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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환경을 위한 긍정적 논의로의 전환을 바란다. (글. 홍석환 교수/부산대)

목, 2016/05/12- 14:43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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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환경을 위한 긍정적 논의로의 전환을 바란다. (글, 부산대 홍석환교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계획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할 최소한의 지역이라는 법적 명목은 단순히 돈의 논리로 무너지고 있다. 케이블카 건설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될 것이라는 추측과 도보산행객을 줄여 생태계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가정과 아름다운 경관을 노약자들도 함께하자는 논리가 핵심이다. 반대를 외치는 주장보다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이기는 하다. 우리사회는 한반도에 호랑이가, 표범이 멸종했어도, 멸종위기종이 살아갈 터전이 위협받고 있어도 이들의 서식처에 생태관광 활성화를 빙자해 각종 인공시설물을 지어대는 시대이며, 경유차가 미세먼지를 아무리 발생시켜도 휘발유보다 저렴하고 연비가 좋기에 고급 디젤차를 선호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돈벌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깊은 산속에 숨어서 풀을 뜯는 산양이 멸종한다는 주장에 과연 몇 명이나 동조하며 받아들이겠는가?

 

헌데 지금은 케이블카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진 분들께 묻고 싶다. 설악-끝청으로 계획된 케이블카가 과연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도보산행객의 욕구를 대체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박애주의적 관점의 사업인지를. 안타깝지만 현재의 노선은 찬성론자들이 펼치는 주장과는 달리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지 않을뿐더러 도보산행객을 줄일 수도 없고 설악산에서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 노선이기 때문에 케이블카 설치는 반대로 지역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경제부분이다. 설악산 관광객의 대다수가 과거의 집단시설지구에서 머물지 않는다. 이는 자가용의 보편화와 도로의 발달에 기인한다. 수많은 단체산행객들이 서울에서 오색까지 두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굳이 숙박까지 하면서 가려 하지 않고, 여유를 두고 찾는 가족 관광객들은 대부분 자가용을 통해 오색에서 나와 시내와 인접한 대형 숙박시설을 이용하려 한다. 오색케이블카는 이들의 체류시간을 더욱 짧게 하는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 권금성케이블카는 설악동 일대를 마비시킬 만큼 관광객을 부르고 있으나 설악동 집단시설지구 마을은 어떠한가? 미시령터널로 수십 배의 관광객이 늘어나 원암리 일대에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된 것이 이 지역에서 대대로 자연을 지키며 살아왔던 토착주민을 행복하게 만들었는가?

 

둘째, 환경훼손을 줄인다? 현재 설악산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오색-대청구간이다. 설악산을 여러 번 방문한 사람이나 처음 방문한 사람이나 비슷하다. 헌데 연구결과 아이러니하게 이 구간을 오르는 사람의 대부분이 이곳을 설악산에서 아름다운 지역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설악산의 다른 많은 탐방루트가 이 구간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인정함에도 이들은 이 구간을 찾는다. 단순히 대청을 가장 빠르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집을 나와 도시락을 싸서 대청을 오른 후 저녁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적은 설악산의 상징적 봉우리인 대청을 오르기 위한 것이다. 끝청 아래에서 멈추는 케이블카로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오색-대청 또는 한계령-대청 등 하루코스인 구간을 모두 폐쇄할 수 있는가? 이 구간의 케이블카는 목적이 다른 관광객을 추가할 뿐이며 대청을 오르고자 하는 등산객을 줄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은 대청을 보다 편하게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에서 대청봉까지의 등산로 연결을 기어코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또 다른 파괴행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일산행은 반나절로 단축될 것이다.

 

셋째,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 과연 기존 케이블카들을 이용하는 사회적 약자가 얼마나 되는가를 분석해 보았는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면 케이블카 건설에 들일 비용을 이들의 생활범위 내 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이동수단 강구에 먼저 투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케이블카 건설비용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생활교통수단 확보로 돌린다면 보다 많은 교통약자들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9월 기사에 따르면 강원도 장애인 콜택시 보급률은 법정기준의 15.5%로 전국 꼴찌였으며 다음이 경상북도로 강원도의 두 배나 되었다.

 

현재의 케이블카 노선은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으며 지역에 오랫동안 정착하고 살아왔던 토착주민을 더 큰 시름으로 몰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면 진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등산객을 분산시키고 정상정복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설악산에서 이러한 곳을 찾으라면 단연 한계령이 될 것이다. 다만 케이블카를 한계령에 조성하고 국도44호선을 폐쇄·복원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대청 1일 등산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시스템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아울러 오색마을을 관광객용 자동차가 들어올 수 없는 청정마을로 조성한다면 지역주민을 위한 케이블가가 됨과 동시에 보호지역의 보전·복원을 통한 생태관광의 활성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설악산을 위해, 설악산과 함께 살아온 지역주민을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과 국민의 대립을 부추기는 현재의 케이블카 노선사업을 중단하고 케이블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가치창출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대안노선 검토와 관련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긍정적 논의로 전환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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