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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도시재생에서 ‘주민참여’는 절차인가 필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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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도시재생에서 ‘주민참여’는 절차인가 필수인가

익명 (미확인) | 화, 2016/08/02- 10:57

432 opinion

뉴타운사업으로 상징되는 전면 철거 방식의 도시개발은 이제 서서히 도시재생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수많은 정비사업 구역이 주민 다수의 의사로 해제되고 도시재생특별법의 제정과 뒤이은 전국적인 도시재생사업의 시행은 그런 흐름이 이제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 도시재생이 도시인의 생활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체감될 정도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점진적 공간구조의 변화를 그 특징으로 하는 도시재생의 본질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근린이 재생을 필요로 한다는 공감대의 형성, 구역지정, 계획수립, 사업실행, 자치적 지역관리의 시행이라는 긴 시간의 흐름에 우리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합의의 형성에 소요되는 시간을 사업성 악화의 주된 이유로 바라보면서 일정 수의 동의가 이루어지면 반대하는 소수는 현금청산이란 이름으로 소유권에 근거한 권리를 박탈하고 세입자는 의사결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인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과의 근원적인 차이는 바로 재생사업의 그러한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실행과정에서 기인한다. 주민, 상인으로 대표되는 ‘주민참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단기간에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내 사업을 추진하는 하나의 ‘절차’로 보는가 아니면 사업에 착수하고 실행하는 과정의 필수불가결한 ‘목적’으로 보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지역사회의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활성화를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역사, 문화, 자연, 공간자원의 합리적 활용과 재발견을 그 수단으로 하면서 인적자원으로 대표되는 주민의 실천과 역량에 의한 실현을 도모한다. 도시재생은 낡아가는 주택과 불편한 거주여건, 부족한 기초생활 인프라, 공간의 쇠퇴와 고령화 속에서 가속화되는 생활경제권의 침체, 점차 단절되어가는 이웃 간의 관계와 마을의 문제를 함께 다루었던 비공식적 공론장의 폐쇄라는 현실에서 ‘공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문제를 사업성을 판단 근거로 하는 개발자본의 논리가 아닌 주민의 참여를 통해 풀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활로를 잃어가고 있는 저층 주거단지로 대표되는 노후주거지와 구도심으로 상징되는 침체되고 있는 상업지역과 골목경제권에 관심, 공감, 협의, 협업의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 변화의 단초를 만들려는 시도이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은 형식적 주민참여, 행정주도의 사업추진, 기술용역으로 대표되는 물리적 계획 중심의 사업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CCTV 설치나 도로정비, 주민공동이용시설 건립과 같은 기반시설에 확충하는데 대부분의 예산이 투입되는 무늬만 바꾼 개발사업이란 시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모두 기존의 관행에 익숙한 행정이 주도하고 주민참여에 기반한 사업진행이 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선진국의 경험을 봐도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주력 산업의 몰락과 빈곤의 대물림 속에서 잘못된 도시정책에 반대하는 주민활동이나 공유자산을 주민들이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지역자사화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즉, 주민의 자각과 참여가 공간의 변화와 새로운 활용, 일자리의 창출과 지역경제의 재구조화로 이어지면서 활력이 창출되는 ‘과정’이 도시재생의 특징이고 성과인데 우리는 아직 ‘사업’으로만 바라보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작과 동시에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다.

다시 도시재생의 근본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살거나 일하는 지역사회의 변화를 열망하는 주민들의 희망이 작은 지원사업 등을 통해 모여야 하고,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 민간비영리조직, 사회적경제조직도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런 준비를 거쳐 사업구역으로 선정되면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홍보와 실천활동을 거쳐 주민리더십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다수의 주민이 참여하여 직접 지역의 과제를 논의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과정은 활성화 계획으로 구체화된다.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이 투입되는 사업의 시행은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이 한 그릇에 담겨 맛있게 비벼지는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지만 지역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주민, 상인, 지자체, 전문가, 민간조직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사업시행의 종료가 곧 사업의 마무리인 기존의 정비사업과는 달리 도시재생은 사업종료 후가 더 중요하다. 확충된 생활인프라, 보다 안전하고 편리해진 거주여건, 거주자의 의사와 자원투입에 따라 고쳐지거나 신축되는 주택은 지속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주민이 새롭게 확보된 공유시설을 거점으로 지역의 필요와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을 만든다면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새로운 일자리, 수익이 지역 내에서 순환되는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오래 살고 싶은 동네, 이웃과의 소통과 함께하는 실천이 자연스러운 마을은 도시재생이 꿈꾸는 도시의 미래상이다. 그 근본에 주민참여가 있다. 이제 막 도시재생의 출발선을 떠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글 : 남철관|(사)나눔과 미래 국장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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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요청]  하이디스지회 명예훼손 손배소 2심 제출 탄원서 ▶  탄원서 다운로드  : 탄원서_하이디스지회_명예훼손 손배-0108까지   2018년 1월 19일, 하이디스지회 이상목 지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손배소 4억 청구건 2심 […]
수, 2018/01/0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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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면 숨을 쉬는 것부터 걱정이 되는 요즘. 우리 사회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다가온 미세먼지 때문입니다. 미세먼지는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며 우리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시민들이 알고 싶은 미세먼지 정보는 어디에 있나요? 2017년 두 번째 <쓸모있는 걱정>은 우리의 매일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실체와 대안을 알아보고, 우리 알고싶은 정보가 담긴 ‘미세먼지 정보센터’를 구상해보고자 합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모든 시민 여러분을 <쓸모있는 걱정> 미세먼지 편으로 초대합니다.

오시는길 참가신청
수, 2017/08/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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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왜 이 주제를 선택했나요?
– 주민시각으로 참여예산을 점검해 본 후 그 결과를 알리기 위해
– 잘 알려지지 않은 시흥시의 모범운영사례를 공유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 주민참여예산 2.0 제안 이전의 구체적 사례 제시
* Who! 어떤 분이 읽으면 좋을까요?
– 주민참여예산 담당자(행정, 지역 활동가)
– 주민참여예산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
* When! 언제 읽으면 좋을까요?
– 참여예산 모범사례가 알고 싶을 때
– 주민의 더 많은 참여를 이끌고자 할 때
– 주민참여예산을 더 나은 방향으로 운영하고 싶을 때
* What! 읽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 주민시각으로 주민참여예산을 운영하고 점검하는 방법
– 주민참여예산의 장기적 운영 방향
– 주민권한을 확대하는 방법 (지역회의 운영사례)
– 주민 참여를 이끌기 위한 방법

* 요약

◯ 주민참여예산은 2011년 지방재정법을 통해 의무화된 이후 전국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이에 ‘희망이슈 10호 – 주민참여예산, 주민은 있는가?’에서는 지금까지의 운영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의식과 쟁점사항을 바탕으로 주민참여예산을 ‘주민관점’으로 돌아볼 것을 제안했다. 희망제작소는 이를 실행하기 위해 제도 시작부터 교육을 진행해 온 시흥시의 발전방향 연구를 진행했다.

◯ 시흥시는 2012년 조례개정 후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주민참여예산을 운영하고 있다. 5년차 운영과정 특징은 ① 매해 확대되는 주민참여예산규모 ② 지역회의 역할 강화 ③ 기능별 분과 구성 ④ 주민역량강화 ⑤ 사업내용 다양화를 위한 시도이다.

◯ 주민참여관점으로 주민참여예산을 점검하기 위해 ‘주민시각에서의 질문’과 지방정부 시민참여 점검 도구인 CLEAR모델을 바탕으로 한 설문을 통해 정성적인 내용을 분석하였다.

◯ 그 결과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열린참여와 이에 따른 권한확대’를 운영방향으로 제안했다. 시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타 주민참여정책과 통합운영을 위한 열린구조의 설계를 제시했다.

◯ 열린구조를 만들기 위한 실행제안을 준비단계, 실행단계, 숙성단계로 나누어 제시했다. 준비단계에서는 주민들의 필요를 바탕으로 한 ‘홍보’와 ‘단계별 교육’을 제안하고 실행단계에서는 주민의 자치역량을 높일 수 있는 ‘분과의 역할 강화’와 ‘장기적 계획을 세워 운영하는 지역회의’를 숙성단계에서는 ‘공론장’과 ‘참여예산 네트워크’운영을 제안한다.

화, 2017/02/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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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노조 2009년 파업 건 손배소 1심선고에 대한 논평] 손실 없음에도 손해배상하라니, 법은 누구의 편인가   12월 1일 법원이 철도노동조합과 조합원 209명에 대해 2009년 파업에 대해 […]
목, 2016/12/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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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38
홈리스 없는 세상 꿈꾸는 24세 일본 NPO법인 대표

지난 10월 희망제작소의 도농교류 일본정책연수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사람은 역시 NPO법인 홈도어(Homedoor)의 대표 카와구치 카나(川口加奈)씨다. 연수팀 앞에서 당당하게 그러나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그녀는 24세의 젊은 여성이었다. 열네 살 때부터 홈리스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해, 지난 10년 동안 홈리스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온 결과 지금 그녀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회적기업가로 자리 잡았다. 그녀는 2013년 일본경제신문(日経) 「WOMAN of the year」청년리더 부분에 선발되었고, 2015년에는 「일본경제신문 소셜이니셔티브대상」에서 신인상을 그리고 「구글 임팩트 챌런지상」을 받은 경력을 갖고 있다.

▲홈도어 사무실 앞에 선 카와구치 카나 대표

▲홈도어 사무실 앞에 선 카와구치 카나 대표

우리가 찾은 곳은 오사카 시 기타 구 주택가에 자리 잡은 ‘앤드하우스(&House)’. 홈도어가 올 3월 새로 시작한 홈리스들의 생활지원 거점이다. 1층에 홈도어 사무실과 내근하는 홈리스들의 작업실이 있고, 2층에는 홈리스들이 자유롭게 들러 빨래나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 세탁실, 목욕탕 그리고 낮잠을 자거나 동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HUB chari (자전거)’포트도 겸하고 있어 집 앞에는 멋진 스타일의 자전거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카와구치 대표와 스텝들은 불쑥 찾아오는 홈리스를 옷’상'(‘아저씨’라는 일본어)이라 부르며 친숙하게 맞이한다.

중학교 2학년 겨울, 홈리스에 대한 이미지를 바꾼 자원봉사

오사카 가마가사키(釜ヶ崎) 지역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은 마을이다. 카와구치 대표는 신이마미야역에서 전철을 타고 중학교에 다녔다. 어느 날 근처에 사는 동급생이 일부러 다른 역에서 전철을 타고 통학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엄마가 그 역에서 갈아타는 건 위험하대”라고 대답했다. 이후 가마가사키에 대해 조사해 보니 이 지역에는 일용직 노동자와 더블어 수많은 홈리스가 모이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본처럼 풍요로운 선진국에 왜 홈리스가 있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그녀는 가마가사키의 홈리스들에게 밥을 지어 제공하는 자원봉사에 참가했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참여한 자원봉사가 그녀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추운 겨울 아침 길게 늘어선 몇십 명의 홈리스들에게 잔뜩 움츠러든 얼굴로 삼각김밥을 건네는 그녀에게 한 ‘아저씨’가 말했다. “여기 온 사람들은 따뜻한 삼각김밥 하나를 받기 위해 3시간을 기다렸단다. 손녀뻘인 너에게 그걸 받을 때 아저씨들의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주렴” 집에 돌아와서도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때까진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홈리스가 되진 않았을 텐데, 홈리스는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들이 되는 게 아닌가? 결국 자기 책임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어느새 홈리스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부모님과 주위 어른들에게 ‘왜 홈리스가 되는지’ 물어봐도,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고 단지 ‘가마가사키는 위험하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만 할 뿐이었다. 직접 홈리스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은 어렸을 때 빈곤 가정에서 자라 공부는커녕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도 힘들었으며,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한 사람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정말 노력을 하지 않아서 홈리스가 된 걸까? 그녀는 홈리스의 현실을 통계를 들어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일본 전체에 10,890명으로 집계되고 있는 홈리스 중 49.8%는 비정규직노동자 출신이며, 25.8%는 일용직 노동자 출신이고, 34.1%가 일이 줄어서, 28.4%가 회사의 도산으로 인한 실업으로, 그리고 20.4%가 질병과 부상으로 인한 실업으로 홈리스가 됐다고 한다(2012년 일본 후생노동성 홈리스 실태에 대한 전국 조사). 이러한 사정은 한국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홈리스에 대한 편견을 바꾸기 위한 실천들

그즈음 아주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등학생들이 홈리스를 습격한 것이다. “홈리스는 사회의 쓰레기다. 우리들은 쓰레기 청소를 한 것 뿐이다” 라는 그들의 진술에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한다. ‘나는 홈리스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알게 된 이상 모두에게 알릴 책임이 있다. 같은 세대인 내가 알리면 중고생의 인식도 변할 것이다’라고 생각해 행동을 시작했다.

학교 집회 시간을 빌려 홈리스 문제를 호소했다. “그들이 홈리스가 된 것은 결코 자업자득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반응은 별로였다. “그렇다 해도 그들이 노력했다면 홈리스가 되진 않았을 거 아니냐?”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에 실망하지 않고 신문을 만들어 교내에 붙이거나 홈리스를 위한 배식용 쌀의 기부를 모았다.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어 협력자가 조금씩 늘어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녀에게 새로운 전화점이 찾아왔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중고생들을 선발해 표창하는 푸르덴셜사의 ‘발런티어 스피릿 어워드’에 선발된 것이다. 이듬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표창식에 참가해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중고생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교류하는 기회를 가졌다.

거기서 그녀는 한 동료에게 “넌 홈리스를 단지 돕고 싶을 뿐인가? 홈리스를 낳는 사회를 바꾸고 싶은 것이냐?”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자신의 활동으로 문제 해결이 된 것도 아니었으며, 홈리스의 수가 줄어드는데 일조한 것도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홈리스 문제를 새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대학도 이 문제에 밝은 오사카시립대학에 진학해 노동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대학 2학년 때인 2010년 4월에 뜻을 같이하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NPO법인 홈도어(Homedoor)를 설립했다. ‘Homedoor’라는 법인명에는, 승객들이 전철 홈으로부터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Homedoor’처럼, 홈리스들이 인생이라는 ‘홈’에서 추락하는 것을 막는 방지책이 되어, 따뜻한 홈(가정)에 돌아갈 수 있는 입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홈리스들의 생각과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귀기울여 듣기

‘홈리스를 낳지 않는 사회 구조를 만들겠다’라는 비젼을 세웠으니 ‘이를 언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필요했다. 답을 얻기 위해 우선 가마가사키에서 ‘모닝 카페’를 열었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홈리스들과 생활보호 수급자들에게 커피와 토스트를 제공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사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일하고 싶다는 의욕은 갖고 있었지만 주거도 전화번호도 없어 구인 광고에 응모를 할 수 없었고 홈리스 생활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는 것. 생활보호 대상자 혜택을 받으면 받으면 거리생활을 탈출할 수는 있지만 ‘세금 도둑’이라는 주위 시선이 따가워 결국 ‘히키코모리’가 된다는 것. ‘행정기관’에서 빨리 일을 찾으라는 독촉을 받지만 오랜 공백으로 좀처럼 고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등. 일을 찾았으나 오랜 실업으로 몸도 정신도 적응하지 못해 다시 실업자로 전락하기 쉽고, 결국 거리에 나오는 것이 더 속 편하다는 생각에 다시 홈리스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홈리스들이 시작한 셰어사이클 HUBchari 탄생

▲디자인 스쿨에 다닌 적이 있다는 홈리스가 직접 디자인한 HUBchari 간판

▲디자인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는 홈리스가 직접 디자인한 HUBchari 간판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저씨’의 한마디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자전거 수리라면 우리도 할 수 있지!” 홈리스들이 주로 하는 일 중에 하나가 버려진 폐품수거다. 자전거와 리어커로 하루 몇 킬로나 짐을 가득 싣고 걷기 때문에 자전거가 고장나는 일이 많아 자연히 수리기술이 손에 붙는다. 70%의 홈리스들이 자신있어 한다는 자전거 수리기술을 살려서 그들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엔 버려진 자전거를 회수해 판매하는 것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이미 기존 수리업자가 많을 뿐 아니라 ‘홈리스가 수리한 자전거’라는 명목으로 지원을 호소하며 판매한다면 그들은 언제까지나 도움의 대상에 머무를 뿐이고 진정한 자립이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당당하게 자립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논의를 거듭한 결과 나온 것이 ‘셰어사이클’ 사업이다. 지역에 여기 저기 자전거 렌탈 거점을 설치해, 이용자가 사용 후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는 에코 교통수단이다. 오사카에는 무단 방치되는 자전거가 이미 사회문제가 되고 있었다. 셰어사이클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당사자인 홈리스들은 일자리 창출로 자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사업이 될 수 있다고 확신이 들었다.

▲홈리스들이 시작한 셰어사이클

▲홈리스들이 시작한 셰어사이클

사업 초기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하는 거점인 ‘포트’를 설치할 장소를 빌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처마 밑을 일부만 빌려 주세요’라며 400여 개의 기업과 점포를 찾아 다녔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거절’이었다. 홈리스에 대한 편견이 그 이유였다. 작전을 바꿔 우선 1주일만 실험적으로 해보자고 설득했더니 장소를 제공해 주는 곳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상 실험적으로 서비스를 실시해 보니 셰어사이클이 편리하다며 이용자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이에 기업과 점포들의 반응도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2011년 부터 상설 포트가 하나씩 늘기 시작했다. 현재 오사카의 상징인 스카이빌딩을 비롯해 시내 18개의 포트가 설치돼 외국인과 관광객, 기업의 영업 담당자, 방문객들의 소중한 이동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포트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나 점포들 또한 ‘처마 끝 사회공헌’을 통해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며 호응이 좋다. ‘주민들의 이용문의로 점포를 알리는 기회가 되고 있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해 광고 효과를 보고 있다’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반응이다.

홈도어는 홈리스 탈출의 ‘문’

‘HUBchari’의 성공에 이어서 홈도어는 ‘HUB gasa(우산)’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연간 1억3천만 개나 버려지고 있는 비닐우산을 홈리스들이 수리해서 빌딩이나 가게 앞에 놓아두고 판매하는 사업이다. 또한, ‘Home Net’을 구축해 사람을 원하는 기업과 일자리를 원하는 홈리스들을 매칭해 홈리스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 사회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약 60여 명의 홈리스들이 홈도어 사업을 통해 일하고 있다.

자전거 수리와 포트에서의 접객 업무, 비닐우산 수거와 수리 외에 비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일을 하면서 많게는 월 16만 엔(약 16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이를 저금해 빠르면 약 3개월 만에 집을 빌려 거리생활에서 탈출한다. 일단 주소를 확보하면 구직활동을 시작할 수 있으며 여기서의 활동이 길게는 4~5년이나 되는 이력서의 공백을 메꾸게 되어 취업활동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다. 이처럼 홈도어의 취업 지원 사업은 홈리스들이 오랜 공백으로 생기는 문제들을 한 단계 한 단계 극복해 가면서 해가면서 다음 단계의 취업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일종의 중간 단계 취업의 성격을 갖는다. 지금까지 약 130명의 ‘아저씨’들이 이곳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에 복귀했다고 한다. “홈리스들은 이전에 여러 직종에서 일해 왔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다. 그들의 기술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나갔으면 한다”고 카와구치 대표는 말한다.

홈리스 문제해결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한 걸음

‘홈리스를 낳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들자!’ 처음 내걸었던 비전에 아직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카와구치 대표는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먼저, 홈리스 문제에 대한 계몽활동, 둘째, 홈리스로의 입구 봉쇄, 셋째, 홈리스로부터의 출구 만들기가 홈도어의 행동계획이라 설명했다. 그녀의 계획대로 홈도어는 취업지원 사업과 함께 계몽활동도 열정적으로 펼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청년학생들을 모아 홈리스의 거리 카마가사키를 산보하고, 홈리스들에게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돌리며, 홈리스 문제에 대한 워크숍을 갖는다. 이른바 ‘카마(釜) Meets’다. 또 홈리스 문제에 대한 DVD를 제작하여 전국의 중고등학교에 배포하고 있으며, ‘홈리스의 아저씨’들과 함께 이들 학교와 공공집회 장소에 찾아가, 1년에 100회 이상의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가 홈리스로의 입구 봉쇄를 위한 사업이다. 그녀는 “현재 인터넷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밤을 보내는 노숙생활 일보 직전의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주거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숙박기능을 갖는 시설을 만들어 그들의 생활과 취업을 지원한다면 홈리스를 방지할 수 있다”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물론 여기엔 거액의 자금도 필요하고 주변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홈도어는 지금 그 전 단계 시설로 ‘앤드하우스(&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홈리스의 거리 카마가사키를 걸으며 홈리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카마 Meets’ 참가자들

▲홈리스의 거리 카마가사키를 걸으며 홈리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카마 Meets’ 참가자들

“작년에 홈도어에 새로 생활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이 90명이나 됩니다. 그 중 2,30대가 24명이나 있었죠. 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입어 퇴직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파견 근무에서 짤리고 기숙사에서 쫓겨난 사람 등등. 모두 오직 한가지 이유로 생활 곤란자가 되었습니다. 청년들이 부디 홈리스에 대해 편견을 버리고 이 문제에 대해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사회를 바꾸는 한 걸음이 되리라 믿습니다” 라는 마지막 말로 카와구치 대표는 발표를 마쳤다.

글_ 안신숙(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월, 2015/11/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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