분하여 지급한다. 지급상한도 있어서 농업인(30ha), 일반 농업법인(50ha), 공동경영체법인(400ha)까지만 대상이다.

그런데 이 사업은 꼼꼼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대농 중심이다. 보조금의 집행내역 현황을 보면 쌀 경작농가의 44.5%가 0.5ha 이하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이들 가구의 연평균 수령액이 27만원이다. 최대 면적구간과 10ha 이상 농민 간 고정직불금 보전의 차이가 53배다. 다시 말해 농업인 소득안정이라기보다 쌀 대농 소득보전으로 보조금이 집행되고 있다.

둘째,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있다. 고정직불금에 의한 논 경작지 면적 비례지원과 변동직불금을 통해 쌀값을 보전해주니 농민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기계화가 많이 된 쌀농사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안정적 수익이 보장돼 쌀 생산이 줄지 않는다. 이것은 쌀값이 지속적으로 폭락하거나 각종 쌀 관련 지원 예산이 급증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셋째, 예산낭비의 측면 역시 없지 않다. 직불금의 사업목적은 쌀 생산 농업인의 소득안정 도모 및 논의 공익적 가치 보전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쌀 소비 감소, 과잉재고 보존비와 시장 격리비용을 추가 지출하면 전체 농업예산이 쌀에 집중되어 예산 집행의 편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식량안보 차원과 국제 곡물가격 협상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차라리 소득보전 정책으로 전환하라 

이제는 정책 전환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다. 우선은 농가마다의 차이를 없앨 필요가 있다. 쌀 변동직불금은 기존 방식대로 쌀 생산농가의 소득보전으로 활용하는 한편, 논을 보존하는 쌀 생산농가보다는 실제로는 논 소유주를 위해 집행되는 고정직불금의 경우 논의 면적보다는 농가 균등배분 보조로 바꾸는 것이 농업의 지속성과 농민의 소득보전에 더 합목적적 사용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사업 단위가 아닌 사람 중심의 보조금으로 개혁해야 한다. 농업예산의 중심기조는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농업은 농민이 있어야 한다. 현재 농업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99세로 규정된 농민의 정년은 직불금 때문에라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업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것은 농업기술이 다음 세대로 전수되지 못하는 재앙으로 이어진다. 만약 정년을 조정하고 사람에게 지원할 경우 지금처럼 땅에 집착하는 현실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자녀든 귀농인이든 다음 세대로 농업이 이전되는 것을 촉진할 것이다. 농민예산 14조원은 1000만원의 기본소득을 140만명에게 줄 정도의 큰 돈이다. 현재 농민의 수는 300만명이고, 그 중 절반은 농업외 소득이 더 많다.

마지막으로 농업의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농 중심의 보조금 정책으로는 농업이 예산에 의존하는 좀비산업이 될 것이다. 또한 쌀에만 의존하는 정책은 농업의 발전에도 방해물이 된다. 따라서 작물을 다양화하고, 공익적 기능을 다양화하는 ‘공익형 직불제’도 논의되고 있다. 당국은 직불금이 ‘적지 않다’고 하고, 농민들은 ‘증액이 필요하다’고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농지가 아니라 농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만든다면,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식량 자급률도 올라갈 것이다. 산업적 이익과 공익적 기능이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현재 정부 지원금 100원에 농민 혜택은 17원이라고 한다. 대농과 관련 기업, 중간의 공공기관이 농업예산을 흡수하고 있다. 농업예산 기생계층이다. 더군다나 농업은 농업소득세부터 시작하여 각종 감면제도로 예산 외의 혜택도 수조원을 넘어선다. 따라서 농업은 돈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구조를 어떻게 개혁하는가가 더 중요한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그런데 왜 안 될까. 당사자인 농민의 수동적인 대응, 담당자인 공무원들의 보수성, 해결자인 정치인들이 대농과 농업 토건세력에 포획된 것 때문이 아닐까. 관료사회의 특성은 자기영역만 생각하고 지키려는 ‘칸막이’와 변화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귀차니즘’이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관료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개혁이다. 개혁은 더 일을 잘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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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11/1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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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에 한 번씩 올리는 것으로는 흡연율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담배 판매량은 인상되었을 때 잠시 줄었다가 1~3년이면 금세 회복되는 패턴을 반복한다.

우리 삶에서 없어도 살 수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기호식품이 세 가지 있다. 바로 담배, 설탕, 커피이다. 이 중 가장 건강의 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것이 담배다.

지난 4월 질병관리본부는 2009년 이후 떨어지던 국내의 흡연율이 2016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흡연율이 41.9%로 전년도 41.5%보다 증가했다는 것이다. 2009년은 51.4%였다. 정부에서는 계속 줄다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기저효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1월부터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대폭 인상된 상황을 고려해 보다면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줄이지 못한 것으로 판명났다고도 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시내 한 흡연구역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 정지윤기자

서울 시내 한 흡연구역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 정지윤기자

담뱃값 인상, 세금만 늘었다 

흡연율 증가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2015년 잠깐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한 것이다. 기재부의 담배 판매량 집계에서 2015년 33억갑에서 2016년 36억갑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빠르게 4500원이라는 담뱃값에 적응했다. 아직도 담뱃값이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 이 가격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우리나라 담뱃값 순위는 OECD 34개국 중 31번째다. 

이 결과 세수만 증가하여 2014년 7조원이었던 담배 관련 세수는 2015년 10조5000억원에서 2016년 12조3000억원(추정)으로 증가했다. 한국은 총세입 중 담배세의 비중이 2016년 3.6%로 OECD 회원국 중 6위 수준이다. 

당시 국회 예산정책처는 한 갑당 최소한 8500원은 되어야 흡연율 감소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기재부는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 담배소비량은 34% 감소할 것이라는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인상에 따른 금연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결과는 5조원 정도 세수가 늘 것이라고 예측한 예산정책처의 완승이다. 

예산을 어디에 사용하는지를 보면 인상의 이유를 알 수 있다. 담배부담금 3조원 중 금연을 위한 예방예산은 2014년 113억원보다 2015년 13배 이상 증액된 1475억원으로 늘기는 했지만 상황에는 거의 영향이 없었다. 2016년에도 금연예산은 1467억원으로 변화가 없고, 보건소 지원(896억원), 각종 예방접종 지원(3142억원) 등 직접 관련된 예산은 5505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원격의료 2600억원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인상은 세수 확보가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흡연율에 영향을 줄 만큼 확실한 증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몇 년에 한 번씩 올리는 것으로는 흡연율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1994년 450원이었던 담배가 2002년 1500원, 2005년 2500원, 2015년 45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담배 판매량은 인상되었을 때 잠시 줄었다가 1∼3년이면 금세 회복되는 패턴을 반복한다. 호주처럼 담뱃값에 물가상승률을 연동하자는 주장도 있다. 담배 광고나 판촉 규제를 강화하고, 금연지원서비스나 캠페인을 강화해 비가격규제를 엄격하게 하자는 의견도 중론이다. 

더군다나 문제는 건강은 해치지만 국고에는 보탬이 되느냐는 것이다. 일단 건강보험이 크게 문제가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흡연과 음주로 건강보험이 지출한 재정이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를 합하면 25조원에 이른다. 특히 2016년 한 해 동안 총진료비는 5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4조원을 건강보험이 지출한 것이다. 나머지는 개인 부담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8.2%에 이른다. 4조 중 2조2091억원이 담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수혜자로 보면 50대와 60대가 각각 498만명과 533만명으로 가장 많다, 

흡연·음주로 국민부담 5조원 

하지만 건강보험에 대한 재정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담배의 경우 국민건강증진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부담금액의 6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지원액보다 더 많은 건강보험 재정이 흡연으로 인해서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술은 아예 제외되어 있다. 결국 흡연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쳐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비흡연자가 부담을 같이 떠안게 되는 부적절한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전자담배에 대한 인상도 추진 중이지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궐련형 담배 사용자를 금연자로 본다면 흡연자는 오히려 대폭 증가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결국 국민의 돈(재정)을 잃고 건강도 잃은 담뱃값 인상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볼 수 있다. 그렇게 해로운 담배를 왜 팔게 하는가이다. 백해무익한 기호식품으로 판명된 마당에 ‘담배가 아직도 산업인가’ 하는 문제제기이다. 근대화 이후 각국은 전매를 통해서든 기업의 세금으로 하든 방식에 상관없이 담배를 팔 수 있게 했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형사범의 3분의 1은 담배와 술을 팔다가 기소된 것이다. 조선시대 내내 마음대로 담배와 술을 팔던 조선인들에게 전매제도는 납득할 수 없고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일제는 아편까지 판매했으며, 거기서 나온 재정으로 철도를 비롯해서 조선의 개발사업에 필요한 재정의 20% 이상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런 전매제도는 해방 후에도 이어졌다. 전매청이라는 공무원 조직이 담배를 팔고 이후 공기업인 담배인삼공사가 되었다. 지금의 케이티앤지(KT&G)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나 생산하게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세수입 확보라는 숨어 있는 목적을 위해 결국 전체적으로 볼 때 세수입 효과도 없는 담배사업을 사실상 보호하는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금지할 수 없다면 가격을 올리든 광고 등 각종 정책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기재부가 돈 벌고 복지부는 손해를 보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국민의 손해이기 때문이다. 돈(국가재정)도 잃고 건강(국민건강)도 잃기 때문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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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11/2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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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 특별교부세는 재해복구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난 예방을 위한 예산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재해 목적 교부가 아닌 장관 인센티브 예산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사태를 불러온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15일 포항에서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각종 시설물의 내진 보강 문제가 관심을 받고 있다. 지자체들은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지자체들은 자체 예산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재난안전특별교부세만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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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1/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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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연금은 현재 기여금 부담을 인상하고, 지급률을 인하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을 일부분 확보했으나, 국가보전금과 부담금을 포함하면 약 80%에 달하는 비용을 국가에서 충당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정부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돈은 무엇일까? 바로 국민연금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기금 고갈을 우려하여 대규모 국민연금 반대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흔적이 사라진 것은 국민연금 수령자가 전 국민의 10%를 넘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복지혜택을 누린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반대여론도 사라진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국민연금을 적립해서 운영하는 나라는 칠레와 한국 등 여섯 나라에 불과하고, 유럽 등 나머지 나라들은 고갈상태이다. 그런데도 그 나라들이 조용한 것은 조세로 부족분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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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1/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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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에서 장애인들을 돌봐주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설이 효율적이라는 믿음이 지배하고 행정관서도 편하고 익숙한 시스템으로 시설에 수용하게 된 것이다. 

2018년 정부 예산이 통과되면서 눈길을 끄는 사업이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지원예산 사업이 4600억원에서 90억원이 증액된 것이다. 어찌 보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이 안에는 장애인과 관련한 많은 논쟁점을 포함하고 있다. 왜냐하면 본래 복지부는 4700억원을 요구했지만 기재부가 1.5%인 전년도 기준 68억원의 인상만을 인정하여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복지예산이 대부분 평균수준 이상은 증가했는데도 이 사업의 증가가 미미한 것은 이례적이다.

장애인 운영시설 예산지원이 이렇게 줄어든 것은 최근에 있었던 탈시설 관련 사건들이 의미 있는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된다. 특히 대구 ‘글라라의 집’에서 129명이 숨졌다는 뉴스는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에게도 장애인시설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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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12/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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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전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여야의 합의문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3. 아동수당은 2인 가구 소득기준 90% 이하의 만 0세에서 만 5세까지 아동을 대상으로 2018년도 9월부터 월 10만원을 신규 지급한다’이다. 이로 인해 253만 해당가구 중 기준 이상의 국민들이 혜택에서 제외되게 되었고, 지급시기도 7월에서 9월로 연기되었다. 이 결과 1조1000억원에 달하던 예산은 51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문제는 이 규정이 해석하기에 따라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복지부조차 아직 기준을 정하지 못할 정도로 아동수당 문제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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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12/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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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역대 최대 배상사건 

지금 구로디지털단지는 구로공단 지역이었다. 1950년께 이 땅은 농민들에게 분배되었다. 6·25 즉 한국전쟁 직전 있었던 농지개혁의 일환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1960년대 이 땅을 구로공단으로 개발하면서 정부에서 소유권을 강제로 빼앗은 것이다. 2008년 과거사위원회는 ‘국가의 소유권 포기 강요행위’를 인정했다. 

당시 농민들의 후손들인 상속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토지소유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진행된 재판이 바로 전날 11월 29일 끝난 것이다. 재판 결과 6건에 대해서 국가는 이자를 포함하여 300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더군다나 현재 진행 중인 26건도 같은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여 약 1조원 정도를 국가가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2018년 예산안에서 국가배상금으로 편성돼 있는 예산은 1000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배상을 미룰 경우 지연이자가 추가되기 때문에 예산 증액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권성동 법사위원장도 “이번에 국가가 패소했고 내년에도 패소사건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며 “오늘 법사위원장 명의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2018년도 예산 1000억원을 증액해달라고 공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십 년간 진행된 재판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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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12/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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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수용비, 범죄피해보호기금의 30배 


(중략)


구체적인 사업을 보면 강력범죄 피해자 보호 및 지원사업은 범죄피해자 치료 및 자립지원, 형사 조정을 통한 피해회복 지원, 범죄피해구조금, 범죄피해자 등의 신변보호 강화 등이 있다. 그러나 예산은 2016년 1075억원에서 2017년 1019억원, 2018년 정부안은 1011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범죄 증가는 가파른데 피해보상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상기준으로 예산이 편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금의 수입기준으로 예산이 편성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들어오는 돈만큼만 지원하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범죄자들 돈으로 피해자를 돕는다는 것인데, 이런 논리는 국가의 존재 이유가 안전과 행복에 있다는 것을 망각한 관료적인 발상이다.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해 피해를 입은 범죄피해자들에게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력범죄 피해자와 유족 2000여명에게 돌아간 구조금은 1인당 평균 670만원에 불과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추산한 강력범죄로 인한 경제적 손실(7950만원)의 12분의 1 수준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범죄피해자의 74.4%가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다. 범죄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부처 간 칸막이와 중복 서비스가 문제 

(중략)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안전이다.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이를 범죄자들에게서 걷는 벌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확보된 예산 수준에서만 사업을 진행한다는 잔여적인 사고방식이다. 결국 범죄피해자를 돕고자 만든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 자체 재원조달 부족으로 범죄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없애고 관련된 사업은 일반예산사업으로 전환하여 사회적 필요와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금액을 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과 국회 등 공기관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세금은 왜 내는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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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8/01/0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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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문제이다. 사람에게 공유자원을 지키기 위해 재정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연환경 분야의 시설 건립 예산만 과다하게 집행되어 왔다.


(중략)


공유지의 비극? 철새는 죄가 없다 

(중략)


이 상황은 공유지 혹은 공유자원의 비극을 연상시킨다. 공유지와 같은 공유자원은 소유권이 설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과다하게 사용돼 고갈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초원이 공유지라면, 양이나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축이 그 초원의 풀을 마구잡이로 뜯어먹게 해 초원이 폐허로 변할 우려가 크다. 생물 다양성의 중요한 징표인 철새가 공유자원처럼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 공유자원을 소유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공공이 이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하거나 파괴하지 못하도록 보상해야 한다. 


(중략) 


생물다양성관리계약 사업 예산 너무 적어 

(중략)


영국의 경우 2011년에 국가 평가를 완료하고 2014년 보완 평가를 통해 생태공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얻어지는 다양한 혜택(문화서비스)의 정량화와 경제가치 평가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3차 자연환경보전 기본계획에 입각하여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확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생태계 서비스 보전 재원 확보를 위한 입장관람료 징수 등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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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8/01/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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