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일부 공공요금에 대해 할인혜택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요금이다. 그런데 할인규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역시 할인혜택을 받는 국군과 비교해도 최근 5년 동안 473억원 규모의 전기요금 특혜를 더 받았다. 10년 전에도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9200억원을 분담해야 한다. 분담금과는 별도로 전기요금까지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홍익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 동안 계약종별 평균 전기판매단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전이 주한미군에 공급하는 전기요금의 판매가격은 ㎾h당 91.95원으로 계약종별 중 가장 쌌다. 주택용(127.02원)과 일반용(121.98원), 교육용(115.99원)보다 각각 28%, 25%, 21% 저렴했다.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싸게 공급하고 있는 산업용(100.70원)보다도 9%나 쌌다.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은 국군(㎾h당 113.91원)보다도 19.3%나 쌌다. 주한미군의 전기사용량을 국군의 단가에 맞춰 계산해보면 2009년 85억원, 2010년 87억원, 2011년 42억원, 2012년 111억원, 2013년 147억원의 요금을 국군보다 덜 냈다. 최근 5년 동안만 473억원 규모의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본 것이다.
최근 5년 동안만 473억 원이나 수혜
이렇게 전기요금이 싸다 보니 주한미군이 전기를 헤프게 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주한미군의 1인당 전기사용량(지난해 기준)은 2만3578㎾h로 국군의 1인당 사용량(2547㎾h)의 9배가 넘는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기 때문에 미군들이 전기를 낭비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며 “전기요금 등 미군이 특혜를 받고 있는 공공요금도 주둔비용에 포함시키면 미군도 전기를 아껴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과 관련해 미군이 누리는 혜택은 또 있다. 주한미군의 육군 모 부대는 지난 6월분 전기요금을 9월 중순까지 내지 않았다. 그래도 한전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에는 밀린 전기요금에 대한 연체료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나라의 경우 한전이 매달 1∼5일 검침을 하고 요금을 계산해 고지서를 발부하면 국민들은 20일 이내에 전기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만약 정해진 시한에 요금을 내지 않을 경우 당장 연체료가 붙는다.
미군이 전기요금과 관련해 각종 특혜를 받는 근거는 지난 1962년 7월 1일 한전과 미군이 체결한 ‘주한미군 전력공급계약서’다. 이 계약서의 1조(C항, ii호)에는 주한미군과 (전기) 공급조건이 유사한 타 수용가에게 적용되는 최저요율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전기요금에는 (연체 등의 경우) 벌과금 또는 이자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당시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미군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미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계약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50년이 지나도록 이 계약서는 한 글자도 수정되지 않았다.
지난 2003년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양국은 한·미행정협정(SOFA) 합동위원회의 의결로 전년도 전체 고객 평균 판매단가를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으로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전기요금이 자주 인상됨에 따라 전년도를 기준으로 내는 주한미군의 전기요금과 다른 요금의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당시 SOFA 위원회에서 주한미군의 전기요금 연체료 부과문제도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전히 ‘주한미군 전력공급계약서’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바뀐 만큼 계약서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약서 작성 당시 미군의 주둔 목적은 유사시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력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주한미군에는 미국의 전 세계 군사전략 차원이 투영돼 있다.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개념이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주한미군 3만여명의 주둔지를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신속기동군’ 개념이 대표적이다. 즉 한국의 이익만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얘기다.
1960년대에 맺은 계약서 아직까지 적용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유영재 미군문제 팀장은 “현재의 미군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미국이 필요해서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연 미군 주둔비용 이외에 전기요금까지 우리가 특혜를 줘야 하는지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전력공급계약서’에 불평등한 내용이 있고 이 계약서를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한전이 의뢰한 법무법인에서도 나왔다.
한전은 2012년 8월 ‘주한미군과의 전기요금 계약서 변경’과 관련해 모 법무법인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 법무법인은 가격조항과 연체비용을 부과하지 못하는 조항 등을 예시하고 “원계약의 내용 중 귀 공사에 상당히 불리한 것으로 사료되는 일부 조항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계약서 중 귀 공사에 불리한 조항들의 내용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앞으로 주한미군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려면 결국 SOFA 합동위원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우선 한전에서 상위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에 계약서 개정을 요청해야 하고, 산업부는 이를 기획재정부에, 기재부는 SOFA 공공용역분과위에 이를 의제로 올려서 통과시켜야 한다. 여기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교부에 요청해 SOFA 합동위에서 최종적으로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익표 의원은 “우리 국민은 전력대란을 피하기 위해 한여름에도 실내 냉방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해왔는데 과연 미군은 어땠는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우리 국군과는 동일하게 전기요금이 적용되도록 SOFA 합동위에서 이 문제를 즉각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기요금 현실화에 소극적이다. 미국이 원하지 않는 문제를 제기했다가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을 정하는 기준시기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달라는 공문을 기획재정부에 보냈었다”며 “하지만 기재부에서 이와 관련한 답변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30일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 예산을 비롯한 대선공약 재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내달 7일부터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여당은 증세나 부채 부담 없이 신속하게 예산 편성·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나랏빚만 늘 수 있고 부처별 이견도 커 ‘예산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 30일 누리과정 예산 첫 논의
2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 ‘재정 계획 수립 TF(태스크포스)’는 30일 오전 10시30분에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누리과정 등 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재원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도 참석한다. 누리과정을 비롯한 대선 공약에 대한 재정 계획을 수립하는 첫 회의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기재부로부터 공약 재원, 세수 예상치 등을 보고 받고 재정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29일 6월 임시국회가 열리면서 추경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30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및 공무원 1만2000명 하반기 추가 채용 방안 관련해 합동 업무보고를 받는다. 정부는 다음 달 7일 일자리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민주당은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내달 27일까지 추경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계획이다. 공무원 추가 채용, 청년 스타트업 지원 등의 일자리 예산이 담길 전망이다.
이처럼 앞으로 한 달 이내에 주요 예산 논의가 잇따라 진행된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을 놓고 후속 논의가 불이 붙는 양상이다. 국정기획위는 내달 30일까지 대통령에게 공약 로드맵을 정리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공약 소요 재원 및 조달 방법도 확정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임기 5년간 190개 공약을 달성하는데 재원 178조원(연간 35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을 확정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당장 누리과정 예산 논의부터 ‘가시밭길’이다. 교육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내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국고로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 계획 수립 TF’ 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국고 전액 부담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된 게 아니다”라며 “교육부가 언론에 미리 알려 기정사실로 하려는 것에 문제가 많아 엄중경고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재정펑크 난다” Vs “그럴 일 없다”
충남어린이집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작년 11월 28일 충남도의회 기자실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연합뉴스]
재정 여력을 놓고도 이견이 불거지고 있다. 국정기획위 부위원장인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일부 언론이 공약을 다 지키려면) 재정이 펑크 난다고 썼는데 모르고 한 소리 같다”며 “재정 여력이 많다. 누리과정을 전액 국고로 부담해도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주는) 지방교부금을 줄이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누리과정을 비롯한 이런저런 공약을 모두 이행한다고 하면 세입을 어떻게 맞출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부처별로 이미 사업을 늘려 조직을 키우는 ‘예산 불리기’에 나섰다. 대선 공약집에는 ‘누리과정 국고 전액 부담’이라는 명시적인 표현이 없다. ‘국고 전액 부담’을 반대해 왔던 교육부가 현 정부 출범 이후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다른 부처도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교육부처럼 재정 부담을 늘리는 사업을 다수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29일 전체회의에서 “조직 이기주의가 남아 있어서 부처에 유리한 공약은 뻥튀기하고 불리한 공약은 애써 줄이는 게 눈에 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예산 편성 과정이 문재인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청와대가 특수활동비 42%를 자체 삭감했듯이 부처별 재정개혁을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라며 “격렬한 관료 반발에 개혁이 무산되면 결국 국채를 발행해 국민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솔직하게 국민에게 밝히고 정공법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게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XML
016년 회계연도 국가결산 부채 절반이 공무원·군인연금 5년 새 411조 늘어..정부 "OECD 이하" 전문가 "차기정부 연금개혁 불가피"
공무원연금충당부채와 군인연금충당부채 합산 결과, 단위=조원, 출처=기획재정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민이 부담해야 할 공무원·군인연금 부채가 지난해 750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로 연금 수익률은 신통치 않은데 연금을 받는 공무원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회계상의 추정치로 통계상 착시가 있다고 밝혔지만 차기정부에서 연금 개혁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의결했다. 재무제표 결산결과(발생주의 기준) 국가 부채는 1433조1000억원으로 국채 등이 680조5000억원, 연금충당부채가 752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이는 전년(1293조2000억원) 대비 139조9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국가 부채가 이렇게 늘어난 데는 국채,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채 등은 633조3000억원(2015년)에서 680조5000억원(2016년)으로 47조2000억원(국채 38조1000억원) 늘어났다. 같은 시기 연금충당부채는 659조9000억원에서 752조6000억원으로 92조7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공무원연금 부담이 늘어났다. 연금충당부채 중 공무원연금충당부채는 68조7000억원, 군인연금충당부채는 24조원 불어났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가 공무원 재직자·퇴직자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추산한 것이다. 753조원에 달하는 공무원·군인연금충당부채는 국민 1인당(작년 총인구 5125만명 기준) 1469만원씩 부담하는 규모다.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이 연금충당부채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연금충당부채는 2011년 342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752조6000억원으로 5년 새 410조5000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공무원연금충당부채는 289조9000억원에서 600조5000억원으로, 군인연금충당부채는 52조2000억원에서 152조1000억원으로 2~3배씩 뛰었다.
정부는 큰 위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현 국가채무 규모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와 대비해 작은 수준이고 증가 속도도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재작년 공무원연금개혁을 통해 부채 수준을 줄인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이 느는 것이기 때문에 차기정부에서 추가적인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해외농업개발 사업에 역점을 뒀다. 지난 2007~2008년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비상시 국내에 안정적인 곡물 공급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업들이 해외에서 농지를 개발해 국내로 곡물을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성적표는 초라하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정부의 해외농업개발 사업 민간업체 융자지원 금액은 총 1,426억8,200만원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융자지원을 받은 35개 기업 중 국내로 곡물을 반입한 곳은 14개에 불과했다. 21개 기업은 국내 반입 실적이 전혀 없었다.
국내 반입량도 적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총 84만2,208톤을 생산했지만 2.9%인 2만4,224톤만 반입됐다. 연도별로 보면 해가 갈수록 반입 비율이 올라가지만 여전히 기대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다. 2010년에는 0.3%에서 2013년 3.8%로 3%를 넘었고 2014년 5.3%, 2015년 5.0%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해외생산 곡물을 국내로 들여올 때 비용이 많이 들어 지금은 반입이 저조하지만 만일의 사태의 경우 식량 공급에 안전판이 될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해외농업개발 특성상 반입은 10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는 2009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후 상당 시간이 지났음에도 반입 비율이 5%대에 그쳐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국회에서 이 사업이 문제를 여러 번 지적받았지만 2016년 정부 제출 예산안에서 300억원이 배정되는 등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이 23일 당정 회의에서 내년 예산 조기 집행과 더불어 ‘2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17년 예산안이 이달 국회 문턱을 넘은 지 고작 20여일 만이다. 규모, 사용처 등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예산안 잉크가 마르기 전에 무작정 추가적인 ‘나랏돈 풀기’를 외치고 있는 새누리당의 행보를 두고 “추경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 당정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추경을 내년 2월까지 편성해줄 것을 당에서 강력히 요청했고, 정부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며 “추경을 편성해 꺼져가는 서민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내년 1분기 경기를 지켜본 뒤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하겠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정부의 입장보다 두어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사실 추경 편성을 통해 경기하강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는 ‘정부 재정 역할론’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달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상반기 추경이 필요하다”고 관련 논의에 불을 지핀 이후 야권에서조차 내년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관들도 “재정 여력이 충분하니 정부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수경기 침체와 대외여건 악화 등 최근 경기가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고, 내년 예산안(400조5,000억원)이 올해(395조5,000억원ㆍ추경 포함)와 비교해 약 0.5% 증가하는 수준에 그치는 ‘짠물 예산’으로 편성됐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내년도 재정정책은 완화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재정의 역할확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전격적인 추경 드라이브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우선 시기의 문제다. 이번 추경은 지난 3일 새벽 2017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약 20일 만에 제기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말 원안을 발표한 이후 국회와 수개월에 걸친 논의를 거쳐 확정한 예산안이 아직 단 ‘1원’도 집행되지 않은 가운데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자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는 국회가 예산안 심사할 당시에도 ‘상수’였고, 통과 이후 20일 사이에 글로벌 금융위기급 ‘변수’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라며 “2월 추경은 1998년 외환위기 때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개월 논의를 거쳐 자신들 손으로 통과시킨 예산안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뒤집자는 것으로 정치권의 무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추경 카드의 ‘알맹이’도 없다. 새누리당은 내년 2월이라는 시기만 못 박았을 뿐 구체적인 규모나 용처, 방식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통상 1~2월에는 예산집행이 저조하기 때문에 조기집행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추경 효과를 낼 수가 있다”며 “내년 2월 추경 카드는 정치권이 경제회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전시성 목적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겉으로는 민생을 내세웠지만 분당과 탄핵 이후 대선 대비용 추경 편성 요구”라고 비판했다.
당정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을 1분기에 30% 이상 조기 집행하는 것을 비롯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60% 안팎까지 사용하기로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가진 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경기 하방위험과 소비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 재정조기집행 목표를 58% 수준으로 잡았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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