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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우리 사회는 정상입니까?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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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우리 사회는 정상입니까?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묻는다!

익명 (미확인) | 수, 2016/05/25- 23:12

오늘의 출연자

  • 진행 : 안진걸 공동사무처장(참여연대)
  • 고정출연 :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태인 소장(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 이슈손님 : 꼬깜(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팟캐스트 '거침없는 해장상담소'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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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팟 39회 / 우리 사회는 정상입니까?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묻는다!

 

지난 5월 17일 오전 1시경 강남역 인근 상가 남여 공용화장실에서 23세 여성이 수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1,004개의 포스트잇이 붙으며 수많은 사람이 추모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한 언론사가 포스트잇을 전수 조사해서 확인해 본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추모, 두려움, 여혐, 다짐"이라고 합니다. 

 

참팟 39회에서는 한국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하는 꼬깜을 초대해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의 폭력은 무엇인지,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성찰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www.podbbang.com/ch/8005?e=21976960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dOjHCe

 

 

같이보기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 중에서 (2016.5.20. 서울 신촌 유플렉스 앞)

 

청소년기 선머슴같이 살았던 저에게 “여자답게 지내라”라는 말은 마치 쇠사슬 같았습니다. 
“조신하게, 얌전하게, 까불지 말고 순종적으로 살라”는 말은 그 모든 것들이 집결되어 있는 말이었습니다.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안타깝습니다. 스스로에게.
“그들은 내게 여자답게 굴라고 강요할 수 없어. 나는 이미 여자니까”, 그렇게 말해 주지 못했던 저 자신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 그런 어른이 없었다는 것 또한 안타깝습니다.
여자답지 못한 나로 살아오던 저에게 이 사건을 계기로 이 땅에서 여자로서의 삶을 돌아보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우면서도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저 모르고 무시하면 남의 일처럼 살던 일들이 사실은 나의 이야기였고 친구들과 가족들의 이야기였으며,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였습니다.
환해진 시야로는 슬픔이 가득했습니다. 소란에 사건이 불거지고 강간 모의 글들과 이후 후기라며 강간 후기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구멍이란 구멍은 모조리 휴지로 막으며 혹시 천장에 몰카가 있을까, 고개도 들지 못했습니다.
남편에게 목이 졸려 맨발로 택시를 타고 도망쳐 자기 어머니에게 달려간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때로 기가 막히는 뉴스가 있을 때면 타지에서 공부하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쉽게 입을 떼지 못해 한참을 겉돌다가 조심하라고 말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대체 얘가 뭘 조심할 수 있을까, 나조차도 뭘 조심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한동안 괴로움에 잠들지 못했습니다. 분노로 온종일 열에 들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못 본 척하고 여자들의 인권에 대해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마음을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단 한 번도요.
언제나 강인하게 지켜주시는, 여성의 권리를 말씀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끔찍한 사건으로 삶의 기회를 박탈당한, 단지 그 화장실에 들렀던 7명의 사람 중 여자였기 때문에 살 수 없었던 피해자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담아 명복을 기원합니다. 피해자 가족분들의 삶을 위해서도 늘 기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늘 가슴에 품고 사는 글을 남겨둡니다.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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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추석 시사 상차림

 

 

메갈리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

 

 

글. 김동환 오마이뉴스 기자, 참여사회 편집위원

 


지난 7월 18일. 한 성우가 자신이 구입한 2만 원짜리 티셔츠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 올렸다가 봉변을 당했다. 메갈리아라는 여성주의 커뮤니티에서 판매하는 티셔츠를 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유명 게임회사 ‘넥슨’이 만든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 내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그는 성우 교체를 요구하는 게임 소비자들의 집단 항의로 녹음을 마쳤던 자신의 목소리를 하루만에 전량 삭제 당하는 신세가 됐다. 이 소비자들은 메갈리아가 여성주의 커뮤니티라기보다는 남성 혐오 커뮤니티에 가깝다고 규정했다. 성우 하차는 즉각 여성 혐오 문제로 비화되며 논쟁을 낳기 시작했다.


티셔츠 인증샷에서 시작된 ‘메갈리아 논란’이 두 달째 논점과 화제를 옮겨가며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이 건에 대해 부당해고라는 논평을 냈다가 내홍 끝에 다시 철회하고, 종국에는 탈당하는 당원까지 속출하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성우의 목소리 삭제와 메갈리아 혐오에 대해 반대했던 웹툰 작가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이들도 소비자들이 주도한 퇴출운동에 시달려야 했다. 작가들의 태도에 격분한 나머지 일부 소비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역행하는 ‘웹툰 검열 찬성운동’을 벌이는 등 이색적인 풍경도 벌어졌다. 


복잡하게 꼬이고 길어진 싸움은 본질을 잃고 감정적인 진영대결로 변하기 쉽다. 참여사회에서는 너무 어렵고 멀어서 그간 이 논쟁에 참여하지 못했던 독자들을 위해 메갈리아 논쟁의 핵심을 추려서 정리했다. 

 

메갈리아가 도대체 뭔가요?
메갈리아는 지난해 8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처음 생겨난 여성주의 커뮤니티를 말한다.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를 조합해 이름을 지었다. 


『이갈리아의 딸들』에 나오는 이갈리아는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이 바뀐 가상적 공간의 명칭을 말하는데, 이런 설정을 빌려 여성 억압적인 한국사회의 진면목을 드러나게 만든다는 게 메갈리아의 취지다. 이들은 이를 위해 ‘미러링’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남성들의 일상적인 여성 혐오 표현을 그대로 패러디해 거울처럼 보여주는 방식이다. 혐오에는 혐오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기발한 패러디들이 쏟아져 호응이 좋았다. 독자적인 웹 페이지도 개설했다.

 

그러나 차츰 남성 일반에 대한 미러링 뿐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들, 심지어는 남성 성기절단 게시물들까지 등장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과도한 혐오 표현을 사용했던 일부 회원들은 피해자들로부터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메갈리아가 남성 혐오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이런 측면에서 불거진 것이다. 

 

게임 소비자들은 왜 성우 교체를 요구했나?
문제의 티셔츠를 판매한 곳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기반으로 하고있는 ‘메갈리아4’라는 커뮤니티다. 이곳은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쓰고는 있지만 앞서 설명한 메갈리아와 달리 강도 높은 ‘미러링’을 하는 곳은 아니다. 메갈리아4는 그럼에도 계속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신고로 페이지가 계속 지워져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들은 페이스북 코리아에 대한 민사소송을 준비하면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티셔츠를 팔았는데 여기서 ‘대박’이 터졌다. 예상보다 10배 정도 많은 1억 원 가량의 기금이 모인 것이다. 그래서 남는 기금을 “메갈리아 활동 중 법적 분쟁에 휘말린 여성의 법률 상담 및 지원에도 쓰겠다”고 밝혔는데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상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던 ‘메갈리아’와 ‘메갈리아4’를 한통속이라는 시선을 받게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평소 메갈리아의 미러링 활동에 비판적 시선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메갈리아4가 티셔츠를 팔아 혐오 발언으로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 범죄를 저지른 메갈리아 회원들의 법률 비용을 후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들과의 연대를 위해 티셔츠를 구입한 성우 역시 혐오를 옹호하는 셈이니 하차시키지 않으면 게임을 거부하겠다는 게 게임 소비자들의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메갈리아4 운영자가 뒤늦게 추가 입장을 내놨다. 그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을 한 사람과 개인 인격을 훼손할 수준의 모욕을 행한 경우는 지원 대상자로 선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성우 하차는 어떤 문제인가?
게임회사인 넥슨은 해당 성우의 원만한 동의하에 캐릭터 목소리를 교체했으며 계약한 비용도 지급했다고 밝혔다. 성우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당한 대가를 받았고 부당해고라는 표현은 삼가 달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건에 대해 넥슨에 부당해고나 부당계약해지 등의 법적인 문제 제기를 하기는 어렵다. 


물론 가치적 차원에서의 비판은 가능하다. 여성주의 성향 때문에 직업 활동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간접 차별에 해당한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성우 하차가 결정되자 하루만에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직업 활동에서 배제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노동권 등 헌법적 가치의 침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은 내부 당원들이 “혐오를 용인하는 논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탈당 의사를 연이어 밝히자 해당 논평을 철회했다. 

 

성우 교체 요구는 여성 혐오인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여성 혐오’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인식하지 않는 모든 언어, 행동, 사고방식을 의미한다(왜 이걸 모든 한국어 사용자들이 ‘여성 혐오’로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 


게임 소비자들의 행동은 분명 여성주의에 연대하는 개인의 의사표현을 억압하는 여성 혐오적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의견의 차이를 소비자주의적인 수단으로 압박해 해결하는 것은 여성주의 진영은 물론 2000년대 이후 진보진영에서 폭넓게 활용해온 방법이다. 때문에 이들에게만 여성 혐오를 이유로 치명적인 비판을 가하기는 어렵다. 이 문제가 단순히 여성 혐오냐 아니냐를 가려내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압박 수단으로서의 소비자주의 운동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점에서 좀 더 분명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메갈리아는 남성 혐오 집단인가?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소중한 생득적 권리 중 하나지만 타인에 대한 차별을 선동할 때는 제약될 수 있다는 게 1948년 세계인권선언의 취지다. 차별이란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배제를 말하는데 최근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혐오 표현’ 역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일으킬 위험이 명백하고 분명한 표현을 말한다. 따라서 메갈리아가 남성 혐오 집단이냐는 물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성이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느냐는 점인데,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 혐오란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메갈리아의 활동들에 과도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현행법을 활용해 충분히 개별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이들이 즐겨하는 미러링은 남성 혐오는 아닐지라도 상당 부분이 명백한 언어폭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언어폭력을 당한 남성이라면 폭력의 수위에 따라 형사 처벌(명예훼손, 모욕)을 호소할 수 있다. 꼭 형사 처벌이 아니더라도 인격권 침해를 근거로 민사소송이나 게시글 삭제 등을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 메갈리아가 남성 혐오냐 아니냐를 가리는 것은 이런 해결방법과는 큰 관련이 없다. 


다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 추석에 마주친 친척 누나나 여동생, 조카에게 ‘너 메갈하니?’라고 물어보는 것은 사회적 낙인찍기에 의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너 일베하니?’와 ‘너 메갈하니?’는 비슷한 종류의 질문이 아니다. 

 

메갈리아는 혐오 집단인가?
메갈리아가 혐오 집단 혐의를 받는 이유는 남성 혐오로 비춰지는 행동 때문만이 아니다. 일부 메갈리아 구성원들이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 아동 등 명백한 사회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했었던 전력이 조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갈리아는 이 문제 때문에 지난해 말 커뮤니티가 쪼개지기도 했다. 결국 무차별적 미러링을 선호하는 성향의 구성원들은 ‘워마드’라는 이름의 새로운 여성주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옮겨갔다.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강조한다. 자신들은 약자 혐오에 반대하며 워마드와 메갈리아는 다르다는 것이다. 일부 회원들의 문제로 메갈리아 전체를 혐오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은 지금 시급한 것은 메갈리아의 혐오성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 원형인 여성 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그러면 메갈리아가 사회와 갈등을 빚을 이유도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메갈리아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을 지목한다.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표현의 수위를 허용하는 기준이 다른 공간일 뿐, 거기에 글을 쓰는 구성원은 얼마든지 중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메갈리아 내에서 발생했던 약자에 대한 혐오발언이나 타인에 대한 도를 넘은 워마드식 비하발언에 대해 분명한 사회적 단죄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또한 메갈리아 옹호자들에게 여기에 대한 분명한 동의를 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두 집단의 논쟁은 이 지점에서 평행선을 긋고 있다.

 

우리의 접점은?
두 달 동안 오갔던 논쟁들을 살펴보면 메갈리아 옹호와 메갈리아 비판 입장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남성 혐오든, 여성 혐오든 기본적으로 차별과 타인에 대한 비하·혐오 표현을 싫어한다. 양성평등이 사회가 종국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도 결이 같다. 그리고 이는 한국 사회가 수년에 걸친 법제화 노력에도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의 제정 취지와 상당부분 겹친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나이, 장애, 병력, 출신 국가, 인종, 피부색, 언어,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종교, 사상,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영역에서의 비합리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분명한 공감대가 보일 때 차이는 잠시 내려놓고 생각이 같은 부분에 집중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다. 메갈리아와 여성주의, 여성 혐오를 사이에 둔 사회적 논쟁이 언제 종료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끝이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수, 2016/08/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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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12/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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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출구 추모 메시지 ⓒ비더슈탄트

최지은, 전 ize 기자

수천 개의 비명들이 포스트잇 위로 날리고 있었다. 1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에 대한 나의 기억은 매번 그 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추모의 꽃다발과 “우리는 모두 우연히 살아남은 여성들입니다.“ 라는 외침 사이에서 누군가 물었다. “과연 남자여도 죽였을까.” 그렇지 않다. 2016년 5월 17일, 서초동의 한 상가 화장실에 숨어 있던 서른 세 살의 남성 김 모 씨는 여섯 명의 남성을 그냥 보낸 뒤 일곱 번째로 들어온 사람이자 첫 번째 여성을 흉기로 찔렀다. 그는 “평소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죽였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범행의 원인을 그가 앓았던 조현병에 돌렸다. 여성혐오 범죄를 근절해 달라는 외침이 높아졌지만 언론과 사회는 ‘묻지마 살인’이라는 말로 여성들의 절규를 적극 거부했다. 강남역의 포스트잇 사이에 붙어 있던 한 남성의 훈계처럼. “여자라서 죽은 게 아니고 운이 안 좋아 피해를 입은 겁니다. 남자들을 싸잡아 욕하는 행동은 여자들의 미개함을 스스로 드러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는 또 하나의 기억이 더해졌다. 어느 날 밤, 집 근처에 숨어 있던 남자가 나를 추행하고 도주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범인은 나와 일면식도 없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는 술에 취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먼저 지나간 한 명의 남성이나 두 명의 여성을 공격하지 않을 만큼의 분별력은 가지고 있었다. 또한 주변에 행인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범행을 저질렀을 만큼 충분히 계획적이었다. 그가 나를 공격한 이유는 단지, 그 시각 그 장소에 혼자 있는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그 날 새벽 경찰서에서 진술조서를 쓰다가 문득,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그 여성이 떠올랐다. 아무런 경계 없이 들어선 일상적 공간에서 모르는 남자가 갑자기 자신을 공격했을 때, 그는 얼마나 놀라고 두려웠을까. 어쩌면 그 여성은 자신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을 지도 모른다. 범행은 순간이었다. 맥락도 전조도 없었다. 대비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만약 나를 추행한 범인이 흉기를 들고 있었다면, 지난 3월 LA 한인 타운에서 한 여성에게 “한국인이냐”라고 물은 뒤 무참히 폭행한 20대 남자처럼 둔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나는 살아서 이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리고 ‘다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 달 13일, 김 모 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김 씨가 여성을 혐오했다기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으로 받은 피해 의식 탓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판단했다. 약자인 여성이기 때문에 손쉽게 범행 대상이 되지만 그 기저에 여성혐오가 있음을 인정받지는 못한다. ‘저 사람은 여성인가? 여성은 공격하기 쉬운 대상인가?’ 남성 가해자들은 이미 자신에게 묻고 답한 뒤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끔찍한 사건마다 ‘묻지마’라는 단어가 붙는 것을 볼 때마다 여성들은 자신이 언젠가 겪게 될지 모르는, 혹은 이미 겪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내가 겪은 사건에 대해 알게 된 주위 여성들은 위로와 함께 자신이 겪었던 폭력과 추행에 대해 털어놓았다. 공기처럼 흔하고 깊은 상처들을 안고 살아남은 여성들은 서로의 목소리를 더해 힘을 기른다. 지난 1년,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앞으로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까. 알 수 없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살기 위해 계속 묻고 함께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수, 2017/05/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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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삐딱하게 들고 옆으로 째려보는 눈빛이 강렬하다. 검은 똑단발에 짙은 눈썹, 검은 안경테는 상상 속의 B사감을 연상케 한다. 분명히 웃고 있지만 올라가지 않은 입꼬리에선 묘한 결연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모습이 담긴 사진을 두고 한 유명 변호사는 SNS에 이렇게 남겼다. ‘아주 더러운 사진’, ‘개시건방진’

단 5글자, ‘페미니스트’로 자신을 소개한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벽보 이야기다. 1990년생, 여성, 소수 정당인 녹색당 소속.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신 후보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하다. 그런데 신 후보가 다른 유력 정당의 후보들보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압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향한 혐오들

바로 이 다섯 글자, ‘페미니스트’ 때문이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 후보의 벽보가 훼손됐다고 신고된 건이 무려 27건. 특정 후보의 선거 벽보를 훼손하는 것만으로도 실정법 위반이 되는 상황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이처럼 열성적인 혐오를 드러낸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신 후보를 향해 “시건방지다”고 표현한 중년의 남성 변호사는 당당하게 “나도 찢어버리고 싶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되자 SNS의 글을 지웠다.

‘1990년 신지예’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 데엔 올해 초 폭풍처럼 밀려온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신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학창시절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다가 누군가 “성폭력 당해 본 사람?”이라고 묻자 그 자리에 있던 다섯 명이 모두 손을 들었던 기억을 앞세웠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많은 남성들은 “세상에 변태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혀를 찼다. 일부 ‘변태’들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일상의 구조 속에 켜켜이 쌓인 불편함을 봐달라고 외치자 그제야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 마저도 언론에 드러난, 피해자들이 갖은 용기를 내며 폭로한 사례들을 통해서였을 거다. 신 후보는 미투에서 이어진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여성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며 “내 엄마와 이모, 언니와 동생이 겪었고 겪고 있고, 겪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평등, 인권 분야 대표 공약…“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 해결해야”

정치의 최전선에 뛰어든 28세 여성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공약들은 간단하지만 명확했다. 성평등, 인권, 미세먼지, 주거·기본소득, 동물·에너지. 5가지 큰 틀에서 그가 꿈꾸는 서울이 설명된다. 성평등 이행각서를 도입하고 불법촬영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것,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고 임신중지 여성을 지원하는 것, 육아호봉제를 적용하는 것은 미투 운동을 넘어 최근 홍대 ‘몰카’ 사건, ‘낙태죄’ 폐지 집회, 여성들의 상의 탈의 시위, 혜화역 시위 등을 통해 힘이 더해진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압축한 듯하다. 신 후보는 출마선언을 통해 “당연한 듯 벌어지고 있는 임금차별, 유리천장, 낙태죄, 생리 혐오, 성폭력, 가부장제의 억압은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문제이자 정치적 문제다”라고 외쳤다. 이어 “여성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해결하지 않고서 한국 사회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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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후보의 벽보의 시선을 사로잡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의 문구에서 ‘ㅅ(시옷)’의 글씨체는 2년 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계기로 많은 여성들이 하얀 리본을 들고 거리를 나선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신 후보가 “이 사건 이후 이어지는 여성 운동과 백래시(반발)의 두려움에도 일어서는 자매, 동료들을 보면서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 뿌리 깊은 여성 혐오와 성차별에 맞서 싸우기로 다짐했다”는 결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얇은 테의 안경은 그동안 ‘예쁜 여성’에겐 금기시되다시피 했던 안경을 부각시켜 여성성을 벗어난 당당함을 강조하려 했다고 디자이너는 밝혔다. 한 방송사의 여성 아나운서가 동그란 안경을 쓰고 나왔을 때, 그것이 그동안 금기였는지조차 희미할 만큼 낯선 화제가 됐다. 누군가 나를 에워싸고 옭아매지도 않았지만 움추려든 어떤 자세가 너무나 익숙한. 누군가 “너는 여자니까 이래야 한다”, “너는 여자니까 이것 밖에 못 한다”고 말하고 나를 가둬둔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어쩐 일인지 내 안에는 수많은 잣대들이 스스로를 향하고 있던 것처럼 말이다.

 

신지예 후보가 꿈꾸는 유토피아… “여성이 이끄는 소수자들의 평등”

신 후보는 그런 유리창을 깨버리자고 소리친다. 여성의 안에 있던, 그리고 여성을 가두고 있던 울타리 곳곳의 유리창을 말이다. 여성이 앞장서서 장애인과 성소수자, 이민자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과 평등을 만들어 가자고 한다. 그게 바로 신 후보가 말하는 페미니즘이 꿈꾸는 ‘유토피아’인 것이다.

신 후보는 청년 문제에도 오랜 관심을 기울였다. 청년기업 오늘공작소 대표를 맡고 있는 신 후보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 공연’에서 창업멤버로 일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나누는 청년들끼리 모여 함께 책을 읽고 공연도 하고, 특히 인문학과 기술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그룹이 오늘공작소라고 그는 소개한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로 그 문제가 이어지기 때문에 청년 문제는 단순히 그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인과 지역 문제까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담겼다.

부자들의 재산세를 강화하는 대신 20~24세 청년들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하고, 공공임대주택 등의 주거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비롯해 동성커플 등을 위한 동반자 조례 제정, 채식선택권 보장, 장애인 탈시설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등의 공약이 그가 초점을 맞춘 청년과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인권을 향한 고민에 맞닿아 있다. 녹색당 후보답게 시립 동물병원을 설치하거나 동물 긴급구조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것,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지역 에너지 시스템 구축 방안도 공약에 포함됐다.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시건방지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시건방지다’는 표현은 보통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어디 감히?”라는 말이 이어질 법한 불쾌함을 표시할 만한 형용사다. 중년의 남성 변호사가 20대 여성 정치인에게 ‘시건방지다’고 비난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나이 때문만은 아니리라. 젊은 여성이 구의원도 아닌 서울시장에 떡하니 출사표를 내서 건방지다 한 것이었을까. 선거에 나온 주제에 눈을 내리깔지도 않고 오히려 치켜세우며 입 꼬리를 올려서 였을까. 만약 신 후보의 구상이 터무니없게 여겨졌거나 그야말로 왠지 ‘시건방진’ 생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면 사진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등의 비난 대신 조목조목 공약을 비판했어야 더 품위가 있었을 것이다.

처벌받을 것을 알고도 벽보 속 신 후보의 눈을 후벼 판 이들의 대담함은 또 어디서 나왔나. 마치 남성을 혐오한다는 뜻으로 변질된 채 해석되고 있는 ‘페미니스트’라는 슬로건을 내건 후보라, 남성들을 혐오하는 대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에서였을까.

각종 성폭력 관련 이슈를 놓고 이상하리만치 성별 대결이 극심해지고 있는 와중에서도 연일 뉴스를 달군 이 20대 ‘시건방진’ 여성 후보를 향한 다양한 반응은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신 후보의 득표율에도 빼곡히 다 담기지 못할 이 숙제들을 풀어가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화, 2018/06/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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