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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 ③] 저들은 왜, 밥 먹는 자리를 철거하려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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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 ③] 저들은 왜, 밥 먹는 자리를 철거하려 할까요

익명 (미확인) | 목, 2016/06/23- 22:18

강정마을에 한 번이라도 와봤던 사람이라면, 삼거리 식당의 맛있는 밥 한 끼를 기억할 것입니다. 구럼비로 가는 길목 중덕 삼거리에는 누구에게나 열린 식당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온 연대의 식자재와 마을 삼촌의 정성으로, 강정에 온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채워줬던 삼거리 식당. 지금 그곳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서귀포시는 최근 제주해군기지 옆 크루즈터미널 진입도로 건설을 위해 삼거리 식당과 해군기지 공사를 감시해왔던 망루, 지킴이들이 살고 있는 컨테이너 등 시설물을 강제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왔습니다.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삼거리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던 강정의 식구(食口)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연속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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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왜, 밥 먹는 자리를 철거하려 할까요

[강정마을 삼거리 식당을 지켜주세요 ③] 강정 식구들께 밀양에서 드리는 편지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

 

 

밀양식구와 강정 식구들

 

 

 

 

 

 

 

 

 

 

 

 

 

 

 

 

 

 

 

 

 

 

▲  강정 삼거리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밀양 식구들과 강정 식구들 ⓒ 남어진     

 

 

강정 식구들 안녕하세요. 밀양대책위 이계삼입니다. 강정마을 삼거리식당 행정대집행 계고 소식을 듣고 저는 퍼뜩 강정 식구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작년 여름, 밀양 어르신들과 제주공항에서 헤어질 때, 아쉬워서 눈이 빨개지도록 울던 강정 식구들.


때마다 어르신들 드시라고 한라봉 상자를 산처럼 보내주는 성규 삼촌과 고권일, 조경철, 강동균 아저씨들과 정 많은 강정 주민들, 그리고 낡은 초록색 점퍼를 입고 묵묵히 담배를 태우고 계실 문정현 신부님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그들이 동그마니 삼거리 식당에 모여 쇠사슬을 묶고 행정 대집행하러 쳐들어오는 자들을 기다리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잠시간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었어요.

 

어제는 또 먹먹한 소식을 들었네요. 한 언론이 4월 16일, 그날, 세월호에 강정 해군기지 공사에 쓰일 철근 400톤이 실려 있었다고, 그 철근이 배의 복원력을 현저하게 약화시켰다는 의혹을 보도한 것이지요. 잠시간 기분이 멍했어요. 저 악들은 어떻게 저렇게 강고하게 연대하고 있는가. 악업의 연은 왜 이리 질기고도 집요한가. 그 소식을 들었을 강정 식구들의 마음은 얼마나 무너져 내렸을까.

 

당신들이 강정 해군기지를 막아내지 못해서가 아니라고, 당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당최 말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글쓰기가 무척 힘이 들었네요.

 

그래요. 언어라는 건 정말 무력해요. 우리가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때가 온다고, 그때까지는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한다는 신동엽 시인의 어느 구절이 떠올랐지만, 그것도 위로가 되진 않았어요. 말이 되지 않는 상황들, 말을 훌쩍 뛰어넘는 현실들이 나날이 이어지는데, 지금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어떤 글을 써야 하나.

 

10년의 세월이네요. 남은 자들이 져야 할 짐이 무겁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끝난 줄 아는 싸움의 현장을 지켜야 하는 이들의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떠날 수 없는 사람들,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떠나 버린 자신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곤 해요. 저 자신의 처지가 꼭 그러하기 때문이겠죠.

 

다이어리를 찾아보니 3월 31일이었더군요. 제가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지난 총선 선거운동 기간 첫날, 광화문 광장에서 밀양 어르신 스물여덟 분의 입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몇 분 어르신들과 첫 일정으로 강정마을을 찾았을 때 제일 먼저 들어오던 풍경은 우뚝 서 있는 해군기지 건물들이었어요. 지난여름 다녀가고 불과 몇 달이 흘렀을 뿐인데,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완공되어 있더군요.

 

좀 참담한 기분이 되어 기지 주변을 걸어 다니다가 어느 건물 외벽에 '내가 너희를 지켜주리라'고 구약성서 열왕기의 한 구절을 큼지막하게 박아놓았던 것을 보고 해일 같은 짜증이 몰려오던 기억이 나요.

 

도대체 누가 누구를 지켜주겠다는 거지? 저는 그 글귀가 문정현 신부님과 평화활동가들과 주민들을 조롱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저치들을 지켜주겠다는 하느님은 대체 누구냐고 소리치고 싶었어요. 더러운 전쟁광들, 군수 자본, 토건 자본, 저 오래된 평화의 적들을 도대체 누가 지켜준다는 거지?

 

10년의 싸움, 밀양에서 강정으로 이어지는 질문

 

SKYM 강정기행
▲  강정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연대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 "세월호, 쌍용차, 용산, 강정, 밀양 청도. 모두 우리 마을입니다" ⓒ 남어진

 

저는 밀양의 투쟁을 생각하듯 간간이 지난 10년의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싸움은 또한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곤 해요. 그 아름답던 구럼비를 깨부수고 들어앉은 해군기지, 철썩이는 파도 소리 대신 울려 퍼지는 군가, 무시로 드나드는 거대한 전함, 군복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군인들, 개발과 돈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업자들과 그 압도적인 완력들에 주눅 든 주민들과 떠날 수 없는 지킴이들을 생각했어요.

 

10년의 싸움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강정의 질문이면서 또한 밀양의 질문이에요. 밀양은 강정처럼 34억 원 구상권 청구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주민과 활동가들을 탄압하던 경찰지휘책임자가 제1야당과 진보정당의 단일후보로 선출되어 총선에 출마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어이없는 일까지는 겪지 않았지만, 아주 비슷한 일들을 계속 겪어왔잖아요.

 

마을 앞뒤를 빙 두르고 늘어선 거대한 송전탑과 거기 주렁주렁 걸린 송전선으로 흐르는 76만5천 볼트 초고압 전류와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신경줄을 갉아먹는 것 같은 저주파 소음을 견디며 긴 밤을 지새우는 일을 남은 생애 내내 겪어야 할 밀양의 어르신들, 처분하고 싶어도 당최 팔리지 않는 논밭을 노쇠한 육신으로 일구어 가야 하는 어르신들, 아직도 여행을 보내 주네, 선물을 주네, 한전의 더러운 책동으로 한 마을 주민들과도 화해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어르신들, 그러다가 수시로 집으로 날아드는 법원의 출석요구서를 받아드는 이 어르신들의 마음은 또 어떻겠어요.

 

그래서 저는 '자조(自助)'를 생각하는 거겠죠. 우리라도, 우리끼리라도 서로 도우며 함께 싸워가며 이 세월을 건너야 한다고. 저들은 왜 유독 그 자리, 중덕 삼거리의 '밥 먹는 자리'를 철거하려 할까요. 수천억 원 공사비를 주무르는 자들이 왜 그 얼마 되지 않는 부지를 굳이 빼앗으려 들까요. 그들은 아마도 지금껏 강정을 지켜온 힘이, 그 공동체의 결속과 나날을 살아가는 힘이, 그리고 지금도 이 싸움을 버티며 스스로 도와가는 힘이 그곳에서 배양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몰라요.

 

강정 식구들이 밥 먹고, 차 마시고, 캔 맥주 따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 공간, 그 의미심장한 공간을 걷어내겠다는 거죠. 일제가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산천 곳곳에 쇠말뚝을 박았던 것과 아주 비슷한 동기가 엎드려 있는 게 아닐까요. 정해진 수순에 따르는 것이겠으나, 그들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리고 있다는 것을 저는 느껴요.

 

강정 식구들, 앞서 쓴 것처럼 저는 요즘 '자조'(自助)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해요. '스스로 돕는다'는 것. "자조(自嘲)하지 말고 자조(自助)하자"고, 스스로 '아재 개그'를 던지고는 합니다. 그러나, '자조(自助)'는 저 자신이 길어 올린 단어가 아니라, 2년 전 6.11행정대집행을 당하고, 현장에서 떠밀려 나온 밀양 어르신들이 철탑이 서고 핵발전소가 완공되고 송전이 이루어지는 패배의 과정을 견뎌오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얻게 된 표현이에요. 다른 누구도 아닌 남은 주민들이 서로 돕고 기대는 것, 그 힘으로 연대하고 싸우며 버텨내는 것.

 

삼거리식당 행정대집행이 임박해지면 다시 그곳으로 갈 겁니다

 

공사장 정문 앞 밀양주민
▲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연대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 ⓒ 남어진

 

지난 3월, 강정에서 문정현 신부님을 뵈었을 때 신부님께서 저와 녹색당원들, 밀양 어르신들에게 주셨던 그 말씀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조'의 이유이자 바탕을 깔아주는 말씀이었다고 생각해요. 밀양에서는 여러 번 이 말씀을 함께 읽었어요.

 

우리가 뭐겠어요? 우리가 저 거대한 물리적인 힘을 대적한다는 거는 뭐겠어요? 진실을 살려내는 그 날이 와야 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버티는 일밖에 없어요. 오로지 주저앉아 버티고 있는 길밖에 없어요. 문은 안 닫힙니다. 위안부 할머님이 그렇고, 밀양 할머니들이 저렇게 남아서 버티시는 것도, 세월호 304명 엄마도 그렇고, 우리 강정이 그렇고. 설령 3명이 남더라도, 그 셋이 이기면 이긴 거예요. 그건 못 막아요. 그게 희망의 씨앗이에요. 남은 자들의.

 

딸기씨, 혜영씨. 문은 닫히지 않을 거예요. 지금 2년을 기다려 온 선체 인양 문제로 몸고생 맘고생을 하고 있을 세월호 식구들도, 김석기의 당선으로 내내 쓰라린 마음일 용산 식구들도, 한광호 열사의 시신을 안고 뙤약볕에서 싸우는 유성 노동자들도, 버티고 있는 거겠죠. 우리에게 그나마 겨우 열려 있는 생명과 평화, 진실과 정의로 난 좁은 문을 기어코 닫으려는 자들에 맞서 버티는 거겠죠. 우리는 그렇게 존재하는 거겠죠.

 

삼거리식당 행정대집행이 임박해지면 저도, 저희 활동가들도,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을 거예요. 그리고 저희 어르신들도 작년 여름처럼 다시 한 번 강정으로 갈 거예요. 버티는 이들끼리 자조(自嘲) 아닌, 자조(自助) 하기 위해서. 작년 여름 제주공항에서 부둥켜안던 그 순간을 다시 만나기 위해, 강정 의례회관에서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었던 그 밤을 재현하기 위해서 말예요.

작년 제주 기행 마지막 날, '태풍이라도 와서 비행기 못 떠서 여기서 하루 더 놀게 해 달라'고 제 손을 꼬옥 부여잡던 할머니들과, 배꼽이 아프도록 우스운 타령과 만담으로 한푼 두푼 할매들 돈을 뜯어내서 그 돈으로 강정 지킴이들 밥이나 한 끼 하시라고 전해주시던 밀양의 아지매들과 함께 제주로 갈 거예요.

 

강정 식구들. 강정 지킴이들과 성규 삼촌과 고권일 강동균 조경철 회장님과 주민 어르신들, 그리고 사랑하는 문정현 신부님. 우리, 손잡고 이 힘든 시간을 버텨나가요. 기운 내세요. 먼 곳, 밀양에서 우정의 인사를 올립니다.

 

2016년 6월 17일
밀양의 어르신들을 대신하여 밀양대책위 이계삼 드림

 

 

* 2016년 6월 18-19일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강정삼거리 생명평화 문화예술제>가 열립니다. 삼거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해주세요. 

강정삼거리 생명평화 문화예술제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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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서울 기자회견

<평화야 고치글라> 8/1~8/6 제주 전역에서 개최 
일시 및 장소 : 7월 6일(수), 오전 11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1. 취지와 목적
 -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 ‘평화야 고치글라(평화야 같이가자)’가 오는 8월 1일(월)부터 8월 6일(토)까지 열릴 예정임. 이에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공동주최하는 단체들이 강정의 평화를 지키는 길에 함께 하고 대행진 참여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임. 
 - 비록 지난 2월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었고 이후 해군은 공사 지연의 책임을 물어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약 35억 원의 구상권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은 생명과 평화를 향한 의지를 지켜나갈 것임. 이번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통해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넘어 생명평화의 가치를 담은 마을로 다시 태어날 것이며 전 세계 군사기지 반대 운동과 연대의 발걸음도 넓힐 것임. 
 - 올해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은 8월 1일(월) 강정 해군기지 정문에서 출발해 동진과 서진으로 나뉘어 8월 6일(토)에 제주시 탑동광장에 모이는 일정으로 개최됨. 행진이 마무리되는 8월 6일(토)에는 생명평화문화제가 개최될 예정임. 

 

2. 개요
○ 제목 :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서울 기자회견 “평화야 고치글라 (평화야 같이가자)” 
○ 일시와 장소 : 2016년 7월 6일 (수) 오전 11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 주최 : 강정마을회, 강정친구들,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 참가자
  - 사회 :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 참석 :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  고광성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이태호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 조경철 강정마을 회장, 홍기룡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이후 추가 예정) 
○ 문의 :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02-723-4250, [email protected])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자세히 보러가기 >> 

월, 2016/07/0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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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싸움이 시작된 지 벌써 9년입니다. 제주의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는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제주에서 개최됩니다. 강정해군기지 반대 싸움 3000일을 맞아 8월 1일에는 강정마을에서 문화제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해군기지는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행진은 계속될 것입니다. 강정마을회,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와 <오마이뉴스>는 대행진을 앞두고 제주해군기지의 안보적·환경적 문제점, 입지타당성 문제 등 제주해군기지의 끝나지 않은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칼럼을 연속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① "우리 아빠가 왜 빨갱이인가요?" 3000일을 견뎠습니다

② 강정바당 연산호,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합니다

 

 

강정바당 연산호,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합니다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②] 강정마을 지키기 3000일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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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내려다 본 강정 구럼비 해안 ⓒ 조성봉

 

8년 전까지만 해도 강정마을은 그냥 제주섬 남쪽에 자리 잡은 반농반어의 조용한 농촌 마을이었습니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 중에도 강정마을에 대해 아는 이가 많지 않았습니다. 벼농사가 어려운 제주에서 벼농사를 많이 지었다는 사실도, 제주에서 제일 살기 좋아서 '제일강정'이라고 불린 이야기도 사람들은 몰랐습니다. 

 

은어가 올라오는 물 맑은 강정천에 발을 담가본 이 역시 강정천을 식수원으로 하는 서귀포시 주변 마을 사람들 정도였습니다. 정부가 지정한 자연생태 우수마을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뛰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강정 해안이 절대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물론, 강정 앞바다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 지역이고, 연산호가 서식하는 천연기념물인 것을 아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냥 그림 같은 마을이어서 기회되면 나중에 한 번 가봐야지, 하는 정도로 스쳐지나가는 마을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게 우리 관심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사회 문제에 관심갖는 국민이라면 제주도 강정마을을 대부분 다 압니다. 그동안 방송·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농촌마을이 됐습니다. 심지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국제 언론들 역시 강정마을을 방문하고 기사화했습니다. 전국의 수많은 사람, 전세계 사람이 강정마을을 찾았습니다. 특히 이 조용한 농촌 마을에 유례 없는 숫자의 경찰병력 까지 투입됐습니다. 정점일 당시 전국의 경찰 병력은 연인원 13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후보지로 강정마을이 지목되면서 나타난 변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장 큰 변화는 강정 주민 삶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하루 아침에 내 땅에서 쫓겨난 분노와 억울함에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합의와 설득도 없이 강제로 추진하는 해군의 행보에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이에 따지고 저항하면 바로 빨갱이 소리를 들었고, 심지어 정부여당 대표에게 종북세력으로 매도됐습니다. 마을공동체가 붕괴되고, 너무나 원통한 삶이 이어졌습니다. 

 

해군기지 주변 연산호가 위험합니다

 

▲  강정등대 연산호 군락 공사 전후 비교 사진(위쪽 2008년, 아래 2014년) ⓒ 강정마을회

 

그동안 제주도지사도 여럿 바뀌어 이제 세 번째 원희룡 지사가 들어섰습니다. 원 지사는 강정의 갈등을 해결하고 강정 주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마을 내 해군 관사 건설 계획은 주민 의견 대로 반드시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진상규명과 공동체 회복 약속은 그대로 멈춰있습니다. 해군관사 건설도 원 지사의 공언과 전혀 다르게 마을 내에 건설되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공사로 인한 민원도 끊이지 않습니다. 

 

천연기념물 연산호 군락 보호를 전제했지만, 공사 이후 서식 환경은 악화일로입니다. 강정마을회와 환경 단체가 지난해 11월 공동으로 진행한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주변 연산호 군락 서식 실태 조사 결과 서식 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사 시작 전과 비교해서는 물론이고 지난 2014년 6월 조사 때보다도 서식 환경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환경 단체 조사에 따르면 연산호 군락의 서식 환경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파악됩니다. 60기에 가까운 대형 케이슨들이 바다 속에 거치되면서 이 지역 조류의 흐름은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풍랑에 파손된 케이슨을 현장에서 그대로 파쇄하면서 발생한 부유 물질과 각종 공정에서 발생한 부유사들이 아무런 저감대책 없이 그대로 외해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해군은 케이슨이 거치되면서 케이슨이 오탁 방지막 역할을 한다면서 오탁방지막을 철수한 지 이미 오래입니다.  

 

결국 제주해군기지 방파제 공사로 연산호 군락 서식지의 조류 흐름이 느려졌고, 부유사에 의한 수중 탁도가 증가하면서 연산호 군락의 서식 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입니다. 연산호는 바위에 붙어사는 고착성 동물입니다. 

연산호는 빠른 조류가 실어오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폴립(입 부분의 촉수)으로 걸러먹기 때문에 조류의 흐름이 느려지거나 탁해지면 생존이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이 상태로 지속될 경우 해군기지 주변 해역에서 절멸하는 연산호의 개체 수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환경영향평가 협의권자이며 매립면허 승인권자인 제주도지사는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강정으로 가는 길이 곧 평화의 길

 

▲  구럼비에서 바라본 범섬 ⓒ 윤용택

 

원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군과 당시 국토해양부의 성의를 문제 삼았습니다. 강정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약속한 부분은 책임을 진다'는 진정성이 있어야 해법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도지사 취임사에서 "현재 강정마을의 아픔을 내버려둔다면 미래로 나갈 수 없고, 도민통합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랬던 원 지사의 현재 강정현안의 해결노력은 적극적인지, 과연 성의와 진정성이 배어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강정주민들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지 이제 3000일이 되어갑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주도를 걸어서 일주하는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열립니다. 주민들의 땅은 강제로 빼앗을 수 있었지만 강정의 평화를 지키려는 주민들의 의지마저 빼앗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의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강정주민, 전국의 시민들이 매해 여름 제주에 모입니다. 

 

뜨거운 7월의 더위도, 강렬한 태풍도 강정의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열의를 막지는 못합니다. 강정으로 가는 길이 곧 평화의 길입니다. 아무도 몰랐던 변방 제주의 작은 농촌마을이 생명과 평화의 마을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또 다시 강정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월, 2015/07/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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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에 한 번이라도 와봤던 사람이라면, 삼거리 식당의 맛있는 밥 한 끼를 기억할 것입니다. 구럼비로 가는 길목 중덕 삼거리에는 누구에게나 열린 식당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온 연대의 식자재와 마을 삼촌의 정성으로, 강정에 온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채워줬던 삼거리 식당. 지금 그곳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서귀포시는 최근 제주해군기지 옆 크루즈터미널 진입도로 건설을 위해 삼거리 식당과 해군기지 공사를 감시해왔던 망루, 지킴이들이 살고 있는 컨테이너 등 시설물을 강제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왔습니다.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삼거리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던 강정의 식구(食口)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연속 게재합니다.

 

*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클릭

 

[연속기고 ①] 제주 강정마을 삼거리 식당 밥, 기억하시나요? >> 클릭 
[연속기고 ②] 삼거리 식당 밥 한끼의 힘은 세다 >> 클릭 
[연속기고 ③] 저들은 왜, 밥 먹는 자리를 철거하려 할까요 >> 클릭

[연속기고 ④] 원희룡이 잠룡? 동의할 수 없습니다 >> 클릭

 

원희룡이 잠룡? 동의할 수 없습니다

[강정마을 삼거리 식당을 지켜주세요 ④] 노종면 기자가 본 원희룡과 강정마을

 

노종면 기자

 

대통령 선거가 1년여 앞이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 새누리당 대선 후보군을 거론할 때 늘 포함되는 인물 중 한 명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이다. 여당의 50대 기수로 불리는가 하면, 정치권 새판 짜기가 언급될 때면 여야를 아우르는 '합리적 보수'의 대표 주자로도 꼽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잠룡이라 부른다. 지금의 지지율은 미미하지만 역동성 강한 한국 정치판에서 원희룡이 급부상한다고 해서 이상할 이유는 없다. 동의를 못 할 뿐.

 

내가 원희룡이란 정치인을 탐탁잖게 생각하는 이유는 실망감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서 보여준 무책임과 무력함 때문이다. YTN에서 돌발영상을 만들며 영상으로 접한 숱한 정치꾼들 사이에서 그래도 신선해 보였던 원희룡씨가 정치 입문 10년 만에 도지사에 당선 됐을 때, '기대해볼 만한 인물이 대권의 길목에 베이스캠프를 차렸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잠룡인지, 아닌지.

 

원희룡 지사는 당선자 시절 '해군기지 원점 재검토'를 내걸었다

 

원희룡 지사는 2014년 제주도지사 당선자 시절에 이미 '해군기지 원점 재검토'를 내걸었다. 진상조사를 거쳐 정부의 사과와 보상도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2년, 강정마을이 나아진 것은 없다. '2014년의 원희룡'도 없다. 원희룡 재임 2년,  그는 '과거'를 바로 잡기는커녕 도리어 해군기지가 불법과 편법으로 확장되는 '현재'에 기여했다. 지난해 관사 공사를 위한 해군의 행정대집행 때 원희룡과 제주도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나? 박근혜 정권이 워낙 독해서 그랬든, 원희룡 도정이 무능해서 그랬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사실 박근혜 정권의 독함이나 도정의 무능을 앞세워 원희룡 지사를 두둔할 일은 아니다. 강정평화영화제 준비 과정에서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실체를 보여주지 않았나? 서귀포시 예술의전당 대관을 구실로 영화제 출품작들을 검열하고, 결국은 대관조차 막아버린 행태를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해군기지 진상조사 무산의 책임을 강정마을에 돌릴 때 이미 예정됐던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평가에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잠룡인지, 아닌지.

 

철거가 예고되어 있는 강정마을 중덕 삼거리
▲  철거가 예고되어 있는 강정마을 중덕 삼거리 ⓒ 엄문희    

 

그래도 원희룡 지사는 여전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박수를 받고 싶다는 미련을 가진 듯하다. 얼마 전 그는 '해군기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금을 국가가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해군이 강정마을에 공사 손실금 수십억 원을 물어내라고 구상권 청구 소송을 낸 데 대해 제주도의회에서 했던 발언이다. 도지사 이전에 법률전문가로서 해군의 구상권 청구가 무리하다면서, '법 좋아하는 사람치고 망하지 않은 사람 없다'는 말까지 했다. 법률전문가로서 판단하는 정의가 그러하다면 도지사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전혀 기대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원희룡 지사에게 기대를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해군기지 손실금은 국가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한 지 한 달도 안 돼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강정마을에 보냈다. 강정마을 투쟁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설물들을 철거하겠단다. 해군이 마을에 물어내라는 수십억 원에는 군 관사를 밀어붙일 때의 행정대집행 비용도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또 막으면 물어낼 돈이 늘어날 것'이라는 협박이 아니냔 말이다.

 

행정대집행을 협박하면서 자신이 중재하겠다는 건 또 뭔가? 아차, 행정대집행은 제주도가 아니라 서귀포시가 한다는 거였지? 천만에,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여서 도지사가 시장을 임명한다. 예술의전당 대관 불허도, 행정대집행도 원희룡의 작품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원희룡 지사는 늘 서귀포시와 해군 뒤에 숨어서 중재자 코스프레를 해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제주해군기지의 확장을 돕는 모든 행위는 부당하다

 

삼거리 식당에 걸린 문정현 신부님의 서각
▲  삼거리 식당에 걸린 문정현 신부님의 서각 ⓒ 엄문희    

 

제주 해군기지는 안보 이전에 절차적 민주주의, 민주주의 근간의 문제다. 매수와 조작으로 기지 건설의 명분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지난 10년간 일상적인 폭력으로 주민의 저항을 탄압하며 마을 공동체를, 구럼비를 비롯한 생명의 터전을 짓뭉개 버렸다. 명분이 있고, 주민이 동의하고, 절차를 제대로 밟아 만들어진 군사 기지는 국가의 중요한 안보 자산이겠으나 제주 해군기지는 그렇지 않았다.

 

민관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이름표가 역겨울 정도로 억지스럽다. 이제 와서 밝혀졌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의 복원력을 저해한 것으로 의심받는 막대한 중량의 철근이 해군기지 공사용이었다는 사실은 권력을 앞세운 무리한 공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되새기게 한다. 

 

해서, 지금 이 시점 제주 해군기지의 확장을 돕는 모든 행위는 반사회적이고, 부당하다. 시설물의 불법성을 따지고, 힘없는 이들의 저항을 폭력이라 매도하는 데 앞장서는 자들은 권력이 저지른 더 큰 불법, 진짜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부역자들이다. 그 부역자 명단에 원희룡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그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거나 그를 걱정해서가 아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지금 당장 강정마을 주민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원희룡밖에 안 보이기 때문이다.

 

원희룡 지사가 며칠 전 제주 유기 동물 보호센터를 방문했다. 생명 존중을 강조하는 행보였다. 사람이 버린 동물에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원희룡 지사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국가가 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동체를, 생명의 터전을 지키려다 버림받았습니다. 이들은 당신이 보호해야 할 제주도민입니다. 불법과 폭력으로 무리하게 지은 해군기지는 손도 못 대면서 버림받은 이들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철거한다면 당신은 대선 잠룡이 아닙니다. 그저 해군의 용역입니다."

 

일, 2016/06/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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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강정동에는 ‘봉주르 마담’이라는 작은 빵집이 성업 중이다. 2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채점석 베이커리’라는 또 다른 동네 빵집도 있다. 그런데 봉주르 마담 바로 옆 30m 정도 떨어진 곳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 파리바게뜨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다. 규모는 봉주르 마담 두 배다. 내년 1월 오픈할 예정이다.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따르면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기존 동네 제과점에서 500m 이내에는 새로 문을 열 수가 없다. 김씨는 동반성장위원회에 민원을 제기 했다. 하지만 얼마 후 위반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동네 빵집이 두 개나 있는 강정동 골목 상권에 어떻게 파리바게뜨가 들어올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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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빵집 봉주르 마담 점주 김시엽 씨는 1년 전 가게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손님이 없어 고전했지만 서서히 입소문이 나고 단골이 생기면서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내년 1월 파리바게뜨가 오픈하면 봉주르 마담은 사실상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김 씨는 걱정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점주, 동네 빵집에 폐점 종용”

내년에 오픈할 파리바게뜨 점주는 1년 전 봉주르 마담 근처에 있는 채점석 베이커리에 방문했다. 채점석 베이커리 대표 채 씨의 증언이다. 파리바게트 점주는 채 씨에게 두 달 정도 폐업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한다. 채 씨는 ‘파리바게뜨 입점을 위해 위장 폐업을 해주면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뜻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30년 간 빵만 만들어온 채 씨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파리바게뜨 점주는 결국 지난 2월 차로 가면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가게를 오픈했다. 그런데 장소가 이상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빵집 같은 유동인구를 보고 하는 업종의 장사를 할 골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가보니 버스정류장은 있지만 유동 인구는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이었다.

파리바게뜨 점주는 결국 1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건물주가 계약을 갱신해주지 않아서 이전을 결정했다는 게 이유였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5년까지 영업을 할 수 있었지만 점주는 포기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인테리어 비용만 감안해도 쉽게 접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해당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매니저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다른 말을 했다. 임대를 연장해 주겠다고 했는데 파리바게뜨 점주가 오히려 거부했다는 거다. 파리바게뜨 점주에게 설명을 듣기위해 가게를 찾아가고,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신규는 안되고, 이전은 된다?

파리바게뜨 점주는 동반성장위 측에 임대연장이 불가능해 이전을 해야한다는 소명 자료를 제출했다. 이 경우 예외적으로 동네 빵집 위치와 상관없이 이전이 가능하게 된다. 이제 파리바게뜨는 봉주르 마담 바로 옆에 오픈할 수 있게 됐다. 동반성장위 측은 “해당 파리바게뜨는 이전 재출점에 해당하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봉주르 마담 사장 김시엽 씨에게 이제 남은 방법은 없다. 파리바게뜨 오픈은 기정 사실화 됐다. 하지만 김 씨는 문제제기를 멈추지 않겠다고 말한다. 본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파리바게뜨가 오픈을 하더라고 협회나 동반성장위에 계속 진정서를 넣어서 뭔가 법안을 바꿀 수 있는 노력을 할 거예요. 제 가게는 1년 밖에 안됐지만 분명 10년 20년 된 빵집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 분들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때문에 문을 닫아선 안되죠.


취재, 촬영 : 최윤원
편집 : 박서영, 최윤원

수, 2017/12/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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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 /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미 듀이(Dewey) 이지스구축함 제주해군기지 입항 거부한다

한·미·캐나다 해상연합군사훈련 중단하라

2017년 6월 20일(화) 오전 10시,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
 

지난 19일, 해군은 오는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한·미·캐나다가 참여하는 연합해상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군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연합해상군사훈련에는 우리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과 율곡 이이함,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듀이함(Dewey), 캐나다 해군의 호위함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연합해양 차단작전, 대잠수함 작전, 함포 실사격 연습 등을 전개할 예정이며 추가로 한미 해군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훈련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이번 한·미·캐나다의 연합해상군사훈련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 한미 군당국은 지난 3월부터 4월 말까지 대규모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전개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최근에는 사상 유례없이 칼빈슨함과 로널드 레이건함 2척의 미 핵항공모함을 동원해 동해상에서 ‘듀얼 엑서사이즈(Dual Exercise)’라는 이름의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속적인 한미군사연습에 북한은 격렬하게 반발했으며 지속적인 미사일 발사를 감행해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어왔다. 더욱이 이번 연합군사훈련에는 캐나다까지 합류함으로써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주요한 파트너로 작년부터 올 초까지 이미 네 차례의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경항모가 동해에서 미 핵항공모함과 연합훈련까지 전개했다. 특히, 이번 캐나다의 군사훈련 참여는 지난해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우리 국방부에 유엔사령부 산하 9개 전력제공국(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타이, 터키, 프랑스, 영국, 뉴질랜드, 필리핀, 미국)과 한국이 주둔국 지위협정(SOFA)을 체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이는 한국방위를 한미간 양자동맹의 현안이 아니라 지역안보 현안으로 설정하고 다자동맹으로 확장시키려는 미국의 의도에 따른 것이며 그 대상은 북한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까지 겨냥하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해군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한·미·캐나다의 연합해상군사연습에 참여하기 위해 오늘(20일)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듀이함(Dewey)이 제주해군기지지에 입항할 예정이다. 지난 3월, 또 다른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스테뎀함(Stethem)이 미국의 군함으로는 처음으로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한 지 석 달여만의 일이다. 보다 앞선 지난 2월에는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미국의 최신예 구축함인 줌월트를 제주해군기지에 배치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바도 있다. 우리는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될 당시부터 이 군사기지가 미국의 동북아지역의 주요 거점으로 이용될 위험성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해군과 국방부는 제주해군기지가 미군을 위한 것이 아니며 한국 해군 함정들의 작전·군수기지로만 이용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미 구축함의 제주해군기지 입항은 제주해군기지를 미국의 거점 군사기지로 기정사실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후 제주해군기지를 거점으로 빈번하게 전개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해상연합군사훈련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함은 물론 동북아의 군사적 갈등을 더욱 더 심화시킬 것이다.


이에 우리는 미 구축함의 제주해군기지 입항을 단호히 반대하며 한·미·캐나다의 연합해상군사훈련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 우리는 제주가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심화시키고 동북아지역의 군사적 갈등의 진원지가 되는 것을 거부하며 생명과 평화의 섬으로 지켜내기 위한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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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06/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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