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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 건강보험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포함은 불법적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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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 건강보험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포함은 불법적 시도

익명 (미확인) | 금, 2016/07/01- 14:57

건강보험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포함은 불법적 시도

 

정형준 l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들어가며

정부가 2016년 3월 29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주재로 7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우선 기재부가 사회보장제도인 사회보험의 수장들을 모두 불러 모은 것 자체가 심각한 권한 남용이다.
사회보험은 각기 자신의 목적에 따른 ‘목적성 기금(보험)’의 형태를 띄고 있다. 기재부가 이들 공단 이사장을 모두 불러 모으려면, 최소한 국고지원비중(조세지원비중)이 일정수준을 넘어서 가입자(수익자) 권리를 일반회계를 관리하는 기재부가 직접 행사할 자격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실제 대부분의 연금과 사회보험은 거의 전적으로 가입자(국민들)의 직접 기여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의 일방적인 ‘재정건전화 추진방안’ 그리고 ‘재정추정’ 모두 월권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은 독립된 ‘건강보험법’의 규정을 받는 ‘사회보험’으로, 주요 핵심 정책은 사회적 합의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여기에 이번에 확정한 ‘7대 사회보험 재정 건전화 추진 방안’(이하 추진방안)<그림 2-1>에 포함된 내용도 심각한 문제다. 건강보험에 대해서 자산운용 결과를 설명하며, ‘단기간에 적립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기관’으로 묘사하고, ‘해외, 대체 투자’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은 탈법적, 비합리적 처사다.

사실 건강보험의 경우에는 개념상 투자 수익률 같은 용어가 존재할 수 없다.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단기보험이기 때문이다. 이를 타 기금과 평행선상에서 밝히며, 여타 사회보험 중 가장 수익률이 낮다(2.2%)고 밝히는 것은 국민건강보험의 기본 원리와 근간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행위로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건강보험 누적금(흑자)은 잘못된 의료정책의 산물

우선 투자 및 운용자금으로 묘사되는 막대한 건강보험 흑자가 박근혜 정부 의료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이는 투자수단으로 인식되기 이전에, 현물서비스(의료서비스)로 국민들이 즉각 돌려받아야 온당하다.
현재 17조 원의 막대한 건강보험 누적금은 명백하게도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행실패, 공공의료포기, 낮은 보장성강화안 때문이다. 현 정부가 약속했던 ‘4대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과 같은 자신의 공약조차 간병, 차등병실료, 선택진료비를 부분적으로만 급여화하여 공약이행은 커녕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보장성강화를 추진했다. 공약은 100% 국가책임이었는데, 막상 기존의 본인부담금에서 경감되는 수준이 15-20%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내부적으로 보면 법정본인부담금조차 기존부담을 전혀 경감하지 못한데 기인했다. 도리어 초음파시술 같은 경우는 기존계획(이명박 정부의 보장성강화안)의 적용인구를 4대중증질환으로 축소하여 약 200만 명의 보장성 강화도 축소했다.
여기에 2015년에는 공공부조인 의료급여 환자의 보장성을 축소하고, 일반 국민들의 장기입원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1달 이상 입원하면 법정본인부담금을 기존의 20%에서 30%까지 올리는 안을 여론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에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건강보험 흑자국면에 명백히 역행하는 보장성 악화 정책들이었다.
이런 정부의 건강보험 긴축정책들로 인해, 국민들은 낸 보험료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은 지금 심각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부유한 계층은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에도 경제적 여력이 있어 실손보험같은 민간보험을 가입하거나 직접 부담을 감수하면서, 병원 이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서민들은 높은 본인부담금으로 아파도 병원 이용을 자제해 건강보험 흑자가 매년 수조 원씩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아픈 사람들과 그 가족까지 빈곤층으로 추락하게 되는 ‘재난적의료비’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누적금(흑자)에 대한 올바른 접근은 잘못된 의료정책을 교정하고, 국민들의 의료비를 인하하여,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 이용을 자제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된 정책의 산물인 건강보험 흑자로 금용상품 등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후안무치한 발상이다. 건강보험 누적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개선하여 국민들의 실질적인 의료비 인하를 하도록 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 국민건강보험의 특징

재정의 대부분을 가입자가 내는 구조

국민건강보험은 공보험임에도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가입자의존성(수익자부담원칙)을 고수한다. 2014년 기준으로 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 비율은 87%이고, 정부는 국고에서 고작 13%만을 부담했다. 그나마 정부가 법에 명시된 국고지원금을 제대로 지원한다면 정확하게 16.6%가 되어야 하지만, 예상금액을 낮게 산출하여 막대한 금액을 매년 누락해왔다. 그 결과 한국은 OECD 국가에서 국고지원을 가장 낮게 하는 공보험 보유 국가이다.

여기다 정부가 사후정산을 하지 않아 계속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2012년 14.8% --> 2014년 13.7%). 10여년 전부터 예측치의 20%가 아닌 사후정산을 통해 실질적인 20%를 지원하라는 요구가 계속 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여기다 건강보험 정책은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결정하는 방식도 가입자, 공급자, 정부가 합의를 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결정한다. 이것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건정심은 건강보험 적자 때문에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기구였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건강정책을 형식상은 논의한다. 해외의 경우를 볼 때, 가입자의 보험요율을 결정하는데에도 공급자가 참여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이다. 물론 건정심도 실제 가입자를 대표하는 사람이 극소수에 지나지 않아, 그 동안 흑자를 쌓아두고도 국민의료비 인하에 쓸 수 없었다. 또한 낮은 가입자 대표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의료 정책은 정부가 원하는 데로 흘러간다.
이렇게 허수아비 기구처럼 운영되는 사회적 합의기구라도 존재하지만, 이번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계획은 아예 형식적인 가입자들과의 논의도 일체 없다. 또한 이를 상의하려는 계획도 없는 단순한 정부의 일방적인 투자운용계획만 통보되고 있다. 사실 계속되고 있는 일방적인 계획발표 과정만 본다면, 건강보험재정이 거의 전적으로 국고지원으로 운영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정도다.
따라서 이번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계획은 낮은 국고지원에도 모자라, 건강보험의 주인인 국민들을 객체화 시키고 기존의 형식적 절차조차 무시하는 탈법적 행위이다.

 

현물서비스만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보험

한국의 건강보험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현물서비스에만 의존한다. 우선 상병수당 이 없다. 사실 중요한 의료보장인 상병수당이 없어 수많은 국민들이 아파도 소득이 없어져 일터에 나가거나 조기에 퇴원하는 나라로,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동안 일관되게 상병수당의 도입  상병수당의 도입은 그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서도 계속 주장되어 왔으나, 아직까지 도입 시범사업조차 요원하다.
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매번 이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현금급여가 없다는 점은 건강보험 재원이 그 해 이용 가능한 의료서비스라는 제한된 형태로만 제공된다는 점으로, 의료공급 및 수요에 특별한 요소가 없는 이상 적립자체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때문에 누적 적립금 자체가 잘못된 단기재정추계를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그 다음연도에 보장성 강화나 보험료 인하로 해소되었다. 대표적으로 2005년 1조5천억의 흑자가 발생하여 암등 중증질환의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방식의 보장성 강화가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들어 그간의 흑자를 적립만 하고 보장성강화나 보험료 인하에 투입하지 않은 점은 여러 가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첫째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축소하려는 시도 ‘적자 엄살’ 건강보험 5년 연속 흑자, 매일경제, 2015년 4월 12일 – 이 기사에서 기재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올해 세입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33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에서 단기 상품 운용만 하는 12조 원대 건보 재정을 그냥 두는 것은 재정효율성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며 "국가 재정과 건보 재정을 감안해서 건보 지원액을 결정해야지, 지금처럼 경직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 가 나와 있다.
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두 번째는 건강보험을 기금화하여 누적금을 합법적으로 금융시장등에 투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었다. 무엇이 되었건 연금처럼 미래 특정 시기에 현금으로 제공되는 현금서비스가 부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의 경우는 적립금의 존재자체가 논리적 법리적 문제점을 가진다.

 

건강보험은 누적된 자금이 필요 없는 1년 단기 재정운영 계획

여기다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1년 단기 재정운영계획을 가진 사회보험이다. 단기계획을 중장기계획으로 바꾸려면, 최소한의 중장기 재정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건강보험의 재정악화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면서 핵심변수인 의료공급개혁(공공병원설립, 의료전달체계, 지불제도등)에 대해서는 로드맵조차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작년에 기재부가 발표한 ‘2060 장기재정전망’에서도 건강보험을 끼워넣어 ‘재정수지’의 전망을 1925년에는 적자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재정전망의 전제조건에 무려 건강보험의 보험료율은 현재보다 33%나 인상되는 상한까지 올리는 걸 전제했다. 이 재정전망에서 의료공급쪽 변수에 대해서는 공공의료지출을 70%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요소에 대한 설명이 없다. 특히 재정고려사항의 핵심인 의료공급구조에 대해서는 전망도, 분석도 언급도 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공급구조와 의료이용행태가 유지된다는 전망하에 재정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현재의 건강보험재정결정구조에서는 정상적이라면, 적립금만큼 국민들의 보험료를 당장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 된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보험료는 요율까지 매년 인상된 바 있다. 물론 지난 5년간 보험요율 인상의 근거인 재정자료에서는 무려 17조의 누적흑자를 예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는 무려 연말에 한해 4조 8천억의 흑자를 발생했던 2014년의 경우 그해 6월까지도 마찬가지였다<표 2-2>.

따라서 단기재정의 수입지출도 맞추지 못하는 현 정부의 재정전망을 무려 20년에서 40년까지 믿으란 것은 전혀 믿지 못할 일이 된다. 무엇보다 그간 단기 재정운영체계에 대한 평가와 심판도 없는 상황이 더 이상하다. 잘못된 건강보험재정전망을 제시한 누군가가 우선 책임이라도 져야 ‘장기재정전망’을 일부라도 신뢰하던지, 누적금을 사용하던지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현재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재정전망은 단순히 정권의 입맛에 맞춘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

 

국고지원 축소시도와 긴축의 모순

결론적으로 정부가 이러한 장기재정전망의 암울함을 이야기하면서도 국고지원을 확대하려고 하기는 커녕 국고지원을 축소하려는 시도는 논리모순이다.
실제로 기재부는 장기적인 재정안정성을 위해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추어 일반소비세에 일정수준의 ‘건강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또한 현재 논의만 무성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방안도 사실 건강보험 재정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으로도 볼 수 있다. 중장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안을 무려 1년이 지나서 발표한 점 박근혜 정부는 2014-2018년 중기보장성 강화계획을 무려 1년이나 지난 2015년 2월에 발표한 바 있다.
, 당시 발표된 보장성 강화계획 조차 매우 선별적이고, 실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 앞서 보았듯이 의료급여환자의 비용절감, 입원비 본인부담인상 등이 추진되었다는 점을 모두 종합해보면,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현 정부의 노선은 명확한 ‘긴축노선’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지 않고, 돈을 계속 적립한 이유를 여러가지로 유추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우선 건강보험에 그나마 13% 가량을 차지하는 국고지원 축소 시도가 배경으로 충분히 의심된다. 실제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추어 기재부에서는 일반소비세에 일정수준의 ‘건강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런 논의는 대부분 국고지원금의 축소이후를 대비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술 더 떠 이를 투자해서 적립금을 더욱 늘리겠다는 것도 기존의 국고지원 축소계획을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의심될 만하다.

 

법리적인 문제

건강보험 누적금의 전용은 법률로 금지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 38조에 보면, 준비금(누적흑자)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에 충당하거나 지출할 현금이 부족할 때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질의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14조제2항에 의거하여 자산의 관리‧운영 및 증식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상 누적금은 준비금이지, 자산이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 하는 자산은 국민건강보험이 소유한 부동산 및 공단운영자산을 뜻한다. 이를 교묘히 누적금을 자산으로 왜곡 표현해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이 낸 보험금은 법률상 자산이 될 수 없다.
보건복지부조차 답변에서 투자방침이 ‘현행 법령의 범위 내에서 준비금의 수익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임’이라고 답변하여, 준비금을 투자금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는 앞서 보았듯이 준비금은 보험급여 및 지출할 현금 부족 이외에 사용할 수 없다는 법률위반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막대한 흑자조차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부끄러운 일이건만, 아예 법률까지 어겨가며 이를 투자운용 운운한 것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는 법률조차 확인하지 않는 무지의 산물이거나, 법률은 가볍게 어기겠다는 막가파식 발상으로 그간 박근혜 정부가 수많은 법률의 위임 범위조차 어겨가며, 하위법령인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등으로 각종 의료 영리화, 민영화 정책을 강행하였다. 결론적으로 법률의 허용된 범위를 넘는 건강보험에 대한 투자운용은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소결

한국의 건강보험은 상병수당 등의 현금급여가 없는 것은 물론, 보험자가 직영하는 의료기관도 없고(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유일한 예외), 여기에 심사평가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독립적인 공적기구로 편성되어 있어, 그간 건강보험공단이 징수기관일 뿐이란 비판이 있어왔다. 아무리 그간 건강보험정책을 정부가 임의로 정했다고 해도, 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나 보험요율 결정 문제가 아닌 투자운용은 일방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다.
건강보험 흑자는 현 정부의 건강보험정책 전반의 실패를 반증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우선적인 재정학적 판단과 반성, 그리고 시정이 요구된다.
현재 정부는 민간보험의 심사평가기능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허용하려는 시도와 병원에서 직접 민간보험에 의료비를 청구하도록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을 민간보험처럼 금융상품화 하려는 시도다. 여기에 자산운용까지 가능한 ‘단기상품’으로 건강보험을 둔갑시키는 것은 이념상으로 볼 때 공보험을 ‘민영화’하는 효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민간보험과 경쟁하는 공기업이 운영하는 ‘보험상품’으로 사회보험을 전락시키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향은 목적과 방향성, 그리고 그 의도 모두 매우 위험하다.
이번 협의체는 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로 7대 사회보험 이사장이 모두 모인 구조로, 기재부가 사회보장제도를 좌지우지하려는 월권행위인 것은 물론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의 작은 예시로 보인다.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는 기재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을 비롯한 장관들(교육부, 문화관광부 등)에게 ‘서비스산업발전기본계획’을 고지하는 구조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기재부독재법’이라고 불리게 만든 핵심조항이다. 기재부의 경제논리가 실질적인 복지제도 운영에 대한 침해로 나가서는 결코 안되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예이다.
기재부가 개입하는 사회보장제도와 보건의료정책은 모조리 돈벌이 수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부자들은 투자금을 확보해 기쁨의 비명을 지를 테지만, 서민들은 불필요한 비용 부담과 위험 부담을 안게 되고, 결국 사회보장제도가 민간보험 수준으로 전락하며 최종적으로는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피폐화를 만들어 낸다. 특히 건강보험은 국민들이 재정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구조다.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를 투자금으로 사용하는데에는 절차적으로도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정책 실패의 근거인 흑자를 빌미로 국고지원 축소를 획책해서는 안된다. 특히 자산운용을 잘해서 비용의 일부를 책임지라는 논리는 매우 천박하다. 해외의 경우처럼 건강보험에 대해서 국고지원을 체계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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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여성이 평생동안 아이를 낳는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2022년에 0.78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고 이에 대응하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회정책이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한 개인의 결혼과 출산 결정은 한 개인의 생애과정의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반해, 현재 주요하게 나타나는 관련 정책들은 출산 시기나 그 이후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진 경향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이 글은 출산에 맞추어진 초점을 그 이전의 단계, 즉 성인 이행기(the transition period to adulthood)에맞추어 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성인 이행기가 길어지고 있고, 여기에 가중된 자립의 어려움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글의 접근이 실제 결혼과 출산 결정 유보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이라면, 합계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정책은 비단 출산과 그 전후 시점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성인 이행기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성인 이행기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여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여기서는 오늘날 아동·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나아가는 과정, 즉 ‘성인 이행기’가 길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저출산 정책과 청년 정책의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길어진 성인 이행기: 교육기간, 혼인연령, 출산연령의 예

성인이 되는 것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만19세가 넘으면 법적으로 성인이 되지만, 이 연령이 지났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당장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자신이 성인이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의 성인 자각을 조사하였을 때 20대 초반의 성인 자각은 매우 낮은 편이었고, 20대 후반에 들어서야 절반 이상이 자신을 ‘가끔’ 혹은 ‘항상’성인이라고 느낀다고 하였다(유민상 외, 2022). 이는 이 시기가 아동·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시기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동·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의 전환기 혹은 이행기(transition period)가 나타나고, 길어지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 선진국들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아네뜨(Arnett, 2000)는 이러한 시기를 새로운 성인기 혹은 발현 성인기(emerging adulthood)라고 불렀는데, 아동·청소년기에서 성인기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시기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안정된 직업을 탐색하는 시기가 등장한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법적으로 성인 연령이 되면 바로 노동시장에 나가거나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시기가 근래에 들어 대학교육이나 훈련을 받고 직업생활을 하고 조금 늦게 결혼과 출산을 하는 시기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성인 이행기가 길어지는 현상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그리고 성인 이행기의 자립을 지원하는 국가 수준의 청년 정책의 출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다음은 길어진 성인 이행기를 보여주는 지표와 이를 어렵게 만드는 지표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1) 길어진 교육 기간

현대 산업사회는 과거에 비해 긴 교육이나 훈련을 요구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서 오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 많아지고 있고, 최근에는 대학원 학위를 추가적으로 필요로 하는 직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학 입학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높은 고등교육 진학률로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 10% 남짓하던 대학진학률(고등교육 진학률)은 2020년대 70%를 넘어서고 있다. 그 이상의 역량을 쌓기 위해 방학이나 휴학 기간 중 추가적인 경쟁도 늘어나는 추세이며, 휴학과 졸업 유예 등으로 이러한 시기를 더 늘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2) 늦어진 혼인 시기

혼인 시기도 점차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1990년에 여성의 평균 혼인 연령은 24.78세였으나 2021년에는 31.08세로 높아졌고, 2022년에는 31.3세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연령별 혼인율을 보면 이러한 변화가 더 잘 눈에 띈다. 1990년대 여성의 혼인은 20대 후반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2022년에는 30대 초반의 혼인율이 가장 높아졌다. 여전히 여성들은 사회가 주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연령 규범의 부담을 안고 있겠지만 실제로는 이전보다 늦게 혼인을 하거나 아예 혼인을 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서 탈표준화되고 있다. 이러한 탈표준화의 방향에 결혼이나 출산을 빨리 하려는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고 있고, 반대로 결혼과 출산의 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3) 늦어진 출산 시기

혼인 시기가 늦어지면서 출산 시기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 2000년에만 하더라도 여성은 평균적으로 20대에 결혼하고 출산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은 30대 초반에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는 경우가 가장 많아지고 있다. 다만 이 시기의 다른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상태로 인생 경로의 탈표준화를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4) 성인 이행기 지연 요인으로서의 높은 니트 비율

이상에서 살펴본 것은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 단계로의 시간이 연장된 이유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까지가 더 험난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타당하다면, 우리나라 청년들이 자주 경험하게 된 니트 상태(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탈표준화되는 인생 경로

지금까지 길어진 성인 이행기를 보여주는 지표와 이를 어렵게 만드는 지표에 대해 살펴보았다. 과거에는 결혼과 출산이 인생의 중요한 단계이며 개인이 따라야 하는 사회 규범으로 작용하였다. 이는 많은 이들이 결혼이 적합하다는 사회적 시기에 따라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는 동기 혹은 추동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 단계 혹은 표준화된 단계는 점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이 필수적인 생애 과업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 과업으로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은 변화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2020년에 시행한 「청소년종합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13-24세의 청소년들은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에 대해 39.1%만이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2017년 51.0%에 비해 12%p 가량 하락한 수치이다. 특히 남자는 42.9%, 여자는 34.8%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나타나는 변화라는 걸 보여준다. ‘결혼을 하더라도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에 대해서는 60.3%가 동의하였다. 이는 2017년 조사 결과인 46.1%에 비해 증가한 수치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청소년들이 ‘반드시’ 결혼이나 출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을 점차 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점차적으로 결혼과 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역시 ‘선택’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2016년~2021년까지 시행한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2016년 결혼과 출산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은 전체의 50%가 넘었으나, 2021년 조사에서는 30%대로 줄어들었다. 대신 결혼과 출산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청년들의 비율이 가장 많아졌다. ‘결혼할 필요 없음’과 ‘자녀를 가질 필요 없음’은 각각 6.6%와 7.3%로 아직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결혼과 출산은 반드시 해야 할 인생 과업은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선택할 수 있는 여전히 선호되는 선택지라는 것이다. 

요컨대 모든 사람이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가 원하고 있으므로 여전히 결혼과 출산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다만 이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지만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과 환경에 있지 않은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표준화된 인생경로를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인생경로를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삶의 질 지원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저출산 정책과 청년 정책의 방향

이 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저출산 정책은 더 생애주기적 관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고,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성인 이행기 동안의 자립 지원을 통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성인 이행기에 있는 청년들이 자립을 하고, 그 이후 새로운 사회적 결속과 재생산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련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이는 청년 정책의 영역도 아니었고 저출산 정책의 영역도 아니었으나, 이제는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정책 영역이 된 것이다. 청년 정책에서 성인 이행기 자립을 지원하고, 저출산 정책에서 그 이후의 재생산과 관련된 지원을 담당하되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청년 정책에서 모호하고 상징적으로만 다루어졌던 성인 이행기 자립에 대한 개념적 명확화와 실행 방안 정책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정책 방향을 검토해볼 수 있다. 첫째, 성인 이행기 니트 청년의 지원이 필요하다. 성인 이행기가 지연되는데 일조하고 있는 니트 상태와 관련하여, 청년들이 니트 상태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 더 확대되고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니트 상태에서 벗어나는 정책은 개인이 가진 권리 차원에서 제공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하며, 권리적 차원의 정책지원은 유럽의 청년 보장(youth guarantee)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성인 이행기 자립 시기를 앞당겨주는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학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그리고 결혼자금을 마련하느라 길어지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학자금 상환을 위해 긴 시간을 쓰는 청년들을 위해 보편적인 무료 대학 교육을 상상해볼 수 있고, 교육 시기의 장학금과 생활비와 같은 지원금(stipend), 주거비 지원도 함께 고려해볼 수 있다. 이는 고등교육으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을 상환하기 위해 쓰는 시간을 앞당겨줄 것이다. 셋째, 성인 이행기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에 개인과 가족의 지원에 의해 지원되고 투자되었던 교육, 결혼, 출산에 대한 부담을 사회적 부담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불균등하게 가족의 투자와 지원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던 성인 이행기의 자립이 사회적 지원을 통해 보편적으로 균형 있게 이루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현 청년세대의 자립을 지원하여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를 갖기 위해 고려해야 할 장기적 부담(자녀에 대한 교육/취업/결혼 지원)을 줄여주는데 기여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길어지는 성인 이행기는 단순히 개인적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거대한 변화이다. 이는 특정 세대를 탓하고 출산을 강요하는 것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힘든 성인 이행기를 경험한 청년들, 그리고 그 이후 단계를 위해 노력하지만 힘겨움을 느끼고 있는 청년들에게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으라는 캠페인은 의미 없게 들릴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사회정책적 함의는 “사회정책이 국가적 이익과 사회적 효용을 위하여 개인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는 메시지를 던질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이 원하는 삶의 형태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러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인생에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리도록 지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이 자신의 인생에서 원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선택한 경로에 대해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발전되길 기대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 이 글은 2023년 2월 22일 보건복지부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서 발표된 ‘성인 이행기 청년의 결혼, 출산 인식과 함의’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해당 발표는 ‘유민상, 신동훈, 신영규, 박미희(2022). 청년 사회 첫 출발 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II: 성인 이행기 청년의 자립. 세종: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고서를 요약한 것임을 밝힌다

참고문헌

김기헌, 유민상, 배정희, 신동훈, 정지운(2021). 니트 등 비경제활동 청년층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한 정책방안 연구. 세종: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2020). 2020 청소년종합실태조사. 서울: 여성가족부

유민상, 신동훈, 신영규, 박미희(2022). 청년 사회 첫 출발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II: 성인 이행기 청년의 자립. 세종: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Arnett, J. J. (2000). Emerging adulthood: A theory of development from the late teens through the twenties. American psychologist, 55(5), 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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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3/04/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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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사회복지,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가?

성장이 일자리를 제공해주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경제성장과 기업의 활발한 활동이 시장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완전고용과 경제성장에 기반하여 전통적인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예전의 복지국가 모형이다. 이제 예전의 복지국가 모형만으로는 사회적 위험 대응에 자연스럽지 않다.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공공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수준은 다양하다. 예전의 취로사업과 같은 수준에서 최근의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노력이 나타나곤 한다.

 

최근의 정권에서는 모두 일자리 창출을 주요한 정책목표로 설정해왔다. 이번 문재인 정부도 일자리정책 로드맵을 제시하였고 공공일자리 81만개, 그 중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개를 목표로 제시하였다. 정권의 핵심 ‘공간’에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되어 정책의 진행정도를 수시로 점검한다고도 했다. 그것도 과거와 달리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강조되었고, 사회서비스원과 같은 기제도 맞물려 제시되었다. 얼마 전 일자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사회서비스 분야의 공공일자리 창출은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감과는 많이 다르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예전부터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노인일자리사업, 장애인일자리사업 등 일반 노동시장에서 경쟁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인구층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사업, 자활사업, 그리고 사회복지 분야에 국한되지는 않지만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과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는 같은 것이 아니지만, 일자리 정책에서 어떠한 위치에 각각 자리매김되고 있는지도 그 구분이 분명치 않다. 이번 호에서는 소위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와 복지분야 재정지원 일자리사업들의 현황과 이슈에 대해 살펴보았다. 

 

먼저 김형용 교수의 글을 통해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집행실적으로 홍보되는 부분들에 대해 그 허와 실을 짚어 보았다. 몇몇 부분에서 과거보다 진일보한 내용들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전 정부들에서 진행되었던 기존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하였던 사회서비스 분야 좋은 공공일자리가 ‘일거리’ 수준의 내용들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박경하 센터장은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해 살펴보았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이제 그 수가 100만개에 육박하고 연간 예산이 1조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이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라는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정식 일자리인지 사회활동에 기반한 수당지원에 해당하는지 성격이 모호하다. 참여인력이나 지원예산의 압도적 규모가 사회참여로 분류되는 공익활동에 해당하는데 그 급여는 월 27만원 수준이다. 최근에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공익활동의 2배가 넘는 급여수준으로 확장되고 있고 대표적인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 실적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글에서 노인일자리가 노동으로서 가지는 가치, 일자리와 사회활동 지원이라는 양자의 정책방향 혼재, 노인일자리의 사회적 기여도, 노인일자리의 한 부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간일자리의 지속가능성 문제, 하향식 노인일자리사업 인프라 구축의 한계 등의 쟁점을 짚어주고 있다.

 

이인재 교수의 글은 장애인일자리사업에 대한 것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으로서 일반형일자리, 복지일자리, 장애유형별 특화일자리 등 세 가지 분야로 구분되어 일자리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 해 약 2만 5천명의 장애인이 참여하고 있다. 이 글에서 일자리 신규개발과 표준화, 지원 인프라의 개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회적 가치화를 고도화하기 위한 정책과제가 제시되었다.

 

최상미 교수는 자활사업을 살펴보았다. 자활사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연계되어 편성되어 온 탓에 근로능력자에게 공공부조 급여를 그냥 제공할 수는 없으니 부과하는 ‘주저하는 복지국가’로서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는 부분을 지적한다. 공공부조제도와 연계되어 ‘자활’의 개념을 소극적으로 설정하면서 나타나는 자활사업의 정체성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일자리 문제는 말 그대로 시대적 과제이다. 노동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다시 설정해야 함을 주장하는 입장도 비등하다. 기본소득이나 참여소득의 제기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의 공공분야 고용은 서구국가들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다. 사회서비스 분야가 일자리 창출에서 중요한 핵심영역이 될 것이라는 것 역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바이기도 하다. 정부는 사회서비스 공공일자리의 당장의 수치에 매몰되어 혹세무민하는 식의 수치 성과홍보에만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 그 내용과 현실을 숙고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할 것인지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복지분야의 재정지원 일자리 역시 같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금, 2021/07/0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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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한계채무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기준 중위소득 대폭 인상 필요하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가 7월말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73개 복지사업의 기준선으로 쓰이므로 그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삶의 한계선에 내몰린 우리 사회 저소득 이웃들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매년 중생보위 결정에 따라 수많은 빈곤 시민들이 그나마 삶의 부담을 한시름 덜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지옥 같은 삶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며 근근히 버텨야 할지가 판가름 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복지사업의 수혜자들 외에도 기준 중위소득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법원의 개인회생절차를 통해 변제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채무자들이다. 

 

공적채무조정 중 개인회생 채무자의 생계비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 기준

 

법원의 개인회생절차는 비록 고정적인 수입은 있으나 과도한 채무를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인 한계채무자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제도이다. 채무조정제도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한 금융회사의 채무를 조정하는 사적채무조정1)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법원을 중심으로 채무관계 청산을 위해 제반 사항들을 처리하는 공적채무조정이다. 공적채무조정에는 채무자의 자산 처분을 통해 채무관계를 청산하는 파산절차와 특정 기간2) 동안 채무자의 가용소득을 모두 채무 변제에 지출하도록 하고 그 후 채무를 청산하는 개인회생절차가 있다. 

 

그런데 이 개인회생절차에서 가용소득을 산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기준 중위소득이다. 채무자회생법 제579조에 따르면 개인회생 채무자가 갚아야 할 돈에 해당하는 “가용소득”은 채무자가 수령하는 모든 수입 중 ① 세금 납부를 위해 필요한 금액, ② 채무자가 사업자일 경우 사업의 계속을 위해 필요한 비용, ③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계비를 제한 후 나머지 모든 금액으로 규정되어 있다.3) 이와 관련해 법원은 개인회생 채무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변제의무에서 제외되는 생계비 산정을 기준 중위소득의 60% 수준에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4)

 

기준 중위소득의 60%에 맞춰진 개인회생 채무자의 생계비 기준

낮은 생계비 인정 수준과 생활 압박은 개인회생절차의 성실한 이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

 

물론 개인회생 절차에서 법원의 재량에 따라 생계비를 적절히 조정해 책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고는 있다. 실제로 서울회생법원은 별도의 ‘생계비 검토 위원회’ 의결을 통해 기준 중위소득 60%에 해당하는 생계비 외 추가 생계비를 보장하기도 했다.5) 그러나 이는 그 어느 법원보다도 채무자 회생에 우선 순위를 두고 도산제도를 운영하는 서울회생법원에 국한된 예외적인 경우이고, 통상 법률상 ‘원칙’ 준수를 강조하는 사법부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즉, 서울회생법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법원의 공적채무조정은 여전히 채권자의 재산권 보장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개인회생절차를 이행하는 많은 채무자들이 중위 기준소득의 60%에 해당하는 생계비만으로 그 과정을 견뎌내야만 한다. 

 

지난 4년간 전국 평균 월세 가격은 2017년 6월 56만 원에서 2021년 6월 65만8천 원으로 17.5% 증가했다.6) 그러나 기준 중위소득은 지난 4년간 평균 2%가량 상승했을 뿐이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한계채무자 중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생계비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전국 각 지방법원이 2017년~2019년 기간 동안 개인회생 및 변제 수행으로 채무청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채무자 수는 약 19만6천 명인데 이중 14%에 해당하는 27,537명이 개인회생절차를 도중에 포기했고,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소화된 생계비만으로는 그 과정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채무자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개인회생제도가 과도하게 낮은 생계비 기준, 나아가 그 근거가 되는 기준 중위소득7)문제로 인해 그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결국 기준 중위소득 인상만으로도 개인회생 채무자들의 생계조건은 크게 개선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채무청산에 성공하는 개인채무자들 역시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기준 중위소득의 인상은 개인회생 채무자의 채무청산과 사회복귀 넘어 

그간 정부가 방기한 기본 책임을 이행하는 일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채무자들은 매월 꾸준히 자기의 가용소득 모두를 변제로 차감하더라도 빚을 갚고 회생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면, 채무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하는 사회적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우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들은 늘어날 것이다.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200%에 달하는 현 상황,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가계부채 리스크가 가장 심각한 나라인 현실은 국가가 조세수입 또는 정부부채를 동원해서라도 구축했어야 할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게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그 공백을 일반 국민들 각자의 빚으로 메꾸어왔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8) 따라서 정부가 또 다시 기준 중위소득을 최소한으로만 인상하려 하면서 그 이유로 재원부족을 구실로 삼은 것은 정말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정부는 그간 자신들이 방기하고 있었던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고,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시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기준 중위소득 인상에 적극 나섰어야 했다. 


1) 프리워크아웃, 워크아웃이 이에 해당한다.

2) 현행법상 3년 이내, 2018. 6. 13.이전에 개인회생 변제 절차에 돌입한 개인채무자는 5년 이내.

3)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79조(용어의 정의) 이 절차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가용소득”이라 함은 다음 가목의 금액에서 나목 내지 라목의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가. 채무자가 수령하는 근로소득ㆍ연금소득ㆍ부동산임대소득ㆍ사업소득ㆍ농업소득ㆍ임업소득, 그 밖에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모든 종류의 소득의 합계 금액

나. 소득세ㆍ주민세 개인분ㆍ개인지방소득세ㆍ건강보험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다.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생계비로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최저생계비,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연령, 피부양자의 수, 거주지역, 물가상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정하는 금액

라. 채무자가 영업에 종사하는 경우에 그 영업의 경영, 보존 및 계속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

4) 개인회생사건 처리지침(재민 2004-4) 

제7조(채무자의 소득의 산정) 

② 법 제579조 제4호 제다목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최저생계비, 채무자 및 그 피부양자의 연령, 피부양자의 수, 거주지역, 물가상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정하는 금액”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6조의 규정에 따라 공표된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 당시의 기준 중위소득에 100분의 60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적절히 증감할 수 있다.

5) 서울회생법원, 2021. 2. 16., 생계비 검토위원회 회의 의결 사항 참고.

6) 한국부동산원, 2017. 6.~2021. 6. 평균월세가격(검색일: 2021. 7. 25.)

7)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8) 이와 관련해 독일의 사회학자 볼프강슈트랙은 유럽 사회에서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화와 국가-자본-노동 역학관계의 변화로 국가의 조세 확보 능력이 떨어지면서 그 재원을 국가부채의 부담으로 전이시켰고, 이마저 여의치 않자 다시 그 부담을 가계에 전가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볼프강슈트랙, 『시간벌기』, 2015년 김희상 옮김. 참고). 한국의 경우에는 애초에 유럽과 같은 수준의 복지정책, 공적서비스 제공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각 개별 가구는 사회적 생존을 위해 자산 확보 전략에 매진하거나 부족한 공적서비스를 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채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목, 2021/09/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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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평등한 돌봄을 위하여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돌봄의 국가 책임

 

지금은 백세시대. 더 나아가 백이십세 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삶의 변화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밤새 술을 마셔도, 전날 10키로를 달려도, 시험공부한다고 이틀동안 밤을 새도 금새 회복하는 20대의 몸으로 평생을 살 수 없다. 기계는 고장나면 새 부품으로 갈아끼울 수 있지만 인간의 몸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된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이치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미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웃도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세계에서 유례 없는 빠른 속도다. 고령화가 진행됨과 동시에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0.84명까지 떨어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생산가능인구가 준다는 것은 부양 부담의 증가를 뜻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19)는 2067년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102.4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년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67년은 생각보다 많이 남지 않았다. 저출생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저 시기는 더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 돌봄은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내가 나이를 먹으면 누가 돌봐주게 되는가. 우리나라는 견고한 가족 중심 돌봄 사회다. 가족 돌봄이라는 거창한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돌봄은 국가가 아닌 가족 개인의 몫이며 돌봄을 위해서는 가족 개인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만약 나에게 가족이 없다면? 돈이 아주 많은 부자라서 주치의를 두고 비싼 병실에서 비싼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가족돌봄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돌봐줄 사람 없인 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노인 1인가구는 증가하고, 돌봄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심해지는 돌봄 격차를 가속화했다. 시설이 문을 닫고 노인들은 집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들어선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돌봄 격차는 여전히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보육, 요양 등 모든 곳에서 사회서비스가 확충되어야 하는 이유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사회서비스는 국가와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 서비스를 총칭하는 말로 쓰인다. 가족 돌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돌봄 제도의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주장해온 것이 바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돌봄 영역이 민간에 맡겨져 운영되어 왔다. 미비한 보육, 요양시설 확보를 위해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했고, 부족한 사회서비스 인력을 단기 양성해 현장에 투입했다. 그러다보니 고질적으로 질 낮은 서비스와 열악한 근로자 처우 문제가 발생했고 시민들의 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돌봄 현장에서 시민들은 낮은 서비스 질과 열악한 근로자 처우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고, 참여연대는 사회서비스 질적 전환을 위한 공공성 확보를 촉구하며 꾸준히 대안을 제시해 왔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과제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확충’이 선정되어 시민들은 사회서비스 확대와 공공인프라 확충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품질 향상을 기대했다. 참여연대 또한 논평을 발행하며 종사자 처우 개선과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 결정을 환영했다. 사회서비스 공단이 분절된 공공서비스로 남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책임성 있게 보장될 수 있도록 전달체계에 대한 보완 요구도 덧붙였다. 국가가 직접 사회서비스 공단을 운영하고, 돌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데 대한 환영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인 2018년 예산안에는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에 관한 예산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통해 돌봄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과 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 책임이다. 시민들에게는 누구나 차별 없이 존엄하고 질 높은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시민사회는 정부에게 계속해서 요구했다. 내 아이, 내 부모, 나아가 나를 위한, 모두를 위한 돌봄 안전망을 하루빨리 구축할 것을.

 

 

높고 험한 국회의 벽

 

2018년 5월 4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11인이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도지사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설립 절차, 운영 등과 관련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발의되었다. 그러나 당시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채 임기만료폐기되었다.

 

법안은 좌절되었으나 2019년부터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사회서비스원은 2021년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등 11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나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어 시설들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긴급돌봄을 시행하는 등 돌봄 사각지대를 완화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남인순의원은 2020년 6월,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사회서비스원법)」을 재차 발의했다. 이 법은 국민들에게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근간이 되는 법안이기에, 무엇보다 빠르게 통과시켜 시행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국회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반대하는 민간기관들의 강력한 저항이 계속되었고, 이에 동조하는 국회의원들이 생겨났다. 야당인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민간기관을 뒤에 업고 「사회서비스 강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사회서비스원을 민간 법인 형태로 설립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인가를 받도록 하고,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과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사업에 국한했다. 이종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사회서비스원의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전면으로 훼손하는 민간 중심의 법안인 것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며 이종성 의원의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사진1-1> 2020. 11. 19. 목요일 오전 9시 30분, ‘공공성’ 당보된 ‘진짜’ 사회서비스원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국회 소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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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시민사회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논의가 지체된 법안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2020년 12월 9일까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후퇴에 후퇴에 후퇴를 더해서

 

2021년 5월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드디어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통과된 법안의 내용은 시민사회의 염원과 달랐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안의 핵심 내용인 ‘사회서비스원 국공립 우선위탁’ 조항을 ‘민간이 기피하는’ 기관으로 한정하고 위탁의 의무조항을 임의조항으로 수정했다. 현재 보육, 노인, 장애인의 공공영역 비율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은 겨우 0.64%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민간기관은 공공이 민간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국회가 이를 받아들여 우선위탁 조항을 후퇴시켰다. 이 핵심 조항의 후퇴는 지자체가 설립한 사회서비스원이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정책효과를 스스로 제한하는 모순적인 결정으로, 사회서비스원의 운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영유아,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서비스 시설을 설립하더라도 여전히 민간에 위탁되거나, 결과적으로 사유화되어 운영되는 기존의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라는 사회서비스원의 정책목표가 훼손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그토록 염원했던 사회서비스원법의 통과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상임위 통과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추후에 후퇴된 조항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의 근간이 되는 사회서비스원법이니만큼 이를 계기로 국민들이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받고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서두에도 언급했듯, 돌봄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며 국민들은 누구나 평등하게 돌봄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민간 중심 복지체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8/31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었다. 법안의 통과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운동의 끝은 아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좋은 돌봄, 인권이 보호되는 돌봄을 위해 참여연대는 계속해서 달릴 것이다.

 

목, 2021/09/0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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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 : 인간의 패러독스와 경계 짓기로 배제되고 있는 이주민의 사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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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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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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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1/09/0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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