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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논리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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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논리와 문제점

익명 (미확인) | 금, 2016/07/01- 14:31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논리와 문제점

 

남찬섭 ㅣ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서론

정부는 지난 2016년 3월 29일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 제1차 회의를 개최하여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재정건전화 방안을 결정, 발표하였다. 이 방안에 따르면, 현재 우리사회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그와 함께 사회보험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의 저성장·저금리 추세로 사회보험 적립금의 운용수익률이 저하하여 사회보험 적립금의 고갈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회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당면한 사회보험의 재정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진단에 기초하여 정부는 재정추계 및 기금운용방식의 재편과 사회보험 관리운영의 효율화를 뼈대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기획재정부, 2016a, 2016b).
정부가 이번에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내놓은 방안은 작년 말에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포함된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정부는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기존의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는 개혁이 긴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기획재정부, 2015a, 2015b).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가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 자체로는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와 같은 거시적 환경변화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복지적 조치에 대해서는 세대간 부담전가로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사회보장을 포함한 사회복지제도의 존립근거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사회구성원을 보호하여 사회연대를 이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데에 있는 것처럼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사회복지제도의 목적과 수단을 전치시켜 사회보장을 포함한 사회복지에 대한 잘못된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는 시각이다.
아래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이어 정부방안에 내재한 논리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보기로 한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및 최근의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대한 대응을 배경으로 하여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이 방안이 적용되는 제도는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과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7대 사회보험으로서 이들 제도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은 크게 통합재정추계제도의 도입, 사회보험기금 운용체계 재편,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마지막의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는 정부가 그간 강조해온 기존지출구조의 합리화에 해당하는 것이며 앞의 두 가지가 중요하다.
통합재정추계제도의 핵심은 기존에 제도별로 별도로 이루어지고 있던 재정추계에 대해 거시변수와 인구변수를 공통적으로 적용하여 제도 간 재정추계결과를 비교가능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각 사회보험별로 재정추계결과와 재정안정화 계획을 연계시켜 강력한 재정안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미 통합재정추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연합뉴스, 2016.04.27.) 올해에 중기재정추계(10년)를 실시함과 동시에 장기재정추계(70년)에 필요한 추계모형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회보험기금운용체계 재편 역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과 유사한 의도를 가진 것인데, 각 사회보험의 기금운용정보를 상호공유하고 투자공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여 기금고갈시점을 연장시키려는 것이 그 핵심의도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에 사회보험자산운용협의회를 출범시키고 기금운용공조체계를 가동시키고 있다(연합뉴스, 2016.04.20.).
이와 같은 정부 대책의 핵심내용은 결국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즉,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저금리 추세 →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 위협 → 미래세대 부담 증가 우려 → 재정건전화 조치 필요 →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 → 통합재정추계결과를 반영한 재정안정화 방안 수립 및 사회보험기금 운용체계 재편 → 사회보험기금 고갈시기 연장, 미래세대 부담 완화’라는 논리로 요약할 수 있다. 2015년 말에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인구감소 대응 및 중장기 성장률 제고 등을 시나리오 내지 방안의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지만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출산율 제고대책 등도 재정건전화의 틀 내에서 추진케 되어 있어 정부대책의 기조는 재정건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처럼 재정건전화 틀에 기초한 정부대책은 사실상 거시적 환경변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그에 대해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방안의 문제점

저출산・고령화의 영향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정부도 문건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최근의 기조라고 말하고 있다. 즉 저출산·고령화 흐름과 비교하여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좀 더 가변성이 있는 것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역시 장기화할 수도 있지만 이는 생산가능인구의 양적 변화와 관련성이 깊다고 볼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저출산·고령화 흐름으로 단순화하여 볼 수 있는 것이며 정부는 이 흐름에 대해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지하다시피 우리사회의 저출산·고령화는 그 속도 면에서 대단히 시급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한국사회는 고령화 사회(’00년)에서 고령사회(’18년)로 이행하는 데 1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26년)로 이행하는 데 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또한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내년인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비관적인 전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까지 진행된 인구학적 변화가 미칠 영향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예컨대, 최슬기, 2015 참조) 그렇다고 해서 장기적인 영향을 그처럼 부정적인 것으로만 고정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초래하리라 예상되는 변화를 기정사실처럼 고정시켜 놓고 그에 대한 재정적 적응만을 사회에 부과하려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시도는 사회변화에 대한 제도적 개입의 가능성을 차단할 우려가 있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제도적 개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왜냐하면 변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사회구성원들이 적응할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폴라니, 2009). 제도적 개입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우리는 변화의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다른 나라의 예를 살펴보면 고령화로 인해 재정지출이 증가하더라도 지출의 총규모보다는 재정지출증가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재정지출이 증가해도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복지지출과 노인인구에 대한 복지지출 간의 균형이 잘 잡힌 국가들은 국가채무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과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 간의 균형이 반드시 노인인구비중과 연동되지 않는 것 또한 외국사례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이다. 즉, 다시 말해서 노인인구비중이 높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이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보다 많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의 사례는 고령화의 영향을 부정적으로만 예상하는 것보다는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과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 간의 균형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적 개입과 개선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점과 연관하여 정부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것으로 ‘복지지출 자동증가론’이라 할 수 있는 담론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간 정부는 현재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2050년에는 복지지출이 GDP의 22%로 증가하여 현재의 OECD 평균수준에 도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예컨대, 박형수·전병목, 2009). 이와 유사한 정부유관기관의 추계는 그간 몇 차례 발표된 바 있지만 이들 장기추계의 공통점은 현행 제도의 지출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50년 또는 60년 후의 지출수준을 추계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장기추계모형이 가진 기술적으로 불가피한 점일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한 단점은 사실상 장기추계의 효용성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을 정도의 것들이다. 현행 제도의 운영방법이나 지출구조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장기추계를 한 관계로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박형수·전병목(2009)의 연구에서 노인에 대한 복지지출은 공적연금의 지출 증가 등으로 인해 2050년에 GDP의 12%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 데 비해 보육 등 가족지출은 2050년에도 GDP의 0.3%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상당히 비현실적인 전망이 도출되고 있다. 이런 식의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노인인구비중이 높고 복지지출은 중간수준이면서 동시에 복지지출이 대부분 노인에게 투입되는 高노령화-高노령지출 유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비현실적인 추계결과를 무비판적으로 공표하여 고령화의 영향을 대단히 부정적인 것으로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정부의 행위는 변화에 개입하려는 동기와 의지 자체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개입동기 저하야말로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한 대응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다.

 

미래세대의 부담

정부를 비롯하여 우리사회의 주류여론은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 추세로 인한 재정건전성의 악화는 곧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물려주는 것이라는 데에 아마도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데도 현 세대가 복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은 세대이기주의이며 나아가 결정권이 전혀 없는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것이라고까지 간주한다. 하지만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논리는 여러 가지 허점을 안고 있다.
우선 세대의 개념이 그리 명확하지 않다. 정부와 주류여론이 말하는 세대는 엄밀한 개념정의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직관에 기초한 세대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직관에 기초한 세대개념이 반드시 유용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세대개념은 가족 내에서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어 이해하기에 매우 쉽다. 즉 사회구성원들 대부분은 그가 속한 가족 내에서 세대가 명확히 구분됨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또 더 나아가 30년 내지 60년 이후에 경제활동을 할 사람들을 미래세대라고 상정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흔히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사회구성원들을 연령별로 보면 모든 연령대에 대단히 촘촘히 연속적으로 배열되어 있어 사회전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세대의 구분은 쉽지가 않다. 30년 내지 60년 이후에 경제활동을 할 사람들을 미래세대라고 간주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가족 내에서 구분되는 세대를 단순히 시공간적으로 확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30년이나 60년 후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둘째, 더 중요한 무제는 미래세대 부담전가라는 논리가 미래세대를 마치 계층의 구분이 없는 단일한 집단인 것처럼 전제한다는 데 있다. 이는 다시 이른 바 현세대에 대해서도 계층의 구분을 무시하는 태도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현세대나 미래세대나 계층이 존재한다. 즉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정 세대(그런 특정 세대를 구분해낼 수 있다고 한다면)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서로 다른 수많은 구성원들의 집합이며 그 세대 이후에 오는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런 불평등은 편익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담에서도 나타난다. 다시 말해, 특정 세대가 삶을 살아가는 특정 기간에 사회경제적 부담이 그 세대 내 계층 간에 골고루 배분되지 않듯이 그 세대 이후에 올 미래세대 역시 그 세대가 살아가는 기간에 발생하는 혹은 그 앞 세대가 그들에게 물려준 사회경제적 부담이 계층 간에 고루 배분되지 않는다.
그런데 미래세대 부담전가 논리를 펴는 정부는, 마치 특정 세대를 다른 세대와 완전히 단절된 것처럼 추상화해놓고 이렇게 추상화된 세대가 그들 내부에서 사회경제적 부담을 골고루 배분하여 그 부담을 총체적으로 짊어지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래세대도 추상화된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마치 미래세대가 그 내부적으로 부담을 골고루 배분하여 이전세대에서 내려온 부담을 총체적으로 짊어질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세대를 추상화하여 상정하는 관계로, 현재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 간에 다양한 형태의 부담이 계층 간에 어떻게 배분되는지 그리고 향후 고령화에 대한 대응에서 계층 간의 배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에 관련된 논의는 전적으로 생략한 채 추상화된 미래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 판단이 주체는 대개 정부이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에 포함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은 과학의 이름을 내걸어 정부의 판단을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부담은 모두 거부되고 나아가 이를 위해 복지지출의 억제나 합리화 등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특정계층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선택을 하면서도 이를 미래세대의 부담완화로 합리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사회경제적 편익과 부담이 계층별로 서로 다르게(그리고 이 서로 다른 것이 대개는 공정하지 못한 성격을 가지면서) 배분될 때 그것이야말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선택이다.
셋째로 정부가 피하고자 하는 부담의 전가라는 개념도 매우 모호하다. 사실상 모든 세대(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면)는 그 세대가 살아가는 시대에 무언가를 남김으로써 후세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경우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준다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상품이 결코 될 수 없고 원래부터 존재했던 자연(생산수단으로서의 토지)과 관련된 행위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외의 것들은 그것들이 반드시 부담인지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즉, 모든 세대는 무언가를 남기기 때문에 그것은 미래에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비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미래세대는 이전세대로부터 부담뿐만 아니라 자산도 물려받을 수 있다. 만일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을 모두 부담이라고만 가정하고 현 세대에서의 지출감소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현 세대가 제도조정을 통해 미래세대에 물려줄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케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의 논리가 현 제도의 운용방식에 변경이 없다는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에도 변화가 없다고 혹은 변화가 없어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현세대와 달리 공공복지지출이 증가하여 보육에 비용이 들지 않고 공교육의 확대로 교육비가 감소하고 공공주택의 증가로 주택비용이 감소하면 미래세대는 시장임금 중 많은 비중을 보육과 교육, 주거비에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경우에는 국민부담률이 지금보다 증가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공적연금 급여수준의 상승을 미래세대의 기여금 증가로만 연결시키는데 이 역시 현 세대의 삶의 방식을 미래에 그대로 투사한 결과이다.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이 상승하면 미래세대는 공적기여금 외에는 사적부양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므로 실제로는 기여금의 상승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현 세대의 삶의 방식에 변화가 없다고 전제하고 이를 미래에 그대로 투사하여 장기경제전망을 하는 관계로 정부는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사회투자보다는 적립금 규모를 늘려 기금고갈시점을 늦추려는 대안을 추진하게 된다. 정부의 이런 기금고갈시점 연기 시도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왜냐하면 정부 스스로 시도한 경제전망결과가 제도변경이 없는 상태에서의 어떠한 시도도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결과를 산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행한 장기경제전망 가운데 기금고갈이나 국가채무 증가의 결론이 나지 않은 전망이 단 한 가지라도 있었는가? 아무리 기금고갈시점을 연시시켜도 정부추계대로라면 언젠가는 또 다시 기금고갈시점이 도래하게 되어 있다. 오히려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비용을 집합적으로 조달할 것인가의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훨씬 지속가능성이 있는 대안이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의 실현가능성과 가치

정부는 적립금 규모의 증가를 위해 자산운용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투자정보를 공유하는 등 자산운용공조체계를 갖추어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을 1%p 증가시킬 경우, 연금보험료율은 1.8%p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기금고갈시점을 9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논리 등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수익률을 장기에 걸쳐 꾸준히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 방안은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이겠지만 실제로 수익률을 그처럼 장기적으로 꾸준히 1%p 증가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김우창, 2014; 이찬진, 2015). 한 추정에 따르면 40년 동안 연평균 1%p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5.7%이며 2%p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0.079%로 거의 현실가능성이 없다(김우창, 2015). 또 미국의 뮤추얼 펀드 중 1985년부터 2014년까지 운영된 223개 가운데 이 30년의 기간 동안 연평균 1%p 이상 초과수익을 낸 곳은 단 한 군데에 불과하였으며, 2%p 이상 초과수익을 낸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우창, 2015). 이는 초과수익을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수익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라 위험도 증가한다(이찬진, 2015). 예컨대 수익률이 1%p 증가할 경우 정부 주장대로 기금고갈시점이 9년 연장될 수도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손실확률은 무려 10.37%p나 증가하기 때문에 기금고갈을 9년 늦추려다 오히려 기금고갈을 앞당길 확률이 더 높다. 게다가 아무리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려 해도 그것이 주가지수나 경제성장률을 장기적으로 초과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김우창, 2014).
수익률 증가를 통해 적립금 규모를 증가시켜 재정건전성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부는 통합재정추계제도를 도입하여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사회보험의 재정안정화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장기재정추계는 추계모형에 따라 이루어지고 이 추계모형은 기본적으로 추계가 이루어지는 현 시점의 제도적 구조와 운용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인구변수와 거시변수(성장률 등) 및 제도별 특이변수(전역률, 실업률 등)를 양적으로 조정하여 장기전망을 하게 된다. 이는 마치 1946년 한국사회의 시점에서 그 당시의 제도적 구조와 운용방식을 그대로 고정시켜 놓고 추계에 투입되는 몇 가지 변수를 양적으로 조정하여 70년 후인 2016년의 한국사회를 전망하는 것과 같다. 1946년 시점에서는 분단이나 경제위기와 같은 정치경제적 격변은 고사하고라도 작은 제도적 변화도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이들이 추계모형에 반영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2016년의 한국사회 모습을 그려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추계모형으로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려는 것은 장기전망을 정부, 구체적으로는 경제부처에 독점된 진단에 근거하여 사회보험의 운영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이는 사회보험제도의 존립근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사회보험은 재정안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통합과 사회연대를 위해 운영되는 것이다.
정부는 항상 재정추계는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전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장기전망의 목적은 그러한 전망을 회피하기 위해 현행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전망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현행 제도를 그 가정에 맞추어 재단하려는 엉뚱한 처방을 내놓고 있으며, 그 기준은 항상 재정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말로는 장기적 시야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장기적 시야로 바라보아야 할 인구변화나 생산성 증가를 소홀히 취급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정부는 항상 장기(長期)를 단기화(短期化)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정부는 사회보험의 본질을 재정안정과 맞바꿈으로써 미래의 부정적 전망을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집합적 노력이나 제도적 개입의 여지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앞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이지만 이것이 30년이나 40년 후에도 지속된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재정건전화를 이유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야말로 제도적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며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사회보험이 재정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는 정부야말로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논의 및 결론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 중인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과 그것에 내재된 논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전적으로 재정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며, 그것도 대단히 부정적인 재정전망에 기초한 것이고 또 미래세대와 미래세대의 부담에 대한 매우 단순한 개념화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보험제도의 본질적 목적을 살려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게끔 사회보험의 제도적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전망된 장기추계결과를 사회보험에 부과하고 있다. 또, 장기(長期)를 주기적으로 단기화(短期化)하여 미래세대의 부담을 내세워 재정규율만을 강조함으로써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라는 거시적 변화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을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방안은 사실상  ‘인구학적 정치’, ‘장기재정추계의 정치’, ‘장기(長期)의 단기화(短期化)의 정치’, ‘미래세대 부담의 정치’라 할만하다.
폴라니(Karl Polanyi)는 사회변화에 있어서 변화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사회변화의 속도와 그 변화에 사람들이 적응하는 속도 간의 비율이 사회변화의 최종적인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폴라니, 2009: 172). 사회구성원들이 사회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개입하려는 제도적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노력을 통해 사회변화를 사회구성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고 사회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을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계층 간에 공평하게 부담하게끔 조정할 때에만 우리는 사회변화의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변화의 내용과 결과까지도 장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복지제도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위험에 처하였거나 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간에 연대(連帶, solidarity)를 형성하는 제도이다(피에터스, 2015). 연대 형성의 구체적인 방법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사회서비스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 재정안정을 위해 연대형성을 희생시키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더욱 더 필요한 집합적 노력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회보험을 비롯한 사회복지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은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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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1/06/02-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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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일자리 사업 현황과 과제

 

이인재 한신대학교 재활상담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2004년 노동부·재정경제부 등의 관계부처가 참여하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장기 비전 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 주도의 부처별 노동시장 프로그램(재정을 통한 일자리 지원 사업)을 종합 관리하기 시작하였다.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정부가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를 맞아 더 뚜렷해져 가는 소득 및 노동시장의 양극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력 부족 및 고용문제 악화 등으로 인해 양산된 취업 취약계층에게 직·간접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직업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 고용서비스, 고용장려금, 창업지원 등을 지원하는 중요한 정책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역시 정부 주도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인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과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고, 저임금 및 자영업 중심의 열악한 취업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업주체가 되는 Able 2010 프로젝트에 의거한 정책으로 2007년 시범사업 시행 후 지금까지 추진되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현황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일자리를 통해 사회참여를 확대시키고 소득보장을 지원하며 장애유형별 맞춤형 신규 일자리를 발굴, 보급하여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고, 근로연계를 통한 장애인복지 실현 및 자립생활을 활성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그동안 일자리 유형을 다양화 및 세분화하였고, 참여자의 일자리 확대를 통한 국가지원예산을 증액시키는 등 지속적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07년 장애인 일자리 시범사업은 2개 유형(장애인 복지 일자리 사업, 장애인 행정도우미 사업)의 일자리와 1개 유형의 사업장(시각장애인 안마센터)을 지원하는 사업이었으나 2010년 사업장(시각장애인안마센터) 지원을 폐지하고 대신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파견하여 일자리 유형을 3개로 확대하는 정책 변경을 하였다. 이후 2014년 장애인 일자리 사업 유형은 명칭의 변경과 세부사업 확대 등의 재정립을 통해 기존 3개의 일자리 유형에 변화를 주었고 그 결과 ‘장애인 행정도우미 사업’ 이 ‘일반형 일자리’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특화형 일자리’ 사업을 추가하여 세부 일자리 사업유형으로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 사업을 신설하고 기존의 시각장애인 안마사파견 사업을 편입시켰다. 그리고 2017년에는 시간제 일반형 일자리와 청년형(2017년 7월) 복지 일자리를 추가 신설·운영한바 있다. 2021년 현재 장애인 일자리 사업 유형별 지원 개요는 다음 <표3-1>과 같다.

 

- 장애인 일자리 사업 유형 및 참여제한 규정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종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시도해 왔다. 사업 유형은 일반형 일자리(전일제/시간제), 복지 일자리(참여형/특수교육-복지연계형), 특화형 일자리(시각장애인 안마사파견사업/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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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반형 일자리(전일제, 시간제)

일반형 일자리는 만 18세 이상의 등록 장애인이 사업대상이며, 일반노동시장으로의 전이를 위해 직업능력을 습득시키고 소득을 보장하는 사업이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서 예산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이고 근무 시간에 따라 전일제와 시간제 일반형 일자리로 구분된다. 전일제 일반형 일자리의 경우 2007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으며 시간제는 2017년 처음 도입되었다. 일반형 일자리의 직무유형은 행정도우미, 전담지원 행정도우미, 복지서비스 지원요원, 직업재활시설 지원요원(시간제에 한함)이 있고, 특히 전담지원 행정도우미의 경우 기본적인 사무자동화 업무수행(문서 작성, 데이터 관리 등)이 가능한 자를 선발한다. 

 

② 복지 일자리

복지 일자리는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장애유형별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보급하여 직업생활 및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직업경험을 지원하는 일자리로 참여 대상에 따라 참여형과 특수교육-복지연계형으로 구분된다. 참여형은 만 18세 이상의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을, 특수교육-복지연계형은 전공과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복지 일자리의 직무는 대부분 업무보조나 단순, 반복적인 특성을 가진다. 세부 직무는 사무보조, 도서관 사서 보조, 우편물 분류, 영유아 돌봄, 문서파기, 홀몸 어르신 안부확인, 사회서비스사업 모니터링, 실버케어, 디앤디케어(D&D Care), 호텔객실 관리,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계도 및 홍보, 기부물품 관리, 세탁, 급식지원, 은행서비스, 안내, 어린이동화 구연, 환경정리, 버스청결 관리, 캠핑장 관리, 재래시장 관리, 농업․임업․어업, 교통약자 승하차 지원, 건강검진센터 지원, 대형서점 도서정리, 스포츠이용시설 안내, 반려동물 돌봄, 장난감 세척, 대형마트 매장정리 및 상품관리, 공공자전거 세척, 인식개선교육(보조) 강사, 이동보조기기, 분해 세척 및 소독, 템플스테이 업무 보조, 다회용품 세척 및 관리 등이다.

 

③ 특화형 일자리

특화형 일자리는 장애유형에 따라 구분되며 시각장애인 안마사 파견사업과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가 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파견사업은 안마사 자격을 갖춘 미취업 시각장애인이 노인복지관, 경로당 등을 이용하는 어르신에게 안마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이며,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는 요양보호사의 전반적인 업무를 보조하는 일자리이다.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의 세부 직무는 식사 도와드리기, 이동(보행) 도와드리기, 말벗하기, 거주환경 청소하기, 심부름하기, 어르신 문제 상황 모니터링, 부식(간식 등)복용 도와드리기, 주변 정리하기, 프로그램 및 치료 진행 지원 등이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직접일자리 사업 중앙부처·자치단체 합동지침(고용노동부)에 의해 최대 2년까지 연속 참여가 가능하다. 2년 연속 참여자의 경우 1년 참여 제한을 둔다. 하지만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수급자, 만 65세 이상인 자는 2년 이상의 연속 참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참여자 선발 기준을 세워 차등 점수를 주고 높은 점수를 받는 대상이 동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자격을 제한한다. 

 

- 장애인 일자리 사업 추진체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추진체계는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지방자치단체, 사업수행기관으로 구분된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예산을 지원하며, 관련 법령 및 제도에 관여하는 등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 일자리 전문관리직무를 전담하고 있으며. 현장 수행기관을 관리/지원하고 장애유형별 적합 일자리 및 배치기관을 개발하고 있다. 광역자치단계는 관할지역의 사업 추진 계획 수립 및 예산 지원을 수행기관별로 관리하고 점검, 평가한다. 또한 지역 특화 장애인 일자리 및 배치기관을 개발하고 있다. 사업수행기관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직접 집행하는 기관으로 기초자치단체(시·군·구)가 전담하고 있지만 지역 내 장애인 유관시설 및 민간기관과 연계하여 사업을 위탁·관리하기도 한다. 사업수행기관은 참여자의 모집에서부터 선발, 교육, 직무 배치, 지역자원 연계, 배치기관 개발, 참여자의 일자리 전이 지원, 행정관리 등 사업 전반을 운영한다. 유사한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인 자활사업, 노인 일자리 사업과 달리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전담인력을 두고 있지 않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정책 과제

- 장애인 일자리 사업 지원인프라 강화  

장애인 일자리 지원인프라 강화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정책과제의 핵심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지원할 중앙단위 지원조직을 체계화하고, 기초단위에서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 전문인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2007년 Able 2010 프로젝트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추진되고 있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그동안 일자리 유형을 확대 및 세분화를 하였고, 2021년 현재 24,896명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누적 참여 인원은 총 175,735명(2020.3월 기준)에 이른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성과 제고 등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 수행체계 보완은 필수적인 전제가 된다. 민간영역의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앙차원의 장애인개발원, 광역차원의 장애인개발원 지역조직, 기초단위의 지원체계까지 기본 인프라가 보강되어야 한다. 동시에 장애인 일자리지원 전담인력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 장애인 일자리 참여자를 대상으로 직무지도 등을 담당하는 전담인력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과 유사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전담인력이 담당하는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지원인프라 강화는 선행연구들과 장애인 일자리 사업 종합평가에서도 언제나 우선적으로 제안되는 내용이다. 사회적 취약계층 일자리정책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다루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고용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의 성과제고 방안으로 중간 지원조직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지방정부는 재정 위기로 인해 사회서비스 공급을 민영화했고 이에 따라 시민사회 영역에서 이를 지원하는 반관반민 조직들이 다양하게 성장했다. 즉 고용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의 제공이 중앙정부의 전적 책임에서 중앙정부 중심으로 지방정부 및 민간의 다양한 관련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수행하는 것으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 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민간 일자리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원인프라 개선은 필수적 전제가 된다. 민간 장애인 일자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회복지기관 중심에서 시장혁신지향의 사회적 경제조직을 새로운 사업수행기관으로 포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장애인 일자리 지원인프라로 사회적 경제조직을 포함하는 경우, 노동통합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활용안이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용 증진을 제도적 목적으로 하는 보건복지부 및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예비)사회적 기업 지정제도와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활용하여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건비 지원, 전문인력지원, 세제 혜택 등의 직접 지원정책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실제로 장애인 보호작업장 등 장애인 직업재활 분야의 경우 (예비)사회적 기업 제도활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신규 장애인 일자리 개발 및 표준화

장애인 일자리 확산을 위해서는 신규 장애인 일자리 개발 및 표준화가 필요하다. 특히 민간 시장형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업의 표준화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사업 표준화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장애인에게 적합하고 검증된 사업들을 선정하여 이를 중앙단위에서 표준화하고 실질적인 확산을 지원하며, 현장에서는 이를 관리 운영하는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민간 시장형 일자리 사업의 경우, 개별수행기관에서 사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운영하는 경우는 노무관리, 세무관리는 물론이고 인허가 등 법적 문제까지 장애인복지실무자들에게 생소한 전문영역을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비즈니스 관련 노하우가 부족하여 일자리 사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민간 시장형 사업으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현장에서 장애인에게 적합하고 검증된 사업들을 선정하여 이를 중앙단위에서 표준화하고 실질적인 인큐베이팅 과정을 지원하며, 현장에서는 이를 관리 운영하는 체계의 수립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정책 중 유사한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인 자활사업과 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우도 신규 적합 일자리개발과 주요 사업의 표준화를 통해 사업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자활사업은 사업 초기에 간병 등 돌봄, 재활용, 청소용역 등 표준화 사업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수행기관을 확산하였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사업 초기인 2005년 공공부문 노인 적합형 전략 직종군으로 청사 및 공공건물 관리, 청사 안내 수위, 복지시설 지킴이, 공원 관리, 주정차 단속원, 학교폭력 지킴이, 산림보호 감시원, 식물재배원, 고향 지킴이, 노인체험관 운영, 물품분류원 등 11개 직종군을 선정한 바 있다. 11개 전략 직종은 노인 일자리 사업의 확대에 따라 청사 및 공공건물 관리, 공원 관리, 학교폭력 지킴이 등으로, 대표적인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발전하였다.

 

- 사회적 가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복지정책의 재정특성에서 사회적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운영과정과 운영주체들이 ‘주체’로서 사회적 가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업관리체계를 정립해야 한다(이인재 외, 장애인 일자리 사업 종합평가연구, 사회서비스연구원, 2020).

 

첫째, 사회정책 차원에서 장애인 일자리 사업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잔여적 복지특성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통합과 사회연대의 관점에서 장애인과 노동(일자리)의 기본가치가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 장애인소득보장을 위한 보충급여 이상의 사회적 의미에서 사회적 가치 실천과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장애인 일자리 사업 운영의 내부과정과 외부관계에 대한 사회적 가치 실천과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가치 기본계획에서는 인권, 사회통합, 노동, 환경 등을 비롯한 13개의 하위 가치들이 있는데, 주어진 재정 및 정책의 기본 틀 속에서 사업운영의 내부과정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게 사업관리체계를 우선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업 참여자 구성의 다양성, 작업장의 안전성과 작업과정의 환경가치 반영, 그리고 사업 참여자와 사업수행기관 간의 소통활성화 등이 중요하다.

 

셋째, 사회적 가치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핵심 영역 중심으로 중장기적 전략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13개의 모든 사회적 가치 영역을 동시에 추진하기보다는, 사업 운영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관리할 수 있는 사업 운영 지표들을 중심으로 단기적 실천과제를 설정하고, 이후 사회적 지지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과제를 정립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전자와 관련해서 기본조건을 활성화하는 사업 운영 지표로서 참여자 수와 만족도, 참여자의 성별·지역별·장애유형별 다양성 지표, 안전사고지표, 참여자 노동조건 지표, 참여자의 소통과 참여지표 등에 대한 일관성 있는 측정 및 관리가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사업 참여자들의 사회적 관계 혹은 사회적 연대와 관련된 사업운영 지표를 개발·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참여자들의 사회통합지표, 작업과정에서 환경친화적 혹은 환경적 지속가능성 지표, 사회적 경제와 연계 지표, 지역사회와 관계 활성화 지표 등이 포함된다. 

 

금, 2021/07/02-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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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허와 실

 

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경로의존성

사회서비스는 일자리 창출 분야로 주목받아 왔다. 고용위기가 본격화된 새로운 밀레니엄 이후 출범하는 정부마다 ‘일자리가 복지’라는 말과 함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개수를 공언하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사회서비스 좋은 일자리 창출 전략』(2006)은 연간 20만 명씩 4년간 80만 명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이명박 정부의 『사회서비스 육성 및 선진화 방안』(2010)에서는 5대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만 4년간 28만 명을,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고부가가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방안』(2013)에서는 238만 개 일자리 창출 목표에 따라 유망 사회서비스 일자리 49만 개를 제시하였다. 

 

이 전략들에서 제시된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줄곧 ‘산업화’에 초점이 있었다. 세 정부 모두 사회서비스 재정지원 사업은 사회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초기 투자였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유망 사회서비스를 육성하기 위함이었다. 예컨대, 재정의 선도적 지원과 제도 개선을 통해 수요자 구매력과 시장의 공급역량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사회서비스는 고용유발계수가 타 산업의 두 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 시장을 활성화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한편, 노동부를 중심으로 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은 사회적일자리,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접근되었다. 사회서비스의 일자리는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재정지원 일자리 그리고 취약계층 중심의 보호된 노동시장의 성격을 지니며 따라서 사회적 경제의 경로를 통한 고용창출이 주목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장과 사회적 경제 두 가지 모두 처음부터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이나 전달체계, 그리고 이용자관리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에서 과거 정부와 차별화된다. 바로 공공일자리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하였고,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의 주요 분야로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 개를 제시하였다. 십수 년 이어져 온 산업화 접근 경로로부터 이탈하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사회서비스가 사회보장급여이며 민간부문이 아니라 공공부문 일자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OECD 국가들의 공공고용 비중은 20%를 넘는데 우리나라는 8%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아동보호와 같은 기초적 사회보장 사무조차 민영화되어 있는 한국적 특수성뿐 아니라 보건과 돌봄 등 주요 사회서비스의 공공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일자리 81만 개는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을 OECD 평균의 절반이라도 달성하는 수준이며, 공공부문의 정상화를 통해 고용위기를 극복하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를 견인한다. 사회서비스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문제시 되어 온 불안정 노동,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종사자의 권리보호가 공공부문에서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34만 개 로드맵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화, 10개월 이상의 계약기간, 주 15시간 이상의 최저 노동시간 보장, 최저임금, 4대 보험 가입이라는 기준을 제시하였고, 공공부문이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하였다. 과연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국정과제는 이행되고 있는가? 사회서비스의 취약한 일자리 경로의존성은 벗어나고 있는 것인가?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사업, 공허한 성과

다행히도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34만 개 목표는 충분히 달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연도별 확충계획을 살펴보면, 2020년까지 사회서비스 일자리 목표는 24.3만 개였으며 이 중 98.6%인 23.9만 개가 달성되었다. 구체적으로 돌봄(10.1만), 취업지원(6.0만) 취약계층 지원(3.8만) 등 총 8개 분야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이 중 복지부의 사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 정부는 공공일자리 목표달성을 위해 매우 노력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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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구체적인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확충 실적을 살펴보면, 기대했던 공공일자리와 매우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표 1-2). 공공일자리의 상당수가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그리고 제도개선 민간일자리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 사업은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4만개)다.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사업은 소득보조형 직접일자리 사업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대표하는 공익형 일자리는 월 30시간(주 7~8시간)활동에 30만 원을 지급한다. 그러나 그동안 선발과정의 임의성뿐 아니라, 일자리 자체의 모호함과 성과가 자주 비판받아 왔다. 일자리 자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월 60시간(주 15시간)활동에 54만~59만4000원을 지급하는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가 추가되었다. 즉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는 약 60만 명에 달하는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개선하는 대신, 10개월짜리 저임금 일거리지만 근로시간과 급여를 두 배 늘린 4만 명의 일자리에 불과하다. 물론 노인일자리 참여인원과 급여를 확대한 것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을 고려할 때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34만 개 전략이 이러한 소득보조형 직접일자리를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확충 실적의 상당수는 제도 개선에도 변함없는 열악한 민간 일자리이다. 시장 상품이 아닌 이상, 대다수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수가 지원이나 이용자 확대와 같은 제도개선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이를 가장 반기는 이들은 사회서비스 민간 공급주체임을 부정할 수 있다. 문제는 아동, 노인, 장애인 급여 및 대상자 확대를 통해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더라도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취지가 무색한 열악한 일자리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확충 실적을 달성한 보육 보조교사(3만 3천개)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이 실적은 보육교사의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보조·연장 보육교사를 확대 배치한 것에 불과하다. 즉 보육지원체계 개편으로 새롭게 도입된 연장보육으로 인하여, 오후 4시 이후 진행되는 연장보육 전담 교사를 따로 배치하는 경우 월 111만 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이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일자리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노인돌봄 관련 개별 사업들이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통합·개편 이후 이용대상자가 10만 명 이상 확대됨에 따라 1만 7천개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돌봄과 가사지원 그리고 동행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생활지원사는 민간 부문의 종사자이고 급여는 월 기본급 1,120,14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일자리도 다르지 않다. 활동지원 대상자 그리고 활동지원 시간이 월 평균 125.2시간으로 확대됨으로써, 2만7천 명이 확충되었다. 그러나 활동지원사는 여전히 사회서비스 바우처 제공기관에 고용되어 수가에 따른 시간제 급여를 받는 종사자이다. 바우처 기관 사회서비스 수요공급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2018.11.1.~2019.10.31.), 제공인력의 월평균 보수는 평균 147.5만 원이며,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제공인력은 월평균 급여가 114.1만 원,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사는 평균 152만 원에 불과하다(박세경 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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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사업의 성과: 고용율 vs. 공공인프라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17번으로 제시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확충 과제의 목표는 사회서비스 확대 및 공공인프라 확충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러나 상기한 집행실적과 같이, 노인일자리, 보육보조교사, 안전지킴이 등의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사업이 사회서비스 보장성 확대나 공공인프라 확충을 통한 일자리 또는 고용안정성과 처우가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로 보이지는 않는다. 

 

직접일자리 사업 중심의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는 고용지표 개선에 매우 성공적이다. 가족을 부양하거나 사회적 역할을 인정받는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지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라 취업자로 분류되는 주당 1시간 이상 일하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고용률 향상에는 일등 공신이다 1). 2021년 기준 보건복지부의 직접일자리 수는 총 90만 개에 달한다. 이 중 다수가 78만 개의 노인일자리이며, 자활사업 6만 3천 개, 노인맞춤돌봄 3만 3천 개, 장애인일자리 2만 4천 개이다. 직접일자리 사업은 주로 비경제활동인구인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경력단절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고용률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적으로 재정을 지원한다는 의미를 지닌 직접일자리 사업은 취업취약계층이 실업상태에서 벗어나 민간일자리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한시적 또는 경과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즉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1년 미만 동안, 한시적 업무를 한다는 것이므로,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를 직접일자리가 대표한다는 것은 여전히 ‘취약계층에게 적절한 일자리’, ‘반숙련 노동으로서 한계 자영업자를 흡수’하는 정도의 사회적 의미만 있다는 셈이 된다.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경로의존성은 그렇게 유지되고 있다.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전략이 단순 일자리 수로 관리되고 있는 한, 고용지표 개선 이외에, 보건, 돌봄, 요양, 보육, 자활 등에서 양질의 일자리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는 고용지표 개선을 위한 전략이 아니다. 사회서비스는 고용유발효과가 큰 산업이 아니라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이 주된 영역인 사회보장급여이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공공이 책임지는 사회보장 전달체계로 설계되어야 한다. 공공의 물적 인적 인프라 없이는 재정 사업의 엄격한 통제 하에 민간 사회서비스 수행기관들의 과당경쟁 그리고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희생이 변하지 않는다.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사회보장급여이며, 따라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공공서비스 확충과 공적 전달체계가 중요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인력에 공적 속성을 부여하는 형식적 공공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한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과제에서 핵심은 국정과제에 함께 명시된 사회서비스원 설립이다. 그 구체적 내용은 국공립 어린이집, 국공립요양시설, 공공병원 등 공공보건복지인프라 확충이다. 안타깝게도, 사회서비스원의 현재 운영은 그리 녹녹치 않다. 사실상 공공인프라가 충분히 확충되지 않았고,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는 전체 규모 면에서 거의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래와 <표 1-3>을 보면,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창출에 유의미한 시설이 국공립시설과 종합재가센터인데, 그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 사회서비스 핵심 영역인 종합재가센터의 경우 서울시를 제외하면 광역시도 내에 50명 수준에 불과하다. 국공립 시설은 어린이집과 다함께 돌봄센터 등이 다수이며 종사자 수는 광역시도 내에 백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더욱이 2020년에 설립된 인천, 강원, 광주, 대전, 충남, 세종 사회서비스원은 요양과 보육의 인프라 설치 운영은 불투명하고 국공립 시설 운영보다는 국가보조사업의 위탁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는 공공일자리 창출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확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돌봄뉴딜을 통한 적극적인 사회서비스 공공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방안에서 제시한 공립 치매전담시설 344개소 또는 여러 선행연구들에서 제시한 국고보조를 통한 지역사회 공공요양원의 설립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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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현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개선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현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공적 책임성을 높여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방향이다.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평균 명목임금은 전 산업 근로자의 77% 수준에 불과하고,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 적용비율이 42%에 불과하다(김유경 외, 2020). 특히 시간제 방문형 종사자의 경우 월평균 보수총액은 월 최저임금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사회서비스 종사자 지위 향상을 위해서 공공일자리의 체계적인 임금 구조를 재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은 「국가재정법」 및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중앙정부가 일정 비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국고지원시설, 지방자치단체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전액 지원하는 지방이양시설, 그리고 또한 서비스 수가에 의해 임금이 지급되는 전자바우처 사업에 따라 종사자의 임금격차가 매우 벌어지고 있다. 또한 임금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사회서비스 현장도 아직도 많다.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소규모 사회복지시설뿐 아니라 돌봄 노동자와 같이 시간제 노동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사회서비스 부문의 임금체계는 아예 없고, 최저임금이 사실상 유일한 임금결정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또한 종사자의 수면시간과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은 장시간 근로뿐 아니라(예. 24시간 돌봄 생활시설) 적정 근로시간이 보장되지 않는(zero hour contract) 시간제 단시간 근로가 사회서비스에 일반적이며, 또한 비공식적 고용계약, 부당한 업무지시, 업무상 재해, 대인서비스 제공 과정의 안전문제 등 노동조건 개선이 필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전략은 가급적 공공 전달체계 내에서 사회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제도적 규범을 만들고(예. 임금가이드라인), 이 규범을 준수하는 시설과 종사자의 범위를 넓히고, 제도적 규범에 미치지 못하는 처우 개선에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수는 오랫동안 답보 상태에 있다. 도처에 둘러보아도 좋은 일자리가 없다. 그러나 각종 구인광고에는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넘쳐난다. 누군가 선뜻 잡는 일자리가 아닐 뿐이다. 사회서비스에서 미스매치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아니라, 자원제공자와 서비스공급자가 기대하는 일자리 질의 불일치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함으로써, 사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함께 보장하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공공일자리’의 의미가 이것이 아니면 무엇일까.

 


  1.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취업자란 조사 대상 주간에 소득, 이익, 봉급, 임금 등의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 가구 단위에서 경영하는 농장이나 사업체의 수입을 높이는 데 도와준 가족종사자로서 주당 18시간 이상 일한 자, 직업 또는 사업체를 가지고 있으나 조사 대상 주간에 일시적인 병, 일기불순, 휴가 또는 연가, 노동쟁의 등의 이유로 일하지 못한 일시휴직자를 말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고용률에서 65세 이상의 인구는 포함하지 않는다.



 

참고문헌

관계부처합동, 2006. 『사회서비스 좋은 일자리 창출 전략』

김유경 외, 2020. 『사회복지 종사자의 보수수준 및 근로여건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부, 2010. 『사회서비스 육성 및 선진화 방안』

보건복지부, 2013. 『고부가가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방안』

 

박세경 외, 2019. 『2019년 사회서비스 수요‧공급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금, 2021/07/02-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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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사회복지,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가?

성장이 일자리를 제공해주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경제성장과 기업의 활발한 활동이 시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완전고용과 경제성장에 기반하여 전통적인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예전의 복지국가 모형이다. 이제 예전의 복지국가 모형만으로는 사회적 위험 대응에 자연스럽지 않다.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공공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수준은 다양하다. 예전의 취로사업과 같은 수준에서 최근의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노력이 나타나곤 한다.

 

최근의 정권에서는 모두 일자리 창출을 주요한 정책목표로 설정해왔다. 이번 문재인 정부도 일자리정책 로드맵을 제시하였고 공공일자리 81만개, 그 중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개를 목표로 제시하였다. 정권의 핵심 ‘공간’에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되어 정책의 진행정도를 수시로 점검한다고도 했다. 그것도 과거와 달리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강조되었고, 사회서비스원과 같은 기제도 맞물려 제시되었다. 얼마 전 일자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사회서비스 분야의 공공일자리 창출은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감과는 많이 다르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예전부터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노인일자리사업, 장애인일자리사업 등 일반 노동시장에서 경쟁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인구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사업, 자활사업, 그리고 사회복지 분야에 국한되지는 않지만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과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는 같은 것이 아니지만, 일자리 정책에서 어떠한 위치에 각각 자리매김되고 있는지도 그 구분이 분명치 않다. 이번 호에서는 소위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와 복지분야 재정지원 일자리사업들의 현황과 이슈에 대해 살펴보았다. 

 

먼저 김형용 교수의 글을 통해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집행실적으로 홍보되는 부분들에 대해 그 허와 실을 짚어 보았다. 몇몇 부분에서 과거보다 진일보한 내용들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전 정부들에서 진행되었던 기존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하였던 사회서비스 분야 좋은 공공일자리가 ‘일거리’ 수준의 내용들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박경하 센터장은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해 살펴보았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이제 그 수가 100만개에 육박하고 연간 예산이 1조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이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라는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정식 일자리인지 사회활동에 기반한 수당지원에 해당하는지 성격이 모호하다. 참여인력이나 지원예산의 압도적 규모가 사회참여로 분류되는 공익활동에 해당하는데 그 급여는 월 27만원 수준이다. 최근에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공익활동의 2배가 넘는 급여수준으로 확장되고 있고 대표적인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실적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글에서 노인일자리가 노동으로서 가지는 가치, 일자리와 사회활동 지원이라는 양자의 정책방향 혼재, 노인일자리의 사회적 기여도, 노인일자리의 한 부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간일자리의 지속가능성 문제, 하향식 노인일자리사업 인프라 구축의 한계 등의 쟁점을 짚어주고 있다.

 

이인재 교수의 글은 장애인일자리사업에 대한 것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으로서 일반형일자리, 복지일자리, 장애유형별 특화일자리 등 세 가지 분야로 구분되어 일자리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 해 약 2만 5천명의 장애인이 참여하고 있다. 이 글에서 일자리 신규개발과 표준화, 지원 인프라의 개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회적 가치화를 고도화하기 위한 정책과제가 제시되었다.

 

최상미 교수는 자활사업을 살펴보았다. 자활사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연계되어 편성되어 온 탓에 근로능력자에게 공공부조 급여를 그냥 제공할 수는 없으니 부과하는 ‘주저하는 복지국가’로서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는 부분을 지적한다. 공공부조제도와 연계되어 ‘자활’의 개념을 소극적으로 설정하면서 나타나는 자활사업의 정체성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일자리 문제는 말 그대로 시대적 과제이다. 노동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다시 설정해야 함을 주장하는 입장도 비등하다. 기본소득이나 참여소득의 제기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의 공공분야 고용은 서구국가들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다. 사회서비스 분야가 일자리 창출에서 중요한 핵심영역이 될 것이라는 것 역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바이기도 하다. 정부는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의 당장의 수치에 매몰되어 혹세무민하는 식의 수치 성과홍보에만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그 내용과 현실을 숙고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할 것인지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복지분야의 재정지원 일자리 역시 같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금, 2021/07/0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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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한계채무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기준 중위소득 대폭 인상 필요하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가 7월말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73개 복지사업의 기준선으로 쓰이므로 그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삶의 한계선에 내몰린 우리 사회 저소득 이웃들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매년 중생보위 결정에 따라 수많은 빈곤 시민들이 그나마 삶의 부담을 한시름 덜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지옥 같은 삶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며 근근히 버텨야 할지가 판가름 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복지사업의 수혜자들 외에도 기준 중위소득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법원의 개인회생절차를 통해 변제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채무자들이다. 

 

공적채무조정 중 개인회생 채무자의 생계비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 기준

 

법원의 개인회생절차는 비록 고정적인 수입은 있으나 과도한 채무를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인 한계채무자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제도이다. 채무조정제도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한 금융회사의 채무를 조정하는 사적채무조정1)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법원을 중심으로 채무관계 청산을 위해 제반 사항들을 처리하는 공적채무조정이다. 공적채무조정에는 채무자의 자산 처분을 통해 채무관계를 청산하는 파산절차와 특정 기간2) 동안 채무자의 가용소득을 모두 채무 변제에 지출하도록 하고 그 후 채무를 청산하는 개인회생절차가 있다. 

 

그런데 이 개인회생절차에서 가용소득을 산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기준 중위소득이다. 채무자회생법 제579조에 따르면 개인회생 채무자가 갚아야 할 돈에 해당하는 “가용소득”은 채무자가 수령하는 모든 수입 중 ① 세금 납부를 위해 필요한 금액, ② 채무자가 사업자일 경우 사업의 계속을 위해 필요한 비용, ③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계비를 제한 후 나머지 모든 금액으로 규정되어 있다.3) 이와 관련해 법원은 개인회생 채무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변제의무에서 제외되는 생계비 산정을 기준 중위소득의 60% 수준에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4)

 

기준 중위소득의 60%에 맞춰진 개인회생 채무자의 생계비 기준

낮은 생계비 인정 수준과 생활 압박은 개인회생절차의 성실한 이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

 

물론 개인회생 절차에서 법원의 재량에 따라 생계비를 적절히 조정해 책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고는 있다. 실제로 서울회생법원은 별도의 ‘생계비 검토 위원회’ 의결을 통해 기준 중위소득 60%에 해당하는 생계비 외 추가 생계비를 보장하기도 했다.5) 그러나 이는 그 어느 법원보다도 채무자 회생에 우선 순위를 두고 도산제도를 운영하는 서울회생법원에 국한된 예외적인 경우이고, 통상 법률상 ‘원칙’ 준수를 강조하는 사법부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즉, 서울회생법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법원의 공적채무조정은 여전히 채권자의 재산권 보장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개인회생절차를 이행하는 많은 채무자들이 중위 기준소득의 60%에 해당하는 생계비만으로 그 과정을 견뎌내야만 한다. 

 

지난 4년간 전국 평균 월세 가격은 2017년 6월 56만 원에서 2021년 6월 65만8천 원으로 17.5% 증가했다.6) 그러나 기준 중위소득은 지난 4년간 평균 2%가량 상승했을 뿐이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한계채무자 중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생계비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전국 각 지방법원이 2017년~2019년 기간 동안 개인회생 및 변제 수행으로 채무청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채무자 수는 약 19만6천 명인데 이중 14%에 해당하는 27,537명이 개인회생절차를 도중에 포기했고,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소화된 생계비만으로는 그 과정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채무자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개인회생제도가 과도하게 낮은 생계비 기준, 나아가 그 근거가 되는 기준 중위소득7)문제로 인해 그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결국 기준 중위소득 인상만으로도 개인회생 채무자들의 생계조건은 크게 개선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채무청산에 성공하는 개인채무자들 역시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기준 중위소득의 인상은 개인회생 채무자의 채무청산과 사회복귀 넘어 

그간 정부가 방기한 기본 책임을 이행하는 일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채무자들은 매월 꾸준히 자기의 가용소득 모두를 변제로 차감하더라도 빚을 갚고 회생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면, 채무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하는 사회적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우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들은 늘어날 것이다.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200%에 달하는 현 상황,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가계부채 리스크가 가장 심각한 나라인 현실은 국가가 조세수입 또는 정부부채를 동원해서라도 구축했어야 할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게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그 공백을 일반 국민들 각자의 빚으로 메꾸어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8) 따라서 정부가 또 다시 기준 중위소득을 최소한으로만 인상하려 하면서 그 이유로 재원부족을 구실로 삼은 것은 정말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정부는 그간 자신들이 방기하고 있었던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고,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시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기준 중위소득 인상에 적극 나섰어야 했다. 


1) 프리워크아웃, 워크아웃이 이에 해당한다.

2) 현행법상 3년 이내, 2018. 6. 13.이전에 개인회생 변제 절차에 돌입한 개인채무자는 5년 이내.

3)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79조(용어의 정의) 이 절차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가용소득”이라 함은 다음 가목의 금액에서 나목 내지 라목의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가. 채무자가 수령하는 근로소득ㆍ연금소득ㆍ부동산임대소득ㆍ사업소득ㆍ농업소득ㆍ임업소득, 그 밖에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모든 종류의 소득의 합계 금액

나. 소득세ㆍ주민세 개인분ㆍ개인지방소득세ㆍ건강보험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다.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생계비로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최저생계비,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연령, 피부양자의 수, 거주지역, 물가상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정하는 금액

라. 채무자가 영업에 종사하는 경우에 그 영업의 경영, 보존 및 계속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

4) 개인회생사건 처리지침(재민 2004-4) 

제7조(채무자의 소득의 산정) 

② 법 제579조 제4호 제다목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최저생계비,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연령, 피부양자의 수, 거주지역, 물가상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정하는 금액”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 당시의 기준 중위소득에 100분의 60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적절히 증감할 수 있다.

5) 서울회생법원, 2021. 2. 16., 생계비 검토위원회 회의 의결 사항 참고.

6) 한국부동산원, 2017. 6.~2021. 6. 평균월세가격(검색일: 2021. 7. 25.)

7)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8) 이와 관련해 독일의 사회학자 볼프강슈트랙은 유럽 사회에서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화와 국가-자본-노동 역학관계의 변화로 국가의 조세 확보 능력이 떨어지면서 그 재원을 국가부채의 부담으로 전이시켰고, 이마저 여의치 않자 다시 그 부담을 가계에 전가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볼프강슈트랙, 『시간벌기』, 2015년 김희상 옮김. 참고). 한국의 경우에는 애초에 유럽과 같은 수준의 복지정책, 공적서비스 제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각 개별 가구는 사회적 생존을 위해 자산 확보 전략에 매진하거나 부족한 공적서비스를 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채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목, 2021/09/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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