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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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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네

익명 (미확인) | 수, 2016/07/27- 15:00

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아홉 번째 책
<어떤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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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부터 포구가 있는 ‘어떤 동네’에서 살아온 작가는
지금도 그곳에 살면서 공부방 삼촌으로 공동체를 꿈꾸며 일하고 있다.
그는 자꾸만 스러져 가는 동네와 그 동네 이웃들의 삶이 안타까워 사진을 찍어 왔다.

그는 동네와 이웃들의 삶을 사각의 틀 안에 담고 싶다는 것이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탓에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동네 골목을 다니며
‘찰칵’ 소리도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었단다.

그렇게 “불량한 사람들이 사는 불량한 동네”라고 낙인 찍힌
어떤 동네를 고스란히 담은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어른 하나가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을
함께 밥을 나누는 밥상 삼아, 마늘이나 굴을 까는 일터 삼아,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하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뛰어노는 놀이터 삼아,
한 덩어리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나 역시 조심스러웠다.

남루한 일상의 한 조각처럼 어떤 동네의 골목에 널려 있는 빨래를
마주했을 때 마음이 먹먹해진 것은 어쩌면 하루벌이로 먹고사는
이웃들의 고된 삶에 연민을 느낀 것은 아닌가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연민은 동정이 아니라고 약하고 부서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길어 올려진 사랑이라고 어떤 동네 사람들은 말을 건네주었다.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책장을 거닐다 보면
저 동네 싹 밀어 버려야 한다고 말하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어진다.

수도가 들어왔을 때가 가장 행복한 때였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삶
그 집에서 나머지 삶을 마치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의 소망
동네에 있는 세 평의 공간이 가장 크고 자유로운 놀이터인 아이들의 웃음
이들의 삶이 얼마나 불량하기에 그렇게 쉽게 말하느냐고 말이다.

다행히도 낡은 집과 집 틈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깃들고 있다.
어른들이 주저하며 힘겹게 꿈꾸는 세상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온몸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라고 있고
가난한 동네를 떠나지 않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동네에 가면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누고 또 나누어서 더 나눌 것이 없을 만큼 가난해져서
모두가 넉넉해지는 평화의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글 : 권성하|미디어홍보팀 팀장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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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열일곱 번째 책 <목민광장 9호>
21세기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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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구모임 ‘목민관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사업, 공공갈등 조정, 도시재생 등의 의제를 중심으로 한 정기포럼과 연수를 진행했으며, 현장에서 뛰고 있는 목민관들의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지방자치의 담론을 형성하고 확산시키고자 <목민광장>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지방자치는 우리의 삶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지방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앙의 시각에서 지방과 주민의 시각으로 전환되었고, 소극적인 지방행정도 주민의 생활 변화를 이끄는 적극적인 행정으로 변했으며, 전시 행정과 토건 중심의 행정을 미래 세대를 고려한 지속가능발전 행정으로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습니다.

<제9호 목민광장>에서는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후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담았습니다. 특집좌담을 통해 ‘한국형 도시재생’의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의논하고, 기고를 통해 도시재생을 대하는 지방정부의 태도와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 외 지방자치단체의 큰 의제인 공교육 활성화를 지원하는 목민관들의 분투 그리고 혁신을 만들어나가는 정책과 현장들을 모은 정책박람회와 마을만들기 전국대회 취재기도 실려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장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많은 분들과 <목민광장>을 같이 읽고 싶습니다.

글_ 이민영(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구입 문의_ 경영지원실 / 02-2031-2192

월, 2015/11/0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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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열여덟 번째 책
<선거제도와 정치적 상상력>
아름다운 혼이 담긴 선거제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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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치가 가장 ‘후지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저자는 우리나라 정치인들, 정치평론가들, 그리고 정치학자들의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함을 보고, 선거제도에 관한 전문가가 아님에도 펜을 들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선거제도를 충실하게 소개하고, 그것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상력을 확장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힙니다.

그렇다면 선거제도가 어떻게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넓혀 줄 수 있을까요?

단순다수대표제, 연기명 중선구제, 제한적 연기명 중선거구제, 단기명 중선거구제, 결선투표제, 선호대체투표제, 명부식 비례대표제, 다수대표/비례대표 병행제…등 복잡하고 다양한 당선자 결정 방식에 대한 설명들은 저자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혹은 독자의 머리를 아프게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선거제도의 기본 성격을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에게 적합한 선거제도를 창안해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선거의 방식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설명된 당선자 결정 방식의 내용들은, 현재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선거구 획정논의를 보는 우리의 눈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이 책은 선거와 권력의 관계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함으로써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예를 들어, “권력이란 본시 틈만 보이면 자신의 적정 한계를 넘으려고 애를 쓰는 법”인데, 이러한 권력의 침범을 제지하고 경계하기 위해 매번 혁명을 일으키거나,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이고 또 더없는 낭비입니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바로 선거라는 것이죠. 따라서 선거제도를 둘러싼 논쟁과 투쟁은 한 정치사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했던 성장통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 책은 다양한 질문으로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 1948년 제헌 헌법이 아니라 1987년 헌법이 우리나라 헌정사의 구체적인 출발점인 이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다수결이 언제나 올바른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님에도 다수결의 원칙에 기반한 민주주의가 다른 형태의 체제보다 나은 까닭은? 권력을 견제한다는 것과 권력을 무력화한다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등등.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저자의 설명과 주장을 따라 답을 찾다보면, 어느 새 이 책이 목표하는 “아름다운 혼이 담긴 선거제도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정치적 상상력의 복원”에 한 발짝 다가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거수기 아니면 투사들’ 뿐이라고 실망하는 사람들, 그래서 결국 ‘국회무용론’을 선동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말합니다. “유용한 국회는 좋은 사람이 국회에 들어갈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을 것인지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국회는 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선거제도가 국민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주제라고 이야기합니다. “게임의 규칙에 따라 어떤 종류의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는 세력이 이 사회를 주도하게 될 것인지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옳고, 바람직한 선거제도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그런 대표가 뽑힐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저자의 말대로 ‘섬세한 안목과 치열한 논의를 거쳐’ 개선책을 찾는 데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겠지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한껏 펼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글_이은경(연구조정실 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화, 2015/11/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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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열아홉 번째 책
<소셜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
케인스가 대공황의 한복판에서 100년 후 세상을 상상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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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답답한 시대다. 미래를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대신 숨이 턱턱 막힌다는 반응이 나온다.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경직성을 탓한다. 기성세대는 청년들의 의욕부족을 탓한다. 사회는 뒷걸음질 치는 것 같지만, 딱히 거세게 저항해야 할 마땅한 명분도 없고 싸울 힘도 부족하다.

나를 포함한 7명의 공동저자(강정수, 김산, 김진화, 윤지영, 이성은, 이숙현, 이원재)가 <소셜픽션: 지금 세계는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이하 <소셜픽션>)를 출판했던 2014년 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작은 2013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열린 ‘스콜월드포럼’(Skoll World Forum for Social Entrepreneurs)에 참석하고 있었다. 전 세계 사회혁신가 1천여 명이 모인 자리였다. 종합 세션 중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중앙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한다. 20년 전의 눈으로 보면 현재는 공상과학소설(Science fiction)과 같다. 우리는 알라딘의 램프와 같은 물건을 주머니 안에 하나씩 넣고 다니지 않는가. 스마트폰 말이다. 사이언스 픽션은 상상을 통해 생각할 수 없던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중요한 것은 과학이 이 과학소설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은 상상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소셜픽션(social fiction)이 없다.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 그래서 사회는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우리가 과학에 대해 상상하는 것처럼 사회에 대해서도 상상력을 발휘했다면,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왜 우리는 빈곤율 제로 사회를 상상하지 않는가?”

현실적 제약 탓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근본적인 사회 변화라도, 일단 상상하고 나면 실현을 위한 경로와 방법이 설계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10년째를 맞은 스콜월드포럼의 주제는 ‘파괴: 대담하게 상상하고 성공하도록 디자인하라’(Disrupt: Dare to Imagine, Design to Win)였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사용했던 ‘창조적 파괴’(creative disruption)를 연상시켰다. 이 단어가 상징하듯 포럼에서는, 기존 질서를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는 논의가 주류를 이뤘다.

주제를 접하는 순간, 한동안 힘을 쓰지 못하던 ‘상상력’이라는 단어가 사회혁신의 핵심으로 들어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뒤 나는 공동저자들과 함께 ‘지금 세계에서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기 시작했다. 참여, 공유, 협치, 기술 등의 키워드가 나왔다. 그 내용을 담은 책이 <소셜픽션>이라는 단행본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은 사회적 상상력을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시간 동안 발휘했던 나라다. 그리고 그 대담한 상상들을 현실화한 나라이기도 하다.

198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금의 5분의 1도 못 미쳤다. 그때 이 나라 대학생들은 시대를 호령했다. 언론이 통제되던 시절, 젊은이들이 쓴 대자보와 유인물은 조간신문과 텔레비전 뉴스보다 훨씬 크게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숨죽여 시대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던 직장인들마저 결정적인 순간 넥타이부대로 변신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민주화를 외쳤다. 그들이 386세대다.

조금 더 시계를 되돌려 보자. 197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금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국제사회에서 이 나라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데다 군인이 지배하는 후진국으로 여겨졌다. 그 때 이 나라의 젊은 공무원과 기업가들은 미래 경제를 기획했다. 중화학공업을 키우고 수출 강국을 만들겠다고 외쳤다. 무리해 보이는 투자를 감행해 고속도로와 철도를 깔고 제철소와 자동차공장을 세웠다. 기업가와 노동자들은 피땀 흘려 세계를 뛰어다니고 뜨거운 공장에서 청춘을 바쳤다. 산업화의 역군을 자처했다. 그들이 베이비붐 세대다.

1980년대에 민주화란 비현실적 판타지였다. 산업화 역시 1970년대 당시에는 몽상이었다. 그야말로 사회적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그 상상력은 결국 현실의 벽을 깨뜨리고 세상을 바꿨다. 이런 경험은 세대의 자부심으로 진화했다.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이 나라에서는 사회적 상상력이 사라졌다. 현실 자체도 답답하지만, 이걸 넘어선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는 사실에 더 숨이 막힌다.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은 상상이 사라진 자리에 무성해진다.

저성장도 문제고, 불평등도 문제다. 저출산도 문제고, 고령화도 문제다. 한국사회는 거대한 벽 앞에 부딪힌 것처럼 보인다.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해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벽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프레드 폴락이 기념비적 저서 <미래의 이미지>에서 설파했던 것처럼, 사회 변화는 미래와 과거가 밀고 당기는 가운데 일어난다. 이상적인 미래의 이미지가 앞에서 끌어당기고, 현실화된 과거가 뒤에서 밀어야 사회는 진보한다. 사회적 상상력이 사라지면 진보의 시계는 멈춘다.

전 세계에서 사회혁신가들이 벌이고 있는 일을 보면, 미래 사회에 대한 사회적 상상은 이미 많은 곳에서 실험되며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미래 경제의 일면을 보여준다. 협치를 지향하는 정부들은 행정조직과 시민의 다른 관계를 상상한다.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이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의 완성도가 어디까지 높아질 수 있는지, 그 경계선을 계속 넓히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꿰어지면 새로운 삶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사회적 상상이 된다.

<소셜픽션> 공동저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상상을 촉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강정수는 오픈넷 이사로 활동하며 기술과 사회의 접점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슈를 사회에 환기하고 있다. 김산은 ‘소셜픽션’을 직접 만들어 보는 워크숍을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진화는 ‘비트코인’을 통해 금융 변화의 최첨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지영과 이숙현은 각각 기자로, 시사칼럼니스트로 인터넷과 방송에서 상상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성은과 이원재는 사회혁신을 위한 싱크탱크 희망제작소에서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과 정책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글_이원재(희망제작소 소장 / [email protected])

월, 2015/12/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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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무 번째 책
<담론>
사회의 본질은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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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10대는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불안합니다. 큐브처럼 좁은 방에 갇힌 20대는 학자금 대출 빚과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불안합니다. 30대는 치솟는 전세 보증금과 결혼에 대한 고민으로 불안합니다. 내 아이만큼은 최고로 키우고 싶은 40대는, 보육부담과 늘어나는 사교육비에 불안합니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 50대 이상은 막막한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합니다. 어찌 불안하지 않은 세대 하나 없는지, 우리는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누구 하나 안정적인 사람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길, 혼자의 힘으로 해내길 강요받습니다. 누구 하나 잡아주는 이 없습니다. 아니, 자신의 중심을 지키느라 누군가를 살필 여유가 없다고 해야 정확한 것 같습니다. 눈을 마주치고 악수를 하고 스쳐 지나가지만 누구도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섬에 고립되어 갑니다. 이 섬들은 겉으로 보면 엮여있는 듯하지만 그 어떤 것과도 긴밀하지 않습니다. 촘촘하지 않고 성긴 우리의 관계는 약한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담론’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 남과 북, 과거와 오늘, 시니어와 주니어(세대 간), 인간과 노동 등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우리 시대의 삶이 서로 만나서 ‘선’이 되지 못하는 외딴 ‘점’이라고 말합니다. ‘장’(場)을 이루지 못함은 물론입니다. 동시에 현대를 사는 우리의 인간적 만남이 빈약함을 말하며, 사회의 본질은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에 있음을 역설합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자세가 필요한 것입니다.

“인간관계는 사회의 본질입니다. 사회에 대한 정의가 많지만, 사회의 본질은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근대사회, 자본주의 사회, 상품사회의 인간관계는 대단히 왜소합니다. 인간관계가 지속적이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도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돌이켜보면 인간적 만남이 대단히 빈약합니다.”(7장 ‘점은 선이 되지 못하고’에서 인용, 107쪽)

우리는 관계가 나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누군가를 마음에 깊이 품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비빌 언덕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느슨하지 않고 촘촘히 엮인 관계가 만들어지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지 모릅니다. 비정한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아픈 이들이 더는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글_최은영(연구조정실 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6/02/0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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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한 번째 책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한다>
국제노동기구 이코노미스트 이상헌이 전하는 사람, 노동, 경제학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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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고 냉정하다. 경제를 구성하는 노동과 자본이라는 개념은 수치와 그래프 거기에 정교한 모델까지 더해져 높디높은 벽으로 둘러쌓인 성과 같다.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 성을 허물어뜨린다. 저자의 대학 동기는 그에게 경제학이 아니라 문학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단다. 그만큼 그의 글은 인간적이고 성찰적이며 때론 말랑말랑하고 울컥울컥하게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다. 물론 경제현상을 냉철히 바라보는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무엇보다 필요한 영역이 경제와 노동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확고해진다.

시작은 소소하다. 노란 월급봉투, 우유배달, 화장실과 같은 일상적인 키워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단어들이 사람, 노동자와 만나 조금씩 비틀린 우리 사회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우리 사회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와 같은 의문이 한숨에 섞여 토해진다. ‘시민으로서의 노동자’를 이야기하는 그 바탕이 저자가 스스로 말하듯 ‘성장과 주류’라는 경제학의 중심 프레임과 불화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그의 불화는 아름답다. 그는 경제 성장 뒤에 숨겨진 땀내 나는 노동을 기억한다. 주류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칼질에 피폐해진 다수의 삶에 눈물 흘린다. 막무가내 경제논리에 가라앉은 이 땅의 아이들을 위로한다. 그리고 현실에 분노한다.

그는 노동만을 이야기하지도 경제학만을 설명하지도 않는다. 건조한 숫자 안에 담긴 인간의 삶을 바라보며, 번번이 어긋나는 노동과 경제학을 안타까워한다. 나는 그 길을 어떻게 맞닿게 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 수는 없을까? 먹먹한 마음으로 책을 덮자,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내가 반드시 가져가야 할 질문이 남았다.

글 : 조현진 | 시민사업팀 · [email protected]

금, 2016/02/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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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매월 초 진행되는 월례회의에서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은 특별한 것을 나눕니다. 한 사람을 콕 찍어 그를 위한 책을 선물하는데요. 이때 주고받는 것은 책뿐만이 아닙니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관심과 응원도 함께 나누고 있답니다. 2015년 6월 월례회의까지 연구원들이 나눴던 책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아홉 번째 책 <P교수의 황당 연구실>
아이디어가 꽉 막혔을 때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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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오카다 준의 <P교수의 황당 연구실>은 일상과 환상을 넘나드는 상상력 풍부한 글을 대충 그린 듯 허술하지만 귀엽고 따뜻한 그림과 조합시킨 독특하고 유쾌한 카툰집입니다. 엽기 발명왕 P교수가 조수와 함께 펼치는 좌충우돌 버라이어티 실험을 통해 우리도 기발하고 황당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희망제작소 3층 사람들의 시야가 잘 닿지 않는 곳에 정책그룹 이남표 위촉연구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도 묵묵히 소리 없이 강하게 맡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이남표 위촉연구원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책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소소한 즐거움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글_ 안영삼 시민사업그룹 연구원 / [email protected]

열 번째 책 <마음의 미래>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hope book 10

우리가 속한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미래를 그리려면 인간의 의식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의식세계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고 있지요. 사실 아무리 완벽한 구조를 갖고 있는 정책이나 사상일지라도 인간의 본성에 어긋난다면 본질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누구나 한 번쯤 인간은 왜 그런 것일까? 마음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가? 이기심과 욕망의 근원은 어디일까? 문명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근본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됩니다.

<마음의 미래>는 진화인류학을 다룬 책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론물리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 미치오 카쿠는 뇌과학과 신경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만나 지금까지의 연구동향과 전망을 듣고 특유의 치밀한 정보 수집력과 분석력을 발휘해 인간의 의식세계에 대한 집중 탐구를 시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초능력, 기억, 유전자 발전, 꿈의 촬영, 마인드 컨트롤, AI, 유체이탈과 같은 공상과학 영역의 주제들 속에 인간의 의식과 현재 사회상을 단편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더불어 인간의 의식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미래를 소개하고 있고요. 미래상에 대한 상상이 추상에서 구상으로 뚜렷하게 표현될 때, 인간의 미래는 상상 그 이상이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을 정책그룹 인은숙 선임연구원에게 선물한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관점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 인은숙 선임연구원은 인간의 내면과 사회, 문화 분야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토론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우리는 충분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 결과를 융합하여 인간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이 우리가 좀 더 의미 있는 토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_ 이남표 정책그룹 위촉연구원 / [email protected]

열한 번째 책 <글쓰기의 최전선>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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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은 제목 그대로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증언입니다. 저자는 자기 경험에 근거해 읽고 쓰고 말하면서 자기 언어를 만들고 자기 삶을 재구성하는 작업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누군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여지없이 맞닥뜨리는 문제들, 고민들, 실험들, 깨침들, 변화들, 질문들에 관한 이야기를 잘 담아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글을 쓰고 싶은데 한 문장도 나아가지 못할 때, ‘왜’라고 묻고 ‘느낌’으로 써내려가는 그 섬세한 몸부림의 시간을 담았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4년간 글쓰기 수업의 경험과 고민을 토대로 구성한 산물입니다. 마치 탄탄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직조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의미를 발견하고 힘을 받는 사람에게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 <글쓰기의 최전선> 중


권성하 선임연구원은 희망제작소 온라인 홍보 담당자로서 홈페이지 운영과 뉴스레터 기획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권성하 선임연구원이 희망제작소와 희망제작소를 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담아 발신하면서 맞닥뜨리는 문제, 고민, 질문, 깨침, 변화의 과정에서 이 책이 좋은 동반자가 되길 바랍니다.

글_ 인은숙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월, 2015/07/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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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두 번째 책
<지속가능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20대 총선 제안 지방분권 7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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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이나 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해당 지역의 사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와 동일한 개념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라고도 합니다. 1948년 제정헌법과 함께 시작되었으나 5·16 군사 쿠데타를 겪으며 30년 간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1987년 민주화 항쟁이 진행되고, 그 결과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했습니다. 1995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가 실시되었습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지방행정의 주체가 ‘관’이 아니라 ‘주민’으로 바뀌었고, 생활밀착형 정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의 혁신적 정책은 중앙정부가 적극 수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지방자치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들어올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나가야할 복지사업은 점점 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20대 총선제안 지방분권 7대 과제>는 당면한 지방자치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회의 설치, 자치법규의 법률적 위상제고, 기관위임사무 폐지와 사무배분 사전검토제 도입, 자치기구 및 조직 운영의 자율권 보장,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을 6:4까지 확충, 국회 내 지방분권특별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설치,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등 7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20대 총선제안 지방분권 7대 과제>는 20대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실천할 것을 제안하고 서명을 받습니다. 이후 20대 국회에서 그 약속을 구체화시켜 보자는 것이지요. 풀뿌리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글 : 송정복 | 목민관클럽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지속가능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20대 총선 제안 지방분권 7대 과제> PDF 다운로드

금, 2016/03/1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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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세 번째 책
<공부중독>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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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 여기에서의 도구는 단순히 ‘일을 할 때 쓰는 연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부 역시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된다. 그렇다면 공부의 목적은 무엇일까?

우리는 살아가며 여러 상황, 사람, 사물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과제와 마주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과제를 적절히 해결하지만, 때론 도무지 ‘어찌할 줄 모르는’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공부이며, 우리는 공부라는 도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공부는 다양한 형태를 지닌다. 밥벌이를 위한 공부, 마음을 돌보기 위한 공부, 종이를 잘 접기 위한 공부, 연애를 잘하기 위한 공부 등 우리는 여러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으며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공부는, 성장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삶을 속박하고, 그 목적을 협소하게 정의하여 편협화시키고 있다.

<공부중독>은 이러한 문제점을 잘 짚어준다. 공부에 중독되어, 그야말로 공부가 만능이라 생각하는 현상을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과 언어로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공부중독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 ‘임계치’에 다다르면, 공부라는 블랙홀의 중력장이 힘을 잃어 이 시대의 공부중독이 비로소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공부’가 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공부’가 무엇인지, 또 이 도구를 어떻게 이용하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공부중독>을 일독하길 권한다.

글 : 박정호 | 경영지원실 연구원 · [email protected]

금, 2016/03/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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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네 번째 책
<타임 푸어>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가사·휴식 균형 잡기

time_poor

불평등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시간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단 1초의 차이 없이 하루 24시간을 가진다. 사람들은 이 시간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브릿지 슐트는 <타임 푸어>에서 자신의 바쁜 일상을 들여다보며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쫓기는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스트레스, 시간 강박, 과도한 책임감으로 심지어 여가시간까지 ‘오염’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시간 빈곤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과 행복을 찾는 길을 탐색한다.

시간 연구가와 함께 자신의 시간을 점검하고, ‘시간활용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학자, 활동가, 기업인을 만나고, 통계적으로 ‘가장 여유로운 나라’인 덴마크를 찾아가 그곳의 삶을 엿본다.

굳이 각종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한국사회는 단연코 ‘타임 푸어’가 넘쳐나는 사회이다. 우리는 쫓기는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어떤 사회시스템을 구축할지, 삶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 일하고, 놀고, 사랑할 것인지, 자신의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놓아버려야 할지 책을 펴고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일 시간이다.

글 : 배영순 | 세대공감팀 팀장 · [email protected]

월, 2016/04/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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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번째 책
<타임 푸어>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가사·휴식 균형 잡기

time_poor

불평등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시간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단 1초의 차이 없이 하루 24시간을 가진다. 사람들은 이 시간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브릿지 슐트는 <타임 푸어>에서 자신의 바쁜 일상을 들여다보며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쫓기는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스트레스, 시간 강박, 과도한 책임감으로 심지어 여가시간까지 ‘오염’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시간 빈곤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과 행복을 찾는 길을 탐색한다.

시간 연구가와 함께 자신의 시간을 점검하고, ‘시간활용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학자, 활동가, 기업인을 만나고, 통계적으로 ‘가장 여유로운 나라’인 덴마크를 찾아가 그곳의 삶을 엿본다.

굳이 각종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한국사회는 단연코 ‘타임 푸어’가 넘쳐나는 사회이다. 우리는 쫓기는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어떤 사회시스템을 구축할지, 삶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 일하고, 놀고, 사랑할 것인지, 자신의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놓아버려야 할지 책을 펴고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일 시간이다.

글 : 배영순 | 세대공감팀 팀장 · [email protected]

월, 2016/04/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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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번째 책
<목민광장 10호>
21세기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길잡이

mokmin10th

희망제작소는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구모임 ‘목민관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 사회적경제, 마을살이, 주민참여, 도시재생 등의 의제를 중심으로 한 정기포럼과 연수를 진행했으며, 현장에서 뛰고 있는 목민관들의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지방자치의 담론을 형성・확산시키고자 <목민광장>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제10호 목민광장>에서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지켜 보며 다시 한 번 지방분권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지난 3월 발행한 ‘지속가능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20대 총선 제안 지방분권 7대 과제’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방분권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짚어보았습니다. 또한 민선 6기 12차 목민관클럽 정기포럼 ‘청년이 함께하는 정책, 지역의 미래를 만들다’의 내용과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 청년 정책의 현재와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와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꼼꼼하게 담았습니다.

그 외에도 희망제작소가 올해부터 힘차게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정책의 배경과 그 추진 방안, 아파트 경비원 상생 고용의 길을 찾는 시민들과 지자체의 움직임 등 다양한 소식을 실었습니다. 또한 목민관클럽 회원 지방자치단체들의 새로운 시도와 고군분투도 담겨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장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많은 분들과 <목민광장>을 같이 읽고 싶습니다.

글 : 이민영 | 목민관클럽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구입문의 : 경영지원실 | 02-2031-2192

월, 2016/05/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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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여섯 번째 책
<지속가능성 혁명>
지속가능성이 혁명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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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계는 어떻게 가능할까? ‘지속가능성 혁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오늘날 가장 현실적인 대답이다. 이 책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1960년대 환경운동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차원적 개념으로 발전되어 온 역사적 맥락을 살펴본 후,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속가능성의 실천 사례를 ‘현장’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동체에서, 산업체에서, 천연자원의 추출과 활용에서, 생태디자인에서, 생물권과 관련하여 경제·사회·환경의 통합적 접근이라는 지속가능성의 원칙들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논의하고 실천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지속가능성 관련 다양한 분야의 원칙, 기준, 모델, 실천들이 총망라되어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의 의의는 충분하다.

다양한 지속가능성 실험과 성공한 모델들이 참고한 지침을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지만, 이 책에서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점은 따로 있었다.

먼저, 지속가능성의 본래 개념에 ‘교육’의 중요성을 더한 점이 흥미롭다. 지속가능성은 생태(ecology), 경제(economy), 형평성(equity)이라는 3E로 구성되지만, 이 책은 여기에 교육(education)의 중요성을 더해 더 나아간 ‘지속가능성’ 개념인 4E를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생태의 보호, 경제 성장,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정책이, 꾸준한 교육을 통해 현실에 뿌리내릴 때만이 기업이나 행정 기관,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인 에드워즈는 지속가능발전을 이론적, 개념적으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실천적’ 관점에 서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속가능성을 하나의 ‘운동’(movement)과 ‘혁명(revolution)’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단순히 추상적인 개념, 이론, 가치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은 이 시대의 현실에서 공유되어 퍼지고 있는 하나의 운동이다. 그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운동은, 주로 환경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광범위한 쟁점을 가지고 비공식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지구적 흐름이다.

그는 원칙과 이론, 사고가 처음에는 한 단체의 ‘성명서’로 부터 시작되지만 이후 점차 일상적인 모습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의 원칙들은 과거 방향을 가늠하기 위한 이정표가 되었던 ‘원주민들의 노랫길과 같다’ 이는 ‘소리 없이 혁명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집단들의 발자국’이며, 노랫길과 마찬가지로 한 집단의 가치를 분명히 하고 역사를 기록하며 구성원이 나아갈 미래를 보여준다. 지속가능성의 원칙이 단단하고 현실적일수록 이러한 실천과 행동이 지구 곳곳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커진다. 결국 이 책은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한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흩뿌려진 지속가능성의 발자국들이 권력의 중심부가 아닌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훌륭한 장점들을 뒤로하고 이 책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속가능성 혁명이 북미와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일어났으며 이후 개발도상국으로 확산했다는 시각의 서구중심주의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덧붙여 우려되는 점은, 지속가능성이라는 ‘큰 우산’ 아래 모든 사회문제와 이슈를 포괄한다는 점이 가지는 불명확함과 모호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현실에서 완벽하게 구현될 수는 없으나 목표로서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정치적 지향점인 것처럼, 지속가능성의 특성 역시 이 시대의 마스터 프레임(master frame)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그 폭넓음이 이 사회를 진단하고 변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더 강력한 프레임으로 작동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처럼 경제성장만이 절대적 목표로 추구되어왔던 역사를 가지고 있어 경로 의존성이 강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속가능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 ‘혁명’인 이유다.

글 : 이은지 | 지속가능발전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6/05/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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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일곱 번째 책
<근시사회>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인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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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The Impulse Society(충동사회)’ 또는 한국어판 제목인 <근시사회>나 그 부제인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인류의 미래’를 처음 접했을 때는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것만큼 대한민국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제목도 드물기 때문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을 위해 청소년들을 바다에 수장하는 자본의 논리,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낭비로 호도하는 정치의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사회가 대표적인 근시사회가 아닐까?

저자 폴 로버츠(Paul Roberts)는 20세기 중반 자아-공동체, 시장-민주주의가 공존했던 시기와 구별되는 작금의 미국사회를 근시사회로 본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시장과 자아가 적대적 인수합병 형태로 통합되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즉 ‘효율성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시장과 신기술이 순간적 만족과 편협한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시민들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가면서, 우리(미국)사회가 충동사회로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민사회다운 ‘사회적’ 행동을 실천하기는 어려워지고, 민주주의 작동에 필수적인 “우리에게 공통분모가 있다”는 신념이 약해진다.

저자는 자아실현 강박에 대한 해부부터 시작해서 금융자본에 대한 비판으로 논의를 확대한다. 핵심적으로는 자본과 노동의 불균형, 관념적 좌파와 맹목적 우파라는 나쁜 균형에 빠진 정치를 비판하고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 혁신에 대한 보상을 자본이 독식하면서 충동사회가 된 미국은 부유층과 나머지 계층이 다른 행성에 산다고 봐도 무방한 경제적 이류 국가로 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다른 사회에서도 가능하다. 저자가 ‘결과’의 측면에서 미국사회를 부유층과 그 외의 계층이 다른 행성이 사는 국가로 보았다면, 봄 제솝(Bob Jessop)은 일찍이 영국의 대처주의를 ‘전략’의 측면에서 ‘두 국민 전략(two nation strategy)’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장하성은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산업화와 성장 그리고 분배를 함께 이루던 대한민국이 현재는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해진 나라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국가경제 성장이라는 가면을 벗기면, 부자기업과 대비되는 가난한 가계, 임금격차와 고용격차에 기인하는 소득격차의 확대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 대안이다. 저자는 책 분량의 1/7을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공간 만들기’라는 대안논의에 할애한다. 우리 경제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그리고 우선순위와 그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보면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시장과 거리를 두어라’ ‘직원교육을 장려하고 은행을 쪼개라’ 그리고 독단적 진보와 보수의 ‘브랜드 정치에 종말을 고하라’고 외친다. 고차원적인 제도변화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요구하고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충동사회를 지탱하는 전제 즉 “근시안적이고 자기 몰두적이며 파괴적인 지금의 현실이 한 사회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이라는 개념”을 거부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된다. 장하성은 문제해결의 정치적 주체라는 조금 더 구체적인 지점까지 논의를 밀고 간다. 한국사회의 기성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과거 과제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기에, 불평등 해소라는 당면과제 해결의 주체는 청년이라는 미래세대가 되어야 하며, 청년의 정치활동 참여여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도 뜻과 생활양식을 함께 하는 이들의 공동체 운동을 볼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로버츠의 조금은 색다르면서도 재미있는 주장도 있다. 저자는 슬로푸드의 본고장인 포틀랜드 시민들은 근시안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충동사회로부터 벗어나, 심각한 문제가 터져도 도망치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어 문제를 해결하면서 하나의 대안사회를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사는 동네도 정체성이다’라는 주장이 거기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과정은 나라 전체의 사회적 결속을 떨어뜨리고, 자신과 견해차가 뚜렷한 사람들과는 교류할 기회마저 차단하기도 한다. 금융의 붕괴와 민주주의의 회복과 같은 사회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만의 생활방식과 삶으로 빠지기보다는 짜증스럽고 비효율적인 상황과 현실사회에 뿌리를 내릴 필요도 있다.

글 : 정창기 | 목민관클럼 팀장 · [email protected]

화, 2016/06/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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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영화 보셨나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보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영화를 소개합니다. 그 영화는 오래된 흑백필름일 수도 있고, 현란한 화면으로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영화일 수도 있으며,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내 마음의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같이 볼까요?

 
두 번째 영화 <4등>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정지우 감독의 신작 <4등>(2016)은 수영을 소재로 한국의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대어보면 언뜻 뜬금없는 소재로 느껴지지만, 막상 영화를 들여다보면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논란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벼려 들이미는 솜씨가 참 빼어나다.

수영을 “놀려고” 시작한 초등학생 준호(유재상)는 소질은 있지만 나가는 대회마다 4등이다. 메달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는 등수에 속이 뒤집어지는 엄마 정애(이항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끝에 메달을 따게 해준다는 코치 광수(박해준)를 소개받는다. 광수의 진심어린 지도 덕에 준호는 “거의 1등”에 가까운 2등 메달을 딴다. 그러나 이 진심어린 지도의 실체는 다름 아닌 체벌이다. 진실을 마주한 부모는 갈등한다.

<4등>은 준호의 몸에 멍이 들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광수란 인물에 공을 들인다. 그가 준호를 체벌하는 까닭은 십수 년 전 유망주였다가 체벌에 반발해 성공가도에서 엇나간 자신의 과거를 진심으로 후회하기 때문이다. 정애는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하는 게 더 무서운” 불안감에 이를 눈감아 준다.

관객은 이 불안이 메달만 따면 그만인 한국의 성과 중심 선수 양성 시스템에서 비롯함을 광수의 과거 에피소드와 현실에 비추어 알게 된다. 다행히 아빠 영훈(최무성)이 나서서 상황을 제재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과거 광수를 낙오시킨 체벌 시스템의 적극적인 방관자이다. 이 영화 속 도식을 복기하다 보면 도입부에 삽입된 1998년 박세리 선수의 LPGA 우승 보도 화면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1등에게만 환호하며 4등을 몰아붙인 것은 수많은 국민영웅을 소비해 온 이 나라가 아닌가.

하지만 이는 다 어른들의 사정일 뿐, 주인공 준호는 복잡한 갈등을 배경으로 유유히 영화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그 과정 내내 관객은 준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결정하고 행동하는 준호를 볼 수 있다. 준호는 심드렁한 코치에게 용기 있게 자신의 수영을 봐달라고 요구하고, 체벌의 위협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마침내 어른들의 이야기가 실패로 끝났을 때에야 혼자 수영장으로 돌아와 최선을 다해 자신의 경기를 치른다. 준호를 따라가는 이 영화의 마지막 10분은 아름답고 한 장면 한 장면이 명확한 의미로 충만하다.

이처럼 준호의 결정에 극의 진행을 맡기면서도 그 당위를 설명하는 데 무관심한 태도에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성장은 아이의 몫이며 그 원동력도 아이 내면에 기인한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고 세계로 달려 나갈 때 어른을 우선 이해시켜야 할 의무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글 : 백희원|시민사업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6/06/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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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스물여덟 번째 책
<동네 안의 시민정치>
서울대생들이 참여 관찰한 서울시 자치구의 시민정치 사례

431 hope book

고백하자면, 나는 우리 동네를 잘 모른다.

앞집에 사는 아기가 네 살이라는 건 이사 온 지 10개월쯤 지나서야 알게 됐고, 동네 아이들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또 운동을 하려면 어디서 가능한지, 작은도서관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른다. 생각해보니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는 알지만, 내가 사는 구의 구의원이나 구청장이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내가 아는 동네 정보를 끌어 모아보니 기껏해야 마트와 편의점, 커피가게 위치 정도이다. 얼마 전에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빵집이 동네에 새로 생긴 걸 발견하고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아는 것들은 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서 돈을 쓰는 소비의 장소들일 뿐이다. 누군가 우리 동네에 어떤 모임이 있고,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아무런 답도 못 해줄 것 같다. 어릴 적엔 이웃집에 아무렇지도 않게 놀러가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과도 모두 인사하고 지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이웃들과 인사조차 나누기 어려워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종종 서글프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 되려면 무엇보다 내가 사는 마을, 이웃,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또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이야기하자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희망제작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마을과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주민참여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고, 전국 곳곳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있지만, 정작 나는 아직 우리 동네의 ‘주민’이 되지는 못했다. 한편으로는, 서울같이 큰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이렇게 살아가지 않느냐고 변명도 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일이 조금 더 여유가 생기거나 이 동네에 조금 더 오래 살게 된다면, 그때는 나도 ‘진짜 동네 사람’이 돼서 이웃들과 재미있게 작은 일이라도 해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내 이웃들도 이런 생각을 종종 하지는 않을까? 한 번쯤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해본 사람들에게 <동네 안의 시민정치>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동네 안의 시민정치>는 서울의 10개 자치구에서 주민들이 자기 동네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한 다양한 사례를 꼼꼼하게 정리해 담고 있다. 분량이 꽤 두꺼운 편이기 때문에 다 읽기 어렵다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나 관심 가는 사례부터 찾아봐도 괜찮을 것 같다. 워낙 다양한 활동이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그중에서 하나쯤은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미 많은 사례를 알고 있는 현장의 활동가나 사업 담당자들도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한다. 성북구의 마을민민주주의 사업이나 성동구의 수제화협동회 등 이미 언론이나 지자체의 홍보를 통해 잘 알려진 사례도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어떤 사업의 우수사례집이나 짧은 기사에는 담겨 있지 않은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가 비교적 생생하게 실려 있기 때문이다. 한 사례에 대한 주민, 시민단체 활동가, 중간지원조직 또는 공무원 등 여러 주체의 입장을 담고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문제점도 솔직하게 전달하고 있어 더 나은 실천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 시민정치론 강의를 수강한 35명의 학생들이다. 책의 기획 등은 담당교수와 대학원생들이 함께 했지만 주민참여예산제를 비롯해서 작은도서관, 마을만들기 사업, 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사례를 찾아내고, 시민정치의 관점에서 정리한 건 모두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시민정치의 현장을 찾아 공부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담아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매력은 더 커진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 사례를 다룬 2권도 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주민 또는 학생들이 중심이 돼서 새로운 시민정치의 현장 목소리를 전해주는 기획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글 : 황현숙 | 사회의제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화, 2016/07/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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