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파산·회생제 도입을 추진하자 일선 지자체에서는 “파산제 도입 이전에 지방세 비중이 현격히 낮은 현 국가 세입구조를 먼저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지방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지자체 파산제의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현재 중앙정부에 대한 재원 의존도가 높고 복지 분야 등에서의 국고보조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지자체가 자주(自主)재원으로 지자체 살림을 꾸려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매칭펀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국고보조사업을 진행할 때 지자체는 자체 사업보다 우선해서 사업비를 집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고보조사업을 시행하면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고갈되는 구조다. 김 실장은 “국고보조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파산제 핵심은 책임성에 있는 만큼 먼저 파산제 도입 전에 지자체가 자주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8대2의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6대4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방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사례들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는 중앙정부가 투·융자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면서 “중앙정부가 지자체 재원을 통제하기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지방예산 책정과 집행, 결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지방자치에 걸맞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7월 11일(월) 공청회을 열고 2015년도 결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했다. 공청회에서는 법인세 인상 및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필요성 여부에 진술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진술인으로 김경호 홍익대 교수와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김태일 고려대 교수,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이 나와 2015회계연도 결산과 관련한 의견을 발표했다.
김태일 교수는 "우리나라 근로소득세 면세자는 2015년 48%로 뛰었다"며 "이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면세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세액공제로 바뀐 방향은 맞지만 이렇게 많은 면세자가 나온 것은 문제"라며 "증세를 하려면 소득세를 올려야 하는데 이미 소득세를 내고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이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인세 인상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년간 법인세 세율 변화를 보면, 뚜렷하게 낮춰져온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대기업의 이익이 증가하고, 양극화 간극이 더 벌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매년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재정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국회에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은 원장도 "한국 재정은 분명한 재정위기 상태인데 증세 없는 복지의 틀에 갇혀 문제 해결을 못하고 있다"면서 "주세·담뱃세는 올리면서 법인세 증세는 거부하는 납득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불용액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은 실제 추경 집행 시에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업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즉, 추경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모양을 내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우려다.
정창수 소장은 "2015년 결산을 보면 추경을 새로 편성해서 경기를 확장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나 물음표가 생긴다"면서 "불용비율이 2011년부터 급증해 4년 사이 2배로 뛰었다는 것은 실제 집행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업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로 인해 '경기 안 좋으니까 모양을 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면서 "올해 추경은 어떤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태 연구위원은 "지난 해 추경으로 인해 투자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졌다"며 "4분기 경제 침체를 막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2015년 중 재정정책을 확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대외여건 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당시 중국경제 불안, 미국 금리인상 등 이른바 'G2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고, 저유가에 따른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예결특위는 12∼13일 이틀 동안 종합정책질의를 열 예정이다. 이후 14일에는 경제부처, 15일에는 비경제부처를 대상으로 예산집행 내역에 대해 질의한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22일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서는 예년과 달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완전히 배제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경기 부양 명목으로 추경 때마다 SOC를 끼워 넣던 관례에서 벗어나, 구조조정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추경의 본래 목적에 집중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22일 “경기침체 상황에서의 (경기 부양 목적의) 추경이라기보다는 구조조정에 따라 대량 실업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실시하는 추경”이라고 강조했다. 추경에서 SOC사업이 빠진 것은 2005년 이후 11년 만이다.
선심성 예산, 지역 차별 논란 등 불필요한 정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 SOC사업이 배제된 주요 이유다. 추경 집행 시점이 늦어질 경우, 내년 본예산과 집행 시기에서 차이가 없어져 추경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괜한 빌미로 국회에서 추경안 통과가 지체되는 일은 막겠다는 생각이다. 이 점에서는 이미 정치권도 여야 구분 없이 SOC사업 제외를 요청하는 등 정부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매년 SOC 사업이 누적되면서 이미 도로나 철도 보급이 충분히 이뤄졌다는 점도 요인으로 지적된다.
SOC가 빠진 추경이 일자리 증가ㆍ성장률 증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는 전문가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SOC는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재정에서의 부담이 더 큰 측면이 있고, 고용과 성장률에는 도움이 전혀 안 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SOC가 실업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향후 추가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을 고려한다면 SOC 편성이 어느 정도는 필요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추경 수혜를 기대했던 건설업계는 시무룩한 반응이다. 한 건설업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기를 일으키는 데는 건설업만한 게 없다”며 “최근 설비투자가 부진했음에도 건설투자가 활발해 전체 성장률을 견인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리스는 선택적 복지를 하는데 공무원 등 특수계층에 혜택을 많이 줘 재정위기를 맞은 반면 북유럽은 보편적 복지를 하는데도 오히려 재정이 건전한 아이러니가 있죠.”
‘최순실과 예산도둑’을 쓴 정창수 나람살림연구소장은 지난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복지가 사회보험 중심인데 오히려 가장 잘 사는 10분위가 더 혜택을 받고 있고 (공무원과 군인 등)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 출신이 연금을 많이 받아 훨씬 생활이 낫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대우조선처럼 천문학적 지원을 회사에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스웨덴은 (말뫼조선소 사례처럼 신재생에너지와 IT투자 등) 직원들이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재교육비로 투입해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에 대해서는 “외국은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재정으로 보전하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은 제외하고 있어) 숫자개념도 불분명하다”며 “이제는 월급도 많이 늘었는데 수혜를 보는 연금구조가 맞는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경제예산이 산업화시대부터 너무 크고 재정 낭비요소도 많다. 복지 때문에 빚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쓰임새를 효율화하지 못해 늘어난 것”이라며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대비 투자확대를 포함, 지출구조조정을 강조했다. 기초수급자 부양의무자제도만 봐도 소식도 없는 자식이 있으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로 세금으로 하는 복지가 재정에서 볼 때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국회가 결산을 제대로 실시하고 옴부즈맨제를 실시해 신고된 예산낭비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재량예산에 대해 페이고를 할 수도 있지만 지출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4년간 지방보조금 3억2000만원을 빼돌린 서울 은평구 A정신건강증진센터 회계담당 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업무상 횡령과 정신보건법위반 등 혐의로 최모씨(여·29)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9년부터 A정신건강증진센터 회계담당으로 일하던 최씨는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121차례 총 3억2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직원들의 급여에서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와 4대 사회보장보험, 사용자 측에서 부담하는 퇴직적립금 등을 가로챘다. 근로소득세 등은 급여 실수령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최씨는 원천징수된 근로소득세 등을 주 사업 계좌에서 예비 계좌로 이체한 뒤 다시 개인 계좌 3개로 분산해 빼돌렸다. 매년 남는 사업예산은 회계연도 말에 허위로 결산보고서를 꾸며 횡령했다.
4년간 이어져온 최씨 범행은 새로운 보조금 감독자가 발령 나면서 덜미를 잡혔다. 새로 온 보조금 감독자는 인수인계 중 회계처리 부분에 이상한 점을 발견해 경찰에 고발했다. 최씨는 횡령한 돈으로 100만원짜리 고양이 2마리를 사서 키우고 고가 가방을 구입하는 데 썼다. 또 일본·호주·프랑스 등 해외여행 경비로도 사용했다.
경찰은 이날 최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해당 지자체에 대해선 보조금 운영과 관련해 회계감사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므로 자체 감사를 강화해 정부보조금이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선전이 본격화하면서 복지·고용 등과 관련한 대형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지극히 부실하다. 많은 후보가 재원대책은 아예 내놓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제시하더라도 원칙적인 방향 제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원칙적인 입장이나마 재원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증세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재원대책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국민연금 수급액 인상 공약=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월평균 수급액은 4월에 3,520원 올라 35만6,110원이다. 반면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의 월평균 소득은 211만원이다.
어떻게 이렇게 용돈연금이 나올까. 소득대체율과 납부기간의 비밀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은 한 사람이 40년간 국민연금을 납부한다고 했을 때 받는 월평균 소득 대비 수급액이다. 2017년은 소득대체율이 45.5%이고 매년 0.5%포인트씩 줄어 오는 2028년이면 40%가 된다. 연금재원이 고갈된다고 계속 줄이는 중이다. 이렇게 줄여도 2060년이면 국민연금이 완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득대체율 45.5%면 96만원이다. 하지만 평균 납부기한은 현재 15년이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받는 금액이 35만원이다.
유승민 후보는 현재 월평균 35만원인 국민연금에 최저연금액을 도입, 단계적으로 80만원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소득대체율 40%를 50%로 올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엄청난 국민연금보험료 인상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보험료는 근로자가 4.5%, 사용자가 4.5%를 내서 합하면 9%다. 지금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판에 받는 금액을 늘리려 하면 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내년에 5년 주기인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미 지금보다 훨씬 나쁘게 나온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국민연금 수급기간이 늘어나는 판에 경제성장률은 안 좋으니 2060년인 국민연금 소진 시점도 지금보다 대폭 앞당겨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와중에 수급액을 대폭 올리자는 것은 급격히 국민연금보험료를 인상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설사 집권한다 해도 실행하기 어려운 공약이라는 것이 오 위원장의 진단이다.
유승민 후보의 최저연금지급액 80만원 공약은 정도가 더 심하다. 비록 점진적으로 올린다고 해도 현재(35만원)보다 두 배 이상 인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사실 유 후보의 최저연금지급액 공약이 현실성이 있으려면 현재의 기초연금(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20만원 지급)을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유 후보는 기초연금 폐지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문재인 후보는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위해 5년간 약 21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요재원 마련을 위해 문 후보는 기존 일자리 예산(17조원) 개혁, 매년 15조원씩 증가하는 정부예산 일부 전용 방침을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청년채용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약을 내놓았다. 월 50만원, 2년간 1,200만원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임금으로 지원해 대기업 대비 80%까지 첫 임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재원대책으로는 청년일자리 사업 등 일자리 예산(17조원) 재조정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오 위원장은 “17조원의 현재 일자리 예산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사실 줄일 부분이 별로 없다”며 “실업급여·육아휴직급여·고용장려금·직업훈련·창업지원 등 노동 관련과 저소득층 지원 예산을 다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증가하는 약 15조~16조원의 예산 역시 정부의 다른 모든 사업예산이 물가상승과 비례해 자연증가하는 구조여서 별도의 공공 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 예산으로 빼내는 것이 쉽지 않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지난 대선 때는 그래도 부족하지만 수치를 갖고 재원대책을 얘기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재원대책 얘기 자체를 안 하고 있다”며 “현실성이 있고 없고를 차지하더라도 증세나 지출 구조조정 등 재원대책이 숫자로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의식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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