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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콘] 활동가에 대한 믿음이 대안 문화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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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콘] 활동가에 대한 믿음이 대안 문화 만들 것

익명 (미확인) | 월, 2016/05/23- 20:49

[온콘] 세상을 바꾼 그녀들 시즌 3 정경숙 부산여성연합 대표

활동가에 대한 믿음이 대안 문화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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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최초로 독립적 성매매상담소 시작
“20대 총선, 지역 포함해 소수자 실종”
후배들이 공익성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파


“조직 내에서 세대 간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인정하는게 중요합니다. 이해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이해 못해요. 서로를 인정한 위에서 함께 하는 거죠. 제일 중요한 것은 활동가에 대한 믿음이에요. 활동가를 온전한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정경숙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비영리 영역에서 활동가 재생산이 힘든 현실을 꼬집으며 활동가의 주체성을 충분히 믿어주는게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상임이사이자 상담소 소장이기도 한 그가 오랜 시간 조직을 이끌면서 터득한 깨달음이리라. 지난 4월 27일 비오는 아침 대전역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여성운동에 발을 디딘지 20여년, “관성으로 하는 대표직은 싫다”며 조만간 임기가 끝나면 “또 다른 혹은 더 큰 꿈을 그리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여전히 ‘청년 활동가’였다.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을 지원하는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은 2002년 창립했다. 부산에서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는 단체로는 최초였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부산 완월동에 국내 최초의 성매매 집결지가 들어선 게 1902년경이니, 약 100여 년 만에야 부산에 집결지 여성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생긴 것이다. 정경숙 대표는 이 단체의 창립멤버다.
“당시 해운대에 있던 여성문화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해운대 609 지역에 미군부대와 함께 성매매 집결지가 있었어요. 집결지 언니들을 지원하면서 보니 성매매 관련해 할 일이 진짜 많은 거에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과는 별개로 활동을 해야 할 필요를 느껴서 ‘살림’을 시작하게 됐지요.”
정 대표와 함께 의기투합한 부산대학교 총여학생회 박김혜정, 이석윤미 세 사람은 완월동 근처에 사무실을 구했다. 정 대표의 대출금 500만원으로 구한 15평 규모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세 활동가는 무급으로 활동을 시작해야 했다.
“제가 ‘살림’을 시작할 때 여성연합 회원단체들이 다 좋아했어요. ‘우리가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항상 마음에 걸렸다. 네가 해줘서 고맙다’라고요. 그 이전에 부산여성연합에서 성매매 활동을 하려고 했지만 주된 주체가 없다보니 잘 되지 않았었거든요.”
그렇게 살림의 소장을 맡은 정경숙 대표는 2004년 법인화 이후 상임이사를 맡아 지금까지 14년째 ‘살림’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부산여성연합 대표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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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활동사진 @살림 홈페이지>

“진보와 여성주의는 달라...지역에서 여성운동하기 녹록치 않아요”
1999년 8개의 단체로 시작한 부산여성단체연합은 올해 3개의 참관단체(여성과 나눔, 여성이 만드는 세상, 한부모가족지원센터)를 포함해 총 9개 단체(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여성사회교육원, 부산여성의전화, 부산여성장애인연대,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부산여성회)가 함께하고 있다. 부마항쟁이나 87년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였던 부산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생긴 지 12년이나 지나서야 부산여성연합이 창립한 게 좀 의아했다.
“진보성과 여성주의는 달라요. 민주화라는 거대담론 때문에 우리가 이야기하는 소수자의 담론이 더 소외되는 경향이 있었지요. 부산은 서울과는 또 다르게 상당히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여성단체들이 생겨났어요. 그 이후로 산발적인 단체들로는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없으니 함께 연대체를 꾸리자고 해서 부산여성단체연합이 만들어지게 됐죠.”
이번 20대 총선 기간 동안 부산여성연합은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의제를 만들어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보내고, 거리에서 ‘나는 국회의원이다’라는 캠페인도 펼쳤다. 회원단체들과 함께 부지런히 총선 대응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대표는 보수나 진보를 떠나 여성의원이 한 명도 당선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부산 지역에서 여성 후보가 3명 나왔는데 모두 떨어졌어요. 그들이 남성이었다면 떨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들에게는 남성보다 더 많은 것들을 부과하고 요구하잖아요. 서울, 경기 지역에서 여성 후보들이 많이 당선되는 걸 보면서 상당히 부러웠습니다. 이런 현상이 지역의 남성중심적인 가부장적 문화랑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정 대표는 이번 20대 총선에 대해서 “지역을 비롯해 소수자가 없었다”며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이 실종됐어요. 소수자가 없어요. 지역도 소수잖아요.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20여 년 전으로 퇴행한 것 같아요. 비례대표를 강조했던 이유가 전문성,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번에 전 정당을 통털어 다 유명무실했어요.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들도 지역을 외치지만 정작 후보 자신의 실제 삶은 다 서울에 있는 거에요. 한국여성연합도 여성의원 30%는 외쳤지만 지역에 대해서는 그만큼 외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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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를 온전한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80년대 학번의 막차를 타고 대학에 들어간 정경숙 대표는 “학생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20대 후반에 들어간 여성학과 대학원에서 여성운동, 특히 성매매 관련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20여 년 간 본인의 표현대로 ‘여성운동하기 녹록치 않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지역’에서 여성운동을 해오면서 그래도 ‘변화의 지점’은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 내에서 여성단체를 인정하는 거죠. 어떤 일을 할 때 꼭 여성단체와 함께 하려고 하고요. 예전에는 여성들을 보조적인 역할로 생각했다면 젊은 남성 활동가들은 그렇지 않아요. 기성세대 남성들과는 생각이 다르고 대화하려는 노력도 많이 해요.”
정 대표는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에도 불구하고 젊은 활동가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활동가 재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요인을 여성운동의 ‘정체’와 조직의 권위적인 문화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가끔 여성운동이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정체성이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이슈를 확실하게 잡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슈를 선점하지 못해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이미 사회문제가 된 ‘여성혐오’에 대해서도 여성운동이 어떻게 대중적으로 이슈화시키고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활동가 재생산을 위해 제대로 된 복리후생을 강조하면서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활동가들의 주체성을 온전히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직 내 대표나 임원들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권위적인 것들이 지금 2030세대 활동가들과는 안 맞아요. 서로의 특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활동가들이 포기하고 온 것들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심어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살림’에서는 올해부터 주4일 근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야근이 많은 활동가들에게 야근 수당을 보장하지 못하는 대신 공식적인 업무시간을 줄이기로 합의한 것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모두 8시간 근무를 하고, 금요일엔 2명씩 당직을 둔다. 야근이 많아 주 40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활동가가 업무를 배분해 일하고 금요일은 자유롭게 시간 활용을 하게 한 것이다. 주4일 근무는 시민사회 내에서도 실행하고 있는 곳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어떻게 문화를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활동가에 대한 믿음이죠. 활동가의 주체성을 온전히 인정하면 본인들이 알아서 시간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그렇게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시간에 가두려고 하죠. 이게 전근대적인 발상이에요. 이런 생각에 집착하면 제일 힘든 건 본인이에요. 먼저 내 자신이 뭘 원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내려놓을 때는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정경숙 대표는 부산지역의 여성현안으로 완월동 개발과 고리원전, 고령화 등을 꼽았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임박한 완월동에서 탈성매매한 여성들이 다시 다른 업소로 가지 않고 삶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논의해야 한다는 것. 또한 정 대표는 광역시도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부산에서 여성노인 문제는 해결이 시급한 큰 숙제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싶어요. 여성활동가를 양성하거나 단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그런 단체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특정 분야가 아닌 포괄적인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그런 곳이요. 재단 같은 곳도 고민은 하고 있는데 후원금을 걷어야 하는 문제가 이 지역에서는 참 쉽지가 않습니다. 운동하는 후배들이 공익성을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선배들의 역할이라 여러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내려놓을 때는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정경숙 대표가 상상하고 있는 운동의 ‘더 큰 그림’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낼지 무척 궁금하다.  
글 : 김수희 여성연합 활동가
사진 : 장수진 여성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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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성대회 후기]

희망은 연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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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계여성의 날을 며칠 앞둔 지난 3월 5일 토요일 32번째 한국여성대회의 열기는 악천후를 이겨낼 정도로 열광적이었다. 당일 숨은 주역이었던 여성연합의 스태프들과 자원봉사자들은 행사 사전준비와 행사보조를 원활하게 이끌어가며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확대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 날 자원활동가로 행사에 참여하면서 다른 봉사자들과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행사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울시청 다목적홀과 종로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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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11시 4분

참가자들을 맞이하기 전에 준비할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안내 데스크 정리 외에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께서 그린 그림 위에 참여자들이 자신만의 그림을 덧붙여 그려 넣는 일을 도와야 했다. 엘리베이터 사이에 놓인 책상에는 길원옥 할머니의 작품을 모티브로 그려진 A6사이즈의 스노우지에 꽃 두 송이만 그려진 백지가 놓여있었다. 자원활동가들이 사전에 해야 할 일은 몇 장의 샘플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이 곳 그림판에 배정된 자원활동가는 아니었지만 다른 팀에 소속되었던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멋진 가이드라인을 그려넣을 수 있게 다들 심혈을 기울였다. 그림을 그리면서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소소한 기쁨을 느꼈다.
우리가 그린 이 작품들도 여성미래센터 허스토리홀에서 진행 중인 ‘소녀의 꿈, 함께 피우다-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꽃할머니 전시(3.2-4.1)’에 함께 전시된다는 사실을 안 건 한참 후였다.정성을 들여 한 작품만 만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전 11시 4분~오후 1시 50분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기념식이 진행되는 서울시청 다목적홀 로비에서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2016년의 희망’을 피켓에 적고 그 피켓을 든 모습을 SNS에 올리도록 하는 것이었다. 해시태그 ‘#희망연결’과 연동되게 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시민들에게는 케이크 선물도 제공했다. 함께 진행했던 친구는 재작년에도 참여했다고 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대학 입학 후 계속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그 친구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접 현장 속 일원이 되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있어 부럽기도 했다.
피켓에 내용을 적는 것에 대해 상업용이라거나 혹은 ‘쓸 말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90% 정도였다면 나머지 10%는 여성인권에 대해 그 많은 생각을 간단하게 요약하기 힘들어해 인상 깊었다. 한 줄의 말을 쓰는 일에도 진지하게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여성 인권에 대한 고심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그 중 어떤 남성분이 적은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다’라는 문구는 여성으로서 평소에 여성인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의 졸렬함을 반성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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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50분~오후 2시 30분

방송인이자 한여성단체연합 홍보대사인 김미화씨의 사회로 ‘2016년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2회 한국여성대회’가 마침내 시작됐다. 오프닝 율동에 이어 시상식이 이어졌고 3.8여성선언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000여명의 참여자가 의자에 혹은 바닥에 앉아 보라색 손수건을 들고 비정규직 철폐, 여성폭력 반대, 역사 왜곡에 대한 아픔을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구호를 외쳤다. 보라색 물결 속에서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오후 2시30분~오후 4시40분

장대비를 맞으며 참여자들은 실외로 나가 행진을 시작했다. 자원활동가들은 대열을 정비하고 퍼레이드의 끝 지점에서 플랜카드, 피켓 등을 수거하는 일을 도왔다. 거센 비에도 불구하고 꺽이지 않는 무소의 뿔처럼 어린아이, 어르신 할 것 없이 보라색, 흰색 우비를 쓰고 소녀상까지 힘찬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퍼레이드 도중 만난 박기혁씨는 자활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로 재작년부터 전국연대에 가입해 여성 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외치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깃대를 든 모습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굳건해 보였다. 박씨 외에도 많은 참여자들을 보면서 한국여성 인권이 적어도 지금보다 더 추락할 수 없도록 하는 든든한 ‘시민 배리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국여성의 권리가 불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의 스쳐갔던 생각들이 ‘개념 있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글 : 이새봄(제32회 한국여성대회 온라인 기자단)
사진 : 김동현,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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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03/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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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콘] 세상을 바꾼 그녀들 15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운동은 타인의 변화를 요구하지만 나도 변화하는 것

 

경남여성연대에서 2002년 경남여성연합 창립

지역 넘어 경남 전체 아우르는 연합체 운동 시작

여성운동,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더 잘 살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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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여성운동을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느날 남편이 당신은 참 잘 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엄청 가부장적인 사람이라 결혼 후 직장도 못 갖게 하더니 요즘에는 오히려 어떤 사건이 터지면 여성단체 뭐하냐’, ‘시민단체가 가만히 있으면 되느냐고 말해요. 이제는 여성운동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었어요. 여성운동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남편도 더 일찍 바뀌지 않았을까요?”

50대 후반인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좀 더 빨리 여성운동을 시작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였던 남편이 여성운동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고, 두 아이들도 엄마의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면서 이 좋은여성운동을 좀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주변의 더욱 많은 사람들이 변화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김 대표의 더 짙은 아쉬움은 여성운동으로 인한 바로 자신의 변화다. 자신이 누구보다 많은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여성운동과의 늦은 만남이 안타깝기만 하다.

각 단체 활동가들이 들어왔다가 금방 그만두면 제가 막 나무랍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만둔다고요. 운동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지만 나도 변화하는 거잖아요. 나의 변화에 가치의 중점을 두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일을 하면서 공부가 많이 필요해서 공부를 하고 싶은데 지금 시작해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내 발목을 잡더라고요.”

김 대표가 여성운동을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2004년 진해여성의전화에서 부설기관으로 방과 후 교실을 시작할 때 교사로 합류하면서 처음 여성운동을 접했다. 아내가 바깥일하는 것을 싫어라 하던 남편도 전직 교사였던 아내의 아이들이 좋아서라는 이유에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운동하는단체인 줄 모르고 발을 디딘 진해여성의전화에서 김 대표는 방과 후 교실 실장, 진해여성의전화 회장, 상담소장을 거쳐 2014년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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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013 여성주간기념 여성정치세력화 토론회 모습 @경남여성연합 홈페이지>


경남여성연합 창립으로 경남 내 여성운동 확산

 

경남여성장애인연대, 경남여성회, 김해여성의전화, 김해여성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진주여성민우회,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살림공동체, 창원여성의전화, 통영여성장애인연대, 거제여성회 등 11개 여성단체들의 연합조직인 경남여성단체연합은 2002년 창립했다. 경남여연이 생기기 전에도 1987년 창립한 경남여성회를 중심으로 10여개의 여성단체들이 경남여성연대라는 이름으로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여성대회나 여성주간 행사를 지속해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여성 운동을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연이 닿아 200221일 경남여성연합으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김 대표는 경남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체인 경남여연이 창립하면서 경남 지역에 여성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경남여연 이전에는 연대 형식의 운동을 하더라도 전국 단위의 여성이슈는 다루지 않았어요. 지역도 창원, 마산, 김해, 진해 등 근거리에 있는 단체 중심으로만 모였고요. 통영이나 거제, 양산, 진주까지 먼 거리의 단체들은 경남여연이 생기면서 함께 하게 됐죠. 경남여연이 출범하면서 각 지역에 여성단체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가 제안하기도 하고 관심있는 사람들이 단체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여성운동이 보다 많이 알려지고 확산되었죠.”

 

창립 15주년을 앞두고 있는 경남여연은 경남도의 여성정책을 모니터링해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에 주력해왔다. 지방선거나 총선 때는 여성정책 공약을 만들어 후보들에게 공약을 채택할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답변을 발표하며 여성정책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경남도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 정책력 강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지역의 현안 대응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또한 연합체인 만큼 회원단체들의 활동가 임파워링과 교육에도 애를 쓰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여성단체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전반적으로 힘이 빠지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것이 현재 경남 도정과의 거버넌스가 어려워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경남도가 시민단체를 거버넌스의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도와 소통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여성단체가 지원할 수 있는 사업들에 대해서도 도가 자꾸 제한을 해서 거버넌스를 위한 사업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여성주간사업으로 해마다 토론회와 토크콘서트를 진행했었는데 올해는 사업비가 절반으로 줄어 토론회와 토크콘서트를 묶어서 원탁토론회 하나만 진행했거든요. NGO 박람회도 예산절약 명목으로 없어졌어요. 이런 외적인 영향으로 여성단체와 시민단체 활동이 위축되다보니 활동가들이 보람을 찾기 힘들어 자꾸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 같아요.”

지난 7월에는 창원시의원의 직원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경남여연이 중심이 되어 피해자 상담지원과 가해자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의원들과의 간담회 자리도 마련해 함께 했던 여성의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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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구색 맞추기일 뿐 실천의 동반자로 생각 안해

 

김윤자 대표는 도와의 거버넌스 뿐만 아니라 경남이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지역이라 여성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많은 이슈에서 연대하는 소위 진보라 불리는 남성 활동가들과 관계에서 더욱 절망감을 느낀다.

진보라고 불리면서도 가부장성에 갇혀있는 남성들을 보면서 우리가 이 사람들조차도 변화시키지 못하면서 일반 시민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생각합니다. 그들은 구색맞추기로 여성단체를 필요로 할 뿐, 실천의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아요. 과제 중의 과제에요. 성별영향평가 같은 것으로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성평등을 무조건 ‘55’라고만 생각해요. 여성들이나 연대단체들조차도 이러한 가부장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여성운동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여성문제가 잘 안보이는 것입니다.”

 

올 여름 큰 수술을 하고 아직 치료중인 김윤자 대표는 힘든 치료 과정중임에도 시종 밝고 기운차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인터뷰 당일 회원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한 여성운동 아카데미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평소 사람을 싫어하거나 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매사에 긍정적이라는 김 대표는 최근에는 뉴스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다며 중앙과 경남의 정치세태를 꼬집었다. 덧붙여 지역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단체들이 더욱 많은 정보를 공유해줄 것을 주문했다.

지역에 있으면 관련 정보나 지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서울에서 진행하는 어떤 일들이 우리에게는 좋은 모델이 되기도 하거든요. 여성연합 성평등지역정치위원회에서 논의한 내용들을 가져다가 경남에서 필요한 것을 더 넣어 우리의 의제로 만들기도 하죠. 앞으로도 그런 것들을 많이 공유해 주면 좋겠어요. 또 지역을 넘어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확대되었으면 합니다.”

 글/사진 : 김수희 여성연합 활동가

경남여성단체연합은 경남지역 11개 여성단체연합으로

경남지역 여성운동 단체간의 협력과 조직적 교류를 도모하고

양성평등, 여성복지, 민주, 평화통일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에서는

여성권익향상을 위한 법률, 제도의 제정과 개선활동

여성복지와 일하는 여성을 위한 관련사업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 정책분석과 평가

정책개발 의제발굴을 통한 성 주류화 정책실현

여성운동활동가

지역여성교육,연수사업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기념 경남여성대회 주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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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합 '온콘' '생각을 바꾼 그녀들 세상을 바꾼 그녀들'

2014년 시즌1을 진행한데 이어 2015년 시즌2

전국의 여성운동가 인터뷰를 이어갑니다.

우리 사회 통념을 바꾸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만들어가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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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5/11/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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